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빌 게이츠가 추천한 도서 6권'이란 기사를 흥미롭게 읽었는데(http://www.mt.co.kr/view/mtview.php?type=1&no=2015032708232350509&outlink=1), 국내에 아직 소개되지 않은 책들이 포함돼 있어서였다. 경영에 관한 책은 관심분야가 아니어서 제쳐놓으면 빌 게이츠가 역사가라고 부른 바츨라프 스밀과 경제 저널리스트 조 스터드웰의 책을 '세계의 책'으로 꼽아놓는다. 번역돼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에서다(책 제목은 기사의 번역을 따른다).

 

 

 

먼저, 바츨라프 스밀에 대해선 빌 게이츠는 "역사가 바츨라프 스밀은 살아있는 작가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다. 그의 책을 모두 읽었다."고 말했다. 그가 추천한 책은 <문명 세계 만들기>(2013)인데, 소개에 따르면 "스밀은 시멘트, 철, 알루미늄, 플라스틱, 종이 등 현대 생활에서 필수가 된 소재들을 연구했다. 책은 믿기 힘든 통계들을 나열하고 있다. 예컨대 중국이 단 3년 동안 소비한 시멘트의 양은 미국이 20세기 동안 사용한 양보다 더 많다."

 

<문명세계 만들기>는 아직 번역지 않았지만 바츨라프 스밀은 에너지 전문가로 소개됐다. <에너지란 무엇인가>(삼천리, 2011)와 <새로운 지구를 위한 에너지 디자인>(창비, 2008)이 번역된 덕분이다. 저자 소개에는 "캐나다 매니토바대학 환경지리학과 교수"라고 돼 있다. '지구적 사상가'라는 평가도 보이는데, <문명세계 만들기>는 시야를 더 확장한 책인 듯싶다. 

 

 

다작의 저자이기도 한데 <고기를 먹어야 할까?>부터 <메이드 인 USA>, <왜 미국은 새로운 로마가 아닌가> 등 다양한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빌 게이츠의 추천도 있었으니 국내에 좀더 소개되지 않을까 싶다.

 

 

조 스터드웰의 책으로는 아시아 국가들의 경제성장 비결을 다룬 <아시아의 힘>을 추천했다. 연유는 이렇다.

경제 저널리스트인 조 스터드웰은 개발경제학 측면에서 두가지 커다란 질문에 복잡한 대답을 내놨다. '어떻게 일본, 대만, 한국, 중국은 지속적이고 높은 경제성장을 이룩했는가?', '왜 이처럼 경제성장을 해낼 수 있는 나라는 거의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해 저자는 3가지 답을 제시했다. 첫째, 소작농들이 번영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했다. 둘째, 농업으로 얻은 이익을 공장을 짓는데 사용했다. 이로 인해 수출용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었다. 셋째, 정부는 금융기관과 함께 농업분야를 육성했다.

우리와도 연관돼 있기에 아마 소개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 번역된 책으로는 <아시아의 대부들>(살림Biz, 2009)이 있고, <차이나 드림>(2002)도 눈에 띄는 책이다. 중국의 변화 속도를 보건대 좀 오래된 책이란 느낌을 주지만...

 

15.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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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글쓰기 책으로 다시 돌아온 베스트셀러 저자' 유시민, 그리고 국사학자 배우성과 건축가 유현준, 세 명이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생각의길, 2015)은 이미 예고됐던 책인데, '유시민의 30년 베스트셀러 영업기밀'이 부제다(영업기밀!).

<거꾸로 읽는 세계사>부터 최신작 <어떻게 살 것인가> <나의 한국현대사>까지, 출간한 거의 모든 책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면서 유시민은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대표 글쟁이’로 자리매김했다. 그 덕분에 저자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글 잘 쓰는 비결이 있나요?” “어떻게 해서 그렇게 잘 쓰게 되었나요?” 하는 질문을 수없이 들어야 했다.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은 그 물음에 대한 유시민의 대답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30년 동안 쌓아온 작가 인생의 영업기밀을 가감 없이 풀어 놓았다. 이를 통해 글 쓰는 재주를 타고나지 않았더라도 누구든 노력하면 유시민처럼 쓸 수 있다는 단순한 진리를 독자들에게 전달해준다.

목차만 봐도 대략의 요지는 가늠해볼 수 있는데, '발췌 요약에서 출발하자' '악평과 악플을 겁내지 말자' '모국어가 중요하다' '말이 글보다 먼저다' '추천도서 목록을 무시하라' 등이 저자의 조언이다. 거기에 더하여 '글쓰기에 유익한 독서법'으로 '전략적 독서법'을 제안하는데, 이 대목이 가장 눈길을 끈다.

 

더불어 노회찬, 진중권과의 공저 <생각해봤어?>(웅진지식하우스, 2015)도 같이 나왔는데,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카페'에서 다룬 이슈 질문들을 묶은 것이다. "<생각해봤어?>는 그동안 다룬 주제 중 앞으로 두고두고 생각해봐야 할 문제, 앞으로의 우리 삶과 직결되어 있는 문제 14가지만 뽑아서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데, "불평등이 이렇게 심해지면 나중에 전 세계는 어떻게 될까? 고루할 수 있는 가톨릭 교황이 가장 급진적으로 느껴지는 까닭은 뭘까? 유전자조작식품만 먹다보면 인류는 어떻게 될까? 재미있는 놀이 집단이었던 일베는 앞으로 더 과격해질까? 최첨단 IT시대 은밀한 사생활은 없어져도 되는 걸까? 등"이다.

 

 

조선사 전공자인 배우성 교수의 <독서와 지식의 풍경>(돌베개, 2015)은 '조선 후기 지식인들의 읽기와 쓰기'가 부제다. "독서와 글쓰기, 지식 유통과 공유 양상을 읽음으로써 조선 후기 지성사를 재정립하고자 한다." '한국학 총서'로는 <조선과 중화>(돌베개, 2014)에 뒤이은 것인데, 학술교양서로 분류할 수 있겠다. 독서를 매개로 한 조선 후기 지성사의 풍경을 세밀하게 묘사한 책으로 기대를 갖게 한다.

 

 

건축사로도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유현준 교수의 <도시는 무엇으로 사는가>(을유문화사, 2015)는 '도시를 보는 열다섯 가지 인문적 시선'이 부제다.

 도시는 단순히 건축물이나 공간들을 모아 놓은 곳이 아니다. 도시는 인간의 삶이 반영되기 때문에 인간이 추구하는 것과 욕망이 드러난다. 이 책은 자신들이 만든 도시에 인간의 삶이 어떻게 영향을 받는지, 과연 더 행복해지는지 아니면 피폐해지고 있는지 도시의 답변을 들려준다.

도시에 대한 인문학적 성찰을 담은 책들은 여럿 나와 있는데, 현역 건축가의 시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는 김석철의 <건축과 도시의 인문학>(돌베개, 2011)과 같이 읽어봄직하다...

 

15. 03.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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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분야에서 이주에 나온 가장 탐나는 책은 마크 로스코에 관한 책 두 권이지만, 거기에 보태서 두 권을 더 고른다면 미학자 진중권의 <진중권이 만난 예술가의 비밀>(창비, 2015)과 함께 미술평론가 유경희의 <창작의 힘>(마음산책, 2015)을 꼽고 싶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지만 <예술가의 비밀>은 인터뷰집이다. "날카로운 독설의 미학자 진중권이 한국 예술계의 거장들을 만났다. 사진가 구본창부터 건축가 승효상, 배우 문성근, 미술가 임옥상, 소설가 이외수, 대중음악평론가 강헌, 시각디자이너 안상수, 미디어아티스트 박찬경까지 우리 시대 문화.예술 분야 거장의 인생과 작품을 진중권 특유의 예리한 눈으로 파고든다." 저자가 진행하는 팟캐스트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책인데, '노유진의 정치카페'는 자주 듣는 편이지만, 이 인터뷰들은 들어본 적이 없어서 오히려 신선하게 읽어볼 수 있을 듯하다.

 

한편 <창작의 힘>은 '예술가 24인의 일상과 취향'이 부제다. <예술가의 비밀>과 달리 국외 예술가들을 다룬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부터 고흐, 클림트, 피카소, 뭉크, 오키프에 이르기까지, 24인 예술가의 삶과 그들의 기질을 통해 창작의 근원을 들여다보는 책". '예술가의 창조력을 일깨운 뮤즈 이야기'란 부제의 <예술가의 탄생>(아트북스, 2010)과도 연결되는 듯싶다. 소개에 따르면, "평소 이들 24인 예술가를 좋아했던 독자라면 자신이 선호했던 작품의 새로운 의미를 발견하게 될 것이고, 미술을 잘 모르던 독자라도 그들의 삶 자체에 흥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종의 '예술가 사전'으로 읽으면 되겠다.

 

 

24인의 예술가 가운데, 내게 생소한 이름은 인상주의 화가 피에르 보나르인데, 저자는 그를 '병든 여자를 훔쳐보는 완벽주의자'라고 소개했다. 어떤 그림들을 그린 것인지 한번 찾아봐야겠다...

 

15. 0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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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부커상 수상 작가로 영화 <남아있는 나날>의 원작자인 일본계 영국 작가 가즈오 이시구로의 신작이 나왔다. <우리가 고아였을 때>(민음사, 2015). "되돌릴 수 없는 유년 시절에 대해 추리 소설의 형식을 빌려 집필한 이 소설은 발표된 그해 휘트브레드 문학상과 부커 상 소설 부문 최종 후보에 올랐으며, '타임' '100대 영문 소설' 및 '2005년 최고의 소설'로 선정된 후속작 <나를 보내지 마>의 단초를 엿볼 수 있다고 평가받는다"는 작품이다. 언젠가 한데 모아서 읽고 싶은데, 일단은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꽤 여러 작품이 번역돼 있다(<작가란 무엇인가3>에는 인터뷰도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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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아였을 때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5년 3월
14,500원 → 13,050원(10%할인) / 마일리지 7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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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언덕 풍경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12년 11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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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위로받지 못한 사람들 1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석희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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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받지 못한 사람들 2
가즈오 이시구로 지음, 김석희 옮김 / 민음사 / 2011년 1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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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시사IN(393호)에 실은 리뷰를 옮겨놓는다. 슬라보예 지젝의 <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생각들>(글항아리, 2015)을 읽고 적은 것이다. 서구의 이슬람 만평 때문에 불거진 사태는 지난 샤를리 에브도 테러가 처음이 아닌데, 이에 대해서는 <폭력이란 무엇인가>(난장이, 2011)도 참고할 수 있다. 또한 시사적 이슈에 대한 개입과 분석으로는 <멈춰라 생각하라>(와이즈베리, 2012)에 이어지는 것으로 읽을 수 있다.

 

 

시사IN(15. 03. 28) 테러가 아닌 '반응'을 겨누다

 

이슬람을 조롱한 만평을 실은 프랑스의 시사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에 대한 테러 사건과 무장단체 IS(이슬람국가)의 연이은 만행으로 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출판계에 높다. 중동의 근현대사와 IS의 정체를 다룬 책들이 부쩍 늘어났는데, 그 가운데 철학자 슬라보예 지젝의 <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생각들>(글항아리)을 손에 들었다. 수월하게 읽히지는 않았다. 이슬람에 대한 배경지식이 얕은데다 이슬람교에 대한 지젝 특유의 정신분석적 해석이 만만한 독서를 허락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어떤 문제를 생각하게끔 자극하는 것이 철학의 한 역할이라면 제 몫은 해주는 책이다(분량으로는 팸플릿이라고 해야겠지만).


원제가 ‘이슬람과 모더니티’이고 두 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는데, ‘이슬람교는 생활이다’가 제목인 1장은 샤를리 에브도 사건을 계기로 쓰인 것이고, ‘이슬람교의 기록보관소에는 무엇이 있을까?’라는 2장은 사건 이전에 쓰인 글로 이슬람교가 같은 유일신교인 유대교나 기독교와 어떤 차이점이 있는지를 비교해서 분석한다. 일단 그의 반응은 탄식이다. “어떻게 하다 이 지경이 되었나?”


그의 탄식이 겨냥하는 것은 테러라기보다는 테러에 대한 반응이다. 테러 행위에 대해서는 분명하게 정죄해야 하지만, ‘나도 샤를리 에브도다’라고 외치며 테러에 반대하는 집회에 참석한 시민들의 또 다른 구호는 지젝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나도 경찰이다’. 즉 “테러의 여파로 프랑스 경찰은 이제 칭찬을 듣고 시민을 엄마처럼 보호한다며 환대받는다.” 프랑스만큼 경찰이 욕설에 자주 등장하는 나라도 없건만 상황이 순식간에 역전된 것이다. 이렇듯 프랑스 국민과 군대가 하나가 된 ‘환상적인 장면’이 “결국 이데올로기가 승리했음을 보여준다”고 지젝은 일갈한다. 이슬람 테러라는 공동의 적을 상대하게 되자 프랑스 사회 내부의 모든 적대관계는 단번에 중단되고 은폐되었다. 이데올로기의 전형적인 기능이다.


하지만 지젝은 서구 자유주의와 이슬람의 근본주의가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대립적인지 의심한다. 근본주의를 신봉한다지만 테러리스트들은 정말로 자신의 믿음에 대한 확신을 갖고 있을까? 진짜 근본주의자들은 다른 불신자들이 사는 방식에 전혀 상관하지 않는다는 점에 견주면 의문스럽다. 불신자들의 존재에 위협을 느끼는 근본주의자라면 정작 그 자신에게 진정한 확신이 없다는 걸 말해줄 따름이다. 이슬람 근본주의자를 괴롭히는 문제는 그들 스스로가 열등하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자신이 우월하다는 확신이 그들에겐 부족하다.


한편 자유주의는 어떤가. 지젝은 자유주의가 자유와 평등을 핵심 가치로 내세우지만 그것을 근본주의자들의 공격에 맞서 지켜낼 만큼 강하지 않은 게 문제라고 본다. 근본주의는 자유주의의 이러한 결함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이다. 잘못된 반응이긴 하지만 자유주의의 결함이 갱신되지 않는다면 근본주의는 끊임없이 양산될 수밖에 없다. 서구 자유주의의 결함이 이슬람 근본주의를 낳는 온상이라면, 이 둘 사이의 대립은 가짜 대립이다. 서로 견제하고 대립하는 듯 보이지만 서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기에 그러하다. 해법은 무엇일까. 지젝의 제안은 급진 좌파의 수혈이다. 자유주의의 자유와 평등이라는 핵심 유산을 유지하려면 갱신된 좌파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테러 사건 이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샤를리 에브도의 칼럼니스트 파트릭 펠루를 위로하며 껴안았을 때, 올랑드의 오른쪽 소매에 새똥이 떨어졌다고 한다. 샤를리 에브도가 자기들의 풍자정신에 충실했다면 바로 이런 쇼를 비웃는 커다란 풍자화를 1면에 실었을 거라고 지젝은 말한다. 그런 것이야말로 자유주의적 풍자를 구제할 수 있는 급진 좌파적 풍자가 아니었을까.

 

15. 03. 27.

 

P.S. 번역에서는 지젝이 겨냥하는 말이 지젝의 말처럼 옮겨져 있기도 한데, 13쪽에서 괄호에 묶인 "물론 샤를리 에브도는 은밀하게 비꼰다고 했지만 지나치게 화를 돋구었고 이슬람교를 무시했다"는 말은 지젝의 견해가 아니라 지젝이 비판하는 견해다. 눈에 띄는 오타도 지적하자면, 87쪽 "오히려 근동에서 여자는 어머니 여신으로 높아지며"에서 '근동'은 '극동'이 오기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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