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문학 강의에서 토머스 핀천의 <제49호 품목의 경매>(민음사)를 읽었다. 일찌감치 국내에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대명사로 소개되었고 해럴드 블룸에 의해 ‘현대미국문학의 4대 작가‘의 1인으로 지목된 거장. 1937년생으로 어느덧 여든을 넘긴 나이가 되었다.

이번에 강의를 준비하면서 갖게 된 생각은 그를 ‘좌파 나보코프‘로 분류해도 좋겠다는 것. 코넬대학 재학시에 나보코프의 강의를 들은 것으로 알려져 있을 뿐 둘 사이에 사적인 인연은 없다. 그럼에도 가공의 픽션공간을 구축해나가는 방식은 나보코프를 떠올리게끔 한다. 차이라면 비록 마르크스주의와는 거리를 둔다 할지라도, 현실에 대해서 냉소하는 나보코프와 달리 매우 뜨겁다는 것.

핀천은 1963년 첫 장편 <V>(<브이를 찾아서>로 번역)를 발표한 이래 총 8권의 장편과 1권의 단편집을 발표했다. 이 가운데 다섯 권이 국내에는 번역되었고 두 권이 절판된 상태. 고로 강의에서 읽을 수 있는 건 세 권뿐이다. 시기적으로는 90년대와 2000년대에 발표한 작품 네 편이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중력의 무지개> 해프닝을 보건대 번역될 가능성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면서도 기다리게 된다. 에디파 마스가 제49호 품목의 경매를 기다리듯이.

핀천의 장편은 <V>와 <제49호 품목의 경매>(1966), 그리고 <중력의 무지개>(1973)까지가 첫 사이클로 보인다. 일단은 <제49호 품목> 전후의 작품이, 이왕 한번 번역됐었기에, 다시 나오길 기대하지만, 사정이 여의치 않다면 현재 읽을 수 있는 작품들로만 강의를 꾸릴 수밖에 없다(지난여름에 핀천만 제외하고, 필립 로스와 코맥 매카시, 돈 드릴로를 강의에서 읽었기에 핀천에게 빚이 있다). 단편집을 먼저 읽으면 이런 순이다.

<느리게 배우는 사람>(1984)
<제49호 품목의 경매>(1966)
<바인랜드>(1990)

그리고 아직 번역되지 않은, 그래서 기다리고 있는 후기작들.

<메이슨과 딕슨>(1997)
<어게인스트 더 데이>(2006)
<타고난 악>(2009)
<블리딩 엣지>(2013)

설사 더 나오지 않더라도 세 권의 책으로 최소 3-4주 일정은 가능하다. 올해의 강의계획 가운데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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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에 쥐고 주머니 뒤져
핸드폰을 찾는다
시집도 같이 들고 있어
모른 척
아무일 없다는 듯
시집을 받침대로 삼아
핸드폰으로 시를 쓴다
손에 쥐고 주머니 뒤져
시를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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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왕가위와 레르몬토프

역시나 14년 전에 올려놓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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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1-14 06: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1-14 2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로쟈 > 로망스 대 포르노

14년 전에 올린 글이다. <로쟈의 인문학 서재>(2009)에 수록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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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의 문외한이 '악성 베토벤'에 대해 내가 강의에서 다룰 일은 거의 없다. 그럼에도 언급은 하게 되는데, 가령 톨스토이의 <크로이체르 소나타>(<크로이처 소나타>)가 베토벤의 곡을 소재로 한 작품이어서, 쿤데라의 <불멸>에서 괴테와 베토벤의 에피소드가 나오기에 언급하는 식이다. 하지만 올해는 사정이 좀 달라졌는데, 베토벤의 생애를 소재로한 로맹 롤랑의 대작 <장 크리스토프>(1912)를 봄학기에 읽을 예정이어서다. 
















알려진 대로 로맹 롤랑의 여러 권의 예술가 평전을 쓰고 있는데(<톨스토이>도 그 중 하나다) 가장 널리 알려진 책이 <베토벤의 생애>다. 그리고 <장 크리스토프>는 현재 두 종의 번역본이 살아있는데, 



강의에서는 편의상 동서문화사판으로 읽을 예정이다(강의 공지는 내달에 하게 될 것 같다). 다른 선택지로는 범우사판이 있다. 



베토벤과 장 크리스토프에 대해서 미리 떠올리게 된 건 때마침 눈에 띄는 베토벤 평전이 출간되어서다. 마르틴 게크의 <베토벤>(북캠퍼스). '문화평전 심포지엄'의 세번째 책이다(앞선 <하이데거>와 <니체>가 1,2권이었다).



"독일 음악학의 대가 마르틴 게크는 이 책에서 ‘베토벤’이라는 이름으로 회자되는 열두 개의 주제를 36명의 역사적 인물과 함께 집중 조명한다. 당대인들을 비롯해 그의 후대인들이 받아들인 인간 베토벤과 작품을 통해 시대정신과 베토벤 음악이라는 우주를 가늠하고 있다. 해박한 지식과 사유를 바탕으로 한 우아하고 섬세한 글쓰기가 매력적인 이 책은 베토벤 음악에 대한 폭넓은 분석인 동시에 그의 음악을 듣는 이들을 위한 하나의 매뉴얼이다."
















찾아보니 저자 게크의 책은 로로로 평전 시리즈이 <바흐>(한길사)를 포함해서 몇 권이 책이 나와 있었다. 
















생각해보니, 베토벤 평전은 얀 카이에르스의 두툼한 <베토벤>(길)이 재작년에 나왔었다. 마르틴 게크의 책과 경합이 될 만하다. 베토벤 평전이 새해 벽두부터 나온 건 올해가 탄생 250주년이어서라고 한다. 나로선 <장 크리스토프> 강의로 기념에 가름할 수 있겠다...


20. 01.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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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트50 2020-01-13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 크리스토프> 동서문화사판으로
가지고 있어요. 몇 년 전에 구입해서
토요일의 독서메뉴였죠, 또 그 여성버전
이라는 <매혹된 영혼>의 재출간을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즘 틈틈이 베토벤 현악4중주 전집시디
를 듣고 있어요. 나름 추억이 있고
제대로 알고자 오래전 독일에서 녹음한
버전으로요... 쌤은 책으로, 저는 음악으로
위대한 예술가의 영혼과 만나는거군요~~

로쟈 2020-01-12 22:49   좋아요 0 | URL
그 정도면 매니아신데요.~

로쟈 2020-01-13 22:01   좋아요 0 | URL
로맹 롤랑 자신이 ‘현대세계의 베토벤‘을 그리고자 했다고 했어요. 평전을 썼으니까 그걸 반복할 필요는 없었겠지요.

로제트50 2020-01-14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음, 그렇군요! 탄생 250 주년을 맞이하여
다시 그 인생을 읽어내는 과제가 나왔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