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

이번주 한겨레21은 '책 속의 책' 특집으로 '고명섭 기자가 추천하는 인문서 16선'이 실렸다. 지난해 7월부터 올 상반기까지의 출간작 가운데 16권이 선정됐는데, 나는 그 중 피터 싱어의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산책자, 2009)에 대한 서평을 급하게 청탁받고 썼다. 책을 다시 통독할 시간은 없었고, 작년 CBS 시사자키에서 소개한 내용을 바탕으로 저자의 몇 가지 주장만을 정리했다. 

한겨레21(10. 07. 2) 우리가 기부해야 하는 이유 

“나는 독자 여러분께 바란다. 1천 8백만 명의 생명이 매년 죽어가는 세계,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생명이 덧없이 꺼져가는 이 세계에서, 과연 어떻게 살아야 올바르게 사는 것인지 한번쯤 생각해보시기를!”  

동물해방론자이자 세계적인 실천윤리학자 피터 싱어가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산책자 펴냄)에서 던지는 제안이다. 과연 어떻게 살아야 할까? 싱어의 대답은 간명하다. 절대 빈곤의 덫에 걸린 사람들을 도우며 살아야 한다. 저자는 그렇게 남을 돕지 않는 한 우리는 윤리적으로 올바르게 살 수 없다는 걸 입증하고자 하며, 우리 모두가 더 많은 소득을 가난한 사람을 위해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도록 일깨우고자 한다.    

 

기부를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 6가지
책의 원제는 ‘당신이 구할 수 있는 생명(The Life You can Save)’이다. 책의 취지에 맞추자면, ‘당신도 구할 수 있는 생명’이란 뜻으로 새겨도 좋겠다. 가령 출근길에 항상 지나는 작은 연못에 한 아이가 빠졌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다. 아이는 몇 초 동안만 고개를 내밀 수 있는 위급한 상황이다. 물에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고 위험하지 않다. 단지 며칠 전에 산 새 신발과 양복이 더러워지고 출근길이 늦어질 것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런 경우 “그냥 돌아가겠다”고 답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다들 한 아이의 생명을 구하는 일에 비하면 신발이나 지각은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그와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게 현재의 지구촌 현실이라고 싱어는 말한다. 먹고살 만한 사람들이 신발이 젖는다고, 지각한다고 죽어가는 아이를 모른 체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엔아동기금 자료를 보면, 아직도 매년 970만 명의 5살 이하 어린이가 빈곤 때문에 사망한다. 이들의 목숨 하나를 살리는 데 신발 한 켤레 값 정도밖에 들지 않는데도 말이다. 자주 사서 마시는 생수를 비롯해 외식, 옷, 영화, 콘서트, 휴가 여행, 집 단장에 돈을 쓸지언정 죽어가는 아이에 대해선 모른 체한다고 싱어는 꼬집는다. 물론 그런 ‘무관심’에도 뭔가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싱어는 기부를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를 6가지로 분석한다. 인식가능 희생자 효과(눈에 보여야 돕는다), 헛수고라는 생각, 왜 나만 도와야 하느냐는 생각 등이다. 더불어, 우리의 진화적 본성은 다수보다는 특정 개인에, 멀리 떨어진 곳의 사람보다는 가까운 사람을 대할 때 더 예민하고 신속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그러한 도덕적 직관이 그 자체로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며 현재와 같은 지구공동체 사회에서는 우리의 책임의 범위를 더욱 확장시켜야 한다는 것이 싱어의 주장이다.  

물론 이제까지 구호의 손길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50년 동안 서방 세계에서 구호에 쏟은 비용이 2조 3천억 달러라고 한다. 연간 460억 달러이며, 1인당 매년 60달러를 부담한 것이 된다. 총소득의 0.3%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부에도 아직까지 빈곤 퇴치에 성공하고 있지 못하다면, 그건 그동안 너무 조금만 퍼주었기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그건 우리 자신의 처지를 돌아봐도 마찬가지다. 한국어판 서문에서 싱어가 밝히고 있는 한국의 대외 원조 규모는 국민총소득의 0.09%로 유엔이 권장하는 대외 원조액(국민총소득의 0.7%)에 한참 못 미친다. 경제 규모에 걸맞지 않게 최하위권에 속하는 미국과 일본도 한국의  두 배 수준이다. 대외 원조에서 한국만큼 인색한 나라도 드문 것이다. “우리도 먹고살기 힘들다”는 푸념을 입버릇처럼 늘어놓지만, 싱어의 말대로 “우리 상황이 최악의 최악이라도, 절대 빈곤에 떨어져 있는 사람들보다는 낫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지 않을까.     

대외원조에 인색한 나라, 한국
정부가 더 많은 대외 원조를 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일 외에도 개개인이 자기 소득의 5% 이상을 기부해야 한다는 것이 저자의 핵심적인 제안이다. 거기에 덧붙여 제도적으로는 적절한 형태의 ‘넛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해봄직하다. 가령 봉급에서 일정 비율을 기부의 디폴트(초기조건)로 지정하는 것인데, 우리가 알지만 실천하지 않는 올바른 행동을 실천할 수 있게 해주는 방책이 될 수 있다. 이 경우 올바른 행동이란 물에 빠진 아이를 당장은 건져놓는 일이다. 

10. 07.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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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06 18: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06 19: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경향신문의 '목수정의 파리통신'은 즐겨 읽는 칼럼의 하나다. 가끔 스크랩을 해놓으려다 짬을 내지 못했는데, 어제 칼럼은 르몽드 관련 칼럼이기에 콜레주 드 프랑스 얘기와 '매치'가 될 듯싶어서 옮겨놓는다. 이브 생 로랑과 피에르 베르제, 두 사람의 사랑 얘기는 칼럼을 통해 처음 알았다. 그들이 동성 커플이었다는 것도. 더불어 그들의 미술품 '컬렉션'이 대단하다는 것도. 겸하여, 이브 생 로랑이 <발칙한 루루>(이다미디어, 2007)란 만화책의 저자라는 사실도(1956년 22살 때 그린 유일한 만화책이라 한다).    

경향신문(10. 07. 03) [목수정의 파리통신]르몽드와 새주인 베르제  

팔려간 르몽드지의 새 주인 셋 가운데, 단연 눈길을 끄는 사람은 피에르 베르제다. 1944년 창간 이래, 자본과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정론지로서의 모양새는 지켜왔으나, 초심을 저버린 지 오래인 르몽드의 쓸쓸한 운명을 애도해줄 아량까지는 없다.  



5년 전 파리오페라극장에서, 공연을 관람하러 온 이브 생 로랑과 그의 연인 베르제를 보았고, 두 사람의 50년 된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처음 접했다. 1962년, 그는 연인 이브 생 로랑을 설득하여 이브생로랑사를 함께 설립하고, 그들의 신화를 만들어간다. 20대 초반부터 카뮈, 사르트르, 콕토, 앙드레 부르통 등 당대의 지성인, 예술가들과 교류하던 그는 일찌감치 예술과 좌파의 성향을 뚜렷이 가슴에 새겼다. 이브생로랑사의 직원들은 매년 프랑스공산당이 주최하는 휴머니티축제에 참가하기도 했다. 프랑수아 미테랑의 열렬한 지지자이던 베르제는 81년 미테랑 집권 이후 예술과 문학 분야에서 광범위한 재정지원을 펼쳐왔고, 88년부터 5년간 국립오페라 바스티유극장의 디렉터로 극장을 이끌기도 했다.

99년 동성애자들의 합법적인 연대를 공인하는 팍스법(PACS·시민연대계약법)이 통과하자, 오랜 연인인 이브 생 로랑과 팍스에 서명했다. 성소수자 연대의 활동가로서 성소수자들의 인권을 위해 싸우며, 에이즈퇴치운동협회를 창립하여 대표를 역임하기도 한다. 1981년 사회당의 미테랑을 지지한 것처럼,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와 맞서 싸운 사회당 대통령후보, 세골렌 루아얄을 적극 후원했다. 불확실한 훗날을 위해 양쪽에 고루 떡값을 묻어두는 기업들의 행태와는 확연히 다르다. 



2008년 이브 생 로랑이 죽은 후, 그는 두 사람이 함께 모으고 소장해온 예술품 700여점을 경매에 내놓았다. 둘이 함께 아끼고 감상하던 예술품들이 혼자 남은 그에겐 아무 의미도 되지 못한다는 설명과 함께. 당시 경매에 나온 작품 중 아편전쟁 당시 프랑스군에게 도난당한 두 개의 청동상에 대해 중국 정부는 반환을 요청했고, 베르제는 이렇게 답했다. “중국 정부에 이 청동상들을 당장 돌려줄 수 있다. 그들이 인권선언을 적용하고, 티베트인들에게 자유를 허락하며, 달라이 라마의 귀환을 허용한다면.” 제국주의를 반성할 줄 모르는 서구 자본가의 오만이란 비난과, 티베트와의 분쟁으로 비난을 사던 중국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는 상반된 평이 뒤따랐다. 평생 그랬던 것처럼. 



세계적 명품 브랜드의 창업자이며, 좌파 정치가들의 확고한 후원자, 사회운동가이며 또한 공연예술 경영자이기도 했던 그는 한 아름다운 남자와의 전설적인 사랑을 나눈 연인으로서 가장 눈부시게 빛난다. 명예와 부를 위해 자신의 삶을 절멸시키지 않고, 자신의 가슴을 타오르게 하는 것을 지키기 위해 명예와 부를 이용할 줄 알았기에. 얼마 전, 죽은 연인에게 바치는 저서 <이브에게 보내는 편지>를 출간한 그는, 사르코지의 손아귀에 들어갈 뻔한 르몽드를 구출하면서 다시 한 번 자신이 속한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행동을 보탠다. 르몽드를 공공자산으로 여긴다는 선언, 편집권의 완전 독립, 경영진 결정에 대한 기자협회의 거부권 보장과 함께.

사회당을 돕고 르몽드를 구해내는 일이 세상을 변혁하는 일에 직접 기여하지 못한다 해도, 성공한 기업인이면서 동시에 사회운동가이고, 자신의 사랑에 충실한 한 남자의 굽힘없는 삶을 지켜보는 일은 신선하기만 하다. 

10. 07.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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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mun 2010-07-04 21:11   좋아요 0 | URL
뜬금없는 얘기라 죄송하지만 저번에 알아보시던 에밀 번역본 중 어떤 것이 가장 괜찮았나요?

로쟈 2010-07-04 21:13   좋아요 0 | URL
대조해볼 시간이 없어서 그냥 한길사판으로 구했습니다. 그것도 두 종이지만, 조금 저렴한 걸로요.^^;

Sati 2010-07-04 21:13   좋아요 0 | URL
오트쿠튀르와 좌파라... 프랑스의 매력이 뭔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되네요.

로쟈 2010-07-05 08:47   좋아요 0 | URL
네, 일종의 '프랑스식'이라고 해야겠네요.

카스피 2010-07-04 22:38   좋아요 0 | URL
“중국 정부에 이 청동상들을 당장 돌려줄 수 있다. 그들이 인권선언을 적용하고, 티베트인들에게 자유를 허락하며, 달라이 라마의 귀환을 허용한다면.”이라 정말 제국주의 시절 프랑스가 한 짓을 모르는 정말 오만 방자한 말이군요.병인양요에 약탈해간 우리 문화재도 우리가 인권선언을 안해서 안돌려 주는 건가요 3:<

로쟈 2010-07-05 08:49   좋아요 0 | URL
요즘 같아선 민간인 사찰도 대놓고 하는 국가라서 그런지도요...
 

프랑스 최고의 교육기관으로 명성이 높은 콜레주 드 프랑스의 피에르 코르볼 총장이 방한하여 국내 언론과 인터뷰를 가졌다. 미셸 푸코와 피에르 부르디외 등 명망 있는 최고의 학자들이 모두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일반 대중을 위해 강의를 한 바 있다. 조금 부럽기도 한 학제인데, 인터뷰 기사를 자료삼아 스크랩해놓는다. 현직 총장이 보는 콜레주 드 프랑스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알 수 있다.  

 

서울신문(10. 07. 03) “대학은 서비스입니다” 

“상아탑 안에 갇힌 엘리트들만이 공유하는 지식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대중을 상대로 소통하고 새로운 지식을 나누는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학문을 연구하는 대학과 교수의 진정한 존재 가치입니다.”

프랑스 최고의 지성집단 ‘콜레주 드 프랑스’의 피에르 코르볼 총장은 2일 서울신문과의 단독인터뷰에서 고등교육 및 연구기관으로서의 대학의 의무에 대해 강조했다.

●“한국 기초학문 경시 아쉬워”
한국을 처음 찾은 코르볼 총장은 국내 대학과 연구소의 연구 열기에 놀라워하면서도, 기초학문을 경시하는 풍토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유럽의 대학들은 기초부터 순차적으로 연구단계를 밟아 올라가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지만,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권 대학에서는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더 높이 사는 것 같다.”고 지적하고 “이런 대학 문화는 응용과학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역효과가 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코르볼 총장은 콜레주 드 프랑스의 존재 이유를 ‘지식의 전파’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설립 당시 프랑스에는 소르본대학으로 대표되는, 바깥 세상과 철저히 격리된 ‘지식인들만의 대학’이 있었다.”면서 “이 같은 틀을 깨고 대학과 교수의 새로운 역할 모델을 만들기 위해 학교가 세워졌다.”고 설명했다. 1530년 설립된 콜레주 드 프랑스에는 인문학과 자연과학에 걸쳐 모두 52명의 석좌교수가 몸담고 있다.

●연구 성과 시민들에 강의 의무화
석좌교수들이 시민들에게 자신의 연구에 대해 공개강의를 할 의무를 지고 있는 점이 다른 대학에서는 볼 수 없는 특징이다. 시민이면 누구나 강의를 들을 수 있고, 수업료도 없다. 지난해에만 무려 12만명의 시민들이 콜레주 드 프랑스에서 하는 강의를 들었다.  

서울신문(10. 07. 03) “교과서의 죽은 학문이 아니라 현재진행형 지식을 가르친다” 

프랑스 지성의 전당인 콜레주 드 프랑스의 피에르 코르볼 총장은 콜레주 드 프랑스가 프랑스 지성을 상징하게 된 이유로 ‘융통성과 역동성’을 꼽았다. 연구영역에 대한 제한이 없기 때문에 학문의 변화에 쉽게 적응하고 학계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대중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 교수들의 연구를 발전시키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매년 10만명이 넘는 시민들이 콜레주 드 프랑스의 강의를 듣는 것은 ‘교과서 안에 있는 죽은 지식’이 아니라 석학들이 직접 연구하고 있는 ‘현재진행형 지식’을 듣고 싶어 하는 호기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콜레주 드 프랑스는 올해부터 한국 기초기술연구회와 함께 국제협력활성화사업을 진행한다.

●융통성·역동성이 최대 장점
→콜레주 드 프랑스가 500년 가까이 유지돼 온 비결은 어디에 있나.
-1530년 설립 당시의 정신이 아직도 유효하기 때문이다. 당시 소르본 대학을 비롯한 프랑스의 고등교육기관들은 외부로부터 철저히 닫힌 연구를 했다. 이들은 기초과학이나 언어학 등은 학문으로 인정하지도 않았고, 대중을 우매한 존재로 여겼다. 콜레주 드 프랑스는 이런 엘리트들의 인식을 깨기 위해 만들어졌고, 지금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대중을 상대로 완전히 열려 있는 대학, 지식을 나누는 대학의 의미를 잊지 않았기 때문이다. 콜레주 드 프랑스의 강의는 공짜이고, 강의내용에 대한 저작권도 없다. 애플 앱스토어에 올려진 무료강의는 지난 한 해에만 500만시간 넘게 다운로드됐다.

●엘리트의식 깨기 위해 설립
→노벨상, 필즈메달 등의 수상 실적에서 규모가 수백배 큰 독일의 막스플랑크 연구소와 비견될 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연구방식에 특별한 비결이 있는가.
-융통성과 역동성을 꼽을 수 있다.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들은 강의 주제를 정하는 데 있어서 외부 간섭으로부터 100% 자유롭다. 가능성만 있다면 어떤 접근방식도 용인된다는 얘기다. 이 덕분에 학문의 변화에 쉽게 적응할 수 있다. 시민과 소통해야 한다는 점도 동기부여가 된다.

●1시간 강의 최소 2주 준비
→많은 대학교수들이 강의와 연구를 병행하는 것이 어렵다고 말한다. 이 때문에 연구중심대학의 필요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기도 하다. 콜레주 드 프랑스의 교수들은 이 같은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고 있나.
-프랑스나 미국의 다른 대학교수들도 같은 불만을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콜레주 드 프랑스는 기존 대학과 다르게 학위과정이 없다. 교수들이 그만큼 자신의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다는 얘기다. 교수들은 시민을 상대로 강의하기 위해 자신의 연구성과를 정리하고 새로운 시각을 가질 수 있게 된다. 강의 준비에는 많은 시간이 들어간다. 1시간의 강의를 위해서는 최소 2주 이상의 준비 과정이 필요하다.

→KAIST, 연세대, 이화여대 등 한국 대학을 방문했다. 어떤 인상을 받았고, 유럽 대학과는 어떤 차이가 있나.
-한국은 첫 방문인데 상당히 깊은 인상을 받았다. 연구하는 교수와 학생들의 열의는 정말 뜨거웠다. 유럽 대학과의 차이는 연구를 대하는 가치관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연구를 중시해온 유럽에서는 D를 가기 위해서는 순차적으로 A, B, C를 거치는 것을 당연시한다. 하지만 한국 등 아시아권의 대학들은 독창적인 아이디어를 중시하고 위험성이 높은 연구를 즐기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박건형기자) 

10. 07. 03.  

P.S. 프랑스 축구는 최강의 자리는 진작에 내놓았지만, 콜레주 드 프랑스 같은 프랑스식 교육제도는 아직 세계 최강인 듯싶다. 인상적인 건 두 가지다. 이 교육기관의 가장 중요한 존재 목적이 철저하게 '지식의 전파'에 놓여 있다는 것. 때문에 모두 시민에게 개방돼 있고, 저작권도 없다. 말 그대로 지식의 '코뮤니즘'이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그 실제 효과. 연간 12만 명이 강의를 듣고 무료강의는 500만 시간 넘게 다운로드 됐다는 것. 우리에게 이에 견줄 만한 게 있다면 EBS 수능방송 정도가 아닐까. 혹은 EBS의 지식채널? 5분 분량의 지식을 50분, 100분 분량의 '사유'로 업그레이드 하는 것, 그것이 이제는 우리에게 필요하지 않을까. 국가는 이에 대한 관심과 의지를 갖고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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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2010-07-04 10:18   좋아요 0 | URL
과거에 김용옥 교수의 TV 강연도 있었죠, 그 이후에 몇몇 TV 강연 프로그램들이 생겨났지만, 그때처럼 파격적인 시간대에 편성되어 이목을 집중시킨 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혹자들은 그것을 인기에 영합하는 행위라고 비난했지만,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열기는
누군가를 기점으로한 "자신의 열망의 확인"에 다름아니었습니다. 모두들 김용옥이라는 한 개인의 강연을 들으러갔지만, 강연이 끝날 무렵 저마다 마음 속에 다른 열망들을 품고 있는 듯 보였으니까요. 모두 같은 생각을 했다면 끔찍 했겠죠, 오히려 중요한 것은 그 열기와 열망 자체였습니다.
앞으로 또 언제, 이 대한민국이라는 자랑스러운 나라에서 훌륭한 석학이 그처럼 대중들을 향해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강연을 하는 날이 오게될지..........

로쟈 2010-07-04 16:3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지식에 대한 사회적 '수요'는 있는 것이죠. 그걸 모른 체하는 대학과 정부가 있는 것처럼...

푸른바다 2010-07-04 19:50   좋아요 0 | URL
파리에 갔다가 콜레주 드 프랑스를 굳이 찾아 간적이 있었습니다. 문이 굳게 잠궈져 있어 안에 들어가 보지는 못했지요. 소르본 대학(지금의 파리 1대학) 뒤편과 길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습니다. 그 좁고 차도 별로 많이 다니지 않는 듯 보이는 길에서 바르트는 어떻게 차에 치게 되었을까 하고 잠시 생각해 봤답니다.^^

로쟈 2010-07-04 20:32   좋아요 0 | URL
그런 교육기관을 세우는 게 한국에선 불가능한 건지 궁금해요...
 

이번주에 출간된 가장 놀라운 인물 평전은 마쓰모토 겐이치의 <기타 잇키>(교양인, 2010)다. 저자는 <일본 우익사상의 기원과 종언>(문학과지성사, 2010)으로 이미 소개된 바 있는 일본의 평론가. <기타 잇키>(2004)는 30여 년에 걸친 그의 기타 잇키 연구의 결정판이라 한다. 국역본의 분량만 1220쪽. '문제적 인간' 시리즈의 다른 책들처럼 '문제적 두께'를 자랑한다(히틀러와 스탈린, 괴벨스 등의 평전이 포함돼 있다). 간단한 소개는 이렇다.  

<기타 잇키>는 1936년 일본 전역을 뒤흔든 2.26 쿠데타의 정신적 지도자 기타 잇키의 삶과 사상을 끈질긴 추적과 철저한 고증으로 되살려낸 전기이자 역사서이다. 쿠데타의 배후라는 이유로 역사의 무덤에 깊숙이 매장당한 기타 잇키는 박정희와 5.16 쿠데타의 사상적 배경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기타 잇키는 2차 문헌에서만 몇 차례 이름을 접해본 인물인데, 이 책을 통해 그 '거대한' 실체를 접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된다. 일본 사상계의 천황 마루야마 마사오는 기타 잇키에 대해서 이렇게 평했다 한다. “기타 잇키의 <일본개조법안대강>은 쇼와 시대 초국가주의 운동의 <나의 투쟁(Mein Kampf)>이었다.” 그 <일본개조법안대강>도 마땅히 소개되면 좋겠다. 이럴 땐 대체 우리가 일본에 대해서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진다. <기타 잇기>는 '문제적 인간' 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인데, 겸사겸사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히틀러와 괴벨스를도 기회가 닿는 대로 구해봐야겠다).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기타 잇키- 천황과 대결한 카리스마
마쓰모토 겐이치 지음, 정선태.오석철 옮김 / 교양인 / 2010년 7월
40,000원 → 36,000원(10%할인) / 마일리지 2,000원(5% 적립)
2010년 07월 03일에 저장
절판
히틀러 1- 의지 1889~1936
이언 커쇼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10년 1월
50,000원 → 45,0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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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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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2- 몰락 1936~1945
이언 커쇼 지음, 이희재 옮김 / 교양인 / 2010년 1월
60,000원 → 54,000원(10%할인) / 마일리지 3,0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내일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2010년 07월 03일에 저장

스탈린, 강철 권력
로버트 서비스 지음, 윤길순 옮김 / 교양인 / 2007년 2월
45,000원 → 40,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250원(5% 적립)
2010년 07월 03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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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자 한겨레의 '로쟈의 번역서 읽기'를 옮겨놓는다. 마감일이던 월요일에 성적 처리를 하느라 저녁이 다 돼서야 바삐 작성해서 보낸 원고였다. 알베르 카뮈의 <최초의 인간>을 거리로 골랐는데, 지난주에 강의에서 다룬 작품이기도 하다. 우연이긴 하지만 첫번째 연재에서 '말인'(최후의 인간)을 다룬지라 이번에는 '최초의 인간'을 떠올린 것이 우연만은 아니겠다는 생각도 든다.   

  

한겨레(10. 07. 03) “어머니가 나를 사랑한다니까!”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과 마주하게 되면 꼭 생각나는 작가는 알베르 카뮈다. 작품에서 접했을 뿐이지만 그가 찬양한 알제리의 태양과 바다가 왠지 친근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방인>의 작가’라는 게 카뮈에게는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소개 문구지만, 그는 ‘<최초의 인간>의 작가’로 기억되기를 원했을지도 모르겠다. 불의의 교통사고로 죽는 바람에 미완으로 남겨진 유작이다. 아마도 완성되었다면 이 소설은 어머니에게 바쳐졌을 것이다. “이 책을 결코 읽지 못할 당신에게”라는 헌사가 초고에는 남아 있다. 남의 집 ‘하녀’ 일을 했던 그의 어머니는 귀가 어두운데다가 문맹이었다. 노벨상 수상 작가의 이 자전적 소설은 그 어머니에 대한 예찬이자 ‘기이한 사랑’의 고백으로 읽힌다.   

카뮈는 20대 초반에 발표한 최초의 산문집 <안과 겉>의 재판 서문을 20여년 만에 붙이면서 이런 바람을 적었다. “한 어머니의 저 탄복할 만한 침묵, 그리고 그 침묵에 어울릴 수 있는 정의, 혹은 사랑을 찾으려는 한 사나이의 노력”을 다시 한 번 더 그려보겠다고. <최초의 인간>은 바로 그런 노력의 소산이기에, 이 작품에서도 가장 궁금한 대목은 ‘어머니의 침묵’ 장면이다.

일찍이 남편을 전쟁터에서 여읜 카뮈의 어머니는 두 아들을 데리고 자기 어머니, 그리고 남동생과 같이 살았다. 집안에서는 카뮈의 외할머니가 군주처럼 군림했고 모든 일을 결정했다. 아이들의 훈육도 할머니의 몫이어서 잘못을 할 때마다 회초리질을 했는데, 너무 아프게 때릴 때면 어머니는 말리지는 못한 채 “머리는 때리지 마세요”라고만 말하는 정도였다.

<안과 겉>에 묘사된 바에 따르면, 어머니에겐 의자에 앉아 멍하니 마룻바닥을 들여다보거나 해질 무렵 발코니에 의자를 놓고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습관이 있었다. 그럴 때 어린 카뮈가 집에 돌아와서는 그런 모습을 보고 슬픔에 잠겼다. 그의 어머니는 한 번도 그를 쓰다듬어준 일이 없었다. 어머니는 자식들을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내보이진 않았다. 그래서 아들 또한 우두커니 서서 어머니를 바라보고만 있었다.

이렇듯 침묵하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이 카뮈 문학의 모태적 풍경이자 원초적 이미지이다. 그것이 모태적이고 원초적이라는 것은 <최초의 인간>에서 늙은 어머니가 수십년 동안 고된 노동을 해왔음에도, 주인공 코르므리가 어린 시절 뚫어지게 바라보며 탄복해 마지않았던 그 젊은 여인의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암시된다. 카뮈의 문학 전체는 어머니의 침묵과 ‘기이한 무관심’이라는 이 ‘수수께끼’와의 대결이 아니었을까.   

<최초의 인간>에서 가장 감동적인 대목 또한 그 ‘수수께끼 풀이’의 한 장면이다. 어린 코르므리가 부른 노래를 이웃 아주머니가 칭찬하자 그의 어머니는 “그래요 좋았어요. 쟤는 똑똑해요”라고 말한다. 어머니의 부드럽고 뜨거운 시선을 느끼면서 아이는 머뭇거리다가 밖으로 도망쳐 나온다. 그리고는 이렇게 중얼거린다. “어머니가 나를 사랑하고 있어, 나를 사랑한다니까.”  

그는 자신이 어머니를 미친 듯이 사랑하고 있으며, 어머니가 사랑해주기를 전심전력으로 열망해왔다는 걸 깨닫는다. 동시에 항상 그 사랑의 가능성을 의심해왔다는 것도. 아들 카뮈의 운명은 바로 그 어머니의 침묵과 사랑 사이에서 진동한다고 말해도 좋겠다. 조금 일반화하자면, 카프카 문학의 비밀이 그의 아버지와의 관계에 놓여 있듯이 카뮈 문학의 경우는 어머니와의 관계를 밑바탕으로 한다. 작품에서 ‘최초의 인간’은 ‘아버지 없이 자란 인간’을 가리키지만, 그 ‘최초의 인간’에게도 어머니는 마치 바위처럼 존재했다.  

10. 07. 02.  

P.S. 한편, 아버지 없이 자란 '최초의 인간' 카뮈에게 아버지는 사형(단두대형) 집행을 보러 갔다 와서 구토를 하며 앓아누웠다는 '이야기' 속의 아버지이다. 이 이야기는 <이방인>에서도 뫼르소의 아버지 이야기로 등장하며 <단두대에 대한 성찰>에서도 서두를 장식한다. 사형제도에 대한 카뮈의 끈덕진 성찰과 문제제기는 이러한 체험에 근거한다. 카뮈의 <이방인>과 <페스트>를 다시 읽으며 새삼 이 문제에 주목하게 됐는데, 이 주제에 대해서는 기회를 만들어 자세하게 분석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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