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밤에 늦게 자는 바람에 주말 일과도 늦어졌다. 브런치를 먹고서 '이주의 책'을 먼저 고른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 위주로 골랐다. 타이틀북은 앤 스콧의 <오래된 빛>(알마, 2013). '나만의 서점'이 부제다. 부제대로 서점 이야기. 서점 이야기는 '책 이야기'의 하위 범주로 올해도 몇권의 책이 나온 바 있다.

 

 

국내 처음 소개된 듯싶은 저자가 '나만의 서점'이라고 하니까 약간 멋쩍긴 하다. 원제는 <18개의 서점>이다. 나만의 서점 리스트가 18개인 것. "스코틀랜드 작가 앤 스콧이 '나만의 서점'으로 열여덟 군데 특별한 장소를 골랐다. 삶에서 중요한 질문에 마주했던 순간, 불안하게 빛나던 젊은 시절, 인생의 소중한 한 장면과 함께했던 공간으로 그녀는 영국, 아일랜드, 스코틀랜드의 서점들을 꼽는다." 그래서 상기하게 된 것이 우리로선 이제 그렇게 꼽을 수 있는 서점이 많지 않다는 것. 대형 체인서점 말고는 주변에 찾아볼 수 없게 됐으니 더더욱 상황은 좋지 않다. 이 책을 타이틀북으로 꼽게 된 이유다.

 

 

올해 나온 서점 이야기로는 시미즈 레이나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서점>(학산문화사, 2013)과 웬디 웰치의 <빅스톤갭의 작은 책방>(책세상, 2013)도 떠올려볼 수 있다. <작은 책방>의 부제는 '우정, 공동체, 그리고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에 관하여'. 그러고 보니 우리는 '좋은 책을 발견하는 드문 기쁨'을 점점 잃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이게 검색의 한계다). 

 

 

두번째 책은 비 윌슨의 <포크를 생각하다>(까치, 2013). 부제는 당연히 '식탁의 역사'다. 가디언과 인디펜던트가 '2012년 올해의 최고의 책'으로 선정했다니 눈길이 간다. "요리와 식사를 중심으로 한, 곧 광의의 식탁에 관한 역사"를 다룬다. 국내서로 견줄 만한 책은 주영하 교수의 <식탁 위의 한국사>(휴머니스트, 2013). 20세기 한국 음식문화사를 다룬 책으로 동아일보에서 '올해의 책'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세번째 책은 나무 이야기다. 우석영의 <수목인간>(책세상, 2013). "나무의 가치를 역사적.철학적.생태학적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책"이다. 이번주에 같이 나온 한겨레신문의 조홍섭 환경전문기자의 생태 이야기 <자연에는 이야기가 있다>(김영사, 2013)과 같이 읽어봐도 좋겠다. '조홍섭의 생명·환경·공존에 대한 생각'을 담고 있다.

 

 

네번째 책은 김경주 시인의 <펄프극장>(글항아리, 2013). "시인 김경주가 쓴 블랙에세이BLACK ESSAY. 1980년대에 유년 시절을 보내고 1990년대에 고등학교와 대학을 다닌 세대가 겪었던 감수성을 팩션FACT+FICTION의 형식으로 50여 개의 사물 속에서 빚어낸다." 모르고 지나쳤었는데, <자고 있어, 결이니까>(난다, 2013)도 시인이 올해 펴낸 에세이다. '아이를 갖기 시작한 한 사내의 소심한 시심'이 부제. 한 산부인과 전문의에 따르면, 아내의 임신과 출산, 태교과정을 다룬 '새로운 필독서'라 하다.

 

 

시인 비평가 권혁웅의 <꼬리 치는 당신>(마음산책, 2013)도 꼬리 치는 책이다. '시인의 동물감성사전'이 부제. "시인의 감성으로 읽어내는 500여 종 동물 이야기.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온갖 초식.육식동물부터 공룡, 도도새, 모아처럼 이제는 세상에서 사라진 동물에 이르기까지, 저자가 그간 누누이 관심 가져온 동물에 대한 애정을 집대성한 책"이라는 소개다. 같이 떠올린 책은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마음산책, 2008). 꽤 터울이 지긴 하지만, '동물감성'과 '마음'을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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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된 빛- 나만의 서점
앤 스콧 지음, 강경이 옮김, 이정호 그림, 안지미 아트디렉터 / 알마 / 2013년 12월
13,800원 → 12,420원(10%할인) / 마일리지 6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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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크를 생각하다- 식탁의 역사
비 윌슨 지음, 김명남 옮김 / 까치 / 2013년 12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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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목인간- 나무의 시학, 나무의 생태학
우석영 지음 / 책세상 / 2013년 1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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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펄프극장- 김경주 블랙에세이
김경주 지음 / 글항아리 / 2013년 12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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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고전'으로 김만중의 <구운몽>을 고른다. 문학동네의 '한국고전문학전집'의 하나로 다시 나왔기 때문인데, 개인적으로는 학부 1학년 첫 학기에 쓴 첫 리포트가 <구운몽>에 대한 것이었다(평점도 괜찮았다). 그때 읽은 건 김병국 교수의 번역판이었는데, 그간에 새 번역본이 여러 종 더 출간됐고, 나도 네댓 종을 갖고 있다. 이번에 나온 건 정병설 교수가 옮긴 것이다. 정 교수는 이미 <구운몽도>(문학동네, 2010)를 펴낸 바 있다.

 

 

 

이미 친숙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왜 새로운 번역이 필요한가. 물론 작품에 대한 시각이 문제다. 그리고 고전이 고전으로서 의미를 갖는 건 언제나 다시 읽기의 대상이기 때문이다. 소개는 이렇다.

<구운몽>은 소설이다. 그것도 아주 재미난,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대중소설이다. 불교의 공(空) 사상을 빌려 삶의 덧없음을 극적으로 펼쳐 보인 철학소설도 아니고, 여덟 여인을 거느린 어느 호색한의 문란한 사생활을 다룬 도색소설도 아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적 작품을 대체 어떻게 읽어내야 할까? 여기, 충실하게 오늘의 언어로 되살린 <구운몽> 결정판이 선을 보인다.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정병설 교수는 이번 <구운몽> 번역에서, 작품의 행간까지 읽어낼 수 있도록 매우 충실하게 내용을 복원하고, 오늘의 독자가 이질감 없이 읽어낼 수 있도록 현대적인 문장으로 다듬어냈다.

예전에 읽은 김병국 교수판은 절판되고 새로 두 종이 나왔는데, 일단 <현대역 구운몽>(서울대출판부, 2007)을 주문해서 오늘 받았다. 하드카바에 너부죽한 판형이어서 놀랐다.

 

 

 

원문 교주본이 따로 있고, 현대역과 원문 교주본을 합본한 책도 따로 있다(768쪽 분량의 소프트카바다). 이것까지 구입해야 할지는 아직 미지수라 보류한 상태이고, 다만 김병국 교수의 연구서 <서포 김만중의 생애와 문학>(서울대출판부, 2001) 정도는 구입하려고 한다.

 

 

현재 가장 많이 읽히는 번역본은 송성욱 교수가 옮긴 <구운몽>(민음사, 2003)이다. 역시 세계문학전집판의 위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밖에 설성경 교수가 옮긴 <구운몽>(책세상, 2003)과 정길수 교수의 <구운몽 다시 읽기>(돌베개, 2010)도 갖춰놓을 만하다. 

 

 

 

좀더 전문적인 연구서로는 설성경 교수의 <구운몽의 통시적 연구>(새물사, 2007)와 <구운몽의 비밀>(서울대출판문화원, 2012) 등이 있다. 국문학자들이 쓴 <김만중 연구>(새문사, 1990)도 아직 절판되지 않았다.  

 

한국 고전소설에 대한 관심은 얼마전 <춘향전>을 다시 읽으며 새롭게 갖게 됐는데, '다시 읽기'의 소득이 있으면 나중에 강의에서도 다뤄보고 싶다...

 

13.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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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연구재단의 학술명저 번역 총서의 하나로 <아동정신분석학의 역사1,2>(한국문화사, 2013)가 출간됐다. 아동정신분석의 역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주고 있는 듯해서 반갑다. 자연스레 아동정신분석 관련서를 찾아보게 되는데, 멜라니 클라인의 <아동정신분석>(새물결, 2011), 카트린 마들랭의 <라깡과 아동정신분석>(아난케, 2010) 등이 눈에 띄는 책이다. 클라인의 책은 품절됐는데 이미 구해놓긴 했다. 마들랭의 책은 영역본도 나와 있어서 같이 구해보려고 한다. 관련서의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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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정신분석학의 역사 1
클로딘 가이스만 외 지음, 오정민 옮김 / 한국문화사 / 2013년 11월
18,000원 → 18,000원(0%할인) / 마일리지 54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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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정신분석학의 역사 2
클로딘 가이스만 외 지음, 오정민 옮김 / 한국문화사 / 2013년 11월
18,000원 → 18,000원(0%할인) / 마일리지 540원(3%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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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정신분석
멜라니 클라인 지음, 이만우 옮김 / 새물결 / 2011년 7월
45,000원 → 40,500원(10%할인) / 마일리지 450원(1%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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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깡과 아동정신분석- 얼음 속에 갇힌 어릿광대
카트린 마틀랭 지음, 박선영 옮김 / 아난케 / 2010년 3월
23,000원 → 20,700원(10%할인) / 마일리지 1,1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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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공지다. 푸른역사아카데미의 내년 첫 월요강의 주제는 미국문학으로 잡았다. '로쟈와 함께 읽는 미국문학'이다. 8주간의 강의에서 집중적으로 읽어보려고 하는 건 20세기 전반기의 대표적 작가 피츠제럴드, 헤밍웨이, 포크너, 세 명이다. 강의 소개와 일정을 옮겨놓는다(http://cafe.daum.net/purunacademy/8Bko/132).

20세기는 미국의 세기였습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 그리고 냉전시대를 거치면서 미국은 서방세계의 지도국으로 성장했지요. 문학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20세기 초만 해도 헨리 제임스나 T.S. 엘리어트 같은 미국 문인들은 자기 나라의 문화적 후진성과 지방성을 한탄했지만, 이후 미국문학은 다양성과 활기찬 실험성을 토대로 세계적인 작가들을 배출합니다. 그 대표 주자는 바로 미국의 꿈과 재즈 시대의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 모더니즘의 거장이며 현대적 문체를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은 '어니스트 헤밍웨이', 현대 미국소설의 위상을 세계적인 문학의 위치로 올려놓은 '윌리엄 포크너'입니다. 20세기 초 미국문학을 대표하는 세 명의 작가와 그들의 대표 작품을 로쟈 선생님 강의로 만나봅니다.

강의일정
1월 06일 ~ 2월 24일 (8주) 매주 월요일 저녁 7시 30분 ~ 9시 30분

 

1. 1월 06일 피츠제럴드, <낙원의 이편>

 

 

2. 1월 13일 피츠제럴드, <위대한 개츠비>

 


3. 1월 20일 헤밍웨이,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

 


4. 1월 27일 헤밍웨이, <무기여 잘 있어라> 
 

 

5. 2월 03일 헤밍웨이, <노인과 바다>

 


6. 2월 10일 포크너, <소리와 분노>

 


7. 2월 17일 포크너, <내가 죽어 누워 있을 때>

 


8. 2월 24일 포크너, <곰>

 

 

13. 12. 11.

 

P.S. 참고로 강의에서 읽을 작품은 복수의 번역본이 있는 경우 가장 많이 읽히는 걸로 골랐다. 한편으론 세 작가의 대표 장편 가운데 하나씩 빠졌는데, 피츠제럴드의 <밤은 부드러워>,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포크너의 <압살롬, 압살롬>이 그것이다. 제한된 일정이 가장 큰 이유이며, 또 다른 이유는 세계문학전집판의 <밤은 부드러워>의 번역이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언젠가 이 세 작품도 마저 다룰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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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책&(425호)에 실은 '로쟈의 주제별 도서소개'를 옮겨놓는다. 이달의 주제로 잡은 건 '쓰레기'다. 최근 몇 년간 쓰레기 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해주는 책들이 여럿 출간돼 주제로 삼았다. 인구 문제와 함께 시한폭탄으로 여겨지는데, 앞으로도 인류가 이 문제에 제대로 대처할 수 있을지 궁금하다.

 

 

 

책&(13년 12월호) 쓰레기의 재구성

 

“궁금해요. 쓰레기가 엄청 많잖아요. 가장 걱정스러운 건 언젠가 이 쓰레기를 쌓아둘 곳이 없어질 게 분명하다는 점이죠.”

 

스티븐 소더버그의 영화 <섹스, 거짓말, 비디오테이프>(1989)에서 앤디 맥도웰이 의사에게 털어놓는 고민이다. 당시만 해도 관객들은 쓰레기 문제를 한 신경증 환자의 고민으로 치부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의 문제가 됐다. 문명의 장래를 위해서라도 모두가 쓰레기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 일상적으로 배출해내는 어마어마한 분량의 쓰레기가 우리 시대의 표지라면, 이제 더 쌓아둘 곳도 없어지기 전에 어떤 실천과 결단이 필요한지 생각해보는 건 의무다. 12월에는 이와 관련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책 몇 권을 살펴보자.

 

  


먼저 현황부터 파악해보자. 언론인이자 영화제작자 헤더 로저스의 <사라진 내일>(삼인, 2009)은 쓰레기의 발생에서 처리까지 그 흐름을 알기 쉽게 소개한다. 저자에 따르면, 우주에서 지구를 볼 때 중국의 만리장성과 함께 눈에 띄는 문명의 흔적이 뉴욕 시 남서부의 거대한 쓰레기 매립지 '프레시킬스'라 한다. 세계 최대 소비국가인 만큼 배출하는 쓰레기양에 있어서도 미국은 단연 세계 최고다. 전체 세계 인구의 4퍼센트가 살고 있을 뿐이지만, 미국인은 지구 자원의 30퍼센트를 소비하고 전체 쓰레기의 30퍼센트를 생산한다. 미국인 1인당 하루에 2킬로그램의 쓰레기를 쏟아낸다.


미국적 삶이 번영을 뜻한다면 쓰레기는 그 지표이자 이면이다. 쓰레기의 역사가 인류 역사만큼 유구한 것은 아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쓰레기는 근대 산업화의 새로운 발명품이다. 미국의 경우, 17세기와 18세기 이민자들은 너무 가난해서 공산품이란 걸 써보지 못했으며 일상에서 버릴 것도 없었다. 깨진 도자기나 음식물 찌꺼기 정도가 그들이 버릴 수 있는 쓰레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것이 쓰레기로 버려진다. 내용물이 비워지자마자 포장재는 곧장 쓰레기로 전락한다. 미국 제품의 약80퍼센트가 딱 한번 사용되고 버려지지만 재활용률은 미미하다. 대량 소비사회가 낳은 환경재앙이 코앞에 있다.


<사라진 내일>이 쓰레기 문제의 개관에 해당한다면, 퓰리처상 수상 경력의 언론인 에드워드 흄즈의 <102톤의 물음>(낮은산, 2013)은 최신판 종합보고서다. ‘쓰레기에 대한 모든 고찰’이란 부제에 걸맞게 쓰레기 문제의 모든 것을 다루고 실천적 제안까지 제시한다. 제목의 ‘102톤’이란 수치가 눈에 띄는데(원제는 ‘쓰레기학’이다) 미국인 한 사람이 평생 동안 만들어내는 쓰레기양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 또한 실상의 일부일 뿐이다. 개인이 배출하는 쓰레기양이 그렇다는 것이고, 산업 쓰레기를 포함한 미국의 전체 쓰레기 배출량은 매년 100억 톤에 이른다. 이를 환산하면 미국인은 연 평균 35톤, 평생 2700톤의 쓰레기를 남기는 셈이다.


흥미로운 것은 중국을 상대로 한 무역에서 미국의 수출품 1위와 2위가 폐지와 고철이라는 점이다. “한때 세계 모든 나라를 위해 물건을 생산하던 미국이 중국의 쓰레기 분쇄압축기로 변모한 것이다.” 하지만 폐기물 수출이 쓰레기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미국을 기준으로 하자면 우리는 ‘102톤의 유산’이 어떻게 생겨난 것이며 그로부터 벗어날 방도는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저자의 대안은 상식적이게도 ‘낭비 없는 삶’이다. 쓰레기가 현재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모든 문제, 즉 기후 변화와 석유 정점, 에너지 비용 상승 등과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는 자각과 함께 필요한 것은 무엇보다도 쓰레기를 줄이는 것이다. 원치 않는 물건들을 거부하고, 중고품을 사용하며, 생수 구매와 식료품 비닐봉지 사용을 중단하는 것 등이 그가 제안하는 구체적 실천방안이다.

 

 


한편 쓰레기의 역사를 일람해보는 것도 쓰레기에 대한 우리의 이해를 넓혀줄 것이다. 역사학자 수전 트레이서의 <낭비와 욕망>(이후, 2010)은 마음에 안 들거나 쓰기 싫어졌다는 이유로 물건을 내버리는 일이 현대문명사회의 큰 특징이라고 지적하는데, 너덜너덜해지거나 망가지지 않은 옷이나 가구를 버리는 건 20세기 중반까지도 일반인으로선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가령 <알뜰한 미국 가정주부>란 책의 1835년판은 돼지 여물통을 자주 들여다보면서 기름 모으는 통에 들어가야 할 것이 돼지한테 가지 않도록 잘 살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런 태도를 낭비를 줄이기 위한 ‘오래된 지혜’로 삼을 수 있을까.

 

혹은 직접 쓰레기를 수집하는 체험을 해보는 것도 쓰레기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교정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른다. 제프 패럴의 <도시의 쓰레기 탐색자>(시대의창, 2013)는 대학교수직을 박차고 8개월간 길거리에서 남이 버린 물건을 수집해 재활용한 경험을 기록하고 있다. 범죄학자로서 그는 ‘소비와 낭비는 오늘날 우리 사회가 가진 가장 큰 파괴행위 가운데 하나’라고 말한다. 그런 소비와 낭비를 줄이기 위해서라면 물건이 생산되고 소비되어 쓰레기로 버려지기까지 ‘물건의 일생’을 추적한 애니 레너드의 <물건 이야기>(김영사, 2011)도 필독해볼 만하다. 알면 사랑한다는 경구에 빗대자면, 알면 아끼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1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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