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공지다. 입원치레를 하는 바람에 공지가 늦어졌는데, 화정도서관에서 '문학속의 여성'을 주제로 4주간 강의를 진행한다. 일정과 신청은 아래 포스터를 참고하시길.

15. 0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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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원생활이 생각보다 길어지고 있다. 그나마 하루하루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게 위안거리이긴 하지만, 예정된 일정을 대부분 취소하거나 연기하고 있어서 마음이 편하진 않다. 하나라도 정상화한다는 의미로 '이주의 발견'을 고른다. 정확하게 발견감은 아니다. 이미 몇 권 소개된 일본 비평가 아즈마 히로키의 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데뷔작인 만큼 '아즈마 히로키의 발견'에는 해당하는 책이(었)다. 바로 <존재론적, 우편적>(도서출판b, 2015)이다.

 

아즈마 히로키가 1998년에 간행한 처녀작, 자크 데리다에 대한 해설서의 완역본. 20대 중반에 씌어진 <존재론적, 우편적>은 출간되자마자 철학연구서로서 유례가 없을 정도로 팔리고, 산토리학예상을 수상하고 심지어는 문학상인 미시마 유키오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어떤 이는 그를 가라타니 고진의 후계자'라고 평가했고, 또 어떤 이는 일본사상계는 이 책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으로 보았다. 이렇듯 당시 일본사상계에 충격을 준 이유는 단순한 해설에 그치지 않고 20세기 후반 프랑스철학의 유행에 대한 반성과 그것의 종언을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오래전 다음카페 비평고원에서 아즈마 히로키의 이름이 회자될 때, <존재론적, 우편적>의 존재를 알았고, 역자에게 번역을 적극 독려한 멤버의 일원인지라 이제나저제나 기다리던 참이기도 했다.그래도 출간은 언제나 새로운 사실이며 반가움 또한 줄지 않는다.

 

 

'인덕후'들에게는 상식에 속하지만 아즈마 히로키는 가라타니 고진과 아사다 아키라의 계보를 잇는 비평가다(이들은 각자 자기 세대를 대표한다). 비록 고진과 견주기에는 고진이 '넘사벽'이 돼버린 감이 있지만, 이들은 '제2의 가라타니 고진'란 기대를 모았었다. 아사다 아키라의 대표작은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새길, 1995)로 번역된 <구조와 힘>이고, 들뢰즈 해설서로도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아사다 아키라는 <도주론>(민음사, 1999/2012) 이후로는 별다른 저작이 없는 듯싶다. 아무튼 그 <구조와 힘>에 견주어지는 책이 <존재론적, 우편적>이다. 이번주에 드디어, 우리에게 도착한 책이다...

 

15. 08. 26.

 

 

P.S. <존재론적, 우편적>보다 먼저, 적어도 함께 도착했으면 좋았을 책은 데리다의 <우편엽서>다. 아즈마 히로키의 발상이 근거하고 있는 책이어서다. 우리로선 <데리다 평전>(인간사랑, 2011)이나 데리다의 문학론, <문학의 행위>(문학과지성사, 2013) 등을 들러리로라도 갖다놓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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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만에 포스팅을 올리는 것 같다. 입원한 지 일주일째라는 얘기다. 겨우 몸을 추스려서 병실에서, 병원에서 빌린 노트북으로 서재를 둘러보다가 레이먼드 카버의 유작이 나온 김에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카버의 책은 뭔가 계속 나오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절판된 책들이 있어서 리스트를 채우기가 어려웠다(찾아보니 3년 전에 만든 리스트도 그렇다). 이번에 나온 건 <내가 필요하면 전화해>(문학동네, 2015)인데, 미발표 단편과 함께 몇몇 산문이 포함돼 있다. 책은 퇴원하고 나서야 손에 들 듯하지만 미리 반가움을 적어둔다(다음 주중에는 퇴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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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필요하면 전화해
레이먼드 카버 지음, 최용준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8월
15,800원 → 14,220원(10%할인) / 마일리지 7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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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내기들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우열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17,500원 → 15,750원(10%할인) / 마일리지 87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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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성당 (무선)- 개정판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연수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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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조용히 좀 해요
레이먼드 카버 지음, 손성경 옮김 / 문학동네 / 200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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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밀러의 <위험한 독서의 해>(책세상, 2015)를 읽으며, 역시 독서록 종류의 책인 만큼 안 읽은 책들을 눈여겨 보게 되는데, 초반에 눈에 밟히는 책은 로버트 트레슬의 <누더기 바지 박애주의자>다. 저자가 부코스키의 <우체국>, 마르크스/엥겔스의 <공산당선언>과 같이 묶고 있는 책인데, 그 중에서도 압권은 <누더기 바지 박애주의자들>이라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하기야 분량으로 그 두 권의 두 배 이상이다. 무삭제판은 600쪽이 넘어가니 말이다(옥스포드판으로는 649쪽이다. 해설이 포함돼 그럴 수 있다).

 

 

<우체국>도 노동을 다룬 소설이지만 "<누더기 바지 박애주의자>에 담긴 투쟁과 절망에 비하면 <우체국>은 거의 휴가 여행 광고물 같았다"라는 게 밀러의 평. 로버트 트레슬은 로버트 누넌(1870-1911)의 필명인데, 그가 쓴 '역사상 최초의 노동계급 소설'이 <누더기 바지 박애주의자>라고(러시아문학에 견주자면 고리키의 <어머니> 같은 급?).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고 신랄하면서도 진솔한 묘사로 노동계급의 삶을 그려 보였다"는 격찬이 이어진다.

 

그래서 번역되면 좋겠다 싶어 '세계의 책' 카테고리에서 다루려고 했더니, 앗, 뜻밖에도 번역된 적이 있다. 안정효 역의 <누더기 바지 박애주의자들>(실천문학사, 1988). 다만 분량이 388쪽인 걸로 보아 무삭제판으로 옮긴 게 아니고 저자 사후에 책이 나오는 과정에서 편집자가 상당 분량을 축약했는데, 그 축약판을 옮긴 게 아닌가 싶다. 친필 원고는 25만 단어 분량인데, 1914년에 나온 초판이 10만 단어를 쳐낸, 그러니까 15만 단어 분량이었고, 4년 뒤 1918년에 나온 재판은 거기서 6만 단어를 더 쳐낸 9만 단어 분량. 원래 원고의 1/3로 줄어든 셈. 1955년에야 무삭제판이 대중에게 소개될 수 있었다 한다(초판이나 재판의 편집자들로선 책을 더 많이 읽히게끔 하려는 고육지책이었다. 특히 노동자 대중에게).

 

600쪽 넘는 분량의 영어 원서가 388쪽의 한국어판으로 옮겨질 수는 없으므로 축약판의 번역이거나 역자의 재량에 따른 또다른 축약본이 아닐까 싶다. 아무튼 그래도 귀한 자료다 싶어서 구해놓기로 했다. 이왕이면 무삭제판의 새번역본이 나오면 좋겠다. 그보다 더 두꺼운 대작들도 곧잘 번역되는 게 출판계니까. 그러길 기대해본다...

 

15. 08.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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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앓다가 회복기 환자 모드로 서재에 들어오니 짧은 해외여행이라도 다녀온 기분이다. 낯익은 것들이 새삼스럽게 느껴지니까. 원해서 될 일은 아니지만 해외여행 대체로 며칠 감기몸살과 함께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병원비야 좀 들겠지만 해외여행 경비에 비할 바가 아니다(암이 아니라 감기몸살이잖은가!). 여행의 재미에는 물론 견줄 수 없지만 고생이라는 점에서는 공통적인 면이 있고(무더위속에서 몇 시간씩 걷는 것과 고열로 방안에 널브러져 있는 것), 막상 끝나는 시점에는 상황이 역전된다. 여행은 일상의 단조로움으로 다시 돌아오게 만들지만 감기몸살은 일상의 안락과 고마움을 재발견하게 한다. 그 정도면 비교거리는 되지 않을까.

 

 

이상이 회복기 환자의 넋두리였고, 며칠 놀았던 서재일도 시작해야겠다 싶어서 일단 '이주의 발견'부터. 내일이 광복절인 만큼 일본 관련서 두 권을 골랐다. 일본의 양심과 일본의 망상을 주제로 한 두 권의 책이다. 먼저 오구마 에이지의 <일본 양심의 탄생>(동아시아, 2015). 저자는 게이오대 역사사회학자로 국내에 이미 여러 권의 책이 소개된 바 있다. 이번에 나온 건 " 저자가 아버지의 일생을 인터뷰하면서 민중사, 개인사적 서술을 통해 일본의 지난 20세기를 그려낸 책"이다. 원제는 '살아서 돌아온 남자 - 어느 일본군의 전쟁과 전후'이고 번역본 부제는 '한 일본인의 삶에 드러난 일본 근현대 영욕의 민중사'다.

이 책은 전쟁 체험의 범위를 본격적으로 넓힌다. 한 사람의 일생을 놓고 전쟁 전의 삶과, 전쟁 후의 삶을 샅샅이 추적한다. 오구마 겐지의 일생을 통해 전쟁이 인간의 생활을 어떻게 바꾸었는지, ‘전후 평화의식이 어떤 식으로 만들어졌는지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저자는 자신의 사적인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채 아버지의 인생사를 각 시대의 사회적 맥락에 위치시킨다. 한 사람의 일생을 그려내는 것이 역사 서술이 될 수 있음을 직접 증명해낸 것이다. 한 인물의 인상과 성격이 아닌, 매 시대 그가 행했던 선택, , 그에 대한 결과를 그저 서술하는 것만으로도 입체적인 역사 서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새로운 역사서술의 방식으로도 눈길을 끄는 책이다.

 

 

<일본 양심의 탄생>이 평범한 일본 민중의 양심을 엿보게 해준다면 그와는 정반대되는 게 이시와라 간지의 <세계최종전쟁론>(이미지프렘임, 2015)이다. 어떤 인물인가 생소해서 저자 프로필을 봤다.

1889년생, 1945년 사망. 일본육군 중장, 리츠메이칸 대학 교수, 종교인. 남만주철도 폭파 사건을 조작한 만주사변의 주범으로 만주국 건국을 주도했다. 이후 자신의 망상인 최종전쟁에 돌입하기에는 준비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중일전쟁과 태평양 전쟁 확전을 주장한 도조 히데키에 반대하다 예편당했다. 이후 리츠메이칸 대학에서 국방과학을 가르치다 평론가가 되었으며, 전후 도쿄 전범재판에서 증인으로 활동하고 죽었다. 

A급 전범 도조 히데키에 반대했다고 하니까 좋게 봐줄 수 있나 싶지만 둘다 나쁜 놈이다. 스탈린식 표현을 빌리자면 둘다 '더 나쁜 놈'이다. <세계최종전쟁론>은 그의 전쟁론.

만주국을 세운 이시와라 간지의 전쟁론. 러일전쟁 이후 승승장구한 덕에 자신들을 과대평가하며 미쳐가던 일본 육군, 그 와중에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미친 한 명의 전략가가 있었다. 곧 닥쳐올 양 대국이 맞붙는 최후의 대전쟁과 그 전쟁의 승리자가 영원한 평화를 일구는 새로운 질서의 주인이 되리라는 그의 망상이었다. 일본을 최종전쟁에서 맞붙을 양 대국 중 하나로 만들겠다던 이시와라 간지는 망상 끝에 만주사변을 일으켰다. 이렇게 세워진 만주국, 이시와라는 이 만주국을 최종전쟁에서 일본의 가장 든든한 우방으로 키우려 했다.

찾아보니 이시와라 간지에 대해서는 위톈런의 <대본영의 참모들>(나남, 2014)과 호사카 마사야스의 <도조 히데키와 천황의 시대>(페이퍼로드, 2012)에서도 읽어볼 수 있다.

 

 

사실 만주국은 우리 현대사와 무관할 수 없다. 박정희가 바로 만주국 장교 출신이기 때문이다. 출신으로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만주국의 제도, 정책, 신념 등이 내면화되어 있었다는 게 문제다(<기시 노부스케와 박정희>(책과함께, 2012)가 반향을 불러일으켰던 책이다). 만주국 관련서들을 드문드문 모아놓고 있는데, 읽을 여유가 없다. 모아놓고 읽을 만한 테마독서 거리다...

 

15. 0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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