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미국 소설'의 작가(자연스레 위대한 미국 소설가가 된다!) 필립 로스의 작품이 하나 더 번역됐다(계산해보니 전체 29권 가운데 대략 절반이 나온 듯하다). <새버스의 극장>(1995). 바로 앞서 나온 <위대한 미국 소설>(1973)과 마찬가지로 '주커만' 시리즈나 '케페시' 시리즈, '네메시스' 시리즈 혹은 자전적인 '로스' 시리즈에 속하지 않는 '기타 소설'로 분류되는 작품이다. 1995년 전미도서상 수상작. 
















국내 번역된 작품들 가운데 8권을 강의에서 읽은지라 나로선 할만큼 했다고 생각하지만, 욕심을 부리자면 내년에 최소한 이 두 권은 추가적으로 읽어볼 계획이다(미번역 작품을 고려하면 내년에 번역 작품 수도 좀더 늘어날 수 있겠다).


"미국 현대문학의 거장 필립 로스가 <미국의 목가>와 더불어 자신이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밝힌 바 있는 이 소설은 1995년 전미도서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어, 데뷔작 <굿바이, 콜럼버스> 이후 필립 로스에게 두번째 전미도서상 수상의 영예를 안겼고, 이듬해 퓰리처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이 책의 주인공 새버스는 죽음과 생명이 있는 그대로 외설적으로 드러나는 듯한 인물, 평범한 삶을 규정하는 어떤 범주로도 포착할 수 없을 것 같은 인물로, 소설은 새버스가 스스로 죽을 자리와 묻힐 자리를 찾는 과정을 그린다."


<미국의 목가>가 '미국 3부작'(모두 주커만 시리즈에 속한다)의 첫 작품으로서 로스를 당대의 역사가로 자리매김하게 해주었다면, <새버스의 극장> 같은 작품을 통해서 필립 로스는 자신이 "모던 에로티시즘의 훌륭한 역사가"(밀란 쿤데라)라는 사실도 보여주고자 한다. 이미 <포트노이의 불평>(1969)에서부터도 대단한 외설적 입담을 과시한 로스는 아마도 이 분야의 미국 대표 작가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이 분야의 문학상이 따로 있다면 로스가 꽤 노렸음직하다).  
















욕망과 에로티시즘을 다룬 작품으로는 '케페시' 시리즈도 떠올릴 수 있는데, 언젠가 적은 대로 <죽어가는 짐승>의 전작이 되는 <욕망의 교수>(<에로스학 교수>로 번역됐다가 절판됨)와 <유방>도 마저 번역되면 좋겠다. 필립 로스 전작 읽기를 목표로 하거나 기대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절반은 읽고 강의에서 다루는 게 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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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심리학의 고전급 저작으로 캐럴 길리건의 대표적 <다른 목소리로>가 다시 번역돼 나왔다. 페미니즘 이론서의 봇물 속에서 보이지 않아 의아했었는데, 나오긴 나오는구나 싶다. 원저는 1982년작이고(원저도 개정판이 나왔다), 초역본은 1997년에 나왔었다. 제목이 <침묵에서 말하기로>라고 바뀐 건 불만인데, 별개의 책인 것 같은 착시감을 갖게 해서다. '심리학이 놓친 여성의 삶과 목소리'가 부제.
















"하버드대학교 최초의 여성학 교수이자 현재 뉴욕대학교에서 인문학 및 응용 심리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캐럴 길리건은, 1970년대 초 콜버그와 함께 연구 조교로 일하며 그가 옹호하는 이론이 각 목소리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특정 관점이 구성되는 사회구조를 외면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는 여성의 말에 귀 기울여야 한다는 점, 심리 이론과 도덕 이론이 남성의 목소리에만 집중한 결과물이라는 점을 인식하면서 <침묵에서 말하기로>를 썼다. 길리건은 이 책을 통해 프로이트, 에릭슨, 콜버그, 피아제 등 저명한 심리학자들과 그들의 이론이 여성을 지속적으로 배제해왔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직접 여성과 남성의 목소리를 듣고 관찰한 후 ‘돌봄의 윤리’를 여성의 도덕 발달 기준으로 제시한다."
















소개에도 나와 있지만 길리건의 책은 하버드대학의 심리학 교수였던 로런스 콜버그의 도덕성 발달단계론을 겨냥한 책이다(콜버그의 책들은 절판됐군). 단순한 구도로 하자면, 길리건은 남성과 여성의 도덕 기준상의 차이를 '정의의 윤리 vs 돌봄의 윤리'로 제시한다(입센의 <인형의 집> 강의 때마다 길리건의 견해를 소개하곤 한다). 아무튼 빠진 이가 채워진 듯해서 다행스럽다. 
















길리건의 책은 몇 권 더 소개돼 있다. <담대한 목소리>는 <다른 목소리로>의 속편격(으로 읽어달라는) 책이다. <치유>는 심리치료 소설. 그렇더라도 가장 중요한 책은 역시 <다른 목소리로>(<침묵에서 말하기로>)다. 
















덧붙여, 페미니스트 법학 입문서로 <법정에 선 페미니스트>(한울)도 최근에 나온 책이다(책값은 만만찮다). 이론서로는 <젠더란 무엇인가>와 같이 읽어볼 만하다. 젠더이론이나 페미니즘 관련서는 계속 출간되고 있는데, 앤절라 가브스의 <페미니스트, 엄마가 되다>(문학동네)도 눈에 띈다. 통상 모성과 페미니즘은 충돌하는 경우가 많기에 저자의 경험담이 궁금하다. 

















말이 나온 김에, 낙태권은 핵심적인 젠더 이슈 가운데 하나인데, 최근에는 '임신중지'나 '임신중단'이란 표현을 쓴다. 관련한 책들이 몇 권 나와 있어서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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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5 06:2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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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5 10: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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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8 00:5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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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09 00:1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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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나쓰메 소세키를 읽기 위하여

4년 전 페이퍼다. 이번 겨울에 소세키에 대한 강의가 두 차례 있어서 점검차 소환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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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말은 나무들을 꿈꾸게 한다

3년 전의 시 읽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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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오늘도 나는 광야를 달려간다"

15년 전에 쓴 페이퍼다. 아직 30대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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