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들이 만개하더니 날씨는 어느덧 5월로 넘어간 듯싶다. 하긴 5월이 되면 그때는 또 여름 날씨겠다. 봄가을이 짧아지고 있는 게 추세라니 말이다. 도서관이 다녀오는 길에 더운 느낌이 들어서 머리를 깎고 귀가해서는 샤워도 했다. 할일은 많지만 일단은 한숨 돌리는 기분으로 '이주의 발견'을 고른다. 이런 좋은 날씨에 전쟁이라니? 그래도 어쩌겠는가. 책이 나온 걸. 자크 파월의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오월의봄, 2017)다. 저자는 제2차세계대전이 전공분야인 역사학자이고 책의 부제는 '미국의 제2차 세계대전, 전쟁의 추악한 진실'이다. 


"파월은 제2차 세계대전은 파시즘과 군국주의에 대항한 미국의 위대한 성전, 즉 '좋은 전쟁'이 아니라 돈과 사업 관계, 그리고 이윤에 따른 충돌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제2차 세계대전의 진실을 낱낱이 파헤치고 있는 이 기념비적인 작품에서 저자 파월은 미국의 '좋은 전쟁'이라는 신화를 발가벗기고, 전쟁의 진실이 무엇이었는지를 하나씩 들춰내고 있다. 과연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에 자유와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 전쟁에 참가했을까? 저자 자크 파월은 단호하게 그건 사실이 아니라고 말한다. 파월은 미국이 제2차 세계대전에 참가한 이유는 자유와 정의, 민주주의를 수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미국의 대기업과 파워엘리트의 이익을 위해 참전한 것이라고 말한다."

요지만 보면 왜 이제야 책이 번역됐을까 싶을 정도로 '좋은 책'이다. 2003년에 초판이 나왔고 2015년에 증보판이 나온 걸 보면 미국에서도 이 '불편한' 책의 독자가 없지는 않은 듯. 나란히 검색되는 책으로 <엄청난 계급전쟁 1914-1918>도 소개되면 좋겠다(어찌된 이유인지 원서는 현재 품절로 뜬다). 병기된 연도에서 알 수 있지만 저자의 1차세계대전사다.  



전쟁 얘기가 나온 김에 독일의 전쟁사가 헤어프리트 뮌클러의 <파편화한 전쟁>(곰출판, 2015)도 관심도서로 꼽는다. '현대와 전쟁폭력의 진화'이 부제. "전쟁 문제에 관한 한 가히 '움직이는 일인 싱크탱크'라고 불릴 만큼 방대한 지식을 소유한 뮌클러 교수는 이 책에서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으로부터 현재의 테러리즘까지 전쟁 폭력이 어떻게 변화해 왔는지를 흥미진진하게 추적한다." 


말 그대로 독일의 전쟁학 권위자인 저자의 다른 책으론 <제국: 평천하의 논리>(책세상, 2015)와 <새로운 전쟁>(책세상, 2012)가 이미 번역돼 있다. 특히 <새로운 전쟁>은 "20세기의 마지막 십여 년 동안에 뚜렷하게 그 경향성을 드러내고 21세기 초 9.11 테러 등을 통해 분명하게 인식된 ‘군사적 폭력의 탈국가화’ 현상을 근대국가체제 성립 이전의 전쟁들과 비교하면서 심도 있게 분석한 저작"이다. 출간은 먼저지만 순서상으로는 <파편화한 전쟁>에 이어지는 책. 그나저나 2012년에 나온 책이니 비록 소장도서이긴 하지만, 책을 찾는 게 전쟁 수준이겠다...


17. 0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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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명의 철학자로 '이주의 저자'를 채운다. 먼저 도올 김용옥의 신간으로 <도올의 로마서 강해>(통나무, 2017)가 출간되었다. 동양 고전 주해 작업에 이어서 저자는 성서 주해에도 공을 들이고 있는데, <로마서 강해>는 <요한복음 강해>(통나무, 2007)에 뒤이은 것이다. 



복음서의 역주본으로는 <도마복음 한글역주>(전3권, 2008-2010)과 <큐복음서>(2008)도 펴냈다. 



최근에 나온 건 <도올의 중국일기>(전5권, 2015)와 <도올, 시진핑을 말하다>(2016) 등이어서 고전 주해 작업이 미뤄졌던가 했더니 그것도 아니었던 것. 저자의 표현으론 4개월, 실제로는 2개월의 시간 동안 "불철주야 피눈물나는 집필의 여정"을 달린 결과물이다. 나처럼 신학자들의 주해본에는 거리낌을 갖고 있는 독자도 편안하게 읽어볼 수 있을 듯해서 반갑다. 



철학자 박동환 선집이 네 권으로 갈무리되어 나왔다. <서양의 논리, 동양의 마음><동양의 논리는 어디에 있는가><안티호모에렉투스><X의 존재론>(사월의책, 2017) 등이다. 이 가운데 <X의 존재론>을 제외하고는 모두 기간되었었고 나도 일부 읽은 적이 있다. 저자는 연세대 철학과에 오래 봉직했는데, 연세대 후학들로부터 대단한 상찬과 존경을 받고 있다. 


“박동환의 철학은 한글로 쓰인 최초의 완결된 철학 담론이다.” 김상환(서울대 철학과)

“박동환과 더불어 비로소 우리도 철학할 수 있게 됐다.” 김상봉(전남대 철학과)


실제로 그러한 의의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나로선 의구심을 갖는다. <안티호모에렉투스>만 하더라도 내가 읽기엔 요령부득이었기에. 다만 이런 것도 한국식 철학문화가 아닐까란 생각은 든다. 


 

가령 고려대 철학과의 좌장으로는 신일철 교수가, 서울대 철학과에서는 박종홍 교수가 그러한 학연적 존숭의 대상이다. 



하지만 학연 바깥에서 내가 공감할 수 있는 사례로는 소은 박홍규가 유일하다. 제자들이 쓴 책도 다 갖고 있는 유일한 경우다. 물론 사후에 나온 박홍규 전집(전5권)의 매력 때문이다. 박동환 선집도 그러한 반향을 불러모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칸트의 주요 저작을 완역해낸 서울대 철학과의 백종현 교수도 새 역저를 펴냈다. <이성의 역사>(아카넷, 2017). "철학사는 ‘이성의 역사’이다. 그리고 이성의 역사는 인간의 역사이다. 이 책은 인류의 이성 사상을 맥락 지어 보여 주고 있다. 철학 사상사의 중추를 이루는 고전들을 헤쳐 가면서 ‘본성을 다스림’이라는 ‘이성(理性)’의 본뜻을 밝힌 후, 이에 상응하는 한문 개념 ‘도(道)’와 그리스어 개념 ‘로고스(λόγος)’, 그리고 라틴어 개념 ‘라티오(ratio)’가 가지고 있는 공통의 의미인 ‘말함’과 ‘바른 길’을 성찰하고 있다."는 소개는 책의 문제성에서 대해서는 별반 말해주지 않아서, 사실 평범한 책인지 문제적인 책인지 가늠이 안 되긴 한다. 그렇더라도 '이성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철학사를 일별해보는 효과는 있겠다. 덧붙여 대학강단의 철학에서 독자가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지 가늠하게 해주는 의미도 있겠다. 


17. 04.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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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을 고르려고 검색하다가 처음 번역돼 나온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산문집 <게으른 자를 위한 변명>(민음사, 2017)을 타이틀북으로 삼는다. "<게으른 자를 위한 변명>은 19세기 최고의 이야기꾼으로 불리며 브레히트와 프루스트, 헤밍웨이 등 수많은 후배 작가에게 칭송받았던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섬세한 문체는 물론, 인생 진면을 꿰뚫는 통찰과 혜안을 음미할 기회를 선사한다." 



원서 자체가 그다지 유명한 것 같지는 않지만, 적당한 분량의 번역본은 제목 때문에라도 관심을 끈다. 가령 토머스 드 퀸시의 <어느 영국인 아편쟁이의 고백>처럼. 이런 게 영국식인가?


두번째는 장석주의 <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달, 2017). 이 역시 제목이 어필하는 책인데, "저자가 살아낸 인생의 한 시기와 지나간 시간들 그리고 일상에서 사유한 조촐한 소회가 담겨 있다."



세번째는 씨네21 김혜리 기자의 영화 일기,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어크로스, 2017).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그녀가 간직한 영화 일기장을 공개한다. 2008년 <영화를 멈추다> 이후 10년 만에 내놓은 영화 에세이 <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에는 김혜리가 통과한 '영화의 모든 계절'이 담겨있다." 영화(를 원작과 같이 읽는) 강의를 나도 계획하고 있는 터라 더 눈여겨 보게 된다.  


네번째는 인도계 미국 작가 줌파 라이히의 두번째 산문집 <책이 입은 옷>(마음산책, 2017)이다. "모국어라 할 영어가 아닌 외국어인 이탈리아어로 직접 쓴 첫 산문집 <이 작은 책은 언제나 나보다 크다>를 통해 작가적 모험을 감행했던 그녀는 또다시 이탈리아어로 두 번째 산문집을 펴냈다." 첫번째 산문집을 아직 읽지 못했는데, 이탈리아어로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지 궁금하다. 아마 그런 이유 때문일 듯한데, 책은 얇다. 



끝으로 마지막 책은 프랑스 작가 에릭 엠마뉴엘 슈미트의 <살해당한 베토벤을 위하여>(열림원, 2017). "베토벤에 대한 성찰 에세이와 짧은 이야기를 하나로 묶은 이 책은 슈미트의 '내 삶의 스승이었던 음악가들' 시리즈 중 하나로 음악가에 대한 향수를 갖고 살아간다는 작가의 고백과 잘 어울린다. 그 시리즈의 첫번째 책, <모차르트와 함께한 내 인생> 역시 한국에 소개되어 음악을 사랑하는 이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소개된다. <모짜르트와 함께한 내 인생>(문학세계사, 2005)는 표지를 보니 생각이 난다. 내겐 생소한 작가이지만 프랑스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라고. 국내에도 번역서가 10종 이상 나와 있다. 아, 과거에 <빌라도 복음서>(열림원, 2012)에 잠시 관심을 가졌었구나. 벌써 절판된 걸 보면 한국에서는 아직 널리 읽히지 않는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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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자를 위한 변명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 지음, 이미애 옮김 / 민음사 / 2017년 4월
10,800원 → 9,720원(10%할인) / 마일리지 54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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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혼자 웃고 싶은 오후
장석주 지음 / 달 / 2017년 4월
14,500원 → 13,050원(10%할인) / 마일리지 720원(5% 적립)
양탄자배송
1월 19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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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보는 당신을 바라보았다- 김혜리의 영화의 일기
김혜리 지음 / 어크로스 / 2017년 3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양탄자배송
1월 19일 (월) 아침 7시 출근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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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입은 옷
줌파 라히리 지음, 이승수 옮김 / 마음산책 / 2017년 4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1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7년 04월 0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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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책들'과 '오래된 새책' 사이는 때로 멀지 않다. 사라졌다가 다시 등장하면 곧 '오래된 새책'이 되는 것이기에. 작가 서정인의 연작소설 <달궁>도 그러한데, 오래 전에 '사리진 책'이었다가 이번에 '오래된 새책'으로 신분을 변경했다. <달궁>(최측의농간, 2017). 세 권이 개정 합본판으로 나온지라 짐짓 첫 데뷔 같은 모양새다. 


"실험적인 소설쓰기를 꾸준하게 실천하며, 한국 소설의 지평을 질적.양적으로 확장하는데 기여해온 작가 서정인의 독특한 장편소설. <달궁>을 <달궁: 박달막 이야기>로 새롭게 편집하여 개정 합본판으로 선보인다. <달궁>은 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저자 특유의 형식 파괴적 실험이 본격적.전면적으로 드러나는 작품이다. 출간 편의상 한 권씩 분리 되어 출간 되었던 세 권의 <달궁>(초판 <달궁>, <달궁 둘>, <달궁 셋>)에 흩어져 있던 모든 소챕터들(각종 문예지를 통해 수년간 33편의 연작 중.단편 형식으로 발표된 바 있는)을 <달궁: 박달막 이야기>라는 단일한 제목 아래 한 데 묶어 작고 가벼운 판형으로 새로이 단장하였다. 이번 개정 합본판 발간을 위해 저자는 직접 전체 원고를 면밀히 검토, '박달막 이야기'를 부제로 설정하였으며 초판에 있던 일부 오식을 바로 잡고 다수의 문장을 개작하여 작품 완성도에 보다 심혈을 기울였다."

하도 오래 전이라 <달궁>(1987)과 <달궁 둘>(1988)은 아예 검색도 되지 않고 <달궁 셋>(1990)도 이미지는 뜨지 않는다. 당시 평단에서 호평을 받았고, 그에 대한 연구 논저들도 출간되었지만 정작 작품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그렇게 오래 되었다는 것도 사실 이번에 나온 <달궁> 덕분에 상기하게 되었다. 


<달궁>을 특별히 기억하는 건 내가 대학 1학년이던 1987년에 문예지에 연재되고 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당시 몇 종의 계간지 표지와 목차는 대학 구내서점에서 얼마든지 들춰볼 수 있었던 때다(아마 거의 매일 들렀을 것이다). 그렇다고 단행본도 구한 기억은 나지 않는다. 



서정인의 작품은 아마도 <강>에 실린 단편들 정도 읽어본 거 같은데, 그것도 막상 확인해봐야 하는 수준이다. 아무려나 거의 30년만에 다시 나온 덕분에 <달궁>의 두께가 30년 세월의 부피감으로도 여겨진다. 초판 <달궁>의 표지는 이랬었다. 



한편 책을 낸 최측의농간은 절판된 책을 전문적으로 다시 펴내는 출판사다(출판사명은 아무리 봐도 장난스레 지은 것 같다). 


 

예전에 고형렬 시인의 산문집 <은빛 물고기>에 대한 페이퍼를 쓴 적이 있는데, 이후에도 허만하 시인의 산문집과 이연주 시인의 시전집을 더 출간했다. 그렇더라도 별로 수익이 날 것 같지 않은 재출간인데, <달궁> 역시 그렇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이런 것도 소소한 감동 거리다....


17. 04.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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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며칠 늦게 고른다. 지난 주말과 휴일에 여유가 없었던 탓에다 요며칠은 감기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대선을 한달 여 남겨두고 있는 시점이라 관심이 선거판에 몰려 있는 상황이지만, 어차피 읽는 독자들은 언제라도 읽기 마련이고 또 읽어야 한다고 우겨본다. 



1. 문학예술


문학 쪽에서는 화제작을 고른다. 처음 소개되는 작가지만 로런 그러프의 <운명과 분노>(문학동네, 2017)는 '버락 오바마가 꼽은 2015년 최고의 책'으로 홍보되면서 미국 아마존에서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됐다는 소설이다. 그러프는 1978년생으로 젊은 축에 속하는 작가. '젊은 거장'이라는 별칭도 따라붙는다는 데, 화제의 실상이 궁금해서라도 일독할 만하다. 나는 애초에 제목을 <문명과 분노>로 읽고서 문명사를 다룬 역사책으로 착각했었다는.


작가 배수아가 옮긴 로베르트 발저의 <산책자>(한겨레출판, 2017)도 주목할 만한 책. 확실한 주관과 문체 덕분에 이제는 '배수아 번역본'이라는 점이 작가보다 더 주목되는 듯싶다. 발저의 책은 <산책>(민음사, 2016)이라고 다른 선집이 나와 있지만 배수아판이 더 눈길을 끄는 것만 보아도 그렇다. 


거기에 미국 작가 시리허스트베트의 <당신을 믿고 추락하던 밤>(뮤진트리, 2017)을 나대로 꼽는다. 뮤진트리에서 나온 작가의 여섯 번째 책인데(뮤진트리 소속 작가라고 불러도 되겠다), 1992년에 발표한 첫 소설이다. 시리허스트베트의 '기원'을 엿볼 수 있겠다. 남편 폴 오스터의 흔적도 읽을 수 있을까?



그리고 미술책 몇 권. 캘빈 톰킨스의 <아주 사적인 현대미술>(아트북스, 2017)은 (제목 때문에) 곧바로 친밀감을 갖게 되는 책. "40년 이상 <뉴요커>에서 동시대 미술과 예술가에 관해 예리한 통찰을 보여주었던 캘빈 톰킨스가 이 시대의 가장 핫한 예술가 10인의 삶과 작품세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명한 비평가 로절린드 크라우스의 <북해에서의 항해>(현실문화, 2017)는 '포스트-매체 조건 시대의 미술'이 부제. "낭만주의적 정조가 물씬 풍기는 이 책의 제목은 벨기에의 개념미술가 마르셀 브로타스의 기념비적 작업인 '북해에서의 항해'에서 따온 것으로, 크라우스는 브로타스의 이 작업에서 현대미술을 곤란에 빠트린 ‘매체’의 개념을 구원할 가능성을 발견한다." 현대미술의 향방이 궁금한 독자라면 놓치기 어렵다. 주로 현대미술 관련서의 번역으로 이름이 익숙한 조주연 교수도 <현대미술 강의>(글항아리, 2017)를 책으로 펴냈다. 모더니즘부터 아방가르드를 거쳐 포스트모더니즘까지 일목요연하다. 



2. 인문학


조금 가볍게 읽을 있는 책으로 <권영민 교수의 문학 콘서트>(해냄, 2017), 그레고리 라바사의 <번역을 위한 변명>(세종서적, 2017), 그리고 강상중의 <악의 시대를 건너는 힘>(사계절, 2017)을 고른다. <번역을 위한 변명>에 대해 김명남 번역가가 붙인 추천사는 이렇다. "누군가 번역 일에 관하여 묻는다면 그저 이 책을 건네며 한마디만 덧붙일 것이다. “이게 다예요.”" 그렇게 강추되는 책은 많지 않다. 



그리고 좀 무겁게 읽을 책, 말 그대로 무거운 책으로는 <마오쩌둥 평전>(민음사, 2017)과 <덩샤오핑 평전>(민음사, 2014), 그리고 만화 <중국인 이야기>(아름드리미디어, 2017)를 고른다. 중국현대사에 대한 지식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용도다. 



3. 사회과학 


경제 관련서로 로버트 앨런의 <세계경제사>(교유서가, 2017)가 일단 입문이 될 만한 책. 그리고 와카모리 미도리의 <지금 다시, 칼 폴라니>(생각의힘, 2017)로 심화학습. 이 책에 대해 내가 적은 추천사는 이렇다. "고장난 자본주의 이후의 대안적 경제 시스템에 대한 모색이 시대적 과제가 되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우리에게는 ‘오래된 미래’가 있다. 애덤 스미스도 케인스도 하이에크도 아닌 칼 폴라니가 가리키는 미래다. 과거에 자본주의 시장사회로의 ‘거대한 전환’이 있었다면 이제 필요한 것은 자본주의 이후로의 거대한 전환이다. 폴라니의 삶과 사상을 간추린 <지금 다시, 칼 폴라니>는 왜 다시 그를 읽어야 하는지를, 왜 그가 우리 시대의 나침반인지를 설득한다. 시장유토피아라는 미망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강력한 해독제가 여기에 있다." 그리고 한국경제에 대해서는 주진형의 <경제, 알아야 바꾼다>(메디치, 2017). "인기 페북 라이브 <경제알바>를 바탕으로 반드시 알아야 할 12가지 이슈를 골라 담고, 저자가 추가 서술했다."



조금 묵직하게는 지리학자이면서 인류학자이자 경제학자이기도 한 데이비드 하비의 <세계를 보는 눈>(창비, 2017). 그의 이론연구를 총결산하고 있는 책이다(그래서 '이 한 권'이라고 할 만한). 내친 김에 묵혀두고 있는 <맑스 '자본' 강의 1,2>(창비)도 다시 꺼내볼까 싶다. 분명 과욕이라는 걸 알지만 욕심은 그렇다. 



4. 과학 


어지간한 독자라면 피해갈 책이지만 조지프 마주르의 <수학기호의 역사>(반니, 2017)를 우선 고른다. "우리가 사용하는 수학의 수많은 기호들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사용되었으며 왜 필요한지를 수학사 속에서 설명한 책이다." 그리고 국내 학자 5인의 공저, <생명과학, 신에게 도전하다>(동아시아, 2017). '5개의 시선으로 읽는 유전자가위와 합성생물학'이 부제인데, "과학계의 빅 이슈인 크리스퍼 유전자가위와 합성생물학을 본격적으로 다룬 책이다." 생명공학이 어디까지 와 있는지 확인해본다는 의미도 있겠다. 과학 고전으로는 이번에 재출간된 조너선 와이너의 <핀치의 부리>(동아시아, 2017)도 챙겨둘 책. 20주년 기념판이자 새 번역판이다. "진화론 교양서의 고전 <핀치의 부리> 20주년 기념판은 다윈이 그토록 보고 싶었던 ‘종의 기원’에 관한 이야기와 그 순간을 지켜보기 위해 일생을 바친 과학자들의 헌신과 열정을 기록했다."



5. 책읽기/글쓰기


문학과 작가에 대한 이야기책, 인터뷰책을 골랐다. 금정연, 정지돈의 <문학의 기쁨>(루페, 2017)은 '문학 이후의 문학'은 어떤 것일지 어림하게 해주는 문학 잡담집이다. 그리고 두 권의 인터뷰집 <작가라는 사람>(엑스북스, 2017)은 작가 사전으로도 읽을 수 있는 책. 두 종의 책이 문학 독자들에게는 유쾌하고 유익하다. 


17. 04. 07.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은 바로 이번 주에 나온 책인데, 토마스 만의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창비, 2017)다. 괴테의 작품들에 대한 강의, 특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젊은 베르터의 고뇌>)에 대한 강의를 이번 봄에 수차례 진행중인데, 토마스 만이 그린 괴테의 초상화가 있다는 걸 이번에 알았다. 1939년작으로 만이 망명중에 쓴 소설이다. 괴테와의 또 한판의 승부는 <파우스트 박사>(1947)에서 이루어진다. 안 그래도 이번 학기에 괴테와 토마스 만을 다시 읽고 가운데 출간되었기에 반갑다(한편으론 부담스럽다. 안 읽을 수도 없어서). 여름학기에 이 두 작품에 대한 강의를 계획해보려 한다. 일단은 <로테, 바이마르에 오다>를 이달에 읽어보는 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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