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나라들

이번주 한겨레21에 실은 출판면 기사를 옮겨놓는다. 인도의 작가 겸 저널리스트 판카즈 미시라의 기행 르포 <거꾸로 가는 사람들>(난장이, 2009)를 다루고 있다. 개인적으론 리뷰를 쓰면서 꽤 애를 먹었는데, 일단 인도와 그 주변국의 실상에 대해서 그간에 잘 알지 못했고 둘째로 인도의 현실과 저자 자신에 대한 이중적 성찰이어서 어느 한 면만을 리뷰 대상으로 하기가 어려웠다(사족을 따로 적은 이유이다). 국역본의 제목 '거꾸로 가는 나라들'과 '번역된 세계를 여행하는 한 경계인의 표류기'란 부제에 대해서는 출판사의 책소개에 자세히 나와 있기에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주에 개봉하는 영화 <슬럼독 밀리어네어>를 서두로 삼을 수도 있었지만 역시나 영화를 보지 못해서 그렇게 할 수 없었다. 아무려나 책은 아마티아 센의 <살아있는 인도>(청림출판, 2008)와 함께 인도의 현재에 대한 가장 요긴한 읽을 거리가 아닌가 한다. 다만, 천천히 음미하면서, 저자의 여정을 같은 보폭으로 따라가면서 읽는 게 좋을 듯싶다...    

 

한겨레21(09. 03. 23) 뭄바이 테러가 품은 비극 

영국 동인도회사에 고용된 인도인 세포이(용병)들이 가혹한 착취와 종교적 분란을 조장하는 통치정책에 맞서 1857년에 일으킨 반란이 '세포이항쟁'이다. 많은 영국 여성이 세포이들에게 성폭행당하고 영국군 장교의 아내가 산 채로 끓는 기름에 넣어졌다는 소문이 나돌았고 영국군은 더욱 잔혹한 보복살육을 자행했다. 붙잡힌 세포이들을 대포에 묶어 인간탄환으로 처형하는 식이었다.   

인도 북부의 소도시 알라하바드에서도 반란은 일어났지만 소수여서 재빨리 진압되었다. 하지만 영국군 진압지휘관은 불과 며칠 사이에 6,000여 명의 인도인을 교수형과 총살, 고문을 통해 추가로 살해했다. 이어서 몇 달 뒤에는 ‘더러운 인도 깜둥이들’로부터 빼앗은 마을에 영국인들만을 위한 거주지 ‘시빌라인스(Civil Lines)’를 건설했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성당, 대학의 탑과 돔 지붕, 고딕 양식의 공공도서관들이 들어섰고 ‘앵글로 인디언’ 사회가 만들어졌다. 객지의 영국인들은 클럽과 폴로 경기장, 넓은 베란다와 잔디밭을 갖춘 커다란 방갈로에서 50-60명의 하인들까지 거느리며 호사스런 레저생활을 즐겼다.   

영국이 통치했던 인도 전역의 소도시에는 어디나 시빌라인스가 형성돼 있었다. 그리고 그런 특권적 생활방식은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 이후에도 식민지 시대의 관료제와 함께 변함없이 유지되었다. 차이라면 방갈로가 지금은 주지사의 집무실이 되었다는 점. 소작농과 노동자가 대부분인 8억의 일반 대중과 전문직 종사자와 관료, 교사, 사업가 같은 2억의 중산층으로 구성된 인도에서 1970년대 중반부터 증가해온 전문 정치인은 새로운 사회 상위계층을 이루었다. 대부분은 특별한 훈련을 받았거나 능력을 소지한 사람들이 아니었고 범법자도 상당수였다.  

이들의 관심은 대부분 나랏돈을 챙기고 전리품을 나눠 갖는 일이다. 식민통치 이후 무엇을 위해 권력을 사용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과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남들보다 높은 곳에서 세상의 부를 맛보고, 뉴욕으로 공짜 외유를 떠나고 무료로 기차를 타고 기사가 딸린 자동차를 몰고 다니는 것, 민원을 위해 문밖에서 기다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정도가 이들이 추구하는 권력의 내용이다. 그런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선거 때마다 수행원과 AK-47 자동소총으로 무장한 경호원들을 대동하고 유세에 나가서, 두 마을을 잇는 다리를 놓고 물이 필요한 마을에는 펌프식 우물을 파주겠다는 공약을 내건다.   

자동소총이 등장하는 것만 빼면 어디서 많이 본 듯한 광경인데, 이것이 <거꾸로 가는 나라들>(난장이 펴냄)에서 인도의 저널리스트이자 소설가 판카즈 미시라가 기행 르포의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는 인도식 정치 현실이고 민주주의다. 이 성찰적 기행문에서 저자는 더운 가슴으로 인도와 그 주변국들의 현실을 냉철하게 들여다본다. 그가 ‘인도식 파시즘’이라고 이름붙인 RSS(민족봉사단)의 활동과 위세도 자신의 조국에 대한 복잡한 심경을 불러일으킨다.  

RSS는 카스트와 종파를 막론하고 모든 힌두교인이 단결하여 힌두국가(힌두스탄)을 설립하겠다는 목표로 세워진 단체이다. 물론 이 경우 이슬람과 기독교는 힌두문화를 수용해야만 하며 그렇지 않을 경우 배제의 대상이 된다. 사실 1948년 간디를 암살한 청년도 RSS의 행동대원이었다. 놀라운 것은 이 조직이 인도에서 여전히 막강한 정치세력이라는 점이다. 저자는 이런 양상을 ‘근대화된 힌두주의’라고 부른다. RSS는 인도 정부의 최고위 관리들을 배출했을 뿐더러 회원들이 거대정당, 교육시설, 노동조합, 문학협회 및 종교단체까지도 장악하고 있다. 이들은 RSS가 전파하려는 메시지가 인류의 평등과 근대화이며 하층카스트와 부족민의 문화수준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힌두인을 제외한 ‘외래 인종’에 대한 태도는 1930년대 유럽 파시스트와 닮은꼴이다. “고유의 생활태도를 버리고 힌두 인종에 통합되거나, 그게 아니라면 힌두국가에 완전히 종속되어 아무것도 주장하지 않고 어떤 특권도 누리지 않으며 특별대우, 심지어 시민권조차 없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 RSS의 주장이다.  

물론 이러한 태도는 인도의 1억3,000만 이슬람교도들과의 반목을 불가피하게 만들며, 2001년 9.11 사태 이후 힌두 민족주의자들이 이슬람 근본주의와의 전쟁에 나선 서구의 동맹자를 자처하면서 사정은 더 악화되었다. 지난해 말 9.11 이후의 최대 테러사건이 인도 뭄바이에서 일어난 일이 결코 우연일 수 없겠다.  

서구식 근대화의 결과와 흔적을 더듬어가는 여정에서 저자가 인도와 파키스탄, 카슈미르, 아프가니스탄, 네팔을 거쳐 이르는 곳은 티베트다. 1950년 중국의 침탈에 의해 강제적인 근대화에 직면한 티베트는 근대화가 양산해내는 모든 문제의 축소판이다. 저자의 요약에 따르면, “중국이라는 번쩍이는 신세계를 받아들인다는 건 탈공산주의 중국인들처럼 철저하게 물질적이고 세속적인 사람이 된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여전히 소중한 것들, 즉 종교와 문화의 정체성을 상실한다는 뜻이기도 했다.”  

어떤 선택이 가능할까? 저자가 만난 티베트 망명정부의 지도자 삼동 린포체는 증오와 폭력으로 불의에 대응하는 건 쉽지만 적에게 스스로의 잘못을 납득시키기란 훨씬 더 어려운 일이며 비폭력은 나약한 자의 선택이 아니라 부단한 노력과 절제를 요하는 어려운 길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정치적 자유를 얻었는데 삶을 가치 있게 만들어주는 문화를 잃어버린다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라고 덧붙였다. 이 마지막 여정지에서의 교훈은 저자의 잠정적 결론으로도 읽힌다.   

사족 한마디. 자신이 사는 세계를 재발견하기 위한 긴 여행으로 저자 판카즈 미시라를 이끈 것은 도서관에서 읽은 플로베르의 소설 <감정교육>과 그에 대한 에드먼드 윌슨의 평론이었다. 윌슨은 <감정교육>에 대해 “인생에서 뭔가를 볼 시간이 있었던 사람만이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평했다. 저자는 더 나이가 들어서야 플로베르의 소설이 보여주는, 좌절된 희망과 이상이 빚어내는 사소한 비극들의 세계가 우리 주변에도 넘쳐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내가 사는 세계의 이야기야. 나는 그런 사람들을 잘 알아.” <거꾸로 가는 나라들>은 그 앎이 동기가 된 실천의 기록이다. 

09. 03.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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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03-17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감정교육이 우리나라 1990년대에 많이 나왔던 후일담 소설 같다고 생각했습니다.1848년의 열정을 추억으로만 간직한, 일찍 늙어 버린 젊은이들의 넋두리.

로쟈 2009-03-19 00:51   좋아요 0 | URL
저는 오래전에 읽다 말았는데 이번에 다시 구입했어요...
 
딜레탕티슴에 대하여
사회과학 르네상스는 오는가

주간한국의 '당신은 딜레탕트입니까'란 커버기사에서 독서문학 꼭지를 옮겨놓는다. 인문교양서 독자층의 관심을 엿보게 한다('로쟈'와 '비평고원' 같은 이름도 거명되고 있다). 리처드 세넷이 말하는 '새로운 자본주의 문화'의 양상을 딜레탕트적 독서와 연관하여 다뤄보려고 했으나 그럴 만한 여유가 없어서 일단은 기사만 스크랩해놓는다. 참고할 만한 내용은 먼댓글로 걸어둔다.    

주간한국(09. 03. 11) [딜레탕트] 독서·문학, 지적 즐거움에 중독되다

사람들은 책이 지성과 지식, 인문학적 교양의 척도라는 생각들을 한다. 모르는 고전이나 문학작품, 작가의 이름을 들을 때면 괜히 내가 무식한가, 라는 생각에 고개를 떨구게 된다. 문화라는 단어조차 생경했던 배고프던 시절, 우리들은 취미란에 대부분 '독서'라고 쓴 기억이 있을 것이다. 독서는 예나 지금이나 가장 가깝게 접하고 몰입할 수 있는 지적활동이자 문화활동이며 그 자체가 우리네 삶이기도 하다.   

책을 읽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힌다?
책은 모두에게 가장 친숙한 대상이다. 독서는 음악이나 미술, 공연을 즐기는 것보다 비용도 적게 든다. 그러나 시간때우기 용으로 읽는 사람, 또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특정 분야의 책을 어쩔 수 없이 읽어야 하는 사람과 책을 찾고 골라서 많은 시간을 투자해 읽는 사람과는 분명 다르다.

실용서가 아닌 인문학ㆍ문학 분야의 진정한 독서 애호가들은 얼마나 될까? 철학자 탁석산 씨는 한 공개 강연회에서 "국내 인문학 서적(판매)의 마지노선은 5000권"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름을 들었음직한 고전이나 인문 서적도 5000권을 판매하기 어렵다는 말이다. 또한 경제학자 우석훈 씨는 '사회과학 르네상스는 오는가?'란 칼럼에서 "(사회과학 도서가) 5000권을 넘기면, '50명의 글쟁이' 안에 들어간다. 1만 권을 넘기는 것은 신의 영역이다"라고 말했다. 5000권. 무리일 수도 있겠으나 대략 이 숫자를 독서 분야의 진정한 딜레탕트 수로 추산해 볼 수 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수십만 개의 독서 카페가 우후죽순으로 생겼다가 폐지되지만, 책읽기가 생활이 된 사람은 불과 5000명이라는 말과 통할 수 있다. 대한민국 국민1만 명 중 한 명이다.

인문학이나 문학을 즐기는 딜레탕트들은 저자나 출판사 이름만 듣고도 책의 성향과 스타일을 파악한다. 대형서점에서 발표하는 베스트셀러 목록에 휘둘리지 않는다. 심지어 좋아하는 서평 기자와 칼럼니스트도 따로 있을 정도로 깐깐하다. "인문·사회과학 도서는 후마니타스나 휴머니스트에서 나온 책을 주로 보게 되요. 고종석 씨나 강준만 교수처럼 좋아하는 필자가 쓴 책은 먼저 읽게 되지요. 서평은 H 신문 문학전문기자가 쓴 기사를 좋아합니다." 회사원 한기은 씨의 말이다. 그는 하루 한 시간 이상 책을 읽고 매주 일요일 오후 2시부터 저녁까지 독서 토론을 한다. 한 씨는 "한 달에 10만 원 이상 책을 사는 데 쓴다"고 말했다.

이들은 개인 블로그나 인터넷 사이트에 서평을 올리거나, 사회 담론을 만드는 주류 세력으로도 등장한다. '문학기행'이나 '문학 콘서트', '작가와 대화' 등 문학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독자들도 이들이다. 그들이 말하는 독서의 매력은 무엇보다 '지적 즐거움'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의 카페 '비평고원'에서 활동하는 인터넷 서평꾼 '폭주기관차'의 본업은 약사다. 광주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그는 일주일에 한두 편씩 책을 읽고 서평을 남긴다. 그렇게 활동한 지가 벌써 9년째다. "책을 읽을수록 생각이 복잡해져요. 현상을 보는 여러 관점이 있을 수 있다고 깨닫거든요. 독서는 남의 말을 듣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래서인지 사고의 유연성이 생기는 것 같아요."

한 중견기업 간부인 이석기(55) 씨는 일주일에 3권 이상 책을 읽는다. 그는 "정치, 경제, 문화 등 다양한 지식이 입담의 원천이 된다"고 말한다. 중년의 나이에도 20~30대 젊은 사원들과 대화할 때 주춤한 적이 없다. 직원들은 최신 문학작품부터 미국발 경제위기 분석까지 '노장의 혜안'을 듣기 위해 점심시간이면 그를 찾는다. "필독서는 3권을 구입합니다. 한 권은 사무실 책상에, 한 권은 안방에, 한 권은 화장실에 두고 읽습니다. 손에 잡히는 곳에 책을 두고 언제든 읽을 수 있게 말이죠. 이렇게 하면 웬만한 책은 일주일이면 다 읽을 수 있습니다." 



고수들이 말하는 독서 요령
무엇을 어떻게 읽어야 하나. 우선 책을 고르는 방법이 중요하다. '독서입문'은 전문가에게 한두 권 추천을 받는 데서 시작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있는 책 추천을 참조하거나, 대형서점의 북마스터에게 추천을 받는 것이 가장 일반적이다. 인터뷰한 독서애호가들은 신문과 인터넷 서평을 가장 많이 참조한다고 말했다. 대학로에 위치한 서점 '이음아트'에 배치된 인문 예술관련 서적은 입문자들에게 큰 도움이 된다. 문화예술관련 종사자들이 참조하는 도서 트렌드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 독서가들의 입소문을 타고 명소가 됐다.

전문 잡지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다. 격주로 발행되는 출판 전문잡지 '기획회의'와 '출판저널'은 국내 도서 시장 전반에 관한 정보가 있다. 문학은 문예지를 중심으로 담론이 형성된다. '창작과 비평', '문학과 사회' 등 문예지의 기획 또는 특집 면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국내 문학 트렌드를 알 수 있다. 이렇게 추천을 받아 한 권을 읽은 후 책에 실린 인용구의 원전이나 책 뒷면에 실린 참고 도서 중 다시 한두 권을 골라 찾아 읽는다. 나뭇가지를 따라 나무의 줄기와 뿌리를 더듬어 올라가듯 최신의 텍스트에서 고전을 거슬러 올라가 읽는 방법이다. 분야 별로 4~5권만 읽으면 주요 고전을 혼자 읽는 단계에 이른다.

책을 읽을 때 궁금한 점을 메모해 두거나 중요한 부분에 밑줄을 긋는 등 꼼꼼히 읽는 것도 인문ㆍ문학 애호가들의 공통점이다. 인터넷 서평꾼 '폭주기관차'는 "인문서는 2~3 번 읽는데, 처음 읽을 때는 줄거리를 따로 정리해 컴퓨터 파일로 저장해 둔다. 두 번째는 이 메모를 참고해 빨리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가장 확실한 방법은 정기적으로 서평 모임을 갖고 토론하는 방법이다. 의견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논리성을 키우고 생각을 정리하게 된다. 9년째 독서토론모임을 하고 있는 회사원 한기은 씨는 "혼자 읽기 힘든 고전도 토론 주제로 선정되면 읽을 동력이 생긴다"고 말했다.(이윤주 기자)

대표적인 독서 카페는?

독서 모임은 인터넷 동호회를 중심으로 활발하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 다음의 카페 '비평고원(http://cafe.daum.net/9876)'은 회원 수가 8000명에 달하는 최대 비평 카페다. 이 카페의 운영자 '소조'는 소장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불멸 회원(6개월 이상, 한 달에 3회 이상 서평에 참여한 회원)'인 '로쟈'는 가장 영향력 있는 인터넷 서평꾼이 됐다.

네이버 문학 블로그 '우원호와 문학산책(http://blog.naver.com/w_wonho/)'은 국내외 문학에 관한 주요 정보가 집결된다. 하루 평균 2000명이 다녀가는 이 블로그는 국내외 문학 신간 소개는 물론 문학상 수상 소식, 작품분석, 문인 동정 등 문학관련 정보가 업데이트 된다.

시인들의 약력과 주요 작품을 감상하려면 웹진 '시인광장(http://www.seeinkwangjang.com/)'을 찾아가면 된다. 국내외 시 흐름을 짚어주는 특집 기사는 물론 시인들이 추천하는 시집과 인터뷰 기사를 볼 수 있다.

이외에도 출판사 문학동네가 운영하는 카페(http://cafe.naver.com/mhdn/)와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운영하는 블로그(http://blog.yes24.com/default.aspx)에는 매일 작가들의 장편소설이 업데이트 된다. 현재 문학동네 카페에는 공선옥 작가의 '내가 가장 예뻤을 때'가, 예스 24 블로그에는 백영옥 작가의 '다이어트의 여왕'과 박민규 작가의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드'가 연재 중이다. 작품을 읽고 댓글을 달면 출판사 주최 술자리에 초대되거나, 작가들의 답장을 듣는 행운도 얻을 수 있다.
 

09. 03.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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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이에자이트 2009-03-16 14:14   좋아요 0 | URL
<역사비평>도 문학론의 최근동향에 대해서 쟁점들을 소개하는데,저는 아무래도 창비나 문사보다 역비가 더 구미에 맞더라구요.

로쟈 2009-03-17 00:14   좋아요 0 | URL
네, 그건 말씀 안 아셔도 짐작 가능합니다.^^
 

리처드 세넷의 <뉴캐피털리즘>(위즈덤하우스, 2009)을 어제 조금 읽었다. 분량은 얇은 편이지만, 이래저래 종횡으로 연결되거나 연상시켜주는 책들이 많아서 '브레인 스토밍'에 유용한 책이다. 물론 '표류하는 개인과 소멸하는 열정'이란 부제로 압축된 그의 사회학적 문제의식은 음미를 요한다. 개인적으로는 세넷의 문제의식을 '막스 베버와 지그문트 바우만 사이'라는 표현으로 정리하고 싶다. '사회자본주의적 관료제'에서 '유동적 근대성'까지가 그의 성찰 범위로 여겨진다. 그렇게 같이 읽을 책들을 모아놓는다...  


12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뉴캐피털리즘- 표류하는 개인과 소멸하는 열정
리차드 세넷 지음, 유병선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3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2009년 03월 15일에 저장
절판
The Culture of the New Capitalism (Paperback)
리차드 세넷 지음 / Yale Univ Pr / 2007년 1월
37,250원 → 30,540원(18%할인) / 마일리지 1,53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9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9년 03월 15일에 저장

불평등 사회의 인간 존중
리차드 세넷 지음, 유강은 옮김 / 문예출판사 / 2004년 5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09년 03월 15일에 저장
구판절판
Respect in a World of Inequality (Paperback, Reprint)
Richard Sennett / W W Norton & Co Inc / 2004년 1월
43,700원 → 35,830원(18%할인) / 마일리지 1,8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9년 07월 05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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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슴츠레 2009-03-15 15:25   좋아요 0 | URL
"만약 당신이 카니발을 원한다면, 오늘날 자본주의가 바로 카니발입니다"라는 지젝의 언급에 가장 생각났던 책 중의 하나가 세넷의 <신자유주의와 인간성의 파괴>였습니다. '일신우일신'이라는 속담이 참으로 잔인하게 들리는 때가 아닌가 싶네요.

로쟈 2009-03-15 15:47   좋아요 0 | URL
맞습니다. 현대의 삶이 '유동적이지만 자유롭지는 못한 삶'이라는 게 세넷의 핵심적인 주장이죠...

paix3 2009-03-15 23:45   좋아요 0 | URL
막, 뉴캐피털리즘을 보관함에 넣던 참인데 로쟈님의 관련 글이 있었네요. 참고도서 잘 보고갑니다^^

로쟈 2009-03-17 00:15   좋아요 0 | URL
통했네요.^^
 
건강불평등과 사회적 건강
건강불평등과 건강형평성

지난주에 서평도서로 내가 고려했던 책은 그 전주에 나온 <권력의 병리학>(후마니타스, 2009)과 <거꾸로 가는 나라들>(난장이, 2009)이었다. 지면 사정상 후자에 대해서 쓰게 됐고 <권력의 병리학>은 읽어보지 못했는데, 의외로 리뷰기사가 별로 올라오지 않았다. 다행히 메인으로 다룬 기사가 하나 있어서 옮겨놓는다.   

 

서울신문(09. 03. 06) 질병은 왜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찾아오나   

‘모든 사람은 의식주, 의료 및 필요한 사회복지를 포함하여 자신과 가족의 건강과 안녕에 적합한 생활수준을 누릴 권리와 실업, 질병, 장애, 배우자 사망, 노령 또는 기타 불가항력의 상황으로 인한 생계 결핍의 경우에 보장 받을 권리를 가진다.’ 세계인권선언문 제25조에는 이렇게 명시돼 있다. 또한 제27조에는 ‘과학의 발전과 그 혜택을 공유할 권리를 가진다.’고 했다. 그런데 인류는 자신의 ‘동료’에게 과연 과학의 혜택이 공유되도록 하고 있는가.      

'권력의 병리학’(폴 파머 지음, 김주연·리병도 옮김, 후마니타스 펴냄)은 세계인권선언문에 나오는 권리를 누리는 사람은 전 세계적으로 극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그 결과 요람에서 무덤까지 불평등이 지속되고, 선진국의 정책결정자는 자신의 ‘동료’인 인류가 고통받도록 방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이 책은 유아사망률은 물론 암발병률, 흡연율, 우울증, 자살률, 사실상 무작위적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교통사고 사망률까지 사회·경제적 약자에게 높게 나타난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왜 질병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찾아오는 것인가?  

파머는 이 질문에 “질병과 가난, 인권의 침해는 우연히 일어나지 않으며, 그 분포와 영향력 역시 무작위로 나타나지 않는다. 즉 권력에 의한 병리증상으로, 누가 고통받고 누가 보호받을지를 결정하는 사회적 조건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답했다. 의사이자 인류학자인 저자는 아이티, 페루, 러시아, 르완다, 멕시코 등 가난한 나라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치료 기준을 높이기 위해 애써 왔다.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불평등한 사회가 질병의 확산에 악영향을 주고 있음을 체감한 것이다. 즉 에이즈나 폐렴은 이미 현대 의료기술로 치료할 수 있고, 심지어 예방할 수 있는 단계까지 이르렀지만 시장의 효율성, 이윤의 극대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돈 없는 사람들에게 고통과 죽음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그 과정이 구조적인 폭력이라는 것이다.  

이를테면 중미 카리브해의 아이티에서 교통사고로 분쇄골절을 당한 청년 마노는 부러진 뼈를 제대로 고정하는 등의 치료를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다리를 잃을 수 있다. 파머는 이것은 범죄라고 주장한다. 파머는 이런 식으로 가난한 사람에 대한 구조적 폭력의 ‘사례’를 보여 준다. 파머는 사회·경제적 권리인 의료, 주택, 깨끗한 물, 교육 등과 같은 권리를 인권운동 진영에서조차 의붓자식처럼 홀대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가난한 나라, 가난한 사람의 의료문제에 관심을 갖자고 말한다. 그렇지 않다면 권력의 공범이라는 것이다.  

파머가 후기에서 밝힌 산디니스타 출신의 시인 레오넬 루가마의 시는 한 지구 안에서 사는 서로 다른 인류의 삶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루가마는 ‘지구는 달의 위성이다’라는 시에서 ‘아폴로 8호에는 엄청난 돈이 들었지만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 개신교 신자인 우주인들은 달에서 성경을 읽었다. 그리하여 모든 기독교인들은 놀라고 기뻐했다. …아카왈린카 사람의 자녀는 배고픔으로 인해 태어나지 못한다. 그들은 태어나기에는 너무나 굶주리고, 태어나더라도 굶주림 속에 죽어간다. 가난한 자들에게 복이 있나니 그들은 달을 얻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같은 일은 진짜 아프리카나 중남미, 아시아 등에서만 일어나는 일일까? 이 책에 추천사를 쓴 199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미티아 센 하버드대 교수는 제1세계의 빈곤층은 사실상 제3세계에 살고 있다고 지적한다. 미국의 가장 큰 도시인 뉴욕, 워싱턴, 샌프란시스코 등에 사는 흑인의 평균수명은 훨씬 가난한 중국이나 인도에 사는 대부분의 사람보다도 짧다는 것이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로 지난 연말부터 국내에도 신빈곤층이 형성되고 있다. 경제위기는 곧 88만원 세대, 비정규 노동자, 생계형 자영업자들에게 심각한 타격이다. 건강보험 자격이 상실되면 그들의 부양가족까지 의료의 사각지대에 떨어진다.

최근 2~3년 사이에 정부와 재계가 영리병원 도입과 민간의료보험의 확대 등 국내에서도 의료의 상업화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권력의 병리학’이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1970년대 이후로 국가가 운영하는 건강보험의 확대로 ‘약 한번 못 써보고, 병원 한번 못가보고’ 식의 탄식은 사라졌지만, 의료의 미래가 불안하기 때문이다. “진정한 경제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교육·의료·공공정책 등 가장 기초적인 사회안전망 확충이 경제개혁에 선행해야 한다.”는 아미티아 센 교수의 주장이 가슴에 와 닿는다.(문소영기자) 

09. 03. 15. 

P.S. 의료불평등, 혹은 건강불평등을 주제로 다룬 책들은 작년에도 여러 권 출간됐었다. 먼댓글로 걸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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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jjjismy의 생각
    from jjjismy's me2DAY 2009-03-15 14:51 
    [알라딘서재]왜 질병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먼저 찾아오는가
  2. 서울비의 생각
    from seoulrain's me2DAY 2009-03-16 00:21 
    “누가 병에 걸릴지를 결정하는 사회적 병리에 관하여”
 
 
비로그인 2009-03-16 23:09   좋아요 0 | URL
오래토록 궁금했고 고민했던 그 이야기네요.
왜 불운과 질병은 하필이면 가난한 사람들에게만 오나..
착한 사람은 하늘이 일찍 데려간다 운운하는 소리로
어른들이 그 죽음을 수없이 다독였던 것이 기억이 납니다.
읽어보고 싶은 책이예요.

로쟈 2009-03-17 00:15   좋아요 0 | URL
네, 속설이 그런데, 사실도 그렇다네요...

hikrad 2009-03-17 21:44   좋아요 0 | URL
폴 파머에 대해서는 "작은 변화를 위한 아름다운 선택"을 읽어보면 그의 진면목을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다트머스 대학의 총장으로 임명된 김용이 그의 오랜 친구지요.그런데 원제가 재미있기도 하고 무거운 맘이 들게도 합니다. "산너머 산"

로쟈 2009-03-19 00:53   좋아요 0 | URL
그런 책이 있었군요! "극빈국인 아이티의 작은 마을 캉주에서 시작된 한 청년의사의 의료활동기. 하버드를 졸업한 전염병학 전문가이자 인류학자, 'PIH (보건을 위한 파트너들)'라는 NGO의 설립자인 폴 파머 박사를 통해, 치열하게 봉사하는 삶의 모습을 전한다."
 

볼일이 있어서 외출하던 길에 집어든 신문에서 가장 인상깊게 읽은 기사는 북리뷰가 아니라 '세계의창' 칼럼이었다. 12년 전 동아시아 금융위기에 따른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이 현재의 미 금융위기와 어떻게 연결되는지에 대한 '시나리오'를 제시한 것인데, 설득력이 있다. 집에 돌아와 칼럼을 몇 편 더 읽고 두 편을 스크랩해놓는다.    

한겨레(09. 03. 14) [세계의창] 주택거품 붕괴는 동아시아의 복수

1997년 여름, 동아시아 나라들에 ‘금융 쓰나미’가 덮쳤다. 타이와 인도네시아, 그다음엔 한국과 말레이시아에서 투자자들이 공황 상태에 빠졌고 자본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통화가치는 곤두박질쳤고 잘나가던 대기업들이 파산을 면하려 발버둥쳤다. 이 나라들을 성공적인 경제개발 모델로 추어올리던 국제통화기금(IMF)과 이코노미스트들은 갑자기 태도를 바꿔, 투명성 결여, 회계기준 부실, 정실 자본주의 등 다양한 비난을 퍼부었다.  

국제통화기금은 가혹한 조건을 내건 구제금융 계획을 들이밀었다. 힘든 내핍생활, 그리고 외국 투자자들이 헐값으로 기업 주식을 사들일 수 있도록 허용할 것을 요구했다. 국제통화기금은 또 이들 국가에 외채 상환을 요구했다. 구제금융을 받은 나라들이 빚을 갚을 유일한 방법은 ‘미친 듯이’ 수출하는 것뿐이었다. 이들의 수출길은 자국의 통화가치, 특히 달러에 대한 통화가치의 폭락을 통해 열렸다. 그 결과 미국 소비자들에게 아주 싼 값이 되어버린 이들 나라의 상품이 미국 시장에 쏟아져 들어왔다.  

물론 국제통화기금은 자율적인 기구가 아니다. 미국이 이 기구를 주도한다. 동아시아 금융위기 당시 국제통화기금의 정책을 설계하는 데 가장 책임 있던 세 사람은 앨런 그린스펀 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로버트 루빈 재무장관, 그리고 루빈의 수석 보좌관이었던 로런스 서머스였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세계를 구하는 위원회’(이하 구세위)라는 이름을 붙여 주었을 정도로 이 세 사람은 동아시아 및 다른 지역의 구제금융안을 디자인하는 데 너무나 두드러진 인물들이었다.  

국제통화기금의 동아시아 구제금융은 나머지 세계에도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신흥개발국들이 국제통화기금의 ‘아시아 구원’으로부터 뽑아낸 메시지는, 절대로 이 기구의 도움을 받아야 할 상황에 빠지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한 가지 방법은 외환보유고를 크게 늘리는 것이었고, 그 유일한 방도는 무역수지를 흑자로 운용하는 것이었다.

이것은 ‘미친 듯이’ 수출하는 나라가 동아시아 나라들뿐 아니라 중국을 포함한 전세계의 모든 개발도상국이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1997년 이후엔 엄청난 자금이 신흥국들에서 미국 등 경제부국으로 흘러들었다. 이런 자본유입은 미국 주택시장의 거품을 키웠다. 상품 수입으로 일자리가 사라지면서 노동시장이 취약해졌다. 연준은 계속 금리를 낮췄고, 2003년 여름에는 금리가 1.0%까지 떨어졌다.

그러자 이번에는 저금리가 거품을 유지시켰다. 거품은 수년간 지속된 과잉과 노골적인 기만을 은폐하는 데 일조했다. 집값이 연간 10% 이상 오르고 부동산과 은행 부문에서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창출하는 세계에서는 많은 죄악이 감춰질 수 있다. 그러나 거품은 터지기 마련이다. 주택 거품의 붕괴는 주택 부문에서만 8조달러를 날려버리고 초대형 금융기관들을 파산시킬 것이다. 

역사에서, 두 번의 기회는 오지 않는다. 하지만 만일 ‘구세위’가 다른 길을 갔더라면 지금 세계는 어떤 모습일지 물음을 던져볼 가치는 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수출에 그처럼 목매달지 않도록 국제통화기금이 동아시아 나라들의 채무의 상당액을 탕감해 주도록 했다고 가정해 보라. 나아가, 구제금융의 부담이 가벼웠더라면 신흥개발국들이 외환 비축에 달려드는 사태도 초래하지 않았을 것이다. 구세위가 이처럼 다른 경로를 택했더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루빈의 씨티그룹 주식 지분(루빈은 씨티그룹의 최고경영자를 지냈다)의 가치가 오늘날보다는 훨씬 컸을 것 같다.(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한겨레(08. 12. 27) [세계의창] 금융사기와 부패한 정치  

세상의 많은 이들이 미국에선 정치와 기업이 깨끗하고 개방돼 있다고 믿는다. 지난 10년 사이 미국 금융산업에 의해 만들어진 ‘독성 쓰레기’(부실 채권)의 홍수는 이러한 호의적인 견해를 무너뜨리고 있다. 가장 최근의 추문은 놀라울 만큼 단순하다. 버나드 메이도프는 지난 30년 동안 성공적으로 헤지펀드를 운영하면서 부자가 된, 겉으로는 대단히 존경받는 인물이었다. 그의 펀드는 매년 높은 수익률을 냈다. 사람들은 그에게 돈을 맡기려 줄을 섰다.

그러나 메이도프가 투자를 해서 높은 수익을 보장한 게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는 오래된 수법인 ‘폰지’(이전 투자자에게 새로운 투자자의 돈으로 수익을 돌려주는 금융 다단계 방식)를 활용했다. 메이도프는 지난해 모집한 투자자들에게 올해 모집한 투자자들의 돈을 지급했다. 메이도프에게 돈을 투자하려고 안달하는 사람들이 계속 줄을 잇는 한 사기행각은 계속될 수 있다. 이는 지난 30년 동안 메이도프 펀드가 500억달러 넘게 성장할 때까지 계속됐다. 메이도프는 지난해 예상외로 시장이 급락하면서 문제에 빠져들었다. 투자자들은 갑자기 다른 곳에서 발생한 손실을 메우기 위한 현금이 필요했다. 부유한 자산가나 은행과 다른 투자 펀드, 심지어 자선단체들도 자기 자산이 크게 줄고 있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메이도프에게 투자했던 돈은 지금 사라졌다.

이 얘기를 꺼내는 이유는 메이도프가 어느 나라에서나 볼 수 있는 대규모 사기를 벌이려 했기 때문이 아니다. 메이도프 같은 사기꾼이 수십년이나 들통나지 않고 단순한 수법으로 엄청난 사기행각을 계속해 왔다는 점 때문이다. 이는 미국 금융시스템의 거대한 부패를 드러내는 것이다. 더욱이 메이도프의 불법 행위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있었음에도, 금융사기 예방 책임이 있는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는 그런 불만들을 제대로 조사하지 않았다. 미 나스닥 증권거래소 설립자 가운데 한 명인 메이도프는 금융산업계의 모든 저명인사들과 교분이 있었고, 많은 자선단체들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메이도프와 같은 인물들은 증권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미국 금융시스템이 처한 문제다. 비윤리적이고 불법적인 행동들이 월스트리트 삶의 한 방식이다. 이상한 것은 이런 악당들이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는 것이고, 잡힌다고 하더라도 처벌은 아주 미미하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은 미국 금융산업이 비범한 정치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지속되고 있다. 금융산업은 민주·공화 양당에 손이 큰 기부자다. 정권 교체는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다른 인물에게 최고 경제 관료직을 넘겨주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로버트 루빈은 클린턴 대통령 시절 재무장관을 지냈고, 헨리 폴슨은 현 부시 행정부의 재무장관이다. 둘 다 미국의 최대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의 최고경영자를 지냈다.  

금융산업은, 규제·감독권을 지닌 의회 위원회의 핵심 위원들의 선거에서 늘 최고의 기부자 노릇을 해온 터라, 의회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다. 결국 어떤 의원도 금융산업의 고삐를 바짝 죄는 일을 진지한 관심을 갖고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런 모든 것들은 미국에 살고 있는 이들에게 매우 나쁜 소식이다. 미국에 살고 있지 않은 사람들에게 월스트리트에 대한 투자는 지금의 규제 환경에선 매우 나쁜 도박이라는 매우 분명한 메시지가 있어야 한다. 만약 워싱턴이 그런 사기행위를 일소하지 않으면, 외국 투자가들은 월스트리트에 돈을 맡기기보다 카지노에 가는 게 더 나을 수 있다.(딘 베이커/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한겨레09. 03. 14) 인생 끝난 메이도프

“진심으로 죄송하고 부끄럽다.”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다단계 금융사기(폰지 사기)를 벌인 버나드 메이도프(70·사진)가 12일 뉴욕 맨해튼 법원에서 자신의 유죄를 인정하고 곧장 감방으로 향했다고 <에이피>(AP) 등 외신들이 전했다. 나스닥 증권거래소 위원장까지 지냈을만큼 유력 금융인이었던 메이도프는, 최대 46%의 수익률을 약속하며 신규 투자자들로부터 끌어모은 돈의 일부를 기존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으로 주는 사기 행각을 20년 동안 벌여온 혐의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피해자만 4800여명, 피해금액은 650억달러(약 97조원)에 이른다. 그가 인정한 혐의는 증권사기, 돈 세탁, 위증 등 11가지다. 오는 6월16일로 예정된 선고공판에서 유죄가 확정될 경우, 메이도프는 최대 150년의 징역형을 받게 될 전망이다.

메이도프의 유죄 인정에도 불구하고, 의문은 꼬리를 물고 피해자들의 분노는 끓어오른다. 메이도프는 “혼자만의 범행”이라고 주장한 뒤 입을 굳게 다물었다. 피해자들은 그가 어떻게 폰지 사기를 저질렀는지, 누가 연루됐는지 등 더 많은 답변을 듣고 싶었으나 소용이 없었다고 <워싱턴 포스트>가 13일 전했다. 그에게 돈을 맡겼던 샤론 리사워는 “내 저축 전부를 잃었고, 아무 것도 남은 게 없다. 그가 자산이 어디로 갔는지 밝히고 모든 투자자들에게 도움을 줄 수만 있다면…”이라며 눈물을 삼켰다. 미국 검찰은 메이도프로부터 약 1700억달러의 재산을 추징할 방침이다.(조일준 기자) 

09. 03.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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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낭만거미의 생각
    from bluespy's me2DAY 2009-03-17 12:32 
    이것이 바로 미국 금융시스템이 처한 문제이다. 더 나아가 신자유주의 문제라고 넓혀 볼 수 있을까?
 
 
bs0048 2009-03-14 23:19   좋아요 0 | URL
저도 오늘 재미있게 본 칼럼인데, 소개해주셨네요^^

로쟈 2009-03-14 23:31   좋아요 0 | URL
이심전심이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