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개 그렇겠지만, 연휴가 이어지면서 시간 감각을 잃어버렸다. 정확하게는 요일 감각이다. 토요일이라곤 하지만, 오늘도 택배는 쉬는 날이기에 나로선 다른 휴일과의 차별점을 찾지 못하겠다. '먹고 자고 일하고'의 반복이다. 그래도 주말이란 걸 확인하기 위해서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전부 다 아직 손에 들지 못한 책인데, 그럼에도 흥미를 끈다 싶은 책들이다. 봄학기 개강을 염두에 두고 '학문'을 다룬 책들 위주로 골랐다.

 

 

타이틀북은 박승억 교수의 <학문의 진화>(글항아리, 2015)로 골랐다. '학문 개념의 변화와 새로운 형이상학'이 부제인데, 제목과 부제 모두 흥미롭다. "인류 역사 2500년을 ‘학문’이라는 틀로 조명한다. 즉 고대 신화와 형이상학, 중세의 신학과 형이상학, 근대의 과학과 수학 및 철학, 현대의 첨단 기술을 아우른다. 그리하여 이 한 권의 책은 기존의 신념 체계를 흔드는 새로운 시대 이념과 사상이 어떻게 반동과 향수의 흐름들을 극복하여 지배적 위치를 점했는지, 아주 흥미롭게 펼쳐나가고 있다." 분량에 비해 너무 긴 시간대를 다루는 것이 강점이면서 동시에 약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두번째 책은 사회학자 앤서니 기든스와 필립 서튼이 공저한 <사회학의 핵심개념들>(동녘, 2015)이다. 사회과학도등의 기본 공구서에 해당할 책. "<현대사회학>을 집필한 앤서니 기든스와 필립 W. 서튼은 지난 150여 년간 사회학의 중요한 이정표 역할을 했던 사회학의 핵심 개념 70개를 선별했다. 그리고 이것을 총 10개의 주요 주제 속에 배치해 현대사회학의 전반적 지형 속에 이 개념들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모했다." 사회학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현대사회학>과 이 책을 한 학기 동안 통독하는 걸로 사회학 입문을 대신할 수 있겠다. 대학 공부란 다른 게 아니라 각 분야의 기본서 몇 권을 읽어주는 것이다.   

 

 

세번째 책은 존 던의 <민주주의의 수수께끼>(후마니타스, 2015)다. 책소개는 아직 뜨지 않았는데, 저자는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오랫동안 정치학을 강의한 걸로 돼 있다(존 로크의 권위자로 보인다). 케임브리지대학 강의실에서 정치학 강의를 듣는다는 기분으로 읽어나가면 되겠다.

 

네번째 책은 <개의 사생활>(21세기북스, 2011)의 저자 알렉산드르 호로비츠의 <관찰의 인문학>(시드페이퍼, 2015)이다. '인문학'이란 제목이 원제에 들어가 있을 리는 만무하고, 거리를 걸어다니면서 새롭게 발견한 것들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도 관찰의 기술을 습득하게 될지 모른다.

맨해튼의 활기 넘치는 생활방식에 매료된 저자는, 평범한 동네 길을 여러 전문가들과 함께 걸으며 ‘주목받지 못한 것들’에 주목해보기로 한다. 저자는 그 첫 번째 대상으로 스스로를 선정하고 혼자 걷기에 나선다. 충분히 보고 듣고 생각하고 느꼈다고 생각했지만, 11명의 ‘관찰전문가’들과 함께 걷고 난 후에야 자신이 거의 모든 것을 ‘놓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지질학자, 일러스트레이터, 의사, 시각장애인, 아기, 음향 엔지니어, 곤충박사, 타이포그라퍼, 야생동물 연구가, 도시사회학자, 반려견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전혀 새로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다섯번째 책은 윌리엄 헬름라이히의 <분노의 심리학>(말글빛냄, 2015)이다. <내가 왜 그랬을까>(말글빛냄, 2011)로 처음 소개된 저자라고 적으려다가, 확인해보니 두 책이 같은 책이고 제목만 바뀌었다. 통상 개정판이라고 나오면 이전판은 절판시키는 게 상례인데, 이 책의 경우는 두 종의 번역서가 버젓이 유통되고 있어서 독자가 착오를 일으킬 수도 있겠다. <내가 왜 그랬을까>가 원제에 가까운데, 아무래도 판매가 부진했던 모양이다. '내가 왜 그랬을까?'는 출판사 대표의 넋두리일지도. 바뀐 제목으로 책이 잘 나간다면, 순전히 작명 효과가 8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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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진화- 학문 개념의 변화와 새로운 형이상학
박승억 지음 / 글항아리 / 2015년 2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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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학의 핵심 개념들
앤서니 기든스 외 지음, 김봉석 옮김 / 동녘 / 2015년 2월
20,000원 → 18,000원(10%할인) / 마일리지 1,0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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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민주주의의 수수께끼
존 던 지음, 강철웅 외 옮김 / 후마니타스 / 2015년 2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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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관찰의 인문학-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세상을 보는 법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박다솜 옮김 / 시드페이퍼 / 2015년 2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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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분야의 책인 <거짓말쟁이, 연인, 그리고 영웅>(소소, 2005)을 읽다가 느닷없이 글로리아 스타이넘을 검색해보게 됐다.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1975) 출간 여파로 여러 가지 논란과 논쟁이 빚어졌는데, 그 가운데 "글로리아 스타이넘과의 전쟁"도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 지나가는 언급이고 자세한 내용은 나오지 않지만, 스타 여성운동가에 대한 관심을 다시 상기하는 데에는 충분했다.

 

 

일단 스타이넘의 책 두 권, <일상의 반란>(현실문화, 2002)과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현실문화, 2002)은 모두 구입한 책이지만, 소장도서에서 빠진 책이 캐롤린 하이브런의 평전 <글로리아 스타이넘>(해냄, 2004)이다. 출간 당시 러시아에 있었기 때문인데, 그럼에도 서평만 참고해서 글을 쓴 적이 있기도 하다(아마 <로쟈의 인문학 서재>에 수록된 '문체에 대하여'일 것이다). 2005년에 귀국해서는 까맣게 잊은 듯싶다(찾아보니 2011년에 스타이넘에 관한 기사를 한번 스크랩해놓은 게 있는데, 그때도 책은 구입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서 부랴부랴 장바구에 넣고 보니 저자 캐롤린 하일브런도 그냥 넘어갈 게 아니었다. 영문학자이자 소설가이기도 한 저자가 여성의 글쓰기 문제를 다룬 <셰익스피어에게 누이가 있다면>(여성신문사, 2002)도 써놓았기 때문이다. 번역본 제목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에서 따온 것으로(울프는 '셰익스피어에게 누이가 있다면' 어떤 삶을 살았을지 가정해본다) 원제는 '여성의 삶을 글로 쓰기'다. "미국의 문학비평가 캐롤린 하일브런은 지금까지 쓰여진 '여성 전기와 자서전'들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파헤치고 있다. 조르주 상드, 조지 엘리엇, 버지니아 울프 등 여성 작가들의 실제 삶을 예로 들어 여성의 삶을 둘러싼 진실과 거짓들을 하나씩 벗겨낸다"고 소개된다.

 

거기에 덧붙여 <햄릿의 어머니와 다른 여자들>이란 책도 관심을 끄는 타이틀이어서 장바구니에 넣었다. 햄릿의 어머니라면 거트루드를 가리키는데, 사실 <햄릿>을 종종 강의하면서 거트루드에 대한 비평적 조명이나 해석이 궁금하던 차이기도 했다. 더구나 페미니스트적 해석이라면 얼마든지 읽어볼 용의가 있다(책이 저렴하진 않군). 아무려나 한밤중에 두 명의 여성 저자의 책을 챙기면서 간단하게 몇 마디 적었다...  

 

15. 02.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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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의 설치미술가 겸 사진작가 소피 칼의 <시린 아픔>(소담출판사, 2015)을 읽다가 자꾸 카트린 밀레가 연상되었다. 폴 오스터와 같이 쓴 <뉴욕 이야기>(마음산책, 2007)으로 처음 소개됐고, 그 이후엔 잊고 있었는데, <시린 아픔>이 나온 김에 그때 같이 나왔던 <진실된 이야기>(마음산책, 2007)도 뒤늦게 구입했다. 그런데 왜 카트린 밀레인가?

 

 

몇가지 공통점을 찾아봤는데, 일단 프랑스 미술계의 저명인사라는 점, 그리고 사진 작업과 연관돼 있다는 점(밀레는 남편 자크 앙릭이 작가이자 아내의 누드 사진을 찍어온 사진작가다), 끝으로 자기 고백적인 책의 저자라는 점. 흔한 의미의 선정성이라면 카트린 밀레가 한 수 위겠지만, 감정의 노출이란 점에서 보자면 소피 칼이 훨씬 더 적나라하다. '시린 아픔'이란 작가 자신의 아픔을 가리키기에 그렇다. 출간 과정에 대한 소개.

 

프랑스의 유명 설치미술가이자 사진작가인 소피 칼의 이별 극복기를 담은 사진 수필집이다. 인생에서 겪는 평범하고 사소한 희로애락을 독특한 예술관으로 승화해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인 소피 칼답게, 이별의 아픔을 극복하는 방식 또한 매우 독특하다. 그녀는 혼자만의 가슴 쓰린 배신감과 아픔을 가슴속에만 품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 반복해서 토로한다. 그리고 동시에, 상대에게도 인생에서 가장 아팠던 기억을 들려달라고 한다. 그들의 슬픈 사연을 들으면서 소피 칼은 자신의 아픔을 상대화하며 서서히 고통을 극복해나간다. 그러나 그 결과물은 기록에만 그쳤다. 간신히 아문 상처가 다시 덧날까 두려웠던 소피 칼은 이 시리고도 아픈 기억들을 서랍 속에 묻어두었고, 그로부터 15년 후 이 책의 출간을 결심했다. 1985년에 시작된 프로젝트가 2003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세상의 빛을 보게 된 것이다.

 

'19세 미만 구독 불가'로 한때 화제가 됐던 자크 앙릭의 <카트린 M의 전설>(열린책들, 2003)은 절판됐고, 현재는 카트린 밀레의 회고록, <카트린 M의 성생활>(열린책들, 2010)만이 개정판으로 다시 나와 있다.  

 

 

고백록의 전통이 강한 나라답게, 두 프랑스 여성 작가의 자기 고백은 고백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고백적 예술이란 그 자신과 독자/관객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생각해보도록 만든다. 아, 여느 고백이 아니라 사진을 매개로 한 고백이라는 점은 특기해두어야겠다... 

 

15. 0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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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대하는 책 중의 하나는 문학동네에서 출간될 '보들레르 전집'인데(1차분은 나오는 걸로 안다), 그보다 앞서 '아티초크 빈티지 시선'의 하나로 <악의 꽃>(아티초크, 2015)이 번역돼 나왔다. 이 시리즈는 전문번역가로 활동중인 공진호 씨가 전담해서 번역하는 듯싶다(현재까지 나온 다섯 권이 모두 그의 손을 거쳤다). <악의 꽃>의 경우도 대여섯 종 이상의 번역본을 갖고 있는데, 새 번역본이 나온 김에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절판된 판본은 제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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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샤를 보들레르 지음, 공진호 옮김 / 아티초크 / 2015년 2월
14,900원 → 13,410원(10%할인) / 마일리지 740원(5% 적립)
2015년 02월 19일에 저장
절판
악의 꽃 / 파리의 우울
샤를 보들레르 지음, 박철화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13년 5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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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
샤를 보들레르 지음, 윤영애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3년 10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밤 11시 잠들기전 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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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의 꽃들
샤를 보들레르 지음, 김인환 옮김 / 서문당 / 1997년 8월
5,000원 → 4,500원(10%할인) / 마일리지 2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15년 02월 19일에 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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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공간>(한국문화사, 2015)이란 책 때문에 알게 된 저자는 질 포코니에다. 알고 보니 이미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지호, 2009)란 책의 공저자로 소개된 바 있다. 기억에 전혀 없는 책이어서 아주 뒤늦은 '이주의 발견'이다. 포코니에는 프랑스 태생으로 언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는 캘리포니아대학의 인지과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라 한다. 1944년생이니까 일흔을 넘겼다. <우리는 어떻게 생각하는가>는 마크 터너와의 공저이고, '개념적 혼성과 상상력의 수수께끼'가 부제다.

 

이 책의 핵심 주제는 동일성, 통합, 상상력의 작용을 탐구하는 것이다. 무의식적이면서 강력하고 복잡한 이 작용들은 의미의 신비를 파헤칠 열쇠이다. 상상력은 단순히 문학과 예술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평범한 생각은 물론 과학적 사고에도 상상력은 필수적이다. 상상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방식의 본질이다. 이 책은 이제는 상상력의 과학을 해야 할 때라고 선언한다. 인지과학의 다양한 분야에서 진행되고 있는 연구들은 하나같이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저자들은 문학, 의례행사, 신문 기사, 광고, 과학적 진술과 농담, 유머, 수수께끼, 평범한 일상 표현에 이르기까지 인간사의 다채로운 영역을 조사하면서 인간 상상력의 작용과 개념적 혼성의 힘을 보여준다.

 

상상력의 힘을 강조하는 학자로는 단연 상징적 상상력을 주창한 질베르 뒤랑을 꼽을 수 있을 텐데, 포코니에는 신화학이나 인류학이 아닌 언어학과 인지과학에 바탕을 두고 상상력의 힘을 조명하고 있어서 흥미를 끈다. 안 그래도 최근에 바슐라르의 책들에 다시금 관심을 갖게 돼 주섬주섬 관련서를 모으며 재정비하던 참이라 포코니에의 책 두 권에도 손길이 안 갈 수 없다. <정신 공간>은 좀더 전문적인 책으로 보이는데, 여하튼 그래도 뭔가 계발적인 아이디어와 접할 수 있다면 독서의 가치로는 충분하다.

 

 

말이 나온 김에 적자면, 물질적 상상력을 다루는 바슐라르의 책은 10여 년만에 다시 손에 들게 되었는데, 최근에 구입한 건 <공간의 시학>(동문선, 2003)과 <몽상의 시학>(동문선, 2007), 그리고 <불의 정신분석>(이학사, 2007) 등이고, 영어본도 함께 구했다. 번역본만 읽다가 애를 먹은 기억이 있어서다. 당장 깊이 탐독할 시간은 없지만, 자꾸 환기하다 보면 결국엔 읽을 수밖에 없을 때가 오리라. 독서도 때로는 강요와 협박이 필요한 법이다...

 

15. 0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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