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의 아내 예니 마르크스와 그 가족을 다룬 책이 연이어 나왔다. 이번주에 나온 건 예니 마르크스의 평전 <레드 예니>(오월의봄, 2015)이고, 얼마전에는 마르크스 가족의 이야기를 방대한 분량에 담은 메리 게이브리얼의 <사랑과 자본>(모요사, 2015)가 나왔었다. 마르크스 평전이 다루지 않은 더 깊은 속 이야기가 있는 듯싶다.

 

 

 

먼저, <레드 예니>는 어떤 책인가.

카를 마르크스라는 이름이, 그가 내놓은 사상이 20세기를 지나 지금까지 세계를 뒤흔들 동안 예니 마르크스(1814~1881)라는 이름은 희미한 메아리로만 남아 있었다. 그동안 객관적으로 서술한 예니 마르크스의 전기가 드물어서 우리가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귀족 출신이어서 부르주아 생활을 즐기는 여자라는 오해도 있었고, 마르크스를 괴롭히는 이미지로 그려지기도 했다. <레드 예니>는 예니 마르크스의 불꽃같은 삶을 되살린 본격 평전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마르크스 평전>으로도 읽을 수 있는 책이겠다. 이어서 '카를과 예니 마르크스, 그리고 혁명의 탄생'을 부제로 한 <사랑과 자본>이다.

2011년 전미도서상 논픽션 부문 최종후보에 오르며 화제가 되었다. 이 책은 지금껏 출간된 마르크스의 여느 전기와는 판연히 다르다. 죽었지만 죽지 못하고 유령이 되어 지상을 떠돌던 마르크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살이 있고 피가 도는 살아 있는 마르크스를 비로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 전기 작가인 메리 게이브리얼이 그리는 마르크스는 배경과 완벽하게 융화되어 살아 숨 쉰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특별함을 칭송하는 대신, 시대 속에서 고뇌하는 지식인을 말한다. 독자는 저자의 안내에 따라 시끌벅적한 런던의 빈민굴에, 피비린내 풍기는 파리 코뮌의 현장 한가운데 서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마르크스 평전오르는 프랜시스 윈과 이사야 벌린, 그리고 자크 아탈리의 책이 나와 있다. 이번에 나온 책들과 비교해서 읽어봄직하다...

 

15. 06.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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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 폴란드 작가 비톨트 곰브로비치의 <코스모스>(민음사, 2015)를 고른다. 그의 작품(집)으로는 네번째로 소개되는 책이다. 민음 세계문학으로는 세번째 책.

 

 

<페르디두르케>(민음사, 2004)와 <포르노그라피아>(민음사, 2004)와 먼저 소개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책만 구입해놓고 아직 읽을 기회를 찾지 못했는데, 네번째이자 마지막 장편이 번역된 걸 계기로 하반기에는 강의 일정이라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독서를 강제하기 위해서. 사르트르는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평했단다.

곰브로비치의 <코스모스>처럼 소설이라기보다는 ‘소설인 듯 보이는’ 독특한 종류의 소설이 있다. 곰브로비치는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학과 마르크스주의, 그 밖에 다양한 사상들에 정통한 작가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존의 사상들에 대해 줄곧 회의적인 성향을 고수하면서, 작품의 골격이 구축되고 만들어지는 단계에서 바로 그것을 해체해 버림으로써 분석적이면서 동시에 유물론적인 전혀 새로운 유형의 소설을 창조해 냈다.

 

개인적으로는 단편집은 물론 아직 번역되지 않은 곰브로비치의 <일기>(영역판)까지도 진작에 구해놓은 터라 이 또한 번역되면 더없이 반갑겠다. 동유럽 문학을 강의하면서 밀란 쿤데라와 이스마일 카다레만 포함시켜서 다루곤 했는데, 곰브로비치까지 포함돼야 구색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물론 곰브로비치에 대한 관심은 전적으로 쿤데라에게 빚진 것이긴 하다. 쿤데라의 곰브로비치론도 어디에 있었는지 다시 찾아봐야겠다...

 

15. 06.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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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전집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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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한다. 그해 가을 주인은 떠나 없고 그리움이 몇 개 그릇처럼 아무렇게나 사용될 때 나는 떨리는 손으로 짧은 촛불들을 태우곤 했다. 그렇게 가을도 가고 몇 잎 남은 추억들마저 천천히 힘을 잃어갈 때 친구여, 나는 그때 수천의 마른 포도 이파리가 떠내려가는 놀라운 空中을 만났다. 때가 되면 태양도 스스로의 빛을 아껴두듯이 나 또한 내 지친 정신을 가을 속에서 동그랗게 보호하기 시작했으니 나와 죽음은 서로를 지배하는 각자의 꿈이 되었네. 그러나 나는 끝끝내 포도밭을 떠나지 못했다. (「포도밭 묘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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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에서 나오는 영화감독 인터뷰 시리즈로 피터 커프가 엮은 <캐스린 비글로>(마음산책, 2015)가 출간됐다. "시리즈에서 처음으로 소개하는 여성 감독의 인터뷰집이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그녀의 목소리를 담은 책이다. 한때 개념미술가를 꿈꾸었던 여성이 어떻게 할리우드 영화 산업에 뛰어들게 되었는지, 그 치열한 현장에서 어떤 방식으로 자기만의 미학을 완성했는지 보여준다." 나는 <폭풍 속으로>(1991)의 감독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이후 연출작이 몇 편 더 있다(아주 다작은 아니군). 겸사겸사 이 시리즈의 책들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아직 나오지 않은 책으론 키에슬롭스키나 데이비드 린치, 아키 카우리스마키 등의 인터뷰집도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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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스린 비글로 : 젠더를 넘어서
피터 커프 엮음, 윤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5년 5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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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엔틴 타란티노- 예술미와 현실미의 혼합
쿠엔틴 타란티노 지음, 제럴드 피어리 엮음, 김영준 옮김 / 마음산책 / 2014년 10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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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탠리 큐브릭- 장르의 재발명
스탠리 큐브릭 지음, 진 D. 필립스 엮음, 윤철희 옮김 / 마음산책 / 2014년 7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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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린트 이스트우드- 거장의 숨결
클린트 이스트우드 지음, 로버트 E. 카프시스.캐시 코블렌츠 엮음, 김현우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3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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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한국 시인/소설가 3인이다. 먼저 마종기 시인의 신작 시집이 나왔다. <마흔두 개의 초록>(문학과지성사, 2015). 시집으로는 <하늘의 맨살>(문학과지성사, 2010)에 이어지는 것이니 5년만이다. 그 사이 루시드 폴과 나눈 서신 교환집 <아주 사적인 긴 만남>, <사이의 거리만큼, 그리운>(문학동네, 2015)이 출간됐었다. 시집 소개만 옮기면 이렇다.

 

반세기 가까운 시간 동안 타국에서 의사의 삶을 살며 뼛속 깊이 새긴 외로움과 서러움, 그리고 조국과 모국어에 대한 그리움을 맑고 투명한 시들에 담아온 마종기 시인이 시력 55년을 맞아 새롭게 시집 <마흔두 개의 초록>을 출간했다. <하늘의 맨살>(문학과지성사, 2010) 이후 5년 만에 선보이는 이번 시집은 특히 어머니와 지인들을 떠나보내는 상실의 아픔을 시인 특유의 간절하고 지순한 목소리로 전하는 한편, 수십 년 만에 이룬 국적회복의 감격과 기쁨을 솔직하고 희망찬 시어들에 담고 있다.

절친이면서 늘 같이 떠올려서 그런지 황동규 시인의 신작도 생각난다. <사는 기쁨>(문학과지성사, 2013)이 가장 최근 시집이었으니 1-2년 더 기다려야 할 듯싶다. 돌이켜보면, 55년전만 하더라도 한국 시단의 가장 젊은 시인들이었다! 그랬던 것이다...

 

 

여전히 '시인 김선우'로 기억되는 김선우의 또 다른 장편소설도 출간됐다. '요석 그리고 원효'를 부제로 단 <발원>(민음사, 2015)이다. 그러고 보니 가장 최근에 낸 책도 시집이 아니라 장편소설이었다. <물의 연인들>(민음사, 2012). 무얼 말하고자 한 소설인가.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는 시인이자 날카로운 산문가 그리고 통찰력 있는 소설가이기도 한 작가 김선우의 네 번째 장편소설. 원효와 요석의 사랑 그리고 당시 신라의 사회상과 원효의 사상을 공중제비를 도는 주령구처럼 균형감 있게 다루고 있다. 원효의 일대기는 후대의 필요에 따라 각색되거나 축소, 과장되었고 이 또한 그 수가 많지 않다. 때문에 원효의 삶은 우리에게 피상적 차원에 머물러 있다. 김선우는 시인 특유의 유려한 문장과 드라마틱한 이야기 전개로 역사 속 인물 원효를 우리 곁에 인간 원효로 탈바꿈시킨다. 또한 원효의 그림자처럼 남아 있는 요석 공주 또한 주변부 인물이 아닌, 운명에 맞서는 당당한 여성으로 그려 낸다.

역사소설이라기보다는 역사 판타지라고 해야 할 텐데(우리가 상상하는 신라) 어떤 동기가 원효와 요석 이야기로 작가를 이끌었는지 궁금하다.

 

 

마흔에 접어들었지만 아직은 '젊은 작가' 축에 드는 손홍규의 산문집도 나왔다. <다정한 편견>(교유서가, 2015). 장편소설 <서울>(창비, 2014)이 지난해에 나왔으니 신작 장편이 나올 차례는 아니고, "2008년부터 3년 반 동안 일간지에 연재했던 칼럼 '손홍규의 로그인'을 묶은 산문집"이다. 신형철 평론가의 추천사를 참고한다.

긴 글은 실력으로, 짧은 글은 노력으로 씁니다. 짧은 글에는 실력이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라, 짧은 글에 최선을 다하는 사람이 그만큼 드물다는 뜻입니다. 이제는 남의 것에서도 대충 쓴 것은 알아보겠어서 감히 하는 말이지만, 이 책에 실린 손홍규 형의 글 중에 한두 시간 만에 뚝딱 쓰인 것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순수한 그가 미련할 정도로 최선을 다한 자취들 앞에서 저는 몇 번은 눈물겨웠습니다.

15. 0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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