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책'을 골라놓는다. 타이틀북은 후마니타스 교양교육연구소에서 엮은 <우리가 사는 세계>(천년의상상, 2015)다. 경희대학교 후마니타스 칼리지의 교양강의 교재다. "세계와 지식을 시각화한 새로운 스타일의 인문 기초교양 텍스트. 우리가 사는 세상, 즉 근대 사회의 태동에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근현대 세계 400년을 1장 과학혁명, 2장 사상혁명, 3장 정치혁명, 4장 경제혁명, 5장 개인의 탄생, 6장 근대 도시의 탄생, 7장 동쪽으로 온 파도, 8장 한국의 근대 경험, 9장 근대 비판으로 구성하여 일목요연하게 표현하였다." 부제는 '인문적 인간이 만드는 문명의 지도'.

 

 

두번째 책은 일간지 국제부 기자들이 쓴 <10년 후 세계사>(추수밭, 2015). "<10년 후 세계사>는 지금도 떠들썩하게 보도되는 사건들의 원인은 무엇이고 우리에게는 어떤 영향을 미칠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것이며, 따라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자 했다.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어젠다 위주로 10년 치 신문의 주요 이슈를 단숨에 파악할 수 있도록 정리했다." 당장 논술을 준비하는 고3 수험생들이 필히 일독해볼 만하다.

 

 

세번재 책은 두 명의 저자가 쓴 가상역사서다. <다가올 역사, 서양문명의 몰락>(갈라파고스, 2015). '300년 후 미래에서 위기에 처한 현대 문명을 바라보다'가 부제. "하버드대학 교수 오레스케스와 과학기술사가 콘웨이가 과학적 사실에 근거하여 그려낸 가상역사책. 2393년 제2중화인민공화국에 사는 미래 역사가가 반암흑기(1988~2093)와 그에 이어지는 대붕괴와 대이동(2073~2093) 기간의 일을 들려준다. 300년 후 미래의 역사가의 시선에서 현대 문명이 마주한 위기를 고찰하고 있다. 인간이 초래한 기후변화의 양상과 그 원인을 잘 알면서도 아무런 대처도 하지 않는 인류의 모습을 보여주며 충격적인 미래를 예언한다."

 

 

네번째 책은 톰 스탠디지의 <소셜미디어 2000년>(열린책들, 2015)이다. '파피루스에서 페이스북까지 소셜 미디어의 부상과 몰락, 그리고 부활의 역사'란 부제가 내용을 요약해준다. "저자 톰 스탠디지는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으로 대표되는 현대의 소셜 미디어가 전혀 새로울 것 없는 현상이라고 주장하고, 키케로와 로마 원로들 사이를 오갔던 서신들, 혁명의 현장에서 퍼져나갔던 프로파간다 등 역사 속 수많은 소통의 매개체가 본질적으로 현대의 소셜 미디어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끊임없이 증명해 나간다." 저자는 <식량의 세계사>(웅진지식하우스, 2012) 등으로 소개된 적이 있다.

 

 

 

마지막 책은 '12가지 테마로 읽는 5000년 문명 중국'이란 부제를 갖고 있는 쑤수양의 <중국책>(민음사, 2015)이다.얼핏 10개의 단어로 중국을 말하는 책, 위화의 <사람의 목소리를 빛보다 멀리 간다>(문학동네, 2012)를 떠올리게 해준다. 책에 대한 기대치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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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는 세계- 인문적 인간이 만드는 문명의 지도
후마니타스 교양교육연구소 엮음 / 천년의상상 / 2015년 11월
19,800원 → 17,820원(10%할인) / 마일리지 990원(5% 적립)
2015년 11월 15일에 저장
품절

10년 후 세계사- 미래 역사를 결정할 19가지 어젠다
구정은 외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15년 11월
14,000원 → 12,600원(10%할인) / 마일리지 700원(5% 적립)
2015년 11월 15일에 저장
품절

다가올 역사, 서양 문명의 몰락- 300년 후 미래에서 위기에 처한 현대 문명을 바라보다
나오미 오레스케스.에릭 M. 콘웨이 지음, 홍한별 옮김, 강양구 해제 / 갈라파고스 / 2015년 11월
10,000원 → 9,000원(10%할인) / 마일리지 5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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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미디어 2,000년- 파피루스에서 페이스북까지 소셜 미디어의 부상과 몰락, 그리고 부활의 역사
톰 스탠디지 지음, 노승영 옮김 / 열린책들 / 2015년 11월
19,800원 → 17,820원(10%할인) / 마일리지 990원(5% 적립)
2015년 11월 15일에 저장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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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철학자 휴버트 드레이퍼스의 <인터넷의 철학>(필로소픽, 2015)이 재번역돼 나왔다. 원저 2판의 번역이다. 당초 초판은 <인터넷상에서>(동문선, 2003)란 제목으로 번역돼 나왔었다(원제는 <인터넷에 대하여>). 저자명이 '하버트 드레퓌스'라고 표기되었다. <인터넷 철학>(동문선, 2003)이란 제목의 책도 있는데, 고든 그레이엄이 저자다. 번역을 신뢰할 수 없다는 게 치명적. 

 

현상학과 인공지능 분야의 거장 드레이퍼스 교수의 인터넷의 본질에 대한 철학적 성찰. 플라톤에서 니체, 데카르트에서 하이데거까지 다양한 노선의 사상가들을 끌어들여, 인터넷이 대중 교육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인간에게 새로운 차원의 공동체를 열어줄 수 있는가와 같은 문제를 탈신체화에 관한 현상학적 관점으로 논의한다.

 

드레이퍼스는 숀 도런스 켈리와의 공저 <모든 것은 빛난다>(사월의책, 2013)를 통해서 국내 인문 독자들에게 알려지게 되었는데, 사실은 폴 라비노우와의 공저 <미셸 푸코: 구조주의와 해석학을 넘어서>(나남, 1989)로 학계에 이름을 알린 철학자다. 80년대에 영어로 나온 푸코 연구서들 가운데 평판이 가장 좋은 책이었다. 그리고 하이데거 철학의 권위자로도 유명한데 일찍부터 인공지능과 인터넷 등의 주제에도 관심을 두어왔다. 몇 권 더 소개돼도 좋을 만한 저자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철학에 견줄 만한 심리학 책은 없을까 찾아봤는데, 패트리샤 월리스의 <인터넷 심리학>(에코리브르, 2001)이 눈에 띈다. 지금은 절판된 책인데, 너무 일찍 나왔던 게 아닌가도 싶다(연세대 심리학과 황상민 교수의 번역이다).

<인터넷 심리학>은 현실과는 다른 양상으로 전개되는 사이버 공간에서의 인간 행동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한 책이다. 지은이는 사이버 공간이라는 새로운 무대에서 사람들이 어떤 행동을 하고, 이러한 행동이 왜 일어나며 또 이 공간에서 사람들은 어떠한 삶을 만들어나가는지, 그 행동과 심리의 패턴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나간다.

아닌 게 아니라, 원저는 올해 2판이 출간되었다. 여전히 유효한 책이라는 뜻도 되겠다. 번역본도 개정판으로 다시 나오면 좋겠다. 국내서로는 이민영 박사의 <인터넷 심리학>(커뮤니케이션북스, 2015)이란 얇은 책이 나와 있다...

 

15.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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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 분야의 묵직한 책 두 권이 같이 나왔기에 묶는다. 두 권 다 저자의 이름에 제목이 들어가 있는데, <미셸 보의 자본주의의 역사 1500-2010>(뿌리와이파리, 2015)과 <E. K. 헌트의 경제사상사>(시대의창, 2015)가 그것이다. 각각 6판과 3판이란 사실을 앞세운 것도 공통적인데, 그만큼 '표준적'이라는 의미도 되겠다.

 

 

프랑스인 저자가 쓴 자본주의 역사로는 피에르 독케스의 <모호한 역사>(한울, 1995)가 있었다. 찾아보니 아직까지 절판되지 않았는데, 기억에 별로 남아있는 게 없다. 반면에 미셸 보는 자본주의 경제 연구의 권위자로 그의 <자본주의의 역사>는 1980년에 초판이 나온 이후 2010년에 6판이 나올 정도로 많이 읽힌다고 한다. 번역본은 그 6판을 옮긴 것이다.

30년 넘게 읽혀온 자본주의 역사 연구의 필독서. 자본주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실로서 처음에는 몇몇 나라에서, 다음에는 전 세계에 걸쳐 인간의 생활양식과 정신세계를 바꾸어놓았다. 또한 20세기 말, 21세기 초에 들어서는 세계화와 금융화, 과학기술자본주의의 폭주가 국가 간의, 그리고 각국 내의 극심한 불평등을 초래하고 나아가 인류와 지구 자체의 존립마저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저자 미셸 보는 자본주의의 형성과 전개 과정을 정치경제학의 발전, 민주주의 이념의 성립, 노동운동의 발전 및 사회주의 사상의 전개, 경제공황과 금융위기, 현실사회주의의 붕괴, 세계화와 과학기술자본주의의 등장 등과 연관지어 총체적으로 조망한다.

홍기빈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이 옮긴 <E.K. 헌트의 경제사상사>도 이 분야의 교과서격인 책이다. 번역본 분량이 무려 1,100쪽이 넘는다.

이 책은 고전학파의 성립부터 현대의 급진파에 이르기까지, 기존의 경제학설사 교재와는 다른 관점으로 과거의 경제사상을 정리하고 있다. 즉 경제이론이 유통의 시각과 생산의 시각 중 어떤 것을 취하고 있느냐에 따라 그 성격이 정해진다고 보고, 전자의 대표적인 이론으로서 효용가치론을, 후자의 대표적인 이론으로서 노동가치론을 제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두 이론을 제외한 기타의 이론은 두 이론의 적당한 조합이거나 절충으로 간주되며, 서로 섞일 수 없는 것을 절충했으므로 그 이론은 내재적 모순에 빠지게 된다고 평가한다.

초역은 아니다. 과거 1980년대에 <경제사상사1,2>(풀빛)란 제목으로 출간돼 대학가에서 많이 읽힌 책이다. 역자가 그 세대에 속하고 나도 마찬가지인데, 경제학에 관심이 없던 때라 나로선 과도서로 비치된 책을 만져본 기억밖에 없다. 이번에 온전한 번역으로 다시 나왔다고 하니까 감회를 느끼는 독자도 있을 법하다. 

 

   

1982년에 처음으로 한국 독자에게 번역 소개되었지만(김성구, 김양화 옮김, 풀빛) 오랜 시간 절판된 상태여서 도서관이나 헌책방이 아니면 책을 구해 볼 수 없었다. 게다가 초판은 당시 정치 현실상 상당 부분이 삭제된 채 출간되었다. 이번에 새로 출간한 <E.K. 헌트의 경제사상사> 3판은 삭제된 내용 없이, 수치와 데이터를 업데이트했고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로 더욱 복잡해진 현실을 반영한 새로운 이론들을 소개한다.

아무려나 경제서 독자들에게는 좋은 연말 선물이 될 법한 책 두 권이다...

 

15.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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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비가 내린 고즈넉한 주말이면서 파리 테러 소식으로 뒤숭숭한 주말이다. 오전에 한 여고에 강의를 다녀와서 낮잠으로 피로를 씻고 저녁 나절이 되어 정신을 차린다. 먼저 '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국내외 작가 3인이다.

 

 

우선 이승우 작가의 책 두 권이 같이 나왔다. 두 권 모두 재간본이다. 예담출판사에서는 '이승우 컬렉션'의 첫 권으로 데뷔작 <에리직톤의 초상>(예담, 2015)을 다시 펴냈고, <내 안에 또 누가 있다>(고려원, 1995)도 <독>(예담, 2015)으로 제목을 바꾸어 개정판을 냈다. 원래 잡지 연재시 재목이 '독'이었다고. '이승우 컬렉션'은 작가에 대한 새로운 독서와 재평가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겠다.

지성의 언어로 한국 소설의 토대를 넓힌 이승우의 <에리직톤의 초상>이 '이승우 컬렉션'의 첫 번째 작품으로 출간됐다. 작가의 데뷔작이자 대표작인 이 소설은 우리나라 관념 소설, 형이상학 소설, 종교 소설의 새 지평을 마련하여 작가와 평론가 모두에게 격찬받은 작품이다. 1981년 발표한 중편 '에리직톤의 초상'에 1990년 2부를 추가해 완성한 장편소설 <에리직톤의 초상>은 1981년 교황 저격 사건과 에리직톤 신화를 모티프로 하여 기독교적 신념을 둘러싸고 각자 다른 거리에서 다른 방식으로 관계를 맺고 있는 네 인물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신과 인간, 그리고 사회의 관계를 밀도 높게 탐구하면서 인간의 의미를 치열하게 성찰하고 삶의 구원에 관한 문제로 나아간다.

프랑스와 일본 등 국외에서 오히려 더 주목받는 이승우 문학의 시원인 셈. 작가의 이십대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이승우 컬렉션'이 어떤 목록으로 더 채워질지 모르겠지만, 그의 대표작은 <식물들의 사생활>(문학동네), <생의 이면>(문이당), <지상의 노래>(민음사) 등이다.

 

 

작가 김영하의 산문 3부작이 완결되었다. <읽다>(문학동네, 2015)가 마지막 권으로 출간됐기 때문이다. 부제는 '김영하와 함께하는 여섯 날의 문학 탐사'. "김영하 산문 삼부작의 완결편 <읽다>는 그가 오랫동안 읽어온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문학이라는 '제2의 자연'을 맹렬히 탐험해온 작가 김영하의 독서 경험을 담은 책이다. <읽다>는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 문학작품을 읽을 때 우리에겐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위대한 작품들을 위대하게 만드는 특질은 무엇인가 등을 주제로 6회에 걸쳐 열린 문학 강연을 토대로 쓰였다." <읽다>라고 하니까 <보다>와 <말하다>보다 왠지 더 친근하게 여겨지는군...

 

 

영국령 트리니나드 토바고 출신의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V.S. 나이폴의 책이 한 권 더 출간되었다. <도착의 수수께끼>(문학과지성사, 2015). 지난해 말에 <비와스 씨를 위한 집>(문학과지성사, 2014)이 번역된 바 있어서 '거푸' 출간된다는 느낌이다. 그 이전에 나온 책이 <미겔 스트리트>(민음사, 2003)인 걸 고려하면 그렇다. 나이폴은 1990년대 말에 노벨문학상 후보로 유력하게 거명되다가 2001년에 수상했다. 국내에서도 그맘때 많이 소개된 작가.

 

 

문학세계사에서 나왔던 <자유국가에서>, <세계 속의 길> 등이 노벨문학상의 후광에도 불구하고 별로 읽히지 않은 탓인지 절판된 지 오래다. 그럼에도 인도 출신의 살만 루슈디와 함께 가장 대표적인 '식민지 출신 작가'로서 충분히 주목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도착의 수수께끼>에 대한 루슈디의 평은 이렇다. "이 책은 내가 근래 읽은 책 중 가장 슬픈 '전원시'다." 1987년작.

 

15.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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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직한 인문서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놓칠 수 없는 책 두 권이 출간됐다. 사사키 아타루의 <야전과 영원>(자음과모음, 2015)과 아비탈 로넬의 <어리석음>(문학동네, 2015)이다. 둘다 출간이 예고되었던 책들이라 놀랍진 않지만 반가움마저 지울 수는 없다.

 

 

<야전과 영원>은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자음과모음, 2012)을 통해서 인문 독자들의 열렬한 지지를 얻은 사사키 아타루의 대표작. 부제가 '푸코.라캉.르장드르'인데, 부제대로 세 사람에 대한 저자의 독해를 제공한다. 셋을 따로 읽는 게 아니라 겹쳐 읽고 가로질러서 읽는 것이 사사키 아타루의 전략. 국내에서는 아주 생소한 피에르 르장드르를 본격적으로 소개하는 책으로도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잘라라, 기도하는 그 손을>의 저자 사사키 아타루의 대표작. 한 인간이 태어나고 살아가는 가운데 어떻게 사회 안에서 주체가 되어가는지를 미셸 푸코, 자크 라캉, 피에르 르장드르를 가로지르며 분석해나간다. 저자는 통일된 시점이나 필연성, 전체성을 보장하는 것은 절대로 존재하지 않음을 '야전과 영원'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야기하며, 오늘날 독자들에게 무엇보다 절실한 것은 텍스트와 거리를 둔 해석의 실천과 현실과의 상호작용임을 제안한다.

만만찮은 분량의 책이지만 올해의 독서거리로 충분히 주목을 끌 만하다. 

 

 

<어리석음>은 데리다의 계보를 잇는 대표적 철학자 아비탈 로넬의 대표작. 국내에 처음 소개된다. 이름마저 처음은 아니다. 애스트라 테일러의 다큐 <볼온한 산책자>(이후, 2012)에 등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애스트라 테일러의 다큐영화 <지젝!>(2006)에서도 지젝이 이름을 언급하고 있어서 일찌감치 로넬의 책 몇 권을 구한 적이 있다. <어리석음>도 그 가운데 하나이긴 한데, 나의 책관리의 어리석음 때문에 당장은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여하튼 번역서의 출간은 쌍수를 들어 환영할 일이다.

파격과 유희의 사상가 아비탈 로넬의 대표작이다. 얼핏 보기엔 어리석음을 논한 서양의 다양한 저작을 새롭게 읽는 형식이지만 어떤 연대기적 순서를 따르거나 일정한 주제에 따라 묶여 있지는 않다. 여기에 핀천, 도스토옙스키, 워즈워스의 작품들에 대한 비판적 읽기가 더해지고, 칸트, 키르케고르, 워즈워스에 대한 명상은 위성이라는 명칭 아래 별도의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로넬은 서양철학이 이 거대한 공백으로서의 어리석음을 어떻게 억압하고 왜곡했는지를 치밀하게 추적한다. 어리석음에 관한 철학적 사유의 어리석음을 깨닫는 일이야말로 어리석음의 사유로 가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로넬은 서양철학이 전제하는 진리 관념의 허구성을 비판한 니체와 그의 사유를 이어받아 해체의 사유를 실천한 데리다를 계승한다.

밀린 일거리로 다시 정신없는 연말이 될 듯싶지만, 마음으론 '야전과 영원, 그리고 어리석음'과 함께 한해를 마무리해도 좋겠다 싶다...

 

15. 11.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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