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경희대학교 대학원보(26호)에 실은 테마 서평을 옮겨놓는다. 알베르 카뮈의 세 작품에 대한 글을 청탁받고 쓴 것으로 <이방인><페스트><전락>을 다뤘다. 카뮈의 작품들에 대해 여러 차례 쓴 바 있기에, 일부는 중복되는 내용이다. 번역본은 책세상판 전집을 사용했다.

 

 

경희대학교 대학원보(15. 04. 06) 알베르 카뮈가 남긴 것


1960년 1월,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프랑스의 한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 47세의 짧은 생애였지만 20세기 문학의 신화가 되기에는 충분한 나이였다. 『이방인』의 작가 알베르 카뮈다. 연극배우이자 기자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었지만 작가로서는 무명이나 다름없었던 그가 저명한 출판사 갈리마르에서『이방인』을 출간한 것이 1942년, 그의 나이 29세 때의 일이다. 그로부터 15년 뒤인 1957년에 그는 노벨문학상을 수상함으로써 세계적인 작가로 문학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 넣었다. 오늘날에도 그의 이름은 20세기 프랑스 문학의 성좌에서 가장 빛나는 이름 가운데 하나다. 그는 무엇을 쓴 것이고 어떻게 전설이 되었나.

 

『이방인』은“오늘 엄마가 죽었다”는 첫 문장으로 시작한다. 알제리의 수도 알제의 평범한 직장인 뫼르소가 양로원에 가 있던 어머니의 부고를 받는다. 그는 장례를 치르기 위해 버스를 타고 양로원을 찾아가지만 내내 무관심한 태도를 보여 사람들을 놀라게 한다. 이튿날 바닷가에 해수욕을 즐기러 갔다가 우연히 여자 친구와 만나 같이 코미디 영화를 보고 정사를 나눈다. 며칠 뒤 이웃 레몽의 불미스러운 일에 끼어들었다가 의도치 않게 한 아랍인을 총으로 쏘아 죽이고 재판에 넘겨진다. 재판에서도 뫼르소는 무관심한 태도로 일관하고, 검사는 살해 경위보다도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태도를 더 문제 삼는다. 결국 뫼르소는 비종교적이고 비도덕적인 태도로 인하여 사형선고를 받는다. 하지만 그는 어차피 인간은 죽을 수밖에 없다는 추론 끝에 항소를 포기하고 사형 집행일을 기다린다. “나에게 남은 소원은 다만, 내가 사형 집행을 받는 날 많은 구경꾼들이 와서 증오의 함성으로써 나를 맞아주었으면 하는 것뿐이다.”

 

제목 ‘이방인’은 물론 주인공 뫼르소를 가리킨다. 그는 삶에 철저히 무관심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아무런 열정이나 고집도 갖고 있지 않다. 어머니의 장례를 치르기 위해 휴가를 내려는 그에게 사장이 언짢은 기색을 비치자 “그건 제 탓이 아닙니다”라고 말한다. 그는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으며 책임 너머에 있다. 또 여자 친구인 마리가 자신을 사랑하는지 알고 싶다고 말하자, 그런 건 아무 의미도 없는 말이지만 아마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고 답한다. 그럼에도 결혼은 왜 하느냐고 묻자 그런 건 전혀 중요하지 않지만 결혼을 해도 좋다는 식이다. 곧 뫼르소에게는 사랑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 혹은 결혼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이 아무런 차이를 갖지 않는다. 그는 그러한 차이와 분별 너머에 있다.

 

뫼르소의 이러한 ‘비정상성’에도 불구하고 그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인 편이다. 이는 관심의 초점이 주로 그의 살인보다는 부조리한 재판 과정에 두어졌기 때문이다. 법정은 뫼르소가 살인을 했기 때문에 범죄자인 것이 아니라, 범죄자이기 때문에 살인을 했다는 식으로 몰고 간다. 때문에 뫼르소는 가해자이지만 동시에 부조리한 재판의 피해자로도 여겨진다. 검사는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은 뫼르소의 태도를 문제 삼아서, 정신적으로 어머니를 죽인 자는 아버지를 자기 손으로 곧 죽이게 될 자이기 때문에 사회적으로 추방해야 한다고까지 주장한다.

 

미국어판에 붙인 서문에서 카뮈는 스스로 이 점을 부각시킨다. 그는 “우리 사회에서 자기 어머니의 장례식에서 울지 않은 사람은 누구나 사형 선고를 받을 위험이 있다”고 비판한다. 카뮈는 뫼르소를 옹호하면서 그가 사회가 요구하는 연기(演技)를 하지 않았을 따름이라고 말한다. 그는 뫼르소를 어떤 영웅적인 태도를 취하지 않으면서도 진실을 위해서는 죽음도 마다하지 않는 인간으로 본다. 심지어 ‘우리들의 분수에 맞는 단 하나의 그리스도’라고까지 평했을 정도다. 하지만 다시 상기하자면 뫼르소는 살인죄로 기소됐으며, 우발적으로 총을 쐈다고 하지만 아랍인을 향해 첫발을 쏜 이후에도 네 발의 총을 더 쏘았다. “그것은 마치, 내가 불행의 문을 두드린 네 번의 짧은 노크 소리와도 같은 것이었다.”

 

이 ‘노크’는 모든 일에 무관심한 이방인 뫼르소에게 어떤 변화를 가져왔을까. 자신의 재판에도 마치 구경꾼처럼 대응하던 뫼르소였지만 정작 사형 선고가 내려지자 이를 엄중하게 받아들인다. 『이방인』에서 뫼르소의 변화를 읽을 수 있다면 바로 이 대목에서다. “그 선고가 내려진 순간부터 그 결과는 내가 몸뚱이를 비벼 대고 있던 그 벽의 존재와 마찬가지로 확실하고 준엄해진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그는 고백한다. 카뮈와 마찬가지로 아버지를 일찍 여읜 뫼르소는 아버지가 대표하는 ‘부권(父權)적 기능’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회적 현실 바깥이나 경계에 위치하고 있는 듯 보이는 그에게 비로소 아버지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바로 법이고 판결이다. 사형수로서 뫼르소는 사회로부터 배제되지만 동시에‘사형수’라는 위치를 정확하게 할당받았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그것은 배제라는 형식을 가진 포함이다. 이러한 어긋남이 부조리하게 보일지라도 뫼르소는 그것을 기꺼이 수용한다. 그는 부조리로서의 삶을 사랑한다.

 

소설『이방인』이 희곡 <칼리굴라>, 에세이『시지프 신화』와 함께 부조리란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삼부작이라면, 연대기라고 이름을 붙인『페스트』와  희곡 <정의의 사람들>, 그리고 에세이『반항하는 인간』은 부조리에 대한 올바른 대응 태도를 제시하고자 한 삼부작이다. 이 대응 태도를 카뮈는 ‘반항’이라고 부른다.『페스트』(1947)에서 그 반항은 어떻게 나타나는가.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최대의 걸작’이란 평판을 얻은 이 소설에서 페스트로 인해 오랑(Oran) 시민들이 겪게 되는 ‘감옥살이’는 일차적으로 작가와 동시대인들이 겪은 전쟁의 은유였다. 거기서 더 나아가 카뮈는 그 은유를 삶의 일반적인 차원으로까지 확대하고 싶어 했다. 페스트는 죽음이란 인간 조건 자체를 상징할 수도 있다. 주인공인 의사 리유는 언젠가 한 여자가 죽는 순간에 “안 돼!”라고 외치는 걸 듣는다. “그때 나는 절대로 그런 것에 익숙해질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지요”라는 게 그의 고백이다. 죽음과의 싸움은 언제나 패배할 수밖에 없지만, 리유는 그 죽음과 결코 타협하지 않고자 한다. 페스트가 창궐한 상황에서 백신도 발견되지 않아 사람들이 속수무책으로 죽어가지만 그가 결코 치료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다. 그것이 그리스 신화 속 시지프의 고투를 떠올리게 하는 그의 반항이다.

 

이러한 리유의 태도는『페스트』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의 선택과 비교된다. 기자 랑베르는 자신이 취재차 오랑 시에 잠시 들렀을 뿐 아무런 연고도 갖고 있지 않다며 탈출하려고 애쓴다. 그는 페스트와 정면으로 맞서려고 하지 않는 도피적 태도를 대표한다. 반면에 파늘루 신부는 페스트를 신이 내린 고통으로 이해하고 수용하려고 한다. 그는 페스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려고 하는 초월적 태도를 대표한다. 이와는 다르게 리유는 페스트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받아들인다. 즉, 그것은 부조리한 고통이다. 하지만 그는 그 부조리를 외면하거나 그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는 데 반대한다. 묵묵히 수용하되 그에 굴하지 않고 맞선다. 카뮈에게  ‘신이 없는 시대의 성자’란 바로 리유와 같은 ‘반항하는 인간’이었다.

 

부조리와 반항의 삼부작을 완성한 카뮈가 이어서 기획한 것은『최초의 인간』을 시작으로 하는 ‘사랑의 삼부작’이었다. 하지만 불의의 교통사고와 함께 그의 마지막 삼부작은 완결되지 못했고, 『최초의 인간』만 미완성 소설로 남았다. 카뮈에게 또 다른 걸작이 있다면 그러한 기획들과 무관하게 쓰인『전락』(1956)이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술집에서 자신을 ‘재판관 겸 참회자’라고 소개하는 클라망스는 파리의 유능한 변호사였다. 그는 언젠가 센 강의 다리에서 투신한 한 젊은 여자를 그냥 지나친 기억을 갖고 있다. 그 사건은 그에게 오점(汚點), 곧 제거할 수 없는 얼룩이자 상처가 된다. 이 상처가 표식이 돼 사람들이 곧 그를 심판대에 올려세우고 마치 식인어(食人魚)처럼 달려들어 물어뜯을지 모를 일이었다. 클라망스의 대처법은 남들보다 먼저 자신을 심판대에 올려 단죄하는 것이었다. 타인을 심판하기 위해서 자신이 먼저 참회자가 되기를 선택하는 것이 그가 선택한 방책이었고, 이러한 태도는『반항하는 인간』의 출간을 계기로 오랜 우정을 뒤로한 채 결별한 사르트르와 그 동료들을 은근히 겨냥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클라망스의 모습에는 사르트르뿐 아니라 카뮈 자신의 모습도 투영돼 있는데, 이러한복합성이『전락』을 단순한 풍자를 넘어선 걸작으로 만들어주었다.

 

15. 04. 09.

 

 

P.S. 최근에 자크 페랑데즈가 그림을 그린 만화판 <이방인>(문학동네, 2015)로 출간돼 눈길을 끄는데, <이방인>의 주요 인물과 사건이 어떻게 그림으로 현실화되는지 참고할 수 있다. 제일 먼저 찾아본 대목은 결말 부분에서 뫼르소가 '사이렌 소리'를 듣는 대목인데, 그 소리가 '뱃고동 소리'라는 걸 그림과 함께 확인할 수 있었다. 작년 이맘때 <이방인> 오역 논쟁에서 내가 주장한 대로다(http://blog.aladin.co.kr/mramor/6966576). 이 또한 만화작가가 <이방인>을 오독한 거라고 반박할 셈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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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은 엘런 싱크먼의 <미의 심리학>(책세상, 2015)이다. 심리학 책은 제목이 '변조'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원제가 그렇다. '아름다운 자기의 탄생'이 부제.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저자 엘런 싱크먼은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여성의 심리를 다각적으로 통찰해보고자 한다.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욕망이고 건강한 충동이지만, 거기에는 정상적인 수위가 있다. 이 책은 아름다운 자기를 창조하려는 여성이 스스로에 대해 수치심이나 결함감을 가지거나 자기애적으로 취약한 경우에 이를 수 있는 병리적인 현상에 대해서 주목한다. 

그러니까 아름다움에 대한 정상적인 관심과 비정상적인 집착이 어떻게 구분되는지도 살펴볼 수 있겠다. 건강한 나르시시즘과 병적인 나르시시즘?

 

 

<미의 심리학>이란 제목 때문에 떠올린 책은 오래 전에 출간됐다가 현재는 절판된 낸시 에트코프의 <미>(살림, 2000)다. 원제가 <미의 과학>이었던 책. 내용 자체는 인상적이지 않았지만(부정적인 리뷰를 쓴 적이 있다) 이 주제에 관해서 이후에 나온 책이 궁금한데 다시 검색해보니 새로운 게 없는 듯싶다. 저자 에트코프도 더 책을 쓰진 않은 듯 보이고. 아쉬운 대로 (이마저도 읽지 못한 독자들도 있을 테니) 재출간되어야 할까. 더 진전된 책이 나오길 기대한다...

 

15. 04.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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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대 중문과 교수인 리링의 저작선 가운데 다섯번째 권이 출간됐다. <호랑이를 산으로 돌려보내다>(글항아리, 2015). 첫 권인 <논어, 세 번 찢다>(글항아리, 2011) 이후에는 '리링의 모든 책'이 관심도서인지라 반가운 출간 소식이다. 아직 손자 강의 <전쟁은 속임수다>(글항아리, 2012)도 완독하지 못한 상태이지만. <전쟁은 속임수다>가 나왔을 때 한번 리스트를 만들어놓았는데, 이제 다섯 권이 채워졌으니 한번 더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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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를 산으로 돌려보내다- 학자의 울타리를 넘어 실질을 논하다
리링 지음, 박영순 옮김 / 글항아리 / 2015년 4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1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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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규칙- 손자의 투쟁철학
리링, 임태홍 / 글항아리 / 2013년 9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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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속임수다- 리링의 <손자> 강의
리링 지음, 김숭호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12월
48,000원 → 43,200원(10%할인) / 마일리지 2,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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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잃은 개 1- <논어> 읽기, 새로운 시선의 출현
리링 지음, 김갑수 옮김 / 글항아리 / 2012년 7월
30,000원 → 27,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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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 박홍규(1919-94)의 철학 세계 전반을 다룬 <박홍규 형이상학의 세계>(길, 2015)가 출간됐다. 5권으로 묶인 박홍규 전집 읽기에 참고가 될 만한 책으로 그의 강의를 들은 제자들의 논문 모음집이다. 가이드북으로는 최화 교수의 <박홍규의 철학>(이대출판부, 2011)과 나란히 놓을 수 있겠다. 이 일곱 권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7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박홍규 형이상학의 세계- 플라톤과 베르그송
이태수 외 지음 / 길(도서출판) / 2015년 3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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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규의 철학-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
최화 지음 / 이화여자대학교출판문화원 / 2011년 9월
16,000원 → 16,000원(0%할인) / 마일리지 480원(3%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1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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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학 강의 1
박홍규 지음 / 민음사 / 2007년 7월
27,000원 → 24,300원(10%할인) / 마일리지 1,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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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이상학 강의 2
박홍규 지음 / 민음사 / 2007년 7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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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벚꽃과 목련이 피는 계절이니 4월이다. 바쁘게 한달을 보냈다 싶었는데, 돌이켜보니 건강에 이상이 생기면서 좀 힘들게(라기 보다는 불편하게) 보낸 듯싶다. 일이 전혀 줄지 않고 남아있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이달에는 형편이 좀 나아지길 기대한다.

 

 

1. 문학예술

 

문학 쪽으로는 단편집이 동시에 나온 로베르트 무질의 책들을 고른다. <특성없는 남자>가 완간되길 기다리고 있는 작가인데, 이번에 나온 건 <사랑의 완성>(북인더갭, 2015)와 <생전 유고/어리석음에 대하여>(워크룸프레스, 2015)다. 단편 <지빠귀>와 <생전의 유고>는 공통적으로 포함돼 있고, <사랑의 완성>에는 <세 여인>이 더 실려 있다. 문학과지성사에서 처음 번역돼 나왔지만 현재는 절판된 작품이다.

 

 

무질의 대표 장편으론 <특성 없는 남자1,2>(북인더갭, 2013)와 <생도 퇴를레스의 혼란>(울력, 2001; 지만지, 2011)이 있다. <특성 없는 남자>는 3권이 근간으로 돼 있는데, 그로써 완간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영어본이 두 권인 걸 고려하면 4권까지 나와야 되는 것 같기도 한데, 아무려나 조만간 완간되기를 기대한다.

 

 

예술 쪽으론 현재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마크 로스코 책 두 권과 함께 사진책으로 비비안 마이어의 <나는 카메라다>(월북, 2015)를 고른다. 비비안 마이어가 누구인가?

일생을 보모와 가정부로 살아간 비비안 마이어는 40여 년간 거리로 나가 수십만 장의 사진을 찍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공개하지 않은 채 생을 마감했다. 무려 하루에 필름 한 통씩 50년을 찍어야 하는 분량의 어마어마한 사진들. 그녀의 사진이 SNS를 타고 흐르며 전 세계인들과 언론의 열광을 받은 건 사후 얼마 되지 않아서였다. 임대료를 내지 못해 경매로 400달러에 거래된 창고의 네거티브 필름 상자들은 이제 감히 가치를 헤아릴 수 없는 미국의 보물이 되었다.

이달 말에는 영화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도 개봉되는 것으로 안다. 겸사겸사 4월에 만나볼 만하다.

 

 

2. 인문학

 

인문 분야의 철학서로는 쇼펜하우어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을유문화사, 2015)를 고른다. 최근 번역 개정판이 나왔고, 쇼펜하우어의 <인생론> 읽기로, 이동용의 <지극히 인간적인 삶에 대하여>(동녘, 2015)도 출간됐다. 전작인 <쇼펜하우어, 돌이 별이 되는 철학>(동녘, 2014)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 읽기'였다. 토마스 하디나 투르게네프, 톨스토이 같은 쇼펜하우의 영향을 받은 작가들을 읽다 보니 자연스레 일독의 욕심을 갖게 된다(예전 세로읽기 번역판은 잘 읽게 되지 않았다). 이달에 다 읽지는 못하겠지만 일단은 시도해보는 것 자체에 의의를 두어야겠다.

 

 

역사 쪽으로는 동아시아사 책들을 고른다. 김시덕의 <동아시아, 해양과 대륙이 맞서다>(메디치미디어, 2015)는 '임진왜란부터 태평양전쟁까지 동아시아 오백년사'를 개관한 책이다. 오늘의 현실을 읽는 데도 유익한 시사를 던져주지 않을까 싶다. 김항의 <제국일본의 사상>(창비, 2015)은 “과연 제국일본은 청산되었는가”를 묻는다. 부제대로 '포스트 제국과 동아시아론의 새로운 지평을 위하여' 반드시 묻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기 위해서는 제국일본에 대해서 우리가 무얼 알고 또 모르는지 먼저 검토해볼 필요가 있겠다.

 

덧붙여 <동아시아 기억의 장>(삼인, 2015)는 "피에르 노라의 '기억의 장' 프로젝트를 '동아시아 관점'에서 풀어본 책"이다(피에르 노라의 작업은 <기억의 장소>라는 제목으로 5권이 소개되었다). "동아시아 국가 '사이'의 넘나듦의 문제, 제국과 식민지의 문제 등에 대해 고민하면서 역사를 '기억'의 차원에서 살펴본 작업이다." 역사학계의 최근 동향이 어떤 것인지도 살펴볼 수 있겠다.

 

 

3. 사회과학

 

사회과학 쪽에서는 일단 1주기를 앞두고 있는 세월호 관련서들을 고른다. <팽목항에서 불어오는 바람>(현실문화, 2015), <세월호를 기록한다>(미지북스, 2015), <금요일엔 돌아오렴>(창비, 2015) 등이다.

 

 

더불어, 우리의 정치문화와 선거, 그리고 국가를 되돌아보게 하는 책들을 골랐다. 주로 미국을 다룬 책들이긴 하지만 충분히 참고할 만하다. 조지 레이코프의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와이즈베리, 2015), 리처드 솅크먼의 <우리는 왜 어리석은 투표를 하는가>(인물과사상사, 2015), 라이샌더 스푸너의 <국가는 강도다>(이책, 2015) 등이다.

 

 

4. 과학

 

자연과학 쪽은 좀 묵직한 책들이다.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과학한다는 것>(반니, 2015)은 "과학의 인간성과 예술성을 회복하기 위한 성찰 "로 과학자들이 먼저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싶은 책. 에드워드 슬링거랜드의 <과학과 인문학>(지호, 2015)은 중국사상 전공자가 왜 인지과학과 행동신경과학 공부를 하는지 알려주며, 인문학과 과학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 시범을 보인다. 원로 생물학자 이병훈 교수의 <유전자 전쟁의 현대사 산책>(사이언스북스, 2015)는 한 생물학자의 회고이면서 동시에 "사회 생물학과 진화 심리학이라는 젊은 기초 과학 분야가 우리 사회에 전파되고, 진화하고, 발전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5. 글쓰기

 

글쓰기 쪽으론 단연 <유시민의 글쓰기 특강>(생각의길, 2015)이 화제인데, 김영하의 <말하다>(문학동네, 2015), 장석주의 <글쓰기는 스타일이다>(중앙북스, 2015)까지 두루 살펴보면, 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대략 어림해볼 수 있겠다. 글을 쓰고 싶어하는 것, 더 좋은 글을 쓰고픈 욕심을 갖는 것, 일단은 그게 시작이다...

 

15. 04. 05.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카프카의 마지막 장편소설이자 미완성작 <성>을 고른다. 열린책들판이 새로 나와서 인데, 번역본으론 솔출판사의 전집판과 서울대출판부판이 품절된 상태라 펭귄클래식판과 범우사판까지 3파전 형세가 아닌가 싶다. 조만간 창비판도 가세할 것으로 아는데, 그 정도면 이 문제적인 작가의 수수께끼 같은 작품세계로 들어가는 '입장권'은 확보되는 셈이다. 새번역본들을 갖고서 나도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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