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한겨레 북리뷰에서 '로쟈의 번역서 읽기'를 옮겨놓는다.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론>을 간추렸다. 천병희 선생과 박종현 선생의 번역본을 참고했는데, 정암학당의 플라톤전집판으로도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연구서로는 양승태 교수의 <소크라테스의 앎과 잘남>(이화여대출판부, 2013)이 유익하다.

 

 

 

한겨레(13. 10. 07) 네 자신을 알라? 너의 무지를 알라!

 

고대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은 단연 소크라테스의 재판일 것이다. 제자 플라톤을 철학의 길로 들어서게 만든 결정적인 사건인 만큼 ‘바로 이 한 장면’으로 꼽아도 무리가 아니다. 아테네 시민 세 사람에 고발당해 법정에 선 소크라테스가 펼친 변론을 기록한 것이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론>이다. 어떤 죄목이고, 소크라테스는 어떻게 자신을 방어하는가.

말투에는 개의치 말고 자기가 하는 말이 옳은지 그른지에만 유의해 달라고 배심원단에 당부하면서 소크라테스는 ‘두 가지’ 고발에 대한 변론을 전개한다. 직접적으로 그를 법정에 서게 만든 이들이 ‘나중의 고발인들’이라면 그보다 먼저 자신을 고발한 이들은 ‘최초의 고발인들’이다. 이 최초의 고발인들은 그를 모함한 불특정 다수다. 그들은 소크라테스가 “하늘에 있는 것들을 사색하고 지하에 있는 것들을 탐구하며 사론(邪論)을 정론(正論)으로 만든다”고 비난해왔다. 하지만 그런 비난은 자신과 무관하다는 게 소크라테스의 주장이다.

 



아테네에서 지혜로운 자로 명성을 얻은 소크라테스이지만, 그 지혜란 다른 게 아니라 자신의 무지에 대한 앎이라고 그는 말한다. 그의 한 친구가 델포이의 신전에 가서 물은즉, 아테네에는 소크라테스보다 지혜로운 자가 없다고 하기에, 소크라테스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자 정치가와 시인과 장인들을 찾아 나선다. 자기보다 더 지혜로운 자를 만나기 위해서였지만 실망스럽게도 그들은 모두 지혜롭지 못했다. 단지 지혜로워 보일 뿐이었다. 그는 가장 지혜로운 자란 “지혜에 관한 한 자신이 진실로 무가치한 자라는 것을 깨달은 자”라는 걸 깨닫는다. 바로 소크라테스 자신이다. ‘너 자신을 알라’라는 그의 경구는 실상 ‘너 자신의 무지를 알라’라는 의미다. 철학이란 바로 이 무지에 대한 앎이었다.

소크라테스의 삶은 온전히 신탁에 바쳐진 삶이다. 인간의 지혜란 전혀 가치가 없다는 게 신탁의 메시지이기에, 지혜롭다는 평판을 듣는 이라면 누구든지 찾아가서 그의 무지를 일깨워주었다. 그렇듯 신에 대한 봉사로 분주하여 소크라테스는 나라 일이나 집안일도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나중의 고발인들에 따르면 그가 젊은이들을 타락시킨다고 하지만, 젊은이들이 그를 흉내 내어 다른 사람들에게 이것저것 캐묻고 다니는 바람에 죄를 덮어쓴 것에 불과하다. 게다가 신을 아예 믿지 않는다고까지 고발당하지만 신에 대한 봉사에서 소크라테스를 넘어설 자도 드물었다. 따라서 “소크라테스는 젊은이들을 타락시키고, 국가가 인정하는 신들을 인정하는 대신 다른 새로운 신들을 믿음으로써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고소는 근거가 없다.

여기까지 소크라테스의 변론은 나름대로 전략적이고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소크라테스도 불법을 저지르지 않은 만큼 긴 변론이 필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유죄판결을 받는다면 사람들의 편견과 시샘 때문일 거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한데 그런 생각이 그에게 어깃장을 놓게 만든다. 그는 배심원단을 구성하고 있는 시민들을 향하여 “나는 여러분을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여러분보다는 신에게 복종할 것입니다”라고 선언한다. 심지어 아테네에는 자신의 봉사보다 더 큰 축복이 내린 적이 없다고까지 말한다. 따라서 사형에 처하는 대신에 무료로 식사를 제공해 마땅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배심원단은 그에게 식사를 제공하지 않았다.


13. 10.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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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먼저 사회학자 앨리 러셀 혹실드. 이름이 입에 익지는 않지만 <감정노동>(이매진, 2009)의 저자라고 하면 고개를 끄덕이게 되리라. 이번에 나온 책은 '구글 베이비에서 원톨로지스트까지, 사생활을 사고파는 아웃소싱 자본주의'를 부제로 한 <나를 빌려드립니다>(이매진, 2013). 그의 신간이다. 원저는 작년에 출간됐다.

 

 

예기치 않게도 <감정노동>보다 먼저 국내에 소개된 책도 있었다. <돈 잘 버는 여자 밥 잘 하는 남자>(아침이슬, 2001). 원저의 출간순서로는 <감정노동>(1983)이 <돈 잘 버는 여자 밥 잘 하는 남자>(1989)보다 빠르다. <나를 빌려드립니다>에서 다루고 있는 '아웃소싱 자본주의'의 속살은 무엇인가.

개인의 감정이나 사생활의 외주화와 시장화로 특징지어지는 ‘아웃소싱 자본주의’는 사생활을 시장 영역으로, 인간관계를 상품 관계로, 교감과 인내 등 감정과 공동체의 베풂을 상품으로 바꾸며, 공동체 구성원이 자기 자신과 관계를 돌아볼 수 있는 역량을 과소평가하게 만들어 공동체를 파괴한다. 여성, 이주민, 빈곤층 등 소수자를 중요한 공급자로 하는 아웃소싱 자본주의에서 사생활 서비스는 탄생부터 죽음까지 인생의 각 단계에 맞춰 다르게 작동하며, 침실, 아침 식탁, 애정 생활 등 은밀한 사적 영역을 무대로 ‘공동체적인 것’에 맞서 치열한 전투를 벌인다.

'사생활의 시장화'가 어디까지 진행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회학 보고서로도 읽을 수 있겠다. 마이클 샌델의 책 제목을 비틀면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의 최신판이라고 할까. 자본주의가 보여주는 '더 나은 세상'이 어떤 것인지 확인해보도록 하자.

 

 

요네하라 마리 여사의 책도 또 나왔다. <유머의 공식>(마음산책, 2013). 여사의 마지막 책으로 예전에 <유머의 공식>(중앙북스, 2007)으로 나왔었는데, 이번에 새로 번역됐다. 마음산책에서 펴낸 '유쾌한 지식여행자, 요네하라 마리' 시리즈의 얼추 마지막 책이 아닐까 싶은데, 이 책을 포함해 16권에 이른다. <유머의 공식>은 어떤 책인가. "동서고금의 갖은 유머들을 분석하고 연구한 끝에 그 안에 흐르는 열한 가지의 원리, 즉 유머의 공식을 밝혀 책으로 엮었다. <유머의 공식>은 어떻게 하면 듣거나 읽는 사람들이 재미있어하거나 웃음을 터뜨리는 유머를 쓸 수 있는지에 대해 요네하라 마리가 연구한 결과물의 총체다." 암으로 투병중이던 시기에 쓴 책이 <유머의 공식>이란 점도 요네 하라 마리답다. 그녀는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주눅들지 않는 유머 정신의 소유자였다. 

 

 

세번째 저자는 중국학자 왕리췬이다. 이름이 입에 익지 않은데, 그럼에도 '강의'가 꾸준히 번역돼 나오고 있어서 주목하게 됐다. 중국 CCTV의 강의 '백가강단'을 통해 이름을 알렸다고 하는 <사기> 전문가이다. '백가강단'의 스타강사 이중톈을 떠올리면, 역시나 상당한 내공의 저술가일 걸로 짐작된다. <한무제 강의>(김영사, 2011)와 <항우 강의>(김영사, 2012)에 이이서 이번에 나온 건 <진시황 강의>(김영사, 2013). 소개는 이렇다.

 

중국 CCTV [백가강단]의 국보급 석학 왕리췬 교수가 완성한 '불멸의 황제 진시황'의 모든 것. <사기>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 왕리췬 교수가 치밀한 고증, 탁월한 통찰, 현대적 해석으로 밝힌 진시황의 강력한 통치력에 숨겨진 비밀. 동양 최초의 사서이자 인간학의 보고인 <사기>의 '진시황 편'을 바탕으로 풀어낸 가장 정통하고 가장 핵심적인 진시황 강의가 펼쳐진다. 영웅적 리더십, 빼어난 지략, 강력한 국가경영 전략으로 통일제국을 건설한 위대한 군주 진시황의 일대기를 완벽하게 재조명한다.   

 

진시황에 대해서라면 묵직한 책들이 몇 권 더 참고할 만한데, 장점민의 <제국의 빛과 그늘>(역사의아침, 2012), 장펀톈의 <진시황 평전>(글항아리, 2011) 등이 대표적이다. 리카이위엔의 <진시황의 비밀>(시공사, 2010)도 진시황을 둘러싼 여러 미스테리를 추적하고자 한다...

 

13. 10.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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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권우의 <여행자의 서재>(동녘, 2013) 서문을 읽다가 귄터 베셀의 <집안에 앉아서 세계를 발견한 남자>(서해문집, 2006)란 책을 발견했다. 뒤늦은 발견이었는지(책의 표지는 본 기억이 있음에도) 이미 절판됐고 중고서적들에도 나와 있지 않다. 어떤 책인가.

 

독일의 언론인 귄터 베셀이 제바스티안 뮌스터가 쓴 <코스모그라피아>에 얽힌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다룬 책입니다. 문제의 인물 제바스티안 뮌스터는 발품 팔아 세계를 돌아다니기보다는 탐험가들이 기록한 글을 "듣고, 읽고, 쓰고, 기록하고 그리고 분류"해서 "자신의 손가락으로 전 세계를 묘사"한 <코스모그라피아>를 완성했습니다.(...) 책으로 온 세상을 떠돌아다닐 만용을 부린 저는, 말하자면 콜럼버스나 마젤란보다는 제바스티안 뮌스터에 가까운 사람인 셈입니다.(5쪽)

<코스모그라피아>란 책이 궁금해서 잠시 손가락품을 팔았다. 김상근의 <세계지도의 역사와 한반도의 발견>(살림, 2004)에 설명이 좀 나와 있다(아래는 네이버의 지식백과에서 가져왔다).

 

유럽의 세계지도 제작사(製作史)에서 세바스찬 문스터(Sebastian Munster, 1488~1552)는 프톨레미의 세계관을 반영한 16세기의 마지막 지도 제작자라고 할 수 있다. 하이델베르크와 튀빙겐대학에서 수학한 프란치스코 수도회 소속 사제였던 문스터는 원래 히브리어를 가르치는 대학 강사였으나, 1529년 바젤대학으로 옮기면서 루터의 종교개혁에 심취한 인물이었다. 바젤대학에서 개신교로 개종한 문스터는 1540년 48개의 목판 지도를 포함한 프톨레미의 『지리학』을 출간하였으며, 1544년에는 독자적인 『코스모그라피아(Cosmographia)』를 출간하여 16세기 중엽에 최고의 지리학자로 명성을 쌓게 되었다.

문스터의 『코스모그라피아』는 16세기 후반의 세계지도 제작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아브라함 오르텔리우스의 1570년판 『세계의 무대(Theatrum Orbis Terrarum)』가 출간될 때까지 약 25년간 유럽을 대표하는 세계지도였다. 아래 지도는 문스터에 의해 제작된 아시아 전역의 지도인데, 여전히 프톨레미의 세계관과 마르코 폴로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지도의 역사적 의미는 지도 제작사상 최초로 아시아 대륙(Asia Major)을 유럽 대륙과 인접한 극동 지역(Asia Minor)으로부터 분리시켜 표현했다는 것이다. 프톨레미의 세계관을 담고 있는 문스터의 『코스모그라피아』의 아시아 부분은 전반적으로 왜곡된 형태를 보이고 있으며 오른쪽 귀퉁이에 '미지의 땅'이라는 표현을 구체적으로 기록함으로써, 동아시아에 대한 지리학적 정보 부족을 공식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신대륙의 발견이 이미 반세기 전에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는 여전히 미지의 땅으로 남아 있음을 볼 수 있다. 한반도는 아직 그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고등학교 때 세계사와 지리는 선택과목이어서 둘 중 하나만 들어야 했다. 내가 선택한 건 세계사였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세계지도'는 정확히 세계사와 지리가 겹치는 부분이면서 그 사각지대가 아닌가 싶다. '세계지도'란 주제에 대해 얼마간 관심을 갖게 돼(그렇다고 수집가는 아니다) 관련서들에 흥미가 있는데, 귄터 베셀의 책이 절판된 게 유감스러워 페이퍼로 적는다.

 

 

세계지도와 관련한 책으론 제러미 블랙의 <세계지도의 역사>(지식의숲, 2006), 지도에 대한 상식을 풀어주는 <지도로 보는 세계지도의 비밀>(이다미디어, 2010), 그리고 아서 제이 클링호퍼의 <세계지도에서 권력을 읽다>(알마, 2012) 등을 더 참조할 수 있다.  

 

 

예전에 한번 주제로 다룬 적이 있지만 조선시대 세계지도에 대해선 오상학의 <조선시대 세계지도와 세계인식>(창비, 2011)을 비롯해 손에 꼽을 만한 책들이 나와 있다. 그리고 최근에 나온 책으론 또 다른 형태의 세계지도라 할 '지구의'에 관한 책 센다 미노루의 <지구의의 사회사>(푸른길, 2013)과 미치광이 지도광들의 이야기, 켄 제닝스의 <맵헤드>(글항아리, 2013)도 눈길을 끄는 책이다. 하지만 당장은 제바스티안 뮌스터에 대한 책이 궁금하다. 재간되길 기대한다...

 

13. 10.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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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마이뉴스에서 한국근현대사 연구자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위원과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한 안병욱 전 카톨릭대 교수와의 인터뷰 기사를 읽었다. 일부를 발췌해놓는다(전문은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910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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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박근혜 정부의 미래는 어떨 것으로 보나.
"일반적으로 국민은 권력이 무지막지하게 내리누를 때 반발하지만 그것이 늘 역사를 반전시키는 힘이 되는 건 아니다. 하지만 (민중 역량이) 바닥으로 떨어졌다가 성장할 때 내리누르면, 역사를 바꾸는 동력으로 승화하는 경우가 많다. 가령, 5공화국 당시 1980년 광주항쟁으로 많은 시민이 학살당했지만 전두환 정권이 1981년, 1982년 무리한 정책을 추진해도 정권은 유지됐다. 전두환 정권이 가장 취약했던 때는 집권 후기다. 그 숱한 과정을 겪은 사람들이 다시 일어섰을 때, 비로소 정권의 억압을 뚫고 일어나 6월 항쟁을 만들어냈다.

박근혜 정부와 국민의 관계를 당시와 비교하면, 내 감으로는 국민의 역량이 이제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시점이 아닌가 한다. 1987년 6월 항쟁 전의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박근혜 정부는 결코 순탄하게 연착륙 하지 못할 것이다. 그 점을 박 대통령도 알고 있다. 자신이 유화책을 쓰고 양보하는 순간, 끊임없이 양보를 하게 된다는 사실을. 옛날 박정희에게 쓸 수 있는 반전의 카드가 있었다. 계엄령이나 긴급조치 같은.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에겐 반전의 카드가 없다. 한 번 밀리면 어디까지 밀릴지 모른다는 그 두려움 탓에 김기춘 등을 기용하는 강경 드라이브를 하는 거다. 


 

결국 귀결은 어느 한쪽이 무너지는 건데, 지금은 시민사회와 국민이 무너질 수 있는 시대가 아니지 않나. 결국 누가 무너지겠나. 1995~1997년의 김영삼 정권을 보면 노동관계법 밀어붙이다가 한 번 꺾이니까 1년 동안 아무 권한도 행사 못 했다. 1950년대부터 정치를 하면서 주변에 자기 사람이 엄청 많은 김영삼 전 대통령도 그랬다. 객관적으로 보면 박 대통령은 고립무원이다. 선거 때 손 한 번 잡아보고 싶어하던 유권자들 그동안 지지해왔는데, 더는 유효하지 않다. 박 대통령이 쓸 수 있는 카드는 없다. 박근혜 정부의 남은 4년 반... '봄날은 갔다'."

- 국민 역량이 바닥을 치고 오르는중이라고 보는 근거는?
"국민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세계 경제의 어려움을 겪으면서 바닥까지 떨어졌다가 이제 다시 기 자리에서 뭔가를 해볼 수 있는 위치에 왔다. 정치권이 조금 와줘야 하는데 여전히 찬물을 끼얹고 있다. 국민이 반전하는 시점에 정치권은 반대로 가는데, 이런 모습이 1985~1987년 상황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 2004년부터 3년간 '국가정보원 과거사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국정원을 직접 겪어본 사람으로서 개혁의 가능성을 어느 정도로 보나.
"사람이나 제도도 기본 바탕이 있다. 가령 '바탕은 좋은데 시대 상황이 어려워서 저렇게 꼬였다'는 말도 있지 않나. 사람들은 국내 사찰만 없으면 국정원이 필요하다고 하는데, 그 생각은 맞다. 하지만 거기서 더 나가 마치 국정원의 본질은 그게 아닌데, 독재자들이 잘못된 일을 시켜 악행을 저지른 것처럼 보는 사람들이 있다. 잘못된 생각이다.

5.16 쿠데타 세력이 제일 먼저 한 일이 중앙정보부 설치였다. 쿠데타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조사해서 사전에 제압해 권력을 유지하려는 목적이었다. 국정원은 그 역할을 20세기 내내 멈춘 적이 없다. 현재도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대통령을 위해 존재한다. 마치 청와대 비서실 같은 역할을 하는 것이다. 청와대 비서실은 기능만 있지만, 국정원에겐 인력과 예산, 큰 권한이 있다. 앞으로 한국사회가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국정원을 바꿔야 한다. 하지만 제도만 바꿔서는 안 된다. 발전적 해체와 신설로 갈 수밖에 없다. 발전적 해체를 거쳐 새로운 국가정보기구를 신설한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 교학사 역사교과서가 역사를 왜곡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이명박 정부 때부터 시작된 일이다. 뉴라이트 우익 학자들에 의한 교과서 파동은 참으로 우스꽝스럽고 창피한 소극 같은 일이다. 그게 당당하게 정권의 비호를 받고 있는데, 현재 우리 사회 정신세계의 천박성을 보여준다. 게다가 여당 최고 실력자(김무성 의원)가 그런 학자를 불러 특강을 하고, 의원 50여 명이 그 강연에 박수를 보냈다는 것은 코미디다. 한국 정치인의 역사인식이 어느 수준인가를 보여준 사건이다. 그들의 역사인식이 1950~1960년대에서 멈춘 게 서글프다. 

국사편찬위원회가 그 교과서를 검정해줬는데, 이 역시 시대의 비극이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천박한 정치 논리에 들러리를 섰다. 한 나라의 학문을 관장하는 최고 기관이 허접쓰레기 같은 걸 교과서로 검정해줬는데, 학문적 양식을 지켜야 할 최후의 보루가 무너졌다."

- 의기소침해 있는 시민에게 한마디 한다면?
"소수의 안목이 있는 분들이 역사를 내다보고 그 의지에 따라서 끊임없이 국민을 선도했을 때, 국민의 힘이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사회가 바뀐다. 지금의 여론조사가 생각처럼 나오지 않기 때문에 사회가 바뀌기 힘든 게 아니냐고 얘기하는 것은 올바른 생각이 아니다."

13. 10.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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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주말 오후다.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타이틀북은 김한종 교수의 <역사교육으로 읽는 한국현대사>(책과함께, 2013)다. '국민학교에서 역사교과서 파동까지'가 부제이고, 그 파동 때문에 시의에 딱 맞는 책이 됐다. 저자는 역사교육과(서울대)를 나와서 역사교육과(한국교원대)에서 강의를 하고 있으니 '역사교육'에 관한 한 최고의 적임자라 할 만하다. "19세기 교실에서 21세기 학생들을 가르쳐온 20세기 역사교육사. 역사를 왜 알아야 하는지, 어떤 역사를 배워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를 위해 해방 이후 역사교육 70년의 발자취를 살펴본다."

 

 

두번째 책도 역사책이다. 주지오, 김선수 등의 <한국 여성사 깊이 읽기>(푸른역사, 2013). 얼마전 인터뷰를 보니 이이화 선생이 한국여성사에 관한 책을 준비중이라고 하는데, 한국여성사에 대한 학계의 연구성과를 가늠해볼 수 있는 책이 미리 나온 것 같다.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하다.

 

 

세번째 책은 로마사다. 배은숙의 <로마 검투사의 일생>(글항아리, 2013). "국내 로마사 연구자가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복원해낸 역작. <강대국의 비밀>이란 책을 펴내 ‘2008 한국간행물위원회 우수출판기획안 최우수상’을 수상했던 배은숙 계명대 외래교수가 5년 간의 후속 연구를 통해 로마 검투사들의 일상생활을 복원한 <로마 검투사의 일생>을 펴냈다." 로마사 책들을 모으면서 <강대국의 비밀>(글항아리, 2008)도 구입해놓았는데, 후속작이라고하니까 자동적으로 손이 간다.

 

 

네번째 책은 곽준혁 교수의 <지배와 비지배>(민음사, 2013). 부제대로 '마키아벨리의 <군주> 읽기'다. 소개에 따르면, "마키아벨리 연구로 시카고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공화주의 이론가 곽준혁 교수의 저서. 가장 오랫동안 오해와 오역과 논란의 역사에 휩싸였던 <군주>의 수수께끼를 함께 풀 수 있는 지적 모험이 될 것이며, 무엇보다도 지금 한국 사회는 왜 마키아벨리를 읽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을 제공할 것이다." 국내에 마키아벨리 전공자가 여러 명 있고, 그중 곽차섭 교수도 마키아벨리에 대한 책을 준비중인 걸로 안다. <군주론> 번역본 못지 않게 다양한 시각의 연구서들도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김주원 교수의 <훈민정음>(민음사, 2013)이다. '사진과 기록으로 읽는 한글의 역사'가 부제. 내주에 한글날이 있는 만큼 관련서들이 몇 권 나왔는데, 그중 하나다. "저자는 훈민정음에 대한 근거 없는 주장과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고, 지금까지의 연구 성과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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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육으로 읽는 한국현대사- 국민학교에서 역사교과서 파동까지
김한종 지음 / 책과함께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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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성사 깊이 읽기- 역사 속 말없는 여성들에게 말 걸기
주진오 외 지음 / 푸른역사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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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검투사의 일생- 살육의 축제에 들뜬 로마 뒷골목 풍경
배은숙 지음 / 글항아리 / 2013년 10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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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배와 비지배- 마키아벨리의 <군주> 읽기
곽준혁 지음 / 민음사 / 2013년 10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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