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밤이면 토요일자 신문들의 북리뷰가 온라인에 올라오기 때문에 이곳저곳 기웃거리게 되는데, 다행히(?) 이번주에는 이미 소개한 책들 외에 눈길이 가는 책이 따로 없다. 헤겔의 <자연철학>, <법철학>, 그리고 셸링의 <초월적 관념론 체계> 등은 당장에 읽을 일이 없을 듯하여 나중에 기회가 되면 다뤄볼 예정이다. 지금 당장은 구입한 책과 대출한 책 들이나 얼른 '처리'를 해야할 형편이다(요즘은 도서관에서 대출해놓은 책들만 해도 50권이 된다). 밀린 일 몇 가지만 해치우고서. 그 중 하나는 데이비드 스토브의 <다윈의 동화>(영림카디널, 2008)에 대한 리뷰를 옮겨놓는 것이다. 책이 나온 건 두 주쯤 됐고 내가 책을 눈에 띄자 마자 '비종교인의 진화론 비판'이란 특이성 때문에 구입해놓은 지도 그 정도 됐지만 그간에 마땅한 리뷰를 읽어보지 못했다. 아래 리뷰는 우연찮게도 며칠전 도서관에서 원서를 대출해온 날 읽은 것이다. 옮겨놓고 몇 마디 보탠다.

한겨레21(08. 04. 24) 진화론, 인간에 대한 명예훼손

“유기체의 모든 개체군에서는 언제나 변이가 존재했다. 이들 중 몇몇은 유전되고 그것의 소유자에게 유익하다. 그리고 먹이 공급에 대한 압력이 존재한다. 이것이 생존을 위한 동종 간의 지속적인 경쟁을 낳는다. 이 경쟁에서 경쟁자에 비해 유전적인 장점을 지니고 있는 유기체들이 자연적으로 선택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서 선호되는 변이가 새로운 종이 되어 나타날 것이다.”

아시다시피다. 찰스 다윈이 <종의 기원>에서 설파한 ‘진화론’의 정수다. 신심 깊은 독자들에겐 죄송한 얘기지만, 바야흐로 21세기다. 종교인들 중에도 성서 창세기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이 드물지 않다. 오스트레일리아 출신 철학자 데이비드 스토브가 쓴 <다윈의 동화>(신재일 옮김·영림카디널 펴냄)에 눈길이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1927년생인 저자가 1994년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야 탈고했다는 이 책은 ‘과학’이란 외피를 두른 진화론, 그 ‘당연함’에 대한 비판적 에세이 11편을 묶은 사색의 기록이다. 스토브는 책 첫 문장부터 의도적인 ‘도발’을 감행한다. “이 책은 진화론을 반박하는 책이다. 내 목표는 다윈주의가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 적어도 ‘우리 인간’에게는 진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뒤늦게 ‘계몽의 시대’를 살아내느라 허덕이고 있다. ‘털 없는 유인원’이란 조소와 ‘이기적 유전자’라는 비난에도 아랑곳없이 ‘다윈주의자’를 자처한다. <다윈의 동화>는 이런 ‘지적 무기력’을 겨냥한 ‘우상 파괴’ 시도다. 창조론자의 억지가 아니냐고? ‘신앙고백’이라도 하듯 그는 서둘러 이렇게 썼다.

“나는 창조론자가 아니며, 기독교도는 더더욱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언급해야겠다. 사실 내게는 종교가 없다. 내가 속한 종이 육지 포유동물에 속한다는 것은 진화론자들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아주 명백해 보인다. 그리고 우리 종이 다른 동물로부터 진화해왔다는 사실 역시 진화론자들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아주 그럴듯해 보인다.”

스토브는 자연선택이 ‘과거의 종에서 새로운 종이 생겨나게 하는 주된 원인’이라는 다윈의 주장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자연선택이 ‘현재’ 인간에게서 ‘진행 중’임을 부인한다. 그리고 자연선택이 과거의 인간에게서 일어났었다는 것도 부인한다. 그가 내세운 ‘비판의 무기’는 딱히 특별할 게 없다. 진화론이 옳다면 모든 종이 생존을 위해 무자비한 경쟁을 계속할 수밖에 없는데, 이타적인 행동을 곧잘 하는 인간의 삶은 그렇지 않다는 게 “너무나도 명백하다”는 게다. 무엇보다 스토브는 인간을 “토끼나 파리, 대구나 소나무”처럼 취급하는 것에 분노한다. “유전자라고 알려진 이기적인 분자를 보존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프로그램된 로봇 운반수단”이라는 식의 주장은 그에게 ‘인간에 대한 우스꽝스런 명예훼손’일 뿐이다.

“18세기 후반 프랑스 계몽주의의 독창적이고 전형적인 생각”이었던 초기 진화론은 자연스레 왕정 폐지와 공화주의란 ‘혁명적’인 사상과 맞물렸다. 이 때문에 다윈은 “진화론이 지니고 있는 ‘무신앙’과 ‘혁명’이라는 원초적인 모체에서 진화론을 떼어놓기 위해” 고민했다고 스토브는 지적한다. 어떻게? “<종의 기원>에서 가장 흥미로운 종인 인간의 기원에 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아주 철저하고도 묘한 방법을 통해서”였다.

그럼에도 진화론은 “본질적으로 계몽주의의 지적 무기고에 들어 있는 요소”였다. ‘진화의 실마리’를 푼 논리를 제공해준 게 반계몽주의의 화신이었던 토머스 맬서스였다는 점은 그래서 지독한 역설이다. 스토브는 “인구는 주로 식량 획득의 어려움 때문에 제한된다는 맬서스(그리고 다윈)의 생각이 옮은 것이라면 영국은 아주 오래전에 귀족들의 국가가 되었을 것”이라고 지적한 ‘최초의 아나키스트’ 윌리엄 고드윈의 말에 손뼉 친다.

‘적자생존’을 지나치게 강조한 진화론자들이 자연스레 우생학으로 흘러간 역사에 대한 ‘경계’도 빼놓을 수 없다. “피임은 불가피하고 필연적인 생존경쟁을 억누르는 위협 중 하나”로 인식했던 다윈이 남긴 유산일 게다. 생의 황혼길에 ‘인간’이라는 ‘종’에 천착한 철학자의 치열함이 흐뭇하다. 그러니 이 책은 ‘한 인본주의자의 인간예찬론’으로 읽으면 족하겠다. ‘우리 시대의 에라스무스’라고나 할까.(정인환기자)

08. 04. 25.

P.S. 저자의 특이한 포지션은 종교인이나 지적 설계론자가 아니면서 다윈주의 진화론을 반박한다는 것인데, 어지간한 저자라면 그냥 지나쳤겠지만 데이비드 흄 전문가라는 저자의 철학자로서의 이력이 만만찮다. 게다가 마틴 가드너나 하비 맨스필드 같은 저명인사들이 추천사를 쓰고 있기에(서문은 로저 킴볼이 썼다) '이게 뭔가' 싶어서라도 책은 들춰보게 된다. 그리고 저자 서문 정도는 읽어봐야겠지.

그럴 계산으로 도서관에서 대출한 원서는 1995년판이다. 저자가 원고를 마무리하고 세상을 떠난 그 이듬해에 나온 것인데, 따져보면 저자 스토브 교수는 책의 출간을 못 본 게 아닌가 싶다. 이 95년판에는 저자 서문만이 붙어 있고 Avebury출판사의 철학 시리즈 중 한권으로 나온 것이어서 표지도 밋밋하다. 국역본은 95년판이 아닌 2006년판을 옮긴 것이고 킴볼의 서문은 이 책에만 붙어 있다. 여기서는 스토브의 서문만 읽어본다.

"이 책은 진화론을 반박하는 책이다. 다윈의 진화론과 다윈의 19세기 제자들은 물론이고 윌리엄스나 해밀턴과 같은 20세기의 영향력 있는 다윈주의자와 그 제자들 모두를 비판하는 책이다."

여기서 '윌리엄스'는 <적응과 자연선택>(1966)의 저자 '조지 윌리엄스'를 말하고, '해밀턴'은  '붉은 여왕' 이론의 대표적인 이론가 '윌리엄 해밀턴'을 가리킨다. 둘다 도킨스의 책에서 자주 거명되는 20세기 최고의 진화생물학자들이다. 스토브는 이 책에서 이들을 상대해주겠다는 것. 참고로 '붉은 여왕 이론'에 대한 설명을 과학평론가 이인식씨의 칼럼에서 옮겨놓는다. 

붉은 여왕 이론은 루이스 캐롤의 ‘거울 속의 세계’(1871)에 나오는 여왕의 이름에서 따온 명칭이다. 붉은 여왕은 앨리스 소녀의 손을 끌어당기며 빠른 속도로 내달린다. 그러나 그들이 제아무리 빨리 달릴지라도 항상 같은 장소에 머물게 된다. 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앨리스에게 붉은 여왕은 “네가 같은 곳에 머물려면 지금처럼 전력을 다해서 달려야 한다. 그러나 만일 다른 곳으로 가기를 원한다면, 너는 적어도 지금보다 두배는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안된다”라고 말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생물이 기생생물과 싸울 때 무성생식으로 태어난 개체는 모두 동일하므로 만일 한 개체를 파괴할 수 있는 기생생물이 출현한다면 순식간에 다른 개체를 모두 정복할 수 있을 테지만, 유성생식으로 태어난 개체는 모두 다르기 때문에 한개의 열쇠로 모든 자물쇠를 열 수 없는 것처럼 기생생물이 다양한 개체를 효율적으로 공략할 수 없다. 요컨대 성은 모든 세대에 걸쳐 개체가 질병을 일으키는 기생생물의 공격을 방어하는 수단으로 개발한 전략무기이다. 대표적인 이론가는 영국의 윌리엄 해밀턴이다.(이인식, '성은 왜 존재하는가')

 

 

 

 

그렇다면 조지 윌리엄스와 윌리엄 해밀턴, 그리고 이들의 제자인 리처드 도킨스 같은 대표적인 진화생물학자들을 비판하고자 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내 목표는 다윈주의가 진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데 있다. 적어도 '우리 인간'에게는 진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다윈주의가 해면동물이나 뱀, 파리, 또는 다른 종의 경우엔 진리라고 할지라도, 또는 아주 진리에 가깝다고 할지라도 나는 개의치 않는다. 내가 관심을 갖는 것은 다윈주의가 인간에게 마치 진리인 것처럼 인식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서 '관심을 갖는다'고 옮긴 동사는 'mind'이다. '내가 불편하게 생각하는 것은'이라고 옮길 수 있겠다. 그러니까 스토브의 주장은 진화론이 다른 종의 생물들에겐 진리일지 모르지만 인간에겐 아니라는 것. 왜? 인간은 '동물'이 아니니까?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늘 말해왔듯이 나는 '창조론자'가 아니며 기독교도는 더더욱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언급해야겠다. 사실 내게는 종교가 없다. 내가 속한 종이 육지 포유동물에 속한다는 것은 진화론자들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아주 명백해 보인다. 그리고 우리 종이 다른 동물로부터 진화해 왔다는 사실 역시 진화론자들과 마찬가지로 내게도 아주 그럴듯해 보인다. 나는 자연선택이 과거의 종에서 새로운 종이 생겨나게 하는 주된 원인이라는 것을 부인하지 않는다. 다만 자연선택이 '현재' 인간에게서 '진행중'임을 부인한다."

사실 진화는 장구한 '진화론적 시간'에 걸쳐서 일어나는 것인지라 '현재 진행중'이라는 사실이 감지될 수 없고 따라서 스토브의 주장에 일리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의 입장은 자신이 확증할 수 없는 일에 대해서 신뢰할 수 없다는 것처럼 보인다. 거기에 "하지만 나는 어떻게 인간이 현재의 인간으로 나타나게 되었는지, 또는 어떤 조상으로부터 진화해 왔는지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 다루지 않을 것이다."라고 그는 못박고 있다. 그가 진화론 대신에 다른 어떤 이론을 제안하려는 게 결코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단지 그는 진화론이 '현재에 우리 종에 대해 잘못 그려준 초상화에 바보처럼 속지 않'겠다는 결심을 다질 따름이다(그러니까 대안을 내세울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이건 아니잖아!'가 그의 포지션이다). 그리고 유의할 대목.

"내가 진화론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갖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여기서 밝혀야겠다. 나는 생물학자가 아니라 철학자이다. 다만 우연히 40여 년 동안 진화론 문헌들을 접하며 인간에 대한 우스꽝스런 명예훼손에 강한 반감을 지녀왔다. 물론 이것이 인간에 대한 진화론적 견해를 비판할 수 있는 이상적인 자격증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진화론은 현재 명확한 과학의 한 분야이다. 그래서 이방인이 그것을 비판하면 자격이 없다는 소리를 듣게 마련이다." 

진화론을 비판하려는 자신의 '자격' 문제를 거론하고 있는 대목인데, 유의해야 한다고 한 건 강조한 문장들의 국역본 번역이 거꾸로 돼 있기 때문이다. 스트보가 말하고 있는 건 국역본대로라면 (1)나는 진화론 전문가가 아니다. 생물학자가 아니라 철학자니까. (2)다만 오랜동안 진화론 문헌들을 읽으며 반감을 가져왔다. (3)진화론은 명확한 과학의 한 분야다. (4)따라서 이방인(문외한)의 비판은 자격에 대한 시비를 듣게 된다, 가 될 터인데, 이건 '자멸적인' 논리 아닌가? "나는 진화론을 비판하지만 생물학의 문외한이다. 통상 문외한은 비판의 자격이 없다."라는 얘기니까.

그럴 리는 없는 노릇이고 원문은 이렇다: "But on the other hand, Darwinism is not yet so arcane  a branch of science that criticism of it by an outsider can be automatically assumed to be incompetent." 다시 옮기면,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다윈주의는 문외한의 비판이 곧장 자격미달로 간주될 만큼 비밀스런 과학의 한 갈래가 아직 아니다." 그의 주장은 진화론(다윈주의)이 아직 전문화되고 성역화된 과학으로서의 권위를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문외한이더라도 시비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점이 모두 11편의 '에세이'를 담고 있는 이 책 <다윈의 동화>의 기본 전제이자 출발점이다. 

일견 별로 가망이 없어 보이는 '시도'이긴 한데, 한편으론 그가 어디까지 가는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다. 게다가 명예훼손이란 '사실 혹은 허위사실로 당사자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일'에 모두 적용된다고 하니까, 설사 진화론이 진리라 하더라도 명예훼손죄는 피하지 못하겠다. 해서 "진화론은 유죄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9)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qualia 2008-04-26 02:34   좋아요 0 | URL

매우 유익하고 알찬 핵심 논평, 정말 잘 읽었습니다. 과학적 논점이나 철학적 쟁점에 대해 “문외한(outsider)”이더라도, 얼마든지 시비를 제기할 수 있다는 얘기가 새삼 새로운 의미로 다가오는군요.

만약 이런 이방인 비판이 가능하지 않거나, 외부 비판을 금기시하는 풍토라면, 진화론에서 말하는 근친혼이나 근친교배 · 근친상간의 폐해를 가져올 위험이 매우 높으리라 생각합니다. 문외한적 비판에 관한 자격 문제를 언급하는 데이비드 스토브(David Stove) 역시 분명 이런 맥락의 함축을 고려했을 것이라고 봅니다.

그렇다면, 데이비드 스토브가 『다윈의 동화 Darwinian Fairytales』에서 깔고 있는 “문외한적인 다윈주의 비판”의 기본전제이자 출발점은, 오히려 역설적으로, 진화론의 과학적 논리를 옹호하는 것으로 낙착되는 것 같습니다.

결국, 인간에 대한 다윈주의적 견해를 비판하고자 했던 데이비드 스토브의 비판 논리는 역으로 다윈주의의 유효성을 더 강화하는 것이 아닐까요? 진화론 비판이든 옹호든 결국은 모두 진화론의 과학적 타당성을 강화하고 입증하는 데 어떻게든 기여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다음 말도 가능할 듯합니다.

“진화론은 인간에 대한 증언이다.”




로쟈 2008-04-26 09:02   좋아요 0 | URL
"결국, 인간에 대한 다윈주의적 견해를 비판하고자 했던 데이비드 스토브의 비판 논리는 역으로 다윈주의의 유효성을 더 강화하는 것이 아닐까요?" 결국 그런 것인지는 마저 읽어봐야 알겠습니다.^^

kimdan 2008-04-26 01:51   좋아요 0 | URL
"Darwinism is not yet so arcane a branch of science that criticism of it by an outsider can be automatically assumed to be incompetent." 이 문장 굉장히 (생물학도로서) 불편하네요. ㅠㅠㅠ 그렇다고 로쟈님의 서재에서 진화론은 이러이러하다라고 일방적인 강의(!)를 할 수는 없으니 그냥 이 정도에서 마치겠습니다. 하하.

로쟈 2008-04-26 09:01   좋아요 0 | URL
스토브의 입장은 진화론이 아직 엄밀한 과학은 아니라는 것 같은데, 논란의 여지가 있는 주장입니다(생물학자들은 코웃음칠 만한). 대신에 제가 동의할 수 있는 건 진화론이 '명예훼손'이라는 주장입니다. kimdan님도 '불편한' 책을 한번 읽어보시는 게 좋겠습니다. 공부에는 적들이 친구들보다 유익하니까요.^^

노이에자이트 2008-04-27 01:46   좋아요 0 | URL
보수적인 창조론 찬성자들이 적자생존론을 사회이론으로는 맞다고 여기고 기묘하게 동맹한 사실이 있는 걸 볼 때 인간의 조상론만 빼놓으면 근본주의자들도 다윈을 표절했다고 봐도 되지 않을까요.그것도 아전인수격으로...

로쟈 2008-04-27 18:45   좋아요 0 | URL
스토브는 창조론자는 아닙니다. 그 점이 다른 보수주의자들과의 차별점이라고 헐까요...

노이에자이트 2008-04-28 00:40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맘에 들어요.

로쟈 2008-04-28 09:49   좋아요 0 | URL
^^
 

최근 라캉과 영화를 다룬 책 두 권이 출간됐다. 토드 맥고완 등이 편집한 <라캉과 영화이론>(인간사랑, 2008)과 <라캉과 한국영화>(도서출판b, 2008)가 그 두 권의 책이다(<라캉과 한국영화>는 알라딘에 아직 이미지가 뜨지 않는다). 모두 지젝의 영향하에 있지만 '원맨쇼'에서 벗어나 조금 더 다채로운 읽을 거리들을 만나볼 수 있다. 겸사겸사 같이 읽을 만한 책들의 리스트를 만들어둔다...


1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라캉과 영화 이론
토드 맥고완. 실라 컨클 외 지음 / 인간사랑 / 2008년 4월
17,000원 → 16,150원(5%할인) / 마일리지 490원(3% 적립)
2008년 04월 25일에 저장
품절
Lacan and Contemporary Film (Paperback)
Todd McGowan / Other Pr Llc / 2004년 2월
51,450원 → 41,160원(20%할인) / 마일리지 2,06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8년 04월 25일에 저장

The Real Gaze: Film Theory After Lacan (Paperback)
Todd McGowan / State Univ of New York Pr / 2008년 1월
64,220원 → 52,660원(18%할인) / 마일리지 2,64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8년 04월 25일에 저장

라캉과 한국영화
김소연 엮음 / 비(도서출판b) / 2008년 4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0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8년 04월 25일에 저장



1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수유 2008-04-26 12:43   좋아요 0 | URL
라깡과 한국영화는 서점에도 안보이던데요..<라깡과 영화이론>은 들고 왔지요..찬바람에 감기가 심해졌지만 쌩까고 광화문을 배회하는 맛이 있었던 날에..

로쟈 2008-04-26 14:40   좋아요 0 | URL
어제 좍 깔려 있던데요...

수유 2008-04-26 15:33   좋아요 0 | URL
^^ 제가 하루 빨랐군요~.~
 

막간에 어제 읽은 한겨레21의 칼럼을 옮겨놓는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이 읽은 시집 <배꼽> 얘기다. 보다 구체적으론 '이것이 날개다'란 시 얘기다. 한 장애인의 죽음을 소재로 한 시인데, 평론가와 마찬가지로 나도 이런 소재의 시를 좋아하지 않지만 시인의 (의도하지 않은?) 반어법은 기억해둘 만하다. "좋겠다, 죽어서…"

한겨레21(08.04. 24) 좋겠다, 죽어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 4월11일부터 시행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속으로 놀랐다. 이런 법이 여태 없었단 말인가. 실은 놀랄 자격도 없는 것이다. 언제 관심이나 있었던가. 나는 장애인이 아니다.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그저 가끔, 내가 갑자기 장애인이 되어도 그녀는 나를 사랑할까, 하는 철없는 생각이나 해본다. 드문 일이지만, 장애인들의 일상을 TV로 엿보면서 훌쩍거리기도 한다. 알량한 눈물이다. 그들의 삶이 아파서 흘리는 동정의 눈물은 내가 ‘정상’임을 안도하는 감사의 눈물과 은밀하게 뒤섞인다. 최근에 읽은 시 한 편 때문에 이런 서론이 필요했다.

문인수 시인의 다섯 번째 시집 <배꼽>(창비·2008)이 출간됐다. 1945년 출생, 1985년 등단. 등단도 늦었는데 무명의 시간도 길었다. 시인의 이름이 문단에 회자되기 시작한 게 불과 몇 년 안 된다. 그 몇 년 동안 이 시인은 어느 한 대목에서는 꼭 한 번 낮은 한숨을 쉬게 만드는 시들을 써냈다. 그 시들이 이번 시집에 고스란히 묶였다. 내키는 대로 아무 데나 펼쳐 읽다가 ‘이것이 날개다’라는 제목의 시에 걸려 넘어지고 말았다. 시를 읽는데, 기습처럼 눈물이 고여들어, 그 눈물이 잦아들 때까지 가만히 도사려야 했다. 문태준의 ‘가재미’ 이후 처음이었다.

“뇌성마비 중증 지체·언어장애인 마흔두살 라정식씨가 죽었다./ 자원봉사자 비장애인 그녀가 병원 영안실로 달려갔다./ 조문객이라곤 휠체어를 타고 온 망자의 남녀 친구들 여남은 명뿐이다./ 이들의 평균수명은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 턱없이 짧다./ 마침, 같은 처지들끼리 감사의 기도를 끝내고/ 점심식사 중이다./ 떠먹여주는 사람 없으니 밥알이며 반찬, 국물이며 건더기가 온데 흩어지고 쏟아져 아수라장, 난장판이다.” 첫째 연이다. “그 무슨 배려라도 해주는 것인 양”을 제외한다면(이 구절, 참 야속하고 절묘하다) 죄다 덤덤한 진술로만 돼 있다. 시인이 이런 식으로 시치미 떼면 읽는 쪽이 외려 조마조마해진다.

“그녀는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이정은씨가 그녀를 보고 한껏 반기며 물었다./ #@%, 0%?$&*%ㅒ#@!$#*? (선생님, 저 죽을 때도 와주실 거죠?)/ 그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왈칵, 울음보를 터뜨렸다./ $#?&@\?%, *&#… (정식이 오빤 좋겠다, 죽어서…)” 둘째 연이다. 빈소의 아수라장 앞에서 자원봉사자 그녀의 마음이 이미 위태위태한데, 장애인 이정은씨가 힘겹게 말을 밀어내자 그녀는 끝내 운다. “좋겠다, 죽어서…” 아, 뭔가를 무너뜨리는 말이다. 뭔가를 쑤셔박는 말이다. 이 구절에서 아득했다. 너무 슬프면 그냥 화가 난다.

“입관돼 누운 정식씨는 뭐랄까, 오랜 세월 그리 심하게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이제 비로소 빠져나왔다, 다왔다, 싶은 모양이다. 이 고요한 얼굴,/ 일그러뜨리며 발버둥치며 가까스로 지금 막 펼친 안심, 창공이다.” 마지막 연이다. 이제야 시인이 끼어든다. 정식씨는 뇌성마비 장애인이었다. “몸을 비틀고 구기고 흔들어” 겨우 말했다. 몸에서 빠져나와 날아오르려 몸부림쳤던 일생이었는가. 그리 되어서 라정식씨의 얼굴은 이제 이토록 고요한가… 시인은 이렇게 이해해버렸고, 읽는 나도 수긍해버렸다. 그래야 망자의 영혼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으니까.

천성이 모질어서인지 본래 이런 소재의 시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떤 이들의 슬픈 삶을 한없이 슬픈 눈으로만 들여다보아서 기어이 영영 슬픈 삶으로 만들어버리는 시들이 거북했다. 사회적 약자를 재현하는 일은 그렇게 어렵다. 시의 의식이 동정의 눈물을 흘릴 때 시의 무의식이 감사의 눈물을 흘리는 사태를 힘껏 막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이 시는 어떤가. “좋겠다, 죽어서…”라는 아픈 말을 모질게도 옮겨놓았고, 그 말에 동의한다는 듯 시를 마무리했다. 이 덤덤한 듯 원숙한 기교 아래로 사무치는 진심이 저류한다. 시인이 끝내 절제한 그 문장을 경박한 내가 대신 써야겠다. “세상의 모든 정은씨, 살아서, 꼭 살아서 행복하십시오.”

08. 04. 25.


댓글(6)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드팀전 2008-04-25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제가 지금 막 한겨레 21에서 이 글을 읽고 왔습니다.이런 우연이...

로쟈 2008-04-25 21:55   좋아요 0 | URL
동선이 비슷하군요.^^

마노아 2008-04-25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제는 뇌성마비 장애가 있는 친구가 장애로 인한 비뚤어진 자세로 허리신경이 손상이 됐다고, 너무 아파 입원했다고 전화가 왔어요. 뭐라... 할 말이 없더라구요. 이 시를 보니, 참 먹먹하네요...

로쟈 2008-04-25 21:55   좋아요 0 | URL
그게 그렇습니다.--;

Joule 2008-04-25 20: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 있으면 마음이 불편하고 불안해서 장애인에 대해 저는 차별해요. 인간극장을 즐겨 보지만 그마저도 장애인이 나올 때는 아예 보지 않아요. 그래서 잘 써진 저 시와 기사를 읽으며 저는 또 안절부절해요. 내가 장애를 갖게 되어도 장애자를 가진 사람으로서의 나를 저는 잘 용납하지 못할 것 같기도 해요.

로쟈 2008-04-25 21:56   좋아요 0 | URL
여하튼 직시하기도 회피하기도 어려운 노릇입니다...
 

오랜만에 한국문학 신간 소개기사를 옮겨놓는다. 그동안 별로 읽을 시간도 없었지만 눈에 띄는 작품들도 드물었던 게 아닌가 싶다. 이번에 나온 책들은 젊은 작가들(이젠 30대까지는 모두 '젊은 작가'로 통칭된다)의 두번째 소설집이다. 동시대 젊은 작가들이 어디쯤 걸어가고 있는지 확인볼 수 있을 듯하다...

한국일보(08. 04. 25) 두 번째 소설집 낸 김중혁·손홍규

2000년대 초 등단해 개성적인 작품 세계로 호평받고 있는 소설가 김중혁(37), 손홍규(33)씨가 나란히 두 번째 소설집을 냈다.

■ '악기들의 도서관'
김중혁씨의 <악기들의 도서관>(문학동네 발행)엔 올해 김유정문학상 수상작 '엇박자D'를 비롯한 8편의 단편이 실렸다. "습관적ㆍ기계적으로 존재하는 작은 사물들에 훈김을 불어넣어"(소설가 이기호) 관습을 유쾌하게 깨뜨리는 작품들로 주목 받은 첫 소설집 <펭귄뉴스>(2006) 이후 꼭 2년 만이다.

전부 1인칭 시점으로 쓰여진 이번 수록작엔 피아니스트('자동피아노'), 기타리스트('나와 B'), 디제이('비닐광 시대'), 악기 가게 점원('악기들의 도서관') 등 음악과 관계된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김씨는 "시기상 가장 앞선 수록작 '자동피아노'를 발표하고 나서 음악 자체와 음악을 소설적으로 다루는 방식에 대한 호기심이 동했다"고 말했다.

'비닐광 시대'의 디제이는 어마한 음반을 수집한 한 남자의 레코드 창고에 감금된다. "음악을 알면 뭐 해? 음악을 느끼지는 않고, 그걸 잘라서 써먹을 생각만 하는데…"라고 악담을 퍼붓는 남자의 정체는 불법 음반을 제작ㆍ유통시키는 범법자다.

'악기들의 도서관'의 '나'는 자신이 맡아보는 악기점을 온갖 악기 소리의 샘플을 제공하는 도서관으로 만들고, '엇박자D'로 불리는 박자 감각 없는 친구는 음치들의 목소리를 조합해 감동적인 하모니를 만들어낸다.

스스로를 '레고 블록'이요, '문장과 생각과 철학을 리믹스하는 디제이'로 칭하는 김씨의 문학관에 비춰볼 때 의미심장하게 읽히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김씨는 자기 작품을 '메타 소설'로 읽는 시각에 대해 "흥미로운 독법이지만 그런 걸 의도하고 쓴 건 전혀 아니다"라고 손사래 친다.

'매뉴얼 제너레이션'의 주인공은 매뉴얼(기기 사용설명서) 작가이자 양질의 매뉴얼을 모은 잡지를 만드는 편집장. 잡동사니에 기발한 상상력을 보태 잘빠진 소설을 빚어내는 김씨의 장기가 십분 발휘된 작품이다. 세상의 모든 매뉴얼은 "머리 속에다 거대한 밑그림을 그려주"는가 여부에 따라 좋은 매뉴얼과 나쁜 매뉴얼로 나뉘며, 매뉴얼의 문장들은 "창작하는 것이 아니라 발굴하는" 것이라는 게 '나'의 신념이다.

김씨는 "머릿속에 새로운 공간과 동선을 완벽하게 그린 후에 비로소 쓰기 시작한다"며 "이 삼차원 공간을 이차원 텍스트로 정확히 묘사하는 걸 중시한다는 점에서 내 소설 쓰기는 좋은 매뉴얼 쓰기인 셈"이라 말했다. 정교하게 배치된 가상 공간, 간결하고 투명한 문장의 묘미가 여전한 김씨의 이번 작품집엔 첫 책에 없던 사람 냄새가 풍긴다. '사람-사물'의 관계를 천착하던 작가의 관심이 '사람-사람'의 관계에도 옮아간 까닭이다.

'엇박자D' '유리방패' '무방향 버스' '나와 B' 등의 작품엔 주목받지 못하는 존재들에 대한 작가의 온기어린 시선이 묻어난다. 일러스트 솜씨로도 정평을 얻고 있는 김씨가 직접 꾸민 '작가의 말' 코너가 독특하다.

■ '봉섭이 가라사대'
손홍규씨는 첫 소설집 <사람의 신화>(2005) 출간 이후 발표한 단편 10편을 <봉섭이 가라사대>(창비 발행)에 묶었다. 그가 장편 <귀신의 시대>를 발표한 시점(2006년)을 기준으로 이 소설집은 뚜렷한 결절을 맺는다.

2005-2006년 작품엔 반인반수적 존재들이 포진한다. '뱀이 눈을 뜬다'의 주인공은 다리에 뱀-뱀 머리가 그의 성기다-을 품고 살고, 표제작 속 소싸움꾼 '응삼'은 평생 소와 더불다가 얼굴마저 소를 닮게 된 인물이다. 비인간ㆍ비현실의 설정을 통해 손씨는 근대사회의 억압성을 들추거나, 거기에 균열을 낸다. '뱀-인간'의 다리에 뱀이 들어앉은 것은 아버지에 이어 도시 노동자가 된 그가 첫 해고를 당한 날 새끼발가락을 철문에 찧게 됐을 때다.

한 도시에 회자하는 '걸레 신화'는 동네 남학생들에게 윤간 당하고도 '요부' '걸레'라는 낙인을 얻은 '아영'이 일으킨 엉터리 기사이적의 결과다('상식적인 시절'). 이로써 가부장제ㆍ종교의 두 다리로 버티고 선 근대사회는 저를 농락한 여성을 전설처럼 기리는 맹한 체제임이 폭로된다.

2007년 이후 쓰여진 수록작 6편엔 이런 환상적 요소가 걷혔다. 물론 분신을 모티프 삼은 작품('도플갱어')이 있지만, 그조차도 인물과 배경에서 현실적 질감이 느껴진다. 손씨는 "우회하지 말고 좀더 직접적으로 현실과 대면하자는 생각이 점점 커졌다"고 말했다.

'테러리스트'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공유하는 세 편의 연작은 복수를 테마로 한, 개인적 정체성에 관한 소사(小史)로 읽힌다. 80년 광주에서 죽은 아들에 대한 복수를 평생 도모하는 '박', 이혼한 부인에게 총을 쏘다 총기사고로 되레 제 팔만 잃은 박의 또다른 아들 '정수', 불알친구들과 '강간'을 계획하다가 흐지부지하는 '승준'-정수의 아들 여자친구의 동생-을 각각 중심인물 삼은 세 단편은 세대를 거듭할수록 하찮고 사소해지는 생의 감각을 묘파한다.

습작 시절의 열정과 고뇌를 엿보게 하는 자전적 소설 '매혹적인 결말'의 결구, "그래, 악마는 되지 말아야지. 매혹적인 결말을 찾다보면, 모든 결말은 매혹적이라는 걸 잊을 수도 있으니까."(70쪽)란 문장도 한결 담백해진 작풍 변화와 맞닿아있다. 하지만 독자를 힘껏 끌어당기는, 자유자재의 유머까지 가미된 서사의 힘만큼은 여전히 우뚝하다. 손씨가 취재에 들이는 공도 오롯이 느껴진다.

남북한 문체를 번갈아 구사하는 '도플갱어'를 쓸 땐 서울 광화문 북한자료센터에서 북한 주요 문예잡지 2년치를 한 글자도 안 빼고 읽었다고 한다. 그렇게 구성한 쫀쫀한 디테일 덕에 그의 소설은 환상조차 근육질이다.(이훈성기자)

08. 04. 2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원고를 쓰기 전에 간식을 먹다가, 문득 며칠전 옮겨놓으려고 했던 기사가 생각났다. 올 하반기에 개통된다는 아시아횡단철도에 관한 것이다. 시베리아횡단철도를 제치고 세계최장의 노선이 된다고 한다. 겸사겸사 시베리아횡단철도와 관련된 최근기사도 찾아서 옮겨놓는다. 주한 러시아대사와의 인터뷰기사다(뒤늦게 안 것이지만 시베리아횡단철도는 이달 7-10일에 EBS의 '세계테마기행'에서 특집으로 다루어졌다). 너무 늙기 전에 한번은 타보고 싶군...

세계일보(08. 04. 21) 런던∼다카 ‘鐵의 실크로드’ 열린다

영국의 런던과 방글라데시의 다카까지 약 1만1300㎞를 잇는 아시아횡단철도(TAR)가 올해 하반기에 개통된다. 20일 영국 일간 타임스에 따르면 아시아횡단철도는 런던에서 출발해 벨기에의 브뤼셀, 터키의 이스탄불, 이란의 테헤란, 인도의 라호르 및 델리를 거쳐 다카까지 23일 동안 달리게 된다. 이는 약 9300㎞에 달하는 시베리아횡단철도(TSR)보다 2000㎞가량 더 길다.

유엔의 후원 아래 진행되는 아시아횡단철도 연결 사업은 1965년 인도·파키스탄 전쟁 발발 이후 끊어졌던 인도 콜카타∼다카 구간이 이달 초 40여년 만에 재개통되면서 노선이 크게 연장됐다. 다음달에는 파키스탄과 이란이 처음으로 자국 철도 노선과 유럽 철도의 연결에 합의할 예정이어서 명실상부한 세계 최장의 철도 노선을 구축하게 됐다. 유엔 관계자는 “아시아횡단철도는 남아시아·중동 지역 국가는 물론, 중앙아시아의 옛 소련 국가들에까지 유럽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무역·여행 노선을 열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횡단철도 사업이 최종 완성되면 런던에서 출발해 남아시아를 거쳐 중국 남부 윈난성과 싱가포르에 이르기까지 모든 구간을 철도를 이용해 여행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놓인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협은 배를 타고 건너야 하지만, 이 구간도 해저터널을 이용해 통과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를 가르는 도버해협은 이미 해저터널로 연결돼 있다. 다카에서 최종 목적지인 윈난성이나 싱가포르까지 가기 위해 거쳐야 하는 미얀마 횡단 구간이 마지막 장벽으로 남아 있다.(안석호 기자)

동아일보(08. 04. 04) [4강 대사에게 듣는다]이바센초프 주한 러 대사

《“우리는 육지와 바다에 이어 우주에서도 협력하게 됐다. 한국이 러시아를 파트너로 선택한 데 대해서도 만족한다.” 글레프 이바셴초프 주한 러시아대사는 며칠 후면 한국인 최초의 우주인이 될 이소연 씨가 러시아에서 훈련을 받은 데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이바셴초프 대사는 지난달 25일 서울 중구 정동 러시아대사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양국이 같이할 수 있는 공동사업의 아주 긴 목록을 갖고 있다”며 한국 정부와 기업이 러시아에 적극 투자해 줄 것을 기대한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명박 대통령 정부가 출범한 데 이어 5월에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신임 러시아 대통령이 취임한다. 한-러 관계는 어떻게 변할 것 같은가.

“현재 ‘상호 신뢰하는 포괄적인 동반자 관계’로까지 높아져 있는 양국 관계가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러시아에서 이 대통령은 1990년 한―러 수교 이전부터 러시아를 방문해 양국 간 경제 관계를 처음 시작한 기업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메드베데프 차기 대통령의 동북아 정책에 대한 예상은….

러시아는 동북아 지역에서 더 적극적인 정책을 펴 나갈 것이다. 대내외 관심사가 이 지역처럼 긴밀하게 연결된 곳도 없다. 방대한 천연자원을 갖고 있는 극동과 동시베리아 지역의 성공적인 개발 여부에 러시아의 미래가 달려 있다. 우리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이 지역을 개발할 기회가 없었지만 이제는 가능성이 생겼다. 지역 개발을 위해선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된 정세가 필수적이다.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갖는 것은 이 지역의 대규모 자원개발 프로젝트에 이웃나라를 동참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국경지역에서 핵이나 미사일 실험, 군사 위협 행위가 일어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방침이고 메드베데프 정부에서도 그대로 유지될 것이다.”

―러시아는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어떻게 보고 있나.

“러시아는 지금까지 남북한 모두를 이해하는 관계를 유지하면서 통일로 가는 것을 지지해 왔다. 남북한이 서로에 대해 어떤 정책을 펼칠지는 독자적으로 결정할 일이고, 우리는 그 과정에까지 ‘충고’할 의사가 없다. 다만 한국의 대북정책이 남북한 간에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풀기 위한 방향으로 추진되기를 기대한다.”

―러시아는 6자회담의 역할에 만족하는가.

“러시아는 앞으로 더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한반도의 비핵화는 러시아로서는 아주 중요하다. 6자회담은 공동 작업이고 과정이기 때문에 특정 국가가 자기 역할을 부각시키는 것은 건설적이지 않다. 6개국이 모두 한 팀이고, 결정은 참가국들의 컨센서스에 의해 내려져야 한다.”

―러시아는 남북한과의 삼각 경제 협력에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3자의 장기적인 공동협력 사업은 남북한의 상호 신뢰를 강화해 한반도의 평화 정착에 기여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논의 중인 세 가지 사업이 있다. 먼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한반도종단철도(TKR)의 연결이다. 이 사업이 실현되면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유럽으로 가는 새로운 수송로가 생긴다. 두 번째는 동시베리아에서 북한을 통해 한국으로 가는 가스관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마지막으로 러시아 극동 지역에서 한반도로 전력을 공급하는 사업이 있다. 현재 러시아는 중국에 전기를 수출하고 있다.”

―아직도 한국과 러시아 간에 사람과 물자, 자본의 교류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다.

“해마다 각각 6만여 명의 러시아인과 한국인이 상대국을 방문하고, 양국 간 교역 규모는 100억 달러에서 지난해 150억 달러로 늘어났다. 물론 인적 교류와 물류 분야에서 더 개선할 여지가 있다. 앞으로 교류가 더 활성화되기를 원하지만 10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규모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양국 간 교류를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양국 국민이 더 접촉해 언어와 문화, 생활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 수십 년 동안 한국과 러시아는 관계가 단절된 상태였다. 양국 수교 후 지난 17년은 이런 단절에서 오는 긴장감과 감정을 극복하는 시기였다. 이런 ‘공백’을 1, 2년 만에 메우기는 힘들다.”

―이 대통령이 곧 미국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인데 러시아 방문 시기는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 대통령에게 취임 축하 메시지를 전하면서 러시아로 초청했다. 올해 이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이 이뤄지길 기대하지만 현재로서는 정확한 방문 일정을 얘기하기 어렵다. 러시아에서는 5월 7일 새 대통령이 취임한다. 그 후에야 이 대통령의 구체적인 방러 일정이 확정될 것이다.”

―한-러 정상회담을 하게 되면 주요 의제는 무엇이 될 것으로 예상하나.

“우리는 양국이 같이할 수 있는 공동사업의 아주 긴 목록을 갖고 있다. 가스 석유 우라늄 석탄 등의 자원 개발에 대한 한국의 참여와 한국 기업의 투자를 기대한다. 또 우리는 자원뿐 아니라 첨단기술을 이용해 만든 완제품을 한국에 수출하기를 원한다. 물론 러시아는 지금도 한국에 천연자원만 수출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 운항 중인 민간 헬기의 40%가 러시아제다. 한국의 원자력발전소에서 사용하는 핵연료의 3분의 1 이상이 역시 러시아산이다. 우리는 우주기술과 핵의 평화적인 이용을 위한 협력 사업에도 관심이 많다. 상호 신뢰 관계의 수준을 보여 줄 군사협력도 희망한다.”

―한국 최초의 우주인이 며칠 후 러시아의 도움으로 우주선에 탑승할 예정이다.

우리는 이제 육지와 바다뿐 아니라 우주에서도 한국과 협력하게 됐다. 러시아가 한국의 첫 우주인을 육성해 우주에 보내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한국이 이번 사업의 파트너로 러시아를 선택한 것에도 만족한다. 이런 사업은 아주 민감한 문제인데, 협력을 하게 된 것은 양국 간의 높은 신뢰 수준을 보여 주는 것이다. 올해에는 양국이 공동으로 개발한 발사체(로켓)인 KSLV-1의 발사도 예정돼 있다. 우리는 이 분야에서 또 다른 협력사업을 기대한다.” (대담=심규선 편집국 부국장, 정리=김기현 기자)



▼틈만 나면 박물관 순례, 부인이 직접 김치 담가▼ 

글레프 이바셴초프 대사는 본국에서나 서울 외교가에서 ‘전형적인 외교관’ ‘모범생’으로 통한다. 한국의 각계 인사들과 폭넓게 교유하면서도 매사에 빈틈이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 외교부 내의 대표적 인도 전문가인 그는 1997∼2001년 미얀마 대사로 있을 때 한국 대사와 친하게 지내면서 한국과 인연을 맺었다. 항공 엔지니어 출신인 부인 이리나 여사가 한국 대사 부인에게 김치 담그는 법을 배워와 집안에서 선보인 후 이바셴초프 대사는 열렬한 김치 애호가가 됐다.

대사로 내정된 후 한국 영화를 여러 편 구해 볼 정도로 문화에 관심이 많다. 지금도 틈날 때마다 서울시내 구석구석과 박물관을 순례하며 한국 문화와 생활을 배우려고 애쓰고 있다. 아직은 서툴지만 한국어도 배우는 중. “세계 3대 박물관인 에르미타시 등 러시아의 대형 박물관에 비해 한국의 박물관은 너무 작지 않으냐”는 질문에 그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전쟁기념관처럼 짜임새 있는 한국 박물관들은 곧 규모도 커질 것”이라며 웃었다.

취미는 수영과 테니스. 그래선지 스포츠 외교에도 적극적이다. 격투기 황제 에밀리아넨코 표도르 때문에 유명해진 러시아의 고유 격투기 삼보가 최근 한국에서 널리 보급되고 있는 데도 그의 역할이 컸다. 이바셴초프 대사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및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차기 대통령과 동향(상트페테르부르크)인 데다 러시아 최대의 외교 인맥인 모스크바국제관계대 출신으로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교장관과도 가까워 ‘성골’이라는 말도 나온다.(김기현 기자)

08. 04. 24.

P.S. 시베리아횡단철도에 관한 책은 기행문 형식으로 여러 권이 출간돼 있지만, 가장 충실한 건 '러시아 전문가 8인의 횡단보고' <시베리아 기행>(동아일보사, 2001)으로 보인다. 이미 절판된 책이긴 하지만...


댓글(6)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 2008-04-24 2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담아가도 될까요? 저도 철도를 좋아하는지라^^ 재미있게 읽었어요.

로쟈 2008-04-24 23:24   좋아요 0 | URL
오픈된 자료인데요 뭐...

노이에자이트 2008-04-24 2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아시아 횡단철도라는 게 개통되는군요.아...그러고 보니 오리엔트 특급은 이스탄불에서 시작하니까 바다를 건널 필요가 없었군요.음...보스포러스 해협에 해저터널을...
현해탄에 해저터널을 뚫으면 일본에서 남북한 거쳐 시베리아 횡단 철도로 이어지겠군요.

로쟈 2008-04-25 12:27   좋아요 0 | URL
현해탄 해저터널까지는 아니어도 그냥 서울에서 모스크바까지 철도가 개통되면 좋겠다는 생각은 드네요.^^

노이에자이트 2008-04-27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바로프스크는 변두리에 호랑이가 나온다고 하던데요.연해주에서 살고 싶어요.곰이랑 호랑이랑...

로쟈 2008-04-27 18:38   좋아요 0 | UR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