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데거의 주저 가운데 <숲길>(나남)이 '제2판'이라고 다시 나왔다. 신상희 박사의 번역본인데, 역자가 유명을 달리한 지 10년이 되었기에 개정판이 나올 리는 없어서 무엇이 '2판'인 것인지 살펴봤다. 분량이 줄었는데, 초판에 들어있던 '옮긴이 해제' 대신에 '제7판 편집자 후기'(원저의 후기로 보인다)가 들어갔다. 이것만으로는 책을 다시 구입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책에는 여섯 편이 글이 수록돼 있는데, 사실 나로선 각각이 따로 출판되어도 좋겠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예술작품의 근원>과 <세계상의 시대>는 다른 번역본으로 별도 출간된 적이 있었다(나는 <예술작품의 근원>은 예전사판으로 읽었다). 통권으로 돼 있어서 가격과 분량이 모두 부담스러운 면이 있고, 강의에서도 이용하기 어렵다. 


 


그건 또다른 대표작으로 <이정표>에도 해당한다. <이정표>1권이 신상희 박사의 번역인데(현재 절판), 여기에 수록된 <형이상학이란 무엇인가>도 따로 출간된 적이 있다(이기상, 최동희 교수의 번역본). 그리고 <이정표>2권에도 <휴머니즘 서간> 같은 글은 별도로 출간되면 좋겠다. 그렇게 개별적으로 읽어도 좋은 문제적인 글들이 '숲길'과 '이정표'에 숨어 있으니 독자로선 오히려 알아보기 어렵다(길을 찾기 어렵다!).
















<숲길>이 다시 나와서 오랜만에 하이데거에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근대비판이란 주제와 관련하여 다시 읽을 수 있겠다 싶다. 신상희 박사는 하이데거의 5대 주저로 <존재와 시간>과 함께 <철학에의 기여>, <이정표>, <강연과 논문>, 그리고 <숲길>을 꼽았는데, 이 가운데 세 권(<이정표>, <강연과 논문>, <숲길>이 그의 손을 거쳤다. 하이데거 번역에서 손에 꼽을 만한 업적이다(이기상, 박찬국, 이선일 등이 주요 번역자다).




























그밖에도 신 박사의 번역으론 <동일성과 차이>를 비롯해 다수가 있다. 특히 <언어로의 도상에서>나 <횔덜린 시의 해명> 등이 눈에 띄는데, 현재는 대다수가 절판된 상태다.  
















역자 자신의 하이데거 연구서는 두 권인데, <시간과 존재의 빛>(한길사)은 기억에 학위논문에 바탕을 둔 책으로 현재는 절판된 상태다(소장도서이긴 한데, 나 역시 찾기 어렵다). <하이데거와 신> 그리고 한국하이데거학회 편의 <하이데거와 근대성>(철학과현실사)는 관심이 되살아난 김에 어제 주문했다. 올해의 독서 과제가 하나 더 추가되었다...


20. 01.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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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자나 2020-03-16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번역서 중 [회상]은 [횔덜린 시의 해명]에 포함된 ˝회상˝과 같은 원 텍스트를 번역한 걸까요 ...

로쟈 2020-03-16 23:32   좋아요 1 | URL
책들이 서고에 있는지 안 보여서 저도 확인이 안됩니다.^^;

캎카 2024-08-07 0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전출처 : 로쟈 > 쿤데라와 소설의 지혜

13년 전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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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길다.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작가정신). 작가가 생전에 쓴 모든 서문과 발문 모음집. 그냥 <박완서의 모든 책>으로 읽으면 되겠다. 인상적인 건 모든 책의 표지도 같이 모아놓은 것. 우표첩으로도 읽게끔 꾸며졌다. 박완서 선생이 매우 좋아하셨을 법한 책이다.

덕분에 알게 된 사실인데 1970년 <나목>으로 등단하고(잡지 ‘여성동아‘의 장편공모 당선작) 낸 첫번째 책이 소설집 <부끄러움을 가르칩니다>(일지사)였고 김윤식 선생의 주선에 따른 것이다. 서문에서 감사를 표하고 있다. ˝그렇던 게 이렇게 빠르게 내 작품들을 한 권의 책으로 묶게 된 것은 평소 일면식도 없었던 김윤식 교수의 주선과 격려에 힘입은 바가 컸다.˝

십여 년 전에 한 연말시상식장에 참석하신 두분을 나란히 뵌 적이 있는데 그게 나로선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따님(호원숙)에 따르면 이 책의 착상도 <김윤식 서문집>에서 얻은 것이라고 하니 두 사람의 ‘일면식도 없었던‘ 인연이 사후에까지 이어지고 있는 셈. <박완서의 모든 책>의 자리도 그렇다면 <김윤식 서문집>(개정판도 나왔다) 옆이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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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나는 내가 무겁다": 김현승의 시

김현승의 시에 대해 14년 전에 쓴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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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책들‘ 카테고리로 적는 페이퍼다. 서양 근대문학을 강의하면서 자연스레 근대혁명(영국, 프랑스, 러시아에서의 혁명)도 자주 입에 올리게 되고 관련서도 꽤 많이 갖고 있다. 그 가운데는 국내서도 포함돼 있는데 충분하다고는 할 수 없어도 희소하지는 않다. 그렇지만 근대혁명사 삼부작을 한 저자가 써낸 경우는 김민제 교수가 유일하다. 바로 ‘서양 근대혁명사 삼부작‘의 저자다. 그리고 이 책들이 현재는 모두 절판된 것으로 보인다.

영국과 프랑스, 러시아혁명을 다룬 삼부작의 제목은 각각 <영국혁명의 꿈과 현실><프랑스혁명의 이상과 현실><러시아혁명의 환상과 현실>이다. 약간씩 다르지만 각 혁명에 대한 긍정적 해석과 부정적 해석을 나란히 제시하고 있다는 게 삼부작의 특징이자 장점이다. 책의 초판은 1998년에 나왔는데 세 혁명에 관해 1997년까지 나온 논저들의 주장을 정리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의 의의를 찾을 수 있다. 물론 그로부터 20여년이 더 지났으니 지금 시점에서는 증보되어야 할 부분이 있을 터이다(그 작업이 가능할지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혁명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부정적 평가의 기본 근거에 대해서는 대중할 수 있다.

저자의 전공도 그렇고 또 희소성에 있어서도 그렇고 삼부작 가운데 가장 요긴한 책은 <영국혁명의 꿈과 현실>이다. 소위 ‘영국혁명‘(이 용어 자체가 문제적이어서 수정주의 학자들은 ‘영국 내전‘이란 용어를 쓴다고 한다)에 대한 책 자체가 드물기 때문이다. 올해도 영국문학 강의가 줄줄이 잡혀 있는 상황이라, 나로선 영국사와 영국인, 그리고 영국혁명에 관한 책들을 들여다볼 수밖에 없다. 책장에서 눈에 띄기에 다행스러워하며 페이퍼까지 적어둔다. ‘삼부작‘의 개정판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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