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란 무엇인가>의 저자로 유명한 E.H. 카의 <러시아 혁명>(이데아, 2017)이 다시 번역돼 나왔다. '러시아혁명 100주년 독점계약 정식 한국어판'이란 소개와 함께. 뒤집어보면, 이전 번역본은 정식계약판이 아니었다는 얘기도 된다. 그러고 보니 나남판은 이미 절판된 상태다.  



카가 쓴 러시아혁명사 내지 소련사는 원래 4권 분량의 방대한 저작으로 <소비에트 러시아의 역사>란 제목을 갖고 있다. 그 축약판이 <러시아혁명: 레닌부터 스탈린까지, 1917-1929>이고 한국어판은 모두 이 축약본을 옮긴 것이다. 나남판이 240쪽 가량인데, 이번에 나온 이데아판이 300여쪽으로 늘어난 것은 아마도 해제 번역까지 포함해서인 듯싶다. 


내가 오래 전에 읽은 건 나남판이었는데, 아무래도 분량이 충분하지 못한 탓인지 별로 인상적이지 않았다. 이번에 해제까지 포함해서 다시 읽게 되면 조금 다른 인상을 받을지도 모르겠다. 여전히 러시아혁명사 관련서로는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책이어서다. 물론 카가 이 책을 쓴 1970년대 이후에 굉장히 많은 사건이 벌어졌고, 또 러시아혁명사만 하더라도 좋은 책이 다수 출간되었다는 점을 고려해야겠다. 



아무려나 이로써 러시아혁명 100주년 관련서 목록이 한 권 더 추가되었다. 카가 머리말에서 사의를 표하고 있는 알렉 노브의 책 <소련경제사>(창비, 1998)도 현재는 절판된 상태인데, 개정판으로 다시 나오거나 적어도 그에 상응하는 책이 새로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


17. 0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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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예술철학자 아서 단토의 주저 가운데 하나인 <미를 욕보이다>(바다출판사, 2017)가 번역돼 나왔다. '미의 역사와 현대예술의 의미'가 부제. 책은 <일상적인 것의 변용>과 <예술의 종말 이후>와 함께 현대예술철학 3부작을 구성한다.

 

"미국의 저명한 예술철학자 아서 단토의 현대예술철학 3부작 중 마지막 권이다. 3부작 중 제1권인 <일상적인 것의 변용>이 현대예술작품의 존재론이고, 제2권 <예술의 종말 이후>가 현대예술철학사라면, 이 책은 현대예술계에서 배척당한 미의 능욕의 역사를 들려준다. 이 책은 예술에 대한 기존의 정의가 모두 무너져내린 ‘예술의 종말’의 시기에 새로운 예술이론, 예술철학을 다시 세우려 시도한 단토의 개인적 고백이자 철학적 모험담이다. 미의 추구와 숭배에서 미의 포기와 경멸로의 극적인 여정을 더듬으며, 단토는 미를 파괴하려는 현대예술의 충동을 건강한 움직임으로 긍정하는 한편, 그럼에도 여전히 ‘미는 행복의 약속’이며 우리의 삶에 필수적인 가치라는 믿음을 견지한다."

 

 

번역은 2013년에 타계한 단토의 유작 <무엇이 예술인가>(은행나무, 2015)를 옮긴 김한영 번역가가 맡았다(나는 이 책에 해제를 붙인 인연이 있다). 개인적으로는 <예술의 종말 이후>를 읽은 이후 '아서 단토의 모든 책'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므로, <미를 욕보이다>도 당연히 필독서에 해당한다(원서를 복사해둔 기억이 있지만 찾지는 못하겠다). 최근에는 가이드북으로 장민한의 <아서 단토>(커뮤니케이션북스, 2017)도 나왔기에 단토의 예술철학이 생소한 분이라면 미리 읽어볼 수 있겠다.

 

안 그래도 엊그제 배송받은 유발 하라리의 <극한의 경험>(옥당, 2017)과 함께 내게는 올 여름 휴가도서다. 휴가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이런 책들을 읽는 시간이 내게는 '휴가'인 것. 그나저나<기사단장 죽이기>까지 읽을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17. 0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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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국외 저자 몇은 따로 다루기로 하고 국내 저자 3인을 골랐다. 먼저 '타자론'을 주제로 한 일련의 철학적 저작을 펴내고 있는 박준상 교수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암점>(문학과지성사, 2017). "분명히 존재하지만 보이지 않으며 언어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그것, 저자는 나와 타자의 공동의 지대를 여는 그 무언가를 암점(暗點)이라는 단어에 응축시켜 탐사해나간다. 더불어 모든 인간 경험의 근원에 있는 이 암점에서 새로운 사유가 태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그리고 극단적인 자본주의화 속에서 혹사당하고 방기된 각기 고립된 ‘나’가 ‘우리’로서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책은 두 권으로 분권돼 있는데, 1권이 '예술에서의 보이지 않는 것', 2권이 '몸의 정치와 문학의 미종말'을 주제로 한다.

 

 

 

저자가 직접 옮기기도 한 블랑쇼적 글쓰기의 한국어적 시도/실천으로도 읽힌다.

 

 

 

라캉주의 정신분석가로 활발한 강연과 저술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백상현 박사도 신작을 펴냈다. 라캉의 <세미나 7> 강해인 <라깡의 인간학>(위고, 2017)이다. "전작 <라캉의 루브르>와 <고독의 매뉴얼>을 통해 라깡과 바디우의 이론적 개념을 삶의 실천과 연결시켜 급진적인 사유의 모험을 감행했던 저자는 이번 저작에서 <세미나 7>을 강해한다. 저자는 <세미나 7>이 라깡이 생각하는 인간관과 세계관 그리고 정신분석의 지식과 역할에 이르기까지 라깡의 사유의 핵심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고 말한다."

 

 

 

<세미나7>은 아직 국내에 번역되어 있지 않다. <세미나 1>과 <세미나 11>, 두 권이 소개된 상황이고, 강응섭 교수의 <자크 라캉의 '세미나' 읽기> 같은 가이드북이 나와 있다. <에크리>가 아직 번역되지 않았지만 <에크리>에 관한 해설서들이 여럿 되는 것처럼 <세미나>의 경우에도 그런 상황이 빚어지는 게 아닌가 싶다.

 

 

 

 

한예종에서 미술이론을 강의하는 양정무 교수의 '난생 처음 한번 공부하는 미술 이술이야기' 시리즈의 3,4권이 나왔다. 지난해에 나온 1,2권이 화제를 모으면서 출간 속도도 더 빨라지지 않았을까 싶다. 쉽게 읽히면서도 수준이 낮지 않다는 게 이 시리즈의 강점이다. 눈을 즐겁게 해주는 편집도 책의 가독성을 한껏 높여준다.

"책의 저자이자 미술사학계의 권위자인 양정무 교수는 한 권의 책 안에 방대한 정보와 다양한 관점을 모두 담아냈다. 꼭 알아야 하는 기초적인 미술 지식은 물론 학계를 선도하는 최신 이론을 소개하고, 유명한 미술작품부터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한국의 미술까지 최대한 다양한 정보와 이론을 담았다. 인기 대중 강연자이기도 한 저자의 강의를 따라가다 보면 이 모든 방대한 지식이 자연스레 이해된다. 독자들은 어느 순간 친절하고 박식한 가이드와 함께 미술의 세계를 여행하는 듯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찾아보니 저자는 <그리스 미술>과 <서양미술사: 조토에서 세잔까지>의 역자이기도 하다. '난.처.한 미술 이야기'의 모토대로, 서양미술사에 처음 입문하는 독자라면 주저 없이 선택할 만하다...

 

17. 0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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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8월 한달간 매주 수요일 저녁에 개포도서관에서 세계문학 강의를 진행한다. '한여름밤, 문학 읽기' 프로그램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 포스터를 참고하시길.

 

 

세계문학에 대한 강의를 제안받고 5강의 커리큘럼은 내가 정했다.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서구 근대문학과 동아시아 근대문학의 형성기의 대표작들을 강의해오고 있어서 자연스레 괴테부터 이광수까지가 되었다. 번역본을 함께 제시하면 아래와 같다.

 

1강 8얼 02일_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2강 8월 09일_ 스탕달, <적과 흑>

 

 

3강 8월 16일_ 도스토예프스키, <죄와 벌>

 

 

 

4강  8월 23일_ 나쓰메 소세키, <산시로>

 

 

5강 8월 30일_ 이광수, <무정>

 

 

17. 07.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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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이주의 고전'을 고른다(생각해보니 그간에 너무 뜸했다). 러시아 작가 이반 부닌의 대표작 <아르세니예프의 생애>(문학동네, 2017)다. 이미 나왔던 책이지만 이번에 세계문학전집판으로 다시 나왔다. 강의에서도 좀더 폼나게 다룰 수 있겠다. 


 

"1933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이자 톨스토이, 악사코프, 고리키의 자전적 3부작과 비견되는 저자의 대표작이다. 특유의 서정적인 문체로 어린 시절과 청년 시절, 명멸하는 기억의 편린들을 과장 없이 그려낸 이 작품은 특별한 사건이나 갈등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전통적 의미의 소설이라기보다는, 과거와 현재를 끊임없이 넘나들며 삶과 사랑, 죽음과 존재에 대해 고찰하는 한 편의 철학적·미학적 에세이에 가깝다. 저자는 쉰 살이 되던 1920년에 ‘내 삶에 대한 책’의 집필을 구상하고 1927년 본격적인 집필에 착수, 1933년에야 완성되어 최초의 완전한 판본이 출간되었다. 서정적이며 시적인 필치와 투명하고 생생한 자연 묘사, 인생의 보편적 요소에 대한 통찰이 잘 어우러진, 저자의 작품세계가 집약된 대표작으로 꼽힌다."

알려진 대로 부닌의 러시아 최초의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다. 하지만 러시아혁명에 반대해 1918년에 망명한 터라 소련에서는 터부시된 작가이기도 하다. 부닌의 작품으론 단편집 <어두운 가로수 길>, <마을>, <수호돌> 등의 작품이 유명하고 한국어로도 번역됐었다(지금은 대개 절판된 상태). 그래도 <아르세니예프의 생애>를 대표작으로 다룰 수 있게 되어 다행스럽다.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비교되기도 하는 이 작품은 한편으론 '예술가 소설'로서 후배 작가 나보코프의 <재능>과도 비교될 만하다. 


 

내년쯤에 러시아 모더니즘 문학에 대한 강의도 진행해보려고 하는데(러시아 포스트모더니즘까지도 고려해봐야겠다),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의 '서플먼트' 정도로 꾸려질 수 있겠다. 세계문학전집으로 나온 작품으로는 베네딕트 예로페예프의 <모스크바발 페투슈키행 열차>(을유문화사, 2010)와 유리 트리포노프의 <노인>(을유문화사, 2017) 등도 포함하면 좋겠다. 물론 더 좋은 건 그 사이에 몇 작품이 더 번역돼 나오는 것이다...


17. 07. 15.

 

 

 

P.S. 소위 '예술가 소설'로서 <아르셰니예프의 생애><재능>과 비교할 수 있는 작품으론 파스테르나크의 <닥터 지바고>와 불가코프의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더 꼽을 수 있다. 두 작품은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에서 다루고 있는데, <닥터 지바고>의 새 번역판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게 아쉽다. 러시아혁명 100주년인 올해에 책이 나오면 좋겠다 싶었는데, 사정을 알아보니 그냥 공산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내가 책에서 인용한 열린책들판은 현재 절판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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