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정리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핑계는 이제 '향수'어린 핑계가 될 듯하다. 책에 대한 '정보'를 읽고 처리할 시간조차 부족한 요즘이기 때문이다. 독서의 대가들은 뭔가 다른 꼼수들을 갖고 있을 듯하지만, 현재 내가 취한 방식으로는 그렇다. 아침에 우편물함에 계간 <창작과비평>(겨울호)가 와 있는 걸 들고 왔는데, 생각해보면 지난 가을호에 실려있던 글꼭지들 중에서 몇 편이나 읽었는지 스스로 궁금하다. 그나마 책에 대한 궁리와 독서량이 남들 수준은 된다고 자임하는 처지에서도 그러하다. 이 '엔드게임'에 무슨 꼼수가 있는 것일까? 

 

 

 

 

여하튼 급수가 낮은 나로선 하던 방식대로 그날그날의 정보들을 처리하는 수밖에 없겠다. 최근에 나온 <근대를 다시 읽는다>(역사비평사, 2006)의 책임편집을 맡은 윤해동 교수와의 인터뷰 기사를 읽어보는 것이 오늘의 한 가지 일과이다. 편자는 이 주제와 관련한 여러 공저들을 낸 바 있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식민지의 회색지대>(역사비평사, 2003) 정도이다. 책을 읽은 건 아니지만 당시에 화제가 되었던 책이었기에 여러 건의 리뷰들을 읽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전에 퍼슨웹이 기획했던 인터뷰북 <인텔리겐차>(푸른역사, 2002)에서 '윤해동 편'을 읽은 기억이 있으니까 초면은 아닌 셈이다.

여하튼 새로 나온 책은 올초에 출간되어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던 <해방전후사의 재인식>에 대한 '진보학계'의 본격적인 반론이란 성격을 갖는다고. 이미 <해방전후사의 인식>도 부랴부랴 재출간되기도 했었던 만큼 2006년 역사학계의 풍경은 이 배다른 3부작(?) 시리즈로 다 정리될 듯하다. 이 <다시 읽는다>가 <인식>과 <재인식>에 대한 변증법적 지양인지, 혹은 '제3의 길'인지 옆자리에선 가늠하기 어렵다. 그래서 페이퍼의 제목은 그냥 '근대에 대한 인식과 재인식 사이'라고만 해두었다. 거기서 어떤 게 비져나오는 건지는 다 읽어보신 분들이 정리해주면 좋겠다.    

경향신문(06. 11. 23)  낡은 근대에 대한 젊은 비판 ‘근대…’ 책임편자 윤해동교수

지난 2월 ‘해방 전후사의 인식’(이하 ‘인식’)을 비판하는 ‘해방 전후사의 재인식’(이하 ‘재인식’)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듣고 윤해동 성균관대 동아시아학술원 연구교수(47)는 “처음에는 ‘이제야 나와야 할 것이 나왔다’며 기대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는 “책장을 펼치는 순간 기대는 큰 실망으로 바뀌었다”고 했다.

 

 

 



“‘인식’은 암울했던 1980년대에 그 나름의 소명은 다했습니다. 다만 거기에 태반을 둔 사람들이 자기 변신을 잘못한 측면이 크죠. 그런 점에서 ‘재인식’은 중요한 시도였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못했다고 봅니다.”

현실사회주의가 몰락하고 신자유주의가 맹위를 떨치며 디지털 혁명으로 사람 간 소통양식이 바뀌는 현실에서 ‘인식’류의 민족주의·민중주의는 재인식될 필요가 있지만 그 방향이 ‘대한민국 중심주의’ ‘애국주의’ 나아가 냉전논리로의 회귀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래서 나오게 된 것이 ‘근대를 다시 읽는다 1·2’(역사비평사)이다. 윤교수는 이 책의 책임 편저를 맡았다.

윤교수는 “이제는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할 ‘근대’라는 틀을 오히려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점에서 ‘재인식’이 한국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명백히 파괴적”이라고 했다. 그러면 다시 읽어야 할 ‘근대’란 무엇인가. 윤교수는 “오늘날 우리가 발 딛고 있는 새로운 시간의 지평에서 ‘민족’의 ‘역사’를 다시 바라봐야 한다”고 했다. ‘민족’과 ‘국가’라는 틀에서 좀더 자유로워져 상상력을 발휘해 보자는 것이다.

근대는 해방과 억압의 양면성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그것은 억압이 된다. 서양과 일본의 근대는 강한 국민국가를 만들어 냈지만 그 과정은 식민지 건설 없이는 불가능했다. 식민지는 지정학적 의미뿐만 아니라 삶의 일상으로 확장된다. 이주자, 여성, 장애인, 어린이 등 다양한 소수자는 ‘국가’와 ‘민족’이라는 근대의 표상을 이루는 과정에서 지금도 ‘우리 안의 식민지’로 남아 있다. 그런 점에서 편자들은 “모든 근대는 기본적으로 식민지적”이라고 말한다.

학교 조회’를 비롯한 수많은 학교 규율은 ‘교육칙어’를 낭독하던 일본 근대교육의 학교 규율을 본뜬 것이다. 이제 교육칙어는 없어졌지만 본질적으로는 별로 바뀌지 않은 학교 규율이 끈질긴 생명력을 유지되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일까. 한국전쟁 때 남편을 잃은 이른바 ‘전쟁 미망인’들이 만악의 근원처럼 지탄 받았던 전후 그늘은 ‘분단체제론’을 주장하는 ‘우리민족끼리’주의자들도 별로 눈여겨 봐주지 못하는 부분이다.

‘친일청산’ 문제도 짚지 않을 수 없다. 윤교수는 식민지 시대를 보는 ‘지배와 저항’이라는 이분법을 버려야 한다고 꾸준히 주장해 왔다. 지배와 저항 사이에 ‘협력’ ‘자치’와 같은 중간항들을 봐야 비로소 식민지 시기가 온전히 보인다는 것이다. 이번 책의 공동편자들은 ‘친일’ 대신 ‘협력’이라는 표현을 쓴다. 윤교수는 최근 펴낸 ‘지배와 자치’(역사비평)에서 식민지시대 농촌의 자치구조를 입체적으로 분석한 바 있다.

“‘협력도 사상이다’. 역사학계에서 보면 아주 파격적인 소제목이죠. 이제는 일제 협력자가 윤리적 타락분자라거나 도덕적 단죄의 대상이라기보다 제국주의 지배 하에서 잘 허용되지 않는 좁은 공간에서 나름대로 자치와 협력을 모색한 것으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대 국사학과 출신인 윤교수는 스스로를 한국사 학계의 ‘이단자’로 칭한다. “저 같은 70년대 학번들은 학계에서는 ‘이단적인’ 얘기로 비치는 포스트모던 얘기를 잘 안하는 편입니다. 그러다보니 이번 편집진들 중에 제가 최연장자가 돼버렸고 좌장 비슷한 역할을 맡았습니다.”

윤교수가 후배 소장학자들과 함께 엮은 이 책의 편집 방식은 공교롭게도 ‘재인식’과 닮아 있다. 6명의 편자들이 90년대 이후 쓰여진 글들을 엮어 서문을 쓰는 식이었다. “‘재인식’이란 이름을 단 책이 이미 나와서 한국 사회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상황에서 더 지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재인식’ 편저자에 한국사 전공자가 없었던 것과 달리 이번 작업에는 윤교수 외에도 황병주 국사편찬위원회 연구원, 이용기 역사문제연구소 연구원 등 한국사 전공자들이 참여했다. 이외에도 다수 국문학자들과 인류학자, 사회학자들의 글이 논의를 풍성하게 했다.(손제민 기자)

06. 11. 23.


댓글(7) 먼댓글(0) 좋아요(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06-11-23 11:21   좋아요 0 | URL
님이 올리신 글 하루에 한 꼭지 정도 읽고 있습니다. 특히 번역 관련 글은 일반 독자에게 많은 도움이 됩니다. 님이 올리신 자료만 인쇄해서 볼 수 있는 방법을 부탁드립니다. 그냥 인쇄를 누르니, 옆 부분이 잘리는군요.

로쟈 2006-11-23 11:35   좋아요 0 | URL
저라고 꼼수가 있는 건 아니구요, 가로인쇄를 하면 보기엔 뭐하지만 안 잘리게 인쇄할 수는 있습니다. 알라딘에서 좀더 편리한 인쇄 서비스를 제공해주면 좋겠지만...

마늘빵 2006-11-23 11:37   좋아요 0 | URL
아 이것도 관심있는 주제인데. 제가 관심 갖는 분야에 대해 로쟈님이 잘 정리해주셔서 매번 잘 보고 갑니다. 언제나 '지금의 할 일' 때문에 막연히 이런 주제들에 대해 후에 더 자세히 알아보자, 읽어보자라고 미루지만요.

기인 2006-11-23 11:46   좋아요 0 | URL
퍼갑니다. ^^ 오랜만에 윤해동 선생님 뵈니 반갑네요. ㅎ

로쟈 2006-11-23 12:20   좋아요 0 | URL
아프락사스님/ 관심사가 비슷하다면 같은 동네에 사는가 봅니다.^^
기인님/ 발도 넓으시네요.^^

드팀전 2006-11-25 08:08   좋아요 0 | URL
책이 두껍네요..요즘은 진득하게 책보기가 힘들어져서 두꺼우면 겁이나요.

로쟈 2006-11-25 13:52   좋아요 0 | URL
드팀전님/ 먼저 축하부터 드려야겠네요! 그게 보기엔 겁나지만 꽂아두기엔 좋죠.^^
 

어제 아침신문에서 팔레스타인의 여성작가 사하르 칼리파와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문학비평가 에드워드 사이드의 명성은 익히 잘 알려진 것이지만, 팔레스타인 작가, 더 나아가 '여성작가'에 대해서 별반 아는 바도 들어본 바도 없기에 주목해서 읽게 되었고, 더불어 옮겨놓을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이번에 알게 된 것이지만, 사하르 칼리파의 책은 다행히도 국내에 번역/소개돼 있다. <가시선인장>(한국외대출판부, 2005)이 그것으로 팔레스타인/아랍 문학 전문가인 송경숙의 교수의 번역이다. 더불어 알게 된 것이지만, 같은 팔레스타인 작가로 갓산 파나카니의 작품들과 그 연구서까지 출간돼 있다. 적어도 맛보기는 되지 않을까 한다.

한국일보(06. 11. 22) 사하르 칼리파 "절망에 저항하는게 지금의 희망"

"팔레스타인 여성들은 이중의 지배를 받고 있습니다. 남성과 이스라엘, 모두로부터요. 그러니 여성 해방과 팔레스타인 해방을 동시에 모색해야 하는 게 제 글쓰기의 운명인 셈이죠.”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여성 작가 사하르 칼리파(65)가 처음으로 내한했다. 민족문학작가회의(대표 정희성)가 ‘고통의 기억과 새로운 희망의 연대: 아시아, 아프리카 문학’을 주제로 21~29일 개최하는 ‘제13회 세계 작가와의 대화’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서다.

1941년 요르단강 서안의 나불루스에서 1남8녀의 다섯 번째 딸로 태어난 그는 아랍 전통에 따라 어린 나이에 강제결혼을 하면서 아랍 여성의 부조리한 인간조건을 온몸으로 겪었다. 그러나 13년에 걸친 도박중독자와의 비참하고 불행한 결혼생활은 그에게 구원으로서의 글쓰기라는 결실 또한 맺게 해주었다. 처절한 투쟁 끝에 이혼한 후 두 딸과 함께 미국으로 건너간 그는 1998년 아이오와 대학에서 여성학 및 미국 문학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고, 이후 나불루스와 가자 지역의 여성문제 연구소에서 일하며 여성 운동과 소설 쓰기에 전념하고 있다.

“팔레스타인은 지금 절망적인 상황입니다. 여성들은 더더욱 그렇고요. 일부 여성들에겐 고등교육과 사회참여의 기회가 주어지지만 대다수 여성들은 극심한 가난과 질병에 시달리며 기본적인 교육조차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여성들이 절망으로 인해 이슬람 근본주의에 빠져드는 것입니다. 근본주의가 그들을 해방시켜 줄 것이라고 믿는 거죠.”

<가시 선인장>(1976), <해바라기>(1980), <유산>(1997) 등의 소설을 통해 민족해방 투쟁과 여성문제를 동시에 조명해온 사하르 칼리파는 ‘아랍 여성들을 망치는 독’이라는 비난에 시달리며 무슬림과 좌파 작가들의 공격을 동시에 받기도 했다(그녀의 작품들은 주로 독일어권에 번역돼 있는 것 같다).

“민주주의와 의료보장제도, 교육의 기회 보장 등은 인간 권리의 문제입니다. 저는 그것을 동서(東西)의 문제로 보지 않습니다. 그 가치들의 근원이 어디든 상관하지 않아요. 팔레스타인이 나아질 수만 있다면 이스라엘에서 온 것이라도 상관없습니다.”

국내에도 소개된 <가시 선인장>(송경숙 옮김, 한국외국어대 출판부)은 1967년 6월 전쟁에서 아랍의 패전으로 인해 이스라엘의 점령 아래 놓이게 된 1970년대초의 나불루스를 배경으로 삼아 이스라엘 점령이 팔레스타인 사회에 가져온 구조적 변화와 그 변화에 대응하는 인물들의 다양한 사회의식과 행동유형을 보여주고 있다.

 

 

 

 

팔레스타인의 해방을 위해 글을 쓰고 있는 그이지만, 해방에 대한 전망을 묻자 표정이 어두워졌다. “모든 사람이 좌절을 얘기합니다. 저 역시 낭만적 의미에서의 희망은 믿지 않아요. 우리가 아무리 현명하고 유능해도 거대한 미국과 싸워 이길 순 없으니까요. 하지만 이 절망적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도록 하는 것, 저항하도록, 변화하도록 만드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절망적이지만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하게 하는 것 말입니다.”

“나비처럼 팔랑거리며 자유롭게 길거리를 오가는 한국의 젊은 여성들을 보며 너무 행복하고 부러웠다”는 그는 21일 연세대에서 ‘아시아 여성문학 심포지엄’을 가진 데 이어 22일 원광대에서 ‘팔레스타인 작가 초청 문학 강연’을 한 후 23일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간다.

06. 11. 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국 '반골' 영화의 대부 로버트 알트만 감독이 세상을 엊그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최근에 읽은 영화잡지에서 그의 신작 <프레리 홈 컴패니언>이 극장에 걸려있다는 소식까지 접했는데, 비록 적지 않은 나이이긴 하나 그의 죽음은 갑작스럽다. 더불어, 몇 가지 상념들을 떠올리게 한다. 그의 부고기사와 함께 그의 영화와 관련된 개인적인 '인연' 몇 가지를 적어둔다.  

한겨레(06. 11. 23) 미 독립영화계 거장 알트만 감독 별세

20일(현지시각) 미국 독립영화계의 거장 로버트 알트만 감독이 81살을 일기로 50년간의 영화 인생을 마감했다. 알트만 감독의 영화제작사인 ‘샌드캐슬 5 프로덕션스’는 알트만이 이날 로스앤젤레스의 세드라스 시나이 메디컬센터에서 암으로 인한 합병증으로 숨졌다고 발표했다. 한평생 비주류 영화를 만들었던 그는 작품상·감독상을 포함해 다섯 차례 아카데미상 후보에 올랐으나 한 차례도 수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2006년 아카데미 공로상을 받았다.

1925년 2월20일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유복한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21살 때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다. 이곳에서 잠시 배우로 활동하다 50년 다시 고향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16mm영화를 제작해, 55년까지 60여 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55년 만든 첫 극영화 ‘탈선자들’이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눈에 띄어 히치콕의 TV시리즈인 ‘앨프리드 히치콕 제공’의 몇몇 에피소드를 감독했다.



그는 1970년 한국 주둔 미 육군 야전병원을 무대로 삼은 블랙코미디 영화 ‘매쉬 (M.A.S.H)’로 작품성과 흥행성 두 마리를 잡는 데 성공한다(*이 블랙코미디가 알트만의 초기 대표작이라고 한다. 이전에 자료화면을 보니까 한국전을 배경으로 하고는 있지만 베트남 복장을 한 사람들이 등장하는 탓에 우리에겐 다른 의미로 코믹한 영화이겠다).

그 뒤 ‘매케이브와 밀러 부인(1971)’, ‘내슈빌'(1975) 등 헐리우드의 기존 문법과 다른 영화들로 명성을 얻으며 마틴 스콜세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 등과 함께 70년대의 헐리우드에 새바람을 일으켰다. 예술영화 전성시대가 끝나자, 알트만은 80년대 대부분을 16mm 영화를 찍거나 파리에 거주하면서 케이블 TV용 영화를 만들면서 보내다 92년 헐리우드를 풍자한 ‘플레이어’로 돌아왔다.(박현정 기자)

경향신문(06. 11. 23) 美 인디영화 거장 로버트 알트만 별세

미국 인디영화계의 대부 로버트 알트만 감독이 20일(현지시간) 세상을 떠났다. 향년 81세. 알트만의 영화제작사인 샌드캐슬5 프로덕션스는 21일 알트만이 로스앤젤레스 자택에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사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알트만이 10년전 심장이식수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와 관련된 질병으로 추정된다.



캔자스시티에서 태어난 알트만은 1970년대 미국 영화계의 총아였다. 이 시기는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마틴 스코세이지 등이 한꺼번에 등장해 이전 세대에서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영화를 쏟아낸 때였다. 알트만은 한국전쟁을 풍자적으로 다룬 ‘매쉬’(70), 뒤틀린 뮤지컬 영화 ‘내슈빌’(75) 등으로 기존 할리우드와는 완전히 다른 문법의 영화를 선보였다.


 

 

 


그러나 타협을 모르는 알트만에게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의 블록버스터가 득세했던 80년대는 시련의 시기였다. 이후 알트만은 할리우드의 상업적인 제작환경을 풍자한 ‘플레이어’(92)로 화려한 재기를 알렸고(*내가 극장에서 제일 처음 본 알트만의 영화도 팀 로빈스 주연의 <플레이어>였다), ‘숏 컷’(93) ‘고스포드 파크’(2001) 등의 걸작을 공개하며 여전한 창조력을 과시했다.

알트만은 수많은 배우들이 나와 중첩된 내러티브를 이끌며 자연스러운 즉흥연기를 보여주는 이른바 ‘알트만 스타일’의 영화를 창조했다. 감독 이름이 하나의 스타일로 불리는 건 앨프리드 히치콕 같은 공인된 거장에게나 가능한 일이다(*그러한 알트만 스타일의 최고 걸작이 <숏컷>이다).



알트만은 영원한 반골이었다. 그는 “펄럭이는 미국 국기를 보면 농담 같다고 느낀다” “텔레비전이 예술매체라 믿는 건 미친 짓이다. 그건 광고 매체다”라고 말했다. 은퇴 계획에 대해 “은퇴라구? 죽음 말인가?”라고 말하던 알트만은 사망 당시에도 내년 2월 촬영할 신작을 준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제 그 신작의 시사회는 지상이 아닌 천상에서 열릴 듯하다).(백승찬 기자)

06. 11. 22-23.

P.S. 내가 본 알트만의 영화들은 주로 <플레이어> 이후 국내에 소개된 영화들이다. 그 중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건 <숏컷>(1993)과 <패션쇼>(1994)이다(<패션쇼>의 원제는 <프레타포르테>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영화가 같은 시기에 개봉됐었다는 사실인데, 나는 두 영화를 같은 날 연이어 본 기억이 있다.

 

두 영화 모두 종로쪽에서 상영했었고 나는 그날 알트만의 걸작과 졸작을 동시에 보았다고 일기에 적었다. 그게 나만의 판단은 아니어서 일반적으로 <숏컷>이 그의 최고의 작품으로 꼽히는 반면에(이미지는 <숏컷>의 제니퍼 제이슨 리) <패션쇼>는 최악의 작품으로 거명된다(게다가 <패션쇼>는 마지막 장면(누드 패션쇼)에서 화면 가리개까지 둥둥 떠다녔는지라 불쾌한 감상을 안 가질 수 없었다. 나는 러시아에서야 이 영화의 노컷판을 구했다). 

모두 33편의 장편 극영화 필모그라피 가운데(위키피디아에 따르면 전체 필모그라피는 39편에 이른다), <플레이어>(1992) 이후에 알트만이 찍은 영화는 모두 10편이고 그 중에서 나는 5편을 보았다. 아직 국내에 개봉되지 않은 듯한 <컴퍼니>는 러시아에서 본 영화이다. 어쨌거나 이젠 그의 영화들 모두가 '회고전'의 대상이 되어 버렸다. 그의 필모그라피를 거꾸로 되짚어가며 <제임스 딘 스토리>(1957)에까지 이르는 '로버트 알트만 스토리'의 여정을 감행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시도이겠다 싶다(소개되지 않은 영화가 너무 많지만 여하튼 내년은 장편으로만 치자면 데뷔 50주년이 되는 해이기도 하다!). 가끔씩 드는 생각이지만, 인생은 한 사람을 추억/기념하는 일만으로도 너무 짧다!..

1. 프래리 홈 컴패니언 (A Prairie Home Companion, 2006)

2. 더 컴퍼니 (The Company, 2003)

3. 고스포드 파크 (Gosford Park, 2001)

4. 닥터 T (Dr. T And The Women, 2000)

5. 쿠키의 행운 (Cookie's Fortune, 1999)

6. 진저브레드 맨 (The Gingerbread Man, 1998)

7. 캔사스 시티 (Kansas City, 1996)

8. 패션쇼 (Prêt-à-Porter, 1994)

9. 숏컷 (Short Cuts, 1993)

10. 플레이어 (The Player, 1992)

.

.

.

33. 제임스 딘 스토리 (The James Dean Story, 1957)

P.S.2. 잘 알려진 것이지만 알트만의 <숏컷>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소설들을 묶어서 영화화한 것이다. 참고가 될 만한 자료(씨네21, 05. 03. 22)를 옮겨놓는다.

단편집 <너무나 많은 물이 집가까이에> <여자들에게 우리가 간다고 말해줘> <이웃사람> <목욕> 등 9편 레이먼드 카버 지음
영화 <숏컷> 로버트 알트먼 감독

레이먼드 카버의 소설에선 별다른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 친구와 잠깐 드라이브를 하고, 언제나처럼 낚시 여행을 떠나고, 이웃에 사는 부부와 저녁을 먹을 뿐이다. 그런데도 파국은 천연덕스럽게 찾아온다. 작은 실수, 미세한 틈새를 노리고 있었다는 듯이 들이닥쳐 사막처럼 막막해진 인생을 뒤로하고 떠나버린다. 로버트 알트먼은 때로는 몇 시간에 불과한 드라마를 담고 있는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들을 비행기 안에서 읽고 ‘레이먼드 카버 영화’를 만들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플레이어>의 성공 덕분에 알크먼은 아홉개의 단편을 골라내어 가늘지만 탄탄한 실로 꿰매었다.

 

 

 

 

<숏컷>에서 비교적 드라마틱한 에피소드는 <너무나 많은 물이 집가까이에>에 바탕을 둔 것이다. 클레어는 남편 스튜어트와 세 친구가 산속 계곡으로 낚시 여행을 갔다가 알몸으로 물속에 버려진 젊은 여자의 시체를 발견했다는 사실을 듣는다. 그들은 자동차가 있는 곳까지 돌아가려면 너무 멀고 여행 첫날이라는 핑계를 들어 시체를 곁에 둔 채 낚시를 한다. 그 물로 그릇을 씻고 커피를 끓인다. 가슴속에서 무언가 무너져내린 클레어는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가장 감상적인 에피소드는 <목욕>. 스코티는 여덟 살이 되는 생일에 교통사고를 당한다. 아무렇지도 않게 털고 일어난 스코티는 그날 오후 혼수상태에 빠지고 깨어나지 못한 채 죽고 만다. 그 사이 주문받은 생일케이크를 완성한 제빵사는 집요하게 스코티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케이크를 찾아가라고 독촉한다. 알트먼은 아홉 단위로 이루어진 인물들을 서로의 에피소드에 스쳐가게 만들거나 서로 관계를 맺어주었다. 카버의 소설을 그대로 영상으로 옮긴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좀더 감정이 많고 좀더 설명이 많다. 카버처럼 망연하게 내버려두진 않는다. 그럼에도 황무지를 돌아보는 듯한 느낌이 그대로 살아 있는 건 알트먼이 카버와는 다른 방식으로 카버의 정수에 다가갔기 때문일 것이다.

P.S.3. 알트만에 관한 책으론 올해 나온 <알트만이 말하는 알트만(Altman on Altman)>(Faber & Faber, 2006)과 <로버트 알트만 인터뷰(Robert Altman: Interviews)>(University Press of Mississippi, 2000) 등이 있다. 두껍지 않은 책들이기에 소개될 만하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6-11-23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트만 감독은 처음 뵙는 분입니다.
로쟈님 덕분에 견문을 넓힙니다. 고맙습니다. 로쟈님.


로쟈 2006-11-23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별말씀을. 알트만은 영화를 좋아하신다면 놓칠 수 없는 감독 중의 한 사람입니다...

어부 2006-11-23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타깝네요.. 전 <내쉬빌>을 그의 스타일의 최고로 꼽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스트우드보다는 오래 버텨주길 바랬는데..-_ㅜ

로쟈 2006-11-23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본 알트만은 사실 몇 편 되지 않습니다. 거기에 걸작과 졸작이 같이 들어 있다는 것 정도로 위안을 삼는 편이죠...

로쟈 2006-11-23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TV시리즈로도 있다는 건 알았지만 모두 알트만이 찍은 줄 알았습니다). 앞으로 종종 코멘트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제 서재가 좀 '조용한' 편이어서 말이 없는 제가 꽤나 떠드는 사람으로 오해를 사고 있거든요.^^ 좀 진정이 되시면 알트만에 관한 '뒷얘기'도 나누어주시길...
 

조정래 선생의 신작 <오, 하느님>이 계간 <문학동네> 겨울호에 발표되었다. 이미 지난주 한겨레의 북리뷰에서 이 작품에 대한 개략적인 소개를 읽을 수 있었는데, 언젠가 TV에서 본 '노르망디의 한국인 포로'를 소재로 한 소설. 한 전쟁사가가 발굴한 사진 속의 이 '한국인'은 일본군에 징집되어 소련군의 포로가 되었다가 2차대전시 동부전선에서 다시 독일군의 포로가 되어 노르망디 전선에 배치되었다가 또다시 연합군의 포로가 된 기구하고도 파란만장한 삶을 산 것으로 추정된다. 20세기 한 약소국의 국민이 겪어야 했던 신산한 삶을 웅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인데, TV프로에서는 끝내 그 신원을 확인할 수 없어서 안타까웠다.

 

 

 

 

공동체적 삶과 그 운명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옅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최근의 문학경향을 거스르고 있는 이 경장편 분량의 소설은 이번에 전재된 것이 아니어서 내년 봄호에 나머지 절반 분량이 마저 게재된다. 아직 소설을 읽어보지 않았지만 관련기사와 사진들을 옮겨놓는다. 이 참에 2차 세계대전에 관한 책들을 훑어보았는데 생각보다 훨씬 적은 책들이 나와 있다(최근에야 나온 책들도 많다). 하긴, 악마들조차도 '전쟁'보다는 '프라다'에 더 관심이 있는 게 우리 시대이니까... 

경향신문(06. 11. 17) '오 하느님’ 조정래 “강대국 만행 알리고 싶었다”

소설가 조정래씨(64)가 지난 6월 장편소설 ‘인간연습’(실천문학사)을 출간한 지 5개월 만에 다시 경장편 ‘오 하느님’(원고지 630장 분량)의 전반부를 계간 ‘문학동네’ 겨울호에 발표했다. 하루 8시간씩 원고지 30장 분량의 소설을 쓰는 것이 평생 몸에 밴 까닭이다. 강제전향을 당한 장기수의 희망찾기를 소재로 한 ‘인간연습’을 내면서 “이제 분단문제를 끝내고 인간문제를 탐구하겠다”고 했던 그는 새 작품에서 무대를 전세계로 넓혔다.

이번 작품은 지난해 SBS TV를 통해 방영된 한국 젊은이들의 인생이 소재가 됐다. 미국의 역사학자 스티븐 엠브로스의 저서 ‘1944년 6월6월 디데이’에 따르면 1944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유타해안에서 나치 군복을 입은 채 미 공수부대에 체포된 4명의 젊은이는 바로 한국인이었다. 이들은 일본군으로 징집됐다가 1939년 만주국경분쟁시 소련군에 붙잡혀 적군에 편입됐다. 그러나 다시 독일군 포로가 되어 대서양 방어선을 건설하는 데 강제투입됐다. 노르망디 상륙작전때 이들은 다시 미군의 포로가 됐다.

조씨의 소설 속 인물들은 미군 포로가 된 것까지는 실화와 비슷한데 미국에서 소련으로 송환된 이후 총살당한다. 스탈린이 1천만명을 숙청할 당시 5백만명이 돌아온 포로였다는 역사적 사실에 근거해 그린 것이다.

“우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연합군이라면 무조건 선한 존재로 믿고 있지요. 그러나 돌아온 포로를 죽인 그들이 옥쇄를 강요한 일본군과 무엇이 다릅니까. 이 소설에서는 강대국이 약소국에 어떤 일을 저질렀는지를 보여주고자 했습니다.” 그는 “자신이 한국사람이라는 의식을 갖고 소설을 읽어나가면 마음이 아플 것”이라며 “주인공의 삶이 기가 막히고 통렬해 소설을 쓰면서 마음으로 많이 울었다”고 했다.

“강대국이 인류 공동의 선으로 자유와 평등을 내세우지만 그것은 아름다운 이상일 뿐 실현하려는 노력은 하지 않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약소국 사람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이 비극을 어떻게 극복해 나갈 것인가 하는 고민을 작가로서 하지 않을 수 없지요.”

그는 한국이 아직도 ‘당연히’ 약소국이라고 한다. 우리의 운명이 주변 4강에 휘둘리는 형편이므로 통일이 될 때만 거기서 조금 벗어날 수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 대처할 방법은 열린 민족주의밖에 없다. “요즘은 민족주의하면 무조건 배척하는 경향이 있는데 소련이나 일본의 침략적 민족주의와 우리 같은 약소국의 수세적 민족주의는 다르다”고 말한다. “북한은 핵을 폐기해야 하고 남한은 평화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자세를 견지해야 합니다. 특히 북한과 미국·일본이 대화하는 동안 우리는 중간자로서 양쪽 입장을 견제하는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하구요.”

그의 작품계획은 통일 이후를 내다보고 있다. 남북 양쪽에서 자신의 이익에 따라 우상화 또는 폄하해온 여운형, 이현상, 홍명희, 김일성 등 해방공간 인물들의 공과를 객관적으로 밝힌 글을 쓰겠다고 한다. 발표는 유고 형식을 빌리더라도 통일 이후로 미룰 계획이다. 또 내년부터 2년동안 손자 세대를 위한 50권짜리 전기·전래동화 전집을 낼 계획이다.(한윤정·기자)

한겨레(06. 11. 17) ‘오, 하느님’ 또하나의 인간에 대한 탐구

여기 한 장의 사진이 있다. 1944년 프랑스 노르망디의 유타 해안에서 찍었다는 흑백사진이다. 독일(?) 군복을 입은 앳된 얼굴의 아시아인이 미군에게 포로로 잡혀 조사를 받는 듯한 모습이다. 사진에 딸린 영문 설명은 이러하다: “이 사람은 일본군으로 징집됐다. 1939년 만주 국경 분쟁시 소련군에 붙잡혀 적군에 편입됐다. 그는 다시 독일군 포로가 되어 대서양 방어선을 건설하는 데 강제 투입되었다. 노르망디 상륙작전 때 다시 미군의 포로가 됐다. 붙잡혔을 당시 아무도 그가 사용하는 언어를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는 한국인으로 밝혀졌으며 미 정보부대에 자신의 기구한 운명에 대해 이야기했다.”

인터넷에 떠 있는 이 사진의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정확하지 않다. 어떤 사이트에는 그가 신의주 출신의 ‘양경종’이라는 인물이며 전쟁이 끝난 뒤 영국 포로수용소에서 석방되어 미국으로 이민했고 미국에서 평탄하게 살다가 세상을 떠났다고 소개되어 있지만, 사실 여부는 확인하기 어렵다. 미국의 역사학자 스티븐 엠브로스의 저서 <1944년 6월 6일 D-DAY>에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에서 미군의 포로가 된 네 명의 한국 출신 독일 병사들이 언급되어 있다. 지난해 한 방송사에서 이들의 이야기를 추적해 보았으나 정확한 신원을 확인하지는 못했다(*스티븐 엠브로스의 책으론 공저한 <만약에1>(세종연구원, 2003)이 유일한 듯싶다).

소설가 조정래(63)씨가 계간 <문학동네> 겨울호에 전반부를 발표한 경장편 ‘오, 하느님’은 바로 이 사진 속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은 작품이다. 소설 속에서 주인공 신길만은 스무 살 꽃다운 나이에 일본군에 징집되어 관동군 고바야시 부대의 일원으로서 국경 전투에 투입된다. 그는 다른 조선인 동료들과 함께 포로가 되어 소련으로 끌려가며, 그곳에서 소련군에 편입되어 모스크바 사수를 위한 대독 전선에 투입된다. 거기서 다시 독일군의 포로가 된 신길만은 노르망디 해안에서 미군의 포로가 되며, 다시 소련 땅으로 후송되었다가 결국 총살당하고 만다.

‘오, 하느님’은 전체가 원고지 630여 장쯤 되는 소설이며 <문학동네> 겨울호에는 우선 앞부분 절반 정도가 실렸다. 소설은 이 잡지 봄호에 뒷부분이 마저 발표된 다음 단행본으로 출간될 예정이다. 겨울호 분재분은 신길만이 소련군에 편입되어 독일군에 맞서 전투를 벌이다가 포로로 잡히는 부분까지다. 소설의 시간적 배경은 조씨의 대하소설 삼부작 가운데 일제 강점기를 다룬 <아리랑>의 뒷부분과 겹친다. 작가는 “<아리랑>을 쓰기 위한 취재가 이번 소설 집필에 큰 도움이 되었다”고 말했다.

‘오, 하느님’은 적은 분량임에도 스케일은 큰 소설이다. 무대부터가 몽골과 소련, 프랑스 등으로 다국적이다. 대초원의 전투 장면과 다국적 군대의 묘사는 이전의 한국 소설에서 보기 힘들었던 규모를 자랑한다. 자연 묘사 역시 웅장하다. 가령 이러하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눈보라와 땅에서 솟는 눈보라가 뒤엉킬 때면 그 광경은 정신을 차릴 수 없게 혼몽스러웠다. 그 어지럽고 숨가쁜 뒤엉킴은 마치 소련군과 독일군의 살기가 뒤엉켜 사생결단 난투극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하얗게 눈 덮인 대지는 피로 붉게 물들었다. 그 위에 다시 눈이 내려 덮였다. 그러나 다음날이면 눈은 또 붉게 물들었다. 마치 하늘과 인간이 거대한 화폭의 추상화를 그리고 지우는 다툼을 벌이고 있는 것 같았다.”



작가 조씨는 “소수의 강대국이 다수의 약소국민들을 괴롭힌 것이 지난 역사였다”면서 “그런 부당한 역사가 21세기에도 반복되는 것은 아닐까”라고 말했다.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등 대하소설 삼부작 이후 한동안 침묵하던 조씨는 지난 6월 현실사회주의 몰락의 원인을 탐색한 한 권짜리 소설 <인간 연습>을 내놓았다. ‘오, 하느님’을 연재하며 쓴 ‘작가의 말’에서 그는 “언제 어느 때나 문학은 인간에 대한 탐구다”라고 밝혔다.(최재봉 문학전문기자)

06. 11. 22.

 

 

 

 

P.S. N님이 귀뜀해주신바, 엠브로스/앰브로스의 책으론 <만약에> 외에도 <대륙횡단철도>,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이 더 번역/소개돼 있다. 더불어, 전쟁사의 세계적인 권위자 존 키건의 책들을 참조해볼 수 있겠다. 그의 <2차 세계대전>(청어람미디어, 2007)이 최근에 출간됐다.

07.01. 07.


댓글(1)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쟈 2006-11-23 09:15   좋아요 0 | URL
**님/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학교에 와서 메일을 확인하기 위해 컴퓨터를 켜니 '책읽는 다음'의 메인으로 ''책벌레' 요한슨 밤늦게까지 책 읽는다'란 기사가 뜬다. 그 요한슨이란 스칼렛 요한슨(1984- )을 말하는데, 이름을 기억하는 건 순전히 우디 알렌의 영화 <매치포인트> 때문이다(이전에 <매치포인트>에  대해서는 <달콤 살벌한 연인>과 함께 '영화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인용하는 방식'이란 칼럼을 인용해놓은 적도 있다). 그리고 그 영화를 보아서가 아니라 아지 못 보았기 때문이다. 동네 '영화마을'은 '마을'이란 이름이 멋쩍게도 이 영화를 구비해놓고 있지 않다.

 

 

 

 

필모그라피를 찾아보니까 요한슨은 <매치 포인트> 외에도 여러 영화에 출연한 바 있으며(그 중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는 나도 본 영화이다!) <판타스틱 소녀백서> 같은 건 챙겨보고 싶지만, '한 미모' 하는 배우인 줄은 몰랐다. 그런 그녀가 요즘 읽는 책이 <죄와 벌>을 비롯하여 트루먼 카포티와 로알드 달 등이라고 한다.

 
 
 
 
 
 
 
 
별거 아닌 기사이긴 하지만, 요한슨을 좋아하는 관객/독자들이 최소한 <죄와 벌> 정도는 읽어줘야 한다는 뜻에서 옮겨놓는다. 우리식으로 하면 '최강희도 읽는다' 정도가 될까?
 
마이데일리(06. 11. 22) '스칼렛 요한슨은 책벌레!'  
 
 


최근 새영화 '블랙 달리아'(Black Dahlia)에 출연한 스칼렛 요한슨(21)은 독서에 새 취미를 붙였다. 스칼렛은 고전문학 읽는 걸 아주 좋아하지만, 사람들이 그녀를 너무 지적으로 보는게 두려워 내색은 잘 하지 않는다고 한다.(*<블랙 달리아>(2006)는 브라이언 드 팔마와 함께 찍은 영화이다. 연기자로서도 그녀는 최고의 주가를 달리는 듯하다)
 

하지만 영국의 생활정보사이트 피메일퍼스트에 따르면, 스칼렛은 "얘기 꺼내면 사람들이 나를 지적인체 하는 양 볼까봐 짜증이 난다"면서 "하지만 난 방금 '죄와 벌'을 읽은 참"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또 "난 밤 늦게까지 책을 읽는다. 트루먼 캐포트의 '티파니에서 아침을'과 '인 콜드 블러드'도 아주 좋아하는 소설"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고전 뿐 아니라 최근에 '찰리와 쵸콜렛공장'과 같은 아동소설도 읽었다고 자랑했다.(*<죄와 벌>은 <매치포인트>를 찍을 때 읽었어야 하는 책인데, '방금'이란 게 언제를 말하는 것인가?) 
 


한편 스칼렛은 '선배 우마 서먼이 가장 완벽한 몸을 가진 배우라고 생각한다"고. 그 자신 날씬한 S곡선 몸매를 자랑하고 있는 스칼렛은 최근 무조건 마른 여자만 좋아하는 할리우드의 추세를 맹비난했지만, '킬빌'에서 우마 서먼을 보고 '정말 놀랍고 압도당할 만한 몸매'라고 부러워했다.

'책도 읽고, 몸매도 잘 가꾸고싶다'는 그녀는 결론적으로 재색겸비의 스타가 되고싶다는 야망. 더욱이 스칼렛은 최근 "백악관에서 내가 분명히 할 일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며 장차 미국 여자대통령의 될 꿈까지 키우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이게 '진지하게' 덧붙인 얘기인지는 의문이지만, 그렇다고 '귀추'가 주목될 건 또 무언가?).(이경호 기자)
 
06. 11. 22.
 
 
P.S. 요한슨의 이미지들을 훑어봤지만 '지적'으로 보일까봐 두려워한다는 게 사실인 듯하다('요한슨'과 '책'을 같이 검색할 경우 유일하게 뜨는 건 '달력'이다). 그나마 찾은 게 영화 <매치포인트>의 스틸컷이다. 왜 지적인가? 담배를 손에 꼬나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어떤가, 책도 안 읽고 몸매도 잘 가꾸지 않는 것보다야 훨씬 낫지 않은가?..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비로그인 2006-11-22 15:27   좋아요 0 | URL
오.. 진행중이시군요. 로쟈님
제 취향은 아니지만 요한슨은 매력적인 배우입니다.
찾아보면 재색을 겸비한 배우들이 있지요.
금상첨화! 하하


마늘빵 2006-11-22 15:57   좋아요 0 | URL
오홋. 의외의 이미지.

비로그인 2006-11-22 16:55   좋아요 0 | URL
완결하셨군요. 로쟈님
담배를 들고있어 지적이라? 음..


로쟈 2006-11-22 17:22   좋아요 0 | URL
담배는 일종의 (코드화된) 기호이지요...

마노아 2006-11-23 15:30   좋아요 0 | URL
전 처음에 그녀의 나이를 보고서 놀랐어요. 이렇게 어리다니..했죠^^;;

로쟈 2006-11-24 20:55   좋아요 0 | URL
우리 나이와는 좀 다르니까 신체연령은 24-5살 정도로 봐야 하지 않을까요. 뭐, 그래도 젊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