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문학사에서 가장 유명한 작품 가운데 하나인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명성에 걸맞게 해마다 새로운 번역본이 출간되고 있다(나도 해마다 강의에서 다루게 된다). 최근엔 '꿈결 클래식' 시리즈의 하나로 나왔고, (최초의 한국어 번역본이라는) 설정식 시인의 1949년판 <햄릿>도 삽화본으로 다시 출간됐다. 겸사겸사 최근에 나온 번역본들 가운데 다섯 권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가장 많이 읽히는 번역본이 아니라 가장 최근에 (다시) 나온 번역본들이다. 아래 표지는 저명한 셰익스피어 학자 조너선 베이트가 엮은 모던라이브러리판 <햄릿>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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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백정국 옮김, 김정진 그림 / 꿈결 / 2014년 9월
12,000원 → 10,800원(10%할인) / 마일리지 6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15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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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민병덕 엮음, 설정식 옮김, 투르게네프 해설 / 정산미디어(구 문화산업연구소) / 2014년 9월
9,900원 → 8,910원(10%할인) / 마일리지 49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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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노승희 옮김, 스탠리 웰스, T. J. B. 스펜서 편집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4년 4월
7,000원 → 6,300원(10%할인) / 마일리지 3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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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릿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강태경 옮김 / 새문사 / 2013년 11월
11,000원 → 11,000원(0%할인) / 마일리지 0원(0%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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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덜 깬 상태라 커피 한잔 마시면서 정신차리기용 페이퍼를 적는다. 어젯밤에 이리저리 검색해본 러시아 작가 바실리 그로스만에 대해 적으려고 한다. 발단은 앤드류 마의 <세계의 역사>(은행나무, 2014).

 

 

일단 우리에겐 다소 생소한 앤드루 마에 대해서.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정치평론가로 소개되는데, 중요한 커리어는 영국 BBC의 역사 다큐멘터리 제작자로 활동했다는 점. '현대 영국의 역사'와 엘리자베스 2세의 치세를 다룬 '다이아몬드 퀸' 시리즈를 다큐로 만들고 책으로 펴내 베스트셀러로 만들었다. <세계의 역사>는 그의 또다른 역작으로 소논문과 학술지를 제외하고도 약 2000여 권의 책을 읽고 방대한 세계사를 요령 있게 갈무리했다. 'BBC 세계사'로 부름직한 책.  

 

번역까지 돼 반가운데, 알고 보니  이 시리즈가 KBS2 TV를 통해 방영된 적이 있다고 한다. DVD 타이틀로도 나와 있으니 세계사 이해의 훌륭한 보조자료가 될 듯싶다(한때 세계를 경영해본 나라의 시점에서 본 세계사다). 나도 덩달아 원서까지 구입해서 틈틈이 읽어보는 중인데, 서문의 끄트머리에서 저자가 20세기 러시아 작가 바실리 그로스만의 소설 <삶과 운명>을 인용하고 있어서 인상적이다.

인간은 자신이 건설한 도시들이 자연에서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는 걸 결코 이해하지 못한다. 늑대와 눈보라로부터 문화를 지키려고 한다면, 문화가 잡초로 뒤덮이는 걸 막으려고 한다면, 인간은 당장이라도 빗자루와 삽과 소총을 멀리 떼어 놓아야만 한다. 인간이 잠든다면, 1-2년 동안 다른 것을 생각한다면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다. 늑대들이 숲에서 뛰쳐나오고 엉겅퀴가 사방에 퍼지며, 모든 것이 먼지와 눈에 뒤덮인다. 과거의 위대한 도시들이 어떻게 먼지와 눈과 개밀에 굴복했는지 생각해 보면 충분하리라.(22쪽)

인용한 김에 지적하자면 "인간은 당장이라도 빗자루와 삽과 소총을 멀리 떼어 놓아야만 한다"고 한 건 오역이다. "he(=Man) must keep his broom, spade and rifle always at hand."를 옮긴 것인데, 짐작엔 역자가 'always'를 'away'로 잘못 본 성싶다. "인간은 빗자루와 삽과 소총을 항상 손에 들고 있어야 한다."로 옮길 수 있다. 앤드루 마는 인용에 이어서 "아마추어 역사학자였던 그로스만이 남긴 위의 말은 이 책을 쓰는 동안 내내 내 귓가에 맴돌았다"고 적었다. 그런 태도로 세계사를 써나간 저자라면 신뢰할 만하다.

 

 

그렇다면 바실리 그로스만은 누구인가. 나도 언젠가 이름만 한번 들어본 작가인데, 생소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당국에 의해 침묵을 강요당했기 때문이다(<삶과 운명>은 '금지된한 걸작'이라고 해야겠다). KGB의 후신인 러시아 보안당국(FSB)의 1960년에 탈고됐던 그의 소설 원고를 해금한 것이 불과 지난 해의 일이다. 작년 7월 연합뉴스의 기사 일부다.  

러시아 보안 당국이 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걸작소설 원고를 비밀기록보관소에서 50여 년 만에 꺼내 25일(현지시간) 공개했다. 바실리 그로스만의 서사 소설 <삶과 운명>은 1960년 탈고한 뒤 압수돼 1980년대 말까지 당시 소련에서 출판을 금지했지만 이제는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비견되는 명작으로 간주되고 있다. 

원고를 압수당하고 출판이 금지됐지만(작가는 1964년에 세상을 떠난다) 그나마 다행스럽게도 그로스만의 친구 한 명이 원고 복사본을 한 부 갖고 있었고 이를 바탕으로 1980년에 스위스에서 러시아판이 출간됐다고 한다. 불어판과 영어판도 뒤이어 출간됐고. 하지만 실제 원고가 공개되고 연구자들의 검토와 비평 작업을 거치게 되면 보다 완전한 판본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FSB가 해금한 문서는 소설 원고 원본, 타자본, 교정 복사본과 저자의 노트 등을 포함해 1만 페이지 분량이다. 스탈린 치하의 숙청과 2차대전 중 소비에트 압제 상황 등을 거침없이 묘사한 이 소설은 당시 당국에는 비호감 대상 자체였다. 소설 저작에 그로스만은 10년 걸렸지만 1961년 KGB는 원고와 타자본 등을 압수해갔다. 그로스만 친구가 소지한 복사본 덕분에 1980년 스위스에서 러시아판 소설이 출판되고 곧이어 불어 번역본도 나왔다. 1988년 소련에서 축약판이 처음 출간되고 공산주의 몰락 이후 평판이 높아졌으며 작년 러시아 국영 TV에서 시리즈물로 방영한 뒤 더욱 인기를 끌었다. 

 

기사에서 '작년'은 2012년을 가리킨다. 찾아보니 7시간 50분 분량의 TV 시리즈로 제작됐었다(http://www.youtube.com/watch?v=ptmF8-jtIXk). 독소전쟁 초기인 1942-43년 스탈린그라드를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소설이다. 이런 소설의 집필이 가능했던 건 그로스만이 종군기자로 직접 참전하여 모든 걸 직접 목격하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영어판으로는 <전장의 작가>라는 제목으로 그 기록도 출간돼 있다. 저명한 전사가인 앤터니(안토니) 비버가 격찬한 책이다.

 

 

비버의 책은 <스페인 내전>(교양인, 2009), <디데이>(글항아리, 2011), <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다른세상, 2012) 등이 번역돼 있는데(번역의 문제점이 많이 지적된 <디데이>는 재출간된다고 한다. 재번역까지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도 그로스만의 증언과 소설은 <스탈린그라드> 집필에 중요한 참고자료가 되었을 성싶다.  

 

 

지나가는 김에 언급하자면 2차 대전에 관한 막강한 저작을 펴낸 비버는 지난해에 드디어 <제2차 세계대전>을 발표했다. <1945년의 베를린>, <해방된 파리> 등과 함께 밀리터리 독자뿐 아니라 역사교양서 독자들을 위해서도 소개됨직하다.

 

 

여하튼 다시 돌아가면, 바실리 그로스만 대작 <삶과 운명>도 소개되면 좋겠다. <삶과 운명> 외에 영어판으로 더 나와 있는 책들은 <만물은 유전한다>, <길>, <아르메니아 노트> 등이다...

 

14. 09.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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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기 전에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고른다. 매달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구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의 추천 도서 목록에다가 분야별로 몇 권씩 더 얹어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이란 페이퍼를 적어온 지 이달로써 만 7년째다(2007년 10월에 첫 페이퍼를 적었다). 3년 전부터는 '좋은 책 추천위원'으로 활동하면서 교양분야(2년간)와 문학예술분야(1년간)에서 실제로 '이달의 읽을 만한 책'을 추천하기도 했다. 이렇게 잠시 이력을 적는 것은 이번이 마지막 페이퍼이기 때문이다(아직 정하지는 않았지만 다른 방식의 '시즌2'를 생각하고 있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게 자연스럽다(또다른 시작을 위해서도 마찬가지다). 만감까지는 아니더라도 약간의 감회를 느끼며 '9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1. 문학예술

 

정이현 작가가 추천한 책은 이승우의 소설집 <신중한 사람>(문학과지성사, 2014)이다. "<신중한 사람>은 이승우 작가의 아홉 번째 소설집으로, 제10회 황순원문학상 수상작인「칼」을 비롯하여 총 여덟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다." 이미 지난 7월에 한번 고른 적이 있는 책이라 군말은 적지 않는다. 한국소설로 이기호의 <차남들의 세계사>(민음사, 2014), 천명관의 <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창비, 2014)까지 더 얹으면 뭔가 꽉 찬 느낌을 주지 않을까 싶다.

 

 

예술분야의 책으로 내가 고른건 에릭 홉스봄의 <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포노, 2014)이다. "가장 탁월한 역사학자의 한 사람이었던 에릭 홉스봄은 프랜시스 뉴턴이란 필명으로 활동한 재즈 비평가이기도 했다. <재즈, 평범한 사람들의 비범한 음악>은 그의 재즈에 관한 글모음이다." 추천사에서 이렇게 더 적었다.

일곱 편의 글 가운데, 처음 네 편은 네 명의 재즈 아티스트들에 대한 스케치이다. 나머지 세 편의 글에서 홉스봄은 미국의 흑인음악으로서 재즈가 어떻게 유럽에 전파됐고 서구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던가를 분석하고, 스윙 음악이 갖는 정치적‧사회적 성격을 밝히며, 재즈의 마지막 전성기였던 1960년 이후 90년대 초반까지 재즈의 변모 양상을 살핀다. 십대시절 첫사랑을 느낄 만한 나이에 재즈가 첫사랑의 자리를 비집고 들어왔었다는 역사학자의 재즈에 대한 깊은 애정 고백으로도 읽힌다.

같이 읽어볼 만한 재즈 관련서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 에세이, <포트레이트 인 재즈>(문학사상사, 2013), 그리고 제프 다이어의 <그러나 아름다운>(사흘, 2014)을 꼽는다. <그러나 아름다운>은 작년에 나왔던 책이지만 올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다.

 

 

 

2. 인문학

 

인문학 분야의 추천도서는 두 권인데, 먼저 역사 쪽으로 김문식 교수가 추천한 책은 윌리엄 T. 로의 <하버드 중국사 청: 중국 최후의 제국>(너머북스, 2014)이다. 청나라를 다룬 책으로 최근에 나온 중국 학자 옌 총리엔의 <청나라, 제국의 황제들>(산수야, 2014)과 일본 작가 이리에 요코의 <자금성 이야기>(돌베개, 2014)도 같이 읽어보면 좋겠다. 지난해 나온 책으로는 신슈밍의 <자금성, 최후의 환관들>(글항아리, 2013)이 청 황실 이야기를 보충해주는 책이다. 

 

 

철학 쪽으론 이진남 교수가 김선희의 <8개의 철학지도>(지식너머, 2014)를 추천했다. 철학입문서로서 '여덟 가지 개념으로 만드는 작지만 단단한 철학 지도'를 제공한다. 같은 분야의 책으로 수전 울프의 <삶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 2014)와 앙트안 콩파뇽의 <인생의 맛>(책세상, 2014)도 부담스럽지 않은 철학의 맛을 맛보게 해줄 듯싶다. <삶이란 무엇인가>는 베스트셀러였던 셸리 케이건의 <죽음이란 무엇인가>(엘도라도, 2012)의 짝으로 기획돼 나온 책이고, <인생의 맛>은 '몽테뉴와 함께하는 마흔 번의 철학 산책'이 부제인 책.  

 

 

3. 사회과학

 

사회과학분야의 추천도서는 웨이드 데이비스의 인류학 입문서 <웨이파인더: 인류 최초의 지혜로 미래를 구하다>(정은문고, 2014)와 정영호 등의 <사물인터넷>(미래의창, 2014)이다. 경제경영서로 분류되는 <사물인터넷>은 저자들이 모바일 업계의 최전선에서 뛰는 전문가들로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강력한 성장 동력으로 인정받고 있는 사물인터넷의 현재와 미래를 소개하고, 사물인터넷이 개인의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지를 구체적으로 다루었다"고 소개된다. '클라우드와 빅데이터를 뛰어넘는 거대한 연결'이 부제다.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되는 세상? 도대체 어떤 세상인가 궁금한 독자라면 일독해봄 직하다.

 

덧붙여, 미래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이 불편한 독자라면,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저자 니콜라스 카의 <유리감옥>(한국경제신문, 2014)에서 불편함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겠다. "전작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이 검색 엔진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환경이 어떻게 우리의 집중력과 사고 능력을 떨어뜨리는지 조명했다면, 이 책은 컴퓨터와 소프트웨어 등을 통해 가속화되고 있는 자동화가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4. 자연과학

 

이한음 번역가가 추천한 책은 레오나르도 콜레티의 <명화로 보는 32가지 물리 이야기>(작은씨앗, 2014)이다. 명화 감상법을 다룬 책은 많지만, 그 속에서 물리 이야기를 끄집어낸다는 발상은 독특하다(미술과 물리의 만남을 주제로 한 책이 예전에 나오긴 했었다). 소개에 따르면, "이 책은 문화적으로 풍부하면서도 인간적인 내용을 다룬 적이 없기 때문에, 물리학을 어렵고 딱딱한 학문으로 여기는 독자들을 위한 책이다. 세계의 명화를 빌려 물리학에 다가서는 아주 특별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베스트셀러 < E=mc²>의 저자 데이비드 보더니스의 '일상 속 과학 이야기' <시크릿 하우스>(웅진지식하우스, 2014)와 <시크릿 패밀리>(웅진지식하우스, 2014)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는데, '과학 이야기' 독자라면 챙겨둘 만하다.

 

 

 

5. 실용일반

 

이하경 위원이 추천한 책은 이나미의 <행복한 부모가 세상을 바꾼다>(이랑, 2014). "의학과 심리학을 폭넓게 공부한 저자는 자녀교육에 앞서 부모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성공한 부모가 되기 어렵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를 부모 자신의 보상심리를 위해 이용하기 때문에 부모와 자식이 모두 불행해진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부모인 자신의 깊은 곳에 숨겨진 ‘내면의 아이'를 제대로 돌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정리한다." 신경정신과 의사로서 활발한 저술활동을 벌이고 있는 저자의 책으론 <다음 인간>(시공사, 2014)이 최신간이다. 작년에는 '콤플렉스 덩어리 한국 사회에서 상처받지 않고 사는 법'을 부제로 한 <한국사회와 그 적들>(추수밭, 2013)을 펴내기도 했다.

 

 

0. 독서에세이

 

내 맘대로 고르는 분야는 '독서에세이'로 정한다. '책 읽는 책'으로 나온 책들 가운데, 오카자키 다케시의 <장서의 괴로움>(정은문고, 2014), 김용석 딴지일보 편집장의 <고전문학 읽은 척 매뉴얼>(멘토르, 2014), 그리고 청소년 문학 가이드북으로 박상률의 <어른도 읽는 청소년 책>(학교도서관저널, 2014) 등이다. '이달의 읽을 만한 책' 시즌2에서는 '독서에세이' 혹은 '책읽기/글쓰기' 분야를 따로 독립시켜도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군...

 

14. 09. 08.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고른다. 이상옥, 김종건 등 원로 영문학자의 번역과 함께 중견 영문학자들의 번역서들도 나와 있고, 원서도 쉽게 구해볼 수 있다. 강의차 정독할 작품이기도 한데, 독서의 달을 맞이하여 20세기 영문학 최대 작가와 대면해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일 성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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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위에 쌓여 있는 수십 권의 책들을 정리하다가(정확하게는 정리하는 시늉을 하다가) 엊저녁에 손에 든 책은 김수행 교수의 <자본론 공부>(돌베개, 2014)다. 더불어 프랜스시 윈의 <자본론 이펙트>(세종서적, 2014)까지 꺼내와 나란히 펼쳤는데, <자본론>에 새삼 꽂힌 것은 짐작 가능한 대로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글항아리, 2014)의 실물을 이번주에 볼 수 있기 때문이다(예판만으로도 현재 종합베스트셀러 3위에 올라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토대'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하는 관심의 반영이 아닐까).

 

 

<자본론 공부>에 서문에서 김수행 교수는 예상대로 <자본론> 공부의 의의에 대해서 짚었는데, 책을 마무리하던 시기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즈음과 겹쳤다. "아직도 '세월호 참사'의 교훈이 우리를 용서하지 못하는 이 마당에 자본주의 사회의 문제점을 가장 과학적으로 끝까지 추적한 마르크스의 거대한 작품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가 서문의 첫 문장인 것은 그 때문이다.

 

<자본론>은 말 그대로 자본주의 사회의 형성, 발전, 쇠퇴, 멸망을 모두 설명하고자 한 책이고, 따라서 자본주의 사회를 변화시키거나 변혁하려는 사람들은 누구나 <자본론>을 읽지 않을 수 없다(아이러니컬한 일이지만 자본주의 체제의 수혜자들도 그들의 기득권을 더 공고히 하기 위해 <자본론>을 읽는다). "결국 지금의 이 '썩어빠진' 자본주의 사회를 바꾸어야 할 텐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과학적인' 지식을 <자본론>에서 배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막바로 <자본론>을 펴드는 일은 조금 무모할 수 있다. <자본론 공부>와 같은 길잡이가 필요한 것은 그 때문이다. 저자로서는 <자본론>에 대한 가장 쉬운 설명을 제공하려고 했고, 실제로 '벙커 원'에서 진행한 대중 강의를 책으로 묶은 것이다.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두리미디어, 2010)과 비슷한 난이도이지 않을까 싶다. 임승수의 <원숭이도 이해하는 자본론>(시대의창, 2012)와 새로운 시각의 접근으로 올여름에 좋은 반응을 얻은 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더숲, 2014) 등이 <자본론 공부>의 친구가 될 만하다.  

 

 

책상을 정리하다가 지나간 신문들도 치우게 됐는데, 미뤄둔 일간지 리뷰도 눈에 띄었다. 7월 28일자 한겨레신문의 '책과 생각'란에 실린 케빈 올리어리의 <민주주의 구하기>(글항아리, 2014)에 대한 리뷰다. 제목대로 미국 민주주의의 현실에 대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는 책. 기사의 일부를 발췌하면 이렇다.  

3억 인구를 통치하는 대규모 공화국에서 소수가 정책을 좌우한 탓에 미국에서는 각종 부패가 잇따랐다. 특히 경제적 문제가 시민평등을 엉망으로 만들었다. 2003년 미국 조세감축안은 미국 상위 1%에게 연평균 4만5000달러의 세금을 줄여줬지만, 소득 하위 60% 사람들한테는 고작 연평균 95달러를 깎아줬을 뿐이다. 이는 미국 헌법이 지닌 태생적 한계 때문이기도 하다. 헌법 초안을 마련한 제임스 매디슨과 입안자들은 민주공화국을 창안했지만, 기업이익집단과 정치권이 야합한 특권층 부패를 막지 못했다.

 

대중은 정치에서 점점 배제됐다. 사람들은 쟁점의 상세한 부분을 탐구하지 않았으며 자기 경험에 기반해 섣불리 사안을 판단해버렸다. 정치가 일부 엘리트의 경쟁으로 전락하고, 여론이 상징과 유행어에 손쉽게 휘둘리게 된 까닭이다. 지은이는 미국 헌법이 초기부터 강한 정부, 대중과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정부를 지향한 점을 비판하며 정치와 대중의 간극을 좁히는 방안을 탐구했다.

 

이에 올리어리는 대의제를 거부하고 직접민주주의를 도입하는 한편, 미국 전통의 토론인 ‘타운 홀’ 방식에 따른 인민원 제도를 실시하자고 제안한다. 435개 하원 선거구마다 지역민회를 설치하고, 파벌이나 비밀 후원에서 자유로운 배심 시스템과 비슷한 무작위 추첨에 따라 각각 100명의 대리인을 선출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전국에서 모두 4만3500명의 인민원이 활동하게 된다. 민회는 핵무기, 국제무역, 복지 문제 같은 국내외 쟁점을 공론장에서 심의한다. 민회의 전국 네트워크인 인민원은 ‘양원제 입법부의 편향’을 교정해 인민주권을 회복하고 헌법적 균형도 맞출 수 있다. 이것이 ‘시민의 자기 통치술’이다.

대안까지 따라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진단은 한국 사회에도 적용될 수 있는 게 아닌가 한다. 부패와 무기력에 있어서는 우리도 미국 못지 않으니까. 저자의 대안은 "시민의 덕성, 공동의 심의, 공공선을 중시하는 ‘공화주의’의 회복"이다. 리뷰를 쓴 이유진 기자는 그런 회복 가능성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매슈 크렌슨과 베전민 긴즈버그의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후마니타스, 2013)보다 희망적이라고 지적한다. <다운사이징 데모크라시>의 저자들은 이미 "시민의 시대가 끝났고, 정부가 더는 시민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공화주의의 회복이란 대안은 마이클 샌델의 <민주주의의 불만>(동녘, 2012)과도 상통한다. 샌델은 자유주의의 득세와 공화주의의 쇠퇴라는 정치철학적 용어로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을 적시하고 역시나 공공선에 대한 관심의 회복으로서 공화주의를 대안으로 제시했었다. '다운사이징'된 한국 민주주의, 그에 대한 불만도 임계점에 도달하고 있는 이즈음에 '민주주의 구하기'는 어떻게 가능할까(실상 복지국가나 자유민주주의는 자본주의의 마지막 보루다. 그 너머에 있는 건, 마르크스의 말대로 계급투쟁이고 자본주의 이후다. 한국형 '앙시앵 레짐'은 복지국가를 거부하고 민주주의를 악화시킴으로써 역설적으로 자본주의 또한 무너뜨리게 되지 않을까). 오늘밤 슈퍼문이 뜨면 달님에게 한번 물어봐야겠다...

 

14. 09.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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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들이 연휴에 던질 수 있는 질문 가운데 순위를 매기자면 스물한 번째쯤에서 혹 "폴 오스터는 왜 글을 쓰는가?"라고 물을지 모르겠다. 느닷없는 건 아니다. 최근에 나온 인터뷰집 <글쓰기를 말하다>(인간사랑, 2014)에서 던지고 있는 질문이기 때문이다(오스터의 인터뷰는 '파리 리뷰'지 인터뷰 모음집 <작가란 무엇인가>(다른, 2014)에도 포함돼 있다).

 

 

일차적으론 폴 오스터의 독자들이 반가워 할 책이지만, 글쓰기에 관심을 둔 독자라면 누구나 눈길을 줄 만하다. 이 25년 동안의 인터뷰 모음집에서 폴 오스터가 줄곧 던지는 질문이 바로 '왜 글을 쓰는가?'이기 때문. 그럴 수밖에 없기도 하다. 글쓰기가 직업, 그것도 천직니까. 그에게는 삶이 글쓰기이고 글쓰기가 삶이니까. 약간 맥이 풀릴 수도 있지만 그의 대답은 이렇다.

"왜 쓰는지는 나도 모릅니다. 답을 알고 있었다면 아마 쓸 필요가 없었을 테니까요. 글쓰기를 우리가 선택하는 게 아니라 글쓰기가 우리를 선택합니다."

작가라면 글쓰기란 무엇인가란 문제에 천착할 것 같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며 또 그 문제를 오스터만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경우도 흔하진 않다. 그런 면에서 보자면 작가지망생들에겐 유익한 교본이 될 만한 인터뷰들이다. 오스터의 책을 책상 한쪽에 열권은 쌓아놓은 다음, 한 계절 정도 천천히 읽어나간다면 '폴 오스터 글쓰기' 코스를 완주할 수 있겠다.

 

 

알다시피 국내에서 오스터의 소설들을 전담하여 출간하고 있는 곳은 열린책들이다. 이번 책에는 <보이지 않는>(열린책들, 2011)까지 다룬 인터뷰가 실렸다. <선셋파크>(열린책들, 2013)를 막 끝낼 무렵까지의 오스터다. 그의 회고록 <겨울 일기>(열린책드, 2014)는, 생각해보니 아직 구입하지 않아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보이지 않는> 이후의 글쓰기에 대해서도 훗날 또 다른 인터뷰집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런 인터뷰라면 언제라도 마다하지 않을 작가이니 만큼 기대는 시간이 충족시켜줄 것이다(비록 그가 앞으로도 25년을 더 살기를 기대하긴 어렵겠지만).

 

 

더 나올 만한 오스터의 책. <겨울 일기>의 속편 격인 <내면의 보고서>. 그리고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인 존 쿳시와 교환한 편지 모음집 <지금 여기> 등이다. 독특하고 괴팍한 작가 쿳시의 비평과 에세이들을 최근에 구입한지라 두 사람이 나눈 '대화'도 구미가 당긴다. 소프트카바로 주문을 넣어야겠다...

 

14. 09.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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