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에 세상을 떠난 미국의 철학자이자 미술비평가 아서 단토의 유작이 번역돼 나왔다. <무엇이 예술인가>(은행나무, 2015). 그간에 소개된 책이 다소 어려웠던 독자라도 그의 예술론을 압축하고 있는 이번 책은 수월하게 읽어볼 수 있을 듯싶다. 해제를 붙일 기회가 있어서 나는 이렇게 적었다.

 

<무엇이 예술인가>는 서양미술사에 대한 단토식의 개관이자 그 귀결로 얻게 되는 새로운 예술 개념에 대한 성찰이다. 압축해서 말하면, 그것은 예술 개념에 대한 뒤샹과 워홀의 도전에 맞서는 철학적 응전이다. 미학의 가두리에서 벗어난 예술을 단토는 ‘구현된 의미’라는 정의를 통해서 다시 포획하려고 한다. 새로운 예술작품이 갖는 의미와 의의를 철학적으로 해명하려고 하는 것이다. 보기 드문 강력한 그의 해명과 함께 예술에 대한 우리의 이해 급수도 한 단계 올라선 느낌이다.

겸사겸사 단토의 책들을 리스트로 묶어놓는다. 단토의 책이라지만 엉터리 편역서라 단토와 무관한 <앤디 워홀 이야기>(명진출판사, 2010)은 제외했다. 번역에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적된 <철학하는 예술>(미술문화, 2007)은 절판된 상태다. 개정된 번역본이 나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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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예술인가
아서 단토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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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종말 이후- 컨템퍼러리 미술과 역사의 울타리
아서 단토 지음, 이성훈 외 옮김 / 미술문화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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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인 것의 변용
아서 단토 지음, 김혜련 옮김 / 한길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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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미학
아서 단토 지음, 김지원 옮김 / 종문화사 / 2007년 4월
16,000원 → 14,400원(10%할인) / 마일리지 8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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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기 전에 '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타이틀북은 모처럼 '가벼운' 책을 골랐다. 좀 식상한 표현이지만 '신세대 출판'의 한 모델이 되고 있는 김홍민 북스피어 대표의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어크로스, 2015). "출간비용 마련을 위한 '독자 북펀딩', 이웃 출판사와의 공동 출간, 자체 제작 장르문학 소식지 발행까지. 독특한 마케팅 실험과 독자들과의 연대로 주목받아온 북스피어 출판사의 김홍민 대표가 10년간의 출판 시장 횡단기를 책으로 담아냈다."

 

 

두번째 책은 정반대의 주제를 다룬 책으로 앤 윌슨 섀프 등의 <중독 조직>(이후, 2015). 사회학자 강수돌 교수가 우리말로 옮겼다. 부제는 ' 조직은 어떻게 우리를 속이고 병들게 하는가?'.

오랫동안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을 비롯해 종교단체, 시민단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조직을 컨설팅 해 온 저자들은 오늘날 광범위한 조직이 공통된 질병에 시달리고 있으며, 그 질병이 직접적으로 조직 구성원의 삶뿐 아니라 전체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다고 진단한다. 그 질병은 다름 아닌 ‘중독’이다. <중독 조직>은 중독이라는 병리적 현상을 통해 조직, 더 나아가 이 사회를 새로운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는 틀을 제공하는 책이다.

조직의 구성원이 아니어서(그 점은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나로선 실감이 덜하지만 조직 구성원으로서 일상이 힘겨운 이들이라면 심각하게 읽어봄 직하다. 

 

 

세번째 책은 <중독 조직>과 짝이 될 만한 책으로 브리짓 슐트의 <타임 푸어>(더퀘스트, 2015)다. 제목은 우리가 입버릇처럼 내뱉는 "시간이 없어서"에 해당한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워싱턴포스트' 기자 브리짓 슐트의 책. 이 책은 스트레스가 우리의 삶을 조각조각 찢어 놓았음을 보여주고 그 찢어진 조각들을 어떻게 하면 다시 붙일 수 있는지 알려주는 지침서이며 ‘사람답게 사는 법’에 대한 힌트를 주는 책이다." '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 가사 휴식 균형 잡기'가 부제로 특히 직장 여성 독자들에게 어필할 만하다.

 

네번째 책은 정진아의 <스물다섯 청춘의 워킹홀리데이 분투기>(후마니타스, 2015). 일종의 참여관찰 보고서인데, 저자의 사례는 이렇다.

"스물다섯 살, 대학 졸업을 앞두고 워킹홀리데이를 가기로 결심했다. 휴학 기간 1년을 합쳐 5년 동안 대학을 다녔다. 생활비와 매년 훌쩍 오르는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대학에 입학해 졸업하는 그날까지 나는 한시도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언어 연수는 꿈도 꿀 수 없었다. 그때 '무한한 가능성의 나라' 호주가 내게 다가왔다. 저렇게 아름다운 나라에서 돈도 벌면서, 영어도 배우고, 여행도 다닐 수 있다니. 듣기만 해도 매력적이었다. 그래서 떠났다. 그리고 나처럼 매년 3만여 명이 호주로 떠난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을지 궁금한 독자들을 위한 책.

 

 

끝으로 다섯번째 책은 교육학자 헨리 지루의 <일회용 청년>(킹콩북, 2015). '누가 그들을 쓰레기로 만드는가'가 부제다. "저자는 1970년대 말 이후 세계를 점령한 신자유주의를 경제적·정치적·사회적·문화적·교육적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조망하고, 그것이 오늘날 청년 문제와 어떤 관계에 있는지 분석하며 이에 대한 대안이 무엇인지 특히 대중교육의 관점에서 전망한다."

복지 후퇴와 함께 교육에 대한 공적 투자가 감소하면서 공교육은 후퇴하고 있으며 ‘교육’이 아니라 감옥을 모방한 ‘훈육’ 기관으로 변했다. 또한 대학교육은 비판적인 시민과 지식인을 양성하는 공적 기능을 포기하고 기업과 체제가 요구하는 인력 공급기관이 되었다. 이런 적자생존의 신자유주의는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을 일회용 쓰레기로 취급한다. 그들은 기득권층의 동정과 자선의 대상이 되거나 불안정 노동을 전전하거나 감옥산업의 원료로 투입되거나 해외전쟁의 소모품으로 취급된다.

번역서이긴 하지만 우리의 현실 자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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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 다르거나, 튀거나, 어쨌거나
김홍민 지음 / 어크로스 / 2015년 6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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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독 조직- 조직은 어떻게 우리를 속이고 병들게 하는가?
앤 윌슨 섀프 & 다이앤 패설 지음, 강수돌 옮김 / 이후 / 2015년 6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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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타임 푸어-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 가사 휴식 균형 잡기
브리짓 슐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5년 6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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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다섯 청춘의 워킹홀리데이 분투기
정진아 지음, 정인선 그림 / 후마니타스 / 2015년 6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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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골라놓는다. 역사학자, 정신분석가, 소설가, 3인이다. 먼저 <서울은 깊다>(돌베개, 2008)의 저자 전우용의 <우리 역사는 깊다>(푸른역사, 2015)가 2권으로 출간되었다. '역사학자 전우용의 한국 근대 읽기 3부작' 가운데 첫 권에 해당한다.

 

무의미한 듯한 '오늘'들의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역사'들을 되살려 '2015년 대한민국'을 곱씹는다. <서울은 깊다>, <현대인의 탄생> 등 여러 저서를 통해 말해지지 않은 역사를 소개하고 그것을 통해 현재를 성찰하는 데 힘써온 역사학자 전우용이 '역사학자 전우용의 한국 근대 읽기 3부작' 중 첫 번째인 이 책에서 주목하는 것은 바로 '오늘들의 역사'다. 저자는 귀성 풍습의 기원, 예방 접종의 시작, 전등 시대의 개막, 위생 관념의 확산, 대중교통 수단의 도입 등 주로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오늘'의 작은 사건들을 소개하고, 성찰의 재료로 삼을 만한 요소들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덧붙인다.

"주로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오늘'의 작은 사건들을 소개하고, 성찰의 재료로 삼을 만한 요소들에 대해 나름의 의견을 덧붙인" 책이라는 건데, 말 그대로 역사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다는 느낌을 준다. 더불어 역사의 기억과 흔적이 지워진 오늘의 현실에 대한 저자의 비판은 신랄하다. 동대문시장의 기원에 대해 소개한 후에 저자는 이렇게 덧붙인다.

나는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새로 들어선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물을 볼 때마다 속이 쓰리다. 그 장소의 역사적 맥락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에게, 그 역사에 대한 기초적 정보도 주지 않고 설계를 맡겨버린 당시 서울시정 담당자들의 무소견과 무지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 자국민도 모르는 '명품시장'의 역사를 다른 나라 사람들이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그 건물의 역사성을 담아내고, 동대문시장의 역사를 제대로만 알려도 시장의 국제적 가치를 더 끌어올릴 수 있었을 것이다.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지우는 개발이 아니라 그 자취와 함께하는 개발이어야 '국격'이든 '도시 디자인의 품격'이든 살릴 수 있는 법이다. 그렇게 세계 여행을 많이 하면서도 아직 그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이 너무 많으니, 그저 한심할 따름이다.

한심함도 오래 축적되면 우리의 문화가 될지 모른다.

 

 

라캉 정신분석 전공자로 활발한 임상과 강의 활동을 하고 있는 맹정현의 신작이 나왔다. <멜랑꼴리의 검은 마술>(책담, 2015)과 마찬가지로 서울정신분석포럼(SFP)의 강연을 엮은 <프로이트 패러다임>(위고, 2015)이다. '프로이트를 어떻게 읽을 것인가'가 부제.

무의식, 억압, 성욕,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환상, 나르시시즘, 죽음 충동 등 프로이트가 제시한 모든 정신분석 개념들은 완결된 개념이 아니라 그의 사유를 구성하는 패러다임의 구성 요소들이다. 따라서 프로이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개념들에 현혹될 것이 아니라 프로이트의 저술을 구성하는 다양한 패러다임들, 그리고 그 패러다임 속 개념들의 네트워크를 이해해야 한다. 저자는 프로이트의 사유에 존재하는 ‘도약’과 ‘단절’의 지점에 주목하면서 프로이트를 네 개의 패러다임으로 설명한다

저자는 프로이트에 대한 '이해'가 아니라 '읽기'를 제안하는데, 읽고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보다 안 읽고도 이해하는 것이 최악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그가 보기에 프로이트를 읽는다는 것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지점까지 읽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렇게 읽으려는 독자에게 가이드가 되는 책이다.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는 작가 편혜영의 세번째 장편이 출간됐다. <선의 법칙>(문학동네, 2015).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동인문학상, 이상문학상, 현대문학상 등의 수다한 수상 경력들과 십오 년간의 작품활동을 통해 더할나위없이 충분하게 자신의 소설세계를 보여준 작가 편혜영의 장편소설. 아버지의 죽음과 동생의 죽음을 시작으로 엇갈리듯 만나는 두 주인공의 생의 곡선을 추적하는 소설이다.

빼어난 단편을 발표한 젊은 작가들이 장편에도 안착할 것인가가 한때 문단의 관심사였는데(그건 지금도 새로 등단한 작가들에게 공통적이다. 대개 단편을 통해 데뷔하고서 장편으로 넘어가므로), 세번째 장편이라면 '편혜영 스타일'이란 게 어떤 것인지 가늠해볼 수 있겠다.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을까란 관심을 갖고서 읽어봐도 좋겠다. 

 

15. 06.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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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소설을 주로 강의하다 보니 동시대 소설에 대해선 둔감한 편인데, 그래도 화제작이나 화제의 작가들에 대해서는 이미지라도 그려두는 것이 서평가의 자세라고 생각한다. 혼자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주의 '미션'처럼 새로운 두 작가와 안면을 트기로 한다. 톰 롭 스미스와 도나 타트가 그 두 작가다.

 

 

먼저 1979년생 영국 작가 톰 롭 스미스. 2008년 29세에 발표한 데뷔작 <차일드 44>로 맨 부커상 후보에 올랐고 이언 플레밍상을 수상했다. 구소련에서 실제로 있었던 52명 연쇄살인 사건을 소재로 한 소설. 그래서 스릴러 혹은 범죄소설로 분류된다. 올해 영화로 만들어졌는데(현재 개봉중이다), 때맞춰 후속작 <시크릿 스피치>와 <에이전트6>까지 포함해 '차일드 44 시리즈' 3부작이 완결판으로 나왔다.

 

 

영화가 소설보다 못하다는 평이지만 아무려나 소련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라 영화나 소설 모두 흥미를 끈다. 분량상 소설보다는 영화를 먼저 보게 될 듯하지만.

 

 

그리고 1963년생 미국 작가 도나 타트. 톰 롭 스미스와 마찬가지로 데뷔작부터 '천재 작가'의 출현으로 화제를 모았다고 한다. 역시나 19세에 발표한 <비밀의 계절>(1992)이고 국내에서는 작고한 이윤기 선생의 번역으로 <비밀의 계절>(문학동네, 2007)이라고 나왔다가 지금은 절판된 상태다(뒤늦은 발견이지만 다시 나오면 좋겠다 싶다).

 

 

이어서 10년만에 펴낸 작품이 <작은 친구>(2002)이고(번역본이 근간 예정이다), 이번에 나온 건 다시 11년만에 펴낸 세번째 소설로 지난해 퓰리처상을 수상한 <황금방울새>(은행나무, 2015)다. 원서는 퓰리처상 수상 기념 보급판이 나와 있는데, 970쪽이 넘는 대작이다(번역본을 두 권 합계 1,050쪽에 이른다). 그럼에도 높은 완독율을 자랑한다니까 한번 손에 들면 놓지 못한다는 의미(그게 문제점일 수도 있겠다). 어떤 소설인가.

유려한 수사와 강박적일 정도로 세밀한 설정으로 천재 작가라고 수식되는 도나 타트가 11년 만에 신작을 선보인다. 카렐 파브리티우스의 실제 그림을 소재로 한 이 책은 미술관 폭탄 테러에서 엄마를 잃고 홀로 살아남은 소년이 우연히 명화를 손에 넣게 되면서 시작한다. 상실과 집착, 운명이라는 까다로운 주제를 적나라한 대도시의 현실과 예술 암시장 등 흥미진진한 리얼리티로 돌파해나가는 작가의 저력이 느껴지는 소설이다.

스티븐 킹의 추천사는 이렇다.

읽는 내내 투수가 한 점도 내주지 않고 끝까지 이끌어가는 경기를 보는 것처럼 놀라고 흥분했다. 실수가 나길 기대하고 있다면, 이 책에서는 헛수고다. 도나 타트는 ‘중독적이며 삶의 버거운 슬픔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하는 예술’이라는 주제를 과감히 돌파하면서 문학작품으로서 큰 성공을 거뒀다.

 

작가의 사진을 보니 어떤 소설일지 짐작이 간다. 더불어 이제까지 단 세 편의 소설만을 발표한 과작의 작가라는 점도 이해가 된다. <비밀의 계절>과 <작은 친구>까지 한데 모아놓을 수 있으면 좋겠다...

 

15. 06.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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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한 뒷북이긴 한데, 6월의 읽을 만한 책을 골라놓는다. 메르스 사태와는 무관하지만 왠지 무관하지만은 않은 걸로 치고 싶다. 도서관 강의도 휴강하고 아이가 다니는 학교도 한 주 휴교에 들어가는 등 일상이 정지됐었기에. 속사정은 따로 여유가 없었다는 거지만.

 

 

1. 문학예술 

 

문학 쪽으로는 미국작가 제임스 설터의 <스포츠와 여가>(마음산책, 2015)를 고른다. "제임스 설터의 통산 세 번째 장편소설이자, 마음산책이 출간하는 그의 세 번째 작품이다. 1967년 발표되어 '제임스 설터'라는 이름을 본격적으로 세상에 알린 작품으로, 60년대 초반에 제임스 설터가 프랑스에서 겪었던 일이 모티프가 되었다"는 소개다. 흥미를 북돋은 것은 조이스 캐롤 오츠의 평.

<롤리타>가 나보코프에게 차용된, 매력적으로 천박한 미국에 바친 발렌타인 카드 같은 것이라면, <스포츠와 여가>는 설터가 그의 프랑스에 보내는 발렌타인 카드다.

'에로틱 리얼리즘의 걸작'이라는 평가도 한몫 거든다. 독서거리로 미룰 이유가 없다.

 

 

예술분야는 미술책들을 골랐다. 이진숙의 <시대를 훔친 미술>(민음사, 2015)은 " 피렌체 르네상스와 프랑스혁명부터 양차 세계대전, 미국 대공황까지 인간 자취로서의 예술사를 한눈에 살펴본다." 이여신의 <그림에 차려진 식탁들>(예문당, 2015)은 "수많은 식탁과 음식에 대한 그림들을 통해 우리 선조들의 생활 모습과 삶의 의미를 들여다" 본다. 곽아람의 <미술 출장>(아트북스, 2015)은 "3년간 미술기자로 있었던 일간지 기자가 작가와 화랑주, 큐레이터와 컬렉터, 옥션 관계자들과 평론가들이 움직이는 거대한 미술 현장에서 그간 보고 듣고 느낀 것들에 대한 기록을 담았다."

 

 

2. 인문학

 

인문 분야에서는 눈에 띄는 철학 입문서들을 일단 고른다. 도다야마 가즈히사의 <과학으로 풀어낸 철학입문>(학교도서관저널, 2015)은 '과학으로 풀어낸'에 방점이 놓인다. 철학 입문서는 많지만 그럼에도 눈길이 가는 이유. 돈 마리에타의 <쉽게 쓴 서양 고대철학사>(서광사, 2015)도 서양 고대철학 입문서로 새로 나온 책이다. 거기에 최훈의 <동물을 위한 윤리학>(사월의책, 2015)도 보탠다. "‘채식주의 철학자’인 저자는 데카르트와 칸트부터 존 롤스와 피터 싱어에 이르는 철학자들과 논쟁하면서 육식의 윤리가 어째서 ‘가짜 윤리’인지 밝혀낸다."

 

 

역사 쪽으로는 전쟁과 돈을 다룬 책들을 골랐다. 마이클 하워드의 <유럽사 속의 전쟁>(글항아리, 2015)은 " '전쟁과 사회'라는 관점으로 1000년에 이르는 유럽 전쟁사를 연구해온 결과물로, 단순한 '군사사'가 아니라 전쟁을 전쟁이 치러진 사회.문화.정치.경제적 배경의 관점에서 살핀다." <책공장 베네치아>(책세상, 2015)의 저자 알렉산드로 마르초 마뇨의 <돈의 발명>(책세상, 2015)은 금융의 기원을 주제로 삼은 책. "베네치아에서 만들어진 금화가 전 유럽에서 통용되고, 지구 반대편 인도에서 튀니지 상인이 제노바 방언을 쏟아내던 때의 금융의 역사를 다루고 있다." 국내 학자 3인이 쓴 <뇌물의 역사>(이야기가있는집, 2015)는 "동서양과 고대에서 현대까지의 역사를 통해 뇌물의 실체를 파헤친다."

 

 

3. 사회과학

 

최근에 나온 <보통이 아닌 몸>(그린비, 2015)을 계기로 그린비에서 나오는 '장애학 컬렉션'에도 관심을 가져봄직하다. 특수학교 아이들 얘기를 가끔씩 접할 기회가 있는데, 동물이나 장애인에 대한 대우가 그 나라의 의식 수준을 말해준다는 걸 매번 확인한다. 로즈메리 갈런드 톰슨의 <보통이 아닌 몸>은 '미국 문화에서 장애는 어떻게 재현되었는가'를 다룬 책이다.

 

 

'다른 사회'를 모색하는 책도 몇 권 꼽아보자면, 먼저 <우리는 대학을 거부한다>(오월의봄, 2015). "대학입시를 거부하고 대학에 아예 진학하지 않은 이들부터, 대학에 다니다가 자퇴로써 대학을 거부한 이들까지, 크게는 ‘나는 왜 대학을 거부하는가’를 말하는 1인칭의 목소리들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남해의봄날, 2015)는 "지속가능한 사회 모델을 고민하며 외딴섬에서 시골 벤처 창업에 도전한 일본 청년들의 좌충우돌 비즈니스 생존기를 담고 있다." 아브람 더 스반의 <함께 산다는 것>(현암사, 2015)은 " ‘사회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하면서 이 사회를 움직이는 힘의 ‘실제성’을 가감 없이 담담하게 기술하면서도 힘의 ‘정당성’에는 합리적 의문을 던지고 있"는 사회학 에세이다.

 

 

4. 과학

 

과학 분야에서는 'Nature & Culture' 시리즈를 고른다. <달>(반니, 2015)부터 나오기 시작해서 <지진>, <공기>, <물>까지 네 권이 나왔다. 똑똑한 중학생부터 읽을 수 있는 수준이다.

 

 

더불어 최고과학자들과의 인터뷰를 모은 슈테판 클라인의 <우리는 모두 불멸할 수 있는 존재입니다>(청어람미디어, 2015)는 <우리는 모두 별이 남긴 먼지입니다>(청어람미디어, 2015)와 놓치면 아까운 책. 지난 봄에 나온 창간호에 이어서 이달에 나온 과학 계간지 <한국 스켑틱>(2호)도 이달의 읽을 거리다.

 

 

 

5. 공부/독서력/논술

 

<장정일의 공부>(알에이치코리아, 2015)가 10주년 개정판으로 다시 나왔고, 사이토 다카시의 <독서력>(웅진지식하우스, 2015)도 6년만에 개정판이 나왔다. 이 분야의 스테디셀러들. 이미 많은 독자들이 찾고 있지만 <유시민의 논술특강>(생각의길, 2015)까지 얹으면 읽고 쓰기가 카바되겠다.

 

15. 06. 13.

 

 

P.S. 이달의 읽을 만한 고전으로는 <모비딕>의 작가 허먼 멜빌의 단편들을 고른다. '세계문학 단편선'의 하나로 <허먼 멜빌>(현대문학, 2015)이 출간된 덕분인데, 유명한 <바틀비> 말고도 <베니토 세레뇨>나 <선원 빌리버드>(<수병 빌리버드>) 등이 수록되어 있다. 안경환 교수가 옮긴 단편집과도 비교해서 읽어볼 수 있는 책이다. 예전에 이 작품들에 관심이 있었을 때는 번역이 희귀했었는데, 독서 여건만 보자면 많이 좋아진 셈이다. 독서에 대한 의욕과 의지만 갖고 있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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