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한겨레의 '로쟈의 번역서 읽기'를 옮겨놓는다.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를 다뤘다. 알다시피 다수의 번역본이 나와 있는데(내가 갖고 있는 것만 해도 6-7종이다), 작중에 나오는 'nice'의 번역을 중심으로 세 가지 번역본을 골랐다. <위대한 개츠비>에서 위대한 건, 혹은 대단한 건 개츠비, 아니 그의 본명인 개츠의 환상이라는 게 감상의 요지다. 이 환상은 곧 아메리칸 드림 자체이기도 하다.

 

 

 

한겨레(13. 11. 04) 위대한 건 개츠비의 ‘환상’

 

스콧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1925)를 읽고 나면 자연스레 궁금해진다. 어째서 ‘위대한’ 개츠비인가. 주인공의 이름대로 ‘제이 개츠비’라고 하거나 ‘개츠비와 데이지’라고 했어도 무방했을 작품이다. 정작 피츠제럴드는 아내와 편집자가 고른 ‘위대한 개츠비’란 제목을 막판까지도 꺼렸다는데, 그래도 그가 마음에 두었다는 ‘황금모자를 쓴 개츠비’나 ‘웨스트에그의 트리말키오’보다는 훨씬 더 그럴듯한 제목이다.

 

 

<위대한 개츠비>를 대신할 뻔했던 제목 ‘웨스트에그의 트리말키오’에서 웨스트에그는 개츠비의 저택이 있는 지명이고, 트리말키오는 로마시대의 소설 <사티리콘>에 등장하는 벼락부자다. 영화 <위대한 개츠비>에서도 화려한 볼거리가 되지만, 소설의 전반부를 장식하는 건 벼락부자 개츠비의 대저택에서 벌어지는 사치스런 파티다. 5인조 편성이 아닌 완벽한 오케스트라가 동원될 정도다.

 

단지 부를 과시하거나 기분을 내보려는 파티가 아니다. 개츠비는 만(灣) 건너편 이스트에그에 사는 첫사랑 데이지가 파티 소문을 듣고 찾아와주길 기대한다. 하지만 데이지와의 재회는 옆집 이웃이자 소설의 화자인 닉 캐러웨이의 도움으로 이루어진다. 데이지와 친척뻘인 닉에게 부탁해 마련한 자리였다. 개츠비는 꿈에도 그리던 만남을 기뻐하면서도 동시에 당혹스러워한다. “5년에 가까운 세월! 그날 오후에도 데이지가 그의 꿈에 미치지 못한 순간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그것은 데이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그의 환상 때문이었다. 그의 환상은 그녀를 넘어섰고 모든 것을 넘어섰다.”(열림원)

 

데이지밖에 모르는 남자가 개츠비이건만 그의 환상은 놀랍게도 데이지를 넘어선다! 여기에 개츠비의 비밀이 있는 건 아닐까. 닉에게 들려준 바에 따르면 개츠비의 부모는 실패한 농사꾼이었다. 그는 한번도 그들을 부모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래서 열일곱 살에 ‘제임스 개츠’라는 원래 이름을 ‘제이 개츠비’로 개명한다. 말하자면 개츠비는 개츠의 ‘이상적 자아’다. 놀라운 것은 그가 자기 이상 혹은 환상을 현실로 만들었다는 점이다. 비록 우연히 만난 벼락부자와 암흑가 거물의 도움을 받기도 하지만, 그가 어릴 때부터 출세하기로 작정하고 철저하게 자기 계발에 애쓴 결과다. 개츠비판 아메리칸드림인 것이다.

 

 

 

개츠비에게 데이지는 그 아메리칸드림의 대미여야 했다. 그녀는 5년 전 그가 아직 출세하기 전에 처음 만난 ‘멋진’ 여자였다. ‘멋진’은 ‘나이스’(nice)의 번역인데, ‘우아한’(민음사)이나 ‘상류층’(문학동네)으로도 번역된다. 개츠비가 빈털터리라는 이유로 실연당한 걸 고려하면 복합적인 의미를 갖는 단어다. 이제 자신 또한 상류층의 멋진 남자가 돼 돌아온 개츠비는 5년간의 공백을 완전히 제거하려고 한다. 데이지에게는 톰 뷰캐넌과의 5년간의 결혼생활이다. 톰을 사랑하지 않는다고 공개적으로 고백해 달라는 개츠비의 요구에 데이지는 이렇게 말한다. “아아, 당신은 너무 많은 걸 바라는군요! 나는 지금 당신을 사랑해요. 그걸로 충분하지 않나요?”

 

<위대한 개츠비>에서 개츠는 두 가지 환상에 도전한다. 처음엔 개츠비가 되는 것, 그리고 데이지의 완벽한 사랑을 얻는 것. 그 환상이 그를 성공으로 이끌고 또 파국으로 몰아넣는다. 진심이건 반어이건 위대한 건 개츠비가 아니라 그의 환상이라고 해야 할 듯싶다.

 

13.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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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은 스노리 스툴루손의 <에다 이야기>(을유문화사, 2013)이다. "게르만 신화의 원형에 가장 가까운 게르만 신화집". 이전에 <에다>(서울대출판부, 2004)라고 나온 적이 있어서(책은 절판됐다) 찾아보니 <에다>는 <운문 에다>를 옮긴 것이고 <에다 이야기>는 <산문 에다>를 옮긴 것이다. 달리 <고 에다>와 <신 에다>라고도 불린다고. 어떻게 다른가.

 

 

먼저 <에다>의 책소개를 따라가보면 이렇다.

북유럽 신화집 <에다>는 기록된 유럽신화 가운데 그리스·로마 신화 다음으로 높은 완성도를 지녔고, 여기에 담긴 창세신화와 신들의 이야기는 게르만족 공통의 신화를 대변하는 것으로 인정된다. <에다>는 800~1200년 사이에 기록되었을 것으로 보이는 운문체 <고(古) 에다>와, 이를 토대로 1220년경 스노리 스투를루손이 저술한 산문본 <신(新) 에다>(일명 ‘스노리 에다’)로 나뉜다.

 

현존하는 필사본 <고 에다>가 이전의 필사본(들)을 토대로 종합 및 기록된 시기는 1270년경이었음이 밝혀졌다. 그러니까 <에다>의 진정한 원본은 서사시 <고 에다>이고, 이것은 다시금 <신들의 노래>와 <영웅들의 노래>로 구성되어 있다. 두 부분은 주제 면에서 밀접하게 연관되어 일체를 이룬다. 후반부 영웅시가의 핵심을 이루는 시구르드(독어: 지크프리트) 전설은 독일 중세 영웅서사시의 금자탑인 <니벨룽엔의 노래>의 소재로서도 중요하다. 그 동안 한국에서 몇 차례 출판된 <에다> 번역본은 대체로 스투를루손 산문 해설본(<신 에다>)을 독서용으로 재구성한 구미의 번안 원문들에 기초하였다. 이에 역자들은 이 신화집의 본모습을 가급적 정확히 재현하기 위해 국내 최초로 <고 에다>를 번역키로 하였다.

 

 

독일 중세문학의 말 그대로 '고전'인 셈. 번안작 번역본이 있었다고는 하나 <에다>라는 이름으로 나온 건 이 두 권이 전부다. <에다 이야기>의 소개는 이렇다.

대중이 읽기 쉽게 신화 이야기를 다듬어 펴낸 다른 도서와 달리 게르만 신화의 원전이라고 할 수 있는 스노리 스툴루손의 <산문 에다>를 그대로 번역하였다. 아이슬란드의 시인이자 정치가인 스노리가 1220년에서 1225년 사이에 기록한 <산문 에다>는 근대 이전까지 ‘에다(Edda)’라고 불렸으나 1643년 운문으로 기록된 게르만 신화집이 발견되면서 스노리가 산문으로 기록한 책을 ‘산문 에다’, ‘스노리 에다’, ‘신(新)에다’라 부르고, 이 책보다 이전에 익명의 사람들에 의해 운문으로 기록된 게르만 신화집을 ‘운문 에다’, ‘구(舊)에다’라고 부르게 되었다.

<에다 이야기>는 스노리가 음유 시인들에게 시를 짓는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전체 3부로 구성하여 집필한 <산문 에다> 중에서 게르만 신화와 관련된 부분인 1, 2부만을 소개하였다. 1부에서는 창세기에서 종말까지 게르만 신화의 전모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2부에서는 난쟁이의 마법 반지에 얽힌 탐욕과 저주 이야기, 영웅 시구르드(지크프리트)의 비극적인 전설 등 1부에서 소개하지 못한 에피소드를 들려준다.

 

 

<에다>라거나 게르만 신화라고 하면 좀 낯설게 여겨지지만, 딱 그렇지도 않다.

게르만 신화는 그리스 신화와 더불어 유럽 양대 신화를 이루며 전 세계적으로 문화 예술 영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음에도 국내에서는 아직까지 하나의 대중적 신화로 자리매김하지 못했다. 하지만 북유럽 신화, 북구 신화라고도 불리는 게르만 신화라는 명칭 자체는 생소할지 몰라도 신화 속 이야기나 요소들은 그리스 신화만큼이나 우리에게 친숙하다. 그 예로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 J.R.R. 톨킨의 <반지의 제왕>, 영화 「마스크」와 「토르」, 게임 「라그나로크」, 만화 <진격의 거인> 등은 모두 게르만 신화와 관련이 있다. 신화의 서사 구조를 따르거나 신, 거인, 엘프, 드워프 등 신화적 요소를 차용하는 이들 작품에서부터 게르만 신화의 주신(主神) 오딘의 이름에서 유래한 영어 단어 Wednesday(수요일)에 이르기까지 게르만 신화는 우리 문화 이곳저곳에 편재되어 있다.

신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들에게 유익한 독서거리가 될 듯하다. 좀 전문적이긴 하나 절판된 <에다>도 다시 출간되길 바란다...

 

13.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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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데이에 실은 연재를 옮겨놓는다. 제목이 '로쟈가 푸는 ‘문학이 낳은 문학’'이라고 붙여졌는데, 작품들간의 상호관계를 조명해보는 연재다. 첫번째로 다룬 건 하루키의 <노르웨이의 숲>과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작중에서 언급되는 걸 빌미로 이야기를 엮었다(<노르웨이의 숲>과 상호텍스트적으로 비교해볼 만한 작품은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토마스 만의 <마의 산>도 들 수 있다). 

 

 

중앙선데이(13. 11. 03) 세대는 달라도 … 고결한 죽음보다 겸허한 삶

 

우리에겐 『상실의 시대』란 제목으로 친숙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대표작 『노르웨이의 숲』이 원래의 제목으로 다시 번역돼 나왔다. 서른일곱 살의 중년 와타나베 도루가 함부르크 공항에 착륙하려는 기내에서 비틀스의 노래 ‘노르웨이의 숲’이 나오는 걸 듣고 혼란에 빠져 18년 전의 기억을 떠올리는 것으로 시작하는 소설이다. 열아홉에서 스무 살로 넘어가던 시기의 성장소설로 볼 수 있지만 “나는 어느 곳도 아닌 장소의 한가운데에서 애타게 미도리를 불렀다”는 마지막 문장이 보여 주듯 와타나베가 아직 삶의 갈피를 못 잡는 상황에서 이야기가 끝난다.

미도리는 대학 강의실에서 만나게 된 여자친구인데, 와타나베에겐 그보다 먼저 고등학교 때 만난 나오코가 있었다.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모두 기즈키에 대한 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고3 시절 5월 어느 날 기즈키는 오후 수업을 땡땡이치고 당구나 치러 가자고 와타나베를 꾄다. 첫 게임을 지자 갑자기 진지한 자세로 돌변한 기즈키는 나머지 세 게임을 모두 이긴다. “오늘은 지기 싫었거든”이라는 게 기즈키가 남긴 마지막 말이었다. 그날 밤 그는 자기 집 차고에서 자살한다.

유일한 단짝을 잃은 와타나베는 특별히 공부하지 않아도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을 골라 별 감흥 없이 입학한다. “모든 걸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 모든 것과 나 사이에 적절한 거리를 두는 것”이 그의 신조가 된다. 조금이라도 그런 포즈에서 벗어난다면 친구의 죽음이 열어 놓은 죽음의 심연이 그를 집어삼키지 않았을까. 하지만 아무리 심각해지지 않으려고 애를 써도 죽음은 심각한 사실이었다. 와타나베는 “죽음은 삶의 대극이 아니라 그 일부로 존재한다”는 걸 일찍 깨달았다. 역설적이지만 이 깨달음이 그가 죽음과 가까이에 있으면서도 죽음에 휩쓸려 들어가지 않도록 해 준다.

하지만 나오코는 사정이 더 나빴다. 초등학교 때 고등학생이었던 언니의 자살을 목격한 데다가 소꿉친구로 거의 한 몸처럼 지내던 기즈키를 잃었기 때문이다. 나오코와 와타나베는 대학생이 되어 다시 만나 연인이 되지만, 나오코의 마음의 병은 더 악화되기만 하고 결국 자살하고 만다.

사실 열아홉, 스물의 나이에 저마다 소중한 뭔가를 잃어버리며 어른이 된다고 하는 건 일반론이다. 즉 상실의 경험이 『노르웨이의 숲』에 등장하는 인물들만의 특별한 경험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좀 더 극단적인 경험에 내몰리는 듯싶다.

 



동시에 그들의 경험은 세대론적인 의미도 포함한다. 1969년을 정점으로 하여 기존 현실의 전복을 꾀했던 전공투(全共闘) 투쟁이 막을 내리고 1970년대 고도성장기로 진입하게 되는 일본 사회의 모습을 하루키의 소설은 비록 노골적으로 비유하진 않더라도 은연중에 암시한다. 『노르웨이의 숲』에서는 그렇게 변화해 가는 현실에 대한 세 가지 대응 태도가 제시된다. 와타나베의 기숙사 선배이면서 외교관이 되는 나가사와. 그는 수재이지만 교양 있는 속물이다. 그리고 기즈키나 나오코가 보여 주는 좌절. 그들은 사회적 현실로의 진입을 거부한다. 반면에 와타나베가 보여 주는 건 과거에 대한 충실성을 보존하면서 계속 살아가는 것이다.

와타나베가 요양원을 방문했을 때 나오코의 룸메이트인 중년의 여성 레이코는 그의 독특한 말투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자기, 뭐랄까 말투가 참 묘하네. 『호밀밭의 파수꾼』에 나오는 남자애 흉내라도 내는 것 같아.” 이러한 언급은 독자로 하여금 자연스레 『노르웨이의 숲』과 『호밀밭의 파수꾼』을 비교해 보게끔 만든다(영어권 독자들은 『노르웨이의 숲』을 ‘하루키 판 『호밀밭의 파수꾼』’이라 부르기도 한다).

1951년 출간된 제롬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 역시 전후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이들의 반감과 반문화 정신에 어필하면서 하나의 ‘문화 현상’까지 몰고 온 소설이다. 『위대한 개츠비』를 비롯해 미국 소설을 많이 번역했던 하루키는 특히 일본에 『캐처 인 더 라이』라는 원제를 그대로 소개하면서 샐린저 붐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게다가 미국에서 생소한 일본 작가 하루키를 알아보고 그의 단편소설을 소개한 곳 또한 샐린저를 등단시켰던 ‘뉴요커’였다.

똑같이 흉내 내는 거라면 와타나베는 주인공 홀든보다 앤톨리니 선생의 말을 흉내 내는 게 더 좋았겠다. 홀든의 친구 제임스 캐슬이 창문에서 뛰어내려 자살했을 때 아무도 손대려 하지 않는 죽은 아이의 몸을 안아 준 사람이 바로 앤톨리니 선생이다. 그는 방황하는 홀든에게 한 철학자의 말을 인용해 들려준다. “미성숙한 사람의 특징은 대의를 위해 고결하게 죽기 원한다는 것이고, 성숙한 사람의 특징은 대의를 위해 겸허하게 살기를 원한다는 것이다.” 와타나베는 친구 기즈키와는 달리 ‘고결한 죽음’보다 ‘겸허한 삶’을 선택했다고 할 수 있을까. 모호한 결말에도 불구하고 『노르웨이의 숲』을 일종의 성장소설로 볼 수 있다면 그런 맥락에서다.

 

13. 11.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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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분야별로 눈길을 끄는 책들이 많아서(그렇다고 감동할 정도는 아니다) 선정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몇몇 책들은 다른 자리에서 언급해야 할 것 같다.

 

 

 

먼저, 타이틀북은 로버트 디에츠와 대니얼 오닐의 <이만하면 충분하다>(새잎, 2013). 스키델스키 부자의 <얼마나 있어야 충분한가>(부키, 2013)의 응답처럼도 읽히는 책이다. 제목에서 시사되지만, '더 많이more에서 충분enough으로'가 저자들의 구호다. "저자인 로버트 디에츠와 대니얼 오닐은 경제성장의 환경적, 사회적 실패를 폭로할 뿐만 아니라, 지구의 생명유지 시스템을 훼손하지 않고 우리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경제인 정상상태경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물질, 에너지, 인구, 금융, 일자리 등 구체적인 사안에 대한 현실적인 정책 및 실현 방법을 충실하게 주장한다."

 

 

두번째 책은 지그문트 바우만의 <부수적 피해>(민음사, 2013). '지구화 시대의 사회 불평등'이 부제다. 역자는 <쓰레기가 되는 삶들>(새물결, 2008)과 <현대성과 홀로코스트>(새물결, 2013)를 옮긴 정일준 교수. "최근 만들어진 미국 군사 용어 ‘부수적 피해’는 군사 활동 시 불가피하게 따르는 민간인 피해를 이르는 말로, 바우만은 이 용어를 확장해 현대 사회 전반을 진단한다. ‘부수적’이라는 말 속에 도사리고 있는 ‘고의는 아니다’라는 무책임함은 사회 문제의 본질을 희석하며, 권리와 기회에 이미 존재하는 불평등을 암묵적으로 가정한다." 여름에 나온 <왜 우리는 불평등을 감수하는가?>(동녘, 2013)에 잇대서 읽어볼 만하다.  

 

세번째 책은 젊은 논객 박가분의 <일베의 사상>(오월의봄, 2013). '새로운 젊은 우파의 탄생'이 부제다. 지난봄에 출간돼 화제가 됐던 야스다 고이치의 <거리로 나온 넷우익>(후마니타스, 2013)과 비교해봄직한 책. "‘일간베스트저장소’라는 사이트를 내재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책이며, 이를 통해 한국 사회의 새로운 젊은 우파를 분석한 책이다. 또한 진보좌파의 반작용으로 일베가 탄생했으며, 진보좌파가 어떻게 해야 일베를 마주할 수 있는지를 말하고 있는 책이다."

 

 

네번째는 뉴욕타임스의 기자 마이클 모스의 <배신의 식탁>(명진출판, 2013). "탐사 저널리즘의 극대치를 보여주는 동시에 대중성까지 확보한 <배신의 식탁>은 미국에서 《Salt, Sugar, Fat》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된 후 즉시 아마존 베스트셀러 종합 1위에 오를 만큼 2013년 상반기 미국 독서계에서 열풍을 일으킨 화제작이다. 이 책은 ‘설탕으로 배신하다’ ‘지방으로 배신하다’ ‘소금으로 배신하다’라는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공식품 기업의 핵심 재료를 주제로 장을 구성했으며, 각 글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먹는 음식이 어떻게 조작된 것인지를 자세하게 알려준다." 식품첨가물 문제을 다룬 책으론 윌리엄 레이몽의 <식탁의 배신>(랜덤하우스코리아, 2010)이 나온 바 있다. 저자는 프랑스의 취재기자.

 

 

마지막 다섯번째 책은 독일의 저술가 베르너 풀트의 <금서의 역사>(시공사, 2013). '역사 속 억압된 책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가 부제로 금서의 역사에 관하여 가볍게 읽어볼 수 있는 책. 절판됐지만 저자의 책으론 <파가니니>(시공사, 2004)도 번역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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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하면 충분하다
로버트 디에츠 외 지음, 한동희 옮김 / 새잎 / 2013년 10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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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부수적 피해- 지구화 시대의 사회 불평등
지그문트 바우만 지음, 정일준 옮김 / 민음사 / 2013년 10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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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베의 사상- 새로운 젊은 우파의 탄생
박가분 지음 / 오월의봄 / 2013년 10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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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배신의 식탁- 우리는 식탁 앞에서 하루 세 번 배신당한다
마이클 모스 지음, 최가영 옮김 / 명진출판사 / 2013년 10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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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많이 쌀쌀해져, 오전 강의를 다녀온 후 이불 속에 누워 있다가, 털고 일어나서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이주의 책'은 다소 중구난방이어서 천천히 고를 참이다. 인지도를 고려하면 '베르나르 베르베르-공지영-이외수'라고 골라야 할 것 같지만, 굳이 군더더기 소개를 덧붙일 필요가 없기에 수전 손택과 오이겐 드레버만, 그리고 오쓰카 에이지를 골랐다.

 

 

 

먼저, 느낌으론 오랜만에 출간된 손택의 일기와 노트가 출간됐다. <인 아메리카>(이후, 2008)와 아들의 책, <어머니의 죽음>(이후, 2008)이 마지막이었다면 5년만이다. <다시 태어나다>(이후, 2013). '수전 손택의 일기와 노트 1947~1963'가 부제이고, 역시나 아들 데이비드 리프가 엮었다. 1964-1980년까지의 일기와 노트를 묶은 <육체에 매인 의식>도 번역될 듯싶다. 어떻게 나온 책인가.

수전 손택은 2004년 12월 28일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하기 전, 아들 데이비드 리프에게 넌지시 자신의 일기의 존재를 알렸다. 손택은 평생 백여 권이 넘는 일기를 썼는데 그 일기는 친구나 심지어 가족들에게도 공개된 적이 없었다. 너무나 솔직하다 못해 고통스러운 기록이었지만 리프는 “진실”과 “정직”을 최고의 가치로 삼았던 손택의 뜻을 받들어 내밀한 이야기들을 회피하거나 윤색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실었다.

사후에 시신이나 장기를 기증하는 행위와 비슷하지 않나 싶다. 손택이 기증한 것은 그녀의 내면이고 영혼이다.

 

 

 

독일의 신학자이자 심층심리학자 오이겐 드레버만의 '그림동화 읽기' 속편이 출간됐다. <어른을 위한 그림동화 심리 읽기2>(교양인, 2013). 봄에 나온 전작을 흥미롭게 읽은 터라 주목한 저자인데, 독어본도 원래 두 권짜리인지, 아니면 번역본을 분권해서 펴낸 것인지는 모르겠다. 여하튼 국내에 나온 '동화읽기' 책 가운데 최고 수준을 보여준다. 지난 봄에 내친 김에 그의 <어린왕자> 분석서 <장미와 이카루스의 비밀>(지식산업사, 1998)도 애써 구한 기억이 있다. 알라딘에서는 품절된 책이다.

 

 

그림동화에 대해서는 전집을 옮긴 <그림 형제 민담집>(현암사, 2012) 외에도 참고할 만한 책이 몇권 있다. 이성훈의 <그림형제>(건대출판부, 2011)과 김정철의 <그림형제의 동화>(경북대출판부, 2008) 등이다.

 

 

 

일본의 만화 원작자이자 서브컬처 평론가인 오쓰카 에이지의 창작입문서 두 권이 나왔다. <스토리 메이커>(북바이북, 2013)과 <캐럭터 소설 쓰는 법>(북바이북, 2013). <캐릭터 소설 쓰는 법>은 2005년에 나온 책의 개정증보판이다. 국내에 소개된 책(<다중인격탐정 사이코>)으로 봐서는 탐정물과 사이코물이 주특기인 듯싶다. 어떤 용도의 책인가.

반복 훈련을 통해 '이야기의 문법'을 익힐 수 있도록 한 책으로, 어린이 문학론, 오토 랑크의 영웅신화론, 조지프 캠벨의 단일신화론 등을 통해 이야기의 기본 구조를 설명한다. 그리고 2부에 실린 30개의 질문에 답변함으로써 만화나 애니메이션, 영화, 소설 등 이야기성을 필요로 하는 창작 활동에 사용 가능한 플롯을 만들 수 있도록 했다. 책의 말미에는 직접 복사해서 사용할 수 있는 질문지 '스토리 메이커'를 첨부하여 실용성을 더했으며, 꼼꼼한 주석을 통해 일본 문화가 낯선 독자들을 배려했다.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은 작가 지망생을 비롯해 마음속에 품은 것을 자신만의 이야기로 쓰고 싶은 이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특히 문예창작과나 문화콘텐츠학과 학생들에게 유익한 교재가 될 만하다. 

 

 

한편 좀더 일반적인 소설작법 책으론 제임스 스콧 벨 등이 쓴 <소설쓰기의 모든 것>(다른, 2010-2012)가 있다. 다섯 권짜리니까 이 분야에선 가장 자세한 가이드북이다. 현장에서의 평가가 궁금하다...

 

13. 11.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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