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기능이 저하하면서 자주 나이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는데, 그런 상태에 딱 어울리는 책이 나왔다. 영국의 심리학자 게리 크리스토퍼가 쓴 <우리는 이렇게 나이 들어간다>(이룸북, 2015). 나이들어감 혹은 노화에 대해서 인지심리학적으로 해명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 부제가 '인지심리학으로 본 노화하는 몸, 뇌, 정신 그리고 마음'이다. 소개는 이렇다.

 

노화를 성장과 발달과정의 마지막 완성 단계로 보면서 나이 들어가는 과정을 새롭게 인식하게 해준다. 인지심리학과 신경심리학 분야에서 이루어진 실험과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은, 노년이 기능감퇴만 일어나는 시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나이 들어감에 따른 전반적인 어느 정도의 인지기능 감퇴는 불가피하다. 그러나 인간의 근본 특성은 적응력이다. 놀라운 점은 우리에게는 노화로 인한 기능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행동을 바꾸는 창의성이 있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노화에 적응하기 위해 뇌에서 구조적 기능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는 신경가소성 그리고 회복탄력성 개념과 연관된다. 지은이는 노화 현상을 바라보는 잘못된 선입견에 맞서 생물학, 의학, 심리학, 사회학을 동원해 ‘나이 들어가는’ 우리의 실제 모습을 객관적이고 구체적으로 드러낸다. 

노년의 삶까지는 아직 시간을 두고 있지만, 노화 현상에 대해 미리 학습해보는 것은 '건강한' 노년을 맞는 데 도움이 되겠다.

 

 

고령화사회에 진입하고 노인 인구가 유례 없이 증가하면서, 갖가지 사회적 현상 및 문제와 직면하게 될 터인데, 앞으로도 노인 문제를 다룬 책들은 지속적으로 출간될 것이다. 이 분야의 책으로 프랑스의 저널리스트들이 쓴 <노인으로 산다는 것>(계단, 2014), 단비뉴스에 실린 '대한민국 노인보고서', <황혼길 서러워라>(오월의봄, 2013) 등이 현황 이해에 도움을 주겠다. <아들이 부모를 간병한다는 것>(어른의시간, 2015)은 '부모를 간병하는 아들 28명의 체험담'을 일본의 사회심리학자가 분석한 책으로 고령화에 있어서는 우리보다 한발 앞서 가는 일본의 사례로 참고할 수 있겠다. '봄날은 간다'를 자주 떠올리게 되는 봄날이다...

 

15. 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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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민음사와 예스24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2015 세계문학 고전학교'가 이달부터 개강한다. 매달 넷째주 목요일 저녁에 진행되는데, 3월(카프카)과 4월(쿤데라) 강의는 내가 맡았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http://www.yes24.com/campaign/01_Book/2015/0225School.aspx?CategoryNumber=001).

 

예스24가 소설학교에 이어 고전학교를 만들었다. 민음사와 함께하는 고전학교는 크게 세계문학 강의와 독서모임 후원으로 이루어졌다. 먼저 3월 세계문학 강의의 주인공은 프란츠 카프카로, 로쟈라는 필명으로 유명한 이현우 문학 평론가가 강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프란츠 카프카는 <변신><성> 등을 통해 근대성과 그 속에서 소외되는 개인의 문제를 문학적으로 풀어낸 체코의 소설가다. 강연 주제는 '카프카씨 변신의 의미란 무엇인가요?'이다. 날짜는 3월 26일로 장소는 7호선 논현역에 위치한 북티크이다. 신청은 무료.  

 

참고로, 아직 공지가 나가진 않았지만 4월에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중심으로 밀란 쿤데라의 문학세계에 대해 강의할 예정이다...

 

15. 0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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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피우지도 않는 담배 예찬론을 늘어놓자는 건 아니고, 절판됐던 책이 다시 나왔기에 눈길을 주려고 한다. 리처드 클라인의 <담배는 숭고하다>(페이퍼로드, 2015). 원래는 같은 제목으로 문학세계사(1995)에서 나왔던 책이니까, 딱 20년만이다. '소멸되는 것들의 모든 아름다움'이란 부제가 새로 붙었다.

 

미국 코넬 대학교 불문과 교수인 리처드 클라인이 쓴 담배에 관한 최초의 종합적인 비평서다. 담배에 관한 다른 저서들이 대부분 담배의 기원과 역사, 인체에 미치는 영향 정도만을 다루고 있는 반면에 이 책은 문학과 철학, 정신분석학 등의 광범위한 분야의 학문과 지식을 접목시켜서 담배와 흡연 습관을 해부하고 있다. 저자는 무턱대고 흡연을 장려하지도, 그렇다고 단호히 금연을 권장하지도 않는다. 담배에 대한 저자의 가장 큰 발견은 바로 담배의 숭고미에 있다. ‘숭고하다’는 표현은 독일의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가 쓴 <판단력 비판>의 '숭고의 장'에서 빌려온 것이다. 칸트는 부정적인 경험, 충격, 봉쇄, 죽음과 협박의 순간들을 통해 심리적 만족을 느끼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을 충족시켜주는 어두운 미(美)를 ‘숭고’와 연관짓고 있다. 

다시 나왔다는 사실만큼 눈길을 끄는 건 그 타이밍이다. 아마도 출판사 쪽에선 담뱃값 인상 이후에 이 책에 다시 주목한 것은 아닐까. 오랫동안 묻혀 있던 책에. 가격 인상과 더불어 애연가들에겐 두 배 더 숭고해져버렸을 담배. 그렇게 숭고한 경지에 이르게 되면, 오히려 건강에 해롭다는 사실 자체가 끽연의 이유가 된다. "‘건강에 좋다고 한다면 담배를 피울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저자의 통찰은 ‘건강’이라는 가치로 흡연을 만류하려는 정책들이 왜 허무한 결과를 낳는지를 설명해 준다." 

 

문제는 국민건강 증진이 아니라 세수 증대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보이는 담배값 인상이 이러한 숭고함까지 고려했을 거라는 점이다. 가격을 인상해도 결코 흠연율이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것(따라서 세수가 늘어날 거라는 것). 왜냐면 담배는 숭고하니까...  

 

15. 03.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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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이 아닌 일본 소설을 손에 드는 일은 드문데, 가끔 예외가 생긴다. 오다 마사쿠니의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은행나무, 2015)는 내용이 궁금해서라도 손에 들지 않을 수 없는 책. 당연히 '이주의 발견'이다.

 

2009년 제21회 일본 판타지노블 대상을 수상하며 데뷔한 오다 마사쿠니의 두 번째 작품으로, 애서가 집안의 비밀을 둘러싼 사건을 다룬다. 서점가의 입소문을 타고 독자들의 지지에 힘입어 제3회 트위터 문학상 '정말 재밌는 국내 소설' 1위에 선정된 바 있다. 환상적인 분위기와 재담 속에 우리가 책을 통해 궁극적으로 얻고자 하는 것들, 인간됨과 가족애와 사랑에 대한 통찰을 녹여냈다.

'정말 재밌는 소설'이라는 건 기발한 착상과 전개를 가진 소설을 일컫는데, 그게 '애서가 집안' 얘기라고 하니까 상당수의 알라디너들도 호기심을 가질 만하다. 어떤 내용인가.

책은 '진보적 지식인'이 아닌 '산보적 지식인'을 자처하는 정치학자 후카이 요지로의 외손자 히로시가 자신의 아들에게 외가의 비밀을 글로 남기는 형식을 취한다. 그 비밀이라 함은, 책에도 암수가 있어 그 사이에서 책이 태어난다는 것. 요지로는 그러니 책의 위치를 함부로 바꿔서는 안 된다고 엄포를 놓지만, 히로시는 자꾸 책을 사들이는 애서가 할아버지가 눙치느라 하는 말이라 여기고 그 금기를 어겨버린다. 그러나 그 순간 듣도 보도 못한 책이 탄생하고, 늘쩡늘쩡한 농담 속에 감춰두었던 후카이가의 비밀이 드러난다.

작가 오다 마사쿠니는 1974년생으로 "2009년 가정폭력에 시달리는 소년과 과대망상에 사로잡힌 노숙자의 고독과 광기를 그린 <증대파에게 고한다>로 제21회 일본 판타지노블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책에도 수컷과 암컷이 있습니다>도 분류하자면 '판타지'에 해당할 듯싶은데, 데뷔작 <증대파에게 고한다>도 꽤 궁금한 소설이다. 나이나 경력을 고려하면 다작의 작가는 아니지만, 앞으로의 행보도 기대가 된다...

 

15. 0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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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정판으로 다시 나왔으니 '오래된 새책'으로 분류할 만한 책은 <세계 영화 대사전>(미메시스, 2015)이다(영화책이라 '로쟈의 영화'로 분류한다). 제프리 노웰 스미스가 엮은 이 책은 애초에 <옥스포드 세계 영화사>(열린책들, 2005/2006)로 나왔던 책. 원제도 그러한데, '영화사'가 어떤 이유에서 '영화 대사전'이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온갖 영화를 다 거명하기에 '사전'으로도 부름직하다는 뜻이겠다.

 

세계 영화의 역사를 백과사전 형식으로 기록한 <옥스퍼드 세계 영화사>의 2015년 신판으로, 1895년 무성영화 시절부터 1995년 현대 영화까지 100년의 방대한 영화사를 기록하였다. 각 장마다 그 시기에 해당되는 대표적인 작품, 감독, 배우들의 모습뿐만 아니라 필름, 사운드, 스크린, 렌즈, 카메라 등 기술적 요소들의 발전 과정도 함께 짚고 있다.

오해의 소지가 있어 확인해봤지만, '2015년 신판'이란 건 번역본의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지 신판을 옮겼다는 의미는 아니다. 원저는 여전히 1996년판이다(인터넷에 뜨는 걸로는 1999년판이다). 그렇다고 하는 것은 원저가 1995년 영화탄생 100주년을 기념해서 기획, 출간되었다는 걸 알게 해준다.

영화 탄생 100주년에 맞춰 기획된 이 책은 책임 편집자인 제프리 노웰스미스가 전 세계 80명 이상의 영화학자와 영화 평론가들을 참여시켜 '서커스 무대 같은 곳에서 초라하게 시작된 영화가 수백억 달러의 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자 가장 스펙터클하고 창의적인 현대 예술'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포괄적인 시각으로 놀랍도록 생생하게 보여 준다.

영화학도는 물론이고 영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이런 책은 필수 '공구서'에 해당한다.

 

 

필수 공구서에는 영화사 책과 함께 영화연구 내지 영화이론에 대한 책도 포함되는데, 존 힐 등이 쓴 <세계영화연구>(현암사, 2004)가 거기에 해당한다. 이런 책들을 일년간 숙독하면서 주요 영화들을 꼼꼼히 챙겨보는 게 말하자면 '영화 공부'다. 국내서로는 정태수의 <세계 영화예술의 역사>(이대출판부, 2010)과 민병록의 <세계 영화영상기술 발달사>(문지사, 2001)도 눈에 띄는데, 도서관에서 한번 찾아봐도 좋겠다.

 

 

아, 말이 나온 김에 좀더 전문적인 식견을 원하는 독자라면 영화학자 데이비드 보드웰의 책들을 참고할 수 있겠다. <영화사>(지필미디어, 2011)와 <영화예술>(지필미디어, 2011)이 역시나 개정판으로 나와 있고, <영화 스타일의 역사>(시인사, 2010)도 영화에 관한 고급 교양서이다...

 

15. 0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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