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타이틀은 김열규 선생의 유고 에세이 <아흔 즈음에>(휴머니스트, 2014) 부제에서 가져왔다. '우리 시대 인문학자 김열규의 마지막 사색'. 선생이 작년 가을에 타계했다는 소식을 이 책이 나오고 나서야 알게 됐다. 소개는 이렇다.

 

한국학의 거장 김열규 교수가 2013년 10월 22일 82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는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해방과 전쟁, 분단과 근대화를 거치며 한국 현대사의 격변을 자신의 삶으로 고스란히 꿰뚫은 이 시대의 얼마 남지 않은 어른이었다. 삶의 궤적을 우리 역사와 함께한 만큼 한국인의 뿌리와 한국 문화의 원형을 밝히는 데 깊이 천착하여 국문학과 민속학을 아우르는 한국학이라는 새로운 학문 분야를 열어낸 열정적인 연구자이자 학자였던 그는 평생 독서와 집필에 몰두해 70여 권이 넘는 저서를 남긴 타고난 문장가이자 저술가로도 유명하다. 이 책은 김열규 교수가 여든의 나이를 넘어 아흔을 바라보는 원숙하고 농익은 생 앞에서도 결코 사그라지지 않는 인생의 궁극적인 주제들을 골라내고, 자신이 쌓아온 인문 정신과 철학, 체화된 경험들을 통해 이들을 하나씩 찬찬히 짚어본 에세이다.

작년에도 선생은 여러 권의 책을 펴냈는데, 그중 한 권의 제목대로 '일기, 쓰기 그리고 살기'가 선생의 인생을 요약해주는 듯싶다. 선생의 명복을 빈다.

 

 

나머지 책도 에세이 범주에서 골랐다. 두번째 책은 '영화심리학자 심영섭의 마음 에세이' <지금, 여기, 하나뿐인 당신에게>(페이퍼스토리, 2014). "영화를 모티브로 인생의 다양한 모습들과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고민들 - 사랑과 관계, 불안과 강박, 가족 문제 등 - 을 들여다보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책으로, 자기 성숙과 관계의 성장을 추구하는 사람들을 위한 인생 어드바이스이다."

 

세번째 책은 "<서울의 달><옥이 이모><짝패>의 김운경, ‘야신’ 김성근, <동양철학 에세이>의 김교빈, <썰전>의 이철희, 인문의학자 강신익, 시 쓰는 건축가 함성호….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는 20명의 필자들이 전해주는 따듯한 세월론"이다. <세월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페이퍼로드, 2014). 이만큼 제각각 여러 분야의 필자들을 모아놓은 것만으로도 눈에 띈다.  

 

 

네번째는 연말에 나온 김민정 시인의 산문집 <각설하고,>(한겨레출판, 2013)다. 한겨레 지면에서 톡톡 튀는 그녀의 칼럼들을 읽은 기억이 난다. "<날으는 고슴도치 아가씨>, <그녀가 처음, 느끼기 시작했다> 김민정 시인의 첫 산문집. 등단 후 근 14년간 여러 매체에 연재했던 글 가운데서 묶어낸 이 책은 책을 쓰는 삶(시인)과 책을 만드는 삶(편집자)을 동시에 살아가는 그녀가 일상 속에서 스쳐가는 '순간순간들의 등짝에다 찍찍 포스트잇을 붙여야 했'던 것들의 기록"이다. 

 

문학평론가 신형철은 추천사에서 이렇게 적었다. "나는 그녀가 무리한 연재를 떠맡을 때마다 의아했는데 이 책을 읽으니 알겠다. 어느 글에서건 그녀는 과거로 쓸려간 생의 사소한 순간을 다시 붙들어서 그것이 모종의 의미로 빛나는 순간이 되도록 만들고 있었다. 이런 글쓰기는, 갑자기 모든 것이 허무하다는 생각이 밀려와 삶이 무너지는 일이 없도록, 민정이 필사적으로 자신을 보호하는 방편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각설하고, 읽어들 보시길.

 

다섯번째 책도 연말에 나온 소설가 하성란의 산문집 <아직 설레는 일은 많다>(마음산책, 2013). '작가의 글쓰기와 성장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가'가 부제다. "2013년 올해로 등단 18년을 맞이한 그가 10여 년 동안 써온 62편의 산문집을 내놓는다. 신문 칼럼을 모은 첫 산문집 <왈왈>(2010) 이후 햇수로 4년 만, 등단 후 18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는 동안 썼던 글들, 작가의 성장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산문집이다." 역시나 지면에 실린 칼럼들을 읽은 기억이 난다. 이 책을 마지막으로 꼽은 이유는 다들 아실 만하다. 아직 새해 인사가 통용된다면, 바라건대 아직 설레는 일이 많은 한 해가 되시길...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아흔 즈음에- 우리 시대 인문학자 김열규의 마지막 사색
김열규 지음 / 휴머니스트 / 2014년 1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2014년 01월 12일에 저장
품절

지금, 여기, 하나뿐인 당신에게- 영화심리학자 심영섭의 마음 에세이
심영섭 글.사진 / 페이퍼스토리 / 2014년 1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2014년 01월 12일에 저장
품절

세월은 흐르는 것이 아니라 쌓이는 것이다
김성근 외 지음 / 페이퍼로드 / 2014년 1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4년 01월 12일에 저장
절판

각설하고,- 김민정 산문
김민정 지음 / 한겨레출판 / 2013년 12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2014년 01월 12일에 저장
절판



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교황 프란치스코 - 호르헤 베르고글리오와의 대화
교황 프란치스코 외 지음, 이유숙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2월
절판


대담자: 사제 생활을 하시는 동안 많은 실업자들을 만나보셨을 겁니다. 어떤 경험이 있으십니까?

교황: 네 많이 만나봤지요. 그들은 스스로를 인간이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아무리 가족들과 친구들이 도와준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일하기를 원하고 자신이 땀 흘려 벌어먹고 살기를 원합니다. 궁극적으로 일이란 사람에게 존엄성을 갖게 해줍니다. 존엄성이란 남이 주는 것이 아니고, 세습되는 것도 아니며, 가정교육 또는 정규교육으로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존엄성이란 일을 통해서만 확보됩니다. 내가 스스로 벌어먹고, 내가 번 돈으로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것입니다. 많이 벌고 적게 벌고는 문제가 안 됩니다. 물론 많이 벌면 더 좋죠. 막대한 부를 소유할 수도 있지만 일을 하지 않는다면 존엄성은 떨어지게 됩니다.- 53쪽

대담자: 그렇지만 가장 불쌍한 사람이 바로 일을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 아닙니까?

교황: 실업자들은 혼자 있을 때 자신이 인생을 책임지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에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존재로 느낍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각국 정부는 관련 부처를 통해 기부의 문화가 아닌 노동의 문화를 장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2001년 아르헨티나가 겪은 것과 같은 위기의 순간에는 비상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원조를 받아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 후에는 일자리 창출을 장려해나가야 합니다. 그 이유는 제가 앞으로도 계속 말씀드리겠지만 노동이야말로 존엄성을 부여해주기 때문입니다. - 55-56쪽

대담자: 그런데 또 다른 한편으로는 과도한 노동이라는 문제도 있습니다. 이 경우 여가라는 의미를 회복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교황: 그 순수한 뜻을 회복해야겠지요. 여가라는 것은 두 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한 가지는 빈둥거리며 무위도식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포상으로서의 위상이지요. 노동 문화와 함께 포상으로서의 여가 문화가 정착되어야 합니다. 다른 말로 하면 일하는 사람이 잠시 쉬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즐기고, 독서하고, 음악을 듣고, 운동을 하기 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이런 개념이 일요 휴일제가 폐지되면서 퇴색하고 있습니다. 소비사회의 경쟁구도가 점점 더 심화된 결과 많은 사람들이 주일에도 일을 하게 되었지요. 이런 경우 우리는 또 다른 극단으로 치닫게 됩니다. 노동이 인간성을 말살시키는 상황 말입니다. 일이 휴식을 취하게 해주는 건강한 여가와 연결되지 않으면 사실상 인간은 일의 노예가 됩니다. 이 경우는 더 이상 스스로의 존엄성을 위해 일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에 밀려 일하는 것이지요. 내가 왜 일을 하는지 그 목적이 왜곡되어버리는 겁니다. - 57-58쪽

대담자: 그렇지만 균형을 찾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요. 반면 '진로를 벗어나기'는 너무나 쉽습니다.

교황: 맞는 말입니다. 교회는 항상 사회를 해결하는 비결이 노동이라고 지적해왔습니다. 일하는 인간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고요. 하지만 오늘날 많은 경우 그것이 지켜지지 않고 있습니다. 인간이 인간으로서 대접받지 못하고 물건 취급을 당하고 있습니다. 교회는 최근 몇 십 년간 노동의 비인간화를 고발해왔습니다. 우리는 자살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심각한 경쟁관계에서 실패하는 것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됩니다. 모든 것의 중심이 이익을 내는 것이나 자본이 되어서는 안 됩니다. 사람이 일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위해 일이 존재하는 겁니다.- 59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늘자 경향신문의 '뉴 파워라이터' 연재는 철학자 진태원 교수(알라딘 발마스님)와의 인터뷰다. 예전에 진 교수가 교수신문에 실은 칼럼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K군에게'를 옮겨놓은 적이 있는데(http://blog.aladin.co.kr/mramor/4360795). 그 뒷얘기도 질문에 포함돼 있기에 옮겨놓는다. '더 비관적'이란 견해가 눈길을 끄는데, 사실 밖에서 보는 것과 다르진 않다. 예비 철학도들에게는 유감스럽겠지만, 자신이 어떤 길 위에 놓여 있는지는 알고 들어서는 게 좋겠다.   

진 교수는 2010년 말 ‘철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K군에게’라는 공개 편지글을 쓴 적이 있다. 그는 K군에게 서울대 학부 출신이 아니거나 영미권 유명 대학원에 진학할 만한 경제적 능력이 없다면 인문학, 특히 철학은 하지 말기 바란다며 다른 길로 가라고 조언했다.

 

- 지금도 같은 조언을 하겠는가.

 

“더 비관적이다. 한국 대학원에 가는 것은 외국 대학원에 가기 위해 외국어 배우는 과정에 불과하다. 석사과정만 있는 셈이다. 한국에서 깊이 연구하고 서로 경쟁하는 학풍, 학파가 생길 수 없다. 서양에서 공부한 분들은 미국, 독일, 프랑스가 내 나라인 것처럼 착각한다. 독일 철학은 그 나라의 역사 흐름, 지적 배경에서 나온 것이다. 그 나라 현실 문제를 신음하다 나왔다. 그것을 ‘나의 철학’, ‘우리 철학’이라고 생각하면 한국에서 일어난 사건 또는 삶 문제에 무관심하게 된다. 학문 공론장이 없다는 게 문제다. 문제를 사고하고 실천적 해법을 제안하는 일이 힘들다. 대학 교수도 기업 직원 같은 처지가 됐다.”

 

 

진 교수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스피노자에 관한 박사논문을 더 보완해 책으로 내야 한다. 2007년에 출판사와 계약했는데 아직 못 썼다(웃음). 스피노자, 데리다 연구나 번역을 더 하고 싶다. 발리바르 책도 3권을 계획 중"이라고 답했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진 교수가 옮긴 데리다의 <마르크스의 유령들>이 절판된 지 오래 됐다. 다시 나오길 기대한다...

 

14. 01. 1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오전에 내과에 갔다가 대기 시간에 핸드폰으로 뉴스기사들을 읽었는데, 오늘의 '특종'은 한국일보 기사다. '농협, 이명박 상금 세탁' 충격적 내막'(http://news.hankooki.com/lpage/politics/201401/h2014011107321521000.htm). 기사가 사라지기 전에 일부를 옮겨놓는다(추정만 하던 일의 실상이 밝혀진 데 의의가 있는데, 법의 심판까지 가려면 아직도 긴 여정을 남겨놓고 있다). 기사의 요지는 이렇다(기사가 어느새 사라졌다).

 

기사 이미지

농협이 이명박 전 대통령의 '상금세탁'을 도운 정황이 드러났다. 농협은 이 전 대통령이 해외에서 수상한 상금의 수표가 채 입금도 되기 전 이를 매입해 이 전 대통령 계좌로 송금했다. 해외에서 받은 금품을 신고해야 하는 공직자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분석이다. 더욱 큰 문제는 이런 전산기록이 돌연 종적을 감첬다는 점이다. 금융기관은 전산 자료를 10년 동안 멸실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명백한 불법이다. 결국 대통령을 위해 편법과 불법을 동원한 셈이다. 윗선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농협 안팎의 공통된 견해다.

그리고 주요 기사내용.

 

이명박 전 대통령은 2011년 해외 원전수주 과정에서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정부로부터 '자이드 환경상' 상금 50만달러(한화 약 5억5,000만원)를 받았다. 녹색성장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신성장 동력을 육성해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이후 아랍에미리트연합이 지불해야 할 186억원 중 절반 이상인 100억달러를 국내 수출입은행이 28년간 대출해주는 내용의 이면 계약이 드러났다. 일각에선 이 전 대통령이 상대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 대가로 수상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당시 정부는 이 상금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이 환경 분야 등에 기부하거나 쓸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언론은 이를 그대로 지면에 옮겼다. 국민들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이 돈은 전액 이 전 대통령 개인 통장으로 입금됐다. 이런 사실이 드러난 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 '2012년도 고위공직자 정기 재산변동 사항'을 공개하면서다. 해당 자료에 따르면 이 전 대통령의 재산은 2011년 54억9,659만원에서 2012년 57억9,966만원으로 증가했다. 특히 예금 증가분이 컸다. 예금이 1억2,022만원에서 6억5,341만원으로 5억원 이상 급증했다. 예금 급증 원인은 자이드 환경상 상금 수령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개인에게 주는 상이기 때문에 상금 역시 이 대통령 개인에게 지급된다고 허둥지둥 해명했다.

 

당시 '상금세탁'을 도운 게 바로 농협이다. <주간한국>이 입수한 내부문건에 따르면 농협 청와대지점은 2011년 3월23일 외화수표 추심전 매입승인을 요청했다. 매입 품목은 아랍에미리트 은행 'Emirates NBD'에서 발행한 50만달러 수표, 매입신청인은 이 전 대통령이었다. 이를 통해 농협 청와대지점은 아직 입금되지도 않은 수표를 매입하는 조건으로 이 전 대통령 계좌에 5억원 이상의 현금을 송금했다. 복수의 농협 내부직원들은 외화수표 추심 전 매입은 농협에서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 농협 내부문건 중 '2011년 승인신청 접수 총괄대장'을 보면 2011년 3월23일까지 접수된 외화수표매입건은 이 전 대통령의 50만달러가 유일하다. 공직자는 해외에서 일정 이상의 금품을 받을 경우 이를 신고해야 한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한 행보로 분석된다. 문제는 이후 해당 전산기록이 자취를 감췄다는 점이다. 시기는 2011년 4월11일 전산사태를 전후해서다. 전산사태 당시에도 여신관리시스템은 정상작동했다. 그러나 돌연 시스템이 먹통이 된 뒤 이 전 대통령의 기록이 삭제됐다. 농협 여신관리부의 한 직원은 "이 전 대통령의 외화수표 추심전 매입 전산기록이 '청와대지점 여신관리시스템 장애 복구 중'이라는 메시지가 뜬 직후 삭제됐다"며 "이 기록만이 유일하게 사라졌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삭제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전자금융거래법과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금융기관은 전산 자료를 10년 동안 멸실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전산기록에 문제가 있다면 취소 혹은 정정은 가능하다. 그래도 여전히 기록은 남는다. 기록 자체를 삭제에는 농협 내 IT인력이 동원돼야 한다는 전언이다. 따라서 농협 안팎에선 수표 매입과 전산기록 삭제가 '윗선'의 지시 없이는 불가능한 일로 보고 있다. 특히 농협 내부에선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이 있는 고위층 인사의 개입을 의심하는 시선이 많다. 한 농협 내부 직원은 "청와대의 청탁이 있었는지 농협의 자진 과잉충성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이 전 대통령 수표 추심 전 매입건에 대해 알고 있는 직원들 사이에선 최 고위층이 관련됐을 것이라는 말이 정설로 통하고 있다"고 말했다.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지만, 이명박과 그의 무리가 벌인 일이 신화는커녕 '대국민사기극'이었다는 게 물증을 통해서 들춰진 데 의의가 있다. <이명박 리포트>를 넘어서 <이명박 백서>가 나오길 기대한다...

 

14. 01. 11.

 

P.S. 이명박과 농협이 벌인 일에 대해서는 이미 나꼼수의 '추정'이 있었다. '나는 꼼수다 11회' 농협사태의 비밀(http://www.youtube.com/watch?v=wPAHB_HFWFk)을 다시 상기하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6)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이번 주는 국외 거물급 비평가, 철학자들로만 골랐다. 프레드릭 제임슨, 노엄 촘스키, 피터 싱어가 우리에게도 친숙한 그 이름들이다.

 

 

먼저 제임슨. '세계 지성 16인과의 대화'를 담은 <문화적 맑스주의와 제임슨>(창비, 2014)과 함께 <맑스주의와 형식>(창비, 2014)이 출간됐다. <맑스주의와 형식>은 <변증법적 문학이론>(창비, 1984)의 원제이자 개정판이다(30년만에 나왔다!). <문화적 맑스주의와 제임슨>의 소개는 이렇다.

오늘날 가장 영향력있는 문학·문화비평가의 한 사람인 프레드릭 제임슨이 1982년부터 2005년까지 세계적 지식인 16인과 진행한 10개의 인터뷰를 시기순으로 엮은 책으로, 20세기의 온갖 문화적 산물에 대한 제임슨의 왕성한 탐구와 ‘문화적 맑스주의자’로서 그가 열정적으로 수행해온 지적 작업의 면모를 생생하게 확인해볼 수 있다.

제임슨 '가장 영향력있는 문학·문화비평가'로 호명되던 시절은 짐작컨대, 1990년대가 아니었을까. 포스트모더니즘 담론이 쏟아지던 때 제임슨은 포스트모더니즘을 '후기자본주의의 문화논리'라고 비판하면서 소위 '문화적 맑스주의' 입장을 대표했었다. 아쉽게 생각하는 건 당시 그의 대표작 <포스트모더니즘, 혹은 후기자본주의의 문화논리>(1992)가 번역되지 않은 점. 지금 생각해도 기이하기 짝이 없는데(창비의 책임 방기인가?), 그 때문에 지금까지 다수의 책이 소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찜찜한 느낌을 갖게 된다.  

 

 

더불어 미스터리한 건 초기 주저인 <정치적 무의식>(1982)이 아직도 번역되지 않은 것. 이 또한 예고된 지 10년이 넘은 듯싶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출간 소식을 접할 수 없는 희한한 책이다. 결과적으론 이 두 권이 빠진 모양새라 제임슨 수용은 앞니 두 개 빠진 형국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제임슨의 단독 저작으론 철학책 <후기 마르크스주의>(한길사, 2000)와 영화책 <보이는 것의 날인>(한나래, 2003)과 <지정학적 미학>(현대미학사, 2007) 등이 더 나와 있다. 제임슨의 악명 높은 문체 탓에 정말로 읽기 어려운 책들이다(내가 읽은 이론가들 가운데 최악이 제임슨이다). 이번에 나온 <맑스주의와 형식>을 원서와 함께 다시 읽어보고 싶다. 제임슨이야 별로 달라진 게 없겠지만, 나의 독해력이 십수 년 전보다 좀 나아졌는지 확인해보고 싶어서다.

 

 

그리고 촘스키. 이름은 '노엄' '노암' '놈' 등 제각각으로 표기되고 있다. 그래서 그냥 촘스키. <촘스키, 만들어진 세계 우리가 만들어갈 세계>(시대의창, 2014)가 신간으로 나왔는데, 원저는 2010년에 나온 <미래 만들기>다. 촘스키 '근황'을 말해주는 책. '만화로 읽는 21세기 인문학 교과서'를 표방한 <노암 촘스키의 생각을 읽자>(김영사on, 2013)도 최근에 나왔는데, 고등학생이나 예비대학생이 읽기에 적당한 입문서로 보인다.

 

 

 

촘스키 책을 언급하는 김에 잔소리를 붙이자면, 국내 출간된 촘스키의 거의 모든 책이 제목에 '촘스키'를 달고 있고, 표지에도 더 크게 박혀 있다. 제목이 그냥 다 '촘스키'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이 정도면 <촘스키, 세상의 물음에 답하다>란 제목과는 반대로 '묻지마 촘스키'라고 해야 할까. 어떤 주제의 책이고, 전작들과는 어떤 연관성 속에 놓이는지 등이 드러나지 않으면 그냥 '촘스키에게 물어봐'식밖에 되지 않는다. '닥치고 촘스키' 독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 같은 독자는 내용을 가늠하기 어려워 좀 불만스럽다. 

 

 

 

끝으로, 피터 싱어.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시대의창, 2014)가 재번역돼 나왔다. 마치 <실천윤리학>(연암서가, 2013; 철학과현실사, 1991)이 작년에 재번역돼 나온 것처럼. 원저는 1993년에 나왔으니 이 또한 20년 된 책이다. 어떤 책인가.

 

전 세계에 동물 해방 운동의 불꽃을 지핀 피터 싱어의 책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가 출간되었다. 이 책에서 피터 싱어는 철학과 특히 종교의 영역에서만 논의가 한정된 듯한 ‘윤리’의 문제를 구체적인 삶의 실천 영역으로 끌어당긴다. 최근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화되면서 “안녕하지 못한” 사람들이 각자 나름의 생각을 ‘대자보’에 담아 표현하고 있다. 이들이 이렇게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 사회가 안녕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피터 싱어는 서두에서 우리에게 스스로를 향해 ‘궁극적 질문’을 던질 것을 요구한다. “내가 생각하는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삶은 어떤 삶일까?” 이것이 바로 궁극적 질문이다. 스스로에게 이 질문을 할 때 비로소 우리는 각자 진정한 삶의 가능성을 마주하게 된다. 이 책은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자, 우리 사회가 그리고 우리 개개인이 자주 잊고 지내는 ‘인간에 대한 예의’와 ‘윤리적 삶의 가능성’을 돌아보게 하는 화두이며, 그리고 더 나아가 ‘좋은 삶’이 현실에서 가능함을 보여주는 상식적인 증명이다.

곧 '이렇게 살아가도 괜찮은가'를 '안녕들 하십니까?'란 질문과 겹쳐서 읽어도 좋겠다는 것. 주로 개인윤리 차원의 문제들을 다루고 있는데, 싱어가 한국의 현실을 좀 안다면 이런 제목의 책도 쓰게 되지 않을까. '정부가 이렇게 막 나가도 괜찮은가'. 또다른 갑오년도 근심과 함께 시작하게 돼 유감스럽다...

 

14. 01. 11.

 

 

 

P.S. 촘스키 얘기가 나온 김에 절판된 책에 대한 아쉬움도 적는다. <언어지식>(아르케, 2000) 얘기인데, <언어에 대한 지식>(민음사, 1983)의 개정판이었다. 나는 후자를 갖고 있어서 구해놓지 않았는데, 어느새 절판된 지 오래됐다. '언어학자' 촘스키의 기본 생각을 알려주는 책(초기 저작인 <데카르트 언어학>이란 책도 같은 부류인데,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전문서를 제외한다면, 현재로선 <촘스키, 사상의 향연>(시대의창, 2007) 같은 앤솔로지에 의지하는 수밖에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