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 카뮈의 독자들에겐 뒤늦은(혹은 때이른) 크리스마스선물 같은 책이 출간되었다(발렌타인 선물이라고 해야 할까). 친딸 카트린 카뮈의 <나눔의 세계: 알베르 카뮈의 여정>(문학동네, 2016)이다. "이 책은 작가이자 고뇌하는 한 인간이었던 알베르 카뮈의 사상이 발전해가며 구체화되는 양상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카트린 카뮈는 이 책에서 세계 곳곳을 누비며 작품활동을 해온 알베르 카뮈의 족적을 더듬으며, 아버지의 창작활동에 영감을 준 원천들을 되짚어본다." 말하자면 딸이 아버지에게 바치는 사부곡 같은 책이다.

 

 

아마도 같은 책을 옮긴 것으로 추정되는데, 영어판은 <알베르 카뮈: 고독과 연대>라는 제목으로 나왔다.

"카뮈가 사랑하고 그에게 문학적 영감을 제공한 세계 여러 곳의 풍광, 여행 당시를 기록한 사진, 육필 원고, 서한 등 풍성한 시각 자료뿐만 아니라, 함께 수록된 소설, 에세이, 시평, 연설문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세계인’ 알베르 카뮈의 삶과 그의 정치적.예술적 신념, 더 나아가 그의 작품세계의 정수를 맛볼 수 있을 것이다."

책으로 된 '카뮈 문학관'이라고 해도 무방하겠다. 독서용이라기보다는 기념용이라고 해야겠고.

 

 

그런 기념품적인 책들이 몇 권 더 있다. 그래픽 노블이나 일러스트판 작품들. <이방인>이나 <최초의 인간> 등이 그런 형태로도 나와 있다. 이미 한번 읽은 독자들을 겨냥한 책들이다.

 

 

한편, 작가로서뿐만 아니라 지식인으로서 카뮈의 여정에 대해 관심 있다면 로버트 자레츠키의 <카뮈, 침묵하지 않는 삶>(필로소픽, 2015)을 참고할 수 있다. 국내 전공자의 책으로는 이기언 교수의 <지성인 알베르 카뮈>(울력, 2015)가 있다. 카뮈의 삶과 문학은 연대기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더불어 카뮈의 문학적 상상력에 대한 연구로는 김화영 교수의 박사학위논문이기도 한 <문학 상상력의 연구>(문학동네, 1998)도 읽을 거리다. 연구논문은 많이 씌여졌을 텐데, 막상 단행본으로 읽을 만한 책은 아주 드물다는 데 다시 한번 놀란다...

 

16. 0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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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친 김에 이주의 과학서도 고른다. 앨러나 콜렌의 <10퍼센트 인간>(시공사, 2016)이다. 제목만으로는 어림하기 어려운데, '인간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로 보는 미생물의 과학'이란 부제가 붙었다. '마이크로바이옴 프로젝트'는 또 무엇인가? 찾아보니 '인체 내부와 표피에 살고 있는 미생물들의 군집'을 가리켜서 마이크로바이옴이라 하고 이걸 '제2의 게놈'이라고도 부른다.

 

"저자는 제2의 게놈, 마이크로바이옴에 관한 연구들을 통해 몸속 미생물의 불균형이 어떻게 비만, 자폐증, 피부 질환, 정신건강에 영향을 끼치는지 밝힌다. 또한 항생제 남용, 무분별한 제왕절개, 신중하지 못한 분유 수유, 항균 제품에 대한 맹신이 어떻게 우리 몸에 좋지 않은 흔적을 남겨두었는지 이야기하고, 획기적 치료법인 대변 미생물 이식의 현재와 미래에 관해 논하고 있다."

비만, 자폐증, 피부 질환, 정신건강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다고 하니까 '건강서' 분야의 책으로도 읽을 수 있겠다. 

 

 

찾아보니 미생물 분야는 식품미생물학 관련서들이 많고 소개서로는 번역서를 포함해서 이재열 교수의 책 몇 권이 눈에 띈다. 이번에 나온 <10퍼센트 인간>이 가장 최신이면서 자세한 책이 될 듯하다...

 

16. 02.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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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 공구서(기본참고서)에 해당하는 책 두 종을 '이주의 발견'으로 고른다. 노르웨이 철학자 군나르 시르베크와 닐스 길리에의 <서양철학사1,2>(이학사, 2016)와 페터 쿤츠만 등의 <철학도해사전>(들녘, 2016)이다.

 

 

<서양철학사>가 새로 나왔다는 건 별반 새로운 소식은 아닌데, 이번에 나온 책은 노르웨이 저자들의 책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노르웨이 문학 외 책이 소개된 것 자체가 드문 일 아닌가? 번역은 독어본을 갖고 한 걸로 보이지만). "노르웨이를 대표하는 철학자인 군나르 시르베크와 닐스 길리에가 함께 쓴 서양철학사. 1972년에 처음 노르웨이에서 출판된 후 7차례 개정판이 나왔고, 독일어, 프랑스어, 영어는 물론 러시아어, 중국어, 아랍어를 포함하여 전 세계 14개 언어로 번역된 명저이다.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 대학생들을 위한 교양 철학 교재로 집필되었다."

 

짐작에 노르웨이산 철학사로는 가장 유명한 책인 듯싶다. 자연스레 관심은 어떤 특장이 있는가란 것인데, 독일이나 프랑스에서도 번역돼 나왔다고 하면 어느 정도 신뢰할 만하다. 찾아보니 영어본은 <서양사상사>란 제목이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학은 물론 콩트 이후의 사회과학과 아인슈타인의 물리학까지도 서술 범위에 포함하고 있기에 <서양철학사> 대신에 <서양사상사>라고 옮겨진 듯하다. 아무려나 꽤 구미를 당기게 하는 책.   

 

 

반면에 <철학도해사전>은 독일산이다. 예전에 <그림으로 보는 철학사>(예경, 1999)라고 한 차례 나왔던 책이 새롭게 번역된 걸로 보인다(이 책의 중고판매자들로선 '날벼락'이겠다). "독일의 저명한 세 철학자가 저술하였으며, 출간 직후 관심을 이끌며 프랑스, 영국, 미국, 일본 등 지금까지 전 세계 18개국에서 출간된 베스트셀러다. 3500년 동안 축적된 방대한 철학의 역사를 철학자, 주제, 개념을 중심으로 정리한다. 동양철학, 서양 고대철학, 중세철학 등 철학사적 흐름에 맞춰 8개의 장으로 구성하였다. 일목요연한 112개의 도해로 3500년 철학의 개념과 흐름을 꿰뚫을 수 있다."

 

영어본이 있는지는 확인이 안 되지만, 알라딘에서 스페인어본과 일어본까지는 검색이 된다. 그만큼 널리 읽힌다는 뜻이겠다. 새롭게 철학 공부에 뜻을 둔 젊은 학생들 뿐 아니라 일반 독자도 기꺼이 기본서로 삼을 만하다. 나부터도 주문을 넣어봐야겠다...

 

16. 0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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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달 책과삶(186호)에 실은 서평을 옮겨놓는다. 지난 연말에서 첫 완역본이 나온 루 월리스의 <벤허>(시공사, 2015)에 대한 글을 청탁받고 쓴 것이다. 오늘 신문을 받아 같은 지면에 실린 편집자의 글을 읽어보니 <벤허>가 다시 영화로 만들어져 올 8월에 개봉 예정이라고 하며 그에 맞추어 작가의 손녀가 손질한 개정판도 나온다고 한다. 공들인 번역본이 미리 나오게 된 배경이구나 싶다. 아무튼 서평 때문에 영화 <벤허>도 이번에 다시 보았다. 8월에 개봉된다는 새 영화도 기대된다.  

 

 

책과삶(16년 3월호) 그리스도교의 새로운 공식의 '복수'

 

사실부터 고백하자면 <벤허>에 대한 나의 기억은 윌리엄 와일러의 영화 속 몇 장면이 전부다. 아마도 어릴 적에 TV에서 보았던 듯한데, 벤허가 갤리선의 노예로 노를 젓는 모습과 전차 경주에서 필사적인 경합 끝에 승리를 거두는 장면만이 <벤허>의 이미지로 남아 있다. 어떻게 해서 노예가 되었는지, 그리고 전차 경주가 끝난 뒤에는 어떤 이야기가 이어지는지에 대해서는 백지상태였던 것이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벤허’가 주인공의 이름이라는 것도 특별히 의식하지 못했다. 하물며 루 월리스의 원작소설을 영화로 옮긴 작품이라는 사실을 어찌 알았으랴.


하지만 <벤허: 그리스도 이야기>의 완역본이 지난해 말에야 나왔으니 나를 포함한 우리의 ‘상식적’ 무지는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 설사 영화의 원작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간에는 읽어볼 여건이 안 되었다는 얘기니까. 여하튼 <벤허>는 아주 뒤늦게 우리에게 왔다. 그것도 미더운 번역자의 손을 거쳐서 탄탄한 모양새의 책으로. 더 나아가 ‘우리가 읽기 전에는 책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에서 말하자면, <벤허>는 이제야 비로소 실재하는 책이 되었다. 적어도 우리에게는 말이다.


<벤허>를 손에 들면서 먼저 두 가지 사실에 놀랐다. 먼저 1880년작이라는 사실. 즉 19세기 소설이다. 아카데미상 기록을 갈아치운 1959년 영화의 원작이라고 해서 막연히 그맘때 나온 작품이겠거니 했지만 뜻밖에도 상당히 오래 전 작품이었다. 게다가 ‘미국 대중소설의 금자탑’으로 마거릿 미첼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1936)가 출간되기 전까지 미국문학사상 최대 베스트셀러였다고 하니 한 번 더 놀란 표정을 지어야 한다. 그리고 또 한 가지는 ‘그리스도 이야기’가 부제라는 사실.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을 벤허의 이야기와 병치하고 있는 영화의 내용을 기억하고 있었다면 놀랄 일은 아닌데, 여하튼 나처럼 막연히 ‘벤허 이야기’로만 생각해온 독자에게는 부제가 특이하게 여겨진다.


제목과 부제를 유의해서 읽자면, 작가 월리스는 벤허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회적으로 그리스도 이야기를 다루고자 한 게 아닌가 싶다(교황 레오13세에게 축성까지 받은 이 작품은 지금까지도 최고의 ‘그리스도교 소설’로 꼽힌다). 그럼에도 사실 그리스도가 이 소설에 등장하는 장면은 상당히 적은 편이다. 비록 소설의 시작과 끝이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대부분의 분량은 예루살렘의 유대인 귀족 유다 벤허의 인생 이야기에 할애돼 있다. 당연하게도 이 두 이야기가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이해하는 것이 이 작품 읽기의 관건이다. 자연스레 벤허와 그리스도가 만나는 장면이 주목거리가 될 수밖에 없는데, 작가는 단 두 장면만을 배치해놓았다.


먼저 부유한 귀족 벤허가 신임 총독의 거리 행군을 구경하다가 지붕의 기왓장을 떨어뜨리는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체포돼 이송되던 중 나사렛 마을에서 그리스도를 만나는 장면. 갈증에 고통 받던 그에게 비슷한 나이의 한 젊은이가 우물에서 길어온 물병을 건넨다. “유다는 물병에 입을 대고 단숨에 물을 들이켰다. 그동안 젊은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유다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다와 예수는 그렇게 처음 만나고 헤어진다. 벤허가 예수를 다시 만나는 것은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음을 목전에 둔 때이다. 벤허는 막대기에 매단 해면을 포도주에 축여서 이 ‘나사렛 사람’의 입술에 갖다 댄다. 예수는 “아버지, 제 영혼을 아버지 손에 맡깁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난다. 

 

 

그리스도의 탄생과 죽음 사이에 놓여야 하는 것은 그의 행적과 말씀이다. 그것을 <벤허>는 특이하게도 벤허의 복수 이야기로 대체했다(복수란 주제는 영화 <벤허>에서 주연을 맡은 찰턴 헤스턴의 눈빛과 함께 더 강렬하게 그려진다). 로마인 메살라의 친구이기도 했지만 벤허는 억울한 죄명을 뒤집어쓰고 재산을 모두 강탈당한 뒤 갤리선의 노예가 된다. 어머니와 누이동생은 지하 감옥에 갇힌다. 복수의 일념으로 그는 지옥 같은 생활을 버텨내고 우연한 기회에 로마인 사령관의 목숨을 구한 덕분에 그의 양자가 된다. 절치부심하던 그가 전차 경기에서 원수인 메살라의 전차를 박살내 마침내 복수하는 것은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면서 소설에서도 핵심 장면이다(영화에서와 달리 소설에서 교묘한 술수를 쓰는 것은 메살라가 아니라 벤허다). 가족과의 재회와 그리스도교 귀의는 이러한 복수 이후에 이루어진다.


그리스도가 세상을 떠난 뒤 벤허는 자신의 많은 재산을 교회에 기부하고 지하 교회의 든든한 후원자가 된다. “그리스도교는 그 넓은 지하 교회에서 로마 황제의 지상 권력을 능가하는 영원한 힘을 이루어냈다.”는 것이 소설의 대미다. 그리스도의 가장 큰 가르침은 사랑이지만, <벤허>는 그 사랑의 전제조건으로 복수를 배치했다. 월리스가 발명해낸 그리스도교의 새로운 공식이자 <벤허>의 성공 비결처럼 여겨진다. 

 

16. 0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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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퍼를 쓰는데 열린책들 초대전 이벤트 응모가 자꾸 떠서 나도 서가에 있는 열린책들 세계문학 전집을 한 장 찍었다. 거실에 있는 큰 서가를 문학전집류 책장으로 쓰고 있는데, 열린책들 세계문학도 한 줄을 차지한다. 아니 두 줄로 꽂았기에 정확하게는 여덟칸 정도다. 그밖에도 여기저기 흩어져 있기에 실제 소장 권수로 치면 열칸은 되지 않을까 싶다.   

 

 

발간종수가 많아서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아무래도 가장 많은 칸을 차지하고 있고, 열린책들과 문학동네, 그리고 펭귄클래식이 다음 순위를 다툴 것 같다. 창비와 을유문화사, 시공사 세계문학이 그 다음이고. 문예출판사도 좀 되겠군. 여하튼 세계문학 외의 책들은 출판사별로 분류돼 있지 않아서 모아서 찍지 못한다. 이벤트 입막음용 페이퍼는 이걸로 대신한다...

 

16. 02. 14.

 

 

P.S. 열린책들을 대표할 만한 책으로는 도스토예프스키와 카잔차키스 전집, 프로이트 전집, 움베르코 에코 컬렉션 등이 있겠으나 한데 모아놓지 않았다(도스토예프스키 전집은 파란색과 빨간색 버전에 이어서 세계문학판까지 세 종을 갖추고 있다. 전체 작품까지는 아니더라도). 열린책들 세계문학 가운데 아끼는 책은 열린책들판으로만 읽을 수 있는 플로베르의 <성 앙투안느의 유혹>과 빅토르 위고의 <93년>이다. 대체불가능하다는 것은 충분히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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