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라타니 고진의 <역사와 반복>(도서출판b, 2008)이 번역돼 나왔다. <세계공화국>(도서출판b, 2007)에 이어지는 책으로 역자 조영일씨는 <근대문학의 종언>(도서출판b, 2006) 이후 고진의 책을 매년 한권씩 번역하고 있다. 송태욱씨와 함께 고진 전문 번역자로 불려도 손색이 없다. <역사와 반복>은 아직 손에 들지 못했지만 매번 실망시키지 않은 저자인지라 이번에도 기대가 된다. 그러고 보니 고진의 단독 저서는 <마르크스, 그 가능성의 중심>만 빼고는 다 읽은 듯하다. 그 리스트를 만들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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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션과 미학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9년 8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09년 07월 31일에 저장
품절
역사와 반복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8년 5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08년 06월 02일에 저장
절판
세계공화국으로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7년 6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08년 06월 02일에 저장
품절
근대문학의 종언
가라타니 고진 지음, 조영일 옮김 / 비(도서출판b) / 2006년 4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2008년 06월 02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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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시사인에 실은 리뷰를 옮겨놓는다(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2129#). 존 터먼의 <미국이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재인, 2008)을 읽고 적은 것이다. 이어서 '101가지'까지 계속 세면(저자도 이 목록은 한참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했다) 한국과의 쇠고기 협상도 포함되리란 내용까지 적으려고 했지만 분량이 금세 차버렸고, 마감에 몰려 쓴 글인지라 따로 원고를 조정할 시간도 없었다(가장 쉽게 쓴 글이지만 편집부에는 가장 늦게 보낸 글이다. 지면에서 읽으니 복수로 적은 명사들이 모두 단수로 교정돼 있다)...

 

시사IN(08. 06. 07) 오만하고 저급한 제국을 발가벗기다

“기만이 만연한 시대에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은 혁명적 행위이다.” 미국 MIT대학의 국제학연구소장인 저자가 서두로 삼은 조지 오웰의 말이다. 곧 그가 보기에 ‘기만이 만연한 시대’가 바로 우리 시대이며, 이 시대의 진실이란 ‘세계최강대국’을 자임하는 미국이 그동안 세계를 망쳐놓았다는 것이다. 그것도 한두 가지가 아니라 100가지 방법으로. “그게 어디 100가지뿐이겠어?”란 생각이 먼저 드는 독자라면 굳이 펼쳐보지 않아도 좋을 책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메리칸 드림’의 예찬론자이면서 “미국이 정말로 100여 가지의 방식으로 세계를 망쳐놓았을까?” 의구심이 드는 독자라면 하나, 둘 세면서 차근차근 읽어볼 필요가 있다.

이번에 나온 번역본은 영어본과 다르게 주제별로 재구성돼 있다. 그럼에도 미국의 ‘죄목’으로 제일 먼저 다루어진 항목은 공통적인데, 그것은 ‘지구의 기후 변화’에 끼친 미국의 악영향이다. 얼핏 미국의 패권주의적 외교정책과 침략전쟁 등에 견주면 죄상이 가벼워 보이지만 저자가 보기엔 매우 중차대한 문제다. 미국 문명 자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해서 의문을 갖게 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이 미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세계 최대의 오염원이며 온실 가스 최다 배출국이다. 통계에 따르면 전세계 인구의 4퍼센트가 사는 나라에서 지구 전체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퍼센트를 대기중으로 쏟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미국은 온실 가스 배출량을 규제하고자 하는 ‘교토의정서’에 서명하지 않고 있다. 세계 157개국이 서명하고 비준한 협약인데도 말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미국을 움직이는 거대 기업의 이익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부시 대통령은 아예 “교토 협약이 우리 경제를 파멸시킬 것”이라고 천명했다. ‘우리 경제’는 물론 ‘미국 경제’이며 환경파괴가 낳을 전지구적 재앙보다는 미국 경제와 미국 기업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부시를 비롯한 미국 권력 엘리트의 판단인 셈이다. 거기서 ‘민주주의’란 대의는 한갓 허울에 불과하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해서, “미국의 강한 권력은 바로 ‘돈’이다. ‘돈’이라는 권력은 국제 무역이나 환경 관련조치, 전쟁, 그밖에 지구상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것에 영향을 미친다.” 테러와의 전쟁조차도 거대 군수업자들이 미 재무부의 예산을 더 뜯어내기 위한 술수였다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그렇게 돈에 의해 좌우되는 미국식 민주주의를 저자는 ‘금권(gilded) 민주주의'라고 이름을 붙인다.

이 ‘금권’의 관점에서만 보자면, ‘부자 나라’ 미국은 대단히 성공한 나라다. 전 세계적으로 순자산이 80억 달러가 넘은 사람 중 절반이 미국인이고, 나머지 절반의 반수 가량도 미국에 의존해 있다고 하니까 말이다. 이 부자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끌어들이는 데에만 전념한다. 악행을 저지르고, 자선에 인색하며 정부 특혜와 재정 혜택을 요구하고, 재산을 은닉하고, 세금 감면을 촉구한다. “미국은 이와 같은 부자들의 추악한 행위가 정점에 달한 나라이다.” 덕분에 점점 빈털터리가 되어 가는 세계인에게 그들은 이렇게 말한다. “당신도 부자가 되어 우리처럼 인생을 즐겨라!

그런데 한편으로 지난 30년간 미국의 가계 실질 소득은 증가하지 않았고 오히려 소득 불균형만 점차 늘어나고 있는 형편이라면 이 ‘아메리칸 드림’이야말로 불평등한 꿈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미국 빈곤층의 장시간 노동으로 이룩한 경제성장의 과실을 소수가 독식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미국 기업 경영진의 봉급은 노동자 평균 임금의 475배에 이른다고 한다. 일본이 11, 영국이 22배인 것과 비교해보아도 얼마나 터무니없는 차이인가를 알 수 있다. 과연 이러한 미국식 표준이 ‘글로벌 스탠더드’가 될 만한 것일까?

책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오만과 저급한 상업문화에 대해서 줄곧 신랄하게 비판한다. 하지만 서문을 쓴 하워드 진의 말대로 “이런 책을 쓰고 읽고 출판하는 행위야말로 민주주의를 고양하는 일”이다. 감상적인 자기애를 바로잡고, 스스로를 정직하게 바라보는 힘, 그래도 미국을 버텨주는 힘은 거기에 있을 것이다.

08. 06. 02.

P.S. 미국식 '금권 민주주의'를 화제로 다루었지만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대목은 '자기계발' 열풍에 대한 비판이었다. 요즘 출판계에서 유행하는 '시크릿' 열풍을 보면 한국사회도 얼마나 '미국화'되었는가를 알 수 있다(하긴 "부자 되세요!" 할 때부터 싹수가 노랗긴 했다). 연구해볼 만한 주제이다.

아침에 전철역에서 사읽은 이번주 시사IN에 실린 '외국IN 에세이' 꼭지에는 우연찮게도 '이산화탄소' 얘기가 실려 있다. 독일인 필자가 지적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한국인에게는 슬픈 소식이지만, 한국은 1m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나라다. 1km당 5000t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이 수치는 이산화탄소 세계 최대 배출국이라는 미국보다 8배 더 높다."고 한다. 우리에겐 '기후 변화'이전에 '호흡'부터가 문제인 것이니 경각심을 좀 가질 필요가 있다. '이산화탄소를 산소처럼 먹는 사람들'이란 핀잔을 듣지 않으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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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이 2008-06-02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Guilded가 금권으로 번역되었군요. Guilded는 보통 도금이라고 많이들 번역하던데 말이죠. Golden Age를 비판한 마크 트웨인의 Guilded Age, 도금시대도 있고...^^; 관심가는 책입니다.

로쟈 2008-06-02 22:35   좋아요 0 | URL
'도금 민주주의'란 말은 아무래도 좀 어색하죠.^^

Kitty 2008-06-03 0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크릿 저 책은 처음 보고 뭐 저런 책을 팔 생각을 했나, 누가 저렇게 저걸 많이 읽나 했는데 한국에서도 히트친 모양이군요;;;

로쟈 2008-06-03 13:21   좋아요 0 | URL
'대박' 수준입니다.--;
 

어제 KTX를 타고 지방에 다녀오며 기차에서 잠을 청했더니 자정이 넘어도 맨정신이다. 그렇다고 생산적인 일을 할 만한 두뇌 상태는 아니어서 '이달에 읽을 만한 책'의 리스트나 만들어둔다. 하던 대로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추천도서 목록에다가 최근에 나온 관심도서들을 덧붙인다. '읽을 만한 책'이라곤 하지만, 정작 읽을 시간을 내기는 어려운지라 반이상은 '안 읽고 넘어간 책'의 목록으로 남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1. 문학

문학분야의 책은 작가 신경숙이 추천한 김중혁의 <악기의 도서관>(문학동네, 2008)이다. 따로 추천이 아니더라도 지난달에 나온 국내소설 가운데 가장 평이 좋은 작품집이 아닌가 싶다(컬처뉴스의 리뷰는 http://www.culturenews.net/read.asp?title_up_code=001&title_down_code=002&area_code_num=113&article_num=9210 참조). 두번째 단편집인데, 이제 다음 순서는 장편소설이 되는 것인지? 개인적으론 이미 지난달에 '5월에 읽을 만한 책'으로 올려놓았기에 자세한 언급은 피한다(나는 몇 편의 단편을 읽었다). 이 두번째 소설집과 같이 읽을 만한 책은 데뷔작 <환상수족>에 이어서 두번째 시집을 낸 이민하의 <음악처럼 스캔들처럼>(문학과지성사, 2008)이다.

나는 구름! 나는 표범! 나는 나비!
살이 벗겨지도록 일광욕을 하며 기린초의 꿀을 빠는
노란 입술 빨간 종아리
울긋불긋 이름이 많은 나를 부르며 목이 쭉쭉 늘어나는
너를 기린이라 부를래
그러면 너는 흑마술 같은 울음
바늘이 되어 나의 이름에 꾹꾹 文身을 하는
너를 자꾸 통과하며 門身이 되는
나는 죽어서도 구름표범나비
표본실에 묻혀 사각사각 날개를 펴고 접으며
찍을 테면 찍어봐! 포즈를 바꾸며

꿈꾸는 시인의 '스캔들' 모음집? 이 소설집/시집들과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은, "중국문학의 차세대 작가군을 대표하는 소설가"라는 비페이위(1964- )의 소설집 <청의>(문학동네, 2008)와 장편소설 <위미>(문학동네, 2008)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지만 벌써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듯하다. 루쉰상을 이미 두 차례나 수상한 작가라고 하니까 '명불허전'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이미 40대 중반의 작가이긴 하나 중국문학의 차세대 기대주의 작품들을 한국의 젊은 시인/작가들과 겹쳐읽는 것도 유익한 경험이 되겠다.

 

 

 

 

2. 역사

역사분야의 책으로 이덕일 소장이 추천한 책은 '그들이 본 우리' 총서의 첫 번째 책으로 나온 <임진난의 기록>(살림, 2008)이다. "저자 루이스 프로이스는 포르투갈 출신의 예수회 선교사로서 1563년 일본에 파견되어 임진왜란이 끝나기 한 해 전인 1597년 나가사키에서 사망하는데, 이 책은 그가 집필한 <일본사>의 마지막 열 개 장을 번역한 것"이라 한다.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선교사의 책답게 천주교 신자였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는 ‘용감한 장수’라고 우호적으로 서술하는 한편, 경쟁자였던 가토 기요마사(加藤淸正)는 ‘사악한 이교도인’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일본군이 조선에서 겪은 일을 생생히 전해주면서 귀중한 일차 사료들도 보여주는데,(...) 일본선교사였던 서양인의 시각으로 본 임진왜란은 새로운 시각과 생각거리를 제시해 줄 것이다."

덕분에 기억난 책은 <임진왜란, 동아시아 삼국전쟁>(휴머니스트, 2007)이다. "2006년 서강대학교 국제한국학센터의 주최로 ‘임진왜란: 조일(朝日)전쟁에서 동아시아 삼국전쟁으로’란 주제로 열렸던 국제학술회의의 결과를 담고 있는 책"으로 "익히 한국과 일본의 전쟁이라고 알려진 임진왜란을 전근대 역사에서 한·중·일 삼국이 개입한 거의 유일한 대규모의 전쟁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덕분에 왜란을 전후로 조선사에 약간 관심을 갖게 되는데, 최근에 나온 책들 가운데 김찬웅이 엮은 <선비의 육아일기를 읽다>(글항아리, 2008)과 이건창의 글을 모은 <조선의 마지막 문장>(글항아리, 2008)이 눈에 띈다. 소재는 다르지만 조선시대 선비들의 삶과 글에 대한 감각을 살펴볼 수 있겠다.

 

 

 

 

한편, 요즘 이명박의 모습에서 선조를 연상하는 칼럼들이 올라오고 있는데, 가장 대표적으론 '선조와 이명박 대통령'(http://www.hani.co.kr/arti/opinion/column/290465.html),  백성을 버리고 떠난 임금들'(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90651.html)을 참조해볼 수 있다. 선조실록은 박시백의 <조선왕조실록10>(휴머니스트, 2007)이 별권으로 나와 있다. 이 유약했던 임금에게 당대 최고의 학자들인 퇴계와 율곡이 각각 <성학십도>와 <성학집요>를 지어서 바친 일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만하고 어리석은 임금은 거유들도 구제할 수 없었다. 이 교훈을 이 시대에 다시 확인해야 하는 것인지? 강명관 교수는 이렇게 꼬집는다.

조선의 지배층, 곧 왕과 양반은 평시에 백성들의 생산 위에 풍요를 누렸고, 백성을 제 마음대로 죽이고 살리며 위세를 떨었지만, 다급해지면 자신들의 안위를 챙기느라 백성을 버리고 몰래 피난을 떠났다. 백성이 잡혀가도 속수무책이고 잡혀갔던 백성이 돌아오면 더럽혀졌네, 어떠네 하면서 쫓아내었다. 두 전쟁은 요컨대 양반 지배 체제의 속성을 드러내는 시금석이었던 것이다.

미국 쇠고기가 위험하다는 국민의 걱정을 괴담으로 치부하고, 국민 대다수가 반대하는 대운하를 계속 파자고 우기는 당신들의 정체는 무엇인가.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하고 있는데, 국민을 무시하는 권력을 행사하는 당신들은 누구인가? 혹 그 옛날 도성을 버리고 떠난 그분들의 후예는 아니신가. 아니면, 잡혀가는 백성들을 그냥 바라보고, 돌아온 백성들을 더럽다며 내쫓은 그분들의 후예는 아니신가.






 

 

3. 철학 

김상환 교수가 추천한 철학분야의 책은 권수현의 <문화철학과 자율성>(철학과현실사, 2008)이다. 외관상으론 딱딱한 철학서 정도인데, 소개는 좀 의외이다. "대중문화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요즈음, 대중문화연구자들이 아니라 대중들을 위한 문화철학서가 새로 나왔다. <문화철학과 자율성>은 제목의 딱딱한 인상과 달리, 대중문화를 소비하거나 생산하는 일반인들이 편하게 읽고 쉽게 이해하여 대중문화에 대한 자신들의 태도를 생각해볼 수 있도록 마련된 책"이라니까. 분량도 150여쪽에 불과해서 그냥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만하다.

책은 주로 대중문화와 관련한 주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문화철학'이란 말에 이끌려 떠올리게 되는 철학자는 문화철학의 원조쯤 되는 에른스트 캇시러이다. 그의 대표작인 <인간이란 무엇인가>(창, 2008)이 최근에 다시 나온 때문이기도 하다. <문화과학의 논리>(길, 2007)도 비교적 최근에 나온 책이다. 20년쯤 전에 서점에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게 그의 책들이었는지라 약간의 만감을 느끼게 된다.  

 

 

 

 

4. 정치

손호철 교수가 추천한 정치분야의 책은 이문영 교수의 자서전 <겁 많은 자의 용기>(삼인, 2008)이다. 출간 당시 언론의 주목을 받았던 책인데, 간략한 소개는 이렇다. "1970-1980년대 소위 민주교수로 여러 번 감옥을 간 사람 중에 이문영 전 고려대 교수가 있다. 사회참여에 적극적이고 감옥도 자주 간만큼 꽤나 급진적이고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그는 자신이 겁 많은 사람이고 청교도적 자본주의를 신봉하는 보수주의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지켜야 할 최소의 것들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겁 많은 보수주의자’가 용기를 내서 목소리를 높여야 했다는 것이다. 이문영의 자서전 <겁 많은 자의 용기>는 여러 면에서 한번쯤 읽어보아야 할 책이다. 이는 어두웠던 우리의 현대사에 대한 증언으로서 의미가 있다."

말하자면, 한 양심적인 지식인이 증언하는 한국 현대사 정도가 되겠다. 최근에 읽은 것으로 그런 '양심'을 보여주는 책은 존 터먼의 <미국이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재인, 2008)이다. 제목 그대로 미국 지식인의 신랄한 자국 비판서인데 저자가 감옥에 갔다는 얘기는 없다. 물론 책의 말미에 실린 '미국이 세계에서 잘하고 있는 일 10가지'는 번역본에서 빠져 있기에 우리에게만 더 과격해보이는 탓도 있다. 하워드 진의 서문대로 "부당한 권리에 이의를 제기하고, 도전하고, 저항하며, 미국인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생명과 자유와 행복 추구의 권리를 가졌다고 주장하는 것은 우리 미국의 명예로운 전통이다. 그리고 존 터먼은 바로 그런 전통과 사상에 입각하여 이 책을 썼다. 이런 책을 쓰고 읽고 출판하는 행위야말로 민주주의를 고양하는 일이다." 그러니 오히려 이런 비판서를 부러워해야 할까? '우리가 잘하고 있는 일'이 무엇인지 얼른 떠오르지 않는 걸 보면 말이다.



 

 

 

5. 경제/경영 

정운찬 교수가 뽑은 경제/경영서는 <중소기업, 인재가 희망이다>(삼성경제연구소, 2008). 나로선 손에 들 일이 전혀 없는 책이긴 한데, 요점은 이렇다고 한다. "이 책의 저자들이 거듭 강조하는 것처럼 중소·벤처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인재 발굴 및 육성, 시스템 경영 및 성과주의의 정착, 학습하는 조직문화의 구축 등이 절실히 요구된다. 책의 뒷부분에는 수많은 성과주의 인사 및 인적자원 개발 성공사례가 풍부히 실려 책의 매력을 더해주고 있다."

그래도 최근에 눈길이 경제학 책은 데이비드 워시의 <지식경제학 미스터리>(김영사, 2008)이다. '지식경영'이란 말보다는 드물게 접하는 용어여서 '지식경제학'이란 게 무엇인가 싶은데, 간단한 소개는 이렇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핀 공장' 이론의 딜레마를 해결하고, 창발적 아이디어의 힘이 인류의 경제적 진보를 이끈다는 폴 로머의 '신성장 이론'을 탄생의 뿌리로 삼은 책. 신성장 이론이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애덤 스미스와 앨프리드 마셜, 존 메이너드 케인스를 비롯해 경제학의 새로운 흐름을 주도한 기라성 같은 석학들의 이론을 총망라하여 300년 경제학 이론의 총체적인 역사를 그대로 담고 있다."

 

 

 

 

경제학이론사로도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겠다. 사실 원제는 '지식과 국가의 부(Knowledge and the Wealth of Nations)이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을 바로 연상하게 되는. 그러다 보니 얼마전에 김수행 교수의 <국부론> 번역 개정판이 나왔다는 사실도 생각난다(기억에 내가 갖고 있던 건 동아출판사판이었다). 찾아보니 도미니크 포레이의 <지식경제학>(한울, 2004)도 소개된 적이 있다.  









6. 사회

김문조 교수가 추천한 사회분야 책은 김누리의 <기부향기는 매콤한 페퍼로드를 타고>(아르케, 2008)이다. 평소 별로 기부를 하지 않는 나로선 눈길이 갈 만한 책이 아니지만 소개글 정도는 읽어본다. "<기부향기는...>는 우리 사회복지기관 실무자가 미국 비영리 모금단체를 단기 방문한 경험을 기록한 탐방기로서, 자선 행위가 기부활동을 통해 미국인의 일상사에 제도화되어가는 방식을 알기 쉽게 소개한 책이다. 돈은 제 발로 들어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매개하는 것임을 강조하는 저자는 미국의 모금단체들이 다양한 이벤트나 출장방문에 이르기까지 기부자 확보나 관리를 위해 얼마나 많은 열정과 공력을 투여하고 있는가를 일기 형식으로 생생히 기술한다." <미국을 세계를 망친 100가지 방법>과 같이 읽어볼 수도 있겠다. 

호기심에 '사회복지'를 검색해보니 사회복지사 자격증 관련서와 사회복지학 교재들만 잔뜩 뜬다. 차라리 '복지국가'가 사정이 좀 나은데, 번역서들로  프랑수아 메랭의 <복지국가>(한길사, 2000), 니클라스 루만의 <복지국가의 정치이론>(일신사, 2001), 그리고 폴 피어슨의 <복지국가는 해체되는가>(성균관대출판부, 2006) 등이 눈에 띈다. 스웨덴과 핀란드의 복지 모델을 소개하는 책들도 여럿 나와 있다.  



 

 




7. 과학

장경애 과학동아 편집장이 추천한 과학분야의 책은 존 타일러 보너의 <크기의 과학>(이끌리오, 2008)이다. 나도 서점에서 보고 재미있겠다 싶었던 책이다. "미국 프린스턴대 생태 및 진화생물학 명예 교수인 저자는 크기는 형태를 결정할 뿐만 아니라 생명체의 기능에도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크기의 차이가 자연선택의 중요한 원인이고 크기가 변한 뒤에 구조 변화가 일어나므로 크기가 진화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한다고 설명한다." 이런 정도의 요지라면 예전에 스티븐 제이 굴드의 책 <다윈 이후>(범양사, 1988)에서도 읽은 바 있지만 이 책에서는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최근에 나온 책으로는 후쿠오카 신이치의 <생물과 무생물 사이>(은행나무, 2008), 그리고 켄 앨더의 <만물의 척도>(사이언스북스, 2008) 등도 챙겨둘 만하다. 전자는 ‘생명이란 무엇인가’라는 분자생물학의 화두를 가볍고 경쾌한 문장으로 풀었다는 책이고, 후자는 "현대 사회에서 국제 표준 단위계인 미터법의 탄생에 얽힌 우여곡절"을 다룬 책. 우리도 이 미터법에 따른다고 '평'이니 '자'니 하는 걸 다 날려먹은 바 있기에 관심이 좀 가는 책이다.

 

 

 

 

8. 예술

김춘미 교수가 추천한 예술분야의 책은 한달 먼저 찾아온 납량물이다. 백문임의 <월하의 여곡성>(책세상, 2008). 부제는 '여귀로 읽는 한국 공포영화사'. "지난 40여 년간 만들어진 여귀 공포영화를 문화적, 사회적, 그리고 심리적 관점에서 다양하게 분석하고 나아가서는 아시아의 공포영화가 갖는 공통점, 그리고 서양의 공포영화가 우리의 차이점 등을 흥미진진하게 풀고 있는 이 책은 단연코 여름 밤 읽을거리로 안성맞춤"이라는 것이 추천이 이유다.

이 주제와 관련하여 김소영 교수의 <근대성의 유령들>(씨앗을뿌리는사람, 2000)이 먼저 떠오르는데, 한국영화사를 페미니즘의 시각에서 다시 읽고자 하는 시도들이다. 한국영화와 관련해서는 두어 달 전인가부터 한국영상자료원에서 'FIlm Story 총서'를 펴내기 시작했는데, 그 중 정종화의 <한국영화사: 한권으로 읽는 영화 100년>과 김한상의 <조국근대화를 유람하기> 등을 같이 읽어볼 만하다. 특히 후자는 영화 <팔도강산> 시리즈에 대한 분석을 통해서 박정희 시대의 근대화 드라이브가 영화라는 매체를 어떻게 활용했는가를 잘 보여준다.

 

 

 

 

9. 교양

이한우 기자가 추천한 교양서는 나도 여러 차례 언급한 적이 있는, 마거릿 미드의 전기 <루스 베네딕트>(연암서가, 2008)이다(첵에 대해서는 http://blog.aladin.co.kr/mramor/2057513 참조). 덕분에 전기들로 교양분야의 책을 미리 채워보자면, 미드와 마찬가지로 자신의 분야에서 선구적이었던 여성 마리 퀴리의 평전 <퀴리 가문>(지식의숲, 2008)을 들 수 있겠다. 제목대로, 마리 퀴리의 평전이 아니라 '퀴리 가문'의 편전이다. 여섯 차례나 노벨상을 수상한 명문가인 만큼 자녀교육에 관심이 있는 부모들도 손에 들어봄 직하다. 더불어 과학자 제임스 맥스웰에 대한 전기 <모든 것을 바꾼 사람>(지식의숲, 2008)도 눈에 띈다. 물리 교과서에서나 접한 이름이긴 한데, "맥스웰의 전자기 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원리'의 토대가 되어 20세기 물리학의 놀라운 성취를 이끌어낸 밑거름이 되었다"고 하는 그 맥스웰이다. 

사정상 한권만 골라야 한다면 나는 물론 이들 과학자들의 전기보다는 박상익 교수의 <밀턴 평전>(푸른역사, 2008)를 집을 것이다. 상식적으로 <실낙원>의 저자로만 알고 있는 "영문학사상 최고의 서사시인이자 셰익스피어에 버금가는 대시인이라는 세간의 일반적 평가 외에도 시력 상실의 아픔을 딛고 일어선 불굴의 의지와 국왕파의 온갖 위협과 회유에도 굴하지 않고 공화정에 대한 꿈을 견지한 이상주의자"였다는 사실을 세세하게 짚어주는 전기라고 한다(자세한 리뷰는 http://www.hani.co.kr/arti/culture/book/290727.html 참조).

 

 

 

 

밀턴은 <실낙원>의 저자이면서 <아레오파기티카>(소나무, 1999)의 저자이기도 하다. 역시나 박상익 교수에 의해서 옮겨진 바 있는 이 책은 '언론 자유의 경전'으로 불린다고 한다. 책의 의의에 대해서는 챙겨두도록 하자.

존 밀턴은 근대 최초로 ‘표현의 자유’를 주창한 사람이었다. 후대에 ‘언론 자유의 경전’으로 불리게 된 <아레오파기티카>가 그의 자유 사상 정신을 응집해 보여준 책이다. 밀턴은 이 소책자를 청교도 혁명이 한창이던 1644년에 발표했다. 집필의 계기가 된 것은 당시 혁명의회의 다수파였던 장로파가 주도한 ‘출판허가법’ 제정이었다. 출판허가법은 청교도 혁명으로 폐기했던 출판 검열제를 부활시킨 것이나 다름없었다. 밀턴은 왕당파와 국교파에 대항해 함께 싸웠던 장로파가 혁명 정신을 배반하고 새로운 지배세력으로 등장해 사상을 억압하자 이들에 맞서 자유 정신을 방어했다. 그리하여 <아레오파기티카>는 출판의 자유, 다시 말해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명시적으로 옹호한 최초의 저작이 되었다.

이 책에서 밀턴은 책을 생명과 진리의 담지자라고 강조했다. “사람을 죽이는 자는 신의 형상인 이성적 창조물을 죽이는 것입니다. 그러나 좋은 책을 파괴하는 자는 이성 그 자체를 죽이는 것이며, 말하자면 눈에 보이는 신의 형상을 죽이는 것입니다.” 그는 사전 검열이 사상의 자유 시장을 봉쇄하는 일이라고도 했다. “진리와 거짓으로 하여금 서로 맞붙어 싸우게 하십시오. 자유롭고 공개적인 경쟁에서 진리가 패배하는 일은 결단코 없습니다. 진리의 논박이야말로 (거짓에 대한) 최선의 억압이며 가장 확실한 억압입니다.” “진리가 전능한 신 다음으로 강하다는 것을 모르는 자가 누구입니까. 진리가 승리하기 위해서는 정책도 필요 없고 전략도 필요 없으며 검열제 또한 필요 없습니다. 그런 것들은 오류가 진리의 힘에 맞서 싸울 때 사용하는 수단이며 방책입니다. 진리에게 자유로운 공간을 제공해주십시오. 진리는 묶여 있을 때는 진실을 말하지 않습니다.”

밀턴은 이 팸플릿에서 “나의 양심에 따라, 자유롭게 알고 말하고 주장할 수 있는 자유를, 다른 어떤 자유보다도 그런 자유를 나에게 달라”고 호소했다. 또 <아레오파기티카>를 출간하면서 표지에 이런 경구를 실었다. “국가에 대해서 건전한 조언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고, 그렇게 할 수 있고 할 의지가 있는 사람이 칭송을 받을 때, 그리고 그렇게 할 수도 없고 할 의지도 없는 사람이 침묵을 지킬 수 있을 때 이것이 진정한 자유다.” <아레오파기티카>를 우리말로 옮긴 박상익 교수는 이 도저한 자유 정신을 담은 저작에 대해 “사상과 표현의 자유에서 ‘마그나 카르타’(대헌장)”라고 평가한다.(고명섭 기자)



 

 

 

10. 아동

 

보통 아동물 대신에 평전류를 고르곤 했지만 '교양'쪽에서 미리 다룬 탓에 이번에는 그냥 추천도서를 따라가보도록 한다. 엄혜숙, 이상교 두 아동문학가가 추천한 책은 권정생의 <랑랑별 때때롱>(보리, 2008)이다. 지난달 1주기를 맞이하여 선생의 책들이 여러 권 출간됐는데, 그때 나온 '판타지' 동화다(http://blog.aladin.co.kr/mramor/2076051 참조). 나는 <우리들의 하느님>(녹색평론사, 2008)만 일단 구입했었는데, 나머지 책들도 여유를 보아 일독해볼 참이다. <랑랑별 때때롱>은 아이에게 읽히고...

08. 06. 01.

 

 

 

 

P.S. 자유 독서가 직업이 아닌 이상 나열한 책들을 다 읽어볼 도리는 없다. 하지만 제목과 목차만 확인해두더라도 나름대로 '공부'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들을 달마다 계속 늘어놓는 이유이다. 그런 취지로 '이달의 고전'까지 골라본다.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서해문집, 2005)이다. 어느 책이 정본 번역서인지는 확인해보지 못했는데, 여하튼 여러 종의 책들이 나와 있다. 주경철 교수의 번역본(을유문화사, 2007)이 가장 최근에 나온 듯하다.

 

 

 

 

이 유토피아란 주제를 놓고 같이 읽을 만한 책은 <미래의 기억, 유토피아>(서해문집, 2007) 외에, 최근에 나온 <지젝이 만난 레닌>(교양인, 2008), <혁명의 시간>(교양인, 2008) 등이다. 6월에는 1917년의 러시아 혁명이 2008년 오늘 우리에게 갖는 의미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면 좋겠다. 우리가 배울 것은 '죽은 개'의 교훈이 아니라 '살아있는 정신'의 현실성이다.

20세기 미국과 소련(러시아)에서의 '대중 유토피아의 소멸'을 다룬 수잔 벅 모스의 <꿈의 세계와 파국>(경성대출판부, 2008)은 그러한 '현실성'을 다시 생각해보는 데 유익한 참조점이다. 시간이 된다면 '킹콩과 소비에트 궁전' 등에 대해서 6월에는 페이퍼를 써보고 싶다. 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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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다 2008-06-02 19: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벅 모스의 책이 드디어 출간됐군요. 원서나 번역서나 가격이 비슷하네요.^^ 번역서 표지가 아주 구리구리 하네요. 경성대 출판부는 표지나 본문 디자인에 신경을 아예 안쓰는 듯 합니다. 책값은 엄청 비싸면서 말이죠. 내용만 좋으면 된다는 것인지... 시국이 어수선합니다. 2MB 정부의 앞날이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많이들 예상했었는데 그 우려를 가볍게 뛰어넘습니다. 대단한 내공이죠?^^ 그나저나 기말이 코 앞이네요. 성적 낼 거 생각하니 걱정이 앞섭니다.^^

로쟈 2008-06-02 22:37   좋아요 0 | URL
네, 무겁고 비쌉니다.^^; 기말이 와도 일들은 여전하니 어깨가 가볍지 않네요.--;
 

한겨레의 '우리시대 지식논쟁'은 지난주부터 '지젝 신드롬의 허와 실'을 다루고 있다. 두번째 주자로 나선 박정수씨는 그의 철학을 한마디로 '실천 없는 철학'이라 요약하고 있다(http://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290673.html). 이전의 비판(http://blog.aladin.co.kr/mramor/989000)보다 새로워 보이는 것은 지젝을 포이어바흐와 동치시키는 대목이다. "객관적 실재처럼 보이는 것을 주체의 창안물로 되돌려놓는 것, 이것이 지젝의 사유방법이다"라고 정리하고 있으니까. 더불어 그를 홉스주의자, 자유를 두려워하는 히스테리 환자,  헤겔 우파적인 국가주의 철학자로 새롭게 규정한다(하긴 지젝은 헤겔을 '숭고한 히스테리 환자'라 불렀다). 그러면서 그가 어떤 삶의 형식을 욕망하는 것인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기대보다는 부드러운 비판이다('관념론자 지젝'을 창안하고 있는 정도이다). 보다 신랄한 비판이 필요한 독자라면 이안 파커의 <지젝>(도서출판b, 2008)을 참조하셔야겠다. 

우리시대 지식논쟁 / ② 실천 없는 철학

이현우씨는 지난주 이 지면에서 “나는 이 ‘괴물’의 광기와 열정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헤겔과 라캉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슬라보예 지젝이 여러 면에서 ‘괴물’ 같은 철학자라 해도 그의 사유가 “우리 시대의 이념적 지형을 이해하고 돌파하는 데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두 번째 논자로 나선 박정수씨는 그 기여의 실체에 의문을 표시한다. “이데올로기적 현실의 비실재성을 비판하는 것(만)으로는 세계를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세계를 바꾸는 것은 해석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창안하는 실천”이라고 말한다. 지젝의 ‘결여’가 바로 이 지점에 있다는 게 박정수씨의 생각이다. 다음주에는 이성민씨가 지젝에 대한 또다른 견해를 밝힌다.(안수찬 기자)

한겨레(08. 05. 31) 현실 비판할 뿐 대안찾기엔 침묵

“‘우리는 어떻게 이 일상의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가’라고 묻지 말고 차라리 ‘이 일상의 현실이 그토록 확고하게 실존하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이 한 문장 속에 지젝의 비판 철학이 지닌 가치와 한계가 담겨 있다.

지젝은 헤겔주의자이며, 정치적으로 좌파이다. 헤겔 좌파로서 지젝은 물신주의적 믿음 위에 세워진 현실의 ‘근거 없음’을 폭로하는 데 탁월한 성과를 보여주지만 정작 어떻게 그 이데올로기적 현실을 벗어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거의 묻지 않는다. 모든 철학이 일상의 현실은 생각만큼 확고하게 실존하지 않는다고 가르친다. 불교의 연기론은 만물이 서로 의존하여 발생하기에 고정된 실체는 없다고 가르치고, 플라톤은 현실이 이데아의 물질적 복사본에 불과하다고 한다. 지젝은 신이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게 아니라 그렇다고 믿는 주체(인간)의 상상적 창조물에 불과하다는 포이어바흐의 방법을 따른다. 객관적 실재처럼 보이는 것을 주체의 창안물로 되돌려놓는 것, 이것이 지젝의 사유방법이다.

신경증 환자의 실재인 ‘외상’도 마찬가지다. 외상이 신경증의 원인이 되는 것은 그것을 객관적 실재로 믿기 때문이다. 정신분석은 무의식 속에서 객체화된 외상을 주체 자신의 창조물로 되돌리는 작업이다. 객관성의 형식으로 환자를 괴롭히던 외상이 주체 자신의 창조물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 환자는 치유의 길로 들어선다.

그러나 프로이트의 고백처럼 외상의 환상성을 깨달아도 신경증은 사라지지 않는다. 리비도의 체질을 바꾸거나 대안적인 인간관계를 찾지 못하는 한, 증상은 괴롭지만 살아갈 의미이기도 하다. 신이 인간의 창조물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도 교회가 사회적으로 유용하다면 신앙생활은 지속되고, 민족이 상상의 공동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아도 다른 민족과 더불어 살 의사와 능력이 없으면 민족주의는 지속된다. 화폐의 물신적 힘은 그것에 대한 믿음에서 생긴다는 걸 알아도 대안적인 교환 방법을 찾지 못하면 화폐 물신주의는 계속되며, 자본의 잉여가치가 노동력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알아도 자본 권력을 대체할 자유로운 생산자들의 연합체를 구성할 욕망과 능력이 없으면 자본가에게 좀더 많은 지분을 요구하는 것 말고는 다른 도리가 없다.

그래서 이데올로기적 현실의 비실재성을 비판하는 것으로는 세계를 바꿀 수 없다. 마르크스가 포이어바흐를 비판하면서 말했던 것처럼 세계를 바꾸는 것은 해석이 아니라 새로운 세계를 창안하는 실천이기 때문이다. 그 실천은 자유로운 연합체를 구성하는 욕망들과 그 욕망들을 결합하는 프로그램에 의해 가능하다. 신ㆍ민족ㆍ자본이라는 초월적 환상으로부터 자유로운 사람들의 욕망이 구성하는 공통적(commune) 삶의 형식, 그것이 마르크스가 기획한 코뮨주의다. 그런 코뮨적 욕망은 누군가는 다른 누군가의 삶을 위해 노예가 되는 사회를 당연하다거나 불가피하다고 생각하는 환상 숭배자들에게만 안 보일 뿐 우리의 삶 속에 실재적으로 잠재해 있다.

지젝은 ‘인간’의 조건 속에서 이런 코뮨적 삶은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에게 인간은 상징적 질서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다. 상징적 질서는 인간을 자연(사물, 신체)과 분리시키고, 남자와 여자로 분리시키고, 낱낱이 떨어진 개별 인간들로 분리시킨다. 서로가 서로에 대해 미지의 타자로 존재하는 상징적 질서 속에서 “인간의 욕망, 그것은 타자의 욕망이다.”

그렇다면 자유민주주의적 시장경제야말로 인간의 욕망에 충실한 삶의 형식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시장에서 인간의 욕망은 자유롭다고 한다. 아무도 타자의 욕망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평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타자의 욕망은 배려의 대상일 뿐 아니라 유일한 가치척도이다. 시장에서는 아무도 ‘참아라’거나 ‘즐겨라’라고 명령하지 않는다. 다만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라’고 할 뿐이다. 타자의 욕망을 욕망함으로써 우리는 자유롭고 평등한 가치척도를 갖게 된다고 한다. 이런 시장 민주주의적인 가치척도를 위해 딱 하나 금지해야 할 것이 있다면 그것은 타자의 욕망을 배려하지도 않고, 타자의 욕망을 척도로 삼지도 않는 것이다. 그런 ‘이기적’인 욕망에 대해서는 마땅히 ‘다수’의 이름으로 응징해야 한다는 것이다. 주인의 욕망을 저주하는 것, 이것이 자유민주주의적 시장 경제가 대중을 일반적 노예로 만드는 방법이다.

물론 지젝은 ‘너무나 인간적인’ 이 시장경제를 반대하고 그것을 넘어선 세계 질서를 언급한다. 인간의 조건에서는 불가능한 이 기획은 인간 속에 있는 ‘괴물’을 승인하면서 시작된다. 홉스가 말한 ‘국가’라는 괴물. 지젝은 프로이트의 문명론에 내재한 홉스주의를 충실히 반복한다. 프로이트에 따르면 인간 문명은 ‘법’과 ‘초자아’를 필연적으로 요청한다. 욕망을 억압하는 법과 억압을 욕망하는 초자아가 없으면 인간 무리는 욕망의 충족을 향한 만인의 전쟁 상태에 빠지기 때문이다. 지젝 역시 상징적 질서 속에서 만인은 만인에 대해 미지의 타자이며, 평화로운 이웃들의 이면에는 ‘괴물’이 도사리고 있다고 한다.

이 욕망의 시장 체제를 초극하는 유일한 방법은 보편적 주체 형식으로서의 국가 체제를 수립하는 것이다. 모든 작은 타자들을 하나의 총체적 집합으로 통합하는 예외적 큰타자, 곧 헤겔의 입헌군주와 모든 작은 괴물들의 욕망을 중화시키는 보편적 욕망의 괴물, 곧 레닌의 프롤레타리아 독재를 결합한 글로벌한 국가체제(제국)를 수립하자는 것이다.(솔직히, 지젝의 기획이 정말 이걸까 의심했는데, 이현우씨의 독해에 따르면 그렇다.)

헤겔의 입헌군주가 정말 ‘텅 빈’ 주인의 자리를 차지하는 상징적 존재로만 남아 있을까? 프롤레타리아 국가기구의 관료집단들이 정말 ‘비계급’으로서의 보편계급을 대변할까? ‘지젝의’ 레닌주의에 따라붙을 이런 의문들은 사실 본질적인 게 아니다.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지젝의 말처럼, 미래를 예견하는 실천은 가짜 행위다. 실천의 근거는 과거의 경험이나 미래의 예견에서 찾을 수 없다. 혁명의 실천은 전대미답의 세계를 창조하는 자유로운 행위이기 때문이다. 혁명의 유일한 근거는 그로 인해 창조되는 세계가 좋은 세계라는 자기 확신뿐이다. 지젝은 정말 그걸 확신하고 있을까?

지젝은 ‘자유’를 원하면서도 두려워하는 것 같다. 히스테리 환자처럼 타자의 규정으로부터 자유롭기를 원하지만(그래서 도대체 네가 원하는 게 뭐야? 라고 물어보게 만들지만) 그런 만큼 자유를 두려워하는 게 아닐까?(자유는 불가능한 몸짓이다!) 그래서 텅 빈 상징으로 존재하는 주인에 의존할 때만 자유롭다는 결론에 도달한 게 아닐까. 주인의 욕망을 저주하는 시장의 노예가 되지 않는 유일한 길은 단 하나의 상징적 주인 밑에서 보편적 노예가 되는 것이라고 결론 내릴 때 지젝은 더는 지배적 현실의 환상성을 비판하는 헤겔 좌파가 아니라, 유일한 지배자의 환상으로 수립된 현실을 추구하는 헤겔 우파의 자리에 선다. 그것도 좋다. 좌파든 우파든 중요한 건 자리가 아니다. 그 자리에서 어떤 삶을 창안하고 싶은가, 어떤 삶의 형식을 욕망하는가? 지젝의 흥미진진한 비판의 뒷맛으로 그가 욕망하는 삶을 느끼고 싶다. 무리인가?(박정수 수유+너머 연구원)

08. 05. 30.

P.S. 이번에 나온 <지젝이 만난 레닌>(교양인, 2008)은 지젝에 관한 최적의 입문서이다. 무엇보다도 가독성이 좋은 번역 덕분에 지젝의 '레닌주의'와 '레닌주의적 실천'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아무런 우회 없이 이해할 수 있다. '실천'의 의미에 대해서도 지젝은 제2부의 서두에서 밝혀놓고 있다. 그는 마르크스의 (포이어바흐에 관한) 11번째 테제를 뒤집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고 말한다: "오늘날 첫번째 과제는 행동하고 싶은 유혹, 직접 개입하여 사태를 변화시키고 싶은 유혹(이렇게 되면 막다른 골목에, 즉 '전 지구화된 자본주의에 맞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뭔가?'하는 맥 빠지는 불가능성에 이를 수밖에 없다)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헤게모니를 쥔 이데올로기 좌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268쪽) 지젝이 곧바로 인용하는바, 아도르노는 이렇게 말했다.

"나로서는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모르겠다'라는 말만이 진실한 답변일 경우가 매우 많다. 나는 있는 것을 엄격하게 분석하려고 노력할 수 있을 뿐이다. 이 점에서 사람들은 나를 책망한다. 당신이 비판을 하는 사람이라면 어떻게 더 낫게 만들지 말해줄 의무도 있는 것 아니냐. 내 생각에 이것은 논란의 여지 없는 부르주아적 편견이다. 역사에서는 순수하게 이론적인 목표만을 추구한 작업이 의식을 바꾸고, 그럼으로써 사회적 현실까지 바꾼 사례가 아주 많다."

마르크스도 바로 그러한 사례가 아닌가? 지젝이 하고자 하는 일은 그러한 '분석'이고 '의문의 제기'이다. 그에게 어떻게 살아야 할지까지 말해달라고 요구하는 건 (아도르노에 따르면) 부르주아적 편견이다. 너무도 당연한 말이지만, 지젝은 '전부'가 아니고 '메시아'도 아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젝에 대한 신앙이 아니다. 다만 그와 함께 현실의 좌표를 다시 읽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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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팀전 2008-05-30 23: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로쟈님때문에 이 책을 또 사야되는 건 아닌지 모르겠어요...

2008-05-30 23: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8-06-02 13: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우려했던 바대로 ‘미국산 쇠고기 및 쇠고기 제품 수입위생조건’이 고시됐다(http://www.hani.co.kr/arti/politics/administration/290555.html). 한심하고도 어이없는 일인데, 현정부의 대국민 인식이 어떤 것인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반발이 더 거세지면 농림부 장관의 사퇴 정도를 복안으로 내놓을 거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명박 지지자들의 반응을 좀 듣고 싶다. 답답한 마음에 이런저런 뉴스기사들을 읽어보다가 마치 5공으로 회귀하려는 듯한, 현정부의 퇴행적 언론관을 폭로하는 기사를 접하게 되었다. 경향신문의 정리기사와 한겨레21의 원기사를 모두 옮겨놓는다. '멍청한 대중'들이 필독할 필요가 있다('대중지성'이란 말이 무색하다). 

경향신문(08. 05. 30)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므로…"

"절대 표 안나게 유학과 연수, 정보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주요 기자와 프로듀서, 작가, 행정직의 관리가 필요하다"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므로 몇가지 기술을 걸면 의외로 쉽게 꼬드길 수 있다"

국민을 '멍청한 대중'이라고 하는 등 상식이하의 표현과 졸렬한 '홍보조언'이 들어있는 이 문구들은 쇠고기 재협상에 대한 국민의 목소리가 높던 지난 5월초 문화관광체육부 홍보담당자 대상 교육자료에서 나온 것이다. 이 문건 하나만 봐도 국민을 섬기겠다던 이명박 대통령의 말은 신뢰하기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홍보 문건 내용 대로라면 이명박 대통령의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자성은 '몇가지 기술'이 부족해 '멍청한 대중'이 꼬임에 넘어가지 않았다는 얘기로 들린다. 앞으로 "내가 먼저 소통 하겠다"는 다짐도 몇가지 기술을 구사해 '멍청한 대중'을 꼬드겨 보겠다는 술수처럼 해석된다.

'시사주간지 한겨레21'이 최근 입수해 보도한 이 문건을 보면 정부가 출범한지 100일도 채 되지 않은 상태에서 국민들이 왜 그리 힘들어야 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풀린다. 이명박 정부는 말로는 국민을 섬기겠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국민을 섬기려는 마음가짐이 애초부터 없었지않았느냐는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다.



즉 대통령 스스로 국민의 우려는 안중에도 없이 오로지 경제만 살리면 만사가 해결되는 양 미국과 일본을 돌며 CEO 행세를 하고 다녔다는 비판이다. 많은 네티즌들은 "대한민국 주식회사의 CEO인 대통령은 주주인 국민들이 5년동안 고용한 전문경영인이지 오너가 아니다" "전문경영인은 주주인 국민이 언제든지 해임시킬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등의 의견을 올리며 대통령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런 시도에 진정성을 갖고 소통하기는 커녕 인터넷 공간을 부정적 여론 확산의 진원지로 규정하고 문화부 홍보지원국에 '인터넷 조기대응반'이라는 이름의 비공식 조직을 꾸려 오히려 네티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니터 하고 있었다. 실제로 '한겨레21'이 입수해 보도한 '인터넷 여론 형성 과정-독도 괴담 사례' 문건에는 '독도괴담'이 어떻게 유포되는지, 네이버 다음 엠파스 등 주요 포털에서 독도 관련 뉴스가 어디에 어떻게 배치되는지 등이 정리돼 있다.

뿐만 아니다. 문건에 따르면 "유학과 연수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해 기자와 프로듀서 등의 관리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조선일보 27일자 1면 머리는 '사흘째 도로 점거'라는 제목으로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주말에 이어 월요일인 26일 집회에서도 '이명박 탄핵' '못 살겠다 갈아보자'는 구호를 외치며 불법적으로 차로를 점거한 '반정부 시위' 성격을 뚜렷이 드러냈다"고 보도했다. 같은 날 사설에서는 "실제로 경찰에 연행된 사람들 다수는 평범한 시민이었다고 한다"며 "그러나 그보다는 그동안 쇠고기 수입반대와는 관련 없었던 집단들이 대거 가세하면서 집회가 불법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후설을 제기한 정부의 입맛에 딱 맞는 기사다.

최근 한국산업기술연구원의 김이태 박사는 대운하에 대한 양심선언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이어서 쇠고기 협상 주무부처인 농림수산식품부의 한 공무원이 한-미 쇠고기 졸속 협상을 비판하며, 재협상을 촉구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려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이쯤 되면 왜곡보도를 일삼고 있는 조중동 기자들 중 한두 명이라도 양심선언 대열에 동참할수도 있지 않을까?(엄호동 | 경향신문 미디어전략연구소 연구위원)

한겨레21(08. 05. 26) “부정적 여론 진원지, 적극적 관리 필요”

이명박 대통령은 최근 입만 열면 ‘소통’을 강조하고 있다. 지지율 하락의 원인이 ‘불통’에 있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생각하는 소통은 국민의 말을 듣고 자신의 뜻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에게 정부의 말만 듣고 따르라는 ‘일방통행’ 같다. 이런 방식의 소통을 생각하는 정부에게 국민은 소통의 대상이 아니라 순치의 대상일 뿐이다. 순치의 수단은 두려움와 회유다. 이른바 공안 정치다.

<한겨레21>은 청와대와 정부가 언론과 인터넷 포털을 순치시키기 위해 마련한 ‘채찍과 당근’이 담긴 문건을 입수했다. 국민들이 서로 불신하게 만드는 경찰의 공안 시스템이 부활하는 현장도 잡았다. 이른바 김경준씨 기획입국설 수사를 통해 정부와 검찰이 정치권을 향해 겨누고 있는,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의 방향도 점검해봤다. 이번 취재를 통해, 민주정부 10년을 거치고도 정부 각 기관에 ‘공안의 DNA’가 그대로 살아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동시에 우리 국민에게는 민주정부 10년의 경험을 통해 ‘자유의 DNA’가 심어져 있음도 알 수 있었다. ‘공안의 부활’을 예단할 수만은 없는 이유다. 편집자

미국산 쇠고기 전면 개방으로 국민 여론이 크게 악화됐던 5월9일 청와대 핵심 관계자와 정부 부처 대변인들이 연 언론 대책회의 내용이 문서를 통해 확인됐다. <한겨레21>이 5월23일 입수한 ‘부처 대변인회의 참고자료’를 보면, 당시 회의에서는 신문과 방송, 인터넷은 물론 지역신문에 대한 ‘관리 방안’이 논의됐으며, 이를 위해 정부 광고의 집행, 언론·정부 공동(협찬) 행사 운영, 가판 모니터링 강화 등의 방법이 거론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 이반 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는 가운데, 정부 핵심 관계자들이 모여 사태의 원인을 언론 탓으로 돌리고 ‘언론 길들이기’ 수단을 논의한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문제의 회의 내용 일부를 보도한 <경향신문>(5월17일치)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며 언론중재를 신청했지만, 관련 사실을 구체적으로 뒷받침해주는 문서가 확인됨에 따라 정부에 대한 비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논조 안 맞으면 광고 주지 말자”
문건에 따르면, 당시 ‘부처 대변인회의’ 참석자는 모두 22명이었다. 주요 인사는 청와대 박흥신 언론1비서관과 추부길 홍보기획비서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조원동 국무총리실 국정운영실장, 김규옥 기획재정부 대변인 등이다. 이 밖에도 거의 모든 부처의 대변인이 회의에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신재민 차관의 모두 발언으로 시작해 조원동 국정운영실장의 언론 대응 방안 발언으로 이어졌다. 핵심 주제는 언론사의 논조에 따른 정부 광고 운영 방안이었다. 쉽게 말해 정부를 비판하는 특정 언론사들을 대상으로 정부 광고를 집행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거론된 것이다.

이에 대해 <경향신문>은 한 참석자의 말을 빌려 “회의 모두에 조원동 국정운영실장이 일부 언론의 쇠고기 관련 보도가 적대적인 만큼 이에 상응하는 정부 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하지 않겠냐는 취지로 발언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참석자는 “<경향신문> 논조와 정부의 미국산 쇠고기 파문 관련 해명 광고 내용이 너무 다른 만큼 과연 이런 신문에 광고를 줄 필요가 있느냐를 놓고 고민도 있었다”고 전하고 있다.

<경향신문> 보도가 논란이 되자 문화부에서는 “각 부처 대변인회의는 격주마다 열리는 정례회의로, 정부 광고와 관련한 얘기를 할 성질의 회의가 아니었다”라고 해명했다. 이마저도 거짓말이었다. 이날 회의자료를 보면, 정부 광고 운영 방안은 표지에도 ‘주요 논의사항’으로 소개돼 있다. 자료 3~4쪽을 보면, 조원동 실장이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부처 협조사항 논의’라는 항목으로 △언론·정부 공동(협찬)행사 활성화 △특정 언론 대상 정부 광고 및 기고 금지 조치 해제 이후, 운영상 문제점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는 정부의 언론광고 집행 여부를 특정 언론사와의 관계 속에서만 파악하려는 천박한 인식에서 비롯된 행태라는 지적이다. 즉, 정부 광고는 정부가 최대한 많은 국민에게 알려야 할 내용이 발생할 때 집행하는 것이다. 특정 언론사의 논조나 규모와는 별개의 문제인 것이, 이른바 비판 언론의 독자 역시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마땅히 정부 광고를 통해 정부 입장을 전달받을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신재민 차관이 발표한 다른 언론대책 내용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쇠고기 논란과 관련해 신 차관의 ‘말씀자료’에는 “부정적 여론 확산의 진원지(방송·인터넷)에 대한 각 부처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겠음”이라고 적시돼 있다. 이어 “학생·주부 등 정서적 민감 계층의 동요가 많은 점을 감안해 교과부·보건복지가족부 등에서는 교육 현장 및 주부 대상 프로그램 등을 활용한 정확한 정보제공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독도 관련 뉴스 배치 확인
정부의 부실한 쇠고기 협상에서 비롯된 비판적 여론을 방송과 인터넷 탓으로 돌리고 이에 대한 적극적 ‘관리’를 주문하고 있는 것이다. 정부의 언론통제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세청이 5월초부터 포털사이트 다음에 대해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이같은 의혹은 더욱 증폭됐다. 기업에 대한 정기 세무조사는 대개 5년마다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다음은 지난 2004년 세무조사를 받았다. 다음은 이례적으로 4년만에, 그것도 대단히 미묘한 시기에, 세무조사를 통보받은 것이다. 또다른 포털사이트인 야후 역시 지난 4월말 세무조사를 통보받았다.

포털사이트에 대한 전격적인 세무조사 통보가 눈에 보이는 압박요인이라면, ‘포털 검열’ 의혹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 더욱 심각하다. 신 차관은 5월9일 회의에서 광우병 파동 등을 예로 들며 ‘언론보도 관련, 조기경보 체계 가동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1차적으로 문화부 홍보지원국에서 인터넷상의 각 부처 관련 사항을 모니터링하고 해당 부처에 신속히 통보하는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발언이 나온 지 일주일도 지나지 않은 5월14일께 문화부 홍보지원국에 ‘인터넷 조기대응반’이라는 이름의 비공식 조직이 꾸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부정적 여론 확산의 진원지(방송·인터넷)에 대한 각 부처의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겠음”이라는 대목과 관련해 주목해볼 만한 정부 보고서도 있다. 정부의 언론 대책회의가 열린 직후 외교통상부가 작성해 청와대에 보고한 것으로 알려진 ‘인터넷 여론 형성 과정-독도 괴담 사례’ 등의 문서다.
5월19일 일본 문부성이 교과서 해설서에 독도를 일본 땅으로 명기할 방침이라는 소식이 전해진 직후, 이명박 대통령의 대일 외교에 대한 비난 여론이 또 한 번 들끓었다. 해당 보고서는 이를 계기로 작성됐다. <한겨레21>이 입수한 보고서 내용을 보면, 정부는 정당한 비판 여론에 관심을 두는 대신 이른바 ‘독도 괴담’이 어떻게 유통되고 있는지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특히 독도 괴담이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지식인 게시판을 통해 형성되고 유통되는 것으로 보고 ‘이명박 독도 포기?’(2008년 5월3일) 등 7개의 지식인 게시물을 예로 들었다. 보고서는 괴담의 유포 경위에 대해서는 “괴담 유포 시점이 광우병 문제가 논란이 된 시기와 맞물려 있어 정치적으로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유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밖에도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네이버와 다음, 엠파스 등 주요 포털에서 독도 관련 뉴스가 어디에 어떻게 배치되는지에 대해 확인하고 있다. 보고서에는 독도 관련 토론방은 물론 카페와 블로그의 주소, 심지어는 댓글 동향에 대해서도 상세히 적어놓았다.

포털에 “비판 댓글 ‘블라인드’ 처리하라”
문제는 보고되는 내용 대부분이 ‘쪽발이, 왜놈 등 극단적 반일 표현과 극일 주장이 속출’ ‘이명박이 화근이야 등 대통령에 대한 비이성적 비난이 다수’ ‘비논리적, 무조건적 독설 및 비방 다수’ 등으로 인터넷 여론을 일방적으로 폄하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 정부의 부주의 결과 사태가 악화되었다는 등 합리적 비난에 대해서도 일부 소개하고는 있지만 양적으로 적다.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파동 등에 대해 끊임없이 ‘괴담’ 탓을 하는가 하면, 포털에 대한 댓글 삭제 압력까지 행사하는 배경이 이같은 보고서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정부는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한 이명박 대통령 비판 댓글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해 물의를 빚은 일이 있다. 다음 등에 따르면 5월3일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최시중) 네트워크윤리팀 관계자가 전화를 걸어와 “광우병 관련 글이 올라오고 카페가 만들어지는 등 심상치 않다”고 말한 뒤 이 대통령 비판 댓글을 ‘블라인드’ 처리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블라인드는 삭제의 한 방법이다.

5월9일 언론 대책회의에서는 얼마 전 불거졌던 혁신도시 논란에 대해서도 다뤄졌다. 정부는 혁신도시 논란을 “지역 이기주의에 근거한 지역언론의 정부 정책 비판”으로 매도하고 있다. 아울러 정부는 “(특히 영남권·충청권 지역언론이) 혁신도시 등 지역균형 발전 추진에 대한 정부 신뢰성에 강한 의문과 함께 부정적 여론을 중점 부각”하고 있으며, “쇠고기 수입과 조류독감에 대해서는 비판 언론에 버금가는 수준의 비판적 시각을 집중 전파”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이쯤 되면 모든 게 언론 탓이라는 식이다.

정부의 언론 탓은 이날 회의에서 신문 가판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겠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청와대에서 참석한 박흥신 언론1비서관 등은 ‘청와대 홍보 관련 지시사항 전달’을 통해 가판 모니터링 강화 및 신속 대응체계를 논의했다. 정부의 가판 신문 구독은 언론사에 대한 로비와 압력 행사의 창구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는 지적 때문에 참여정부 시절부터 폐지됐던 악습이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신문방송학)는 “지난 정부에서 가판을 보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많은 언론사들이 이에 화답한 것은 가판이 오랫동안 정부 의도대로 신문 논조를 조작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로 활용됐기 때문”이라며 “가판 모니터링으로도 모자라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것은 언론 보도가 독자들에게 전달되기 전에 청와대가 입맛에 맞게 내용을 바꾸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신문 가판 점검도 강화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직후 ‘프레스 프렌들리’라는 희한한 말까지 써가며 언론과의 건강한 관계를 강조했다. 하지만 취임 100일이 지나기도 전에 언론 환경이 5공화국 시절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인터넷 댓글에 정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에 대한 정부의 퇴진 압력도 도를 넘어서고 있다.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조직이나 마찬가지인 뉴라이트전국연합과 극우 단체인 국민행동본부 등 일부 보수단체가 감사원에 제기한 특별감사 청구는 단 7일 만에 뚝딱 통과됐다. 전윤철 감사원장이 외풍으로 인해 정해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감사원을 떠나자 곧바로 이런 일이 벌어졌다. 비판 언론에 대해서는 ‘광고’ ‘관리’ 등의 용어까지 남발하고 있는 현 정부의 언론관은 전속력으로 추락하는 이 대통령의 지지율과 닮았다. 5월9일 여의도 한 언론사 건물에서 열린 정부의 언론 대책회의 내용은 현 정부의 언론관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최성진기자)

문화부 홍보지원국 교육 자료 입수

‘외롭고 가난한’ 네티즌 대응방안은 ‘세뇌와 조작’
“(인터넷) 게시판은 외롭고 소외된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 잘 꾸며서 재미있게 꼬드기면 바로 세뇌 가능.”
“어차피 몇 푼 주면 말 듣는 애들에게 왜 퍼주고 신경쓰는가.”

인터넷 ‘악플’이 아니다. 하지만 악플 수준의 현상 진단과 대책이 오간 이 자리는 이명박 정부가 5월 초 홍보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전문가 집담회였다. 미국산 쇠고기 파동으로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크게 하락하던 시점에 마련됐다. 문화부 홍보지원국 소속 공무원 12명이 참가한 이날 정책 커뮤니케이션 교육에는 68쪽짜리 ‘공공갈등과 정책 커뮤니케이션의 역할’ 자료가 활용됐다. <한겨레21>이 입수한 해당 문건의 내용은 홍보담당 공무원 교육용이라고 보기에는 위험한 내용으로 가득했다.

우선 이 자료는 최근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민심이반 현상을 언론의 선정주의 탓으로 돌린다. 정부 정책이나 의사소통 능력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하지 않은 채, 특히 방송이 감성적 선동의 온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대중매체는 기본적으로 감성에 민감하다. 신문의 상대적 위축과 방송의 부상 속에서 <미디어오늘> 출신 방송쟁이가 <조선(일보)> 데스크만큼 괴롭힐 수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무식한 놈이 편하게 방송하는 법이 대충 한 방향으로 몰아서 우기는 것이다. 신강균, 손석희, 김미화 등 대충 질러대서 뜨고 나면 그만이다.”

포털 사이트 등 인터넷 공간을 기본적으로 ‘저급 선동의 공간’이라고 정의한 뒤 젊은 층은 아무 생각도 없고 비판적 이성의 밑천도 바닥이라고 폄하한 대목도 문제다. “이해찬 세대의 문제는 그야말로 아무 생각도 없고 원칙도 없다는 것이다. 학력이 떨어지니 직업전선에 더욱 급급하고, 하다 안 되면 언제든 허공에 주먹질할 것이다. 최루탄 3발이면 금방 엉엉 울 애들이지만 막상 헤게모니를 가진 집단이 부리기엔 아주 유리하다.”

황당한 대응방안도 나왔다. 핵심 키워드는 ‘세뇌’와 ‘조작’이다. “다양해진 미디어를 꼼꼼하게 접하고 이해해야 한다. (인터넷) 게시판은 가난하고 외로운 사람들의 한풀이 공간이지만 정성스런 답변에 감동하기도 한다. 멍청한 대중은 비판적 사유가 부족하므로 몇 가지 기술을 걸면 의외로 쉽게 꼬드길 수 있다. 붉은 악마처럼 그럴듯한 감성적 레토릭과 애국적 장엄함을 섞으면 더욱 확실하다.”

이날 교육에서는 마지막으로 언론 대책과 관련해 “절대 표 안 나게 유학과 연수, 정보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주요 기자와 프로듀서, 작가, 행정직의 관리가 필요하다”며 “소프트 매체에 대한 조용한 (취재) 아이템 제공과 지원도 효과적”이라고 끝맺고 있다. 이에 대해 문화부 관계자는 <한겨레21>과의 통화에서 “해당 교육은 문화부 공식 행사가 아니라 홍보지원국 소속 12명의 공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부모임 같은 것”이라며 “(문제의) 교육 내용을 문화부가 그대로 정책에 반영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단지 여러 의견 가운데 하나로 참고하겠다는 정도”라고 말했다. 

최시중·이동관·신재민

빅 브러더스 3인방
언론 환경을 5공화국 시절로 되돌리는 데 앞장서고 있는 정부 인사는 최시중·이동관·신재민 등 3인방(사진 왼쪽부터)이다. 이 세 명의 ‘빅 브러더스’는 모두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은 대선 직전까지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고문을 지냈다. 이재오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 이상득 국회부의장 등과 함께 이 대통령의 ‘복심’이자 그림자로 불린다.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차관과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 역시 선대위에서 각각 메시지팀장, 공보상황실장을 맡았다. <동아일보> 출신인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공영방송인 한국방송 장악을 위해 도를 넘은 행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은 방송 때문이며 그 원인 중 하나가 한국방송 정연주 사장”이라고 발언한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빚었다.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은 청와대 출입기자를 ‘마크’하고 있다. 이 대변인이 대통령의 입으로 나선 직후 청와대에서는 유례가 없을 정도의 ‘엠바고’와 ‘오프더레코드’ 요청이 속출하고 있다. 엠바고는 조건부 보도제한, 오프더레코드는 보도금지다. 이 대변인은 지난 4월 말 자신의 부동산 투기 의혹 보도를 막기 위해 <국민일보> 편집국장에게 직접 압력을 넣은 사실도 있다. 문제가 터지자 청와대 내부에서도 ‘이 대변인이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분위기가 높았다. 그가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때마침 터진 미국산 쇠고기 파동 덕분이었다. 여론의 관심이 쇠고기로 옮겨가며 그대로 눌러앉은 것이다. 최 위원장과 이 대변인은 둘 다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심각한 도덕적 결함을 안고 있다. 이 대변인은 <동아일보>에서 논설위원까지 지냈다.

현 정부의 미디어정책을 관장하는 신재민 차관은 특히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압박하고 있다. 포털 사이트 다음을 통해 미국산 쇠고기 논란이 확산된 직후 그는 “포털도 언론중재법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는 등의 언급을 했다. 최근 문화부 안에 ‘인터넷 조기대응반’이라는 이름의 조직을 만든 것도 신 차관이다. 그는 <조선일보> 부국장 출신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 3인방이 언론탄압의 전면에 나선 것에 대해 시민사회와 언론계의 우려는 높아지고 있다. 1800여 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미국산 쇠고기 전면 수입을 반대하는 국민대책회의’는 최근 기자회견을 통해 “비뚤어진 언론관을 가진 사람들이 요직에 앉아 있는 한 이명박 정부는 끊임없는 언론통제 논란으로 국민의 분노를 키울 것”이라며 “정부의 대언론 관계를 파행으로 이끈 최시중 방통위원장, 이동관 대변인, 신재민 차관은 당장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08. 0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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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5-30 01:5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쟈 2008-05-30 23:30   좋아요 0 | URL
^^

수유 2008-05-30 20:59   좋아요 0 | URL
이 글 가져갑니다. 한심한 잡담과 넋두리만 쏟아놓는 형편없는 블로그지만, 그리고 정치적인 글들은 배제하려 했지만..광화문에 나가는 대신.. 옮겨놓으려 합니다

로쟈 2008-05-30 23:30   좋아요 0 | URL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스틸 사진 몇 점을 오랜만에 보는군요.^^

2008-06-01 12:5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