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글쓰기의 다양한 경험과 노하우를 담은 <글쓰기의 힘>(북바이북, 2014) 개정판이 나왔다. 개정판이면서 증보판이어서 나도 서평 쓰기 장을 맡아 힘을 보탰다. 겸사겸사 올해 나온 글쓰기 책들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대통령의 글쓰기>부터 <글쓰기의 힘>까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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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힘- 개정판
고재열 외 지음 / 북바이북 / 2014년 1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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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영의 글쓰기 노트- 대통령의 필사가 전하는 글쓰기 노하우 75
윤태영 지음 / 책담 / 2014년 12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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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의 글쓰기- 상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90가지 계책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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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딱한 글쓰기
안건모 지음 / 보리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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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뉴스레터 '독서인'에 실은 '독서카페' 칼럼을 옮겨놓는다. 마크 바우어라인의 <가장 멍청한 세대>(인물과사상사, 2014)를 읽고 든 염려를 적었다. 재미있게 쓰인 책은 아니지만 스크린적 사고방식과 수평적 소통에 대한 저자의 문제의식에는 십분 공감할 수 있었다. 디지털 문화의 문제점을 다룬 몇몇 책들과 같이 읽어볼 만하다.

 

  

 

독서인(14년 12월호) 디지털 시대와 가장 멍청한 세대

 

가장 멍청한 세대?! 디지털 세대에 대한 도발적인 명명에 공감과 반감이 교차할 수 있겠다. 그런 논란을 충분히 예상했겠지만 미국 한 대학의 영문학 교수로 독서문화를 깊이 있게 연구한 마크 바우어라인이 총대를 멨다. <가장 멍청한 세대>(인물과사상사)는 부제대로 ‘디지털은 어떻게 미래를 위태롭게 만드는가’에 대한 예증과 통렬한 비판으로 채워진 책이다. 영문학자보다는 사회학자에 가까울 정도로 저자는 온갖 조사 결과와 통계, 그리고 인터뷰 등을 토대로 미래 세대, 곧 현재의 청소년과 청년 세대의 무지에 대해 진단하고 근심한다. 그래서 얻은 결론이 <휴먼 스테인>의 작가 필립 로스의 말을 빌린 ‘가장 멍청한 세대’라는 것이다. 오늘날의 디지털 문화가 미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고려하면 저자의 고민은 우리의 고민이기도 하다.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일단 젊은 세대의 지적 현황에 대한 다양한 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대부분의 청소년이 정보 시민으로서 필요한 지식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오늘날 미국에서는 역사와 공민학(초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윤리교육)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이 단절된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고 있으며, 독서나 박물관 방문 경험이 없는 것이 보편적인 현상이고 딱히 부끄러운 일도 아니라는 추세가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그 결과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 무엇인지도 기억하지 못하며, 세계지도에서 이집트가 어디에 있는지도 찾지 못한다. 일부 과목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과거보다 지적 수준이 떨어졌다는 게 일반적인 평가다. 이 점은 현재의 교육환경을 고려하면 매우 아이러니컬한 현상이다.


미국을 기준으로, 현재의 청소년들은 과거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다. 대학진학률이 급증하여 2005년 기준으로 성인의 27.6퍼센트가 학사 이상의 자격을 취득했다(우리의 경우는 몇 배 더 높은 수치를 보여줄 것이다). 문화기관의 여건도 좋아졌다. 미국 전역에 12만 개에 가까운 도서관이 있다. 청소년들의 금전적 여력도 과거 어느 때보다 크다.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자신의 지적 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고 학교 진학이 당연하게 여겨지며 손쉽게 오락에 접할 수 있다. 분명 부모 세대보다 훨씬 많은 교육 기회가 지금의 젊은 세대에게 주어졌지만 그 결과가 ‘가장 멍청한 세대’라고 하면 이는 분명 패러독스이다. 좋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아이팟과 휴대 기기를 사용할 줄 알며 자원봉사도 하고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중산층 10대가 여전히 소비에트 연방이 어디인지도 모른다고 하면 말이다.


그렇다고 한 세대 전체의 지능이 갑작스레 떨어졌다고 볼 수는 없는 일이다. 그럼 무엇인가. “배움을 위한 모든 도구와 기회가 준비되어 있지만, 젊은이는 그것을 배움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시간과 기회의 낭비야 어느 세대에게나 있는 일이지만, “인류 역사상 물질적 조건과 지적 성취 사이에 이토록 깊은 골을 만든 집단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이토록 많은 기술 향상을 겪고도 이토록 보잘것없는 정신 발전을 이룬 이들도 없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저자는 디지털 세대의 생활습관에 주의를 돌린다. 학교 교육의 기회가 늘어나고 지적 환경이 과거보다 훨씬 나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더 무지하다면 가정과 여가 생활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아볼 수밖에 없다.


가장 큰 문제는 독서와 사회적 관심을 차단하는 인터넷 세대의 패거리 문화다. 글을 읽을 줄 알지만, 독서는 하지 않는 의사 문맹이 예전에는 수치였다면 지금의 젊은 세대에겐 당연한 자랑거리다. 책을 읽는 것보다는 최신 유행의 동영상이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꿰고 있는 것이 친구들과 어울리는 데 훨씬 더 유리하다. 우리들 기억에도 한 세대 전에는 청소년 드라마에서 T.S. 엘리엇의 시 ‘황무지’가 읊조려지곤 했지만, 지금이라면 뭔가 분위기에 맞지 않게 여겨질 것이다. 개인적인 경험을 말하자면, 중고등학생들에게 러시아 작가 안톤 체호프에 대해 말하면서 톨스토이만큼 유명한 작가라고 소개했다가 순진무구한 표정과 대면했던 일이 떠오른다. 작품을 읽기는커녕 작가의 이름조차 처음 들어본 것이었다.


물론 미국이나 한국 학생들 다수가 기록적인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는 읽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가 보기에 그 경우에도 아이들이 <해리 포터>를 읽는 이유는 다른 아이가 읽기 때문이다. 또래와의 유대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목적이 독서에서도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다. 미국 청소년의 경우 독서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점점 책에서 멀어지고 있으며 “일상에 소설, 시, 희곡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 10대와 20대 청년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대신에 정보통신 이해력이 새로운 미덕으로 간주된다. 우리도 그렇지만 이미 청소년들에겐 미디어 접속시간이 독서시간을 압도하고 있다. 스크린이 대세이고 ‘스크린적 사고방식’이 표준이 돼가고 있다. 10시간에 걸쳐 300쪽 짜리 소설을 천천히 읽느니 20개의 웹사이트에서 필요한 정보를 획득하라고 장려한다. 이로써 우리는 새로운 독서문화와 교육 수준에 도달한 것일까. 유감스럽게도 그렇지 않다. “시각적 문화는 추상적 공간 감각과 문제 해결 능력을 향상시켜주었지만 다른 지능을 구축하는 데는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분명 인터넷 웹에는 많은 자료와 정보가 축적되어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는 이메일이나 인스턴트 메시지를 좋아하고 또래의 관심사에만 집중할 뿐이다. 웹은 수평적 소통은 강화시켜주었지만 지식의 전수와 교육에 필요한 수직적 소통은 현저하게 약화시켰다. 그래서 청소년들은 그저 비슷하게 이야기하고 비슷하게 생각하고 비슷하게 행동하는 또래 친구들과의 사교에만 몰입한다. 단테와 밀턴을 읽기는 따분하고 프랑스혁명사나 러시아혁명사는 읽을 시간이 없는 세대가 ‘가장 멍청한 세대’로 전락하는 건 필연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이 세대가 우리의 미래이며, 이들에게 민주주의의 존폐가 달려 있다는 점이다. 디지털 시대의 독서와 교육 방식에 대해서, 문화와 전통의 의미에 대해서 심각한 숙고와 자기반성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지을 수 없다.

 

14. 1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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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사진가이자 르포르타주 작가 이상엽의 사진책 <변경지도>(현암사, 2014)가 출간됐다. '2008~ 2014 변경을 사는 이 땅과 사람의 기록'이 부제. "2008년부터 최근까지 대한민국의 지리적 변경인 DMZ, 서해 5도, 새만금, 제주 강정 등과 정치· 사회적 변방인 4대강 등의 재개발 지역, 시위 현장, 그리고 밀양, 진도 팽목항 등 자본과 욕망의 경계를 수차례 답사· 취재한 여정의 결산을 담은, 조세희의 <침묵의 뿌리> 이후 30년 만에 반갑게 만나는 진진한 포토 르포르타주다."

 

 

사진가로서의 성찰을 담은 <사진가로 사는 법>(이매진, 2010)과 <최후의 언어>(북멘토, 2014) 이후에 펴낸 저작이어서 그간의 작업에 대한 중간결산의 의미도 갖는 것처럼 보인다. 의당 저자의 사진론도 포함돼 있는데, '타인의 고통 앞에서' 같은 글이 대표적이다. 이렇게 시작한다.

내가 처음 사진을 찍던 무렵인 1990년대 초반은 민주와 독재 중간 어디쯤이었다. 이런 시대에 사진을 찍던 자들은 '사회적 책무'를 회피할 수 없었다. 그래서 모두들 아스팔트를 스튜디오 삼아 작업했다. 낮에는 방독면을 챙겨 돌과 화염병이 난무하는 거리에서 사진을 찍었고, 밤이면 암실에서 필름을 현상하며 사진사 책을 읽었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사회 사진가로 분류된 자들을 제외한다면 아마 사진 역사상 가장 적극적으로 사회변혁을 꾀했던 이는 루이스 하인(1874-1940)이었을 것이다.

 

루이스 하인이란 이름이 입에 익어서 찾아봤지만 국내에는 출간된 사진집이 없다(일부 사진 관련서에서만 언급이 된다). 어떤 작업을 했던가.

사회학자였던 루이스 하인은 대학에서 강의할 때 필요한 교재를 만들기 위해 사진을 찍었다. 뉴욕 항 앞에 있는 앨리스 섬으로 들어오는 이민자들의 초라한 모습에서부터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건설하는 위험천만한 노동자들의 모습까지 그의 관심은 도시의 최하층을 구성하는 사람들의 모습이었다. 이중에서도 루이스 하인의 대표작은 노동하는 아동들을 찍은 사진이다. 석탄을 캐는 광산에서, 실을 뽑는 방직공장에서, 그는 셔터를 눌렀다. 당시 뉴욕 주민들에게 그것이 일상이었다 해도 그것은 고쳐야 할 사회적 문제였고 변화해야 할 시대였다. 결국 그의 사진은 미 의회에서 아동노동금지법으로 만들게 하는 근거가 되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을 건설하는 위험천만한 노동자들의 모습'이란 말에서 떠오르는 사진, 아하, 그게 바로 루이스 하인의 작품이었다. 언젠가 인상적으로 보고 루이스 하인이란 이름을 몇번 중얼거려 보았을 터였다. 바로 아래 사진이다.

 



도대체 어떻게 찍었으며, 사진에 찍힌 노동자들은 어떤 상태에 있는 건지 궁금하면서도 놀라게 하는 사진. 최근에 본 영화로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에서도 이 사진을 오마주한 장면이 들어 있다(물론 영화에서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특수효과를 이용했을 터이다). 르포르타주 사진작가의 작업이 어떤 것이며 사진의 사회적 책무가 무엇인지 단 한 컷으로 웅변해주는 듯싶다. 아동 노동자들에대한 사진도 마찬가지다.

 



천진한 아이들의 표정과 고된 노동의 흔적을 여실히 보여주는 그들의 옷차림이 대비된다. <변경 지도>에서 작가가 담고자 한 우리의 현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조국 교수의 추천사에 따르면, "이 책은 탐욕과 폭력의 체제가 유린한 사람과 자연의 모습에 대한 이상엽의 명징한 보고서다." 이 '보고서'를 '올해의 사진책'으로 꼽아두고 싶다...

 

14.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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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 제너레이션'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인 윌리엄 버로스의 <붉은 밤의 도시들>(문학동네, 2014)이 세계문학전집판으로 출간됐다. 개인적으로는 프랑스의 누보로망과 미국의 비트 제너레이션 문학을 내년의 독서 목표 중 하나로 정하고 있는 터여서(둘다 1950년대 문학을 대표한다. 올해 1920-30년대 문학을 주로 읽은 터라 자연스레 50년대로 넘어가려는 것이다) 반갑게 여겨진다. 누보로망 작가로는 알랭 로브그리예와 미셸 뷔토르가 독서 거리라면, 비트 세대 가운데서는 윌리엄 버로스와 잭 케루악이 후보다. <붉은 밤의 도시들>은 흔히 <네이키드 런치>의 작가로 알려진 버로스의 또다른 대표작이라고. "도덕 따위는 잊어라! 이 작품은 버로스의 유별난 이드가 자신의 기괴한 성향을 고백해 보이는 한판 소동극이다. 단언컨대, 이 소설은 진짜다!"라는 게 뉴욕타임스의 평이다.

 

자유분방함을 표방하며 세상의 가식을 꼬집은 비트 제네레이션의 리더이자 생존 당시 노먼 메일러로부터 '신들린 천재성을 지닌 유일한 미국 작가'라는 칭송을 들은 윌리엄 버로스의 최고 걸작이다.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 작품은 유토피아 공화국 리베르타티아를 건설한 실존 인물 미션 선장에 영감을 받아, 인류 역사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저질러진 치명적인 실수들을 돌이키기 위해 탄생한 유토피아 소설이다. 전통적인 서술 방식으로 쓰인 <정키>와 <퀴어>, 실험적 작문법 '컷-업' 기법을 처음으로 선보인 <네이키드 런치>에 이은 <붉은 밤의 도시들>은 그의 거침없는 삶과 문학적 성찰의 정점에서 끌어낸 전작들을 뛰어넘는 최고작이다.

 

버로스의 다른 대표작들로 <네이키드 런치>(책세상, 2005)와 <정키>(펭귄클래식, 2009), <퀴어>(펭귄클래식, 2009) 모두 번역돼 있는 터이다. 번역이 좀 아쉽다는 평이 있는데, 아직 원저와 비교해보지 않아서 확실하게 말할 순 없지만, 1950년대 문학이 일반적으로 그렇듯이 난해하고 번역이 까다로울 거라는 건 쉽게 짐작해볼 수 있다.

 

 

버로스의 소설이 출간된 김에 어제 주문한 책은 잭 케루악의 <길 위에서>(민음사, 2009)이다(확인해보니 구매 사실이 없어서 원서와 같이 주문했다). "종전 후 대학교를 자퇴하고 작가 윌리엄 버로스, 닐 캐시디, 앨런 긴즈버그 등과 함께 미국 서부와 멕시코를 도보로 여행한다. 이때의 체험을 바탕으로 쓴 <길 위에서>가 1957년 출간되자 당시 젊은이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얻으며 케루악은 소위 '비트 세대'를 주도하는 작가로 단숨에 자리매김한다"는 전설의 작품.

형식에 구애되지 않는 즉흥적인 문체와 자유롭고 열정적인 이야기가 어우러진 이 소설은 당대의 젊은이들로 하여금 미국 사회의 물질주의와 고루한 기성도덕에 반기를 들고 진정한 자유와 새로운 깨달음을 찾아 길 위로 나서게 했다. 미국 출간 50주년을 기념하는 전문가들의 해제와 작품 속 딘과 샐의 여행 경로가 담긴 지도를 함께 수록하였다.

확인해보니 케루악에 대해서도 페이퍼를 쓴 게 없다(하나 있었지만 일간지 기사 게재로 차단됐다). 아마도 번역본이 나올 무렵에는 관심권 바깥에 놓여 있었나 보다. 아무리 문제적인 작가이고 작품이라 하더라도 독서를 통해 만나기 위해서는 '때'가 필요한 법이다. 아무려나 내년엔 버로스와 케루악을 만나볼 예정이다(이후엔 1960-70년대 세계문학으로 넘어갈 계획이고. 이미 읽은 주요 작가들도 있지만). 독서인에게 한 해가 갖는 의미 혹은 눈금은 보통 그렇게 측정된다...     

 

14. 12. 14.

 

 

P.S. 영화는 1969년작이지만, '비트 제너레이션'이란 말은 내게 데니스 호퍼의 <이지 라이더>를 떠올려준다. 한 편의 소설이나 영화가 시대정신을 응축하거나 대변할 때가 있는데, <이지 라이더> 또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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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책'을 고른다. 12월은 도서 매출이 떨어지는 달이기 때문에(연말 모임이나 행사가 많아서 책을 읽을 시간도 없고, 경비도 줄기 때문이다) 출간 종수도 줄어든다. 대신 밀어내기용 책들이 자주 눈에 띈다. 출판사들마다 준비하고 있는 기대작은 보통 연초에 집중되기 마련이다. 그런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읽을 만한 책이 없는 건 아니다. 기본적으로 변치 않는 사실은 언제나 우리가 읽을 수 있는 것보다 더 많은 책이 나오고 있다는 것. 이번주에도 그 가운데 사회과학 분야에 한정해서 다섯 권을 고른다. 

 

 

먼저 타이틀북으로 고른 건 로버트 맥체스니의 <디지털 디스커넥트>(삼천리, 2014)다. '자본주의는 어떻게 인터넷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만들고 있는가'가 부제.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정치경제학 분석'을 담고 있는 책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에서 최근 20여 년에 걸쳐 변화된 디지털 미디어 환경을 다루고 있다. 미디어는 자본의 사유화 욕망이 관철되고, 소비자의 정보가 상품화되며, 광고의 경제학이 지배하는 철저한 이윤과 경쟁의 공간이 되었다. 이제 더 이상 미국에서 인터넷은 민주적이고 자율적이며 사회적인 대중 소통의 공간이 아니다." 해법은 무엇인가. 저자는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책임 있는 답안으로서, 인터넷 미디어와 디지털 기술을 민주적이고 진보적인 커뮤니케이션의 공간으로 만들어 가는 정치적인 개입 활동을 제안한다." 저자는 미국의 대표적 미디어이론가이자 좌파 비평가로 <부자 미디어 가난한 민주주의>(한국언론재단, 2006), <미디어정책 개혁론>(나남, 2009) 등이 국내에 소개돼 있다.

 

 

두번째 책은 임태훈의 <검색되지 않을 자유>(알마, 2014)다. "정보자본주의의 탈인간적 변이 과정을 비판하고 인지적, 능동적, 창조적, 미적, 윤리적 능력을 생생하게 유지할 수 있는 새로운 대안과 기획을 구상한다.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공통의 자율을 추구할 방법을 함께 고민한다." 비슷한 문제의식의 책으로 빅토어 마이어 쇤베르거의 <잊혀질 권리>(지식의날개, 2011), 구본권의 <당신을 공유하시겠습니까?>(어크로스, 2014)와 같이 읽어봄직하다.

 

 

 

세번째 책은 전상진 교수의 <음모론의 시대>(문학과지성사, 2014). "이 책은 음모론에 대한 다양한 접근 방식들(리처드 호프스태터의 ‘질병-음모론,’ 찰스 피그던의 ‘정상-음모론,’ 데이비드 코디의 ‘충돌 음모론,’ 칼-하인츠 힐만의 ‘권위적 주장’)과 음모론자의 여러 유형(신념윤리가적 음모론자, 기회주의적 음모론자), 그리고 각각의 세력들이 음모론을 정치 전략으로서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를 다양한 사례와 함께 보여준다." 즉, 음모론 자체를 다룬 것이 아니라 음모론에 대한 이론적, 학술적 이해라고 할까.

 

 

네번째 책은 홍성태 교수의 <위험사회를 진단한다>(아로파, 2014). 저자는 울리히 벡의 <위험사회>(새물결, 1999)의 번역자이면서 일찍부터 위험사회라는 주제를 조명해왔다. <대한민국, 위험사회>(당대, 2000)란 책이 나온 게 14년 전이니 '위험사회'란 진단과 경고가 무색하다고 해야겠는데, 그렇다고 방치해놓을 수만도 없다(최근 연이어 문제되고 있는 제2 롯데월드의 안전 '리스크'도 우리가 떠안고 있는 위험사회의 현실이다). 부제대로 '사고사회를 넘어 안전사회로' 가는 길에 대한 모색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하버드대 출신 국내 전문가 11인 내놓은 내년도 전망이다. <빅 픽처 2015>(생각정원, 2014). "이 책은 대중의 소비나 경제 예측을 하는 일반적인 트렌드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주요하게 다루어야 할 이슈와 쟁점을 담고 있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포그래픽 등 일상의 변화를 주도하는 이슈와 맞춤의료, 플립러닝, 사회적경제 등 사회를 변화시키는 이슈를 담고 있다. 나아가 대한민국이 세계화 흐름 속에서 대한민국이 당면한 현실적 쟁점들. 즉 자본주의의 폐단, 위험사회, 교육 및 소득 불평등, 의정감시 등을 지적하면서 이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가까운 미래가 늘 궁금한 독자라면 일독해봄직하다. 유사한 성격의 책으로 김용섭의 <라이프 트렌드 2015: 가면을 쓴 사람들>(부키, 2014)도 참고할 만하다. "숫자 대신 우리 일상을 통해 2015년을 관통할 핫 트렌드를 보여 주는 새로운 개념의 생활·문화 전용 트렌드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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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디스커넥트- 자본주의는 어떻게 인터넷을 민주주의의 적으로 만들고 있는가
로버트 맥체스니 지음, 전규찬 옮김 / 삼천리 / 2014년 12월
28,000원 → 25,200원(10%할인) / 마일리지 1,4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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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되지 않을 자유
임태훈 지음 / 알마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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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모론의 시대
전상진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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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사회를 진단하다
홍성태 지음 / 아로파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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