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저자'에서 빼놓은 두 명의 관심저자를 따로 묶는다. 마크 롤랜즈와 셔윈 눌랜드다. 각각 <철학자와 늑대>와 <사람은 어떻게 죽는가>로 기억하는 독자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의 신작과 개정판이 최근에 출간되었다. 



미국 마이애미 대학의 철학과 교수인 마크 롤랜즈의 책은 여럿 소개되었지만 아무래도 대표작은 <철학자와 늑대>(추수밭, 2012)다. 자신의 실제 경험과 철학적 성찰을 접목시키는 게 '롤랜즈 표'인데, <철학자가 달린다>(추수밭, 2013)에 이어서 이번에 나온 건 소설로 쓰인 인생철학, <굿 라이프>(추수밭, 2016)다. 원제가 그렇고, 번역본의 부제는 '마지막까지 후회 없는 삶, 진정한 자유와 행복을 위한 인생철학'이라고 붙여졌다. 로랜즈가 짠 소설의 얼개가 도스토예프스키를 주로 참조한다는 점도 흥미롭다. 

 

"한 남자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미시킨'. 도스토예프스키의 <백치>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하다. 어느 날 미시킨은 태어났고 또 다른 어느 날 죽음을 맞았다. 여느 평범한 인간의 인생사다. 또 다른 인물 '니콜라이'는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 허름한 옛집에서 아버지의 기록을 발견한다. 아들은 아버지가 쓴 원고 뭉치 속에서 아버지와 너무 닮은 미시킨의 이야기를 읽으며 그의 삶 속으로 점점 더 빠져든다. 니콜라이는 아버지의 자서전인지 소설인지 모를 원고를 편집하고 각주를 달아 책으로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모두 원서와 함께 읽고픈 저자인데, 기회가 닿으면 롤랜즈 특유의 글쓰기와 인생철학에 대해서 정리하고 싶다. 일단 <굿 라이프>에 대해 내가 적은 추천사는 이렇다.  

"마크 롤랜즈의 <굿 라이프>는 소설로 쓰인 인생철학이다. 인생에 대한 철학적 해부는 문학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게 그의 내기다. 탄생에서 죽음까지 인생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롤랜즈의 성찰은 뜨겁고 열정적이며 아주 강력하다. 생각하며 사는 삶의 탁월한 사례를 제시한다."


셔윈 눌랜드는 전 예일대학교 의과대학의 교수로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세종서적, 2016)로 1994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했다. 의사 내지 의학자가 쓴 죽음 관련서의 대표작인 셈. 최근 '비밀독서단'이란 TV프로에서 언급되면서 개정판이 나왔다. 이전 판본(문고본)도 갖고 있지만 이번에 <사람은 어떻게 나이드는가>(세종서적, 2010)를 원서와 같이 구입했다.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는 일시품절이로군.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 개정판. 살아 있는 자들은 누구도 죽음을 알 수 없다. 우리가 생각하는 죽음은 죽음에 대한 감정이지, 죽음 그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죽음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수십 년간 죽음을 지켜본 의사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써내려간 글이다."


같이 읽어볼 만한 책은 아툴 가완디의 <어떻게 죽을 것인가>(부키, 2015)인데, 거기서도 눌랜드의 <사람은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가>의 인용을 읽을 수 있다. 폐암 말기 판정을 받은 젊은 의사가 자신의 죽음과 맞선 2년간을 기록한 폴 칼라니티의 <숨결이 바람 될 때>(흐름출판, 2016)도 올해의 베스트셀러 가운데 하나다. 모두 이 조락의 계절에 일독해볼 만하다...


16.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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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저자 3인으로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먼저 소설가이자 비평가 김운하의 독서에세이가 출간되었다.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필로소픽, 2016). '나를 묻는 밤의 독서'가 부제다. 


"소설가이자 인문학 연구가인 김운하의 ‘나와 삶’에 관한 새로운 이야기. 전작인 <카프카의 서재>가 책을 통해 삶에 관한 사고를 전개한 것이었다면, <새벽 2시, 페소아를 만나다>는 ‘나’라는 자아의 문제에 포커스를 맞추어 한층 더 흥미로운 이야기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독서에세이라고 적었지만 <카프카의 서재>나 <릴케의 침묵>과 마찬가지로 문학작품을 소재론 한 인생론이다. "모든 책은, 특히 소설은 세상의 모든 '나'를 비추는 거울"이라는 게 저자의 출발점이다. 이번 책에서는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부터 제임스 설터의 <올 댓 이즈>까지 16편의 작품을 독서와 성찰의 대상으로 삼았다. 대부분 나도 읽은 작품들이어서 흥미를 갖게 된다. 


 

두번째는 번역자로 활동하면서 이번에 첫 저서를 펴낸 신견식이다. 별칭이 '언어괴물'인데, 15개 언어의 해독력을 갖고 있고 '번역가들의 선생님'으로 잘 알려져 있다고. 그런 능력의 저자가 '콩글리시'를 주제로 한 책을 펴내 눈길을 끈다. <콩글리시 찬가>(뿌리와이파리, 2016). 

"해마다 한글날만 되면 국적 불명 외래어를 지양하자는 움직임이 이목을 끈다. 그러나 배척 대상으로 낙인찍힌 '콩글리시' 표현들이 알고 보면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쓰인다는 사실은 몰랐을 것이다. '빠꾸놓다'라는 표현은 핀란드에서, '추리닝'과 비슷한 말을 루마니아에서도 쓴다. 문화와 역사와 언어적 특징에 따라 외국어는 외래어로 정착된다. 우리나라로 흘러들어 온 여러 '콩글리시'들의 기원을 다룬 최초의 책이자, 콩글리시의 명예회복(?)을 위한 변호다."  

콩글리시는 주로 조롱과 치료의 대상으로 간주되었는데, 그 명예를 회복한다는 저자의 역발상이 흥미롭다. 게다가 저자의 박학한 언어 지식이 더해져 특이한 교양서가 탄생했다. 따로 떼놓으면 '이주의 발견' 감이다. 



'젊은 동양학자'라고만 소개되는 임건순도 신작을 펴냈다. <손자병법, 동양의 첫번째 철학>(서해문집, 2016). <묵자, 공자를 딛고 일어선 천민 사상가>(시대의창, 2013) 이후 괄목할 만한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데, <손자병법>은 <제자백가, 공동체를 말하다>(서해문집, 2014)부터 시작된 '제자백가 아카이브'의 두번째 책이고, 다른 한편으론 <묵자><순자><오기>에 대한 해설서도 펴냈다.  



동양고전 해설 분야의 차세대 주자라 할 만하다.



<손자병법>(휴머니스트, 2016)은 최근에 김원중 교수의 번역본도 나왔기에 같이 읽어볼 만하다. 아울러 중국의 권위자 리링도 떠올리게 되는데, 임건순의 <손자병법> 참고문헌에도 당연히 포함되어 있다. 한데 <전쟁은 속임수다>와 <유일한 규칙>의 출판사가 '글항아리'가 아닌 '돌항아리'로 오기돼 있다. 서영교의 <고구려 전쟁의 나라>나 <고대동아시아 세계대전>의 출판사는 '글항아리'라고 옳게 표기돼 있기에 이 오기는 어떤 의미를 품고 있는 건지 궁금하다. 돌항아리라...


16.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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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을 고른다. 타이틀북은 인류의 미래란 주제로 놓고 벌어진 알랭 드 보통과 말콤 글래드웰, 스티븐 핑커, 매트 리들리, 4인 토론북 <사피엔스의 미래>(모던아카이브, 2016)다. "찬성 팀에 선 사람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심리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스티븐 핑커와 세계적 과학 저널리스트인 매트 리들리다. 여기에 맞서 반론을 펴는 이는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작가' 알랭 드 보통과, 독보적 경영저술가 말콤 글래드웰이다. 이들 4인이 한 무대에서 인류 최대의 논제를 두고 공개 논쟁을 벌였다." 



현 시국이 인류의 미래까지 생각해볼 형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이런 문제에서 우리가 열외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므로 동시대 지성 4인의 토론장에 끼어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 특히 젊은 독자들은 일독해봄직하다. 


두번째 책은 프랑스의 철학자와 저널리스트의 <희망에 미래는 있는가>(미래의창, 2016). "굴곡진 역사를 버텨온 희망의 양면적 속성을 성찰하고, 다시 희망하는 법을 궁구하는 책이다." 공저자 로제 폴 드루아는 두어 권의 책이 소개돼 있는 철학자. '잃어버린 희망을 찾아가는 인문학 여정'이 부제다. 



세번째 책은 경제학자 우석훈의 신작 <살아있는 것의 경제학>(새로운현재, 2016)이다. "<88만원 세대> 선언 후 10년 동안 벌어진 한국 경제의 폐단과 위기에 놓인 시민 경제에 대해 ‘왜 이러한 사태가 벌어졌는가?를 묻고 답하는 경제학자 우석훈의 치밀하고 날카로운 분석과 진단이 담겨 있다. 또한 앞으로의 10년을 한국 사회가 어떻게 바라보고 준비해야 할지 정책과 경제 영역에 걸쳐 ‘최우선 과제’이자 ‘‘최소한의 과제’를 제시하고 있다." <88만원 세대>(레디앙, 2007)가 나온 지가 벌써 10년 전이로군!  


또 한권의 경제학 책으로 김재수의 <99%를 위한 경제학>(생각의힘, 2016)도 같이 읽어봄직하다. "이 책은 ‘1%의 경제학’을 뒤집으려는 담대한 시도이자, 승자독식사회에 맞서 낮은 곳을 향한 주류 경제학 이야기이다. 인디애나-퍼듀(IUPUI) 대학에서 미시경제학을 가르치는 저자 김재수 교수는, 최근의 경제학 실증 연구를 광범위하게 활용하여 경제학의 내재적 전복을 시도한다. 즉 주류 경제학의 언어와 방법을 준용하되, 그 메시지는 세상의 가장 낮은 자리에 거하는 이들을 향한다."



마지막 책은 경제학 고전이다. 요제프 슘페터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북길드, 2016)가 새로 번역돼 나왔는데, 앞서 나온 한길사판(2011)과 자연스레 경합하게 되었다. 전문번역가의 번역과 경제학자의 번역이라는 차이점이 있다. 

"오스트리아 출신의 미국 경제학자 요제프 알로이스 슘페터가 생애 만년인 1942년에 펴낸 인문 교양서로, 사회주의라는 주제에 관하여 근 40년 동안 사색하고 관찰하고 연구해온 방대한 결과를 한 권의 단행본으로 묶었다. 슘페터는 자본주의 경제 체제의 성공을 견인했던 여러 요인들이 오히려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를 쇠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며, 결국에는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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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미래
알랭 드 보통 외 지음, 전병근 옮김 / 모던아카이브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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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희망에 미래는 있는가- 잃어버린 희망을 찾아가는 인문학 여정
로제 폴 드루아.모니크 아틀랑 지음, 김세은 옮김 / 미래의창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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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살아 있는 것의 경제학- 늙은 경제에 갇힌 청년들을 위한 희망 선언
우석훈 지음 / 새로운현재(메가스터디북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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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를 위한 경제학- 낮은 곳으로 향하는 주류 경제학 이야기
김재수 지음 / 생각의힘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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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 동양사학자 미야자키 이치사다의 <중국 통사>(서커스, 2016)가 출간되었다. "교토 학파의 중심인물로20세기 일본 역사학계를 이끌었다"는 거물로 국내에도 몇 권의 책이 소개돼 있다. 역사서가 아닌 <논어> 해설서로 이름이 알려졌지만 지난 여름에 <과거, 중국의 시험지옥>(역사비평사, 2017)이 출간됐고 이번에 <중국 통사>까지 나왔으니 저자의 명망을 제대로 음미해볼 수 있겠다. 일본에서는 '일반 독자를 위한 최고의 개설서'란 평을 듣는다고.

 

"20세기 동양사학의 최고 석학 중 한 명인 미야자키 이치사다가 교토대학을 정년퇴직한 뒤 일반 독자들을 대상으로 저술한 중국사 개설서이다. 중국사는 물론이고 동서양의 역사를 아우르는 저자의 박람강기를 바탕에 놓고 마치 에세이를 쓰듯이 쉽고 재미있게 중국사 전반을 서술하고 있다. 일본 독자들은 이 책을 '대학자가 아니면 쓸 수 없는 책', '통사의 최고 걸작', '기존의 중국사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책'이라고 높이 평가하고 있다."

 

일본 이름으로 '미야자키'와 '미야지마'가 무슨 연관이 있을 성싶지 않지만, 연상 작용 덕분에 저명한 동양사학자 미야지마 히로시도 떠올리게 된다. 한국사가 주된 베이스이지만 동아시아 연구로도 시야를 확장하고 있는 역사학자다. 미야지마의 공저 <동아시아 연구, 어떻게 할 것인가>(성균관대출판부, 2016)도 이번에 출간됐다. 지난해 이맘때 나온 <동아시아 몇 시인가?>(너머북스, 2015)도 다시금 생각나는데, <새로운 동아시아사 교과서>(너머북스)도 근간 예정이다(이 또한 공저이지 않을까 한다). <미야지마 히로시, 나의 한국사 공부>(너머북스, 2013)를 인상적으로 읽은 터라 모두 기대가 되는 책들이다...


16. 10. 28.  


P.S. 이 페이퍼는 웹브라우저 크롬에서 작성한 것이다. PC의 드라이버가 문제인 줄 알았는데, 웹브라우저를 익스플로러에서 크롬으로 바꾸니 사정이 좀 나아졌다(최소한 속도는 좋아졌다). 몇 가지 좀 익숙치 않거나 작동하지 않는 기능이 있어서 적응에는 시간이 걸릴 듯하지만, 이제 집 PC로도 페이퍼를 어느 정도 쓸 수 있을 듯싶다. 근 한달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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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히 어이없지만, 최고 시청률의 막장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한 주가 지나가고 있다. 대다수 국민과 마찬가지로 최순실 게이트 보도가 터져 나왔을 때,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끝났다." 바둑으로 치면 '불계'다. 몇 수 더 두어본다 한들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정치권에서도 퇴진 이후 정치일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지 않나 싶다. 모든 게 자업자득이다. 이 참에 박근혜 정부의 모토대로(최순실의 모토인가?) '비정상의 정상화'가 조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MB의 죄과에 대한 심판도 조속히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이 땅에 정의를 실현하고자 한다면 말이다. 그런 날을 보게 돼야 최소한 다음 세대에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다. 현 시국에 대한 짧은 소감이다...   



16.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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