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의 중앙묘지 방문 이후에 다시 도심으로 돌아와 문학박물관을 찾았다. 최종일정에는 포함돼 있지 않았지만 작가 관련 방문지로 적합한 곳을 물색하다가 방문해보기로 결정한 곳이다. 이름은 문학박물관이라 돼 있지만 전시내용상 오스트리아문학박물관이라고 해야겠다. 문학 일반이 아닌 오스트리아문학사 전반에 대한, 그리고 대표 작가들에 관한 자료들을 전시하고 있어서다.
사실 전시의 범위나 내용에 대해 개괄적인 정보만 갖고 있었기에 조심스러웠는데 오스트리아문학에 관한 요긴한 정보와 자료를 전시하고 있어서(설명이 독어로만 돼 있다는 게 함정이긴 하다. 번역 앱을 활용할 수 있다 하더라도) 다행스러웠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것 두 가지. 첫째는 오스트리아문학의 계보를 이해하게 해주었다는 점. 극작가 프란츠 그릴파르처(1791-1872)와 소설가 아달베르트 슈티프터(1805-1863)가 오스트리아 문학의 두 기둥쯤 된다. 그릴파르처의 작품은 <메데이아>를 포함해 여러 편이 번역돼 있고, 슈티프터의 대표작 <늦여름>도 번역돼 있으니 (독문학이 아닌) 오스트리아문학에 초점을 맞춰 읽어봐도 좋겠다(오스트리아문학을 강의에서 따로 다루는 건 미래의 과제 중 하나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카프카에 관해서 ‘진심‘이라는 점. 가장 많은 전시공간이 카프카에게 할애돼 있었다(한트케와 미국에 관한 전시항목도 있었다). 카프카 자신이 빈에 대해선 상당히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었음에도, 그리고 그런 사실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그를 오스트리아문학의 중요 작가로 호명하고 있었다. 카프카의 소속이 새삼 관심사가 되는데, 과연 그는 독일 작가인가? 아니면 오스트리아 작가일까? 혹은 체코 작가일까? 유대인 작가? 아니면 유럽인?(유럽인이란 정체성 내지 정체성의 지양은 관심을 가져볼 만한 주제다.)
카프카는 1924년 6월, 오스트리아 근교 키얼링의 요양원에서 사망하고 프라하의 신유대인 묘지에 묻힌다. 이번겨울(내년 1월) 체코-폴란드 문학기행 때 다시 찾을 계획인데(개인적으론 세번째다) ‘프라하의 카프카‘가 단연 핵심주제이지만 ‘카프카와 빈‘이란 주제도 서브주제로 다뤄봄직하다.
문학박물관을 나와서 점심을 먹고 도보로 레오폴드미술관까지 이동했다(이동중에 부르크정원에 있는 가장 유명한 모차르트 동상을 지나갔다). 지하2층에서 4층까지 층별로 여러 주제의 전시가 진행되고 있었는데 핵심은 국내에서도 열렸던 ‘비엔나 1900‘과 ‘에곤 실레 후기작‘이었다. 빈 분리파의 대표작들과 함께, 2017년 문학기행 때는 일정이 짧아서 보지 못했던 에곤 실레의 그림들을 한껏 볼 수 있었다. 빈에서 이틀간 투어가 그렇게 마무리되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