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과 번역가' 카테고리에 딱 들어맞는 책이 출간됐다. 전문번역가 이희재씨의 '번역강의' <번역의 탄생>(교양인, 2009). 번역 현장에서의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말 존중하는 주체적 번역론'을 편다. 책은 아직 들여다보지 못했지만, 저자 자신의 책소개가 올라왔기에 옮겨놓는다. 더불어 그가 번역한 <번역사 오디세이>(끌레마, 2008)의 한 대목에 대해 예전에 쓴 글도 일부 옮겨놓는다(<번역사 오디세이>는 <번역사 산책>이란 제목으로 먼저 출간됐었다).

서울신문(09. 02. 13) [내 책을 말한다] 우리 말 존중하는 주체적 번역론

원문을 존중하는 직역이 ‘낮은 포복’이고 자연스러운 한국어를 중시하는 의역이 ‘고공 비행’이라면, 나는 원문의 결을 드러내면서도 깔끔한 한국어를 지향하는 ‘저공 비행’을 하고 싶었다. 시간은 많이 들었지만 원문에 가까운 표현을 찾느라 궁리하다 보니 한국어의 구석구석을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었다.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 얇은 영어 원서 한 권 제대로 뗀 적이 없었고 습작조차 한 적이 없었지만 번역을 하면서 나는 한국어에 눈떴다. 작가가 되어 한국어만을 놓고 씨름했더라면 한국어의 개성이 잘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영어, 일본어, 독일어 같은 외국어와 한국어를 넘나들다 보니 한국어의 남다른 점에 눈떴다. 처음에는 막연했던 ‘한국어답다.’는 개념이 차츰 구체적으로 머리에 들어 왔다. 그리고 한국어가 이미 영어와 일본어에 깊이 물들었음을 깨달았다. 나의 생각은 그때부터 바뀌었다. 이미 외국어에 많이 물든 한국어에 외국어 문체의 흔적을 남기려고 애쓰는 것은 부질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원문에서 멀어지는 고공 비행의 길로 날아 올랐다. 이 책은 잃어버린 한국어의 창공을 향해 한없이 날아 오르고 싶었던 내 마음의 비행일지다.  

물든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아니, 바람직하다. 그러나 중심마저 녹아 없어져서는 곤란하다. 한국의 번역 풍토는 지나칠 정도로 원문을 숭상한다. 균형을 잡기 위해서라도 한국어를 존중하는 번역 문화도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20년 동안 번역을 하면서 깨우친 내 나름의 방법론을 책으로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단순히 번역론이 아니라 문화 비판서로서 읽혔으면 하는 주제넘은 바람도 있다. 하도 바깥 글을 섬기고 바깥 사람에게 조아리다 보니 한국은 이제 바깥 사람이 아니었더라면 오늘의 한국은 없었을 거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활개를 치기에 이르렀다. 한국의 고질병은 좌든 우든 밖에서 들여온 이론에 자기 현실을 두드려 맞추는 사람이 더 권위자로 인정받고 득세한다는 것이다.  

선진국은 그렇지 않다.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은 물론이고 이제는 중국도 일본도 자기 눈으로 자기 현실을 본다. 바깥을 참조는 해도 결국 자기 현실로 돌아온다. 어떤 면에서는 그들은 모두 주사파다. 북한의 닫힌 주사파와 다른 것은 바깥과 소통하고 바깥 돌아가는 사정을 아는 열린 주사파라는 것이다. 자기 현실이 아니라 바깥 현실에서 나온 이론을 최종 심급으로 섬기는 사람들이 엘리트로 군림하는 나라는 독립국이 아니다. 한국이 독립국으로 되일어서는 데 먼지 한 톨이라도 기여하고픈 마음으로 ‘번역의 탄생’(교양인 펴냄)을 썼다.  

하지만 역시 이 책은 번역론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싫었던 사람은 자기만 아는 노하우인 양 별 것도 아닌 업무 지식을 안 가르쳐주면서 야단만 치는 상사였다. 나중에 그런 상사가 되지 말자고 다짐했는데 몸이 아파 직장을 일찍 그만두는 바람에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책은 상상의 후배에게 드리는 나의 한국어 업무일지다.(이희재 번역문학가)   

09. 02. 13. 

P.S. 아래 인용문은<오늘의 문예비평>(2008년 가을호)에 실린 '"화(禍)를 보지 마오!”- 번역계의 풍토와 번역가의 윤리'란 글의 일부로 프랑스 번역사의 한 에피소드를 정리한 것이다. 목차를 보니 <번역의 탄생>에서도 첫장은 '들이밀까, 길들일까 - 직역과 의역의 딜레마'를 다루고 있는데, '부정한 미녀인가 정숙한 추녀인가'는 번역사의 유구한 고민거리다('주체적 번역론'은 굳이 가르자면 '부정한 미녀'를 더 강조하는 포지션일 듯하다). 역자인 이희재씨는 어떤 의도에서인지 '부정한 미녀'를 '부실한 미녀'라고 옮겼는데, 어쩌면 독특한 한국어 감각에 기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번역의 탄생>에서 한번 찾아봐야겠다. 아래 스틸사진은 루이스 브뉘엘 감독의 영화 <세브린느>(1967)에서 소위 '부정한 미녀'를 연기한 카트린느 드뇌브. 지난 연말에 특별전이 열리기도 했다.    

쓰지 유미의 <번역사 산책>(궁리, 2001)에 따르면, 번역의 이 ‘행실’에 대한 논쟁은 프랑스의 경우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아름답지만 원문에 충실하지 않은 번역’을 가리키는 말로 프랑스어 표현 ‘벨 앵피델(Belles Infidéles)’이 그때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 표현을 역자는 ‘부실한 미녀’라고 옮겼는데, 사실 ‘벨 앵피델’의 충실한 번역어라고는 하기 어렵다. 우리말에서 ‘부실한’은 주로 몸이 허약한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말이 당시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 번역으로 유명했던 번역가 페로 다블랑쿠르에 대해서 대학자 메나쥐가 그의 번역이 “내가 투르에서 깊이 사랑한 여자를 연상시킨다. 아름답지만 부실한 여인이었다.”라고 평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하기에 더욱 그렇다. 앵피델(Infidéle)은 ‘신앙이 없는’이란 뜻도 갖지만, 문맥상 여기서는 배우자에게 충실하지 못한, 그래서 신뢰할 수 없는 부정(不貞)한 여자를 가리킨다. 따라서 ‘벨 앵피델’은 ‘부정한 미녀’ 정도로 번역될 수 있다.    

<미녀냐 추녀냐>란 제목으로 국내에 번역된 일본의 전문통역가 요네하라 마리의 책도 그 원제가 ‘부정한 미녀인가 정숙한 추녀인가’라고 하므로 ‘벨 앵피델’의 번역어로서 ‘부실한 미녀’는 그 자체로 ‘벨 앵피델’의 예가 된다. 흥미로운 것은 “사실 17세기의 프랑스는 부정한 미녀가 영화를 누리던 시대”였다는 점이다. “이 시대에 이루어진 번역의 대다수는 독자에게 잘 읽히는 것을 철칙으로 삼았기 때문에 삭제도 예사로 알았고, 마음 내키는 대로 덧붙이는 것도 예사로 알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지금은 거의 잊혀졌지만 부정한 미녀에게 심취한 이런 번역가들의 대다수는 당시의 유명한 문인들이었다. 실제로 17세기 중반까지 번역은 여전히 창작과 다를 바 없는 지위를 누렸고, 문학의 한 장르로서 인정받고 있었다. 번역만으로 이름을 날리는 것이 여전히 가능하던 시절이었다.”   

프랑스 번역사에서 17세기는 ‘벨 앵피델’이 영화를 누리던 시대였지만 동시에 몰락을 맞은 시대이기도 하다. 이 시기 번역활동을 자세하게 분석한 “쥐베르에 따르면 16세기중반부터 프랑스 문학의 한 기둥을 떠맡아온 번역이 문학의 세계에서 그 지위를 잃어버리는 것은 1650년대 말부터라고 한다. 그 무렵 번역의 권위는 갑자기 떨어진다. (...) 쥐베르는 부정한 미녀가 대두한 시대를 번역이 독창적 작업으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시대로 넘어가기 직전에 잠깐 눈부시게 피어오른 찬란한 시대로 규정한다. 쥐베르의 생각으로는 부정한 미녀의 어원을 제공한 페로 다블랑쿠르가 뛰어난 작가적 재능을 번역에만 쏟아 부은 마지막 인물이었다.” 이후에는 “부실한 미녀에 경도되었던 17, 18세기에 대한 반동으로 19세기 초반에는 추세가 원문과 번역문의 단어를 일 대 일로 대응시키는 축어역으로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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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비의 알림
    from seoulrain's me2DAY 2009-02-14 11:58 
    번역, 번역사 관련하여 읽어볼 만한 책들
 
 
비로그인 2009-02-13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기사를 보니 이희재 씨는 부정한 미녀를 품으시는 것으로 파악되는군요... 러시아 작가/번역가 중에서 생각해보면, 나보코프의 정숙한 추녀, 파스테르나크의 부정한 미녀, 이 중에서 이희재 씨는 부정한 미녀, 파스테르나크 쪽이겠네요. 흠... 양쪽 다 나름대로 경우에 따라 쓸모가 있겠어요... 이랬다 저랬다 하지만 않으면요... ^^

로쟈 2009-02-13 23:05   좋아요 0 | URL
오늘 신촌의 큰서점에 들렀는데도 책이 없더군요. 웬만한 서점들에 가도 요즘은 허탕치는 일이 잦습니다.--;

비로그인 2009-02-13 23:57   좋아요 0 | URL
찾으시는 책이 워낙 잘 팔려서 그런가요? 아니면 유통에 문제가 있는 건가요?

로쟈 2009-02-13 23:59   좋아요 0 | URL
<번역의 탄생>을 찾았는데, 아예 들어오지도 않던데요.--;
 

아침에 전철에서 읽은 칼럼은 중의 하나는 '아고라포비아'. 마침 엊그제인가 아고라를 주제로 한 지그문트 바우만의 글 '최전선의 민주주의'를 읽은 터여서 같이 묶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자세히 다룰 수 있는 형편은 아니니(언제부턴가 서재에 글쓰기가 '차포 떼고 장기두기'처럼 돼버렸다. 시간이 부족하고 책이 옆에 없다. 일에 쪼들리는 탓이고 책은 여기저기 분산돼 있는 탓이다. 거기에 체력도 부실하니 기껏해야 '빅장'이나 부르는 것이 현재로선 나의 최선이다. 이러다 판이 끝날까 염려스럽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메모' 수준의 정리다. 먼저 칼럼을 옮겨놓는다.    

경향신문(09. 02 .12) [여적]아고라포비아

소크라테스는 산파술(産婆術)이란 독특한 문답법으로 폴리스 사람들과 토론을 벌여 진리 터득을 도왔다. 그 장소가 아고라라고 불리는 광장이었다. 아테네 아고라의 경우 가로 700m, 세로 550m로 꽤 너른 공간이었다. 고대 그리스인들은 이곳에서 민회, 재판, 사교, 상업 등 사회활동을 했다. 소크라테스의 재판이 열린 곳도 아고라였다. 아고라는 여론형성과 의사소통의 중심이었다. 이 때문에 오늘날에는 공적인 의사소통이나 직접민주주의가 이루어지는 공간, 나아가 소통 자체를 상징하는 말로 사용된다.   

아고라포비아(광장공포증)는 낯선 거리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광장 등 공공장소에 혼자 있게 되면 심한 공포감에 휩싸여 어쩔 줄 모르게 되는 증상이다. ‘포비아’에는 고소공포증, 폐쇄공포증, 비행공포증 등 여러가지가 있으나 광장공포증이 대표적이다. 다양한 이유로 다중이 모인 상황에 노출되기를 두려워한다. 가령 지각을 자주 하는 신입 회사원이 모두 일에 열중한 사무실에 들어서 자리에 엉덩이를 붙일 때 느끼는 감정도 그런 것이다. 이게 심해지면 병으로 발전할 수도 있다.

인터넷 토론방 ‘아고라’가 포털 다음의 초기화면에서 사라질 예정이라고 한다. 이 소식에 고대 그리스의 아고라와 아고라포비아가 떠오른 건 공연한 연상작용 탓이 아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아고라는 지난해 광우병 촛불 정국에서 문자 그대로 인터넷 소통을 위한 광장 노릇을 톡톡히 했다. 족벌신문들에 대한 광고불매 운동에 공간을 제공했다. 이런 것들이 정권의 눈에 곱게 보일 리 없다. 게다가 현재 사이버모욕죄 입법 추진이 강행되고 있다. 미네르바 사건의 파장은 계속되고 있다. 이쯤되면 촛불 이후 경찰 조사로 이미 기가 꺾인 아고라가 ‘후퇴’를 결정한 저간의 사정을 헤아리기 어렵지 않다.

이 정권이 기존 법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정보통신망법상 사이버모욕죄 신설에 매달리는 모습에는 아고라포비아의 증세가 역력하다. 그렇다면 이 증세를 치료할 방법은 없을까. 답은 부정적이다. 언론 장악을 획책하는 정권에 제대로 된 아고라, 소통의 공간 조성을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치료는 환자가 자신의 병세를 인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부터 일이 꼬였으니 아고라포비아의 치료는 애시당초 무망한 것이다.(김철웅 논설위원) 

09. 02. 12.  

P.S. 바우만의 글은 <세계화 이후의 민주주의>(평사리, 2005)에 수록돼 있다. 책은 세계화 이후의 전망에 관한 저명한 사회학자/정치학자들의 글모음인데, 독어본을 옮긴 것이고 바우만의 글 또한 독어로 씌어진 것이어서 아쉽게도 원문과 대조해보진 못한다(따로 영어로도 발표했을 듯싶지만 출처를 알 길이 없다). 말미에 실린 귄터 그라스와 피에르 부르디외의 대담을 두어 달 전에 읽은 바로는 썩 좋은 번역은 아닌데 말이다('콜레주 드 프랑스'의 사회학 교수였던 부르디외를 '프랑스 단과대학 사회학과 교수'라고 소개한 대목은 역자의 상식을 의심하게 한다).    

 

참고로, 그라스와 부르디외의 대담 '자본주의를 길들이자!'는 1999년 12얼 5일에 독일 브레멘 라디오방송국에서 제작되어 방송되었다. 대담의 독어판 요약은 독일 주간지 '디 자이트'에 실렸으며 영어판은 '더 네이션'(2000. 07. 03)지에 '아래로부터의 문학(A Literature From Below)'이란 제목으로, 그리고 '뉴레프트 리뷰'(2002년 3-4월호)지에는 '진보적인 복고(The 'Progressive' Restoration)'란 제목으로 수록되었다. 두 판본이 서로 약간 다르며 국역본은 뉴레프트 리뷰 판본과 일치한다(영어, 불어, 독어본은 http://www.homme-moderne.org/societe/socio/bourdieu/entrevue/grass.html 에서 읽어볼 수 있다).   

그럼 바우만의 글로 넘어가서, 그가 말하는 아고라란 무엇인가? 우선 바우만은 아리스토텔레스의 두 개념, 오이코스(oikos)와 에클레시아(ecclesia)를 소개한다. 각각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의 윤리학>과 <정치학>에 나오는 말인데, 전자는 "온화하지만 때로는 드센 사적인 영역"이고 후자는 "우리들이 공유하는 삶의 형식, 즉 우리가 개인적으로 아주 드물게 찾아가지만 우리의 모든 삶과 관계된 공공의 사안들이 규제되는 먼 곳에 놓인 영역"이다(번역이 좀 감질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단순하게 말하며 오이코스는 사적인 영역이고, 에클레시아는 공적인 영역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놓인 세번째 영역이 바로 아고라다. "아고라는 완전히 사적인 것도 아니고 완적인 공적인 것도 아닌 공간이며, 동시에 일정한 정도로 양자의 일부를 포괄하고 있는 영역이다."(41쪽)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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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철거민 참사 사건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경찰 무죄, 철거민 유죄’라는 결과를 내놓았다. 기대할 것 없는 수사였고, 예상되었던 결론이다.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것은 소위 '억압적 국가장치'로서의 경찰/검찰 권력이란 한갓 권력과 지배계급의 시녀에 불과하다는 것. "범죄수사를 통한 형벌권 행사 및 법원의 판단에 의하여 구체화된 형벌권의 내용실현을 지휘, 감독하는 국가권력작용"이란 사전적 정의만 놓고 보더라도 검찰(권)과 사회정의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 해서, 권력의 충복으로서 검찰은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주권을 도둑맞은 국민이 못났을 뿐이다). 그것이 희생자 유족들이 주저앉아 있는 자리이고, 우리가 서 있는 자리이다(MB집단에게 국민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 곧 '니그로'다!). 바로 계급이 나뉘는 자리이다...    

‘용산 참사’ 수사 결과를 발표하는 9일 오전 희생자 유족들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열린 기자회견장에 들어가려다 경찰에 저지되자 영정을 들고 청사 현관 앞에 주저앉아 있다.

경향신문(09. 02. 10) [책읽는 경향]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

무언가를 말하지 않는 것이 말하는 것보다 어쩌면 더 강력한 통제수단이었음을 역사 속에서 우리는 배웠다. 인디언의 역사를 삭제한 채 구성된 아메리칸 드림, 승리자였던 조조 대신 유비를 중심으로 구성한 소설 삼국지 속에서도 배제의 정치적 혐의는 읽을 수 있다.  

최근 ‘용산 참사’를 보면서 충격적이었던 것은 우리 사회의 반응이었다. 사건 초기 각종 언론은 조금이라도 돈을 더 받아내려는 떼쟁이 이익집단의 과격한 이해관계 관철 수단(점거농성과 화염병)의 지긋지긋함에 초점을 뒀다. 시위를 한 절박한 이유나 배경, 이들의 삶의 조건과 철거 이후 어떻게 추락할지에 대한 인도적 관심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벨 훅스·모티브북)는 미국 사회가 엄존하는 계급간의 문제점을 왜 이야기하지 않는지를 다룬다. 저자는 “단순한 삶을 추구하고 탐욕·부·질시의 위험성을 공유하며 가난한 사람을 동정하도록 배웠던 미국”이 쾌락적 소비주의의 만능 속에 빈자와 약자를 얼마나 당당하게, 그리고 죄책감 없이 무시하게 됐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어렸을 때 늘 듣던 말이 있다. ‘부잣집 애들은 공부를 못하고 가난한 집 애들이 공부를 잘한다’는 것. 계급이 고착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순환되고 있음이 반영된 이야기였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부자는 영원히 부자이며 가난은 영원히 대물림되는 ‘신 계급사회’에 와 있다. 문제는 점점 이런 부분에 대해 말하지 않게 됐으며 죄책감조차 없어져 간다는 점이다. 약자에 대한 무감각을 한국사회가 어떻게 키우고 있는지 알려는 이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자신을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우리 사회야말로 다시 계급에 대해 돌아봐야 하지 않을까.(권미혁|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09. 02. 09. 

 

P.S. <계급에 대해 말하지 않기>에 이어서 지난해 말에 출간된 벨 훅스의 또다른 책은 <경계 넘기를 가르치기>(모티브북, 2008)이다. "인종.성.계급의 ‘경계 넘기’를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는 것은 벨 훅스에게 가장 중요한 목표이다. 따라서 이 책에는 벨 훅스가 그러한 목표를 실행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결실 등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너네 공부 안 하면 철거민 된다'라고 주입하는 사회에서 우리가 과연 그 경계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F4 판타지에 몰입하는 사회에서 나는 기대를 꺾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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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울비의 느낌
    from seoulrain's me2DAY 2009-02-11 10:28 
    벨 훅스 읽기 : F4를 무리 없이 소화하는 사회가 우울하다.
 
 
Arch 2009-02-09 23:55   좋아요 0 | URL
기사의 한부분이 정정되어야하지 않을까요, 중산층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든다는 부분. 논의의 여지는 많겠지만, 다들 자신의 위치는 중산층보다 아래라고 생각하면서 자식의 교육이나 신분상승의 기회를 활용하는 것에 있어서만큼은 적극적이잖아요. 혹은 자신이 세워놓은 중산층의 위치가 너무 높아 그 정도면 되는데도 아니라고 생각한다거나.
경계짓기를 유머 코드로 사용하는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개콘이고, 부자의 억울함을 이해해달라고 호소하는 드라마를 보며 대리만족이나 눈이 즐거워지는 체험을 한다니 할말없죠.

로쟈 2009-02-10 11:10   좋아요 0 | URL
저는 그것이 인간이 본성인지, 혹은 프랑크푸르트학파에서 말하듯이 자본주의하의 '이차적 본성'인지 헷갈립니다. 어느 쪽이냐에 따라 처방도 달라질 듯싶은데요...

yoonakim 2009-02-10 12:20   좋아요 0 | URL
너네 공부안하면 철거민 된다.....밥 먹고 누우면 소된다...가 더 낫네요. 정말 끔찍한 가운데 살고 있단 생각이 듭니다. 감성구조의 변화와 그것이 고착화되는 속도는 놀라울 따름입니다. 막막함과 황당함 무력감을 기본으로 가지고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별로 없어요.

로쟈 2009-02-10 13:05   좋아요 0 | URL
인문학(혹은 책)이 뭘 바꿀 수 있는 건지, 아니면 약간 지체시킬 수 있을 뿐인지, 그런 고민까지 하게 됩니다...--;

yoonakim 2009-02-10 12:22   좋아요 0 | URL
참, 이리 멘젤 영화는 비디오로 여러개 가지고 있는데 혹시 필요하시면 말씀하세요. 전주영화제 세미나용으로 받았던 테잎이거든요.^^

로쟈 2009-02-10 13:04   좋아요 0 | URL
오호, 그럼 나중에 신세를 좀 질게요.^^

게슴츠레 2009-02-10 13:35   좋아요 0 | URL
"F4 판타지에 몰입하는 사회에서 나는 기대를 꺾게 된다..." 완전 공감입니다. 나름의 '도덕'을 준수하려고 노력하는 공중파에서 <꽃남>이 방영되는 것도 신기하다만, 그걸 일체의 무리없이 완벽하게 즐기는 데 성공하는 이들의 존재는 정말이지 놀랍다고밖에 말 못하겠습니다. 단순히 '도'를 넘어섰다는 보수적 개탄을 넘어서 본격적인 미디어 비평들이 쏟아져 나오면 어떨까 싶습니다.

로쟈 2009-02-12 22:34   좋아요 0 | URL
그게 딜레마입니다. 미디어비평을 위해서 '꽃남' 시청자가 되고 싶진 않거든요...

2009-02-11 11: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12 22: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릴케 현상 2009-02-12 10:51   좋아요 0 | URL
F4가 뭐죠??

로쟈 2009-02-12 22:33   좋아요 0 | URL
흠, 산책님도 '따'시겠는데요...

릴케 현상 2009-02-13 12:08   좋아요 0 | URL
앗 농담이었다고 해도 될까요!
 

용산 철거민 참사가 용역들의 폭력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인데, 보다 구체적으로 이 용역들이 조폭과 연루돼 있다는 기사가 있기에 옮겨놓는다(http://www.sisain.co.kr/news/articleView.html?idxno=3755). 경찰이 이 용역들과 철거민 공동진압에 나섰다면, 말 그대로 '조폭과 손잡은 경찰'이 되겠다. 물론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더라도 이런 모르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 '공권력의 아리까리한 토대'를 이렇듯 다 드러내놓아도 되는 것인지 의심스럽다(그래도 공권력은 여전히 공권력인지?). 하긴 MB부터가 '대통령'이란 직위를 무슨 사조직의 보스인 양 알고있는 바에야(그걸 자랑스레 'CEO'라고 부른다. 조폭 두목도 요즘은 CEO다) 진작에 더 기대할 것도 없긴 했지만...   

용산 참사 사고 당일인 지난 1월20일 남일당 건물 3층에서 철거민과 대치하고 있는 호○건설 용역 직원들.

시사IN(09. 02. 07) “용산 철거 용역 목포 조폭과 관련”

그들은 왜 망루에 올랐나. 죽으려고? 아니다. 경찰에게 화염병 던지고 새총을 쏘려고? 그것도 아니다. 돈을 더 받으려고? 틀린 말은 아니지만 정답으로는 부족하다. 망루에 오른 이유를 철거민들은 용역의 폭력에 맞서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지난 1월20일 용산 참사 현장에서 만난 한 철거민은 “용역이 무서워 망루에 올라갔다. 그냥 있으면 일방적으로 맞으니 살려고 망루로 도망간 것이다”라고 말했다. 다른 철거민은 “용역들에게 한번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공포와 분노를 짐작할 수 없다. 용역 깡패들에게 맞설 힘이 모자라니 요새를 만들고 화염병을 들었다”라고 말했다.

용산 참사에서 희생된 고 윤용현씨(48)는 용역이 무서워 망루에 올라갔다가 용역이 무서워 망루에서 내려오지 못했다. 지난 1월21일 순천향병원에서 만난 윤씨의 한 친구는 “망루 쌓는 일을 도와주고만 오겠다고 했다. 그런데 아래에 용역이 진을 치고 있어 끝내 내려오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윤씨의 아들 윤현구씨(20)는 아버지가 울먹이며 하던 말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용역이 쳐들어왔는데 네 또래 애한테 얼굴을 얻어맞았어….”

철거 용역회사에서 일하는 한 호남 출신 조직폭력배는 “철거민들이 망루를 만들어 올라가면 철거 작업이 복잡해진다. 망루에서 철거민들이 올라가려는 우리를 상대로 두더지 잡기 게임을 하듯 버티면 작업이 장기화한다”라고 말했다. 철거 회사의 다른 동료는 “망루를 정복하는 것은 원래 용역의 몫인데 이번에는 손에 피 안 묻히는 경찰이 직접 나섰다. 매우 특이한 경우다”라고 말했다. 재개발이 진행되는 지역은 폭력의 치외법권지대다. 철거가 추진 중인 용산 거리는 비열한 폭력이 일상화되어 있었다.  


재개발 현장에서 용역들은 공권력의 비호를 받는다. 위는 지난해 6월 경기 수원의 재개발 현장.

주먹이 법인 재개발 현장

지난 여름부터 철거를 거부한 세입자가 운영하는 식당에는 매일 아침 오물과 음식 쓰레기가 수북이 쌓였다. 벽에는 섬뜩한 낙서가 가득했다. 빈집에는 밤마다 불이 났다. 용역들의 소행이었다. 철거민이 떠나고 찾아오는 손님이 줄어들수록 폭력의 수위는 높아만 갔다. 어렵게 식당 문을 열면 험악한 용역들이 들이닥쳐 손님과 시비를 벌였다. 편의점에서 손님이 술을 마시면 술 먹는다고 때리고, 쳐다보면 쳐다본다고 때렸다. 갈비뼈가 부러지고 머리가 터지는 일이 용산에서는 다반사였다.   

철거 회사 용역들은 노인·어린아이 가리지 않고 욕을 해댔다. 팬티만 입고 거리를 활보하며 사람들을 위협하기도 했다. 손에는 쇠몽둥이와 목검을 들고 있었다. 이곳 주민 박선영씨(여)는 “동네 어른이 맞고 있는 걸 보고 나서기라도 하면 용역들이 입에 담지 못할 욕을 하고 주민들에게 주먹질을 했다. 몸무게가 100kg 정도 나가는 용역이 뺨을 때려서 나도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라고 말했다.

용산 참사에서 숨진 이상림씨(72)의 며느리 정연신씨의 증언이다. “2008년 7월1일 아버님이 현수막을 달려고 사다리에 올라갔는데 용역 깡패들이 사다리를 흔들고 급소를 잡아서 땅에 내동댕이쳤다. 아버님은 바닥에 쓰러져 맞고 옷도 다 찢겼다. 신고했지만 경찰이 오지 않아 도망가야 했다. 고소장을 냈더니 용역 깡패도 다음 날 맞고소를 했다. 그런데 아버님은 전치 3주가 나오고 그 용역은 4주가 나왔다. 70대 노인이 30대 깡패들에게 밟히고 맞았는데 아버님한테 사전 구속영장이 떨어져 수배자가 됐다. 형사들이 잡으러 왔다.”

하지만 무법천지, 어디에도 경찰은 없었다. 용산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한 세입자는 “신고를 해도 이 동네에는 경찰이 잘 오지 않았다. 와서도 용역이 합법이라는 말만 되풀이했다”라고 말했다. 구청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세입자들은 거의 매일 용역에게 폭행당했다. 지켜보는 구청 직원과 경찰은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았다.

용역 폭력과 관련해 철거 회사 호○건설의 관계자는 “편파적인 사건과 사진만 가지고 철거민들이 일방적으로 피해자라 주장한다. 우리가 당한 자료도 많다”라고 말했다. 용산 4구역 철거 용역을 맡은 회사는 호○건설과 현○건설산업. 사고가 난 남일당 건물과 그 주변을 관리하는 회사는 호○건설이다. 하지만 경찰 물대포를 쏜 용역 직원이 현○ 직원임을 보더라도 두 회사가 공조 철거에 나섰다는 철거민들의 증언은 신빙성이 높다.

철거업체는 재개발 조합이나 시공사에서 선정하는데, 두 업체는 삼성물산·포스코·대림 등 시공사를 통해 철거업체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현○건설의 고위 관계자는 “2008년 4·5월께 삼성물산·포스코 등 대기업 시공사가 주관한 입찰에서 최저가를 써내 수주를 따냈다. 계약은 조합과 하고 2008년 7월1일부터 호○과 구역을 나눠서 이주 관리를 했다”라고 말했다. 호○건설의 한 고위 관계자도 “주관사인 삼성을 통해 공정하게 입찰해서 일을 시작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용산 지역 재개발 주관 시공사인 삼성물산은 이를 부인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조합에서 우리도 일을 따냈다. 시공사는 공사만 할 뿐 철거업체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라고 말했다.

호○건설은 2006년 2월 본격적으로 철거업에 뛰어들었다. 철거업을 하던 입△산업과 참△△건설 출신 직원들이 주축을 이뤘다. 공동 대표이사 ㅇ아무개씨·ㅁ아무개씨도 모두 입△산업과 참△△를 거쳤다. 설립 첫해인 2006년 호○ 건설은 46억8200만원, 2007년에는 75억62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삼성물산이 재개발 사업을 하는 서울 종암동·석관동·길음동·마포·아현동, 그리고 사고가 난 용산의 철거를 맡은 회사가 호○건설이다.

한 철거회사의 고위 관계자는 “조합에서 특별히 철거업체를 지정하지 않으면 삼성 일은 호○이 거의 도맡아 한다. 업계에는 삼성 임원이 호○의 뒤를 봐준다는 소문이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호○의 고위 관계자는 “3년 정도밖에 안 된 회사지만 이쪽에 일을 오래 한 분이 많아서 삼성 일을 많이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호○건설이 전남 목포의 폭력조직 ㅅ파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은 건설업계와 조직폭력배 사이에서 파다한 소문이다. 철거회사를 운영하는 한 조직폭력배는 “입△·호○의 ㅁ과 ㅇ은 (조폭)생활하는 ㅅ파 식구들이다. 철거라는 것이 전형적인 건달 사업인데, 입△·호○은 조폭 바닥에서 가장 성공한 조직이 하는 회사다”라고 말했다. 광주 출신 한 조직폭력배는 “호○은 어찌 보면 돈과 주먹이 결합한 국내 최대 조직이다. 거의 모든 조직이 와해되고 이름만 남았는데, ㅅ파는 철거로 떼돈을 벌어서 실질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조직원이 가장 많다”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폭력조직의 한 두목은 “ㅅ파는 철거해서 돈을 많이 번 애들이다. 이번 사고로 괜찮으냐 했더니 문제없다더라”고 말했다.  

복도가 시커멓게 탔다. 호○건설 용역들은 “추워서 불을 피웠다”라고 말했다.

ㅅ파는 목포 3대 조폭 중 하나
호○과 조폭 관련설에 대해서는 일부 시공사에서도 파악한 것으로 보인다. 한 시공사 간부는 “철거회사 직원들은 하는 일이 본래 터프할 수밖에 없다. 노인정에서 데려다 쓸 수 없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목포의 ㅅ카페를 근거지로 만들어진 ㅅ파는 서산동·오거리파와 함께 전남 목포 3대 조직폭력 단체다. 전남경찰청의 한 조폭 담당 경찰관은 “ㅅ파는 검찰과 경찰이 관리할 정도로 이름난 범죄 단체로 재범을 염려해 경찰이 특별 관리하는 조직폭력배만도 33명에 이른다. 1996년 조직원이 살해당하자 오거리파 조직원을 잔인하게 보복 살해한 이후 ㅅ파 조직원은 유흥업소와 건설회사에 진출해 사업가로 변신한 것처럼 생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경찰의 조직폭력배 관리 대상에 따르면 목포 지역 ㅅ파의 두목은 ㄱ아무개씨. 그 밑에 부두목과 행동대장 3명이 받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의 관리가 서울까지 미치는 것은 아니다. 광주의 한 베테랑 조폭 담당 형사는 “서울로 간 조폭 중 경찰의 관리가 미치지 않는 조폭이 훨씬 많다. 용역회사에서 ㅅ파 애들을 쓰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한 조직폭력배의 증언에 따르면 상경한 목포 ㅅ파의 실질적 두목은 ㅈ아무개씨와 ㅅ아무개씨. 철거회사를 하는 한 조직폭력배는 “ㅈ 아래 ㅁ아무개·ㅇ아무개 또 다른 ㅇ아무개 등 수십명이 ㅅ파 식구로 호○건설에서 일한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ㅅ파 관련에 대해 묻자, 호○건설의 한 고위 관계자는 “마음대로 생각해라. 직업이 철거여서 몇 년 전에도 ㅅ파로 수사받았지만 명확하게 해명됐다”라고 말했다. 

광주 출신의 한 조폭은 “3년 전 ㅅ파를 광역수사대 쪽에서 범죄 단체로 엮으려 했는데 ㅈ의 로비로 살아남았다. ㅈ은 인맥이 좋고, 한 번에 2000~3000명을 모을 수 있을 정도로 돈과 능력이 있다”라고 말했다. 전남 지역의 한 조직폭력배는 “ㅅ파가 경찰 관리 대상에서 이름을 뺄 정도의 능력은 된다”라고 말했다. 호남의 한 조폭을 통해 ㅅ파 조직원이라는 사람에게 전화를 걸어 “용산 사고가 커서 복잡하겠다”라고 물었다. ㅅ파의 한 행동대원이라는 그는 신경 쓰지 않는다는 투다. “경찰 즈그들이 알아서 허겄지요. 그 정도는 됩니다”라고 그는 말했다.(주진우기자) 

09. 02. 08.  

P.S. 무리한 철거시한을 담은 철거공사 계약서에 관한 기사는 http://www.pressian.com/article/article.asp?article_num=60090208174637 참조. 한편 드물게 철거촌을 다룬 영화로 김수현 감독의 데뷔작 <귀여워>(2004)가 있었다. 소재로만 다루고 삼천포로 빠진 영화인데, 아직도 한국사회의 현실을 제대로 다룬 영화가 드물다는 점은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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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주미힌 2009-02-08 18:28   좋아요 0 | URL
공권력과 조폭, 잘 어울리네요..

로쟈 2009-02-08 22:21   좋아요 0 | URL
사실이 그렇더라도 너무 노골적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2-08 21:57   좋아요 0 | URL
특정 지역을 명시하여 제목으로 뽑은 것이 염려되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인터넷의 이 기사 댓글에 전라도 놈들은 죽어야 된다는 글들이 엄청나게 올라오더군요.

로쟈 2009-02-08 22:20   좋아요 0 | URL
경찰 수뇌부는 경상도에서 맡고, 용역 하청은 전라도를 주는 시스템인가 봅니다...

노이에자이트 2009-02-09 22:30   좋아요 0 | URL
각 지역마다 이런 일이 있으면 해당지역 조폭들에게 일을 맡기는 게 관행인 것 같아요.특정 지역에만 국한된 일은 아닙니다.각 지역 조폭들에게는 꽤 수지 많은 장사라고 하니까요.이게 1~2년 된 일도 아니구요.
 

폴란드 출신의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유동하는 공포>(산책자, 2009)가 출간된 김에, 바우만 읽기 리스트를 만들어둔다(가끔 우리시대의 현자라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 몇 권 소개돼 있지만, 아직 그가 (포스트)모더니티 비판에서 갖는 지명도에는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 '유동성' 시리즈 외에도 <모더니티와 홀로코스트>, <바우만과의 대화>, 최신작인 <윤리가 소비사회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 등이 더 소개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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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이] 2009-02-08 00:48   좋아요 0 | URL
제가 알기로 중남미 쪽에서는 바우만의 글을 읽고 운동권이 된 청년들이 무척이나 많다고 그러드라고요.

로쟈 2009-02-08 10:49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 스페인어본도 눈에 띄는 게 까닭이 있군요...

게슴츠레 2009-02-08 11:04   좋아요 0 | URL
<윤리가 소비사회에서 기회를 잡을 수 있을까?>는 제목만 봐도 확 와닿는군요. 대학가에서 운동을 해야겠는데 뭔가 색다른 게 필요하겠다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들을 많이 만나게 됩니다(저를 포함해서요). 아예 문제의식을 못 느끼는 축은 "이런 세상이 '옳으냐'"는 도덕주의적 변론으로 가고, 느끼는 축은 재밌고 신나고 명랑한 문화적 저항같은 것들에 매력을 느끼더군요. 전자의 메세지에 매력을 느끼는 이는 지극히 소수고, 후자는 전자와 차별화를 강조하면서 무언가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느끼는 때에 자본의 추상적 보편성을 사유의 마지노선으로 삼는 고진이나 바디우나 지젝이나 바우만야말로 진정으로 동시성을 가진 저자들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바우만의 경우, <쓰레기가 되는 삶들>을 보니 딱히 독자적인 개념이나 체계를 만들지 않고서 다양한 사례를 통해 알기 쉽게 비판의 지점들을 집어주더군요.

로쟈 2009-02-08 22:22   좋아요 0 | URL
<유동하는 공포>도 어려운 책이 아니면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주네요. 국내에선 생각만큼 안 읽히는 것 같아서 아쉽습니다...

2009-02-09 10: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2-09 22:19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