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생물학 분야의 좋은 책들이 계속 나오고 있다. 이번주엔 로버트 트리버스의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살림, 2013)가 주목할 할 만한 책이다. 일단 저자가 거물이다. 과학책 전문번역자인 이한음 씨도 생각이 비슷했던 듯싶다. "이 책의 번역 의뢰가 오자자마 내용을 보지도 않고 하겠다고 했다. 이런 유명 인사의 책을 어찌 그냥 넘길 수 있겠는가."  

 

 

우리에게 초면은 아니다. <사이언스 이즈 컬처>(동아시아, 2012)와 <낙관적 생각들>(갤리온, 2009)의 공저자로 먼저 선보인 바 있다(브록만 사단의 일원인 것). 아마도 나는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에서 이름을 처음 접한 것 같은데(<협력의 진화>의 저자 로버트 액설로드와 함께 기억되는 이름이다), 프로필에는 "살아 있는 최고의 진화생물학자로 평가받는 그는 호혜적 이타주의, 양육 투자, 성비 결정, 자기기만 등에 관한 뛰어난 진화적 분석과 이론을 내놓았다. 2007년 로버트 트리버스는 기초과학분야의 노벨상이라 할 만한 스웨덴 왕립 과학원 주관의 크래포드 상을 수상했다." 정도로 소개돼 있다. 이런 급의 저자들은 어떤 주제의 책이건 기대를 품게 한다.

 

 

 

이번에 다룬 주제는 자기기만. '진화생물학의 눈으로 본 속임수와 자기기만의 메커니즘'이 부제다. 곧 자기기만의 문제를 진화생물학적으로 해명/설명한 책으로 소개는 이렇다.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는 그의 최신작이자 국내에 소개되는 첫 저서로, 기만과 자기기만이라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트리버스는 이 책을 통해 기만과 자기기만이 어떻게 인류의 진화와 함께해왔는지, 그리고 자기기만이 어떤 식으로 인류 문명에 영향을 끼쳤는지를 보여준다. 리처드 도킨스의 표현처럼 “여태껏 그가 내놓은 개념 중 가장 도발적이면서 흥미로운” 주제를 다루는 이 책은 로버트 트리버스 특유의 솔직함과 뛰어난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다.

"가장 도발적이며 흥미로운" 책을 주말에 읽을 수 있다는 사실에 흥분하는 것도 독서가의 권리다. 다 읽을 시간은 물론 없을 테지만, 주말이 기다려진다...

 

13. 08.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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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짜가 바뀌어 8월이 됐다. 7월보다는 일정이 줄었지만 이런저런 강의와 원고가 이달에도 빼곡하다. 그중 하나는 휴버트 드레이퍼스와 숀 도런스 켈리 공저의 <모든 것은 빛난다>(사월의책, 2013) 북콘서트다. 8월 22일 저녁 강남역 이즌잇에서 열린다. 번역자인 철학자 김동규 선생과 대담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책은 제목으로는 감을 잡기 어려운데,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서양고전에서 삶의 의미 되찾기'란 부제를 참고할 수 있다. 저명한 철학자 찰스 테일러의 평으론 "허무주의의 위협에도 불구하고 우리 시대에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매혹적인 통찰"을 보여주는 책이다. 관심이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신청은 http://blog.aladin.co.kr/culture/6489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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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문학쪽에서 '이주의 발견'을 꼽았다면 골랐을 책은 아일랜드계 미국작가 J. P. 돈리비의 <진저맨>(작가정신, 2013)이다.

 

 

"세계문학사상 최고의 문제작이자 J.P. 돈리비 최고의 걸작 <진저맨>이 국내 최고의 번역가 김석희와 만나 국내에서 처음으로 소개된다."라는 소개 문구에서 '세계문학사상 최고의 문제작'이란 것만 빼면 모두 맞는 말이기에. 1926년생인 돈리비는 아직 생존작가다. 사진은 조니 뎁과 돈리비. 조니 뎁은 이렇게 말했다. "몇 년 동안 미친 듯이 반해 있는 책을 영화화해 생명을 불어넣고 싶다. 그게 바로 <진저맨>이다." 아마도 영화화된다면, 다시 주목받을 만한 작품.  

 

1926년 뉴욕에서 태어나 제2차 세계대전 때 미 해병으로 근무했다.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미생물학을 공부하다가 1967년 아일랜드 시민이 되었다. 1955년 상스럽고 우스꽝스러운 반영웅적 인물 데인저필드를 등장시킨 활기 넘치는 코믹 소설 <진저맨The Ginger Man>을 발표하며 문단에 데뷔했다. 1955년 프랑스에서 출판된 후 1958년 미국에서 발표된 이 소설은 외설적이라는 이유로 아일랜드와 미국에서 판매 금지를 당하기도 했지만, 독특한 작품 세계를 구축해 오늘날 20세기 영문학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그러니까 29살에 쓴 데뷔작이 <진저맨>이고 이게 돈리비의 대표작이자 '20세기 100대 영미소설'의 하나라는 것. 소설의 문제적 주인공 시배스천에 대한 설명은 이렇다. 조니 뎁의 이미지와 잘 맞는 듯도 하다.

이 작품은 모두 31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시배스천과 그의 아내, 친구들, 연인들이 등장한다. 시배스천은 아일랜드 더블린의 트리니티 칼리지에서 법학을 전공하는 스물일곱 살의 청년으로 아내 메리언과 딸 펠리시티와 함께 살아간다. 집안의 가장이지만 가정을 돌보는 데 무책임하고, 변호사가 되는 것이 꿈이지만 공부는 뒷전인 데다, 술 마시고 여자를 유혹하는 데만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 어떤 것에도 구애받고 싶지 않다지만 자유를 갈망하는 것도 아닌, 기존 질서와 관념을 교란시키지만 사회적 저항도 아닌, 불결하고 불량하지만 품위를 강조하는, 거칠고 방종한 행동 이면에 당당하고 아름다운 비애가 흐르는 시배스천. 그에 대한 정의는 어떤 말로도 도저히 설명 불가능하다는 자가당착적인 설명으로만 가능하다.

 

역자인 김석희 선생이 "20세기 영문학 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작품"이라고 평한 <진저맨>의 문학사적 의의는 무엇인가.

돈리비는 시배스천을 통해 제2차 세계 대전 이후 불안과 허무 의식이 팽배하고, 미국을 중심으로 한 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보편적 이상으로 부상한 과도기적 시대에 직면한 한 개인의 초상을 탁월하게 그려냈다. 20세기 영문학 가운데 가장 독창적인 소설 <진저맨>은 뛰어난 유머와 위트, 부조리한 삶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 밀도 높은 문학적 감수성으로 출간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세상의 열혈 독자들에게 뜨거운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하나의 신화로 자리 잡고 있다.

주인공이 반영웅이지만 동시에 시대의 초상이라는 것. 시배스천이 "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보편적 이상으로 부상한 과도기"의 한 초상이라면 거꾸로 보편적 이상으로서 자유주의와 자본주의가 부식돼가는 과도기의 형상은 무엇일까. 우리시대의 진저맨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13. 07.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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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말 아파트 관련서 저자들의 대담을 읽고(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307262134175&code=900308) 박철수, 박인석 교수의 공저 <아파트와 바꾼 집>(동녘, 2011)을 오늘 구입했는데, 박철수 교수의 <아파트>(마티, 2013)에 뒤이어 박인석 교수의 <아파트 한국사회>(현암사, 2013)가 바로 출간됐다. '아파트 담론'에 관한 책이 얼추 갖춰진 듯해서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발레리 줄레조의 <아파트 공화국>(후마니타스, 2007)에서 <아파트 한국사회>까지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아파트 한국사회- 단지 공화국에 갇힌 도시와 일상
박인석 지음 / 현암사 / 2013년 7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2013년 07월 30일에 저장
절판
아파트- 공적 냉소와 사적 정열이 지배하는 사회
박철수 지음 / 마티 / 2013년 6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3년 07월 30일에 저장
품절
아파트와 바꾼 집- 아파트 전문가 교수 둘이 살구나무 집 지은 이야기
박철수.박인석 지음 / 동녘 / 2011년 12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3년 07월 30일에 저장
품절

콘크리트 유토피아
박해천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3년 07월 30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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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인지과학자이자 철학자 제리 포더의 <마음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알마, 2013)가 출간됐다. '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결정적 반론'이 부제. 원서의 부제는 '계산주의 마음이론의 범위와 한계'다.  

 

 

'이주의 발견'이라고 할 만한 책이지만, 단 포더의 책으로 처음 소개된 것은 아니다. 아주 오래 전에 <표상>(민음사, 1991)이란 책이 출간됐었기 때문이다. '인지과학의 기초에 관한 연구'가 부제. 기억에 인지과학의 특정한 입장을 대표하던 학자인데(그걸 '표상주의'라고 부르는지?), <마음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의 소개를 보니 인지과학의 주류적 입장(계산주의)에 사뭇 비판적이다. 소개는 이렇다.

이 책은 매우 논쟁적인 태도로 기존 인지과학의 패러다임을 비판한다. 즉 1960년대 앨런 튜링의 제안 이래 인지과학 연구를 자극해온 ‘심적 과정은 곧 계산’이라는 관점에 대해 철학적·개념적·논리적으로 성찰한다. 저자는 이른바 계산주의 마음이론이 가정하는 것처럼 인간 인지가 통사론적으로 작동한다고 보지 않는다. 다시 말해 마음은 어떤 제한된 요소와 이를 관장하는 유한한 규칙에 의해 지배되는 “국소적 통사 기계”가 아니다. 그보다는 어떤 현상이 주어졌을 때, 그 현상을 가장 잘 설명하는 단순한 가설을 전체적 맥락에 의존하여 이끌어내는 식으로 인지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 이와 같은 귀추 추론은 인지의 전국성全局性과 맥락 민감성을 명백히 드러내기 때문에, 계산주의가 내세우는 국소적 계산 기계인 ‘모듈’과 근본적으로 부딪힌다는 것이 저자의 일관된 주장이다.  

제목에서 '그렇게'가 뜻하는 것이 바로 계산주의적 관점이고, 이를 가장 잘 대변하는 책이 스티븐 핑커의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동녘사이언스, 2007)이다. 이쯤 되면 포더와 핑커 사이에 논쟁이 벌어졌을 법도 한데, 그것까지 찾아보지는 않았다(포더는 '마음은 그렇게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할 뿐, 아직 '마음은 이렇게 작동한다'고까지 나아가지 않는다. 현재의 인지과학이 갖는 한계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여하튼 두 권의 책을 같이 읽으면 인지과학의 핵심 논점에 관한 이해를 넓힐 수 있겠다. 두 권 다 김한영 씨의 번역이어서 믿음을 준다.

 

 

얼마전에 포스팅하기도 했지만 인지과학 입문서라고 할 만한 책 몇 권 정도는 챙겨두어도 좋겠다. 개인적으로는 '정신분석 vs 인지과학'이란 구도 때문에 관심을 갖고 있는 주제이기도 하다(이 또한 지젝의 대결구도이기도 하다). 그나저나 책 정리가 되어야 책들을 좀 볼 수 있을 텐데... 

 

13. 0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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