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거주'의 목수정 작가와 서울에서 저녁을 먹었다. <월경독서>(생각정원, 2013)의 추천사를 쓴 걸 계기로 출판사에서 마련해준 자리인데, 몇년 전에 한번 식사를 한 적이 있어서 재회였다. 대화 중에 프랑스의 정치 얘기가 나왔는데, 바로 지난주 경향신문 칼럼 '목수정의 파리 통신' 얘기를 '육성'으로 들을 수 있었다. 내용을 공유해도 좋겠다 싶어서 저자의 암묵적 동의하에 칼럼을 옮겨놓는다(극좌와 극우가 득세하는 것이 현 프랑스의 정치 지형 같은데, 얼핏 우리의 '내란 정국'도 비슷하지 않은가 싶다). 아래 <멈추지 말고 진보하라>(문학동네, 2013)와 <문화는 정치다>(동녘, 2011)는 저자의 번역서이다.

 

 

 

경향신문(13. 08. 23) 이슬람과 민주주의, 공존할 수 있는가?

 

“이슬람과 민주주의는 공존할 수 있는가?”

 



이 ‘똘기’ 충만한 질문은 긴 여름휴가 후 가진 올랑드 정부의 첫 번째 각료회의에서 내무부 장관 발스가 던진 것이었다. 태양 아래 건강하게 그을린 얼굴들을 마주하며 화기애애하게 회의에 참석한 장관들은 충격으로 술렁였다. 발스 장관은 이어서 “가족 이민이 아프리카 인구정책에 야기하는 문제와 이것이 유럽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할 때, 가족이민법 개정을 고려해 봐야 한다”며 자신의 돌발 발언이 의도하는 구체적인 발톱을 드러냈다.

 

아프리카에서 알제리, 모로코를 비롯해 20개의 식민지를 거느려왔던 프랑스의 역사는 수많은 아프리카의 값싼 노동력을 끌어들여 이들을 경제발전의 원동력으로 이용해왔다. 일하러 프랑스에 온 남자를 따라 나머지 가족들이 이주하면서 프랑스 내의 이슬람 인구는 10%대에 이르게 된다. 우파에서는 바로 이 이민자들이 프랑스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어려움의 근원인 것처럼 둘러대왔지만, 이런 주제가 버젓이 사회당 정부의 각료회의에 등장했다는 사실은 일종의 사고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다른 모든 장관들의 반대입장은 명료했고, 올랑드 대통령도 가족이민법 문제를 재검토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표명했다. 녹색당 출신의 세실 뒤플로 주택부 장관은 “가족들이 함께 살 수 있는 권리는 예외를 허용할 수 없다”고 즉각적으로 발스 장관을 공격했고, 한국 출신 입양인이기도 한 장 뱅상 블라세 녹색당 상원 대표도 발스 장관이 사회당 정부에 무질서를 초래하고 있다며 꾸짖었다.

발스 장관이 이 같은 문제적 발언을 내뱉은 것은 처음이 아니다. 내무부 장관에 임명되기 전부터 인종주의자적인 그의 면모는 충분히 관측돼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를 내무부 장관으로 임명한 올랑드 정부의 속마음은 좌우 양쪽에 양다리를 걸치고 싶어하는 것으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발스가 부려온 만용의 배경은 높은 지지도다.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에 머물러 있는 반면, 그의 지지율은 최근 61%까지 치솟아 명실상부 가장 인기있는 사회당 정부의 스타로 인정돼온 것이다.

 

되는 일도 안되는 일도 없이 경제위기의 수렁 속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프랑스에서 사람들은 강력한 리더십을 염원해왔다. 그 덕에 사르코지가 당선됐으나 그는 지나치게 상식을 벗어난 정치적 광대였기에 민심을 거듭 이반하면서 재선에 실패한다. 그러나 올랑드는 지금의 무기력한 프랑스를 바꾸어 놓을 강력한 리더십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그의 지지율은 당선 이후 지속적으로 추락을 거듭해왔다. 올랑드 내각에서 가장 오른쪽에 위치한 것으로 평가받는 발스는 도발적인 우파적 발언과 야심을 숨기지 않는 저돌성 면에서 사회당의 사르코지라 불려왔다. 이런 현상을 프랑스의 우경화 신호로만 받아들이기에는 극좌로 분류되는 좌파당의 지도자 장 뤽 멜랑숑의 치솟는 인기를 설명할 수 없다. 좌로든 우로든 사람들은 선명하고 확고하게 변모하는 프랑스를 원한다는 사실을 양극단의 정치인들이 누리는 인기는 말해준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민자 차별적 발언으로 저속한 인기의 이삭을 주워보고자 하는 발스 또한 이민자 출신이라는 것이다. 사르코지가 헝가리 출신이었던 것처럼 발스는 스페인 출신이다. 그는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나 부모를 따라 프랑스로 이주한 후 20세에 프랑스 국적을 취득했다. 문득 발스의 이 무개념 발언들은 얼마 전 국정조사에서 ‘광주의 경찰’ 운운하는 무개념 발언을 내뱉은 조명철 의원을 떠오르게 한다. 탈북자 출신 의원인 그가 그토록 오버해야 했던 이유는 발스 장관이 번번이 돌발성 발언들을 내뱉어, 주목받는 인물이 되고자 하는 이유와 같은 뿌리를 지닌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생각 말이다.(목수정)

 

13. 0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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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 을유세계문학전집판으로도 출간됐다. 아마도 독문학 작품 가운데 가장 많이 번역된 게 <데미안> 아닐까 싶다. 복수의 번역본을 마다하지 않기에 어지간하면 구입하는 편이지만, 그래도 주요 번역서가 10종이 넘어가면 '대책'이 좀 필요하다. 번역비평이 필요한 건 이런 작품이 아닐까. 얼마 전에는 전혜린 번역의 <데미안>(북하우스, 2013)도 다시 번역돼 나와 구입한 바 있는데, 말 그대로 '번역전쟁'이다. 소장하고 있는 번역본만으로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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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르만 헤세 지음, 이영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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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중이긴 하지만 '이주의 발견'을 미리 적는다. 캐서린 부의 <안나와디의 아이들>(반비, 2013). 퓰리처상 수상 기자의 도시 빈곤 르포르타주로 '안나와디'는 인도 뭄바이의 빈민촌이라고 한다. 부제가 '성장과 발전의 인간적 대가에 대하여'. 소개는 이렇다.

 

저자는 안나와디 빈민촌에서 가난과 불행의 인간적인 초상화를 그리는 동시에, 그것을 통해 세계화가 양산한 구조적 빈곤과 불평등이 어떻게 인간의 삶을 규정하는지 드러내고자 했다. 그런 점에서 작품의 무대인 뭄바이는 하나의 상징이다. 그만큼 발전하고, 그만큼 소외된 사람들이 사는 세계의 어느 도시이든 또 다른 뭄바이가 될 수 있다. 19세기에 찰스 디킨스가 묘사했고, 20세기에 조지 오웰이 묘사했듯, 21세기에 캐서린 부는 뭄바이라는 가장 상징적인 공간을 통해 도시에 내재한 빈곤과 불평등을 가장 아름다운 언어로, 가장 통렬하게 고발하고 있다.

 

 

마침 지난주에 오스카 루이스의 멕시코 빈민가 르포르타주 <산체스네 아이들>(이매진, 2013)이 출간됐기에 나란히 읽어봐도 좋겠다. 슬럼가를 다룬 책은 마이크 데이비스의 보고서 <슬럼, 지구를 뒤덮다>(돌베개, 2007)가 세계화 시대 도시 빈곤화의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준다. 가까이로 눈을 돌리면 조은 교수의 <사당동 더하기 25>(또하나의문화, 2012)가 한 빈곤 가족에 대한 4대에 걸친 묘사를 통해서 도시와 성장의 이면을 보여준다.  

 

 

 

덧붙여, 빈곤 문제를 다룬 책으론 김윤태 교수 등이 쓴 <빈곤: 어떻게 싸울 것인가>(한울, 2013), 필립 맥마이클의 <거대한 역설: 왜 개발할수록 불평등해지는가>(교양인, 2013), 아네트 라루의 <불평등한 어린시절>(에코리브르, 2012) 등도 꼽을 수 있다.

 

<안나와디의 아이들>에 대한 평판은 경탄 일색인데 인도 학자 라마찬드라 구하는 "의문의 여지없이, 지금까지 현대 인도를 다룬 책 중 단연 최고의 책. 내가 25년간 읽은 책 중 최고의 내러티브 논픽션"이라고 평했고, 인도 출신의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아마르티아 센은 "탁월하다. 인도가 경험하고 있는 풍요로운 경제의 일원이 되지 못한 도시 하층민의 슬픔과 기쁨, 걱정과 열정, 그 불안한 삶을 실화를 바탕으로 아름답게 기술했다. 이 책은 정보를 제공하는 동시에 흥분과 분노를 안겨주고, 영감을 일깨우는 동시에 독자를 뜨겁게 선동한다."고 적었다. <노동의 배신>의 저자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지금껏 읽었던 경제적 불평등을 다룬 책 중 가장 강력한 고발서"라고 말했다. 단연 '이주의 발견'으로 손색이 없는 기대작이다...

 

13. 08.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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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트런드  러셀의 '인기 없는 에세이'가 출간됐다, <인기 없는 에세이>(함께읽는책, 2013), 라고 적으면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말이 된다. <인기 없는 에세이>란 제목에 걸맞지 않게 러셀의 에세이 가운데 가장 널리 읽힌 책이기 때문이다.

 

 

사실 제목이 낯설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예전에 소개됐었음직하지만, 당장은 <러셀 수상록>(범우사, 2011)에 일부 번역된 것 정도만 확인된다. 여하튼 러셀의 대표 에세이집 하나가 번역된 셈. 부제가 '지적 쓰레기들의 간략한 계보'인데, 책에서는 7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이 부제만으로도 호기심을 잔뜩 부추긴다. 덧붙이자면, '철학자들의 은밀한 속셈'이나 '억압받는 자들의 미덕' 같은 에세이도 읽어봄직하지 않은지.

 

 

러셀의 에세이는 전체적으로 적잖게 번역됐지만 한동안 뜸하다가 2011년부터 다시 심심찮게 나오고 있는데, 출간일순으로 보자면 <버트런드 러셀의 자유로 가는 길>(함께읽는책, 2012), <과학의 미래>(열린책들, 2011), <러셀의 교육론>(서광사, 2011) 등이다.

 

 

 

물론 러셀의 가장 대중적인 에세이는, 곧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읽히는 에세이는 <행복의 정복>(사회평론, 2005), <게으름에 대한 찬양>(사회평론, 2005), <나는 왜 기독교인이 아닌가>(사회평론, 2005) 순이다. <인기 없는 에세이>가 이에 버금가는 러셀의 베스트셀러가 될지 궁금하다...

 

13. 08. 27.

 

 

P.S. 검색해보니 1950년대에 번역된 적이 있고, 시중에 나와 있는 걸로는 <일반인을 위한 철학>(집문당, 1993)이 <인기 없는 에세이>를 옮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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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잡담을 적는다. 다른 게 아니라 알라딘의 북캘린더에 대한 유감이다. 오늘 날짜로는 '1770년 8월 27일: 헤겔 출생'이라고 해놓고 링크는 뜬금없이 '미야기타니 마사미쓰'(발음도 어렵다)의 <자산의 꿈1>을 걸어놓았다. 일본의 역사소설가로 유명한 모양인데, 헤겔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어떻게 이런 링크가 가능한지도). 그저 어이없는 경우이다. 하지만 유감스럽다고 굳이 적은 건, 작년과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곧 작년에도 어이없어 했는데, 일년 동안 아무런 수정 없이 방치돼 있다는 것. 알라딘 서재 메인에 계속 뜨는데, 담당 직원은 한번도 의심해보지 않았는지, 아니면 이 또한 나름 (깨알같은) 유머인지 나로선 알 길이 없다. 하지만 10주년이나 된 인터넷서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건 이해하기 어려울 뿐더러 불쾌하다. 이런 걸 정보라고 버젓이 제공한다고 생각하면 말이다.

 

말이 나온 김에 또 적자면 엊그제 캘린더에는 '1976년 8월 25일: <광장> 초판 출간'도 포함돼 있었다. 어지간한 한국문학 독자라면 말도 안된다는 걸 바로 알 수 있으리라. 1960년에 나온 작품의 초판 출간연도가 어떻게 1976년이 될 수 있나? '문학지성사판 초판'이라고 해야 맞다. 그런데, 그 날짜가 문학사적 의의를 갖는, 과연 달력에 적어놓을 만큼 중요한 날짜인가?(출판사에서만 그럴 수 있다.) 어이없다고 생각한다. 그런 판단도 못하는 캘린더라면 떼는 게 낫다.

 

알라딘에 이런 일까지 전담하는 직원이 따로 있을 리 만무하다고 보지만, 그래도 어차피 서비스라고 제공하는 정보라면 오며가며 확인은 좀 해주면 좋겠다. 아침부터 이런 페이퍼를 쓰는 기분이 별로 유쾌하진 않을 거라는 점도 헤아려주면 더 좋겠고...

 

13. 0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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