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에 나온 책인데, 뒤늦게야 알게 된 작품이 있다. '백탑파' 시리즈의 하나로 나온 김탁환의 <목격자들>(민음사, 2015)이다. '조운선 침몰 사건'이 부제. 부제에서 어림해볼 수 있지만 세월호 사건이 집필의 계기가 된 소설이다. 그렇다는 것은 세월호 고의침몰 의혹과 관련한 기사를 엊그제 검색해보던 중 작가의 인터뷰와 강연 기사를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먼저 지난해 3월말 대전에서의 북콘서트를 취재한 대전일보의 기사(http://www.daejonilbo.com/news/newsitem.asp?pk_no=1164076).

 

소설가 김탁환에게도 세월호는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슬픔을 안겼다.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처사들을 향한 분노와 증오. 돌아오지 못할 자들을 향한 고통스런 절규가 그의 머릿속을 온종일 헤집고 다녔다. "매일 밤 바다에 빠지는 것 같았어요. 잘 수도 없고, 먹을수도 없고. 그러다보니 살도 10kg이 빠졌네요."

지난 26일 오후 계룡문고에서 열린 '목격자들' 출판기념 북 콘서트에 앞서 만난 김탁환의 목소리는 이렇게 담담했지만 눈에는 슬픔이 가득했다. 한 작품이 끝나면 금세 털어내고 일상으로 복귀하던 그지만, 이번만큼은 쉽지 않은 듯 했다.

"아직 작품속에 머물러 있습니다. 통상 작품을 출간하고 나면 보름간 제주도에 머물며 정처없이 돌아다니며 재충전을 했는데, 이번에는 참 안되네요. 그래서 선택한것이 지방 투어 북콘서트예요. 혼자 슬픔을 감당하는 것보다 독자들을 만나 실컷 떠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슬픔보다 위로를 받게 되지 않을까 해서요. 4월까지는 이렇게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김탁환은 지난달 초 세월호 참사를 연상케 하는 역사추리 소설 '백탑파(白塔派)'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 '목격자들'을 내놨다. '열하광인' 이후 8년만이다. "지난해부터 연애소설을 쓰고 있었어요. 그런데 4월에 갑가지 세월호가 침몰한겁니다. 남녀 주인공이 말랑말랑한 사랑을 해야 하는데, 한 문장도 쓸 수 없었어요. 선택은 단 두가지, 쓰거나. 안 쓰거나. 한달동안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흘러 버린 그 시간에 산울림 밴드의 김창완씨는 '노란 리본'이라는 곡을 만들고, 예술가들은 그림을 그리고, 시를 쓰더군요. 본인이 가장 잘 하는 방식으로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이겨내고 있었던 거지요. 그때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가만히 있을게 아니라 내가 제일 잘하는 방식으로 그들을 위로하자고. 그렇게 탄생한것이 '조운선 침몰사건'이라는 부제를 단 '목격자'입니다. "

그는 이 작품을 쓰기 전 스스로에게 무엇을 쓸것인지 수십가지의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압축된 것이 생명의문제, 인간 존엄의 문제, 고통에서 비극으로 나아가는 문제로 정리했고 그것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 냈다.

'조운선 침몰사건'은 조선시대 조세를 실은 조운선이 침몰해 배와 세곡이 가라앉고 배에 탄 백성들이 희생된 사건이다. 김탁환은 이 사건을 단순사고로 보지 않고 합리적 추리를 통해 주인공들에게 과학 수사를 지시한다. '백탑파'에서 활약했던 명탐정 의금부 도사 '이명방'과 '김진'을 불러내 사건의 배후를 밝히고, 범인들을 색출한 뒤 해결책을 제시한다.

"작품 속에 제시한 해결책은 이랬어요. 조운선 사고 때 함께 희생된 기생과 뱃사람, 어부등을 기리는 비문을 세우고, 정조 임금은 유가족에게 위로의 글을 내리며 생계의 어려움을 보살피겠다고 약속을 한 거죠. 그리고 그들을 기억할 수 있는 '기억의 마을'을 지었지요. 소설속에서는 이렇게 해결했는데, 현실에선 어떻게 해결할지 정말 궁금합니다."

인터뷰 내내 담담함을 유지하던 그의 목소리가 갑자기 커졌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광주항쟁 희생자의 유가족을 만났는데, 유가족들이 그랬답니다. 세월이 약이 아니라고. 잊혀지는것이 아니니 각오를 단단히 하라고요. 사람들은 세월이 약이라고도 하지만, 어떤 사건은 세월로 해결되지 않은 사건도 있습니다. 세월호 사건이 그런 경우겠지요. 덮으면 된다고 생각했다면 큰 오산입니다. 세월호 1주년을 앞두고 소설가와 시인, 만화가들이 1년동안 어떻게 견디고 살아왔는지 결과물을 내놓을 겁니다. 올해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이 문제가 해결될때까지 우리들은 그렇게 할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우리 사회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니까요. "

그 역시 '작가의 말'을 통해 "이 많은 범죄, 이 지독한 악취, 이 뿌연 풍광을 외면하지 않고, 달리고 또 달리겠습니다"라고 다짐한다. 독자에게도 구경꾼으로 남지 말고 '역사의 목격자'로 남자고, 그리고 잊지 말자고 말한다.(대전일보)

간단히 말하면 <목격자들>은 "조선시대 조세를 실은 세운선이 침몰해 배와 세곡이 가라앉고 배에 탄 백성들이 희생된 사건"을 다룬 소설인데, 중요한 것은 이런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 강연에서 이 작품의 창작과정에 대해 이렇게 소개했다(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04/25/2015042500429.html).  

 

2014년에 제가 가진 문제 의식은, 이번 주가 공교롭게도 일주기인데, 세월호 사건이었습니다. 세 가지 문제 의식이 생겼습니다. 하나는 생명에 대한 문제입니다. 우리는 생명이 가장 존귀하다고들 생각하는데 국가에 의해, 이데올로기에 의해 생명이 없어지는 경우입니다. 전쟁이나 돌림병 같은 것에 의해서 말입니다. 생명이란 무엇인가, 이런 문제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두 번째는 인간 존엄성의 문제입니다. 죽은 사람의 존엄성은 어떻게 지켜줄 수 있을까. 우리는 생중계로 배가 침몰하는 모습을 함께 봤습니다. 그러니 살아있는 사람도 내상을 입은 겁니다. 그렇다면 살아있는 사람들의 상처는 어떻게 치유할 수 있을 것이냐라는 문제가 있습니다.

세 번째는, 인간이라는 게 계속해서 너무 고통스러우면 안 보게 됩니다. 슬픔이든 그리움이든 고통스러워서 안 보게 되니까 외면을 합니다. 그걸 극복하고 어떤 다른 인간으로 자기를 바꾸는 그런 이야기를 만들 수는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세월호 사건을 본격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이야기를 고민하게 된 겁니다.

제가 찾아보니까 1780년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봄에 다섯 군데에서 배가 침몰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조운선이라는, 세금으로 내던 쌀을 나르던 배가 침몰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대동법이라고 해서 세금을 쌀로 냈습니다. 쌀을 소 달구지로 옮기면 너무 힘드니까 배로 옮겼습니다. 한 척당 쌀이 천 석씩 들어갔습니다. 한 척이 가라앉으면 쌀 천 석이 사라지고, 열 척이 가라앉으면 만 석이 없어지는 겁니다. 그러면 국가 재정에 큰 문제가 생깁니다.

그 해에 보니까 봄에 다섯 군데에서 배가 빠진 겁니다. 정조 초기인데 정조가 이를 조사하라고 합니다. 그런 기록이 나옵니다. 그런데 어떻게 조사하는지를 찾아보는데 잘 안 나옵니다. 그리고 11년 뒤, 1791년에도 법성창이라는 곳에서 또 배가 빠졌습니다. 왜 빠졌나 조사했는데 이게 재미있습니다. 하나는 과적 때문이었습니다. 천 석을 실어야 하는데 1500석씩 막 실었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죽었어야 하는데 선원들이 아무도 안 죽었습니다. 다 살아 나왔습니다. (지금과) 비슷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이 조운선 침몰 사례를 다 모아봤습니다. 사실 이제 조사를 시작했기 때문에 바로 장편소설을 쓸 수는 없는 것이었습니다. 한 십 년 지나면 세월호 관련 장편소설이 나올 것 같습니다. 보통 이럴 때 장편 작가들은 뒤로 빠져야 합니다. 질문거리를 찾으면서 고민을 해야 합니다.

제가 뒤로 쭉 빠져봤는데 1780년대로 갔습니다. 조운선 침몰 과정을 쓰자고 했는데 그 중 밀양에 있는 후조창을 출발해서 영암 앞바다에서 빠진 그 사건을 다루려고 한 겁니다. 그래서 1780년 4월 5일 영암 앞바다 조운선 침몰을 ‘그날의 하루’로 잡고, 그게 어떻게 빠졌는지 조사하는 이야기를 쓰기 시작한 게 작년 5월입니다. 12월까지 썼습니다.

 

 

주로 두 군데 답사를 갔습니다. (지도를 가리키며) 이쪽이 밀양이고 여기가 후조창입니다. 밀양이 큰 고을이니까 경상도에서 쌀을 다 거두면 창고에 먼저 모읍니다. 후조창이라는 이 곳에 쌀을 모으면 몇 만 석이 모입니다. 여기에서 마산 앞바다로 내려옵니다. 이게 올라가다 보면 강화도이고, 더 올라가면 광흥창입니다. 광흥창은 쌀을 다 풀어놓는 곳입니다. 그런데 배가 진도를 지나 올라가다가 침몰했습니다.

 

배를 실을 때에 여러 부조리가 일어납니다. 가장 유명한 부정부패가 ‘화수’입니다. 500석만 쌀을 싣고 500석은 물을 넣습니다. 그렇게 해서 1000석이 되게 만들어서 싣습니다. 그게 ‘속대전’이라고 해서 법령에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화수’를 저지르면 무조건 사형이라고 적어 놨습니다.

‘고패’라고 하는 것도 있습니다. 이 경우는 1000석을 실어야 하는데 500석만 싣고 일단 출발을 합니다. 광흥창에 이르면 500석이 부족하게 되니까 혼이 나잖아요. 그러니 중간쯤 가다가 일부러 배를 침몰시킵니다. 고의로 빠뜨리는 거죠. 그렇게 사고가 나서 못 냈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가 너무 많다 보니, 이런 죄를 저지르면 사형이라고 법령까지 만들어 놓은 겁니다. 그런 부분 답사를 하고, 구체적으로 쓰기 시작했습니다.(조선비즈)

요컨대 이유는 다르더라도 선박의 고의침몰이라는 것은 우리부터도 오랜 내력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 비추어 보면, 세월호 '고의침몰'도, 결과적으로는 최악의 참사로 기록됐지만, 애초에 '기획자들'은 타성적으로 단순하게 생각했을지 모른다(한두번 해온 '장사'가 아니기에). 간첩(단) 조작 사건처럼 국정원이 예사로 하는 일의 일부였을지도 모른다. 다만 손발이 잘 안 맞았고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했던 것뿐이다. 그러고는 조직적인 증거 조작과 은폐에 전력을 다하고 있는 형국인지도.

 

조선시대 조운선 침몰 사건은 정조대왕이 조사를 명했다지만(그 결과는 미지수라 하더라도. 당시의 관도 내통했던 것일까?), 우리는 그런 리더를 갖고 있지 않다. 우리에게 가능한 일은 작가의 말대로 "이 많은 범죄, 이 지독한 악취, 이 뿌연 풍광을 외면하지 않고" '역사의 목격자'로 남는 것이다. 그리고 그 '기획자들'을 역사의 심판대에 올리는 것이다(조선시대에는 그런 죄를 저지르면 무조건 사형이었다. 우리는?)...

 

16. 0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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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레시아 총서'의 첫 권으로 마리본 세종이 엮은 <마네의 회화>(그린비, 2016)가 출간되었다. 그러나 편자보다도 눈길을 끄는 건 공저자인 푸코다. 사실 푸코를 위한, 푸코의 마네론을 위한 책이어서 그렇다.

 

"미셸 푸코는 생전에 에두아르 마네의 회화를 다룬 저서를 계획했지만 결국 그 책은 출간되지 못했다. 하지만 푸코가 1970년에 초 튀니지에서 행한 마네에 관한 강연 녹취록이 사후에 발견되었고, 푸코의 강연록과 그에 대한 여러 연구자의 글을 수록해 마침내 2004년 <마네의 회화>라는 책이 프랑스에서 발간된다. 마네의 회화 13점을 골라 섬세하게 분석한 푸코의 마네론은 푸코가 어떻게 사유했는지, 그림을 어떻게 이해했는지를 생생하고도 흥미진진하게 보여 줄 것이다. 더불어 수록된 여러 철학자의 글을 통해 우리는 푸코의 마네론이 미학사에서 어떤 위상을 점하고 있으며 푸코 사유와 회화의 관계는 무엇이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푸코의 마네론에 대한 해설이 처음 소개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철학자들의 미술론을 다룬 <미술은 철학의 눈이다>(문학과지성사, 2014)도 푸코의 마네론의 한 장을 할애한다. 박정자의 <마네 그림에서 찾은 13개 퍼즐조각>(기파랑, 2009)은 푸코의 마네론과 함께 바타이유, 그린버그 등의 마네론도 같이 소개하고 있다.

 

 

인상파를 다룬 책은 많지만 마네만 따로 조명한 책은 드문 편이다. <마네의 회화>가 마네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이해를 이끄는 계기가 될 듯싶다...

 

16. 01. 17.

 

 

P.S. 푸코의 마네론 영어판은 2010년에 나왔는데 찾아보니 품절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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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으로 조지 패커의 <미국, 파티는 끝났다>(글항아리, 2015)를 고른다. 지난달에 나왔지만 주문한 원서가 아직 배송되지 않아서 나로선 독서를 미뤄두고 있는 책이다. 물론 600쪽이 넘는 분량도 쉽게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하는 이유다. 하지만 그럼에도 '걸작 논픽션' 시리즈에 값하는 걸작으로 보인다(상대적으로 이런 논픽션이 우리에겐 왜 없는지 아쉽다).

 

 

저자는 미국의 저널리스트로 국내엔 조지 오웰의 평론집 <모든 예술은 프로파간다다>(이론과실천, 2013)의 편자로 처음 소개되었다. 그러니 <미국, 파티는 끝났다>가 실상은 첫 책이다. '고삐 풀린 불평등으로 쇠락해가는 미국의 이면사'가 부제. 논픽션이지만 여느 논픽션과 다른 점은 다큐멘터리 소설 같은 형식 때문이다. 실제 인물들과의 인터뷰와 여행에 바탕을 두고 있기에 논픽션이지만, 마치 흥미로운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을 준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1978년부터 2012년까지, 미국의 다양한 시민들은 그야말로 '몰락했다.' 저자는 미국 땅에 살아가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의 역정을 소설처럼 재구성해 드러냄으로써 이 부정할 수 없는 몰락의 과정을 보여준다. 보수적인 남부 시골에서 담배 농사를 포기하고 바이오디젤이라는 신경제의 전도사가 되는 딘 프라이스, 마약과 마피아가 활개치는 중서부 오하이오의 퇴락한 철강도시의 공장노동자에서 조직운동가로 변모해 생존을 도모하는 태미 토머스, 월가의 억대 연봉을 마다하고 워싱턴 정계의 막후 공작에 매진하다 좌절하는 제프 코너턴, 실리콘밸리에서 사업을 일으켜 거액을 모았으나 거품 붕괴로 파국을 맞은 피터 틸 등등. 이들의 삶을 섬세하게 드러내면서 저자는 지난 30년간의 미국 역사를 극단적인 빈부 격차와 금융업계의 규범 없는 이익 추구 그리고 정치권을 쥐락펴락하는 월가의 돈 앞에 저항운동조차 부서지기 일쑤인 사회가 '뉴아메리카의 이면'이라고 진단한다."

 

"슬픔과, 분노와, 측은지심이 윙윙거린다. 저자는 존 스타인벡 소설에 맞먹는 논픽션 걸작을 선물했다."고 뉴욕타임스는 평했는데, 저자의 고백으론 더스패서스의 삼부작 <미국>(1938)을 모델로 삼았다고 한다(펭귄판으로 1184쪽의 대작이다). 국내엔 <맨해튼 트랜스퍼>(문학동네, 2012)만 소개돼 있어서 아쉬운데, <미국>도 번역되면 좋겠다.

 

 

미국의 실패와 몰락을 다룬 책은 드물지 않다. 심지어 톰 하트만의 <2016 미국 몰락>(21세기북스, 2014)은 올해를 몰락의 해로 특정하기도 했다. 물론 그의 관심은 여러 몰락의 징후들이 말해주는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에 놓여 있지만, 실상에 대한 직시가 선결조건이다. 과연 우리, 헬조선국은 사정이 다른지 묻게 된다. '천조국'도 파티가 끝났다면 더 말할 것도 없긴 하지만...

 

16. 0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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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일에 싸였던 세월호 침몰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에 따르면(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726406.html) 정부 발표와 달리 세월호의 실제 항적은 사고 현장 부근의 섬 병풍도에 바짝 붙어서 운항했고 닻(앵커)를 사용한 걸로 추정된다. 지금까지의 정황증거들은 모두 고의침몰 의혹을 강하게 뒷받침한다. 

 

세월호와 관련된 거의 모든 영상을 샅샅이 훑으면서 진실의 조각을 맞춰 다큐멘터리 <인텐션>을 만들고 있는 김지영 감독은, 정부와 군이 밝힌 세월호의 항적에 각각 나쁜 항적, 이상한 항적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영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에서 따왔다. 김 감독은, 둘라 에이스호의 기록을 바탕으로 진짜 항적인 ‘좋은 항적’을 추적해왔다.   

 

김 감독의 집요함이 찾아낸 좋은 항적은 충격적이다. 정부와 해군이 밝힌 항적과 달리, 세월호가 사고현장 부근 섬인 병풍도에 바짝 붙어 운항했다는 것이다. 김 감독의 인터뷰에 응한 생존자 최은수씨는 “세월호가 섬을 받아버리는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화물기사인 최씨는 세월호 사고 이전 1년 동안 한 달에 세 차례 이상 세월호, 혹은 같은 항로로 운항한 오하마나호를 이용해 제주도를 오간 경험이 있어 항로와 주변 풍경에 익숙한 편인데, 사고 당일 “세월호의 항로가 평소와 달랐다”고 주장했다.

 

김 감독은 또 해경과 선원이 사고 직후 조타실에서 가지고 나온 의문의 물체(http://goo.gl/QkNmfd, 파파이스 66회 참조)가 음향을 이용해 해심을 측정하는 ‘에코사운더’ 기록지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흰색의 사각 물체에 대해 당사자인 박상욱 경장은 지난달 열린 ‘4·16 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제1차 청문회’에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해경 쪽은 여전히, 선원인지 몰랐고 승객으로 알고 구조했다는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

 

병풍도에 바싹 붙은 ‘좋은 항적’과 에코사운더 기록 가능성을 정밀한 해저지형도 위에 얹어보면, 좀처럼 믿기 힘든 가설에 이른다. 섬은 물로 둘러싸인 땅이라, 물 아래에도 육지의 산맥 같은 것이 있다. 김 감독은 “해군 레이더의 기록만 보면 세월호의 항적이 정말 이상하지만, 둘라 에이스호가 지목한 사고현장으로 옮기고 여기에 해저지형도를 겹쳐보면, 물리적으로는 설명이 불가능한 급격한 각도의 이동이 기록된 이상한 항적 지점마다 바다 밑에 산 혹은 산맥이 솟아 수심이 낮다. 정말 상상하고 싶지 않은 가설이지만, 거기에 세월호의 닻이 걸렸을 때 해군 레이더에 기록된 세월호의 이상한 움직임이 설명 가능하다”고 말했다.(한겨레)

기사에서는 '좀처럼 믿기 힘든 가설'이라고 조심스레 표현했지만, 다름아니라 고의로 침몰을 의도했다는 것이다. 이런 의혹을 제기하는 기사들이 포털뉴스에서는 사라지고 있어서 나대로는 '방주'에 보존해놓는다. 당장 가질 수 있는 물음은 '왜?'인데, 이미 세월호 사건 초기부터 고의침몰 의혹은 제기돼왔다(다만 확실한 물증을 잡기 어려웠을 뿐인데, 이번에 그런 의혹을 합리적으로 제기할 만한 물증과 정황적 증거들이 확보된 셈이다). 일차적으로 청해진해운이 노릴 만한 것은 보험금이고 이와 관련해서는 상당한 전력과 노하우를 갖고 있다.  

 

2014년 5월 1일자 일요시사 기사에서는 고의침물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고 했는데(뭔가에 통제된 탓인지 사실은 의혹이 그렇게 번지지 못했다). 최초 출처는 4월 29일의 YTN보도였다(http://www.ilyosisa.co.kr/news/articleView.html?idxno=63006).

 

<YTN>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의 전신인 온바다해운은 지난 2001년에도 보험금을 타기 위해 여객선을 고의로 침몰시켰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즉 전력이 있는 만큼 이번에도 같은 목적으로 여객선 침몰을 유도하지 않았겠냐는 것이다이날 보도된 내용을 종합하면 당시 온바다해운은 시중에서 매긴 선박가격보다 높은 사고 보험금을 타낸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20011월 백령도에서 인천으로 향하던 온바다해운 소속 여객선 '데모크라시 2' 인천 옹진군 대청도 근해에서 화염에 휩싸였다. 이때 데모크라시 2호에는 승객 69명과 승무원 7명이 탑승하고 있었다사고 소식을 접한 해군함정은 2분 만에 현장에 도착해 배 안에 있던 승객 등 76명을 전원 구조했다최초 화재 발생장소는 선박 기관실, 사고 발생 2시간이 채 못돼 여객선은 바다 밑으로 완전히 가라앉았다. 경찰 조사 결과 데모크라시 2호의 구명장비는 사고 순간 전혀 작동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수십 개의 구명벌 중 1대만 펴졌던 이번 세월호 참사와 동일하다

 

당시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은 온바다해운 측에 75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그런데 한 가지 의문으로 남은 점은 승무원과 해군까지 총동원돼 화재 진압 작전을 폈음에도 선박의 불을 끄지 못했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원인은 불씨가 연료통에 옮겨 붙어 불길이 커졌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누군가에 의한 '고의 방화' 의혹은 끝내 규명되지 않았다.

 

이른바 '데모크라시 2호 사건'은 다행히 배에 타고 있던 인천 중부경찰서 소속 정모 순경(당시 28)의 기민한 대응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정 순경은 기관실에서 연기가 새나오는 것을  수상쩍게 여기다가 객실 내로 검은 연기가 밀려들자 승객과 승무원을 출구 쪽으로 우선 대피시키고, 관계당국에 빠른 구조요청을 했다특히 정 순경은 배에 남은 75명을 모두 구조선에 피신시키고, 자신은 끝까지 남아 마지막에 탈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순경이 없었다면 자칫 대형 참사로 이어졌을지 모르는 데모크라시 2호 사건그런데 불과 두 달 뒤인 3월 초전남 여수항에 정박해 있던 온바다해운 소속 '데모크라시 3'는 원인 모를 화재로 침몰했다. 그날 데모크라시 3호에는 승객이 없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만약 출항 중이었다면 끔찍한 재앙이 우려됐던 상황이다한 여객선 선장은 "화장실에서 갑자기 불이 났다는데 사고 원인을 못 찾았고 당직자는 기관사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유야무야된 '데모크라시 3호 사건'으로 온바다해운 측이 챙긴 보험금은 28억원앞서 벌어진 '2호 사건'으로 벌어들인 보험금은 23억원이다이들 여객선 모두는 화재에 취약한 강화섬유플라스틱 선체인데다 중고선박이라 책정된 보험가가 낮았던 것으로 전해졌다그러나 온바다해운 측은 예상가보다 2~3배에 달하는 보상금을 챙겼는데 관련한 내막을 놓고 보험금을 노린 고의 침몰이 아니냐는 추측이 있었다고 <YTN>은 보도했다.

 

실제로 온바다해운은 지난 2006년 경영난을 이유로 자산과 직원이 청해진해운에 흡수됐는데 청해진해운과 관계된 세모해운 등의 선박은 그간 잦은 고장과 사고를 일으키는 등 문제가 끊이지 않았던 것으로 파악됐다하지만 사측은 안전상 위험에도 낡은 선박을 돌려 막는 수법으로 위험을 키웠다는 지적이다때문에 세모해운·온바다해운·청해진해운으로 이어지는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과 관련한 재산 증식 과정에 선박사고 보험금이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이다.(일요시사) 

영업 적자가 누적되고 있던 세월호도 114억 규모의 선박보험에 가입한 상태였다. 약간의 희생자가 나온 단순한 운항사고로 처리되었다면 손실을 보전할 수 있었을 것이다. 청해진해운이 내세운 2012년의 세월호 취득원가는 178억원이지만 이는 부풀려진 것이고 실구입가격은 50-70억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http://the300.mt.co.kr/newsView.html?no=2014050714137683120). 중개회사를 거쳤다면 127억 가량이고, 청해진해운은 세월호를 구입하면서 100억원은 외부자금으로 동원했다 한다. 그 '외부'가(즉 실소유주가) 국정원이 아니냐는 의혹은 사건 초기부터 제기된 바 있다. 그렇다면 세월호 사건의 이해당사자는 청해진해운(유병언)과 국정원(정부), 양쪽이고 해경이 찬조출연한 모양새다.

 

 

이제 다시금 요구되는 것은 유야무야되고 있는 사건의 진상 조사와 책임 규명이다. 정부기관이 이해당사자이기도 하다면 고양이한테 생선을 맡기는 격이지만 관건은 다수 국민이 어느 편에 서느냐에 달려 있다. 올해야말로 사건의 진실이 밝혀짐으로써 아까운 죽음들을 위로할 수 있는 해가 되기를 바란다. '눈먼자들의 국가'는 이제 지긋지긋하지 않은가...

 

16. 01. 17.

 

 

P.S. 오늘까지도 '세월호 고의침몰'에 관한 뉴스기사가 단 한 건도 포털에 노출되지 않고 있다. 눈 뜨고도 진실을 볼 수 없는 사회가 눈먼 사회이고, 눈 뜨고도 진실을 보지 못하게 가로막는 국가가 눈먼 국가다. 주제 사라마구의 <눈먼자들의 도시>가 보여주듯 눈먼자들의 삶은 짐승의 삶이다. 헬조선은 짐승들의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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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발견'은 모린 코리건의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책세상, 2016)다. 처음 소개되는 저자이지만 제목이 <그래도 책읽기는 계속 된다>(현암사, 2012)도 떠올리게 해주어 공연히 반갑다. 제목이 시사하듯 독서 에세이다. 'F. 스콧 피츠제럴드와 <위대한 개츠비>, 그리고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이 부제.

 

 

아직 다른 소개는 뜨지 않아서(다른 곳에서도 목차만 확인할 수 있다) 제목과 부제만으로 어림해볼 따름인데, '고전을 읽는 새로운 방법'이란 문구 때문에 관심을 안 가질 수 없다. <위대한 개츠비> 같은 경우도 자주 강의하는 작품이라 저자의 생각이 궁금하기도 하고.

 

 

<위대한 개츠비>에 대해선 영문학자 김욱동, 서숙 교수의 책이 나와 있기도 하다. 나대로 <위대한 개츠비>에 대해 강의한 내용이 포함된 책은 이번 봄에 나올 예정이다...

 

16. 0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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