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을 고른다. 제목은 독일 언론인 볼프 슈나이더가 쓴 <군인>(열린책들, 2015)에서 가져왔다(물론 현충일을 고려해서다). '영웅과 희생자, 괴물들의 세계사'가 부제. "<위대한 패배자>, <만들어진 승리자들>의 저자로 국내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슈나이더는 이 책에서 시대와 대륙, 문화를 뛰어넘어 지난 3천 년을 아우르는 군인의 역사를 포괄적으로 다루며 군인이라는 존재를 입체적으로 고찰한다."

 

 

저자는 서두에서 '우리가 아는 군인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고 말하는데, 다른 이유에서가 아니라 무인전투기가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어서다. 무인전투기가 아니더라도 전쟁이 최첨단 무기의 경연장이라면 군인의 시대는 이미 끝난 게 맞겠다. 군비경쟁과 방산비리가 그 자리를 대신 차지하고 있을 뿐.    

 

그래서 두번째로 고른 책은 김종대의 <시크릿 파일 위기의 장군들>(메디치, 2015)이다. "준전시국가의 군인, 억대 연봉자, 최대 수만 병력의 직속상관? 이 책은 이렇듯 막대한 책임을 진 장군들이 권력과 진급을 위해 벌여온 전쟁과 군사적 무능함을 때로는 심각하게, 때로는 해학을 담아 고발한다."

 

 

세번째는 헬렌 캘디컷 등의 <우주 무기화 시대의 미래예측보고서>(알마, 2015). <하늘 전쟁>(알마, 2010)의 개정판이다. 무엇이 문제인가. "'미국통합우주군’은 우주에서 전쟁이나 패권 다툼이 불가피하다고 믿는다. 이들이 지금 미국 정부에 우주의 무기화를 요구하고 있다. 록히드 마틴, 보잉, 노스럽그러먼 같은 군수산업체는 정치자금과 로비를 통해 이런 군비경쟁을 주도한다." 이러한 파국적 군비경쟁에서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불행히도 지금은 이런 보고서도 읽어야 하는 시대다.

 

네번째 책은 조지프 나이의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프리뷰, 2015)다. 이 물음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NO!'다. "국제정치학계의 세계적인 석학인 조지프 나이 교수가 미국의 세기는 이제 끝났다고 하는 소위 미국 쇠퇴론를 향해 던지는 강력한 반박문." 이 반박에 동의하거나 공감해서가 아니라 그 근거가 궁금해서 관심을 갖게 된다.

 

 

끝으로 미국 패권에 대한 강력한 도전자, 중국을 다룬 책 한 권. 양지성의 <현대 중국의 사회계층>(연암서가, 2015)이 번역돼 나왔다. "개혁 후 30년의 중국 사회 변천을 분석했다. 사회학 영역의 성과를 많이 반영했지만, 어떤 사회학 가설에 대한 논증이 아니라, 현실적 자료로 개혁 전후의 중국 사회계층의 변화를 분석하고, 현재 중국의 사회계층의 상황을 명백히 밝히고자 했다." 작년에 나온 우샤오보어의 <격탕 30년>(새물결, 2014)과 같이 읽어볼 만하겠다. 역시나 개혁 이후 30년을 다루고 있는데, "문화대혁명이라는 이념에 취해 있던 사람들이 서서히 돈에 취해 가면서 벌이는 온갖 소동과 소음, 그리고 결국에는 이 돈이 사람을 잡아 삼키며 벌어지는 온갖 비극을 '실사구시'의 정신에 입각해 다큐멘터리로 기록하고 있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군인- 영웅과 희생자, 괴물들의 세계사
볼프 슈나이더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6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1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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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파일 위기의 장군들- 권력과 진급을 향한 별들의 전쟁
김종대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5년 5월
16,500원 → 14,850원(10%할인) / 마일리지 820원(5% 적립)
2015년 06월 06일에 저장
품절

우주 무기화 시대의 미래 예측 보고서
헬렌 캘디컷 & 크레이그 아이젠드래 지음, 김홍래 옮김 / 알마 / 2015년 5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2015년 06월 06일에 저장
절판

미국의 세기는 끝났는가
조지프 나이 지음, 이기동 옮김 / 프리뷰 / 2015년 5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1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5년 06월 06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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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과학서 가운데 관심도서는 도리언 세이건이 엮은 <린 마굴리스>(책읽는수요일, 2015)다. '진화의 역사를 다시 쓴 과학의 이단자'가 부제. "다윈의 자연선택 이후 가장 아름답고 강력한 공생 발생 개념을 진화의 역사에 포함시킨 20세기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의 생애와 사상을 담은 책"이다. 역자의 소개를 빌면, "이 책은 린 마굴리스의 아들 도리언 세이건을 비롯하여, 그녀와 교류를 가졌던 이들이 그녀를 추모하며 쓴 글들을 묶은 것이다."

 

 

도리언 세이건은 린 마굴리스와 칼 세이건 사이에 태어난 아들. 어머니와는 여러 권의 책을 같이 펴낸 바 있다(도리언은 아버지 칼 세이건과도 책을 낸 게 있는데, 부모는 이혼했지만 세 사람은 적어도 저술에서는 꽤 보기좋은 '공생관계'를 유지했다). 그런 아들이 어머니를 추모하여 엮은 책이니 모자 간의 정도 애틋하다(또 다른 사례로는 수전 손택의 아들 데이비드 리프가 쓴 <어머니의 죽음>(이후, 2008)도 떠오른다).

 

책은 다윈의 자연선택 이후 가장 아름답고 강력한 공생 발생 개념을 진화의 역사에 포함시킨 20세기 가장 위대한 생물학자 린 마굴리스의 생애와 사상을 다룬다. 린 마굴리스의 아들이자 세계적인 과학저술가 도리언 세이건이 서문을 쓰고 엮었으며, 공생 이론의 역사, 가이아 이론의 역사, 신다윈주의와 집단선택 논쟁 등을 소개하면서 그 자체가 진화론의 역사라 할 만한 린 마굴리스와 신다윈주의자들 간의 격렬했던 순간들로 독자를 안내한다. 가이아 이론의 창시자 제임스 러브록, 고생물학자 나일즈 엘드리지, 옥스퍼드 대학교 최고의 석학 데니스 노블 등 과학계의 거장들이 린 마굴리스의 삶을 기리는 한편, 현대 생물학의 큰 줄기들을 함께 조망할 수 있도록 돕는다.

 

도리언 세이건이 어머니와 같이 쓴 책으로는 <생명이란 무엇인가?>(지호, 1999), <섹스란 무엇인가?>(지호, 1999) 등이 소개되었지만 현재는 절판된 상태다. 그가 타일러 볼크와 공저한 책으로는 <죽음과 섹스>(동녘사이언스, 2012)도 번역돼 있다. 모두 갖고 있는 책이지만, 당장 서가에서 뺄 수 없어(찾을 수가 없기에) 안타깝다...

 

15. 06.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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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의 아내 예니 마르크스와 그 가족을 다룬 책이 연이어 나왔다. 이번주에 나온 건 예니 마르크스의 평전 <레드 예니>(오월의봄, 2015)이고, 얼마전에는 마르크스 가족의 이야기를 방대한 분량에 담은 메리 게이브리얼의 <사랑과 자본>(모요사, 2015)가 나왔었다. 마르크스 평전이 다루지 않은 더 깊은 속 이야기가 있는 듯싶다.

 

 

 

먼저, <레드 예니>는 어떤 책인가.

카를 마르크스라는 이름이, 그가 내놓은 사상이 20세기를 지나 지금까지 세계를 뒤흔들 동안 예니 마르크스(1814~1881)라는 이름은 희미한 메아리로만 남아 있었다. 그동안 객관적으로 서술한 예니 마르크스의 전기가 드물어서 우리가 그녀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귀족 출신이어서 부르주아 생활을 즐기는 여자라는 오해도 있었고, 마르크스를 괴롭히는 이미지로 그려지기도 했다. <레드 예니>는 예니 마르크스의 불꽃같은 삶을 되살린 본격 평전이다.

당연한 일이지만 <마르크스 평전>으로도 읽을 수 있는 책이겠다. 이어서 '카를과 예니 마르크스, 그리고 혁명의 탄생'을 부제로 한 <사랑과 자본>이다.

2011년 전미도서상 논픽션 부문 최종후보에 오르며 화제가 되었다. 이 책은 지금껏 출간된 마르크스의 여느 전기와는 판연히 다르다. 죽었지만 죽지 못하고 유령이 되어 지상을 떠돌던 마르크스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살이 있고 피가 도는 살아 있는 마르크스를 비로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 전기 작가인 메리 게이브리얼이 그리는 마르크스는 배경과 완벽하게 융화되어 살아 숨 쉰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특별함을 칭송하는 대신, 시대 속에서 고뇌하는 지식인을 말한다. 독자는 저자의 안내에 따라 시끌벅적한 런던의 빈민굴에, 피비린내 풍기는 파리 코뮌의 현장 한가운데 서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참고로, 마르크스 평전오르는 프랜시스 윈과 이사야 벌린, 그리고 자크 아탈리의 책이 나와 있다. 이번에 나온 책들과 비교해서 읽어봄직하다...

 

15. 06.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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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 폴란드 작가 비톨트 곰브로비치의 <코스모스>(민음사, 2015)를 고른다. 그의 작품(집)으로는 네번째로 소개되는 책이다. 민음 세계문학으로는 세번째 책.

 

 

<페르디두르케>(민음사, 2004)와 <포르노그라피아>(민음사, 2004)와 먼저 소개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책만 구입해놓고 아직 읽을 기회를 찾지 못했는데, 네번째이자 마지막 장편이 번역된 걸 계기로 하반기에는 강의 일정이라도 잡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독서를 강제하기 위해서. 사르트르는 이 작품에 대해 이렇게 평했단다.

곰브로비치의 <코스모스>처럼 소설이라기보다는 ‘소설인 듯 보이는’ 독특한 종류의 소설이 있다. 곰브로비치는 프로이트의 정신 분석학과 마르크스주의, 그 밖에 다양한 사상들에 정통한 작가이다. 하지만 그러한 기존의 사상들에 대해 줄곧 회의적인 성향을 고수하면서, 작품의 골격이 구축되고 만들어지는 단계에서 바로 그것을 해체해 버림으로써 분석적이면서 동시에 유물론적인 전혀 새로운 유형의 소설을 창조해 냈다.

 

개인적으로는 단편집은 물론 아직 번역되지 않은 곰브로비치의 <일기>(영역판)까지도 진작에 구해놓은 터라 이 또한 번역되면 더없이 반갑겠다. 동유럽 문학을 강의하면서 밀란 쿤데라와 이스마일 카다레만 포함시켜서 다루곤 했는데, 곰브로비치까지 포함돼야 구색이 맞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물론 곰브로비치에 대한 관심은 전적으로 쿤데라에게 빚진 것이긴 하다. 쿤데라의 곰브로비치론도 어디에 있었는지 다시 찾아봐야겠다...

 

15. 06.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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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형도 전집
기형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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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한다. 그해 가을 주인은 떠나 없고 그리움이 몇 개 그릇처럼 아무렇게나 사용될 때 나는 떨리는 손으로 짧은 촛불들을 태우곤 했다. 그렇게 가을도 가고 몇 잎 남은 추억들마저 천천히 힘을 잃어갈 때 친구여, 나는 그때 수천의 마른 포도 이파리가 떠내려가는 놀라운 空中을 만났다. 때가 되면 태양도 스스로의 빛을 아껴두듯이 나 또한 내 지친 정신을 가을 속에서 동그랗게 보호하기 시작했으니 나와 죽음은 서로를 지배하는 각자의 꿈이 되었네. 그러나 나는 끝끝내 포도밭을 떠나지 못했다. (「포도밭 묘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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