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에 읽은 책 중 하나는 <한나 아렌트의 말>(마음산책, 2016)이다. 번스타인의 <악의 남용>(울력, 2016), 모린 코리건의 <그래서 우리는 계속 읽는다>(책세상, 2016) 등과 같이 읽기 시작했으나 아무래도 분량상 가장 먼저 완독했다. 읽기 전에는 가장 좋은 아렌트 입문서일지도 모르겠다고 적었으나, 일단 그런 입문서로는 적합하지 않은 듯하다는 게 독후감이다. 아렌트에 대한 어느 정도의 예비 지식을 가진 독자에게 더 유익할 듯하기에. 가령 작년에 나온 소개서 가운데 나카마사 마사키의 <왜 지금 한나 아렌트를 읽어야 하는가?>(갈라파고스, 2015)나 권정우, 하승우의 <아렌트의 정치>(한티재, 2015) 등을 예비적으로 읽어두는 게 좋겠다. 전체적인 조감도를 갖고서 인터뷰를 읽는 게 낫겠다는 판단이다.  

 

 

생각해보니 아렌트의 인터뷰는 처음 읽은 게 되는데, 글보다는 역시 수월한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항상 명료하게 이해되는 것도 아니었다. 말은 말대로의 모호함을 갖고 있는데다가 아렌트의 어법은 다소 독특해서다(좀 익숙해지면 나아질지도). 그래서 생각만큼 편안한 독서는 아니었는데, 그래도 소득이 없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는 '세계' 개념에 대해서, 그리고 평의회 민주주의에 대한 아렌트의 생각을 알 수 있었던 게 가장 큰 성과다. 거기에 덧붙이자면 열네 살에 칸트를 읽었다는 애기, 자신은 자유주의자가 아니라는 토로 등이 그에 대한 이해를 더 보강해주었다.

 

 

<한나 아렌트의 말>을 읽으면서 손이 근질거렸던 책은 엘리자베스 영-브륄의 방대한 평전 <한나 아렌트 전기>(인간사랑, 2007)인데, 이 책의 부제가 바로 '세계 사랑을 위하여'다. 그리고 국내 연구자들의 논문집도 <한나 아렌트와 세계사랑>(인간사랑, 2009)이란 제목으로 나와 있기도 하다. 영-브륄의 책은 원서와 번역본을 모두 갖고 있지만 아마도 서고에 있는 모양으로 책장에서 찾을 수 없었다. '도음이 안돼!'라고 투덜거리는 걸로 마음을 가라앉히는 수밖에. 그런데 아렌트에게서 '세계 사랑'이란 어떤 의미인가? 인터뷰의 한 대목.

가우스: 당신은 '세계'라는 단어를 정치를 위한 공간이라는 의미로 사용합니다.

아렌트: 맞아요. 세계는 정치를 위한 공간이에요.(59쪽)

군말이 필요없는 대목이다. 아렌트 철학, 아니 아렌트 정치사상의 핵심은 바로 '정치를 위한 공간'으로서 세계를 예찬하고 회복하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좀 유감스러운 것은 옮긴이의 말이었다.

정치는 혐오스럽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정치는 쉴 새 없이 곰팡이가 슬고 먼지가 쌓이는, 불결하고 악취 나는 안방과 비슷하다. 안방이 그렇다는 이유로 넓은 안방을 버려두고 비좁은 골방에 웅크린 채 구시렁거리며 사는 건 바보 같은 일이다. 상황이 그렇다면 먼지와 때를 묻힐 각오를 하고는 두 팔 걷고 안방에 들어가 곰팡이와 먼지를 제거해서 사람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 옳은 일 아니겠는가. 아렌트가 강조한 정치적 사유와 행위는 바로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198쪽)

그런 취지에서 옮긴이 말의 제목도 '정치는 안방의 먼지를 털어내는 일'이라고 붙여졌는데, 나로선 이런 '정치관'이 아렌트에 대한 오해로 여겨진다. 아렌트에게 혐오스러운 건 정치의 실종, 내지는 유사 정치이지 결코 정치 자체가 아니다. 

 

아무려나 그런 생각으로 아렌트의 말을 옮겼다고 하니까 좀 찜찜한 기분이 되는데, 결국 몇몇 대목에서는 불만도 갖게 되었다. 아렌트의 공적 행복(public happiness)을 원어까지 병기하면서 '대중의 행복'(114쪽)이라고 옮긴 것은 아무래도 이해하기 어렵다. "대중의 행복이란, 사람은 공적인 생활(public life)에 참여했을 때, 그러지 않았다면 그에게 닫힌 채로 남았을 인간적 체험의 차원을 혼자 힘으로 열어젖힌다는 것을, 그리고 그것이 여러 면에서 완전한 '행복'의 일부를 구성한다는 것을 뜻해요."(114쪽)라는 대목이다. 다른 모든 곳에서 'public'는 '공적' 혹은 '공공'이라고 옮겨놓고 이 대목에서만 '대중'이라고 옮긴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 더구나 '공적 행복'이란 말은 학계에서도 통용되고 있음에도 말이다.  

 

 

해제를 쓴 아렌트 전공자 김선욱 교수도 "가끔씩 대담의 생생함에 초점을 맞추려다 보니 일부 문장의 번역이 치밀하지 못한 부분들이 보이긴 하지만"(14쪽)이라고 지적하지만, '공적'을 '대중의'로 옮긴 건 '대담의 생생함'과도 무관해 보인다. 덧붙여, 내가 오역이라고 생각하는 몇 대목을 적어둔다.

"그런데 내가 20대였을 때 그 질문은 어머니가 20대였을 때보다 당연히 훨씬 더 중요했어요."(35쪽)

원문은 "But the question was naturally much more important in the twenties, when I was young, than it was for my mother."(13쪽)이다. 여기서 '20대'로 옮긴 'in the twenties'는 '20년대에는'이다. 아렌트는 1906년생이므로 1920년에 열네 살이었고, 1926년에야 스무 살이 된다. 어렸을 때라는 건 20년대 초반을 뜻하는 것. "(그리고) 내가 철이 들었을 때"라는 말이 이어지는데, 그와 견주더라도 언급되는 시점은 20대 때가 아니라, 10대 때여야 한다.  

 

'정치와 혁명에 관한 사유'를 주제로 한 세번째 인터뷰에서 한 대목.

"오늘날 주요하게 대비되는 나라들은 사회주의국가 대 자본주의국가가 아니라, 이런 권리를 보호하는 나라들, 예컨대 스웨덴 대 미국이거나, 그렇지 않은 나라들, 예컨대 프랑코 치하의 스페인 대 소련이죠."(131쪽)

이 부분도 부정확하게 옮겨졌는데, 번역문만 보면 '스웨덴 대 미국'과 '프랑코 치하의 스페인 대 소련'이 대립구도를 형성하는 것처럼 읽힌다. 핵심은 '이런 권리를 보호하는 나라 대 그렇지 않은 나라'의 대비다. 그리고 '이런 권리를 보호하는 나라'에 스웨덴과 미국이 속하고, 그렇지 않은 나라에 프랑코 치하의 스페인과 소련이 속한다. 다만 스웨덴과 미국은 '이런 권리를 보호하는 나라'의 스펙트럼에서 두 축을 구성하고 프랑코 치하의 스페인과 소련이 '그렇지 않은 나라들'의 두 축이다. 원문은 "The chief distinction today is not between socialist and capitalist countries but between countries that respect these rights, as, for instance, Sweden on one side, the United States on the other, and those that do not, as, for instance, Franco's Spain on one side, Soviet Russia on the other."(84쪽)

 

이런 대목에서도 아렌트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의 대립을 결정적인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그 연장선상에서 아렌트는 이렇게 말한다.

"본질적으로 사회주의는 그냥 계속 지속돼왔고, 극단적인 곳까지 치달아 자본주의가 시작된 지점에 도달했어요. 그렇다면 어째서 그 체제가 자본주의의 해결책이어야 하나요?"(131쪽)

원문은 "In essence, socialism has simply continued, and driven to its extreme, what capitalism began. Why should it be the remedy?"(84쪽) 역자는 이 문장을 연속적으로 해석했는데, 내가 보기에 'what capitalism began'은 has continued와 (has) driven이란 두 동사의 (공통) 목적절이다. 다시 옮기면 "본질적으로 사회주의는 자본주의가 시작한 것을 그냥 지속해서 그 극단으로까지 몰고 갔다." 곧 사회주의는 자본주의가 극단화된 형태일 뿐이므로 결코 대안적 사회체제가 아니라는 얘기다(자본주의가 시작된 지점에 사회주의가 도달하다니?).

 

번역은 불가불 오역을 수반할 수밖에 없지만 평이한 문장에서까지 엉뚱한 실수가 나오는 것은 필연적인 것으로 간주하기 어렵다. 옥에 티라고 하면 할 수 없지만, '대중의 행복'이란 말이 납득하기 어려워서 독후감에다 번역에 대한 불평도 같이 적었다...

 

16. 0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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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번스타인의 <악의 남용>(울력, 2016)을 읽다가 존 듀이의 '창조적 민주주의'란 연설문을 알게 되었다. 그가 80세 생일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행한 연설로 전체 제목은 '창조적 민주주의 - 우리 앞에 놓인 과제'(1939)다. 국내에 번역본이 있는지 찾아봤지만 눈에 띄지 않는다(다만 서용선의 <혁신교육 존 듀이에게 묻다>(살림터, 2012)에 이 연설에 대한 언급이 보인다). <악의 남용>에서 인용된 부분은 연설의 말미다.

 

"민주주의는, 다른 삶의 방식과 비교해볼 때, 경험의 과정을 목적인 동시에 수단으로서 성심성의껏 믿는(...) 그리고 사람의 감정, 욕구, 소망을 해방시켜서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것을 존재하게 하는 유일한 삶의 방식이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에 이르지 못하는 모든 삶의 방식은, 경험들이 확장되고 풍부해지면서 계속 안정을 이루게 하는, 접촉, 교환, 의사소통, 상호작용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이 해방과 풍요로움의 과제는 매일매일 수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경험이란 것은 그 자체로 종말에 이를 때까지는 끝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의 과제는 모두가 공유하고 모두가 이바지하는 보다 자유롭고 보다 인간적인 경험을 창조하는 영원한 과제이다."(45-46쪽)

요컨대 '매일매일의 경험으로서의 민주주의''영원한 과제로서의 민주주의'가 듀이가 생각한 민주주의의 최종적인 모습이다. 물론 우리가 갖고 있는 제도로서의 민주주의와는 좀 다른 의미의 민주주의다. 번스타인의 해설은 이렇다.

"듀이에 따르면, 민주주의는 단지 제도나 공식적인 투표 절차 또는 권리에 대한 법률적 보장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런 것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들에 생명과 의미를 불어넣기 위해서는 일상적인 민주주의적 협동이 실천되는 문화가 요구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제도와 절차는 실속 없고 무의미해질 위험에 놓이게 된다. 민주주의는 '삶의 방식'이자, 적극적이고 부단한 관심을 요구하는 윤리적 이상이다. 만일 우리가 민주주의를 창조하고 재창조하는 일을 해내지 못한다면, 민주주의가 계속되리라는 보장은 없다."(45쪽)

<악의 남용>이 듀이의 민주주의론을 핵심으로 다룬 책은 아니다. '9/11 이후의 정치와 종교의 부패'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이, 9/11과 그 이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가 저자의 관심사다. 이 문제를 문명의 충돌이 아니라 '멘탈리티의 충돌'로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 주장이다. 그 멘탈리티의 한쪽에는 '절대적인 것에 대한 열망'이 있고, 다른 한쪽에는 '실용주의적 가류주의'(pragmatic fallibilism)가 있다. 실용주의적 가류주의란 대략 미국의 실용주의(프래그머티즘)와 일치하는 철학이자 태도이며, 이를 설명하면서 다른 실용주의 사상가들과 함께 듀이도 검토하고 있다.  

 

 

미국의 대표 철학자 듀이는 국내에서 주로 교육철학자로서 참조되고 있는데, 그런 면에서는 <민주주의와 교육>이 핵심 저작이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널리 읽히는 성싶지 않다. 그런데 듀이는 교육철학자로서 뿐만 아니라 공공철학자로서 주목받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마이클 샌델이 보여주듯이 공공철학이야말로 미국철학다운 특징이며 강점이다. 찾아보면 <자유주의와 사회적 실천>(책세상, 2011), <공공성과 그 문제들>(한국문화사, 2014), <현대 민주주의와 정치 주체 문제>(CIR, 2010) 등 읽을 거리가 없지 않다.

 

듀이의 민주주의론이 여전히 우리에게도 유효하다고 생각한 이유는 그가 진작에 '기업 멘탈리티'를 민주주의 가장 큰 적으로 지목한 때문이다. "그는 미국 민주주의에의 최대 위협은 내부적인 것, 즉 공중들이 강력한 특정 이익 단체의 조종을 받게 되는 경우라고 느꼈다. 그는 '공중의 소멸', 즉 공개적인 의사소통과 토론 및 심의 하에서 정보를 숙지한 공중의 소멸을 염려하였다. 듀이는 우리 시대에 전 세계적 차원에서 채택된 멘탈리티인 '기업 멘탈리티'의 성장과 전파로 인해 민주주의를 위협할 수 있음을 경고하였다."(44쪽)

 

 

이후 듀이의 경고는 현실이 되었다. 그 여정은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에서 마이클 샌델의 <민주주의의 불만>으로의 여정이다(<민주주의의 불만>은 공공철학자 샌델의 가장 중요한 저작이다). 샌델은 20세 후반 미국사를 '절차적 공화정'(우리식으로 표현하면, '절치적 민주주의' 내지 '형식적 민주주의')에 의해 미국 민주주의가 점차 거세되어온 과정으로 묘사한다. 그 결과 얻게 된 것은 '형식상의 민주정+내용상 과두정'이다. 이건 미국만의 현실이 아니다. 서민 표몰이를 한 뒤에 부자 감세를 하는 게 한국 민주주의의 현단계니까. 그 결과가 미국 중산층의 붕괴이고 유사 이래 가장 크게 벌어진 게 빈부 격차다. 물론 '헬조선'을 만들어낸 우리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현실이 바뀔 수 있을까.

 

 

듀이식 대안을 다시 적자면 관건은 '창조적 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것이다. 이제껏 없었다면 만들어내는 것이다. 미국 대선후보 예비선거가 진행되면서 그 과정과 결과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민주당 후부로 버니 샌더스와 힐러리 클린턴의 승부가 주목거리인데, 듀이가 옹호한 미국 민주주의가 아직 살아있는지 가늠해보는 중요한 지표가 될 듯싶다. 우리도 다르지 않다. 올봄의 총선과 2017년 대선은 한국 민주주의의 맨얼굴을 확인하게 해줄 중요한 일정이다. 그것이 당장의 변화를 가져올 수는 없다. 하지만 변화를 위한 첫걸음은 내딛게 해줄 것이다. '매일매일의 경험'과 '영원한 과제'를 향한 첫걸음... 

 

16. 02. 09.

 

 

P.S. 실용주의적 가류주의를 설명하면서 저자 리처드 번스타인이 가장 많이 참고하고 있는 책은 루이스 메넌드의 <메타피지컬 클럽>(민음사, 2006)이다. "미국 실용주의의 역사를 탐구하고 미국 역사의 맥락 안에서 이 운동의 위상을 조망"한 책. 메넌드가 가장 중요하게 다룬 네 명의 실용주의 사상가는 윌리엄 제임스와 찰스 퍼스, 존 듀이 외 연방 대법관을 지닌 올리버 웬델 홈즈 2세다. 프래그머티즘의 3인방으로 널리 알려진 세 명의 철학자와 같이 놓인 홈즈만이 생소한데, 국내엔 <보통법>(알토란, 2012)이 번역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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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사에 관한 책이 출간됐다. 정확히 말하면 재출간됐다. 제임스 르 파누의 <현대의학의 거의 모든 역사>(알마, 2016)인데, 절판된 <현대의학의 역사>(아침이슬, 2005)가 재번역돼 나온 것이다.

 

 

번역본이 668쪽, 원서도 600쪽 가까이에 이르는 두툼한 책이다. 내용은 제목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현대의학의 역사를 간결하고 알기 쉽게 정리하고 있다. 현대의학의 번영부터 쇠퇴에 이르기까지, 그 장대한 파노라마를 단 한 권의 분량으로 요령 있게 펼쳐 보인다. 특히 1940년대부터 시작된 현대의학의 괄목할 만한 성취를 '열두 가지 결정적 순간'으로 압축한 제1부에서는, 현대의학의 두 축인 항생제와 코르티손의 개발부터 개심술을 통한 고난도 심장 수술, 그리고 장기이식이라는 마법의 완성까지 주요 혁신 기술들의 탄생과정이 흥미진진하게 소개되고 있다."

원제는 '의학의 번역과 쇠퇴'. 번영은 이해가 되지만 '쇠퇴'는 무얼 뜻하는지 궁금하긴 하다. 소개에 따르면, " 저자는 1970년대부터 조짐을 드러낸 현대의학의 쇠퇴 양상에 대해서도 책의 절반 이상을 할애해 치밀하게 서술한다. 기존 의학 연구가 한계에 다다를 즈음 새로운 동력으로 등장한 사회 이론과 신유전학이 어디에서 어떻게 실패했는지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이다."

 

 

 

다른 의학사에서도 그렇게 기술하는지 궁금하다. 의학의 역사를 다룬 책이 드물지는 않다. 국내 저자로는 황상익 교수의 책들이 의학사 관련서들이고, 이재담의 <서양의학의 역사>(살림, 2007), 재컬린 더핀의 <의학의 역사>(사이언스북스, 2006), 로이 포터의 <의학: 놀라운 치유의 역사>(네모북스, 2010) 등이 모두 같은 분야의 책이다. 그럼에도 분량으로는 <현대의학의 거의 모든 역사>가 가장 방대하다. 정확한 건 비교해봐야 알겠지만 기본서 역할을 해줄 듯싶다.

 

 

말이 나온 김에 덧붙이자면, 정신의학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가 정신의학의 역사를 스케치한 <정신의학의 탄생>(해냄, 2016)을 펴냈다. "200년 정신의학의 역사적 사실과 과학적 진실을 쉽게 풀어낸 책"으로 네이버캐스트 연재물을 단행본으로 엮었다. 예전에 한번 다룬 적이 있지만 정신의학과 관련해서는 (미셸 푸코의 책들을 별도로 하면) 에드워드 쇼터의 <정신의학의 역사>(바다출판사, 2009), 앤드류 스컬의 <현대 정신의학 잔혹사>(모티브북, 2007)도 같이 참조해야 하는 책이다. 정신의학의 탄생 못지 않게 그 공과에 대해서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방송이나 팟캐스트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아산병원의 정신의학 전문의 김병수 박사도 정신의학에 관한 가벼운 읽을 거리를 펴냈다. <마음의 사생활>(인물과사상사, 2016). 하지현의 <정신의학의 탄생>과 같이 읽어봄직하다. 나부터도 사이코패스 권력자들 이야기나 예술가들의 조울병 이야기를 이 두 권의 책에서 비교해가며 읽었다. 그에 관한 포스팅은 언젠가 시간이 날 때...

 

16. 02. 09.   

 

 

P.S. 의학 교재용 책을 제외하면 의학 관련서의 하위장르에는 '병원의 진실'도 포함된다. 대개 범죄소설이나 공포물의 인상을 주는데 독일의 전직 의사 베르너 바르텐스의 <의사 유감>(알마, 2015)도 그에 해당한다. "의사로 생활하다 병원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저널리스트로 진로를 수정한 저자는 한때 자신이 몸담았던 의료계의 현실을 유머러스하고 통쾌한 문체로 가감 없이 까발린다. 그가 들려주는 병원 안 풍경은 충격적이고 살풍경하고 웃긴다. 그러나 저자는 결코 병원 파괴론자는 아니다. 그가 쓰디쓴 독설을 쏟아내는 이유는 죽어가는 의학을 살리기 위해서다." 병원의 실상이라는 게 비슷한 편일 것이기에 우리에게도 참고가 되겠다.

 

또다른 장르는 '의학의 미래'인데, 가장 대표적인 표상이 청진기가 사라진 진료실이다. 그에 관해서는 에릭 토폴의 <청진기가 사라진다>(청년의사, 2012)란 예고편이 나왔었고, 지난해에는 본편 격으로 <청진기가 사라진 이후>(청년의삭, 2015)가 출간되었다. <청진기가 사라진다>의 원제는 <의학의 창조적 파괴>. 의학도나 예비의학도들이라면 필독해봄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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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저자'를 고른다. 순서상 두어 주 밀린 저자들도 함께 다룬다. 먼저 슬라보예 지젝. 여섯 편의 글모음으로 <왜 하이데거를 범죄화해서는 안 되는가>(글항아리, 2016)가 출간되었다. 같은 형식의 책으로는 <신을 불쾌하게 만드는 생각들>(글항아리, 2015)에 이어지는 것이다. 시사평론집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멈춰라 생각하라>(와이즈베리, 2012)에 이어지는 그의 '생각들'을 읽어볼 수 있다.

 

"슬라보예 지젝이 여러 지면에 발표한 글 여섯 편을 엮은 책. 하이데거의 나치 가담,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논쟁, 시리아 난민, 전 지구적 자본주의, 그리스 국민투표 등 각기 다른 주제를 다루었지만 지젝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간명하다. 사태를 단순하게 받아들이지 말라는 것이다. 하이데거는 나치에 동조했다. 여기저기서 반유대적인 발언을 했다. 그러나 저자는 이를 직접적으로 범죄화하는 것은 너무나 손쉬운 탈출구가 아닌가, 하고 질문을 던진다."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대표작 <작은 것들의 신>(문학동네, 2016)이 새 번역본으로 다시 나왔다. 1997년 데뷔와 동시에 부커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인도의 이국적인 풍경을 배경으로 사회의 제도와 관습에 의해 한 가족의 삶이 파괴되는 과정을 그려낸 이 작품은, 출간 전 160만 달러라는 당시로서는 기록적인 선인세를 받았고, 출간 후 전 세계에서 4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돼 600만 부 이상 팔린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뉴욕타임스 '주목할 만한 책', 인디펜던트, 선데이타임스, 옵서버 '올해의 책' 등으로 선정되었다. <작은 것들의 신>은 아룬다티 로이의 유일한 소설 작품이다."

 

유일한 작품이 된 것은 로이의 관심사가 직접적인 사회운동 쪽으로 더 쏠렸기 때문이다. 가라타니 고진은 생태운동에 나선 문학평론가 김종철과 함께 아룬다티 로이를 '근대문학의 종말'을 보여주는 실제적 사례로 꼽기도 했다. 곧 문학이 할 수 없는 일, 문학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것. <작은 것들의 신>과 로이의 다른 책들은 그런 면에서도 비교해봄직하다.  

 

 

그리고 나이지리아 출신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강연과 에세이를 모은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창비, 2016). 이미 알라딘에서는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책이다.

"소설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온갖 오해를 단호하고도 위트 있게 반박하며 여성과 남성 모두를 페미니즘의 세계로 초대한다. 전통적인 성역할에 고착된 사고방식이 남성과 여성 모두를 짓누르고 있으며, 페미니즘을 통해 우리 모두가 더욱 자유롭고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역설한다. '모두를 위한 21세기 페미니스트 선언'이라 부를 만하다. 유튜브에서 250만에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한 2012년의 TED×Euston 강연을 바탕으로, 2014년 미국에서 책으로 출간되었다.

 

이번에야 검색해보게 되었는데, 아디치에의 작품들은 이미 여럿 번역되었다.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숨통><아메리카나> 등인데, 에세이에서 시작된 독서의 여정이 장편소설로 이어져도 좋겠다. 아디치에의 메시지는 무엇인가. "여자든 남자들, 우리는 모두 지금보다 더 잘해야 합니다."

 

16. 02.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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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막간에 '이주의 책'을 고른다. 대부분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을 듯싶은데, 나도 저녁은 부모님 댁에서 할 예정이다(가까이에 사시기 때문에 명절 나기가 수월한 편이다). 그 전에 오후에 일을 많이 해야겠지만, 먼저 의무적인 포스팅부터. 타이틀북으로 고른 것은 조지 레이코프 등의 <이기는 프레임>(생각정원, 2016)이다. 세계적인 인지언어학자이지만 국내에서는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 등 프레임론의 저자로 더 유명한 듯.

 

저자는 심층의 사고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방법을 보여준다. 보수의 틀에 갇히지 않으면서 미래 가치를 생산하고 소통하기 위해서는 민주적 가치를 지닌 언어를 되살려야 한다. 그 방법으로 레이코프는 '진보의 가치를 반복하여 말하라', '일관성을 유지하라', '사실과 정책을 가치에 명확하게 연결하라'와 같은 구체적인 목록을 제시한다.

 

두번째는 마우리시오 라부페티의 <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부키, 2016)이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대통령'으로 널리 사랑받은 호세 무히카 우루과이 대통령의 정치인과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집중 탐구한 책"이다.

 

세번째는 지난 12월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손에 들고픈 책으로 미국 대선후보 경선에서 가장 핫한 인물로 부상한 버니 샌더스의 <버니 샌더스의 정치혁명>(원더박스, 2015)이다. "2016 미국 대선 민주당 후보 경선에서 거센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무소속 정치인 버니 샌더스의 정치 회고록이자 자서전"이다.  

 

 

네번째는 장신기의 <사람들은 왜 진보는 무능하고 보수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가>(시대의창, 2016)이다. '보수화된 시민 32인을 심층 인터뷰하다'가 부제. "저자는 정치사회 보수화의 실질적인 주체인 시민들에 초점을 맞췄다. 보수화된 사람들을 심층 인터뷰한 결과 보수화 현상에는 계급, 가치, 세대 등 여러 원인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엘리트 세력에만 국한되어 있던 기존 진보 담론에서 벗어나 엘리트 세력의 행위와 이에 대한 대중의 반응 사이의 역학관계를 복합적으로 분석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다섯번째는 손석춘의 <새 길을 연 사람들>(어른의시간, 2016)이다. "건국대학교 교수이자 언론인인 저자가 인류사에서 새로운 길을 열어간 20여 명의 인물들의 삶과 사상을 담은 책이다. 붓다에서 시작하여 무려 2,500여 년에 걸친 20여 인물들을 징검다리를 놓아 그들이 열어 간 길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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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는 프레임- 진보적으로 생각하고 말하는 방법
조지 레이코프.엘리자베스 웨흘링 지음, 나익주 옮김 / 생각정원 / 2016년 2월
13,000원 → 11,700원(10%할인) / 마일리지 650원(5% 적립)
양탄자배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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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 무히카 조용한 혁명
마우리시오 라부페티 지음, 박채연 옮김 / 부키 / 2016년 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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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버니 샌더스의 정치 혁명- 버니 샌더스 공식 정치 자서전
버니 샌더스 지음, 홍지수 옮김 / 원더박스 / 2015년 12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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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람들은 왜 진보는 무능하고 보수는 유능하다고 생각하는가- 보수화된 시민 32인을 심층 인터뷰하다
장신기 지음 / 시대의창 / 2016년 2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1월 22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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