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총이라고 적고
화들짝 놀란다 프로이트적인
해석에 미리 놀란다
이런 브로이트 같으니!
(오타 아님)
더듬어 보니
(또 놀란다)
더듬다 말고 생각해보니
녹슨 총이었다
샹송 녹슨 총
녹슨 총보다 멋진 것은 없다는 샹송
왜 멋진가
쏠 수 없으니까
난사할 수 없으니까
죽일 수 없으니까
더이상 죽일 수 없으니까
그게 녹슨 총
평화의 총
녹슨 철조망 옆 기념비를 세운다면
녹슨 총은 어떤가
또 생각해보니
구부러진 총은 얼마나 억울한가
구부러진 총도 평화의 총
구부러뜨리는 게 평화의 힘
구부러뜨리는?
부러트리는?
부러이트?
브로이트?
이런 프로이트 같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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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18-05-23 19: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불현듯 <니체가 눈물을 흘릴 때>가
생각납니다. 오래전이어서 내용은
잊었지만 감동적이었고 완독한 날
꿈에서 그리운 친구를 봤어요.
언제 그 책을 읽으면 고인이 된 그 친구를 다시 볼 수 있을까요?
시의 모티프가 궁금합니다. 혹
요즘 <칼융 인간의 이해>에서 영감을
얻으셨나, 더듬이를 움직여봅니다^^
녹슨 총을 부른 앙리꼬 마르시아스의
따뜻하고 감미로운 목소리가 땡기는
저녁입니다~

로쟈 2018-05-23 22:50   좋아요 0 | URL
네, 녹슨 총이 떠올라서 쓴 거에요. 총기난사 사건도 있고, 남북간 철조망도 있고...
 

점심에 대한 시도 있었나
정오는 시가 되지만
자정과 마찬가지로 정오는
시도 되고 희망곡도 되지만
점심은 뭔가
낮에 끼니로 먹는 거
그게 다인가
시는 영혼의 끼니거늘
시는 굶주림의 편이거늘
점심은 저 혼자 먹고 있으니
대낮부터 저 혼자
끼니를 자임하니
시의 눈밖에 날 수밖에
시에 걷어채일 수밖에
그러고도 먹는구나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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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이들은 생각이 다르다
아픈 이들은 아픈 뇌가 장악한다
삽시간에 장악하기도 하고
만성적으로 장악하기도 한다
아픈 이들은 예전과 생각이 다르다
인생관이 다르고 안보관이 다르고
철학적 세계관이 다르다
저마다 아픈 곳이 달라도
아픈 이들은 아픈 나라의 국민이다
국민으로 하나가 된다
하나가 되었다가 각자 죽는다
서로의 안부를 묻지 않는다
아픈 이들은 내외한다
아픈 이들은 아픈 나라의 비밀요원들이다
아픈 이들은 남모르게 아프고
남모르게 신음하고
남모르게 눈물 쏟는다
아픈 이들은 이럴 줄 몰랐던 이들이다
아픈 나라는 아픈 이들로 만원이다
아픈 나라는 아픈 이들과 생각이 다르다
아픈 나라는 아픈 이들을 생각지 않는다
아픈 나라로 이민간 이들을 생각한다
돌아오지 않는 이들을 생각한다
나도 몇번 여행가방을 꾸린 적이 있었지
언젠가 이민가방을 꾸리게 될까
아픈 나라의 언어도 배워야 할까
오겡끼 데스까
불러본 지 오래된 말
다시 만날 때까지
다스비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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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맑음 2018-05-2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픈나라에선 모두가 아픈데 괜찮은 건가요?

로쟈 2018-05-23 22:51   좋아요 0 | URL
아픈 이들의 나라를 줄여서 그냥 아픈 나라라고 적었어요.

모맘 2018-05-23 17: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흥미롭고도 아프게 본 나의 아저씨라는 드라마가 생각나네요ㅠ

로쟈 2018-05-23 22:51   좋아요 0 | URL
저는 모르는 드라마.^^;
 

도블라토프는 레닌그라드의 카프카
이상한 이름으로 불운만을 암시했던가
사후의 불멸도 예견했던가
명동역 극장에서 관객의 두 시간은
도블라토프가 가져갔네
2미터 가까운 거구라
아무도 항의할 수 없었네
아무도 당해낼 것 같지 않았네
그저 도블라토프만 되뇌었네
여행가방을 들고 외국여자와 사라진
우리들의 도블라토프를 찾아서
도블라토프에게 도난당한 시간을 찾아서
레닌그라드로 향하네
이제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네
도블라토프 보존지구로 향하네
이상한 건 도블라토프만이 아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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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2 2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2 23: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two0sun 2018-05-23 0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닌그라드의 카프카라고 불릴만하네요.
작가가 맞는건지 아닌건지,
자신이 결코 알길없는 사후의 인정까지~
영화를 보고 보존지구를 읽고
문맹을 주문했어요.
˝작가에게 그건, 죽음이야.˝이 한줄 때문에.
(제맘대로의 꼬리물기~)

로쟈 2018-05-23 12:30   좋아요 0 | URL
네 문맹도 망명작가 얘기죠.^^
 

안약을 눈에 넣고 눈 영양제도 먹고
인상 쓰며 책을 읽는다
인상 찌푸리며 올랜도를 찾아야 한다
어제 찾으면 오늘 안 보인다
허클베리 핀을 읽어야 한다
도블라토프를 읽어야 한다
희망으로 끝났지만 영화는 슬펐다
영화 도블라토프는 우울했다
전염된 듯이 아침부터 무기력하다
가장 좋은 친구이기도 했던
존과 헨리 소로 형제는 똑같이
사랑했던 엘렌 시월에게 거절당했다
둘다 결혼하지 않았다
존은 스물일곱에 파상풍으로 죽고
헨리는 십칠 년 뒤에 결핵으로 죽었다
도블라토프는 미국으로 이민가기 전까지
러시아에서 단 한편도 발표할 수 없었다
러시아에서도 최고의 작가가 되지만
알지 못하고 죽는다
뉴욕에서 심장마비로 죽는다
그것이 인생이라며 인상을 쓴다
올랜도를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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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5-22 1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블라토프의 외국여자를 읽었어요
더 읽고싶단 생각이 들었어요.
높은 책값의 지만지, 그래도 책을 구입했어요.
도서관에서 빌려봤거든요.
오늘 영화가 많이 기대되요.
(이런말투? 제스탈아닌데~요즘 시를 넘 많이 읽었나봄ㅎ)

로쟈 2018-05-22 13:24   좋아요 0 | URL
많이듣던 목소리라 깜놀.^^

모맘 2018-05-22 16: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영화를 어디서?

로쟈 2018-05-22 20:27   좋아요 0 | URL
명동역CGV에서 있었습니다. 영화는 국내 개봉이 아직 인 잡혔다네요.

2018-05-22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2 2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2 20: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5-22 2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통통다람쥐 2018-05-23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어제 명동역 CGV에서 라이브러리톡 재밌게 잘 들었습니다. 러시아 망명문학과 도블라토프의 문학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강연에서 로쟈 선생님께서 말씀하시지 않으셨던 게 있어서 댓글을 남깁니다. 뉴요커에 실린 작가 얘기를 하면서 선생님께서는 한국 작가로는 이문열, 고은이 실렸다. 다른 작가는 모르겠다고 하셨는데, 편혜영 소설가의 <식물애호>라는 소설이 2017년에 뉴요커에 실렸습니다.

https://www.newyorker.com/magazine/2017/07/10/caring-for-plants

재밌는 강연 감사합니다. 어제 강연을 듣고 도블라토프와 러시아 문학이 더 좋아졌습니다.^^

로쟈 2018-05-23 12:49   좋아요 0 | URL
아 맞습니다. 기억이 나네요. 알려주셔서 감사. 러시아문학이 좋아지셨다니 다행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