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철학자 알랭 바디우의 책이 또 한권 번역되었다. <변화의 주체>(논밭출판사, 2015). 제목이 생소해서 찾아보니 원저는 유럽대학원 강의록(영어판)으로 2013년에 나온 책이다.

 

바디우는 2010~12년 사이에 파리고등사범학교에서 ‘세계를 바꾼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주제로 일련의 강의를 하였고, 같은 주제를 가지고 2012년 여름에 스위스의 사스페(Saas-Fee)에 자리한 유럽대학원(European Graduate School)에서 영어로 강의하였다. <변화의 주체>는 바로 유럽대학원에서 2012년 8월 8일~13일에 걸쳐 이루어진 일련의 강의에 대한 녹취록이다.

강의록인 만큼 분량이 많지는 않다. 원저는 142쪽 분량. 하지만 번역본은 395쪽으로 두 배가 훌쩍 넘는다. 이유는? 역자의 이전 번역작인 <모호한 재앙에 대하여>(논밭출판사, 2013)에 대해 언급할 때 지적한 바 있는데, '역자의 번역노트' 때문이다. 목차를 보니 295-395쪽까지, 그러니까 100쪽이 이 번역노트로 채워져 있다. 통상적이진 않다. 바디우 번역서인지 역자의 저서인지 헷갈리기 때문이다(모호한 번역서?). 역자는 "알랭 바디우의 <모호한 재앙에 대하여>와 안토니오 네그리의 <욥의 노동>등을 번역하였다. 천안에서 한우를 키우며 농사를 짓고 있다"고만 소개된다. <욥의 노동>도 구입했는데, 현재는 절판된 상태다. 한우 농사를 지으며 철학서를 번역하는 분이 있다는 건 신선하지만 깔끔하게 번역서만 내놓았다면 더 좋았겠다. 과도한 분량의 역자노트를 매번 붙이는 것은 식상하다...

 

15.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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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세상을 떠난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신작이 나왔다. <파열의 시대>(까치, 2015)다. 원저도 2014년에 나왔으니까 그의 유작이다. 1964년부터 2012년 사이에 쓴 글들을 모았다고 한다. 부제는 '20세기의 문화와 사회'. 알다시피 그의 20세기사는 <극단의 시대>(까치, 1997)로 갈무리된 바 있다. <파열의 시대>는 <극단의 시대>의 보충이자 부록으로도 읽을 수 있겠다.

 

20세기가 진행되면서 공산주의와 극단적 민족주의에서 다다이즘과 정보기술의 출현에 이르는, 수없이 많은 새로운 운동과 이데올로기를 직면했던 세기말 부르주아 문화를 다루고 있다. 홉스봄은 19세기 말의 호시절을 꽃피게 했고 동시에 그것을 해체시키는 씨앗을 품었던 상황들, 즉 온정주의적 자본주의, 세계화 그리고 대중 소비사회의 도래를 분석한다. 또한 자유로운 지식인의 황금시대가 흘러가는 것을 기록하고 있으며, 잊혀진 위인들의 삶을 탐구한다. 예술과 전체주의 사이의 관계를 분석하고 초현실주의, 여성 해방 그리고 미국 카우보이의 신화와 같은 다양한 사회현상들을 꼼꼼히 비평한다. 더할 나위 없는 상상력과 노련함이 대사상가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이 책은 20세기의 위대한 현대 사상가 홉스봄이 전하는 마지막 이야기이다.

 

같은 20세기사라는 점에서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서 기획한 <르몽드 20세기사>(휴머니스트, 2014), 토니 주트의 <20세기를 생각한다>(열린책들, 2015), 그리고 강만길 선생의 <20세기 우리 역사>(창비, 2009) 등을 꼽아본다.

 

 

홉스봄의 책으론 <파열의 시대> 외에도 <노동의 세계>와 <노동자>가 더 나와 있고, 국내에도 소개됨직하다(아마도 번역중이지 않을까 싶다). 밀리기 전에 미리미리 읽어두어야겠다...

 

15.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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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으로 가장 눈에 띄는 '이주의 발견'감은 데이비드 앤서니의 <말, 바퀴, 언어>(에코리브르, 2015)다. '유라시아 초원의 청동기 기마인은 어떻게 근대 세계를 형성했나'란 부제가 내용을 어림하게 해주는데, 제목만 보자면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자연스레 떠올리게 한다.

 

고고학과 언어학은 물론 신화학.인구학.사회학.동물학.식물학.지질학 등의 방법을 망라해 황량한 초원의 선사 시대를 복원해내고, 이를 다시 역사 시대와 연결한 역작이다. 저자는 언제 인도.유럽 공통조어가 생겨나서 어떻게 확산하고 특정한 지역에 정착해 진화했는지를 밝히고자 언어학과 고고학이라는 두 바퀴가 달린 수레를 타고 유라시아 전역을 종횡무진 달린다.

소개에 따르면 미국 고고학회가 주는 '2010년 최고의 과학책 상'을 수상한 책이기도 하다. 고고학 책을 읽을 기회는 드문데, 언어학과 연결해서 다룬다고 하니까 관심을 갖게 된다. 어찌하다 보니 원서를 먼저 구입했는데, 번역본도 곧 입수해봐야겠다...

 

15.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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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공지다. 사사키 아타루의 <야전과 영원>(자음과모음, 2015) 출간을 맞아 복도훈 문학평론가와 함께 사사키 아타루에 대한 강연을 맡게 되었다(신청은 http://www.aladin.co.kr/events/wevent_book.aspx?pn=20151116_inmunstudy115).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15.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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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발생한 파리 테러 사건과 관련한 기사 가운데, 눈길을 끈 한 대목.

생존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테러 당시 상황도 전해지고 있다. 관객에게 종교와 국적을 물어보고 살해 대상으로 골라 한 명씩 15초 간격으로 총격을 가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칠레 국적인 다비드 프리츠 괴팅거(23)는 "괴한이 들이닥쳤을 때 화장실에 다녀왔다"며 "공연장에 돌아왔을 때 괴한 중 한 명이 나에게 총을 겨누고 신을 믿는지, 프랑스 사람인지를 물었다"고 전했다. 괴팅거가 신을 믿으며, 칠레인이라고 대답하자 테러범은 그를 살려줬다.(세계일보)

반대로 신을 믿지 않는다거나 프랑스인이었다면 여지없이 사살되었을 거라는 얘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테러 역시 신의 이름으로 이루어졌으니 신에 대한 믿음은 양가적이다.

 

 

그래서 한번 더 떠올리게 된 책이 카렌 암스트롱의 <신의 역사1,2>(동연, 1999)다. 지난주에 책을 검색하다가 절판되고 없기에 전자책으로 구입한 책이다. 암스트롱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데, 절판된 지 오래도록 방치되고 있다는 사실이 특이하게 여겨진다. 오랜만에 '사라진 책들' 카테고리에 올린 이유다. 물론 '신의 역사'라고는 하지만 좀더 정확하게는 '인간이 믿어온 신의 역사'다.

인류에게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개념의 하나는 신이다. 그 신의 개념을 통해 인간의 상상력은 끊임없이 자극 받았고 확장됐다. 유대교·기독교·이슬람의 역사를 통해본 신 관념의 변천사. 신 자체의 역사가 아니라 인간이 믿어온 신의 역사다. 성서의 인물에서부터 무하마드와 그의 제자들, 유태교 랍비, 초기 기독교 교부, 아퀴나스를 포함한 중세 신학자 등이 분석대상에 오른다.  

아무려나 사람을 살리고 죽이는 게 신이란 존재이니, 신의 역사에 대해서 좀 알아둘 필요가 있겠다.

 

 

<신의 역사>는 지난주에 원서를 주문해놓은 터라 도착하는 대로 읽어볼 참이다. 같이 읽을 만한 책을 더 꼽자면 카렌 암스트롱의 <신을 위한 변론>(웅진지식하우스, 2010), 김용규의 <서양문명을 읽는 코드 신>(휴머니스트, 2010), 그리고 최근에 나온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신을 찾아서>(부키, 2015) 등. '배신 시리즈'의 저자가 쓴 <신을 찾아서>는 '어느 무신론자의 진리를 향한 여정'이 부제다. 회고록으로도 읽을 수 있는 책.

어느 무신론자의 진리를 향한 여정. <긍정의 배신>을 쓴 바버라 에런라이크가 무신론자이자 과학자로서 자신이 만난 '신'과 진리를 규명하고자 한 끈질긴 탐색의 기록이며,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회고록이기도 하다. 유방암에 걸려 죽음을 준비하던 저자는 수십 년 동안 묻어 두었던 옛 일기를 읽다, 해결하지 못한 자신의 과제를 끝내기로 마음먹는다. 책과 토론을 좋아했지만 아동 학대에 가까울 만큼 자신을 몰아세웠던 부모, 잦은 이사와 전학으로 인한 외로움, 문학, 철학, 과학, 수학 등에 대한 관심, 사춘기에 겪은 해리 현상과 일종의 신비체험, 그로 인한 정신적 붕괴, 과학자에서 사회운동가로의 변신 등 일생에 걸친 탐색의 여정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최근에 세상을 떠난 르네 지라르의 책들도 개인적으로는 다시 뒤적여보게 된다. <나는 사탄이 번개처럼 떨어지는 것을 본다>(문학과지성사, 2004), <그를 통해 스캔들이 왔다>(문학과지성사, 2007), <희생양>(민음사, 2007) 등을 다시 정색하고 정독해볼 참이다...

 

15.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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