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주간경향(1038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가라타니 고진이 신작 <자연과 인간>(도서출판b, 2013)을 읽고 적었다. 이미 언급한 바 있지만, <세계사의 구조>, <세계공화국>으로 나란히 읽을 만하다. <세계사의 구조>에 대한 프롤로그로, 또 에필로그로 말이다.

 

 

 

주간경향(13. 08. 13) 인간과 자연의 교환관계에 대한 고찰

 

일본의 비평가 가라타니 고진의 신간이 출간됐다. ‘가라타니 고진 컬렉션’의 11번째 책으로 나온 <자연과 인간>(도서출판b)이다. 개인적으로는 ‘가라타니 고진의 모든 책’을 읽을 의사를 갖고 있고, 또 그렇게 해왔기에 <자연과 인간> 또한 기꺼이 손에 들었다. 부제는 ‘<세계사의 구조> 보유’. 고진이 대표작 <세계사의 구조>를 보충한다는 의미인데, 역자는 <세계사의 구조>를 읽기 위한 최적의 입문서로도 추천하고 있다. <세계사의 구조>와 씨름했거나 씨름해 볼 독자에겐 더 없이 유용한 길잡이이자 격려라고 할까. 여러 논문 가운데 표제가 된 ‘자연과 인간’을 통해서 어째서 그러한지 짚어본다.

 

고진의 <세계사의 구조>는 교양양식으로 바라본 세계사의 전개과정을 해명한 문제작이었다. 생산양식의 관점에서 세계사의 전개를 설명한 마르크스의 시도를 보완하면서 동시에 교환양식론이라는 독보적 관점을 제시함으로써 ‘사상가’로서의 존재감을 각인시켜준 책이다. 다만 인간과 인간 사이의 교환관계에 초점을 맞춘 탓에 인간과 자연의 관계에 대해서는 충분히 다루지 않았다. 이에 대해 보충하면서 고진은 기본적으로 인간과 인간의 교환관계의 근저에 인간과 자연의 교환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시야를 확대해 보자면, 지구는 엔트로피를 열로 우주에 방출함으로써 정상성을 유지하는 개방계이다. 태양광에서 고온열을 받아들여 저온열을 우주에 방출하는데, 이때 대기의 순환이 발생한다. 그리고 지구라는 시스템 아래에 생명계가 있다. 이 역시 열엔트로피를 대기에 방출함으로써 유지되는 정상개방계이다. 이런 시스템 하에 인간사회가 존재한다. 고진은 이러한 계층구조에서 인간이 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제한적이라고 본다. 지구온난화설을 의심하는 이유인데, 역사적으로 지구 대기의 온도 변화는 주로 태양활동의 변화에 의한 것이다. 인간이 과다 배출해낸 이산화탄소에 의해서 지구 전체의 환경 변화가 초래된다고는 볼 수 없다는 얘기다. 인간이 갖고 있는 거라면 원자폭탄이든 원전사고이든 원자력에 의해서 지구를 황폐한 공간으로 만들 수 있는 능력 정도다.

 

 

 

고진은 지구온난화설의 대두가 환경론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을 보여주는 사례이며, 이것은 자본주의의 글로벌라이제이션에 대응하는 것으로 이해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규제함으로써 자본-국가는 석유나 천연가스를 직접 소유하지 못하더라도 그 사용권을 국제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문제는 그 여파로 1980년대에 고조되었던 반전운동이 시들해졌다는 점이다. 고진이 보기에 그것은 ‘자본-국가에 대한 대항운동의 총체적인 패배’의 결과이다.

 

자본의 글로벌라이제이션은 왜 일어났던가. 세계자본주의는 ‘일반적 이윤율의 저하’에 따라 주기적으로 경제위기에 봉착하게 되는데, 1870년대에는 제국주의로 나아감으로써, 그리고 1980년대에는 신자유주의를 통해서 이를 극복하고자 했다. 자본주의의 ‘외부’를 자본주의화하려고 했다는 점에서 신자유주의는 제국주의와 닮은꼴이다. 하지만 중국과 인도까지도 자본주의 체제에 편입돼 경제성장을 달성한 시점에서는 더 이상 ‘외부’가 존재하지 않는다. 자본주의의 종언이 불가피한 이유다. 그렇다고 자본주의가 자동적으로 끝나진 않는다. 자본-국가에 대항하는 운동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또 한 번 ‘제국주의 전쟁’을 반복할 수밖에 없으리라는 것이 고진의 전망이다. “사람들이 주권자인 사회는 국회의원 선거가 아니라 데모에 의해 가능합니다”라는 고진의 메시지가 허투루 들리지 않는다.

 

13. 0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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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시사IN(308호)에 실은 북리뷰를 옮겨놓는다. 앤서니 보개트의 <무성애를 말하다>(레디셋고, 2013)를 읽고 적었다. 이 주제로는 처음 나온 책이라 관련자료들에 대한 정보도 요긴한데, 번역본에는 누락된 듯싶어 아쉽다. 원서의 보급판이 나오길 기다려야 할 모양이다. 무성애에 관한 또다른 읽을 거리로는 <보스턴 결혼>(이매진, 2012)이 있다...

 

 

시사IN(13. 08. 10) 또 하나의 커밍아웃

 

무성애? 궁금증과 함께 의문을 품으며 손에 들 만한 책이 앤서니 보개트의 <무성애를 말하다>(레디셋고)이다. 과문했던 것인가 하면 딱히 그렇지도 않다. 무성애란 성 범주가 등장한 게 2000년부터라고 하고, 2004년에야 최초의 방대한 표본조사가 이루어졌다. 개념으로서 무성애가 탄생한 것은 10여년밖에 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성애, 동성애, 양성애에 이어서 제4의 성적 취향이라고 할 무성애는 과연 무엇이고 무성애자는 어떤 사람인가.


먼저 무성애에 대한 정의가 필요하겠다. 저자에 따르면 “남성이나 여성, 혹은 양성 모두에 대해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무성애다.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아니 모호하다. 무성애라고 해서 로맨스가 결여된 것은 아니며 성적 매력과 로맨틱한 매력은 다르다고 하기 때문이다. 섹스와 로맨스는 서로 관계가 있지만 불가분의 관계는 아니라는 것이다. 성적인 매력을 느끼지 않는다고 해서 신체적 흥분을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성 경험 자체만으로는 어떤 사람이 무성애자인지 아닌지 판별할 수 없다. 무성애를 결정하는 것은 성행위의 결핍이 아니라 욕망의 결핍이다.  


인간이란 종은 분명 유성생식에 의해 진화돼왔는데, 무성애가 존재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아직 분명한 메커니즘이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뇌세포의 형성과정과 성적 취향이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리고 무성애는 유성생식을 하는 다른 동물에서도 나타난다. 숫양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도 암양에게 성적 매력을 느끼는 숫양이 55.6%인데 반해서 암양과 숫양 어느 쪽에도 성적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무성애 숫양이 12.5%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성애 숫양(22%)보다는 낮지만 동성애 숫양(9.5%)보다는 높은 비율이다. 인간의 경우는 어떤가. 2004년의 조사로는 1%가 무성애자인 것으로 밝혀졌다. 무시할 수 있는 비율은 아니다. CNN의 인터넷 여론조사에서는 약 11만 명의 응답자가 가운데 6%가 자신을 무성애자라고 답하기도 했다.


무성애자는 대략 70%가 여성이라고 한다. 몇 가지 요인이 있다. 여성은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낮아서 자위 욕구가 상대적으로 약하고 타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성적 매력을 느끼는 빈도도 낮다. 또 성애에 대해 상대적으로 유연하기 때문에 남성보다 사회적‧문화적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발기는 명확한 반면에 질의 반응은 미묘한 데서 알 수 있듯이, 남성이 성애에 있어서 목표 지향적인 데 비해 여성의 욕망은 좀더 모호한 것도 관계가 있다.


이렇게 무성애자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면 여러 가지 곤란한 질문과 맞닥뜨리게 된다. 무성애 남성은 이성애 남성보다 덜 남성적인가, 혹은 무성애 여성은 이성애 여성보다 덜 여성적인가 따위 질문이다. 대다수 무성애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남성, 여성으로 규정하지만, 대략 13% 정도는 남성 혹은 여성으로 규정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예 성애가 관심 밖의 일이기 때문에 동성애자들처럼 적극적으로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주장하지는 않지만' 정당한 정체성을 인정받기 위한 무성애 운동도 생겨났다. 무성애 웹사이트 에이븐을 통해서 “자신을 발견했다”는 무성애자도 늘고 있다. 저자는 성적 소수자로서 무성애자의 권리에 대한 요구와 투쟁이 이제 막 시작된 것 같다고 말한다. 우리의 성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 자신을 이해하는 것이라면, 무성애는 인간 이해의 새로운 확장이자 도전이라 할 만하다.

 

13. 08.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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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에 눈에 띄는 책 가운데 엘즈비에타 에팅거의 <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산지니, 2013)가 있다. 소개는 "스승이었던 마틴 하이데거와 연인관계였던 아렌트의 사상을 들여다보기에 앞서 그들의 삶을 재조명하고, 사상 이전에 존재하였던 두 철학가의 사고 전개과정 속 실마리를 찾고자 한 것이다."라고 돼 있지만 두 철학자의 사적인 관계를 들춰냄으로써 아렌트 연구자들에게 격렬한 반발을 사기도 했던 책이다(엘리자베스 영-부루엘의 <아렌트 읽기>를 참조). 그래서 주의해서 읽어야 하는 책이기도 한데, 이왕 나왔으니 같이 읽을 만한 책들과 묶어놓는다. 카트린 클레망의 실명 소설 <마르틴과 한나>(문학동네, 2003)은 알라딘에서만 품절된 걸로 나온다. 다나 빌라의 <아렌트와 하이데거>(교보문고, 2000)은 절판됐는데, 두 사람의 철학을 조명한 깊이 있는 연구서이다(번역은 썩 좋았던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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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 아렌트와 마틴 하이데거- 행간에 놓인 사랑과 철학, 위대한 대화들
엘즈비에타 에팅거 지음, 황은덕 옮김 / 산지니 / 2013년 8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13년 08월 05일에 저장
구판절판
사랑 개념과 성 아우구스티누스
한나 아렌트 지음, 서유경 옮김 / 텍스트 / 2013년 2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2013년 08월 05일에 저장
구판절판
아렌트 읽기- 전체주의의 탐험가, 삶의 정치학을 말하다
엘리자베스 영-브루엘 지음, 서유경 옮김 / 산책자 / 2011년 6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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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나 아렌트 전기- 세계 사랑을 위하여
엘리자베스 영 브륄 지음, 홍원표 옮김 / 인간사랑 / 2007년 11월
55,000원 → 52,250원(5%할인) / 마일리지 1,57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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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의 '최재봉의 문학풍경'을 옮겨놓는다. 최재봉 기자가 여름에 진행한 '로쟈의 러시아문학 읽기'(http://blog.aladin.co.kr/mramor/6389785) 수강 소감을 올려주셨다. 참고로 이번 가을에 진행할 20세기 러시아문학 강의는 9월 9일 개강 예정이다.

 

 

한겨레(13. 08. 05) 19세기 러시아문학과 보낸 한철

 

월요일 저녁이면 데이트가 있었다. 상대는 19세기 러시아문학. 광화문 북카페로 강의를 들으러 갈 때면 데이트에 나가는 심정이었다. 인터넷 서평꾼으로도 알려진 러시아문학자 ‘로쟈’ 이현우 선생이 강의를 이끌었다. 수강생은 열명 안팎.

 

6월17일부터 7월29일까지 7주에 걸쳐 강의가 진행되었다. 러시아문학의 아버지라 할 푸슈킨부터 체호프까지 일곱명의 일곱 작품. 세 번째 순서였던 레르몬토프를 제하면 매우 익숙한 작가와 작품들이었다. 그럼에도 강의는 새로웠고 유익했다. 혼자 책을 읽고 자료를 뒤지면서 하는 공부와는 전혀 다른 성취감을 주었다.

 

생각해 보면 강의 내용을 공책에 받아 적어 가면서 공부를 해 본 것이 얼마 만이었던가. 학교 문을 나선 뒤로는 강의를 듣기보다는 하는 쪽에 더 가까웠다. 최근에만도 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지식나눔 강연’에 나가 말품을 팔았던 터였다.

 

쉰 넘은 ‘아저씨’가 수강생이랍시고 나타나면 다른 이들이 불편해하지 않을까. 듣자 하니 인문학 강좌의 수강생은 절대 다수가 이삼십대 여성들이라던데. 첫날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는 어쩐지 쑥스럽다 못해 주눅까지 드는 느낌이었다. 다행히도 동료 학생들 중에는 제법 나이 지긋해 뵈는 남성들이 섞여 있었다.

 

푸슈킨이라면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가 다인 줄 알았다. 러시아문학이란 것이 푸슈킨에 와서야 비로소 성립했고, 러시아문학 전체를 ‘푸슈킨 하우스’라 부르며, 푸슈킨의 작품 독자로 한데 묶인 러시아 사람들을 ‘푸슈킨 공동체’라 이른다는 사실을 새로 배웠다. 도스토옙스키가 푸슈킨 동상 제막식에 참석해 청중들의 눈물을 쏙 빼놓을 정도로 감동적인 연설을 했다든가, 망명작가 나보코프가 푸슈킨보다 꼭 100년 뒤인 1899년에 태어난 사실에 은근한 자부심을 지니고 있었다는 식의 ‘푸슈킨 커넥션’도 기억에 남았다. 푸슈킨의 대표작인 운문소설 <예브게니 오네긴>을 오페라로 만들면서 차이콥스키가 주인공 오네긴을 싫어한 나머지 오네긴의 아리아를 만들지 않았다는 ‘여담’ 역시 재미졌다.

 

레르몬토프의 연작소설 <우리 시대의 영웅>은 이번 강의를 통해 처음으로 접한 작품이었는데, 그 현대성이 놀라웠다. ‘나와 세계의 맞섬’이라는 낭만주의적 세계관을 극단적으로 밀고나가는 주인공 페초린은 혐오와 매력의 양가감정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죽음으로 이어진 푸슈킨의 결투를 다룬 시 <시인의 죽음>으로 데뷔한 레르몬토프가 푸슈킨보다 무려 열살이나 어린 스물일곱 나이에 역시 결투로 삶을 마감했다는 사실이 아이러니했다.

 

투르게네프의 <아버지와 아들>은 흔히 아버지 세대와 아들 세대의 대립을 다룬 작품으로 해석되지만, 결혼 여부를 기준으로 전혀 다른 대립쌍을 구성하는 로쟈 선생의 관점이 참신했다. 톨스토이 소설 <안나 카레니나>의 제목을, 각각 톨스토이의 육체적 자아와 정신적 자아를 대리하는 두 주인공 이름을 따 ‘안나와 레빈’으로 해도 좋았겠다는 견해 역시 그럴듯했다. 그러나 체호프 희곡 <갈매기>의 여주인공 니나를 긍정 일변도로 해석하는 데에는 전적으로 동의하기 어려웠다. 니나에게 과연 그럴싸한 ‘미래’가 있을지, 그는 드라마가 끝나도록 여전히 미망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쨌든 월요일의 데이트는 일단 끝났다. 가을에는 20세기 러시아문학이라는 새로운 상대와의 데이트가 예정되어 있다.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이다.(최재봉 문화부 기자)

 

13. 08.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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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다운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 정도면 '열심'이라는 걸 인정해도 좋겠다. 지지부진한 독서를 만회하기 위해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얼른 골라놓는다. 주중엔 따로 시간을 낼 수 없다는 사정도 고려해야 하지만, 이런 건 나도 꽤나 '열심'이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추천한 책은 정유정의 <28>(은행나무, 2013)이다. 덧붙일 것도 없는 책이고, 지난달에 이미 꼽은 바 있기도 하다. 한국소설이라면 구병모의 <파과>(자음과모음, 2013)와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 2013)도 자연스레 덧붙일 수 있을 것이다.

 

 

무더위와 겨룰 만한 소설을 더 고른다면 거물급 작가 마이클 코넬리의 <클로저>(알에이치코리아, 2013), 일본의 젊은 기대주 모리 아키마로의 <검정고양이의 산책 혹은 미학강의>(포레, 2013), 그리고 경찰청 근무 경력의 부부 작가 박하와 우주의 <나는 어제 나를 죽였다>(예담, 2013) 등을 연이어, 혹은 비교해가며 읽어도 좋겠다. 여름이니까.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고미숙의 <두개의 별 두개의 지도>(북드라망, 2013)이다. 다산과 연암의 라이벌 평전을 시도한 것으로 역시나 군말이 필요 없는 책. 박제가의 <북학의>(돌베개, 2013) 정본 번역본이 나온 김에 임용한의 <박제가, 욕망을 거세한 조선을 비웃다>(위즈덤하우스, 2012)까지 더 얹어도 좋겠다. 박제가의 라이벌은 누구였던가. 찾아보니 이덕무를 꼽기도 하는군...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고른 책은 데카르트의 <정념론>(문예출판사, 2013)이다. 현대과학적 시각에서 보면 소박한 면도 없지 않지만, "전반적으로 그 내용의 깊이나 통찰력으로 볼 때, 우리 현대인이 귀담아 들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특히 몸과 관련지어 감정을 놀라울 만치 세밀하게 분석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그런 점에서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관련한 논의로서 이 책은 하나의 의미 있는 고전으로 손꼽힐 만하다."는 평이다. 아울러 '지젝의 모든 것'을 압축한(?) <헤겔 레스토랑><라캉 카페>(새물결, 2013)도 이달에 씨름해볼 만한 책이다. 휴가비가 줄어든다는 부담은 있더라도...

 

 

 

어려운 책이 부담스러운 독자라면 최근에 나온 입문서들을 참고해도 좋을 듯한데, 로제 폴 드르와의 <처음 시작하는 철학>(시공사, 2013), 롤란트 W. 헹케 등의 <철학 입문>(북비, 2013), 나오미 잭의 <한 권으로 끝내는 철학>(작은책방, 2013) 등이 거기에 해당한다. 각각 프랑스와 독일, 그리고 미국에서 나온 교재용 책이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열린책들, 2013)다. 저명한 경제학자가 불평등의 값비싼 정치적 대가를 조목조목 설명하고 있는 책. 결론은 물론 우리가 달라져야 한다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샘 피지개티의 <부의 독점은 어떻게 무너지는가>(알키, 2013), 로버트 스키델스키와 에드워드 스키델스키 부자의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부키, 2013)도 나란히 읽어봄직하다.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추천한 책은 셰릴 샌드버그의 <린 인>(와이즈베리, 2013)이다. 저자가 페이스북의 최고운영책임자이기도 해서 화제가 됐던 책. "여성이 사회 또는 조직에서 맞닥뜨리는 장애물과 편견의 원인은 무엇인지 자신과 주변의 경험을 담은 자기계발 성격이 강한 자서전"이다. 여성 자기계발서 범주에 속하는 책으로 피터 모들러의 <오만하게 제압하라>(리더스북, 2013), 앤 프란시스의 <딸들의 경영시대>(메디치미디어, 2013) 등도 눈에 띈다. 여성이 주름잡는 시대가 과연 올 것인가..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고른 책은 브라이언 클레그의 <과학을 안다는 것>(엑스오북스, 2013)이다. "우리 몸은 과학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축소판 우주이다. 이 책은 사람 몸을 탐색하면서 그 속에 숨어있는 물리학, 화학, 생물학, 천문학 등 분야를 넘나드는 흥미로운 과학 이야기를 풀어간다. 뿐만 아니라 과거 인류의 진화로부터 최근 뇌과학까지 시간을 초월한 다양한 내용이 담겨있다." 우리 몸에 대한 과학으로 서울대 교수진의 교양강의를 묶은 <뇌, 약, 구, 체>(동아시아, 2013)도 같이 읽어볼 만하다. 청소년이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더불어 우리 몸은 아니지만, 깃털에 관한 흥미로운 자연사로 소어 핸슨의 <깃털>(에이도스, 2013)도 놓치기 아까운 책이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책은 가오싱젠의 <창작에 대하여>(돌베개, 2013)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창작론. 그의 희곡도 <버스 정류장>(민음사, 2002)과 <피안>(연극과인간, 2008)이 소개돼 있다.

 

 

예술분야의 조금 전문적인 책으론 독일의 미술사학자 에르빈 파노프스키의 <시각예술의 의미>(한길사, 2013)이 최근에 나온 묵직한 책이다. <도상해석학 연구>(시공사, 2002)가 나온 게 벌써 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그의 <인문주의 예술가 뒤러1,2>(한길아트, 2006)도 번역된 바 있다. 당장 장바구니에 넣어놓는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소영현 등의 <감정의 인문학>(봄아필, 2013)이다. 추천사는 이렇게 적었다.

저자들은 열정과 분노, 슬픔과 공포, 위안과 기대, 그리고 평온과 광기에서 다양한 사회적 함의를 발견하고 감정의 역사성을 되짚는다. 감정의 젠더를 질문하고 감정의 계급성을 되새긴다. 이를 위해 영화와 드라마, 일상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분석거리로 삼았다. 비단 감정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확장하는 데만 의의를 둔 책은 아니다. 거기서 더 나아간다. 감정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인문학적 성찰을 시도하면서 저자들은 인문학의 사회적 역할 또한 회복하고자 하는 속내를 감추지 않는다. ‘지금-여기’의 삶에 대해 인문학은 무엇을 말할 수 있는가를 시범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저자들의 표현으론 ‘함께 고민하는 인문학’의 한 사례다.

저자들은 연세대의 사회인문학 사업단의 연구교수로 재직중인데, 책은 감정에 대한 사회인문학적 성찰을 보여준다. 사회인문학 전반의 기획에 대해서는 <사회인문학이란 무엇인가?>(한길사, 2011)를 참고할 수 있다. 더불어 강추할 만한 이달의 교양서는 젊은 국문학 연구자들의 문제의식을 담은 <문학사 이후의 문학사>(푸른역사, 2013)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추천한 책은 서진석의 <좋은 아빠의 자격>(북라이프, 2013)이다. 두 아이를 키우며 습득한 노하우를 전수해주는 책. 아무리 그래도 좀 꺼려지는 분야의 책이다(이래저래 비교가 될 터이기에). 권오진의 <행복한 아빠학교>(행복한미래, 2013), 손석한의 <아이의 미래를 바꾸는 아빠의 대화혁명>(웅진주니어, 2006) 등이 같은 부류의 책이란 것 정도만 더 적어둔다.   

 

 

 

10. 하루키

 

나대로 고른 주제는 하루키다. 하루키 강의를 준비하면서 관련서들을 읽고 있는데, 가장 최근에 나온 걸로는 시바타 쇼지의 <무라카미 하루키 & 나쓰메 소세키 다시 읽기>(늘품, 2013)이 유익하다(무국적 작가로 불리던 하루키를 소세키와 함께 일본의 대표적 국민작가로 재평가하는 것이 책의 포인트이다). 하루키 번역자이기도 한 제이 루빈의 <하루키 문학은 언어의 음악이다>(문학사상사, 2003)은 아직까지도 영어권에서 나온 가장 좋은 입문서일 듯한데, 원서도 개정판이 나온 만큼 번역도 개정판이 나오면 좋겠다. 고모리 요이치의 <무라카미 하루키론>(고려대출판부, 2007)은 <해변의 카프카>에 대한 정밀한 독해이면서 가장 비판적인 하루키론이다.  

 

13. 08. 04.

 

 

 

P.S. '8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이번에 정암학당 번역판이 나온 플라톤의 <파이돈>을 고른다. 소크라테스의 마지막 죽음 장면을 다룬 대화편으로 영혼불멸 사상을 주제로 하고 있다. "소크라테스의 죽음이라는 엄중한 극적 상황을 배경으로 선택함으로써, 플라톤은 소크라테스가 행한 것들과 이야기한 것들에 특별한 중요성과 무게를 부여하고 있다. <파이돈>은 플라톤이 전하는 소크라테스의 백조의 노래인 것이다." 이미 나와 있는 번역본들과 비교해가며 읽어보는 것도 독서의 즐거움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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