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아메리카노
따뜻한 걸로

궂은 날씨엔 따뜻한 걸로
차가워진 마음을 따로 데울 수 없으니
대리석 같은 마음
살아있는 조각은 살아있는 것 같은
조각이었지 때로는 이백년이
가고 사백년도 지나가네
어떤 자세여야 식은 마음은
쓰러지지 않을까
모든 건 균형인 것일까
피사의 사탑이 쓰러지지 않는 것 같은
모든 건 자세인 걸까
죽어도 죽은 척하고 있는
모든 인연들이라니
깨뜨리고 쪼아서
무언가 만들 수 있을 것 같았던
그때는

궂은 날에는 궂은 생각들이
구두를 적시고 바지를 젖게 해
궂은 날에도 움직이는 조각들은 활보해
알고보면 어딘가에 매달려 있기도 해
등장인물이 필요하지 않아
이 무대에는
철사 두 가닥의 나무로 충분해
어쩌면 지푸라기로도
대리석이 있던 자리라도
자세만
남을 테니까

커피가 식었어
얼음을 더 주문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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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0 23: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0 23: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0 23: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3-20 23: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제트50 2019-03-21 08: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 이탈리아 여운에 푹 잠기신 로쟈님! 요즘 줌파 라히리의 새 소설을 읽고 있습니다. 지금은 문장
만들기에 시동 걸고 있는 듯 한 그녀.
새 언어로 그 정체성을 표현할 때를
기다려봅니다. 쌤에게 이번 이탈리아가 남긴 이미지와 스토리는
언젠가 들려주시겠죠? 책으로^^*

로쟈 2019-03-21 23:50   좋아요 0 | URL
네 쓰면 좋겠는데 여행기도 계속 밀리네요. 독일부터 써야 하고요.^^;
 

중국문학 강의에서 라오서(1899-1966)의 <마씨 부자>(1929)를 읽었다. 라오서는 1924년에 영국으로 건너가 1929년까지 런던대학 동양학부에 재직하는데 이 기간 동안 찰스 디킨스의 영향하에 장편소설 작가로 데뷔한다. 첫 장편이 <장선생의 철학>(1926)이고 <마씨 부자>도 초기작으로 그 연장선상에 놓인다.

세계문학으로서 중국문학을 다루면서 나의 관심사는 중국의 근대장편소설이 어떻게 탄생했느냐인데(루쉰에게서는 공백으로 남아있는 게 장편소설이다), 라오서의 사례는 디킨스 소설에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자연스레 라오서와 디킨스 소설의 비교가 관심주제(찾아보니 이에 대한 연구서가 하나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는 라오서 평전과 함께 초기작들이 번역되어야 한다.

강의중에도 유감을 표했지만 루쉰, 바진과 함께 중국현대문학 3대 작가로 꼽히면서도 라오서의 작품은 대표작 <낙타샹즈>(1936)를 제외하면 거의 소개되지 않았다. <마씨 부자> 외 대표 희곡 <찻집> 정도가 번역된 상태다. 전집이 나온 루쉰과는 비교할 수 없고 바진과 비교해서도 특이하게 보일 정도로 빈약한 수준이다. 소개할 만한 가치가 없다는 뜻인지?

사정이 어떤지 모르겠지먄 문학독자로서 나는 라오서와 디킨스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 중국현대소설뿐 아니라 소설사 일반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쉬운 대로 <런던의 라오서>라는 영어책이 있어서 주문을 해놓긴 했는데 <마씨 부자>보다 앞서 나온 작품들이, 장편 데뷔작만이라도 소개되면 좋겠다. 중국문학 연구자나 번역자들의 관심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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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그런 것이 원래 있었다는 것처럼 '모빌리티인문학 총서'라는 타이틀 하에 여섯 권의 책이 한꺼번에 나왔다. 과문하여 모빌리티라는 말이 학계의 새로운 유행인 줄 미처 알지 못했는데, 사정을 알아보려고 일단 총서의 1,2권만 구입했다. <모빌리티와 인문학>과 <모빌리티 이론>. 문학과 관련한 내용도 있어서 전혀 무관한 쪽은 아니다. 새로운 총서의 일차분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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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빌리티 사유의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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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은 관심분야가 아니지만 ‘신학과 인문학과의 대화‘를 경청할 의사는 있다. 김용규 선생의 신작 <그리스도인은 왜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의 부제가 바로 ‘신학과 인문학과의 대화‘다. 저자의 역저 <신>의 짝이 되는 책.

˝2018년 <신>(IVP)의 출간을 계기로 여러 차례 강연회가 열렸고, 그 강연회에서 초점을 맞춘 신학과 인문학의 관계를 다룬 강연 원고를 담았다. 우리는 니체가 예고한 신의 죽음과 그 이후의 풍경들 속에서 살아간다. 그러한 신의 죽음은 인간의 죽음으로, 신본주의 가치의 몰락은 동시에 인본주의 가치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것을 현실로 체감하는 가운데, 이제 전 지구적 불안과 공포가 일상을 휘몰아친다. 

호모 데우스의 시대 인간의 자리는 어디인지를 묻는 실존의 아우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근대성과 탈근대성의 크고 작은 폭력 속에서 ‘각자도생’의 길을 걷는 우리는 어디에서 길을 찾을 것인가? 이러한 절박한 물음 앞에서 이 책은 기독교 신학과 인문학의 관계를 역사적으로 살피면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한편, 저자의 깊은 숙고와 통찰에 근거한 예언적 외침을 전한다.˝

신본주의 가치의 몰락이 인본주의 가치의 몰락으로 귀결되었다는 진단은 검토가 필요한데(상식적으로는 중세 신본주의 사회가 인본주의 사회였던가를 묻게 된다) 그렇다고 일리가 없는 건 아니다. 구조적으로 신본주의와 인본주의는 동형적이기 때문에 그렇다. 나로선 두 가치의 몰락보다는 극복과 지양이 여전히 화두로 보이는데 저자가 어떤 통찰을 제시하는지 궁금하다.

겸하여 예일대 오픈코스 시리즈로 데일 마틴의 <신약 읽기>(문학동네)도 최근에 나왔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과 마찬가지로 최고 명문대학의 강의를 청강해볼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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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부터 오랜만에 셰익스피어의 희곡들을 강의한다. 그래봐야 <베니스의 상인>부터 <햄릿>, <템페스트>까지 세 편이며 모두 여러 번 강의해본 작품들이다. 그렇더라도 강의 때마다, 강의를 빌미로 새로운 자료나 책을 더 읽어두려고 하는데(물론 매번 실천하지는 못한다) <햄릿>만 하더라도 새로 나온 번역본과 연구서들이 그 읽을거리다.

<햄릿> 번역본으로는 외대출판부의 셰익스피어전집판으로 나온 <햄릿>이 최근판인데 이미 여러 권의 번역과 해설서를 갖고 있는 권오숙 박사의 번역이다. 가장 무난하고 온건한 번역본이 아닌가 싶다. 거기에 더해 백승진 교수의 <셰익스피어의 ‘햄릿‘ 읽기>(세창출판사)는 저자의 논문을 포함하여 <햄릿>에 관한 저명한 논문들을 요약정리하고 있다. 최신 논문들은 아니지만 <햄릿>의 연구경향에 대해서 나름대로 일별할 수 있다.

그리고 김원석 교수의 <러시아 햄릿>(연극과인간)은 러시아에서의 햄릿 수용과 공연을 다룬 책이다. 러시아문학자뿐 아니라 햄릿 공연에 관심을 가진 독자라면 흥미롭게 읽어볼 수 있겠다.

나로선 그밖에도 다수의 책들을 갖고 있지만(저명한 셰익스피어 학자들의 연구서다) 사실 두 시간 강의에서는 작품을 깊게 다룰 수 없다는 핑계로 독서를 계속 미루게 된다. 하기야 한 주에 한 작품만 강의한다면 모를까 9-10권의 책을 다뤄야 하는 형편에서 필요한 시간을 빼내기가 쉽지 않다. ‘그림의 책‘들을 줄여나가는 게 여전히 줄지 않는 숙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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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0 22: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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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3-20 23:2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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