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없는 영혼이 어디에 있으랴
랭보가 말했다 랭보의 상처가 거들었다
흉터투성이 영혼들이 말쑥하게 걸어간다
아침이고 태양은 빛났다
어제의 상처가 만져진다

무릎이 깨지지도 않았고 
허벅지가 멍들지도 않았지
신촌오거리에서 길을 잃지도 않았어
저녁을 건너뛰었지만 배고프지도 않았어
나는 절반 이상 말쑥했어
눈물이 나지도 않았어
아무일도 없었어
그래도 난민 
같은 

모든 일의 국적은 과거일 테니
아무일이 없어도 
과거를 잃은 난민
과거에서 쫓겨난 난민
같은

나는 아직 시력을 잃지 않았어
아직은 내 다리로 걸어다녀
아직은 손을 떨지도 않지
하지만 

모든 일은 과거가 되지
아침이고 태양은 빛날 테지
나의 태양은 아닐 테지

상처를 다시 숨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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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퓰리처상 수상작으로 죽음을 주제로 한 책 가운데 단연 돋보이는 어니스트(어네스트) 베커의 <죽음의 부정>(힌빛비즈)이 재번역되어 나왔다. 언젠가 한번 언급한 적이 있는데, 매우 훌륭한 책이지만 번역이 좋지 않았고 그마저도 절판됐던 책이다. 미더운 번역자에 의해 다시 출간돼 반갑다(출판사는 의외다). 단순한 재간이 아니어서 다행스럽고.

˝<죽음의 부정>은 인간의 근원적 문제인 죽음, 종교, 악에 관한 그간의 연구를 망라한 어니스트 베커 필생의 역작으로 평가받으며 1974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인간의 본성에 새로운 빛을 비추며 삶과 생의 의지를 북돋는 베커의 메시지는 출간 반세기에 다다른 지금도 유효한 가치를 지닌다. 죽음에 관한 논의에 앞서 반드시 거쳐야 할 책으로 지금도 수요가 꾸준하지만 안타깝게 절판됐던 상황, <죽음의 부정>이 초판 출간 12년 만에 심도 있는 새 번역으로 다시 독자들을 만난다.˝

저자는 실제로 5년간 암투병을 하며 이 책을 썼다 한다. 이 책의 존재 자체가 ‘죽음의 부정‘의 위엄 있는 사례라고 할 것이다. 번역에 대한 불만으로 중간에 덮었던 기억이 있는데(그래도 책을 버리진 않았다) 여름이 가기전에 다시 손에 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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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았다
누가 대령인가 왜 아무도
편지를 보내지 않는가 내가 대령인가
나는 아무에게도 답장을 보내지 않았다
나는 대령을 좋아하지 않는다
대령은 무게가 있다 그는
백번 넘게 낙하한 경험이 있다
대령은 특전사 출신이다 아무도
대령을 얕보지 않는다
나는 방에서 자기 앞의 생을 읽었다
스무 살, 생은 내 앞에 있었다
스물 한 살에도, 스물 두 살에도
생은 내 앞에 있었지만 아무도
뒤를 봐주지 않았다 나는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았다
아무도 대령에게 편지하지 않는다
누가 감히
대령은 나중에 사단장이 되었다
나는 대령을 볼 이유가 없었다
나는 대령이 아니다
아무도 내게 편지를 보내지 않는다
나는 인생을 한번 더 살았다
이제는 자꾸 뒤를 돌아본다
아무도 없다
나는 대령에게 편지를 보낼까도 싶다
대령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어쩌면
스무 살때도 생은 뒤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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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9-08-12 11: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목만 보고 마르케스의 작품을 읽고
쓰셨나 했더니~
헛다리 짚었네요.

로쟈 2019-08-12 12:00   좋아요 0 | URL
제목만.~
 

옥스퍼드대학 출판부의 '가장 짧은 입문서' 번역 시리즈인 '교유서가 첫단추'가 30권을 훌쩍 넘겼다, 이번 여름에 다섯 권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인권><고대 그리스><사회학><자본주의><포퓰리즘> 등이 이번에 추가된 타이틀들이다. 각 주제에 대한 입문서로서는 원서가 그렇듯이 가장 유력하다. 다섯 권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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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퓰리즘
카스 무데 외 지음, 이재만 옮김 / 교유서가 / 2019년 8월
14,800원 → 13,320원(10%할인) / 마일리지 44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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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제임스 풀처 지음, 이재만 옮김 / 교유서가 / 2019년 8월
14,500원 → 13,050원(10%할인) / 마일리지 7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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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 원서 전면개정판
스티브 브루스 지음, 강동혁 옮김 / 교유서가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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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
폴 카틀리지 지음, 이상덕 옮김 / 교유서가 / 2019년 7월
14,500원 → 13,050원(10%할인) / 마일리지 72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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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여름 최고 기온인 것 같은데(바깥이 36도, 실내가 30도였다) 하는 수 없이 가방을 챙겨들고 카페로 나왔다. 욕심을 부렸더니 묵직한데 원인은 막판에 매켄지 와크의 <21세기 지성>(문학사상사)까지 넣었기 때문. 지난달초에 나왔지만 강의들 때문에 손에 들 여유가 없었다. 그 사이에 원서까지 구해서 독서준비는 마친 상태였다.

책장을 열고 나서야 나는 이 책이 엔솔로지가아니라 단독저작이라는 걸 알았다. 부제가 ‘현시대를 대표하는 사상가 21인‘이라고 해서 당연히 21명의 글모음일 줄 알았다. 실제로는 미국 뉴스쿨의 문화연구학과 교수인 저자가 21명의 동시대 사상가들(그들을 ‘일반지성‘이라고 부른다)을 다룬 책이다. 나는 지식인과 석학 15인이 참여한 <거대한 후퇴>(살림) 같은 책으로 어림짐작했던 것.

아무려나 현재의 파국적 상황(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의 궁극적 파국)을 어떻게 분석하고 극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지적/이론적 탐색의 조감도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이론서 번역이 대개 그렇지만 번역은 아쉬운 대목들이 눈에 띈다. 그럼에도 가라타니 고진이나 슬라보예 지젝의 책을 읽을 수 있는 독자라면 지적인 자극과 영감을 얻을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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