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어디로 갔는가
황금빛 봄날이여,  
라고 렌스키는 썼다
청춘이여, 너는 어디로 갔는가
아직 청춘에
렌스키는 그렇게 썼다
이튿날 결투에서 죽을
운명의 렌스키
너무 이르게 세상을 떠날
렌스키
너는 어디로 갔는가
탄식의 온기만이 
렌스키에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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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9-03 19: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9-03 22: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너를 만나고도 기다린다
눈앞에 두고도 기다린다
너에게 눈이 멀어
너와 함께 너를 마중나간다
너를 보내려 너를
기다린다
너와 함께할 수 없었다
너를 기다린다 네가
지나치도록
너와 함께 기다린다
이미 지나간
너를 기다린다
56번 버스가 지나가고
59번 버스도 지나갔다
66번 버스도 지나간다
기다린다 
네가 올 때까지
와서 지나칠 때까지
너를 기다린다
너를 만날 때까지
너를 만나고도 기다린다
너에게 눈이 멀어
나는 나조차도 지나쳐버렸다
너를 보내려 나는
기다린다
이 세상 끝날 때까지
너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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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게 저은 다음 5분 동안 놓아둔다
아직은 아니다

다시 세게 저은 다음 5분 동안 놓아둔다
무엇을 젓는가는 묻지 말고
세게 휘저은 다음 딱 5분 동안
왜 5분인가는 묻지 말고
세게 거세게 휘저은 다음
아니 5분 동안 젓는 게 아니라
그냥 휘저은 다음 놓아둔다
그냥 내버려둔다고 
그게 다냐고 묻지는 말고
그리고 기다린다
무엇을 기다리는가는 묻지 말고
언제까지 기다리느냐고도 묻지 말고
세게 저은 다음 놓아둔 다음에
기다리고 기다린 다음에
퇴장한다 
뒤도 돌아보지 말고 
5분간 기다린다거나 그러지 말고
그냥 퇴장한다
아무것도 휘젓지 않고
아무것도 기다리지 않았다면
이제 완성되었다
세게 저은 다음 5분간 기다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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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9-09-03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고 다시 읽었네요.
무엇을 저었는지 묻지 말라고 했지만
혹시나 싶어서
나도
머리를, 마음을, 시간을, 그 중 뭐라도
세게 저은 다음 5분간 기다리면
시가 될 수 있을까 생각해봤네요.

로쟈 2019-09-03 14:17   좋아요 0 | URL
첫문장이 책에 나오는 비문학 예시문이에요. 시가 되기 어려운.

two0sun 2019-09-03 14:52   좋아요 0 | URL
어제 강의 듣고 저 책 주문했는데~
책 오면 잘? 읽어봐야겠네요.
 

그날 아무도 취하지 않았다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아무도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가 아니다
아무도 만취하지 않았고 시비를 걸지도 않았다

아침이었다 아침부터 취할 수는 없다
추한 일이다 비틀거린 기억은 있다

그랬지 그건 당신도 기억나는 일
당신도 발을 뺄 수 없는 일

취하지 않아도 횡설수설이 가능했다
맥주 한잔으로도 만취할 수 있었다

만취하고도 나는 말이 없었다
기쁜 표정이었지만 기쁘지 않았다
나는 스무살

비틀거리며 이태원에서 귀가했을 때
하숙집 사람들은 모두 자고 있었지

아침에야 보았다 촛불을 켜지 못한 케익
단 한번 촛불을 끄지 못한 케익

아무도 전날의 일은 묻지 않았다
하숙집 사람들은 하나둘 떠났고
나도 떠났다 

스무살을 그렇게 지나쳤다
단 한번의 스무살이 당신에게도 있었지

당신은 비틀거리며 택시에서 내려 
계단을 올라갔지 고개처럼
올라가야 숨이 찰 때쯤 하숙집이 있었지

하숙집 사람들은 모두 자고 있었지
하숙집 사람들은 모두 떠났지

영국으로 유학을 가고 또 군대에 갔지
나는 군대에 갔지

그랬지 그건 당신도 기억나는 일
이듬해 신촌에서 마지막으로 본 영화 욜
터키 영화 욜이었지 길이었지

그날도 지금도 취하지 않았다
아무렇지도 않게 횡설수설하는군

그래도 삶은 계속된다
나는 여전히 기쁜 표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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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먼 멜빌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여 얼마전에 새번역 <모비딕>(1851)도 출간되었지만 내게는 올해 멜빌 강의 일정이 없다. <필경사 바틀비>에 대해서만 한 차례 강의하는 것 말고는. 지난해 미국문학 강의에서 할 만큼 했기 때문인데, 그래도 여전히 숙제는 남아있다. <모비딕> 이전과 이후에 대해서 다루는 것. <모비딕> 앞으로는 다섯 편의 장편이 있고(<타이피>만 예전에 번역본이 나왔었다) 뒤로는 두세 편이 있다. 먼저, <모비딕> 이전.

타이피(1846)
오무(1847)
마르디(1849)
레드번(1849)
하얀 자켓(1850)

이들 가운데 첫 소설 <타이피>만 유일하게 해양모험소설로 좀 팔린 것으로 안다(당시 독자들은 실제 모험담으로 생각했다고). 그에 고무돼 연거푸 작품을 써댔지만 반응은 신통치 않았고, 알려진 대로 <모비딕>은 재앙과 같은 실패작으로 남았다. 물론 얼만큼 팔렸느냐는 기준으로. 이후 소설에 대한 열정을 지속적으로 갖기란 어려운 일이었고 멜빌은 1866년부터 세관 공무원생활을 20년간 하게 된다. <모비딕> 이후의 주요작은(<빌리버드> 같은 후기 문제작을 빼면) 두 작품이다.

피에르 혹은 모호함(1852)
사기꾼(1857)

<피에르, 혹우 모호함>(시공사)이 옃년전에 출간되었는데 같은 역자에 의해 <사기꾼, 그의 가면무도회>(지식의날개)도 이번에 나왔다. 19세기 미국문학을 다시 다룰 순번이 되면(2-3년 뒤가 되지 않을까 한다. 세계문학강의가 3-4년의 로테이션 주기를 갖고 있어서) 필히 읽어보려고 한다. 페이퍼를 예고편으로 미리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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