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급진 페미니스트 모티크 위티그의 책이 최초로 나왔다. <모니크 위티그의 스트레이트 마인드>(행성B). 단순화하자면 페미니즘과 급진 페미니즘의 차이는 보부아르(1908-1986)와 위티그(1935-2003)의 차이다.

˝위티그는 시몬 드 보부아르의 ‘여성은 만들어지는 것이다‘는 명제에 이의를 제기함으로써 보부아르 당사자뿐 아니라 당대 페미니스트들을 동요시켰다. 위티그는 선험적으로 주어진, 생물학적으로 타고난, 신의 섭리에 따른 구분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그것이 그의 대표적인 선언적 명제인 ‘누구도 여성으로 태어나지 않는다‘ ‘레즈비언은 여성이 아니다‘의 배경이다.˝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는 이론가가 주디스 버틀러(1956-)다. 급진 페미니즘, 혹은 레즈비언 페미니즘의 강력한 이론가로 <젠더 트러블>(1990)의 저자. 국내에도 다수의 저작이 소개돼 있고 관련서도 많이 나와있지만 아무래도 핵심저작은 <젠더 트러블>이다. 위티그와 관계가 궁금해서 찾아보니(<젠더 트러블>을 책장에서 찾기까지 20여분 걸렸다. 원서는 아직 찾지 못했다) 아니나 다를까 가장 많은 참조 저자다. 오래전에 읽다 말았던 <젠더 트러블>을 다시 손에 들어볼 생각을 하게 된다(널리 알려진 일인데 버틀러는 ‘리딩 트러블‘을 불러일으키는 저자의 한명이다).

흔히 프랑스 페미니스트의 대표 이론가로 보부아르 이후에 엘렌 식수, 뤼스 이리가레, 줄리아 크리스테바를 꼽는데, 이들로부터 주디스 버틀러로 직접 이어지는 선은 그려지지 않는다. 모니크 위티그가 빠져서 그렇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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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20-03-15 18: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로쟈님도 이미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젠더 트러블>은 원서로 읽는 게 낫습니다. 여성학을 공부하고, 버틀러를 오랫동안 전공한 분도 <젠더 트러블> 번역이 좋지 않다고 말할 정도면 버틀러는 ‘가깝고도 먼 학자’인 것 같아요. ^^;;

로쟈 2020-03-15 19:41   좋아요 0 | URL
네 여러책의 상태가 좋지 않아서 괜찮은 번역본이 있는지 궁금하네요.^^;
 
 전출처 : 로쟈 > 16세기 직인, 지식사회에 도전하다

10년 전에 쓴 리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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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로쟈 > "성적 관계 같은 그런 것은 없다"

15년 전에 지젝 외, <성관계는 없다>(도서출판b)에 대해 쓴 글이다. 라캉의 성이론을 다룬 책은 이후에 여러 권이 출간되었고, 브루스 핑크의 <라캉의 주체>도 10년 전에 번역본이 나왔다. <성관계는 없다>와 마찬가지로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같은 주제의책으로 <성화>(인간사랑)를 같이 참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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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의 발견‘에 해당하는 책은(페이퍼는 하루 늦춰서 쓴다) 카데르 코눅의 <이스트 웨스트 미메시스>(문학동네)다. 저자에 대해선 자세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지만(검색해보지 않았다) 터키계 독일 학자로 보인다. 책의 부제가 ‘터키로 간 아우어바흐‘다.

˝카데르 코눅은 터키와 미국에서 비교문학을 연구해온 학자로, 독일 국적의 유대인 망명객과 20세기 초반에 추진된 터키의 현대화, 그리고 인문주의 개혁의 연관관계를 깊이 있게 탐구했다. 그는 이 책에서 아우어바흐 스스로 “터키에 자료를 풍부하게 갖춘 학술도서관이 없었다”고 말했던 것에 의문을 표하면서, 그것이 정말 사실이었는지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한다.˝

아우어바흐의 특별하면서 특이한 저작 <미메시스>(1946)에 대한 이해를 위해서도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참고자료가 없어서 쓸 수 있었다는 전설이 회자되는 책인데 ˝그것이 정말 사실이었는지˝ 따져본다고 하니까 탐정소설적 흥미까지도 갖게 한다.

<미메시스>는 한국 문학에서도 서구 인문학(문학비평) 수용과 관련해서 상당한 의미를 갖는 저작이다(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다음으로). 이번 기회에 서양문학에서 미메시스(리얼리즘) 문제에 대해 나대로 정리해봐야겠다. 시작은 <미메시스>를 정독하는 것이다(예전에 번역되지 않았던 작품들이 뒤늦게 나온 경우들도 있어서 독서가 가능해진 게 얼마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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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때문에 무시했다가 저자 프로필을 보고 자세를 바로잡았다. 모토무라 료지의 <천하무적 세계사>(사람과나무사이). 원제도 그럴리는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데 세계사책들이 워낙에 많이 쏟아지기에 ‘수‘를 부린 게 아닌가 싶다(일본의 학원강사가 썼다는 베스트셀러 류들).

저자는 일본 도쿄대 명예교수로 일본에서는 고대 로마사 권위자다. 국내에는 앞서 <처음 읽는 로마사>(교유서가)와 <로마인의 사랑과 성>(이지북)이 소개된 바 있다(<로마인의 사랑과 성>은 절판되어서 중고로 주문했다). <처음 읽는 로마사>는 <로마의 일인자> 시리즈의 입문서로 번역된 책.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교양의 두 축으로 ‘고전‘과 ‘세계사‘를 들고 있는데 전적으로 동의한다. 사실 내가 하는 일이 세계문학의 고전들을 세계문학사적 시각에서 읽고 강의하는 것이니 동의하지 않을 수 없다.

하여 매우 요긴한 책으로 널리 읽힐 만한데 제목이 좀 우스꽝스럽다. ‘천하무적‘이 들어간 제목의 책까지 읽게 될 줄은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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