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 책도 한 권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필립 로스코의 <차가운 계산기>(열린책들, 2017)다. '경제학이 만드는 디스토피아'가 부제. 원제는 뜻밖에도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2014)다.

 

 

"경제학의 본성을 날카롭게 해부한 세인트앤드루스 경영대학 부교수 필립 로스코의 첫 대중 저술이다. 절묘한 문학적 비유와 폭넓은 실증 연구, 저자의 구체적인 경험을 한데 녹여 냄으로써 경제학이 만드는 디스토피아를 펼쳐 보인다."는 간단한 소개만으로는 책의 진가를 가늠하기 어려운데, 케임브리지대학의 장하준 교수의 추천사는 이렇다.

"실로 중요한 저서다. 철학적 성찰에서 경제학 이론을 거쳐 구체적인 경험적 연구들까지 자세히 살펴보면서, 지배적인 경제학 이론이 사람들을 다양한 역할과 가치를 인정하는 공동체 성원이 아니라, 오로지 물질적 이득과 소비에만 정신이 팔린 계산적인 개인들로 찍어 내어 우리의 세상을 만들어 간다는 사실을 폭로하고 있다. 이 책은 커다란 질문 앞에 당신을 우뚝 세운다. 당신이 살고 싶은 세상은 정말로 어떤 세상인가? 사유의 깊이도, 또 사유를 촉발시키는 데서도 아주 뛰어난 저술이다."

게다가 역자는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다. 장하준과 홍기빈의 안목을 신뢰한다면, 그리고 (주류)경제학에 대해 그간에 의구심을 가져온 독자라면 주저 없이 손에 들 만하다. 저자의 또다른 책 <더 부유한 삶>에도 눈길이 간다...

 

17. 05.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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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첫날이자 월요일 아침에 '이주의 발견'을 고른다. 발견이라기보다는 오래 기다린 책인데, 리처드 호프스태터의 <미국의 반지성주의>(교유서가, 2017)다. 연초에 모리모토 안리의 <반지성주의>(세종서적, 2016)를 흥미롭게 읽으면서 다시금 존재를 확인한 책으로 모리모토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은 책으로 꼽았다. 자연스레 검색해보다가 <미국의 반지성주의>가 근간 예정이라는 사실도 알았다(사실 원저는 몇년 전에 구입했었다).  


"1964년도 퓰리처상 수상작. 미국의 지적 전통이란 무엇인가? 지식인이란 무엇인가? 지식인은 민주주의의 실현에 힘이 되는가? 저명한 역사가가 미국의 역사를 ‘반지성주의’라는 개념으로 분석한 현대 지성사의 고전이다. 미국의 건국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정치, 종교, 경제, 교육, 문학 등을 소재로 삼는다. 이 책의 목표는 미국인의 삶에서 지성에 쏟아지는 멸시를 묘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민주주의 사회에서 하나의 세력인 지성이란 과연 무엇이며 무엇일 수 있는가에 관해 발언하는 것이다."

1960년대에 나온 책이 새삼 주목거리가 되는 것은 정국과도 무관하지 않다. 지난 미 대선에서 트럼프의 당선이야말로 미국식 반지성주의의 한 증거였기에. 


"남부의 백인 하층 노동자들과 중서부의 농민들만이 아니라 자신은 엘리트와 거리가 멀다고 여기는 절대 다수의 사람들이 잘난 헛똑똑이 힐러리 클린턴을 혐오하고 대신 트럼프에게 지지를 보냈다. 1960년대 민주주의와 경제가 번성할 때 지식인과 잠시 좋은 관계를 이루었던 대중은 신자유주의가 득세한 결과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다시 분노의 화살을 지식인에게 돌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미국에만 한정되는 것일까. '홍트럼프'를 자칭하면서 막말을 쏟아내는 대선 후보는 가까이에도 있지 않은가('트럼프'가 우선적 이미지에서 '돼지발정제'에 묻히긴 했지만). 지성에 대한 호소와 계몽만으로는 사람들의 마음을 바꿀 수 없으며 세상은 좋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라도 필독해 볼 만한 묵직한 저작이다...


17. 05.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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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여행길에 나섰다. 짧은 여행이지만 오며가며 기차에서 수시간을 보내야 하는 터라 얇은 책 두 권과 두꺼운 책 한 권을 챙겼다. 상대적으로 두껍다는 것이지 보통 분량이다. 페터 슬로터다이크의 <분노는 세상을 어떻게 지배했는가>(이야기가있는집, 2017).

원제는 <분노와 시간>(2006)으로 지젝의 <폭력이란 무엇인가>(난장이, 2011)에서 이미 자세하게 검토된 책이다. 영어본은 바로 구입했었는데 번역본이 예상보다 늦게 나왔다. 한데 잊고 있던 터라 마치 발견한 듯한 느낌도 든다.

슬로터다이크는 호머(호메로스)의 대서사시 <일리아드>(<일리아스>)의 첫 단어가 ‘분노‘라는 점에 착안하여 서구문명사에서 분노가 어떻게 다루어져왔는가를 성찰한다. ˝분노를 노래하소서, 여신이여!˝가 시작이었다. 서구문학사는 분노와 함께 시작한 셈. 아쉽게도 한국어 번역본들은 그 점을 드러내주지 못한다. 첫 단어가 갖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유감스럽다.

슬로터다이크의 책은 몇권 소개되었지만 대표작 <냉소적 이성 비판>이 절반만 번역되고 마는 등 상태도 좋지 않고 그다지 임팩트도 없었다. 이번에 나온 <분노>가 반전의 계기가 될지 궁금하다. 최소한 흥미로운 읽을거리는 되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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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는 열흘이 넘는 연휴가 시작되었다. 나로서도 월요일의 강의를 제외하면 다음주에는 공식 일정이 없다. 아이 또한 짧은 방학에 들어가서 겸사겸사 가족여행을 다녀오기로 했다. 1박2일의 기차여행으로. 봄학기 두달을 내달린 터라 잠시 머리를 식히고 돌아오려 한다. 서재일은 자연스레 다음주로 미뤄지게 되었는데, 그래도 고대하던 책의 출간 소식은 적어놓는다(몇 권 되기에 틈틈이 다룰 참이다). 



일단 트로츠키의 <러시아혁명사>(아고라, 2017). 이미 2003-2004년에 풀무질에서 한 차례 출간되었었는데(최초 출간은 2001년이었다), 당연하게도 절판된 지 오래되었다. 나도 다시 찾기 어려운 책이어서 러시아혁명 100주년을 맞아 다시 출간되겠거니 하고 기다리던 참이다. 예상보다 일찍 나와 반갑다. 세 권으로 나왔던 책이 합본 형태로 나와서 분량이 1040쪽에 이른다. 번역은 볼셰비키그룹이 맡았는데, 앞서 <제국주의와 전쟁>(아고라, 2016)과 <사회주의는 실패했는가>(아고라, 2015)를 옮긴 바 있다. 

"트로츠키는 <러시아 혁명사>를 세 권으로 집필했는데, 이번에 번역 출간된 이 책은 독자들의 편의를 위해 한 권으로 편집된 것이다. 이 방대한 책에서 트로츠키는 혁명 시기 계급투쟁의 양상, 혁명의 역학, 혁명이 진행되는 동안 서로 다르면서도 전형적인 양상을 드러내는 인물들의 모습 등을 자세히 서술했다. 여기에 더해 여성해방, 연속혁명론, 인민전선, 이중권력, 극우 쿠데타와 파시즘, 공동전선, 혁명의 조건과 혁명정당의 역할, 민족 문제 등 혁명을 둘러싼 수많은 문제들을 담아냈다. 또한 노동계급이 스스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하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그리며, 일개 농민, 병사, 노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담아냈다."


아이작 도이처의 3부작 평전 <트로츠키>(시대의창, 2017)는 올 2월에 이미 재출간됐었다. <러시아혁명사>까지 다시 나오니 구색은 맞춰진 듯싶다. 



도이처의 전기와 함께 분량으론 쌍벽을 이루는 로버트 서비스의 <트로츠키>(교양인, 2014)도 같이 참고할 수 있다. 더불어 일부 품절된 트로츠키의 자서전 <나의 생애>(범우사)도 다시 나오면 좋겠다.



<러시아혁명사>와 같이 읽을 책은 <배반당한 혁명>(갈무리, 1995)과 <연속혁명>(책갈피, 2003) 등이다. 레볼루션 시리즈의 <트로츠키: 테러리즘과 공산주의>(프레시안북, 2009)도 요긴한 책인데, 절판된 지 오래되었다(아까운 시리즈다).


 

<러시아혁명사>는 영어판도 올초에 새로 나와서 구해둔 터이다(이 역시 단권으로 992쪽 분량이다). 더불어, 검색하다 보니 영어판 <문학과 혁명>도 눈에 띄는데, 오래 전에 두 종의 한국어판이 나왔던 책이다(한 종은 공지영 번역이었다). 생각난 김에 다시 나오면 좋겠다. 



이미 리스트로도 묶어놓았지만 20세기 러시아문학과 관련해서는 '문학의 광장' 시리즈의 <러시아의 문학과 혁명>(웅진지식하우스, 2010)과 이번에 펴낸 <로쟈의 러시아문학 강의 20세기>(현암사, 2017)를 참고할 수 있다. 더 자세한 내용을 원하는 독자라면 에드워드 브라운의 <현대 러시아문학사>(충북대출판부, 2012)까지 손에 들어볼 수 있겠다. 러시아혁명 100주년도 제대로 음미하려니 읽을 게 꽤 되는군...


17. 04.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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