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다윈 선집으로 ‘드디어 다윈‘ 시리즈가 <종의 기원>(사이언스북스)을 첫권으로 하여 나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다윈‘이란 시리즈 타이틀이 여러 의미와 의도를 내포하고 있는데 독자의 느낌도 복잡하다.

일단 나로선 이제 책들과 작별해야 할 시간이라 적어놓은 처지에 새로운 시리즈와 마주하게 되니 착잡하다. 게다가 <종의 기원>을 강의할 일은 없을 테니 이 책을 읽게 될 가능성도 희박하다(다른 <종의 기원> 번역서도 마찬가지). 그렇다고 ‘<종의 기원>이여 안녕‘이라고 말할 배포는 키우지 못했으니.

책장에 꽂혀 있는 다윈 평전들을 비롯해서 바닥에 쌓여 있는 책들만 하더라도 진화론 분야의 책이 부지기수다. 근래에 나왔던 책으로는 <다윈에 대한 오해>나 <진화와 인간행동> 같은 묵직한 책까지. ‘드디어 다윈‘은 이렇게 묻어두려 했던 책들까지 다시 소환하게 만드니 심지어 괘씸하게 여겨진다.

비록 역자나 출판사가 미덥다 하더라도 <종의 기원>만 갖고는 ‘지각 출간‘을 환영하고 싶지 않다. 사과에 시기가 있는 것처럼 출간도 시기가 있다. 시리즈의 다른 책들이 이런 불편한, 내지 착잡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지 기다려봐야겠다...


댓글(3) 먼댓글(0) 좋아요(4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인랜드 2019-07-30 15: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어도 정말 늦었죠. 원래 찰스다윈200주년에 맞추어 출간일을 잡던 책이 무려 10년이나 딜레이 되어 나왔으니. 그래도 이제서야 믿을만한 역자의 역본이 나온게 어딘가 싶기도 하고 그러네요

로쟈 2019-07-31 17:44   좋아요 0 | URL
네 다행이기도 하지만 예정보다 너무 늦어진 감이..

간돌이 2019-08-22 2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로선 이제 책들과 작별해야 할 시간이라‘ 라니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
 

습관적으로 우산을 챙겨서 나왔는데 햇빛이 드는 걸 보니 비가 오긴 글른 것 같다. 마치 읽지 못할 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 같다. 시간 나면 읽어볼 심사로 아침에 챙겨넣지만 그대로 귀가하는 책. 이제 그런 책이 만권이 훌쩍 넘어간다면? 내가 구입하거나 손에 들어본 책은 수만 권이지만 그 가운데 상당수는 오늘 들고 다니는 우산 같은 책들이다. 갑작스런 소나기라도 온다면 보란듯이 펼쳐들겠지만 십중팔구 인연이 닿지 않을 책들.

체력과 의욕이 떨어지면서 책들과도 작별할 궁리를 한다. 불가피한 일이기도 하다. 이 책들과 동거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서다. 분산보관도 근본대책은 아니다. 읽은 책들에 대해서 글을 쓰거나 책을 내는 것이 좋은 방도이지만 노아의 방주 같아서 극히 일부만 구제할 수 있을 따름이다(신의 대홍수는 얼마나 무자비했던가!). 가끔 들를 수 있는 도서관 정도를 어딘가에 세우거나, 더 현실적으로는 기증하는 게 차선이다. 책들과 작별하면 몸이 좀 가벼워지려나. 어차피 모든 인연과의 작별은 필연인 것이니.

러시아나 중국에서는 기술적으로 인공강우를 내리게도 한다는데 우리도 그러는지 모르겠다. 강의가 일상이다 보니 나는 읽으려는 책을 강의 커리로 삼는 일이 많다. 강제독서다. 때로는 자기혹사로 여겨질 때도 있다. 읽은 책과 읽어야 하는 책의 안배가 무너지면 일주일에 다섯 권을 새로 읽어야 할 때도 있어서다. 그런 고비들을 넘겨야 일년에 한두번 정도 휴가를 갖게 된다(문학기행을 제외하고). 이런 만감을 적는 것도 휴가 분위기가 아니면 가능하지 않다.

만감이라 적으니 다자이 오사무의 ‘만년‘이 떠오른다. 첫 작품집을 유작이라 생각하고 그런 제목을 붙인 것은 치기이지만 놀랍게도 다자이는 그런 치기로 일생을 살았다. 그리고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태어나서 죄송하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세상이 조금 바뀌게 될까. 일본의 아베에게 추천해줄 만하군...


댓글(8) 먼댓글(0) 좋아요(4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로제트50 2019-07-30 1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쌤, 책 정리는 70세부터요...
아무 것도 안하는 휴가가 끝나면 공간이 떠억 생기지 않을까요?^^
저는 지금 일을 시작하면서 주로 혼자 있으니까 책 서핑하고 많이 샀지요...
언젠가 자의든 타의든 일 그만두면 구입량이 줄어들거라고 믿습니다^^*
그땐 책들을 집어야겠죠. 눈이 피로하면 자연주의 요리책, 흐린 날엔 얇은 소설,
심심하면 추리물, 화가 날 땐 과학과 철학서를~~

허걱, 제가 다자이 오사무를 하나도 안읽었네요!^^

로쟈 2019-07-31 17:46   좋아요 1 | URL
저는 이미 포화상태라 그렇게 미루기가 어렵네요. 책정리가 인생정리 같아요..

2019-07-30 19: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31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01 10: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02 08: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02 07: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8-02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그녀는 이듬해에 죽었다
그런 문장을 읽을 때 이건 소설이지만
소설밖으로 걸어나오는 문장을 읽을 때

그녀는 언젠가 만났어야 하는 여자이고
만났던 여자이고 만나려던 여자이고 만나지
말았어야 했던 여자이고 만나지 못했던 여자이지만
그녀가 이듬해에 죽었다니

그녀는 이듬해에 죽을 수밖에 없었던 여자이고
죽기 전 마지막 몇 달은 우리가 그랬듯이
우리가 그러하게 될 것이지만
매우 불행하게 지냈을 것임에 틀림없고

이것은 마치 인생의 법칙
그녀의 모든 친구들이 이듬해에 죽었거나
이듬해에 죽을 것이고 
이것은 기록의 확신이니

당신의 운명 또한 그러할 것이고
최후의 누군가 남아 있는 한
모두의 운명이 그러할 것이다
당신이 내게 말하거나 내가 당신에게 말하거나

그는 이듬해에 죽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제목과 두께가 압도하는 듯하면서도 읽기도 전에 미리 질리게 만드는 책이다. 로버트 그린의 <인간 본성의 법칙>(위즈덤하우스). 파워 라이터인 저자의 전작들, <전쟁의 기술>이나 <권력의 법칙>, <유혹의 기술> 등의 느낌도 그랬다(책만 구입하고 읽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래도 이번 책은 ‘인간 본성‘을 다룬다고 하니까 펼쳐보기는 할 것 같다(‘교양심리학‘으로 분류돼 있군). 문학강의 시간에 가장 자주 언급하는 주제의 하나가 인간(본성)이기에.

˝세계적인 밀리언셀러 <권력의 법칙>의 저자 로버트 그린은 우리 안에 숨겨진 인간 본성에 관한 18가지 법칙을 통찰해낸다. 이번 책에서 그는 평범하고, 이상하고, 파괴적인 모습이 공존하는 매혹 될 수밖에 없는 존재, 인간의 진짜 모습을 파헤친다. <권력의 법칙>, <전쟁의 기술>, <유혹의 기술> 3부작을 잇는 인간 심리의 결정판이다.˝

아직 읽지 않아서 궁금한 점은 저자가 문학작품을 얼마나 참고했을까이다. 역사적 인물과 사례는 당연히 많이 동원되었을 터인데, 비극이나 소설의 주인공은 얼마만큼 다루었을지 궁금하다. 그런 경우에는 나도 견해가 없지 않기에 비교해보려고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주말이지만 오후에 강의가 있었고 이후에는 망중한을 보내는 중이다. 오랜만의 여유인 듯한데 돌이켜보면 지난 두어 달은 별로 돌이키고 싶지 않은 시간이었다. 어떻게든 버텨온 것이 용하게 여겨진다. 내주 목요일까지는 강의가 있지만 여느 때에 비하면 절반 정도의 일정이고 금요일부터는 며칠간 휴가를 보낼 예정이다. 재충전이 될 수 있을는지.

피로 누젹과 함께 건강에도 여러 적신호가 켜졌는데 근본적인 해법이 가능한지는 모르겠다. 가급적 수면시간을 늘리고 가벼운 운동이라도 해보려고 한다. 나이와 건강을 염두에 두다 보니 새로 눈길이 가는 책들이 있다. ‘인생학교‘ 시리즈의 몇몇 책들이 그렇고, 신간 중에는 바버라 에런라이크의 <건강의 배신>(부키) 같은 책이 그런 경우다. ‘배신‘ 시리즈로 친숙한 저자가 원래 세포면역학을 전공한 과학자라는 걸 이번에야 알게 되었다(이전 책에서도 저자의 이력으로 소개되었을 텐데 주의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과학책‘은 아니다. 전작들이 그렇듯이 일종의 탐사 저널리즘으로 분류할 수 있을 듯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병원과 의료계 현장으로 뛰어들어 현대 의학이 증거에 기반하고 있다는 주장, 예방 의학이 무병장수를 보장한다는 약속이 정말인지 샅샅이 돌아본다. 또 피트니스센터와 웰니스 업계를 찾아 안티에이징의 비법을 제공한다는 그들의 프로그램과 제품이 실제로 효력이 있는지 살핀다. 실리콘밸리로 파고들어 바이오 해킹과 마음 근육 단련으로 영생을 이루겠다는 그들의 꿈이 실현 가능한지 따진다. 그리하여 이 모든 산업과 열풍의 근간이 되는, 우리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통제할 수 있다는 기본 전제가 과연 사실인지 검증한다.˝

부제는 ‘무병장수의 꿈은 어떻게 우리의 발등을 찍는가‘이다. 그와 함께 주목한 책은 리 대니얼 크라비츠의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동아시아)다. ‘사회전염 현상을 파헤치는 과학적 르포르타주‘가 부제. 생소하지만 ‘사회전염학‘ 분야의 책이다. ‘사회전염‘이 키워드인데 따져보면 낯선 것만도 아니다. 타인의 영향을 받아 모방하거나 흉내내는 것이 사회전염 현상이라면 말이다.

˝우리의 생각과 행동과 감정은 타인 혹은 환경에 의해 전염되어 형성되기도 하고 마찬가지로 우리가 타인에게 전염시키기도 한다. 우리의 의지와는 전혀 상관없게도 말이다. 사회전염이 움직이는 방식과 그 영향력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다면 생각이나 행동이나 감정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바꾸는 것이 가능할지도 모른다. 리 대니얼 크라비츠의 <감정은 어떻게 전염되는가>는 사회전염을 정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회전염의 메커니즘을 이해한다면 정서건강에 도움이 될까? 당장은 그런 질문을 던져보게 되는데 어떤 내용의 책인지는 펼쳐보아야 알겠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48)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wingles 2019-07-28 0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애런 라이크의 배신시리즈를 보면서 이런 탐사저널리즘을 할수 있는 환경이 참 부러웠는데 의료분야까지 섭렵했군요! 푹 쉬시고 충분한 휴가 보내시길 응원합니다.

로쟈 2019-07-28 10:28   좋아요 0 | URL
네, 이런 종류의 책이 더 많이 필요합니다.~

lea266 2019-07-28 1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읽으면서 웃었어요 몸이 지쳐서 병이 나실 지경인데 그냥 푹 쉬시고 산책이나 힐링을 하셔야 할텐데 ....그래서 또 몸과 맘을 설명해줄 책을 찾으시니까요 선생님은 정말 무시무시한 텍스트탐구자이십니다 어서 건강해지세요~~

로쟈 2019-07-29 06:58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로제트50 2019-07-28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들면 몸이 차차 부서지는 거 같아요.
그래서 강약조절이 필요한데 뜻대로
안되는것이 삶이죠.
저는 주변 변화로 올 여름 휴가 날아갔고요,
책이나 보면서...21 세기 지성, 일자리의 미래 읽는 중인데 재밌어요^^
문득 로쟈님 글보다...이번 여름 트렌드는
탐사물이리라는 생각이~~

로쟈 2019-07-29 06:58   좋아요 2 | URL
휴가를 책으로 보내거나 책으로 휴가를 보내거나.~

직선과 곡선 2019-07-2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 푹 쉬시고 건강 회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