무용가이자 안무가, 그리고 춤 교육자인 저자의 자전 에세이다. 아이를 낳는 숙제를 어떻게 해치웠는지 궁금해할 독자를 고려해서인지 자신의 비결을 얼른 들려준다...

아티스트가 되기로 결정하고 선언하니 아이를 낳는다는 것이 숙제처럼 느껴졌다. 난 하고 싶은 게 생각나면 바로 해야 했다. 앞뒤 재지 않았다. 망한다고 해도 그냥 해야 했다. 반면에 너무 느긋하고 게을러서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하기도 한다. 미리 안 하고 끝까지 버티고 놀다가 한계 상황이 되면 움직인다. 한마디로 제멋대로인 성격이다. 그래서 ‘얼른 숙제를 해치우고, 하고 싶은 예술 신나게 하자!‘고 마음먹었다. 마치 초등학교 때 맘껏 놀기 위해서 숙제를 얼른 해버렸던 것처럼 말이다. 병원에 가서 임신을 가장 빨리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의사를 졸랐다. 그리고 바로 시험관시술로 아들딸 쌍둥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고 나는 본격적으로 안무를 하기 시작했다. 작품을 만들어 창작하는 즐거움에 빠지기 시작했다. 10개월후 프랑스 바놀레 안무 콩쿠르에 갑자기 지원서를 냈다. 프랑스 본선으로 가기 위한 예선에 뽑혀서 한국에서 공연을 했다. 주변 사람들이 놀랐다. 매일 못한다고 도망다니던 내가 자발적으로 이렇게 큰 무대에 나가니 말이다.
- P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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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과 과학분야의 ‘중국‘교양서를 종종 읽는다. 경쟁력을 가늠해보기 위해서다...

국가박물관에서 일한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한 가지 원칙을 믿게 되었다. "인류 역사에서 일어나는 어떠한 사회적 행위든그 안에는 자연 과학의 기저 논리가 있다"는 원칙이다. 뉴기니의 식인 풍습도 마찬가지다. 내 우상이자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교수인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뉴기니에서 오랫동안 조사와 연구를 한 후, 그곳의 식인 풍습에 대해 이런 관점을 제시했다.
"식인 풍습이 존재하는 것은, 현지의 단백질 부족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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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책(과학을 다룬 책)이지만 난데없이 철학의 급소를 찌른다. 많은 사람의 생각을 움직이는 소수의 생각을 바꾸는 데 철학의 용도가 있었지만, 현재도 유효한가 의문이다(오늘날 철학은 주로 다수를 혐오하는 용도로 쓰인다. 무지한 것들이라니!). 그러는 중에 철학의 시간은 점점 느려진다...

"새로운 과학적 진리는 반대자들을 설득하거나 감화시키지 않는다. 그보다는 반대자들이 다 죽고 나서 새로운 진리에 익숙한 새로운 세대가 나타날 때 비로소 승리한다."

물리학자 막스 플랑크의 말이다. 간단히 말해서 과학이 발전하기 위해시는 이전 세대가 죽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내가 보기에 이 말은 과학보다 철학에 더 어울린다. 과학으로 다가오는 실체적 변화는 받아들이기 싫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실체가 없는 이 생각이란 놈은 고쳐 먹으려고 부단히 노력하지않으면 결코 바뀌지 않는다. 이전 세대가 죽지 않으면 세계의 철학은 정체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기술의 발전으로 점점 더 오래 살고 있다. 그러니 현실에 맞게 끊임없이 변하고 가끔은 앞에 서서 사회를 이끌어야 할 철학의 시간은 점점 느려진다.
- P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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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작가 아니 에르노(1940년생)의 작품 강의를 앞두고 국내 소개작들을 정리해놓으려 한다. 절판된 책들도 여럿 있어서 읽어볼 수 있는 작품이 몇 되지 않았는데 재작년부터 '아니 에르노 컬렉션'이 나오는 덕분에 그래도 4강 정도는 꾸릴 수 있는 규모가 되었다(보통은 <단순한 열정>을 읽었다). 소개작들을 연대순으로 적어놓는다. 


1974 <빈 웃장>



1981 <얼어붙은 여자>



1983 <자리>

















1988 < 한 여자>



1991 <단순한 열정>




1997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1997 <부끄러움>



2000 <사건>



2001 <탐닉>



2002 <집착>



2005 <사진의 용도>



2008 <세월>



2014 <진정한 장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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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베스트셀러로 <왜 결혼과 섹스는 충돌할까 Sex at Dawn>이 있는데, 제목이 그렇게 번역된 걸 보면 번역이 진행중인 모양이다. 원서를 진작에 구해놓은 터라 기다리게 된다. 너무 늦지 않게 나오면 좋겠다...

다른 동물들과 구별되는 호모사피엔스의 특성을 단 한 가지로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 후보들 중 탈락한 것으로는 도구의 사용, 식량으로 쓸 작물이나 가축을 기르는 것, 번식과 무관한 성관계, 마주 보고 하는 섹스, 여성의 오르가슴, 집단 간의 갈등, 축적된 지식을 다음세대에 전달하는 것 등이다. 내 의견을 말하자면, 호모사피엔스는 자신이 살아갈 동물원을 스스로 건설한 유일한 종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매일 우리와 우리 후손이 살아갈 세계를 만든다. 그러므로 우리가 이 세계를 부키팅기에 있는 생지옥보다 샌디에이고에 있는 동물원에 가깝게 만들고자 한다면 우리 선조들이 동물원에서 처음으로 눈뜨기 전에 어떤 삶을 살았는지를 더 자세히 알아야 할 것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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