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즈 사강에 관한 페이퍼를 엊그제 적었는데 좀더 보충한다. 이미 적은 대로 번역본 상황 때문에 강의에서 처음, 뒤늦게 읽게 되었다. 생전에 대단한 명사였지만 문학사에서의 평가는 그보다 훨씬 인색한 편이다(내가 검색한 바로는 국내에 연구논문이 단 한편밖에 없다). 대중작가라는 인상이 더 짙다. 국내의 세계문학전집판에 포함된 작품으로도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민음사) 하나가 유일하다(드라마의 영향으로 베스트셀러가 됐지만).
















강의에서 다루기 위한 일차적 조건은 마땅한 번역본의 존재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한국어 사강은 불운한 편인데, 소설의 경우 범우사와 소담출판사 정도에서 나오다 만 정도다(소담출판사에서 선집 정도는 나오는 듯싶더니 중단되었다).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사강은 장편소설은 21편, 단편소설집 3권을 남겼다(그밖에 희곡과 시나리오, 자전적 에세이가 다수 있다). 번역된 작품 상당수가 절판된 상황에서 눈에 띄는 것만 확인해보니 여섯 권 정도가 다룰 만하다. 물론 한 작품만 읽는다면 대표작 <슬픔이여 안녕>(1954)이지만(이미 적은 대로 아르테판도 번역은 불만스럽다). 
















화제작 <슬픔이여 안녕>에 뒤이어 이듬해 출간한 두번째 소설 <어떤 미소>(1955)도 좋은 평을 받았는데(영어로는 바로 번역되었고 1958년에 나란히 영화화되었다). 두 소설을 고등학교 때 읽었지만 하도 오래 되어 기억에 가물가물했다. 두 작품을 섞어서 기억하는 것 같기도 한데, <어떤 미소>를 다시 읽어봐야 알겠다.

















사강은 50년대에 두 작품을 더 발표하는데, <한달 후, 일년 후>(1957)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1959)가 그것이다(1957년에 큰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그러고는 1960년에 희곡 <스웨덴의 성>을 발표하기에, 소설로는 처음 네 편이 일단락으로 보여진다. 
















60년대 이후작으로는 <마음의 파수꾼>(1968)과 <마음의 푸른 상흔>(1972)까지가 아직 절판되지 않은 책들이다. 

















그밖에 에세이로는 <리틀 블랙 드레스><봉주르 뉴욕><고통과 환희의 순간들> 등이 있다. 한권만 고른다면 <리틀 블랙 드레스>(열화당). <고통과 환희의 순간들>은 절판되었기에.

















역시나 절판된 책들이지만 단편집 <길모퉁이 카페>와 '환각 일기' <중독>도 출간된 책들. 아직 절판되지 않은, 그리고 유일하게 사강에 '관한' 단행본으로는 <사강 탐구하기>가 있다. 평전이라기보다는 밀착취재기 성격의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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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코로나19 여파로 올해는 서평강의를 진행하지 못했는데, 뒤늦게 보완하는 의미에서 비대면 서평강좌를 진행한다. 1월 12일부터 2월 16일까지 6주에 걸쳐서 매주 화요일 오전(10시-12시)에 줌강의로 진행하며 구체적인 일정은 아래와 같다(제시한 3권의 책의 완독이 강의의 일차 목표이다). 유료강의이며 단강 신청도 가능하다(문의 및 신청은 010-2701-0734 이영혜).


로쟈의 비대면 서평강좌


1강 1월 12일_ 슬라보예 지젝, <천하대혼돈>(1)



2강 1월 19일_ 슬라보예 지젝, <천하대혼돈>(2)



3강 1월 26일_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1)



4강 2월 02일_ 마이클 샌델, <공정하다는 착각>(2)



5강 2월 09일_ 빌 설리번,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1)



6강 2월 16일_ 빌 설리번,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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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명 2020-12-29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 이제 사이트 하나 만드시는게 낫지 않을까요

로쟈 2020-12-29 09:29   좋아요 0 | URL
그 정도로 수요가 있지는 않습니다. 서재 방문자도 몇백명 정도에 불과..

poolonly 2020-12-29 10: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강좌 열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신햇님 2020-12-29 14: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흑흑 듣고 싶은데 평일 낮이네요.

가명 2020-12-29 17:14   좋아요 0 | URL
그러네요 로쟈님 그냥 첨삭만 해주는 코스 같은 것도 좋지 않을까요

:Dora 2020-12-29 1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신청할게요 감사합니다!
 

프랑수아즈 사강에 대한 강의준비를 하다가 코코 샤넬까지 검색하게 되었다. 사강의 별칭이 '문학계의 샤넬'이어서다. 실제로 두 사람이 인연이 있었는지는 모르겠다(굳이 찾아보지는 않겠다). 샤넬의 평전도 나와있으니 읽어보면 될 터이다(샤넬이 1883년생이므로 1935년생이 사강과는 나이차가 많이 난다. 할머니뻘). 

















나로선 대표작 <슬픔이여 안녕>(1954)을 거의 34년만에 읽는 것 아닌가 싶다(고3 때 삼중당문고로 읽은 기억이 난다). 이번에 알게 된 것 <슬픔이여 안녕>이라든가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같은 사강의 소설들이 드라마로도 나왔다는 것(제목만 빌리지 않았을까 싶다). 그 여파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같은 경우 갑작스레 베스트셀러가 되었다(이 또한 민음사판이 나오지 않았다면 강의에서 다루기 어려웠다). 


















<슬픔이여 안녕>은 사강의 대표작이면서 시대상도 엿보게 하기에 좀더 일찍 강의에서 다룰 수 있었지만 마땅한 번역본이 없었다. 아르테판의 새 번역본이 나온 게 지난해 가을이다. 그래서 올해 강의 일정에 포함시킬 수 있었던 것이고. 그런데 막상 오랜만에 읽으니 새 번역본도 만족스럽지 않다(번역에 대한 나의 기준은 '완벽성'이 아니다. '인용가능성'이다. 이번 번역은 역자의 자의적인 해석이 너무 강하다). 다른 역자의 번역본이 나오면 좋겠는데(다른 두 종의 번역본을 대조해본 결과다) 저작권 때문에 여의치 않겠다 싶다(저작권의 폐해다. 저작권과 복수 번역은 양립불가능한 것일까?).

















샤넬에 관한 책은 두툼한 평전 두 종이 <코코 샤넬>이란 제목으로 나와있다. 인포그래픽까지. 20세기 프랑스문화사 이해에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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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과학서'로 빌 설리번의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브론스테인)을 고른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저자인데, 책 자체가 저자의 첫 책이다. 인디애나의과대학 미생물학과에서 유전학과 전염병을 연구한다고 소개된다. 필력으로 봐서는 앞으로의 활략이 기대되는 과학 저자다. '유전자, 세균, 그리고 나를 나답게 만드는 특이한 힘들에 관하여'가 부제.
















"영리하고, 유쾌하며, 괄목할 만한 성과를 이룬 인디애나의과대학 빌 설리번 교수는 이 책을 통해 유전학, 미생물학, 심리학, 신경학의 렌즈로 바라보며 실제 현실에서 우리 자신이 우리답게 행동하게 되는 이유를 탐구한다."


가령 <아파야 산다>의 저자 샤론 모알렘은 "당신을 해치는 미생물에서부터 DNA 속 유전자의 속임수까지, 이 책은 인간 생물학에 대한 격정적인 여행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최첨단 과학을 쉽게 풀어낸 이 책은 당신이 원하는 것 이상을 줄 것"이라고 평한다. 




 












유전학자이자 진화생물학자인 모알렘의 책도 여러 권 소개돼 있다. 
















개인적으로는 <나를 나답게 만드는 것들> 덕분에 후성유전학의 개념에 대해 쉽게 이해할 수 있었다. 앞서 소개된 책들을 여럿 갖고 있었지만 두께 때문에 엄두를 못 냈는데, 이번 책이 입문서 역할도 대신해주었다. 













덧붙여, 영국의 과학저술가 가이아 빈스의 신작 <초월>(쌤앤파커스)도 연말의 독서거리.<인류세의 모험>의 후속작으로 인간 종의 역사에 관한 또 하나의 빅히스토리를 제공한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연작이 거둔 대성공 이후 이런 류의 책들이 더 나오고 있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려나 공부를 위해서는 미시사와 거시사를 전진/후행적 독법으로 번갈아가면서 읽을 필요가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그래서 고른 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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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초기 일본인 학자들의 조선사 연구서를 모아놓는다(지금의 일본 한국사학을 대표할 만한 미야지마 히로시와는 물론 구별되어야 한다). 하야시 다이스케의 <조선사>가 번역돼 나와서인데, 경성제대 교수였던 다카하시 도루의 저작은 이미 여러 권 출간돼 있다. 



 












"하야시 다이스케, 우리나라에서 자주 ‘임태보(林泰輔)’로 불리는 이 하야시의 <조선사>. 1892년에 한국역사에 대한 근대적 기술서로서 세상에 알려진 문헌이다. 이 <조선사>는 형식적으로는 그때까지의 구습(舊習)에서 탈피하여 근대적인 역사서술을 시도한 최초의 역사서라고 하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렇지만 그 내용적인 면에 있어서는 한국사, 특히 그 중에서도 한민족의 근간을 이루는 고대사에 대한 당시 일본사학계의 조선관(朝鮮觀)이 거의 그대로 반영되어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하야시의 <조선사>에 의한 식민사관을 계승 발전시켜 1922년부터 만 16년 간에 걸쳐 조선총독부 조선사편수회에서 사료집으로 편찬한 것이 책명도 동일한 <朝鮮史>이다."


소개에 따르면 하야시 다이스케의 <조선사>(1892)는 근대적 역사서이면서 동시에 일제 식민사관의 근간이 된 책이다. 비판적 독서가 필요한 것. 
















조선총독부의 조선사편수회에서 편찬한 <조선사>와 그것이 한국사학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는 연구 저작들이 몇 권 나와 있다. 
















경성제국대학의 교수로 조선어조선문학 전공교수였던 다카하시 도루의 저작 <이조불교>도 <경성제국대학 교수가 쓴 조선시대 불교통사>(민속원)란 제목으로 번역돼 나왔다. 앞서 그의 저작으론 <조선유학사>와 '조선 이야기집'으로서 <조선의 모노가타리> 등이 번역됐었다. 말 그대로 조선문학과 역사에 관해 두루 관심을 가진 학자였던 것. 


지난해가 3.1운동 100주년이었던 걸 감안하면 먼 과거의 역사만도 아니다. 식민지 시대의 역사를 반추해보는 의미에서라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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