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해놓고 기다리고 있는 책 가운데 하나는 크리스 헤지스의 <지상의 위험한 천국>(개마고원, 2012)이다. '미국을 좀먹는 기독교 파시즘의 실체'란 부제까지만 보고 바로 주문을 넣은 책이다. 소개를 찬찬히 보니 "종교적 열정이 비만 상태에 이른 미국 기독교 우파, 좁게는 주권운동이라 불리는 근본주의 기독교의 해악을 고발한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당장 우리에게도 필요한 책, 얼마든지 우리 얘기로도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러고 보니 기독교와 무신론 관련서들이 최근에 여러 권 출간됐다. '이주의 책'으로 따로 묶지 않았는데, 이 참에 같이 모아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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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위험한 천국- 미국을 좀먹는 기독교 파시즘의 실체
크리스 헤지스 지음, 정연복 옮김 / 개마고원 / 2012년 6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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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신들의 생존법
대럴 W. 레이 지음, 권혁 옮김 / 돋을새김 / 2012년 7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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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신 없이 사는 법
로널드 애론슨 지음, 김세진 옮김 / 상상과표현 / 2012년 6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2년 07월 05일에 저장
절판
신 없는 사회- 합리적인 개인주의자들이 만드는 현실 속 유토피아
필 주커먼 지음, 김승욱 옮김 / 마음산책 / 2012년 4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2년 07월 05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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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자주 '백년보다 긴 하루'를 보내게 되는데(하루를 백년같이 산다면, 수명은 어떻게 되는 걸까?), 그렇다고 해도 일은 일이고 가끔씩 '한눈팔기'도 불가피하다. 잠깐이지만 몇 페이지 책장을 넘긴 책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에세이집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비채, 2012)인데, '바다표범의 키스'까지는 궁금하지 않았지만 '채소의 기분'은 어떤 건가 싶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로 첫번째 글이었다.

 

 

하루키가 실마리로 삼은 건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이란 영화에 나오는 앤소니 홉킨스의 대사다.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 없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골동품급 오토바이를 개조해 시속 300킬로미터를 내는 것이 인생의 목표인 '심히 펑키한 노인'으로 이웃집 남자아이에게 던진 말이 그렇다. 요컨대 '난 채소가 아니야!'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채소를 면하는 일도 간단치 않다!).

 

 

 

'멋진 대사'이긴 하지만 그 정도를 인용하고 몇 마디 곁들였다면 하루키 스타일이 아니다. 남자아이가 이렇게 되묻는다. "그런데 채소라면 어떤 채소 말인가요?" 그러자 우리의 홉킨스 노인은 당황해서 "으음, 뭐 양배추 같은 거려나?"라고 얼버무렸다. 그렇게 이야기가 흐지부지 되는데, 하루키는 그 점이 맘에 들었다고. "나는 대체로 이런 용두사미식의 대화를 좋아해서, 이 영화에 호감이 생겼다." 그런 용두사미를 하루키 스타일이라고 불러도 좋지 않을까.

 

이제 하루키식 요리. 채소 이야기를 그는 마치 채소처럼 다룬다.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는 그는 당연히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고 채소 요리를 즐긴다. 장에 가서 신선한 양배추를 고르면 어떻게 요리할까 가슴이 벅차오른다는 그다.

세상에는 예쁜 아가씨를 두고 '자, 오늘밤은 이 아이를 어떻게 요리할까' 하는 기대에 가슴이 벅차오르는 남자도 적잖이 있을 테지만, 내 경우는 (대체로) 상대가 양배추이거나 가지이거나 아스파라거스가 된다. 좋든 싫든.

양배추를 가지고 할 수 있는 다양한 요리를 꿈꾸지만 양배추롤은 절대 아니라고 한다. 카페를 경영하던 젊은 시절에 지겹도록 해먹어보았기 때문에 "양배추만큼은 꼴도 보고 싶지 않다"고. 자, 이제 결론.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없다"라고 누군가 단호히 말하면 무심결에 "그런가?" 하게 될 것 같지만, 생각해보면 채소에도 여러 종류가 있고 채소마다 마음이 있고 사정이 있다.

즉, 듣는 채소의 기분도 고려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것. 그래서 "뭔가를 하나로 뭉뚱그려서 우집는 건 좋지 않군요."라는 멘트로 마무리한다. '우집다'란 말은 처음 본 단어인데 '남을 업신여기다'란 뜻이란다. 요컨대 "꿈을 좇지 않는 인생이란 채소나 다름 없다"는 분명 멋진 대사이지만, 동시에 채소 전체를 뭉뚱그려서 우집는 말인 만큼, '채소의 기분'도 고려하면 좋겠다는 얘기다.  

 

짧은 글이지만 하루키적 유머와 경쾌함이 묻어 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서문을 보니 책은 <앙앙>이란 잡지에 '무라카미 라디오'라고 한 해 동안 연재한 걸 모은 것이라 하고, 차례는 연재순이라니 '채소의 기분'이 제일 처음 쓴 글이겠다. 소설가에게 에세이란 어떤 것인가.

나의 본업은 소설가요, 내가 쓰는 에세이는 기본적으로 '맥주 회사가 만드는 우롱차' 같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만, 세상에는 "나는 맥주를 못 마셔서 우롱차밖에 안 마셔"하는 사람도 많으니 물론 적당히 쓸 수는 없죠. 일단 우롱차를 만들려면 일본에서 제일 맛있는 우롱차를 목표로 만들겠다는 것은 글쓰는 사람으로서 당연한 마음가짐입니다.

나는 이런 태도 또한 하루키 스타일이란 생각이 들었다. '맥주 회사가 만드는 우롱차'라곤 해도, 그래서 어깨 힘 빼고 편안하게 써나간 글이라곤 해도 '제일 맛있는 우롱차', 제일 재미있는 글을 쓰겠다는 자세 말이다. 그 정도라면 읽어봄직하단 생각에(나는 하루키 애독자가 아니지만 <하루키 잡문집> 정도는 챙겨놓는다) '무라카미 라디오'를 더 찾아봤다. <무라카미 라디오>(까치, 2001)가 검색된다. 그러고 나서 '하루키 에세이'로 한번 더 검색하니 맙소사, 한 무더기가 이달에 나올 예정이다!

 

 

 

흠, <무라카미 라디오>와 중복되는 책이 필히 있을 듯싶어서, 주문하려던 걸 잠시 미뤘다. 뭐, 번역자가 다르다면, 문제가 없는 것 아니냐는 생각도 들긴 한다. 하지만 재즈 에세이들에까지 손들 대려면 전략적 판단을 해야 할 듯싶다. '채소의 기분'까지 고려하려고 하니 갑자기 읽을 게 너무 많아져버렸다!..

 

12. 07. 02.

 

 

 

P.S. 앤소니 홉킨스의 경우 <양들의 침묵> 이후의 필모그라피가 얼른 떠오르지 않았는데(<뒤로 가는 남과 여>란 영화 정도를 극장에서 본 기억이 있다. 아, <닉슨>!) 최근작 <휴먼스테인>을 보면서 다시금 '존재감'을 상기하게 됐다. 필립 로스 원작. <세상에서 가장 빠른 인디언>은 개봉이 안된 영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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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 덕분에 그래도 개운하게 맞은 7월이다. 대학 강의는 모두 마무리됐기에(성적처리가 아직 남은 곳도 있지만) 일정과 무관하게 '방학'이긴 하다. 독서시간도 그만큼 늘어났으면 싶지만, 결과는 두고봐야 하리라. '7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은희경의 <태연한 인생>(창비, 2012)이다. 은희경 소설의 애독자는 아니지만 "소설 속에 인용되고 있듯이 “이제부터는 쓸쓸할 줄 뻔히 알고 살아야 한다.”(허연, 「일요일」중에서) 최소한 이 소설을 읽으면 문학-연애-인생에서의 상실을 경험하게 될지언정 패배하지는 않게 된다."라는 소개를 보니, 역시나 '은희경 소설'다운 장편인 듯하다.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달, 2011), 장정이 바뀌어 나온 데뷔작 <새의 선물>(문학동네, 2010)까지 패키지로 묶어도 좋겠다. 태연하게.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고른 역사책은 강명관의 <그림으로 읽는 조선 여성의 역사>(휴머니스트, 2012)이다. "150여 점의 그림을 통해 조선 여성의 역사를 복원해 본" 책. 조선 여성사에 관한 책이 썩 많진 않은데, <조선 여성의 일생>(글항아리, 2010), <조선의 여성들, 부자유한 시대에 너무나 비범했던>(돌베개, 2004)와 같이 읽어봄 직하다.

 

 

찾아보니 근현대 여성사 책도 세 권짜리로 작년에 나왔었다. <한국 근현대 여성사>(모티브북, 2011)이란 타이틀이다. 어찌된 일인지 전혀 기억에 없는 책이다. 세일즈포인트로 봐선 별로 주목받지 못햇던 듯하다.

 

 

3. 철학

 

김형철 교수가 고른 책은 스티븐 랜즈버그의 <경제학자 철학에 답하다>(부키, 2012). <발칙한 경제학>(웅진지식하우스, 2008), <런치타임 경제학>(바다출판사, 2005)의 저자가 쓴 신작이다. 원제는 '빅 퀘스천'. 경제학자가 철학적 문제들에 답하고자 한 점이 가장 큰 특징인 책. "철학자들이 경제학의 근거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연구하는 것은 아주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수학자 겸 경제학자가 철학적 질문을 던지고 연구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면서도 환영할 일"이란 평이다.

 

 

맘 먹고 철학 입문서를 읽어보려는 독자라면 적절한 가이드로 삼을 만한 책도 몇 권 출간됐는데, 케임브리지대학의 고전철학 교수 사이먼 블랙번의 <철학을 낳은 위대한 질문들>(휴먼사이언스, 2012)가 대표적이다. 줄스 에반스의 <철학을 권하다>(길벗, 2012)도 요긴한 길잡이가 될 만한 책인데, 개인적으론 추천사를 쓰느라 미리 훑어볼 기회가 있었다. 이렇게 적었다.

"철학은 어떻게 삶을 바꾸는가? 습관을 통해서이다. 반복적인 훈련과 실천을 통해서 철학이 습관이 될 때 삶은 바뀐다. 철학이 우리 정신의 근육이 될 때 공동체적 삶도 바뀌어간다. <철학을 권하다>는 그 철학의 기본근육을 만들어주는 최적의 학당이요 도장이라 할 만하다."

덧붙여, 동시대 철학자들의 근황이 궁금하다면 <볼온한 철학자>(이후, 2012)를 통해 8인의 철학자와 만나볼 수도 있겠다. 지난주에 방한했던 슬라보예 지젝과의 인터뷰도 포함돼 있는데, 개인적으론 이달에 푸른역사아카데미에서 이 책을 교재로 한 강의(http://cafe.daum.net/purunacademy/8Bko/33)도 진행한다('산책'에 동참하고픈 분은 참고하시길).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조은의 <사당동 더하기 25>(또하나의문화, 2012)다. 사회학자가 참여관찰과 질적 연구 방법론을 동원해 기술한 "불량 주거지에 거주하는 한 빈민 가족의 가난한 삶의 기록"이다. 지난 4월의 읽을 만한 책으로 골라놓은 적이 있지만, <벼랑에 선 사람들>(오월의봄, 2012)과 <가난의 시대>(동녘, 2012)도 같이 읽을 만한 책으로 한번 더 불러다놓는다.

 

 

 

빈곤과 함께 관심을 가져볼 만한 테마는 '20대'이다. <88만원 세대> 이후 하나의 트렌드를 이루고 있는 쪽인데, 최근에 20대 사회학을 다룬 몇 권 더 나왔다. 리처드 세서터텐 등의 <20대=독립은 끝났다!>(에코의서재, 2012)와 로스 펄린의 <청춘 착취자들>(사월의책, 2012) 등이 거기에 속한다. 국내서로는 <청춘을 반납한다>(인물과사상사, 2012)에서 우리시대 20대의 목소리를 들어볼 수 있다.

 

 

 

5. 경제/경영

 

경제/경영부터는 한참 쓴 걸 날려버리고 다시 쓴다(아무래도 더 짧게 쓰게 된다). 박원암 교수가 고른 책은 아비지트 배너지 외,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생각연구소, 2012). 제목을 반복하자면, 가난한 사람들의 행동이 나름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책. 빈곤의 경제학 외 요즘 트렌드를 이루는 건 경제학의 빈곤을 주제로 한 책들인데, 최근에도 존 퀴긴의 <경제학의 5가지 유령들>(21세기북스, 2012)와 이브 스미스의 <이콘드>(21세기북스, 2012)가 출간됐다. <이콘드>의 부제는 '탐욕경제학의 종말'. 말 그대로 '종말'이 범람하는 시대를 살고 있는데, 새로운 희망을 과연 찾을 수 있을까. 지젝의 말대로, "파국적이지만 심각하진 않아..."라는 게 우리의 (대책없는) 대응 자세일까...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추천한 책은 이강영 교수의 <보이지 않는 세계>(휴먼사이언스, 2012)다. 작년에 한국출판문화상을 수상한 (사이언스북스, 2011)의 저자가 연이어 쓴 물리학 안내서이다. 월터 르윈의 <나의 행복한 물리학 특강>(김영사, 2012)와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추천한 책은 모처럼 음악책이다. 카트린 마십의 <음악의 모험>(한길아트, 2012). 올해 음악학 분야의 관심도서로 몇 권 나온 게 있었는데, 같이 언급할 수 있게 돼 반갑다. 존 파웰의 <과학으로 풀어보는 음악의 비밀>(뮤진트리, 2012)와 크리스티안 레만의 <음악의 탄생>(마고북스, 2012)가 기억하고 있던 책 두 권이다. 좋은 세월을 만나면 모아서 읽어봐야겠다.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후베르트 필저의 <최초의 것>(지식트리, 2012)이다. 직립보행부터 시작하여 18가지 '최초의 것'에 관한 우리의지식을 업데이트 시켜주는 책이다. 브라이언 페이건의 <크로마뇽>(더숲, 2012), 그리고 스펜서 웰스의 <판도라의 씨앗>(을유문화사, 2012)과 같이 읽으면 독서의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9. 실용

 

손수호 위원이 고른 책은 오영욱의 <그래도 나는 서울이 좋다>(페이퍼스토리, 2012)다. '오기사'란 필명으로 더 유명하다는 저자의 건축 에세이. 소개에 따르면, "오영욱 글의 특징은 건축에 대한 엄숙주의나 근본주의에 빠지지 않고 쿨하다는 것이다. 이 책 또한 거대도시 서울을 흔적, 장소, 집합, 기호, 상징, 미학, 기억, 상상 등 8개의 키워드로 가볍게 읽어낸다."

 

 

 

10. 현대 일본사상

 

내가 고른 주제는 현대 일본사상이다. 더 구체적으론 1970년대생 비평가들의 작업이 관심거리인데, 가라타니 고진과 아사다 아키라 이후의 스타 아즈마 히로키의 책 <게임적 리얼리즘의 탄생>(현실문화연구, 2012)과 <일반의지 2.0>(현실문화, 2012)가 연이어 출간된 게 계기. 동갑내기로 역시나 프랑스 현대철학이 주전공인 사토 요시유키의 <권력과 저항>(난장, 2012)도 같이 읽어볼 수 있겠다.

 

 

 

전체적인 그림은 사사키 아쓰시의 <현대 일본사상>(을유문화사, 2010)을 참고할 수 있다. 덧붙여 아사다 아키라의 <도주론>(민음사, 2012)도 재출간된 김에, 절판된 <구조주의와 포스트구조주의>(원제는 '구조와 힘')도 다시 나오면 좋겠다. 

 

12. 07. 01.

 

 

 

P.S. '7월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도스토에프스키의 <죄와 벌>(민음사, 2012)을 고른다. 작품의 배경이 7월 초순이라 언제나 7월이면 한번쯤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다. 얼마전 새 번역본이 나온 것도 좋은 이유가 되겠다. 물론 다시 읽을 만한 이유다.

 

 

지난주엔 러시아 영화 <죄와 벌>(1969)도 DVD로 구입을 했기에 오랜만에 다시 한번 보게 될 듯하다. 자막이 없긴 하지만 유튜브 버전(http://www.youtube.com/watch?v=q5s1WVYd0kE)으로도 보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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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주 두차례 방한 강연을 갖고 오늘 이한한 슬라보예 지젝에 관한 취재기사를 일부 옮겨놓는다. 기자의 전화인터뷰에 나도 몇 마디 보탰다. 기사는 오늘 올라왔지만 짐작에 월요일자 지면에 나가는 게 아닌가 싶다. 기사 전문은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206301654421&code=940100 에서 읽어보실 수 있다.

 

 

경향신문(12. 07. 02) 시대를 읽고 싶다면, 지젝을 읽어라

 

(...)

·어려운 이론을 일상 사례로 쉽게 설명
한국에서 1980년대가 마르크스의 시대였고, 1990년대가 푸코와 들뢰즈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 이후는 지젝의 시대다. 지금까지 그의 단독 저서만 30여권이 넘게 번역됐고, 공저를 합하면 국내에 소개된 그의 책은 50권이 넘는다. 지젝을 한국에 처음으로 알린 책은 1995년에 출간된 <삐딱하게 보기>다. 이 책에서 지젝이 라캉 이론을 원용해 할리우드 영화를 해부하는 방식은 영화비평가들 사이에 화제가 됐고, 덕분에 한국 수용 초기에는 철학자라기보다는 문화비평가로 받아들여졌다. 전환점은 <이데올로기라는 숭고한 대상>의 출간이다. 이 책의 출간 이후 지젝이 서구에서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도 진지한 철학자로 수용됐다는 것이 중론이다.

 

 


지젝은 서양철학의 거인들에 대한 교양이 없는 독자들로서는 적잖이 까다로울 수밖에 없는 철학적 논변을 전개하면서도 영화, 장르소설 등 대중문화와 일상의 에피소드를 자유자재로 인용하는 글쓰기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난해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그의 책이 재미를 주는 것은 이러한 그의 글쓰기 스타일과 무관하지 않다고 평가한다. 국내 최초의 지젝 인터뷰집 <불가능한 것의 가능성>을 펴낸 박용준 인디고연구소 팀장은 “지젝이 고수하는 스타일은 지적 호기심을 가진 독자들에게 대단한 쾌감을 주는데, 그것은 독자를 지젝을 향해 잡아당기는 유혹이기도 하지만 지젝 이론의 핵심을 간파하는 데 장벽으로 작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로쟈와 함께 읽는 지젝>을 펴낸 서평가 이현우씨는 “헤겔이나 라캉 같은 사람들의 난해한 이론들을 일상적인 에피소드를 끌어들여 설명하는 면에서는 지젝이 독보적이다. 가장 어려운 이론들을 가장 피부에 와닿는 사례들로 설명하는 게 지젝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지젝은 이번 한국 강연에서도 우디 앨런의 <애니홀>, <007> 시리즈, <다빈치 코드> 같은 할리우드 영화부터 스타벅스, 선진국의 유기농 열풍, 자선활동 등 일상 영역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사례들을 논의에 끌어들이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강연장은 지젝의 열정적인 수다가 지배하는 철학 콘서트장이었다.

 



·좌파의 무기력 비판하는 좌파 철학자
좌파 이론가로서 지젝의 입지는 어디쯤일까. 이현우씨는 “지젝의 별명 중 하나가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철학자’다. 좌파와 좌파 이론이 침체에 직면한 지금 좌파의 무기력함을 가장 예리하게 비판하면서 동시에 좌파적 입장을 가장 강경하게 견지하는 철학자가 지젝”이라며 “지젝은 마르크스의 한계를 직시해야 한다고 본다. 지금 상황을 진단하는 데는 새로운 사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당연히 지젝에게 관심을 가질 법하고 또 가져야만 한다”고 말했다.

물론 반론도 있다. 정치평론가로도 활동하는 한윤형 미디어스 기자는 지젝을 읽지 않은 지 7년쯤 됐다. 그는 “다른 철학자들의 이론을 현란하다시피 끌어들이는 지젝의 작업이 갖는 정당성은 좌파정치의 실천이라는 대의”라며 “그러나 그런 기준으로 본다면 한국에서 좌파적 실천을 하는 데 꼭 지젝을 읽어야 할 필요는 없다. 실천적 방법은 각자 처한 자리에서 고민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젝은 6월 29일 오전 11시 덕수궁 대한문 앞 쌍용자동차 분향소를 방문해 해고자들과 지속적으로 연대하겠다고 약속했다. 김정우 쌍용차 지부장은 그에게 쌍용차 투쟁 셔츠와 스카프를 건넸다. 지젝은 “내일 공항에서 출국할 때 이 옷을 입겠다. 지금 입고 있는 옷도 유럽 좌파들로부터 받은 것”이라고 화답했다. 지젝은 강연회에서 자신이 비관론자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실의 부조리에 대해 발언하고 행동으로 개입함으로써 그것을 바꿔내려 한다는 점에서 그는 소극적 비관론자와는 거리가 멀다. 한국에서의 지젝 열기도 그의 이런 실천적 면모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정원식 기자)

 

12. 06. 30.

 

 

P.S. 덧붙여, 성공회대 김민웅 교수의 강연 참관기는 http://www.pressian.com/books/article.asp?article_num=50120629170347&Section=05 에서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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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비가 내리는 밤에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관심도서가 많이 나온 주여서 고르는 데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정치와 정치철학 관련서들로 채웠는데, 타이틀은 마이클 샌델의 <민주주의 불만>(동녘, 2012)이다. 원저는 1996년에 나왔으며 <정의란 무엇인가>보다 먼저 나온 책으로 <정의의 한계>(멜론, 2012)와 <왜 도덕인가?>(한국경제신문, 2010)과 함께 '샌델 깊이 읽기 3부작' 정도로 분류해도 좋을 책이다. <공공철학>이 원제인 <왜 도덕인가?>도 1996년에 나왔으며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가 원제인 <정의의 한계> 개정판도 1998년에 출간됐다. 샌델의 정치철학(과 공공철학)이 그 즈음 전모가 드러난 걸로 보아도 좋겠다.

 

 

레오 카츠의 <법은 왜 부조리한가>(와이즈벨리, 2012)는 '로스쿨 교양서' 범주에는 드는 책인데, 교양서로도 읽을 만한지는 확인해봐야겠다(책은 어제 받았다). 그리고 인지언어학자 조지 레이코프의 신간 <폴리티컬 마인드>(한울, 2012)도 이번주 관심도서(책은 오늘 받아볼 예정이다). 인지과학과 정치를 연결시켜보려는 시도가 독서의 포인트다. 나머지 두 권은 젊은 일본 인문학자들의 저작. 사토 요시유키의 <권력과 저항>(난장, 2012)과 아즈마 히로키의 <일반의지 2.0>(현실문화, 2012)이다. 전자는 '푸코, 들뢰즈, 데리다, 알튀세르'를 다루고 있고, 후자는 '루소, 프로이트, 구글'이 테마다. 두 저자가 1971년생 동갑내기라는 점도 흥미를 끄는 요소. 7월의 독서거리로 풍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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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의 불만- 무엇이 민주주의를 뒤흔들고 있는가
마이클 샌델 지음, 안규남 옮김 / 동녘 / 2012년 7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2012년 06월 30일에 저장
절판
법은 왜 부조리한가- 경제학.철학.통계학.정치학으로 풀어낸 법의 모순
레오 카츠 지음, 이주만 옮김, 금태섭 감수 / 와이즈베리 / 2012년 6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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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폴리티컬 마인드- 21세기 정치는 왜 이성과 합리성으로 이해할 수 없을까?
조지 레이코프 지음, 나익주 옮김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2년 6월
24,000원 → 24,000원(0%할인) / 마일리지 1,2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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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권력과 저항- 푸코, 들뢰즈, 데리다, 알튀세르
사토 요시유키 지음, 김상운 옮김 / 난장 / 2012년 6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1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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