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좌 공지다. 10월부터 매주 수요일 저녁 7:00-9:00에 이진아기념도서관에서 독서문화특강 프로그램 ‘책을 알고 문화를 배우는 生生 특강’이 진행된다(http://www.sdmljalib.or.kr/community/community_01_view.asp?board_seq=notice&srt=0&seq=15335&page=1&search_word=&search_string= 참조). 그 첫 강의를 맡았는데(카뮈 강의 이후에는 '독서와 사회', '니체 철학'을 주제로 한 강의가 이어진다) 일정은 아래와 같다. 관심 있는 분들은 참고하시길.

 

 

1. 10월 2일_ <이방인>

 

 

2. 10월 16일_ <시지프 신화>

 

 

3. 10월 23일_ <페스트>

 

 

4. 10월 30일_ <전락> 

 

 

13. 0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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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이 지나서야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첫주 주말과 휴일에 모두 지방강의를 나간 여파로 그동안 짬을 내지 못했다. 보름치 읽을 거리를 고르는 것이니 욕심부릴 필요가 없겠다 싶지만, 한편으론 이번주에 5일간의 연휴도 들어 있어서 한껏 차려놓아도 좋겠다 싶다. 중간치로 가야 할까...

 

 

 

1. 문학

 

김미현 교수가 고른 책은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문학동네, 2013)이다. 물론 지난 여름 읽을 만한 사람은 다 읽은 소설이기에 군말을 덧붙일 필요는 없겠다. 중견작가 두 사람의 신작 소설집을 가을의 독서거리로 장만해봐도 좋겠다. 윤대녕의 <도자기 박물관>(문학동네, 2013)과 구효서의 <별명의 달인>(문학동네, 2013)이 그 두 권.

 

 

 

<은밀한 생>의 작가 파스칼 키냐르의 <세상의 모든 아침>(문학과지성사, 2013), 파울로 코엘료의 <아크라 문서>(문학동네, 2013) 같은 명망가들의 작품도 덧붙일 수 있고, '숨겨진 작가' 제임스 써버의 <월터 미티의 은밀한 생활>(뗀데데로, 2013) 같이 은밀하게 읽어볼 만한 책도 더 얹을 수 있겠다.

 

 

 

2. 역사

 

김기덕 교수가 추천한 책은 이숲의 <스무 살엔 몰랐던 대한민국>(예옥, 2013)이다. 구한말의 역사를 다룬 책으로 "이 책은 당시 한국인을 관찰한 외국인의 다양한 시각을 재구성하였다. ‘한국인, 우리는 우리를 제대로 알고 있나?, ’100년 전 우리는 이렇게 살았다‘, ’오인된 역사, 이제 우리도 다시 볼 때다‘, ’편협한 눈으로는 진실을 보지 못한다‘, ’일본은 빼어난 화장술로 세계를 현혹했다‘, ’한국인을 향한 제언‘이라는 각장의 제목에서 보듯이, 필자는 100여년 전 한국에 와서 한국인의 잠재력을 알아본 사람들의 기록을 통하여 한국인의 ‘긍정성’ ‘선함’ ‘강인함’을 구구절절이 말하고자 한다." 저자는 이전에 박수영이란 이름으로 스웨덴 유학시절 이야기를 <스톨홀름, 오후 두 시의 기억>(중앙북스, 2009)으로 펴낸 바 있다. 찾아보니 <도취>(자음과모음, 2003)이란 소설집도 냈었다. 1997년에 등단한 소설가가 유럽에서 역사를 공부하며 새롭게 만난 한국 근대를 우리가 아는 모습과 비교해볼 수 있겠다.

 

 

 

추석 연휴에 읽기 좋은 역사서는 단연 주영하의 <식탁 위의 한국사>(휴머니스트, 2013)일 것이다. '매뉴로 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란 부제가 구구한 설명을 불필요하게 만든다. 개인적으로는 스탈린시대 소련을 다룬 올랜도 파이지스의 <속삭이는 사회>(교양인, 2013)이 읽을 거리다. 연휴 독서 계획에 넣을 책은 또 두꺼워야 제 맛이 난다(그래서 지젝의 <헤겔 레스토랑>, <라캉 카페>도 연휴용으로 미뤄놓았다).

 

 

 

3. 철학

 

박인철 교수가 고른 책은 권영민의 <철학자 아빠의 인문육아>(추수밭, 2013)다. "이 책의 저자는 이러한 일반적인 태도로부터 벗어나 아기를 키우면서 경험하는 생생한 일들을 단순히 지나쳐 보내지 않고 철학적으로 냉철하게 분석하고 음미한다. 일상사를, 그것도 육아의 문제를 철학적이고 학문적인 틀로 탐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저자는 아이를 키우면서 겪는 사소한 일들을 한편으로는 아이의 시선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아빠의 시선에서 가능한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다양한 철학 이론과 접목시켜 재해석해본다." 육아와 철학의 접목이란 점에서 희귀한 사례다.

 

추석 연휴가 끝남과 동시에 지젝과 바디우 컨퍼런스가 개최되는 만큼, 두 철학자의 책에도 미리 눈길을 주어봄직하다. 최근에 나온 걸로는 바디우의 <투사를 위한 철학>(오월의봄, 2013)과 지젝의 인터뷰도 포함하고 있는 제이슨 바커의 인터뷰집 <맑스 재장전>(난장, 2013)이 있다. 조만간 몇 권의 책이 더 나오지 않을까 싶다.

 

 

 4. 정치/사회

 

마인섭 교수가 추천한 책은 국내 정치학자들이 쓴 <보수주의와 보수의 정치철학>(이학사, 2013)이다. "저자들은 한국 보수주의의 지성적 빈곤이 무엇을 의미하며 그 무(無) 이념성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가를 정치사적, 정신사적, 사상사적 그리고 정치철학적 맥락에서 분석하였다." '진보'나 '보수'나 말의 가치가 바닥까지 떨어진 현실에서 무엇이 보수이고 보수주의인지 원론을 다시 확인해보는 책.

 

한편 코리 로빈의 <보수주의자들은 왜?>(모요사, 2013)는 보수주의에 대해 단순명료하게 정의하고 있어서 눈길을 끄는데, "코리 로빈은 작은 정부에 대한 신념, 자유시장 옹호, 또는 변화에 신중한 태도는 보수주의의 본질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것들은 보수주의의 본질적 이념, 즉 “어떤 자들이 우월하고 그래서 다른 자들을 지배해야 한다”는 생각의 ‘부산물’일 뿐이다. 한마디로 보수주의의 핵심은 하층민들이 상급자들의 속박에서 해방되는 것, 즉 사적 영역에서 자유를 얻는 것에 대한 반대라는 것이다." 정치학자들의 복잡한 논의와 비교해봐도 좋겠다. 덧붙여, 한국 보수주의자의 초상을 그리고 있는 <보수주의자의 삶과 죽음>(동녘, 2010)도 '한국 보수주의'의 이해를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읽어볼 만하다.

 

 

 

5. 경제/경영

 

김은섭 위원이 추천한 책은 카민 갤로의 <애플스토어를 경험하라>(두드림, 2013)다. "스티브 잡스 전문가로 불리는 카민 갤로가 쓴 이 책은 진짜 애플스토어의 서비스를 경험해보지 못한 이들에게 평범한 거래를 짜릿한 감탄의 순간으로 바꿔놓을 줄 아는 애플 직원들과 애플 서비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거기에 두툼한 중국 관련서 몇 권도 골라본다. 중국 정치경제의 과거와 미래 전망을 다룬 책들로 조영남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의 <중국의 꿈>(민음사, 2013), 미국 브루킹스연구소의 중국센터장 케네스 리버살의 <거버닝 차이나>(심삼, 2013), 그리고 중국 현대정치사 전공자인 안치영 박사의 <덩샤오핑 시대의 탄생>(창비, 2013) 등이다.

 

 

 

6. 과학 

 

김웅서 위원이 추천한 책은 여인형의 <공기로 빵을 만든다고요?>(생각의힘, 2013)다. "암모니아 합성의 공적으로 노벨 화학상을 받은 과학자 프리츠 하버를 다룬 교양과학서"이다. '인류 굶주림의 해결사, 프리츠 하버의 삶과 과학'이 부제. 화학자인 저자는 대중을 위한 과학칼럼집 <퀴리부인은 무슨 비누를 썼을까?>(한승, 2007)를 펴낸 전력이 있다. 연휴에 청소년들이 읽어보면 좋겠다.  

 

 

과학책으로는 우리에게 가장 친숙한 이론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의 책들도 읽어봄직하다. 자서전 <나, 스티븐 호킹의 역사>(까치, 2013)가 이번에 나왔고, 과학저술가 키티 퍼거슨의 <스티븐 호킹>(해나무, 2013)도 선을 보였다. '아리스토텔레스에서 스티븐 호킹까지'가 부제인 에른스트 페터 피셔의 <별밤의 산책자들>(알마, 2013)은 "위대한 별 관찰자들이 밤하늘에 던진 질문과 깨달음"의 역사를 다룬다. 

 

 

7. 예술

 

이주은 교수가 고른 책은 마틴 불의 <아트 테러리스트 뱅크시, 그래피티로 세상에 저항하다>(리스컴, 2013)다. "뱅크시는 영국박물관에 몰래 숨어 들어가서 원시인이 쇼핑카트를 밀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자신의 작품을 8일 동안 도둑 전시해서 유명세를 탄 그래피티 예술가"이고, 책은 "사진작가가 뱅크시의 거리미술을 4년간 기록하듯 찍어 마치 미술 여행가이드처럼 기획하였다." 그래피티는 '스트리트 아트'로도 불리는데, 세계 곳곳의 그래피티 아트를 한권에 담은 <스트리트 아트, 도시 정복자들의 펑크록>(고려문화사, 2012)도 같은 주제의 책. 시야를 확장해서 아예 컨템포러리 아트의 현재에 대해 질문해볼 수도 있겠다. 테리 스미스의 <컨템포러리 아트란 무엇인가>(아트북스, 2013)가 요긴할 듯하여 장바구니에 넣었다. 아, 우리에게도 그래피티 아트가 있었다. G20 쥐그림이라는.

 

 

불온한 낙서냐 아트냐를 두고 법정 다툼까지 갔던 '작품'이었던가...

 

 

 

8. 교양

 

내가 고른 교양서는 휴버트 드레이퍼스와 숀 도런스 켈리의 <모든 것은 빛난다>(사월의책, 2013)다. 이 책에 대한 호감은 여러 번 피력했기에 '전도사'로까지 나선 것도 이상하지 않은 일이다. 추천사는 이렇게 적었다.

이 책의 탁월한 통찰은 서양사에서 일신주의가 어떻게 필연적으로 허무주의를 배태할 수밖에 없었는가를 보여준 데 있다. 저자들의 대안이 현대적 다신주의다. 이 다신주의로의 여정을 다룬 책의 부제가 ‘허무와 무기력의 시대, 서양 고전에서 삶의 의미 되찾기’라고 붙여졌는데,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부터 단테의 <신곡>, 멜빌의 <모비딕>까지 3천년에 이르는 서양 고전에서 사색의 실마리를 이끌어낸다는 점에서 ‘서양 고전에서 삶의 의미 되찾기’란 말이 허언이 아니다. 하지만 그 정도 소개는 밋밋하다고 여겨질 만큼 책은 특출한 영감과 통찰로 가득 차 있다.

저자들이 격찬하는 멜빌의 <모비딕>(열린책들, 2013)의 경우엔 이번에 새 번역본도 나왔다. 작가정신판과 열린책들판이 우리의 <모비딕>이다. 연휴에 정말로 별일이 없는 분들이라면, 며칠 포경선 피쿼드호에 동승해보는 것도 괜찮겠다.

 

 

 

9. 실용

 

이계성 위원이 추천한 책은 이주영의 <부모와 자녀가 함께 읽는 어린이책 200선>(고래가숨쉬는도서관, 2013)이다. "우리 아이 초중등학교 시절에 좋은 책을 읽히고 싶은데 무슨 책을 골라야 할지 막막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요즘에도 비슷한 심정을 느끼는 학부모들이 많을 것이다. 이 책은 초ㆍ중ㆍ고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바로 그런 고민을 덜어줄 만한 역작"이라고 추천한다. 백화연의 <도란도란 책모임>(학교도서관저널, 2013)도 '함께 읽는'에 초점을 맞춘 책모임 이야기라 같이 읽어볼 만하다. 얼마전에 서평을 쓰기도 했지만 일본 만화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의 어린이책 추천도서 목록은 <책으로 가는 문>(현암사, 2013)에서 읽을 수 있다.

 

 

 

10. 한국식 민주주의

 

내 맘대로 고른 주제는 최근 정국이다. 더 확장하면 '한국식 민주주의'. 신경민 의원의 <국정원을 말한다>(메디치미디어, 2013)와 '대한민국 안보의 무력한 맨얼굴'을 폭로한 김종대의 <시크릿 파일 서해전쟁>(메디치미디어, 2013) 등이 영화 <천안함 프로젝트>와 함께 '보교재'가 되겠고, 셀던 월린의 <이것을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을까?>(후마니타스, 2013)가 음미해볼 만한 이론적 성찰이다. 한국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추석 연휴에 곱씹어볼 만한 화두다.

 

13. 09. 15.

 

 

 

P.S. 지난주 나쓰메 소세키 소설 전집 1차분이 나왔을 때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을 정해졌다. 소세키의 데뷔작이자 출세작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9월의 읽을 만한 고전'이다. 간판 번역자들의 '번역 전쟁'도 겸하여 감상해볼 수 있는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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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9-29 0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아침에 일간지 기사들을 읽다가 배우 최민식의 '마스터클래스' 강연기사를 접했다. 재미있게 읽었기에 마지막 대목을 옮겨놓는다(전문은 http://www.hani.co.kr/arti/culture/movie/603183.html).

 

한재덕_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있나.

 

최민식_사나이픽쳐스에서 제작한 <신세계>의 강 과장.

 

한재덕_그건 황정민씨 영화지. 거기서 선배가 한 게 뭐가 있나. (일동 웃음)

 

최민식_어쨌든 배우라면 오감을 고급스럽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다. 훌륭한 창작물을 많이 접해야 한다. 돈 생기면 성형하지 말고 좋은 공연을 보고 콘서트장에 가라. 외형적인 데 말고 나의 내면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돈을 썼으면 좋겠다. 진짜는 귀하다. 흔하지 않다. 내가 나를 귀하게 만들어야겠다는 자존심이 있어야 한다. 나는 예술가다. 나는 배우다. 남이 날 알아주기 전에 내가 날 그렇게 만들어야 한다. 개차반처럼 놀다가도 촬영 들어가면 나를 차갑게 통제할 수 있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부화뇌동하지 말고 처절하게 외로워봐라. 우리말이 아니라 좀 그렇긴 한데 ‘곤조’라는 말이 있지 않나. 진짜 내 자신을 냉정하게 다그치고 통제할 필요가 있을 때 그런 기질이 나와야 한다. 하려면 제대로 하고 안 할 거면 다른 사람 피해주지 말고 일찌감치 때려치워라. 나도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하면서 스스로를 재무장한다. 훌륭한 배우가 되기까진 엄청난 고통이 뒤따른다.

 

한재덕_가장 애착이 가는 캐릭터가 뭐냐고 여쭤봤는데…. 아무튼 훌륭한 말씀 잘 들었다. (일동 웃음) 마지막으로 한말씀 부탁드린다.

 

최민식_미안합니다. (일동 웃음) 아무튼 스스로가 귀한 존재란 걸 인식해주었으면 좋겠다. 개뿔도 없는 자존심으로 버텨야 한다. 그런 거 누가 챙겨주는 거 아니다. 그거 하나로 나도 지금까지 살아왔다.

13. 09.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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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도 내친 걸음에 골라놓는다. 이번주에는 국내 저자로만 골랐다. 먼저, 음식인문학자 주영하 교수. <음식인문학>(휴머니스트, 2011)에 뒤이어 <식탁 위에 한국사>(휴머니스트, 2013)까지 이번에 내놓았다(청소년용으로는 <맛있는 세계사>(소와당, 2011)도 중간에 껴 있었다). 동아시아 음식문화를 다룬 <차폰 잔폰 짬뽕>(사계절, 2009)으로 출판계에서 주목받은 저자가(나는 한 편집자에게서 저자의 이름을 처음 들었다) 비로소 기대에 부응하는 역작을 내놓은 듯한 인상이다.

 

 

<식탁 위의 한국사>의 부제는 '메뉴로 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다. "근대인의 밥상에서 현대인의 식탁까지, 메뉴를 통해 살펴본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 지난 100년간 한국인의 식탁에 오른 메뉴를 통해 한국의 음식문화사를 들려준다. 메뉴로 오른 음식이 시대에 따라 왜,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그 탄생과 기원을 미시적으로 추적할 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적 변동이 음식문화에 끼친 영향을 거시적으로 분석함으로써 일상 속 음식에 얽힌 변화상과 역사성을 통찰한다." 음식인문학의 표준이 될 듯싶다.

 

 

가수 박진영의 미니앨범이 나온 것과 같은 시기에 국문학자 박진영의 신간도 출간됐다. <책의 탄생과 이야기의 운명>(소명출판, 2013). 전작 <번역과 번안의 시대>(소명출판, 2011)에 이어 2년만에 나온 책이니 저자의 성실함을 짐작하게 해준다. 학술서 범주에 속하지만, 주제는 평이하다. 우리 근대의 책과 출판.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거나 접하기 어려운 희귀 서적과 판본을 세심하게 고증하여 다양한 사진과 함께 공개하고, 근대 초창기의 주요 서점과 1920~1930년대 출판문화를 선도한 명문 출판사 사옥과 로고 등 귀중한 자료를 찾아내 권두 화보로 실었다. 각 부의 끝자락에 실린 ‘갈피짬’은 편집자와 출판사의 일대기를 재구성한 약전, 신소설 출판물을 전수 조사해서 정리하고 숨은 문제점을 지적한 글, 정본 복원과 사전 편찬이 지닌 현재적 의의와 가치를 다룬 글로, 색다르고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음식문화사에 이어서 출판문화사까지 '포식'한 독자라면 사진작가이자 평론가 진동선의 에세이들에도 눈길을 주어봄직하다. 이번에 나온 건 <사진예술의 풍경들>(문예중앙, 2013). '1826년 최초의 사진부터 현대사진까지'가 부제니까 사진의 역사를 더듬어본 에세이.

이 책은 한 시대에 사진예술의 전설이었던 사람, 전설이 되고 있는 사람, 전설이 될 사람을 만나보는 과정이다. 1826년경 촬영된 최초의 사진인 니엡스의 사진에서부터 기계미학을 보여주는 귀도 모카피코의 사진까지, 사진의 시대성을 종축으로 두고 동시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의 역사성을 횡축으로 하여 예술로서의 사진을 살펴본다. 픽토리얼 포토그래피부터 모던 포토그래피, 컨템퍼러리 포토그래피에 이르기까지 시대적 경향을 따라가면서, 회화주의 사진, 스트레이트 사진, 퍼스널 도큐먼트 사진, 뉴웨이브 스테이지 사진, 내러티브 타블로 사진 등 미학적 흐름을 국내에서 출간된 어떤 책에서도 한자리에서 만나보기 힘든 작품들과 함께 짚어본다.

저자의 이름은 사실 이번에 나온 책 덕분에 알게 돼 <사진철학의 풍경들>(문예중앙, 2011)까지 같이 주문해서 받았다. 내주 연휴에 짬이 나면 읽어보려고 한다. 한가위는 독서의 식탁도 풍성하다...

 

13. 0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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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타이틀북은 오창은의 <절망의 인문학>(이매진, 2013)이다. 발행일은 8월말로 돼 있지만 이주에 선을 보였다. '반제도 비평가의 인문학 현장 보고서'가 부제. "한국 인문학 현장 보고와 심층 인터뷰, 비평문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얼 쇼리스의 <희망의 인문학>을 염두에 둔 제목은 중의적이다. "당당하게 개입하고 적절하게 편향돼 있기 때문에 실천적인 <절망의 인문학>은 ‘절망(絶望)’을 강요하는 인문학 열풍을 넘어 외면당하는 진짜 인문학을 ‘절망(切望)’하는 인문학 비평서다."

 

 

개인적으로 대학 안팎에서 인문학 강의를 하고 있는 처지인지라 가끔씩 현황과 현장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는데, 때마침 요긴한 보고서가 출간돼 반갑다. 이어서 두번째 책은 다카하시 데쓰야의 <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돌베개, 2013)다. "현대 일본 사회를 통찰한 철학 에세이다. 철학자이며 도쿄대 교수이기도 한 저자 다카하시 데쓰야는 전후 일본 사회 속에서 ‘희생의 시스템’이라는 개념을 찾고 그 대표적 예로 원자력발전(후쿠시마)과 미일 안보체제(오키나와)를 지목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저자는 제2차대전 패전 이후 제대로 청산되지 않은 일본 군국주의와 궤를 같이하는 ‘희생의 논리’가 현재까지의 일본 사회를 하나로 관통하고 있다고 말한다." 가벼운 분량의 책이지만 묵직한 문제의식을 전달한다.

 

 

세번째 책은 GPE(지구정치경제) 총서의 하나로 나온 박형준의 <재벌, 한국을 지배하는 초국적 자본>(책세상, 2013). '권력자본론의 시각에서 추적한 한국 자본주의와 재벌의 역사'로서 "저자는 지난 50여 년 동안 한국 사회의 변화 경로가 ‘권력으로서의 자본의 역사적 운동’에 의해 규정되었다고 보고, 박정희 시대의 압축 성장, 87년 민주화, 97년 금융위기, 포스트-1997 구조 개혁, 재벌의 팽창, 그리고 최근 경제민주화 논의에 이르기까지 한국 현대사의 주요 골간을 한국 자본주의 권력 양식의 진화 과정으로 설명한다." GPE 총서의 또다른 책으로 지주형의 <한국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형성>(책세상, 2011)과 겹쳐서 읽어볼 만하다.

 

 

네번째 책은 이달 말 방한을 앞두고 있는 알랭 바디우의 <투사를 위한 철학>(오월의봄, 2013)이다. 정치와 철학의 관계를 다룬 세 편의 강연을 묶었다. 그리고 다섯번째 책은 역시나 프랑스 철학자 미셸 옹프레의 비판적 프로이트 평전 <우상의 추락>(글항아리, 2013)이다. 2010년에 출간돼 논란을 불러일으킨 책이라고. "무의식의 발견을 통해 이성적 거대서사에 숨겨진 병리적 측면을 다채롭게 드러냄으로써 인간 이해의 인식적 차원을 대폭 확장시킨 프로이트의 이론은 니체, 마르크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모던과 포스터모던 시대를 풍미했다. 그러나 정신분석학은 니체를 비롯한 선학들의 철학적 전통을 등에 업는 동시에 그 흔적을 체계적으로 지우고, 각종 조작된 실험결과를 통해 과학의 영역으로 밀고 들어온 한 권력 화신의 날조물이라는 것이 이 책의 주장이다." 프로이트나 정신분석에 대한 비판이라면 새로운 주제는 아니지만 '평전'이라는 점이 눈길을 끈다. 피터 게이의 <프로이트>(교양인, 2011)와 겹쳐서 읽어볼 만하겠다...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절망의 인문학- 반제도 비평가의 인문학 현장 보고서
오창은 지음 / 이매진 / 2013년 8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2013년 09월 14일에 저장
절판

희생의 시스템 후쿠시마 오키나와
다카하시 데쓰야 지음, 한승동 옮김 / 돌베개 / 2013년 9월
11,000원 → 9,900원(10%할인) / 마일리지 550원(5% 적립)
2013년 09월 14일에 저장
절판

재벌 한국을 지배하는 초국적 자본
박형준 지음 / 책세상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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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09월 14일에 저장

투사를 위한 철학- 정치와 철학의 관계
알랭 바디우 지음, 서용순 옮김 / 오월의봄 / 2013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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