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민족주의에 관한 책은 옹호서이건 비판서이건 그간에 적잖게 출간됐기에 또 새로운 책이 나온다고 하면 그다지 주목의 대상이 되기 어렵다. 신기욱 교수의 <한국 민족주의의 계보와 정치>(창비, 2009)의 경우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몇 개의 리뷰를 읽어보았지만 '열린 민족주의'로 가야한다는 게 결론이라면 별로 흥미를 끌지 않는다(설마 그게 전부일까?). 짐작엔 미국이나 영어권 독자들에게 더 어필할 수 있는 내용이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민족 대이동'이 이루어지는 설 연휴인지라 민족주의란 주제에 대해서도 한번쯤 생각해볼 만하다(사실 더 핵심적인 건 가족주의 아닌가? 왜 일제 때부터 있지 않았나. 있는 자들의 이데올로기. "우리 집안만 빼고 다 망해라!").  

 

경향신문(09. 01. 25) "한 핏줄 신화에 빠진 한국 열린 민족주의로 가야”  

“한국의 민족주의는 ‘종족 민족주의’로, 서구의 민족주의 이론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남한과 북한, 진보와 보수를 모두 지배하는 단일민족 신화에서 벗어나 열린 민족주의로 가야 합니다.” 

신기욱 미 스탠퍼드대 사회학과 교수의 저서 <한국 민족주의의 계보와 정치>(이진준 옮김·창비)가 번역, 출간됐다. 민족주의를 거시적으로 분석한 이 책은 2005년 [Ethnic Nationalism in Korea: Genealogy, Politics and Legacy]란 제목으로 스탠퍼드대 출판부에서 먼저 나왔다.  

출간에 즈음해 방한한 신 교수는 “한국사회의 구성원리인 민족주의를 ‘신채호의 민족주의’ ‘안창호의 민족주의’와 같은 지성사의 관점이 아니라 사회학적 방법론을 동원해 구조적으로 이해해보고자 했다”고 밝혔다. 신 교수에 따르면 서구에서는 민족(nation)·종족(ethnicity)·인종(race)을 구분해 사용하는 데 비해 한국에서는 세 가지의 차이가 뚜렷하지 않다. 따라서 서구의 민족주의가 종족과 직결되지 않는 근대국가의 정치적 구성원리인 반면, 한국에서는 ‘한 핏줄이니까 한 국가를 이뤄야 한다’는 식의 종족 민족주의로 발전한다.

현재와 100년 전의 구도가 비슷해요. 현재 전지구화/민족주의/동아시아주의가 공존하는 것처럼 19세기 말, 20세기 초에도 문명개화론/민족주의/아시아주의가 있었지요. 이 땅에 민족주의가 처음 도입될 당시에는 인권·시민의식이 강조됐는데 일본의 식민통치를 거치며 동질성과 집단의식을 강조하는 종족 민족주의가 강화됐습니다.”

이 같은 종족 민족주의는 식민통치, 전쟁, 분단체제, 통일문제 등 한국사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1920년대 최남선의 <불함문화론>이나 이광수의 <조선민족론>은 한민족의 독특함과 순수성의 기원을 입증할 ‘과학적’ 토대를 제공하기 위해 한국의 역사·문화·유산을 연구했으며 해방 이후 이승만의 일민주의나 김일성의 주체사상은 공통적으로 종족 민족주의에 호소한다. 70년대 박정희의 조국근대화론, 80년대 민주화세력의 반미 민중 민족주의 역시 민족주의적 수사를 차용한다.

신 교수는 “앤더슨, 홉스봄 등 서구학자들이 민족주의는 근대의 발명품이란 걸 밝혀냈지만 한국의 민족주의는 중세 이후 안정된 영토에서 응집력 있는 정치공동체를 유지해왔다는 특수성이 있다”면서 “서구의 민족주의 이론과 맞지 않는 한국사회를 제시하는 것이 학자로서 도전하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민족주의가 약화됐다고 하지만 ‘붉은악마’ 현상, 촛불시위, 독도문제에 대한 대응, 그리고 진보와 보수를 가르는 가장 중요한 차이가 대북·대미관계란 점에서 아직 강력합니다. 특히 저처럼 바깥에 있는 사람이나 외국인이 보기에는 한국의 종족 민족주의는 독특하지요.”

그의 제안은 종족 민족주의를 벗어나자는 것이다. “민족주의는 현대사회의 정치제도로서 폐기의 대상이 아니지만 한 세기 전처럼 폐쇄적 형태로 가서는 안 되고 전지구화나 동아시아주의 등 다른 항들과 조화를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스탠퍼드대 아시아·태평양연구소장인 신 교수는 미국의 대표적인 북한문제 전문가이자 서울과 워싱턴의 정치인들과 두터운 인맥을 갖고 있다. 이회창 창조한국당 총재,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 김형오 국회의장,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박원순 아름다운재단 상임이사 등이 스탠퍼드대 방문학자로 머물렀다. 양국 정치인들을 연결하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소개했다.

신 교수는 1992~2004년 한·미관계를 분석한 저서를 올해 말쯤 낼 계획이다. 이 저서의 주장은 “과거에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한국을 주도했는데 지금은 한국도 미국을 보는 렌즈가 있다. 단 한국의 렌즈는 여러 개로 갈라져 있다. 그리고 미국의 렌즈는 너무 흐리다”는 것이라고 소개했다.(한윤정기자)  

09. 01. 25. 

 

P.S. 미국쪽 한국 학자들의 시각을 보여주는 것으로 '민족주의'보다 더 흥미를 끄는 주제는 '근대성' 혹은 '근대화'이다. 신기욱 교수와 마이클 로빈슨 등이 엮은 <한국의 식민지 근대성>(삼인, 2006)이 그 성과를 묶어낸 책이다. '내재적 발전론과 식민지 근대화론을 넘어서'라는 부제가 소위 '제3의 시각'을 집약해준다. 개인적으로는 마이클 신의 '내면 풍경: 이광수의 <무정>과 근대문학의 기원' 같은 글에 흥미를 느낀다(원문도 복사해놓았지만 아직 들여다보진 못했다). 마이클 신의 연구도 더 소개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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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노바바 2009-01-25 10:51   좋아요 0 | URL
짐작하신대로 거의 정확하게 서구에서 먹힐만한 방식의 한국 (그리고 특히 북한)과 민족주의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사실 요즘처럼 논의가 진전된 상황에서 신기욱 교수 얘기는 정말 '그저 그렇다'는 느낌입니다. 사회과학 방법론을 사용햇다는게 고작 서베이 몇개 돌리고 통계 자료 몇개 사용한 정도더군요.

로쟈 2009-01-25 13:54   좋아요 0 | URL
사실 논의가 좀더 생산적이려면 민족주의에 대한 비교연구가 좀더 정교하게 이루어져야 할 듯싶은데, 거기까진 다루지 않나 보군요...

2009-01-26 0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6 21: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비로그인 2009-01-26 23:39   좋아요 0 | URL
먼댓글로 링크시키라고 하시지만.... 음,그런데 지금 보니 제가 쓰는 블로거는 먼댓글을 지원하지 않는군요... 그냥 두죠 뭐. ^^

로쟈 2009-01-26 23:45   좋아요 0 | URL
제가 '아서 단토의 책 논쟁'(http://blog.aladdin.co.kr/mramor/2144892)에 덧붙여놓았습니다...
 

다른 때보다 좀 일찍 귀가해서 저녁을 때우고 주말 북리뷰들을 잠시 둘러본다. 이 주에 나온 책들 가운데 딱 두 권만 손에 들 수 있다면 나로선 별다른 주저없이 마이클 월저의 <정치철학 에세이>(모티브북, 2009)와 함께 닉 레인의 <미토콘드리아>(뿌리와이파리, 2009)를 고르고 싶다('월저' '왈저' '왈쩌' 등의 표기는 하나로 좀 정리되면 좋겠다).   

개인적인 독서 취향에 맞기 때문인데, 거기에 덧붙여 일단 둘 다 두껍다. 월저의 책은 600쪽이고, 레인의 책도 530쪽이 넘는다. 이 정도면 넉넉한 시간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일주일은 꼬박 읽어야 할 분량이다. 장바구니에 넣어두긴 했지만 연휴가 긴 탓에 직접 읽어보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다(하지만 정말로 읽을 시간이 있을까?). 그래서 리뷰라도 챙겨놓는데, <정치철학 에세이>에 관해서는 아직 읽을 만한 리뷰가 올라오지 않았다. <미토콘드리아>만 일단 갈무리해놓는다. 사실 미토콘드리아가 '인간 생명의 비밀'을 쥐고 있다고 하므로 한 살 더 먹게 되는 설날과도 잘 어울리는 책이다. 한편으로 미토콘드리아, 하면 세포내 공생진화설의 주창자인 린 마굴리스 여사를 떠올리게 되는데, 그녀의 <공생자 행성>(사이언스북스, 2007)까지 같이 읽어주면 더 좋겠다.

 

한겨레(09. 01. 24) '인간생명의 비밀’ 미토콘드리아가 쥐고 있다

대장균은 환경이 좋으면 20분마다 한 번꼴로 분열한다. 대장균 한 마리의 무게는 약 1조분의 1그램. 대장균 한 마리가 하루 72번 분열하면 그 수는 2의 72제곱, 곧 10의 21.6제곱 마리가 된다. 그 무게는 4000톤. 단 이틀 만에 5.977×10의 21제곱 톤인 지구의 질량을 능가하게 된다. 이런 놀라운 번식력을 지닌 세균은 지구 나이와 거의 같은 세월 동안 극한의 환경에도 적응하면서 번성해왔다.

하지만 생화학적 능력에선 한계가 없을 정도로 진화한 세균들은 40억년이 지나도록 몸집을 불리거나 복잡하게 진화하진 못했다. 약 20억년 전 지구에서 진화의 빅뱅이 시작됐다. 그때 진핵세포 곧 핵을 지닌 세포가 출현했고, 이후 지금까지 지구를 지배해온 건 진핵 다세포 생물들이다. 사람은 물론 조류·균류·풀·나무 등 우리 눈에 띄는 지구상 거의 모든 생명체들의 직계 어버이는 20억년 전 기적과 같이 등장한 진핵세포다. 영국 과학저술가 닉 레인은 <미토콘드리아>(뿌리와이파리 펴냄)에서 이 진핵세포의 진화를 “우연한 사건이며, 지구에서만 단 한 차례 일어났던” 아주 특별한 일이라고 했다. 따라서 설사 우주가 수많은 생명체들로 넘쳐난다 하더라도 그들은 세균과 같은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왜? <미토콘드리아>는 세포학·진화론·고인류학·생화학·생리학·발생학·미생물학·의학 등의 경계를 넘나들며 추리소설 쓰듯 그 이유와 의미를 추적해간다. 미토콘드리아를 통해서 본 지구생물역사 최신판이다.  

세균들은 왜 40억년 동안 본래의 단순구조를 벗어나지 못했을까? 그 엄청난 번식 속도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성장을 멈추고 죽은 듯이 기다리던 세균 개체군에 영양이 공급되고 폭발적인 분열이 시작되면, 유리한 쪽은 분열 속도가 빠른 세균. 가장 빨리 분열한 세균들이 개체군을 지배하고 상대적으로 느린 쪽은 설 자리를 잃는다. 세균의 분열 속도는 디엔에이(DNA, 유전체) 복제 속도가 결정한다. 유전체를 경쟁자들보다 더 빨리 복제하려면 유전체를 더 작게 만들고 몸집도 줄여 에너지를 최대한 효과적으로 동원해야 한다. 복제 속도에 방해가 된다면 당장 필요 없는 유전자들까지 버린다. 극한의 다이어트다.

또 하나는 이른바 ‘기하학의 걸림돌’. 생명체의 동력은 1929년 카를 로만이 발견한 아데노신삼인산(ATP)이다. 에이티피 끝에 붙은 인산기가 떨어져 나갈 때 많은 양의 에너지가 방출된다. 이 에이티피 합성 원동력이 산화환원 반응 중에 일어나는 양성자와 전자 이동(양성자 기울기)인데, 내부에 다른 동력원이 없는 세균은 외막을 통해 에너지를 빨아들여야 한다. 그런데 세균이 만약 크기를 두 배로 늘리면 표피면적은 네 배로 늘어나고 부피는 8배로 늘어난다. 이렇게 되면 단위 부피당 표피면적 비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에너지 수입 통로인 표피면적이 줄어들면 생존이 위태로워진다.

20억년 전에 일어난 진핵세포 등장이라는 대이변은 이런 한계들을 돌파함으로써 가능했다. 그 핵심은 에너지를 세포 외막이 아니라 세포 안에서 조달하는 것. 세포 내 발전기만 있으면 된다. 미토콘드리아가 바로 그 구실을 했다. 본디 세균이었던 미토콘드리아가 메탄 생성 고세포와 공생하면서 그 내부로 들어가 앉는 순간 진핵세포 시대가 열렸다. 지은이는 미토콘드리아의 조상인 발효세균 알파프로테에박테리아가 옛날옛적 산소가 거의 없는 깊은 바다 속에서 메탄 생성 고세포를 만나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상보관계로 어울려 살다가 결국 고세포 몸속으로 들어감으로써 대이변이 시작된 사연을 온갖 가설들을 동원해가며 설명한다. 세포 내 에너지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세균처럼 세포 바깥을 싸고 있던 딱딱한 세포벽이 필요 없게 되고 유연한 세포막은 에너지 생산에서 해방돼 신호전달, 운동, 식세포 작용 등 다른 일들을 할 수 있게 된다. 진핵세포의 출현과 미토콘드리아 등장은 선후를 가릴 수 없을 정도로 동시에 진행됐다.

이에 따라 차원이 다른 기동성을 확보한 진핵세포는 환경에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유전정보량도 대폭 늘리면서 세균보다 평균 1만~10만배나 몸을 불렸다. 에너지 문제를 해결한 세포들로 구성된 동물들의 체적은 대형화할수록(지탱할 수 있는 골격의 한계 등으로 제약을 받지만) 대사율에서 더욱 유리해져 몸이 커질 때마다 필요 에너지의 양은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예컨대 쥐는 사람보다 체적 대비 7배나 더 많이 먹고 장기들을 가동해야 생존할 수 있다. 지구의 다세포생물들이 왜 ‘복잡성의 비탈’을 올라갔는지, 그 의문에 대한 열쇠를 쥐고 있는 것도 결국 미토콘드리아다. “근래에 나온 그 어떤 학자의 추정보다도 광범위하고 포괄적인 내용을 담았다”는 지은이의 철저한 환원주의적 해석엔 창조주의 설계를 들먹이는 종교적 예정설 같은 건 들어설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에 따르면 왜 암·수컷 두 성으로 성이 분화됐는지, 그 비밀도 미토콘드리아에 있다. 호흡연쇄를 통한 에너지 획득 속도와 효율을 좌우하는 세포 내 핵과 미토콘드리아 유전자들의 돌연변이 속도 차이로 인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미토콘드리아가 한쪽 부모에게서만 유전자를 물려받아, 유성생식으로 무작위적으로 뒤섞이는 핵 유전자와 한 벌의 짝을 이루게 하는 양성전략이 가장 안전하단다. 이 때문에 미토콘드리아 디엔에이는 모계를 통해서만 유전되는데, 이런 특성 때문에 모든 인류의 어머니 ‘미토콘드리아 이브’가 약 17만년 전 아프리카 대륙에 살았다는 것도 추정해낼 수 있었다.

늙음과 죽음 등 인간 생로병사 비밀도 미토콘드리아가 쥐고 있다.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에 대한 궁극의 의문까지, 미토콘드리아한테서 그 답을 들을 수 있다고 지은이는 첨단과학을 동원해 설명한다.(한승동 선임기자) 

09. 01. 23. 

 

P.S. 저자의 다른 책으론 <산소>(파스칼북스, 2004)가 먼저 소개됐었지만 이미 절판됐다. 아직 소개되지 않은 책은 <영하 상태의 생물>(2004)인데, 공저이고 600쪽이 넘는 분량이다. 단독 저작으로 근간 예정인 책은 <생명의 등정>(2009). '진화의 열 가지 위대한 발명'이 부제다. 이 역시 흥미를 끄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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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죠커의 생각
    from jokka's me2DAY 2009-01-29 15:39 
    미토콘드리아와 삶의 의미

용산 철거민 참사에 대해서 사실 할말이 없다. 연휴 전에 수사 발표가 난다고 하지만 정부나 여당쪽에선 연일 철거민과 희생자들에 대한 비판이나 쏟아내는 걸 보면 별로 기대할 것도 없어 보인다. 요즘은 그들이 입에 담는 한국어 자체에 염증을 느끼게 된다. 같은 한국어를 쓴다는 사실이 부끄러운 지경이며, 그런 말을 '알아들을 수 있는' 귀가 혐오스럽다. 여러 모로 정신건강에 극히 유해하다(안 그래도 머리는 복잡하며 늘상 무거운데 말이다). 그나마 철거민 문제를 사회적 이슈로 제기했던 한국문학의 계보에 관한 기사를 읽으며 마음을 좀 가라앉힌다. 그래도 미더운 문학이 있었던 것이다. 다시 험한 시절을 맞아 30년전 문학에나 의지해야 한다면 좀 슬픈 일이긴 하지만... 

경향신문(09. 01. 23) 다시 주목받는 30년전 철거민 문학 ‘난쏘공’

지난 20일 용산 철거민 사망 사건은 마치 우리 사회의 시계추를 30년 전으로 되돌려놓은 듯한 기시감을 불러 일으켰다. 1970~80년대 ‘민중문학’에 등장하는 이야기를 현실에 재현해놓은 듯했다. 30년 전 철거민 문제를 다룬 조세희씨(67)의 <난장이를 쏘아올린 작은 공>의 인터넷 서점 판매가 늘며 다시 주목 받고 있다.  

‘한강의 기적’으로 일컬어지는 70~80년대 한국 사회는 빠른 속도로 농업사회에서 공업 중심의 근대적 도시사회로 탈바꿈해나갔고, 급격한 도시화는 도시빈민 문제 등 갖가지 문제를 양산했다. 이 시기 문학의 키워드는 도시빈민, 철거민과 같은 ‘민중’이었고, 그 속에 사회의 구조적 문제와 모순이 생생히 담겼다.  



조세희씨의 <난쏘공>(1978)이 현재까지 가장 널리 읽히는 철거민 문학이라면, 철거민 문학의 ‘효시’는 윤흥길씨의 <아홉 켤레의 구두로 남은 사내>(1977)다. 경기도 광주의 철거민 임시수용소의 폭동 사건을 다룬 이 소설은 산업화·도시화의 그늘에서 소외된 계층의 삶을 날카롭게 포착한 수작으로 꼽힌다. 1980년대, 도시빈민운동이 대두되면서 이동철씨의 <꼬방동네 사람들>(1981)이 판자촌 동네를 무대로 빈민들의 현실을 생생히 그려 화제가 됐고, 이는 배창호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역시 주목받았다. 황석영씨의 <객지>(1971)와 <삼포가는 길>(1973)은 한국 사회의 핵심 문제로 부상하고 있던 노동 문제를 정면으로 다룬 소설로 꼽힌다.  



문학평론가 정홍수씨는 “당시 급격히 이뤄진 도시화·산업화의 어두운 그늘이 도시빈민·철거민 문제였다”며 “특히 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도시정리사업이 진행되면서, 집중부각된 철거문제가 문학적 테마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민중문학’은 급격히 퇴조했다. 민주화 속에 문학의 리얼리즘적 경향은 80년대 말에 사그라들고, 서구의 페미니즘, 생태주의 등을 수용하거나 상업주의 문화에 물드는 경향을 보였다.   

인하대 국문과 김명인 교수는 “90년대 문학에선 80년대 민중문학이 가진 문제 의식이 많이 사라졌다. 가난의 문제를 다루더라도 개인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경향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공선옥씨가 철거민, 옌볜 동포 등 소외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가난의 문제에 천착해왔고, 교사·작가에서 스스로 철거민 투쟁가로 변신한 김하경씨는 소설집 <속된 인생> 등을 통해 철거민 문제와 노동자 문제를 그려냈다.   

외환위기를 겪은 세대의 소설가들에 의해 새로운 양상의 ‘민중 문학’의 출현에 대한 분석도 나온다. 문학평론가 정홍수씨는 “최근 박민규·김애란씨 등의 소설을 들여다보면 청년백수 등 새로운 도시 빈민들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70~80년대 문학과 같은 양상은 아니지만 그런 흐름들이 복귀하는 것을 짚어낼 수 있다”고 했다. 3월쯤 출간될 예정인 서울을 테마로 한 소설집 <서울이야기>(가제·강)에서 김애란씨는 재개발로 인한 철거민의 상황을 벌레에 빗댄 소설 <벌레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김명인 교수는 “최근 20년 동안 신자유주의의 진행 방향과 한국 문학이 개인화되고 왜소화되는 방향이 일치한다”며 “90년대 이후 문학은 사회적 모순에 대한 정의감, 사회 약자에 대한 공감을 유지하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것을 위축시키는 데 기여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아직도 <난쏘공>이 널리 읽히고 팔리는 것은 그 이후 문학 작품의 빈곤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꼬집었다.(이영경기자) 

09. 01. 23.   

P.S. 작가 조세희씨의 오마이뉴스 인터뷰기사는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053772&cmpt_cd=A0267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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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비의 알림
    from seoulrain's me2DAY 2009-01-23 05:20 
    다시 주목받는 철거민 문학
 
 
2009-01-23 07: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3 09: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4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혁명의 진정성과 상상력의 생환을 위하여'란 모토를 내건 '혁명(Revolutions)' 시리즈가 드디어 출간됐다. 1차분 다섯 권을 리스트로 모아둔다. 책에 대한 예고편으로는 '혁명의 시대, 레닌을 생각한다'(http://blog.aladin.co.kr/mramor/2507083)를 참조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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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9-01-22 09:16   좋아요 0 | URL
테리 이글튼의 책이 읽을만하겠군요. 전 이글튼의 문학이론서를 읽었었는데 이런 책을 쓴 줄은 몰랐습니다. 아마존의 발췌문을 보니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생각이 저와 비슷한 것 같습니다.

로쟈 2009-01-22 14:03   좋아요 0 | URL
이글튼이 쓴 건 책이라기보다는 그냥 '서문'인데요.^^

비로그인 2009-01-22 14:52   좋아요 0 | URL
하하하 ^^ 그런가요? 그러고보니 서문을 쓰고 4복음서를 이글튼이 나름대로 재해석해서 옮겨놓은 것 같군요. 그러니 4복음서의 저자는 예수고, 이 복음서에 대한 편집자는 테리 이글튼... 그런 건가요? ^^

Nabi 2009-01-22 10:24   좋아요 0 | URL
이글턴의 60년대 경력이 카톨릭좌파로 시작하더군요...<신좌파교회>(1966),<신좌파신학>(1970) 같은 저술들과, 60년대 종교저널인 Slant에 많은 글들을 쓰기도 했다네요...

로쟈 2009-01-22 14:03   좋아요 0 | URL
그런 경력이 있었나요?..

비로그인 2009-01-22 11:29   좋아요 0 | URL
레이블을 먼저 붙이고 읽는 것보다 책을 읽고 스스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요? ^^ 이글튼의 시학개론이나 다른 문학서에는 정치적인 색채는 전혀 없거든요. 그는 본질적으로 문예비평가이자 학자일 뿐입니다. 그가 외도해서 종교나 철학적 의견을 피력하기도 하죠. 종교적인 사상은 학자적인 입장에서 접근하여 자기 생각의 일관성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예수 그리스도가 유대 민족의 지도자들의 위선과 구습이 그릇되었음을 일깨워주려고 했다는 점은 우리 사회에서도 깊이 생각해볼 점인 듯해요.^^

2009-01-22 12: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2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2 1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2 14:0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열매 2009-01-22 13:15   좋아요 0 | URL
이 '혁명'시리즈는 약간의 착각을 일으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은 누가 쓴 것이라기 보다는 '편자'가 엮은 글들입니다.
예를 들어 지젝이 트로츠키에 대해 서문을 짧게 붙이고 그의 그들을 엮은 것입니다.
하지만 레닌에 대한 <혁명이 다가온다>와 다른 점은 지젝의 글을 바라고 사기엔 서문이 너무 짧고, 책의 분량 자체도 소략하다는 점입니다.
저도 영어본을 서점에서 훑어보지 않았다면 바로 주문했을 것 같은데요.

여하튼 '혁명이 문앞에 다가온' 하수상한 시절인지라 눈길이 가는건 어쩔 수 없네요.

로쟈 2009-01-22 14:02   좋아요 0 | URL
책마다 좀 다른 것 같은데요. 마오쩌둥이나 트로츠키의 책은 그들이 직접 쓴 저작입니다(예수는 물론 '복음서'를 싣고 있습니다). 거기에 지젝 등의 해제격 서문이 붙어 있을 뿐입니다. 초점은 '서문'이 아니라 '본문'이구요.^^

노승영 2009-01-23 23:08   좋아요 0 | URL
서문이 ‘너무’ 짧지는 않습니다... ^^
저는 이 책의 의미를 ‘지젝과 함께 읽는 트로츠키’ 정도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혁명 시리즈 나머지 책들은 ‘선집’ 개념이지만
트로츠키는 단행본입니다.
이 책은 카우츠키의 「테러리즘과 공산주의」(『프롤레타리아 독재』에 수록)와 함께 읽는 것이 좋습니다.
카우츠키의 볼셰비키 혁명 비판에 대한 반비판이니까요.
카우츠키는 고개를 끄덕이며 읽게 되지만
트로츠키는 읽으면서 가슴이 뜁니다...

열매 2009-01-22 16:23   좋아요 0 | URL
mb는 '혁명'을 '난동','폭동','떼'라고 하겠고, 혹자는 '테러'(신지호)라고 하겠지요-.,-;;
한국에서 이렇게 책을 엮을 수 있을--엮어서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을-- 편자가 누가 있을까 잠시 생각해보았습니다. 퍼뜩 드는 사람은 김용옥--이런거할리가 없지만--이나 우석훈, 진중권정도인데, 생각해보면 한국의 교수, 사상가라는 분들 (정치적으로도, 학문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참 힘없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로쟈 2009-01-23 00:58   좋아요 0 | URL
힘없고 생각없기 이전에 아쉬운 게 없다고 봐야겠죠...

2009-01-22 17: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23 0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푸른바다 2009-01-22 18:13   좋아요 0 | URL
개인적으로 마오쩌둥의 모순론과 실천론은 매우 좋아하는 텍스트입니다. 이 시리즈는 영역본을 중역한 건가요? 지젝이 어떤 해설을 붙혔는지 궁금해 지네요^^ 얼핏 보기엔 그리 긍정적이지만은 아닌 것 같은데^^ 로베스피에르의 글은 읽어본적이 없는데 흥미가 가는군요

로쟈 2009-01-23 00:54   좋아요 0 | URL
네, 영역본을 옮긴 겁니다. 트로츠키 서문은 좀 읽어봤는데, 나머지 서문들은 아직 손을 못 댔습니다. 저도 시간을 좀 내고 싶네요...

노승영 2009-01-23 22:56   좋아요 0 | URL
번역자입니다.
중국어 원본과 영역본을 함께 놓고 작업했습니다.
마오쩌둥은‘부정의 부정’개념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반면교사라고 볼 수 있을 듯합니다.
“마오쩌둥식 공산주의를 ‘종합’한 것은 자본주의였다.”

푸른바다 2009-01-24 07:33   좋아요 0 | URL
혹시 중영대역의 빨간색 '모택동 어록'도 참고하셨는지요^^ 얼마전 중국에 갔다가 관광지에서 그 책을 발견하고 집어들었는데, 요구하는 가격이 책에 쓰여있는 액면가의 10배가 넘어서 씁쓸하게 다시 놓은 기억이 나네요^^ 부른 가격이 너무 비싸서가 아니라 바가지 관광 상품으로 형해화된 모습이 좀 허무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사실 현실 권력을 가진 행복한(?) 사상가가 마로 마오였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사상을 '반강제적'으로 전 인민에게 읽힐 수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과연 그 결과가 무엇이었는지는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중국 사람에게 은근히 물어 보면 많은 경우 회피해 버리고 말더군요. 아무튼 사상의 허무함이랄까... 뭐 그런 것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얼마전 러시아 사람들과 일할 기회가 있었는데, 사실 이 사람들도 '소련'에 대해 언급하는 걸 그리 반겨하지는 않습니다. 나중에 헤어지면서 보드카에 얼큰하게 취한 김에 한마디 하더군요. 혁명은 피를 부른다. 그것이 싫다... 연로한 사람들은 소련 시절을 그리워 하지만, 젊은 사람들은 아니다...

노승영 2009-01-24 15:30   좋아요 0 | URL
어록 제목이 마오쩌둥 사상 만세 아닌가요?
중국 서적 판매점까지 문의했지만 책을 찾을 수 없어
결국 인터넷을 뒤져 내려받았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마오쩌둥은 우스꽝스러운 독재자였다고 생각합니다.
피비린내나는 참극이 실은 코미디의 한 장면이었던 거죠.

러시아는 볼셰비키나 사회혁명당이 아니더라도
혁명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농민 반란의 역사가 깊은 나라니까요.
이건 로쟈님이 전문이시겠지만... ^^

푸른바다 2009-01-24 15:39   좋아요 0 | URL
ㅎㅎㅎ 저는 마오주의자는 아니지만 마오에 대해 그렇게 부정적이지는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모순론이나 실천론은 현실 생활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아무튼 설 지나면 책을 주문해서 읽어 봐야 겠군요^^ 번역에 수고 많으셨습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1-22 23:26   좋아요 0 | URL
실천론 모순론은 범우사에서 꽤 오래전에 번역되었는데 또 나오는군요.

로쟈 2009-01-23 00:52   좋아요 0 | URL
네, 그렇죠. 그래도 이번에 나온 책들이 때깥이 좋네요...

노승영 2009-01-23 22:59   좋아요 0 | URL
트로츠키 번역에 도움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2월에 한국번역비평학회에서 발표를 하신다고 들었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안 갔지만 이번에는 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로쟈 2009-01-24 09:00   좋아요 0 | URL
아, 제가 맨 발등에 불을 놓고 다녀서 별로 도움을 못 드렸어요.^^; <마오쩌둥>을 오늘 잠시 읽었는데, 재미있습니다.^^
 

지난 월요일에 손에 들고 퇴근길 전철에서 먼저 화보들만 훑어본 책은 <히틀러의 아이들>(지식의풍경, 2008)이다(국내외적으로 참사가 있었던 엊그제 이야기는 나중에 따로 다룰 예정이고, 일단은 밀린 책 얘기들을 적어놓아야겠다). 날짜로는 연말에 나온 것으로 돼 있다. '히틀러 청소년단'의 아이들에 대한 책으로 이들이 어떻게 열광적인 히틀러 찬양자로 키워졌는지(혹은 커나갔는지)를 보여준다. 최근 들어 히틀러와 나치 시대에 관한 책들이 여러 권 출간되고 있어서 덩달아 관심을 갖게 됐다. '부드러운 파시즘' 시대로 넘어가고 있는 우리도 한번 일독해볼 만하지 않나 싶다. 우리 아이들의 장래도 생각해보면서 말이다... 

 

경향신문(09. 01. 17) 시대의 광기가 만든 어린 나치들 

“우리의 지도자를 상징하는 이 피의 깃발 앞에서 조국의 구세주 아돌프 히틀러에게 혼신을 바칠 것을 맹세합니다.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칠 준비가 되어 있으니, 신이시여 굽어살피소서.” 

1936년 4월20일 독일 전역에선 장엄한 횃불 의식이 진행됐다. 해마다 히틀러의 생일이기도 한 이날 10~14세의 소년소녀들이 히틀러청소년단(Hitlerjugend) 가입 선서를 했다. 수백만 소년소녀들은 자신의 열정을 히틀러에게 바치겠다고 맹세했고 실제로도 그렇게 했다. 나치의 선전원으로 열성적으로 활동했고 ‘후방의 군인’으로 활약했다. 2차 세계대전에서 ‘광신적인 전사’로 마지막까지 전투를 이어갔던 것도 이들이었다. 39년 히틀러청소년단의 갈색 유니폼을 입은 소년소녀들은 800만명에 육박했다.  


1934년 나치 돌격대 제복을 입은 꼬마가 나치식 경례를 하고 있다.|프로이센 문화재단 시각자료 보관소 제공

책은 히틀러를 추종해 히틀러청소년단에 가입하고 이를 명예롭게 여긴 수백만 독일 소년소녀들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이 어떻게 히틀러에 열광해 ‘히틀러의 아이’가 되어갔는지를 당사자의 육성과 수많은 사진자료를 통해 전한다.

1차 세계대전의 패전과 대공황으로 인한 빈곤과 정치적 혼란 속에 성장한 독일의 소년소녀들에게 ‘위대한 독일의 위대한 미래’를 약속한 히틀러는 ‘영웅’이었다. 히틀러도 “이들과 함께라면 새 세상을 만들 수 있다”면서 소년소녀들의 열성과 충성심을 적극 활용했다.  



나치는 아이들이 무엇에 매료되는지 잘 알고 있었다. 26년 출범한 히틀러청소년단은 단원들에게 흥분과 모험을 안겨주고 숭배해야 할 새로운 영웅들을 제시했다. 제복·깃발·밴드·배지·무기·캠핑여행·캠프파이어·퍼레이드·스포츠 경기·모의전쟁 등을 제공했다. 일부 아이들에겐 부모·교사·목사 등 권위에 반항할 기회를 주었다. 어른이나 학교당국보다 ‘우월한 힘’을 느껴본 적이 없었던 아이들은 쉽게 매혹됐다. 부모들 대부분도 규율과 체력, 근면, 우월함의 추구, 국가의 전통에 대한 자부심 등 아이들에게 일어난 변화를 반겼다.

히틀러청소년단은 2차 대전이 본격화하면서 후방 지원은 물론 전투병으로도 투입됐다. 유대인 강제수용소를 감시하는 친위대 대원이 되거나 ‘늑대인간’으로 불린 특공대원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이들은 가장 광신적인 전사들이었다. 자기가 희생된다고 해도 마지막 한 사람이 남을 때까지 싸움을 그만두지 않았다.  



저자는 이들이 청소년단 활동을 통해 이미 “전쟁에 대해 학습한 상태”였다고 지적한다. 청소년단은 군사훈련과 행진을 통해 획일적으로 사고하고 행동하는 법을 배웠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도자에게 복종하는 법이었다. 패전 후 많은 단원들이 자신들이 살인마를 위해 일했고 수백만 명의 죽음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몇 년이 걸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책은 평범한 아이들이 시대의 광기에 휩쓸리는 과정을 통해 교육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기게 한다. 책에 따르면 히틀러에게 교육이란 한 가지 목표밖에 없었다. 아이들을 훌륭한 나치의 틀로 찍어내는 것이었다. 히틀러는 집권하자마자 나치가 승인한 사상만 가르치도록 교과과정을 완전히 뜯어고쳤다. 저자는 젊은이들에게 증오와 살인, 타인에 대한 우월감을 가르친 것은 어른이었음을 강조한다. 결국 히틀러청소년단은 “나치로 태어난 게 아니라 나치가 되어갔다”는 것이다.(김진우기자) 

09. 01. 22.  

P.S. "책은 평범한 아이들이 시대의 광기에 휩쓸리는 과정을 통해 교육의 의미를 곰곰이 되새기게 한다. 책에 따르면 히틀러에게 교육이란 한 가지 목표밖에 없었다. 아이들을 훌륭한 나치의 틀로 찍어내는 것이었다. 히틀러는 집권하자마자 나치가 승인한 사상만 가르치도록 교과과정을 완전히 뜯어고쳤다."란 대목은 한번 더 우리의 처지를 돌아보게 한다. 정부가 승인한 사상과 관점만을 가르치도록 교과서를 개정하고 경쟁의 논리만을 주입시키는 우리의 교육은 나치의 교육과 과연 얼마나 다른가. 훨씬 부드럽지 않느냐고?.. 


댓글(7) 먼댓글(1) 좋아요(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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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비의 알림
    from seoulrain's me2DAY 2009-01-22 02:10 
    히틀러의 그늘 아래서 : 로쟈 블로그에 희깅씨가 준 책 리뷰가 올라왔네. 나도 빨리 읽어봐야지 ^^
 
 
무해한모리군 2009-01-22 08:30   좋아요 0 | URL
리뷰만 봐도 무섭네요.

로쟈 2009-01-23 00:59   좋아요 0 | URL
네, 사진들도 섬뜩합니다...

빵가게재습격 2009-01-22 11:19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로쟈님. 자주 찾아왔었는데, 인사는 처음 드리네요. 책에 대해서 좀 여쭤보았으면 해서 댓글 남깁니다. 최근 민족주의에 관한 책을 읽다보니, 국가 혹은 국민 자체가 궁금해져서 국가의 개념이나 국가 개념의 사상사를 서술한 책이 있으면 알려주실 수 있을런지요. 혹은 민족주의 이전의 국가와 이후의 국가 개념에 대해 서술한 책이 있으면 어떨까 싶습니다. 혹시 아시는 책이 있으시면 부탁드릴께요.^^

로쟈 2009-01-23 09:39   좋아요 0 | URL
최근 개념사 시리즈로 박상섭 교수의 <국가/주권>(소화)이 나와 있습니다. 참고문헌들이 소개돼 있으므로 한번 훑어보시길...

Kir 2009-01-22 23:01   좋아요 0 | URL
우리 교육이 나치보다 나을 게 있을까요; 이 시대의 아이들은 대체 무슨 죄인가요...

로쟈 2009-01-23 01:02   좋아요 0 | URL
인구가 많다는 핑계로 얼버무리고 있지만 핀란드식 교육 같은 게 우리 현실에선 정말 불가능한지 궁금해요. 나치식 교육 말고요...

빵가게재습격 2009-01-23 02:27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