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과학서‘로 이론물리학자와 분자유전학자가 같이 쓴 <생명, 경계에 서다>(글항아리)를 고른다. 부제가 ‘양자생물학의 시대가 온다‘다. 뭔가 중요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얘기일 텐데 ‘양자생물학‘이란 말에서 내가 떠올릴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 소개는 이렇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이자 파이낸셜 타임스, 아마존에 2015년 올해의 과학 책으로 선정되었다. 이 책은 ‘양자생물학’이라는 다소 생소한 학문을 탄탄한 과학적 기초에서 시작해, 합리적 추론 과정을 거친 뒤 최신 실험과 이론까지 망라해 그 원리를 밝히는 혁명적인 책이다. 물리학자 알칼릴리와 유전학자 맥패든은 양자물리학, 생화학, 생물학을 접목시켜 20여 년간 연구한 내용을 여기에 담아냈다. 

흔히 어떤 물체가 동시에 두 장소에 존재하고, 분명히 통과할 수 없는 장벽을 통과하기도 하며,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물체와 연결을 유지하는 ‘이상한’ 현상을 양자역학이라 한다. 알다시피 아인슈타인조차 양자 현상에 대해 “유령 같은 작용”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책의 저자들은 이 기이한 개념을 대중 과학서로 집필하고 TV 카메라 앞에 옮겨놓음으로써 일반 사람들에게 인식시키기로 결심했다. 탁월한 비유로 화학, 물리 용어들을 써가면서 양자의 원리를 밝히는데, 티끌보다도 어마어마하게 작은 양자는 결국 거대한 우주의 비밀을 밝혀줄 단서가 된다.˝

흠, 역시나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백문이 불여일독‘이라고 하는 수밖에. 공저자인 알칼릴리의 책으론 <물리학 패러독스>(인피니티북스) 등도 소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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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계의 ‘교황‘으로 불리는 페르낭 브로델의 대작 <지중해: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까치)가 번역돼 나왔다. 곧바로 ‘올해의 번역‘ 후보감으로 올라갈 만한 책이어서 놀랍고 반갑다. 물론 분량과 책값을 고려하면 조금은 부담스럽기도 하다고 적어야겠다.

˝현대 역사학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역사가 페르낭 브로델이 1923년에 집필을 시작하여 1949년에 출간한 20세기의 위대한 고전 <지중해>가 드디어 국내에 출간되었다. 시간적으로는 펠리페 2세 시대, 곧 16세기 후반기 50여 년이라는 짧은 시간이 연구 대상이지만, 공간적으로는 지브롤터 해협에서 레반트 지역에 이르는 거대한 지중해의 바다와 육지 세계를 전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리고 지중해 세계와 연결되는 내륙의 나라들과 지역들이 포함된다. 페르낭 브로델은 당시 ‘지중해‘의 인간들, 사건들, 사물들, 자연(산, 강, 평야, 사막 등), 도시, 경제, 사회 등을 총체적으로 아우르는 전체사를 훌륭하게 구현한다.˝

소위 ‘전체사‘의 시범을 보여주려는 듯한 책. 브로델 역사학은 대표작 <물질문명과 자본주의>(까치, 전6권)와 함께 <펠리페 2세 시대의 지중해 세계>까지 소개됨으로써 거의 전모가 드러난 게 아닌가 한다. 묵직한 역사서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독자들에게는 조금 일찍 도착한 연말 선물로 보아도 좋겠다. 덧붙여, 문학 독자들에게는 세르반테스(1547-1616)가 살았던 시대가 어떤 시대였던가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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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강연 공지다.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문학동네) 완간을 계기로 톨스토이의 3대 장편을 읽어보는 문학강연회를 세 차례에 걸쳐서 갖는다. 12월 7일과 21일, 28일 저녁 7시 30분에 진행되는데 자세한 일정은 아래 포스터를 참고하시길(신청은 알라딘의 ‘작가와의 만남‘ 페이지에서 각 강연별로 하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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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공지다. 알라딘 인문학스터디의 하나로 12월 15일(금) 저녁 7시 30분에 프란츠 카프카 특강을 진행한다. 이번에 출간된 게르하르트 노이만의 <실패한 시작과 열린 결말: 프란츠 카프카의 시적 인류학>(에디투스)을 중심으로 카프카 문학의 의미와 의의를 짚어보는 행사다.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포스터를 참고하시길(신청은 알라딘의 ‘작가와의 만남‘ 페이지에서 하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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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데없는 폭우중에도 일정이 있어 이동중이다. 북플 글쓰기를 하려 했더니 임시저장된 글이 뜨는데, 어젯밤에 쓰려다 만 것이다. 지울까 하다가 몇마디 적기로 한다. 최승자 시인의 가장 최근 시집인 <빈 배처럼 텅 비어>(2016) 소개글에서 전문이 인용된 시 몇 편 읽고서 느낀 점을 적으려 했다.

어지간한 시집은 갖고 있는 걸로 생각했는데 이 시집을 포함해 <쓸쓸해서 머나먼>(2010)과 심지어 분명히 읽은 기억이 있는데 <내 무덤 푸르고>(1993)까지 구매내역에 뜨지 않는다. 설사 <내 무덤 푸르고>를 읽었다 하더라도 <빈 배처럼 텅 비어>까지는 23년의 간격이 있다. 1952년생인 시인의 나이를 고려하면 40대 초반부터 60대 중반까지의 간격이다. 그럼에도, 시집 제목에서 이미 눈치챌 수 있지만, 최승자를 식별하는 건 어렵지 않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 그것은 영원한 루머에 지나지 않는다˝(1981)고 이미 서른 전에 적어놓은 최승자 말이다.

문제는 거기에서 비롯되는데, 이후에 이 시인이 어떤 시를 더 쓰더라도 이미 읽은 시로 생각된다는 점. 혹은 느껴진다는 점. 진작에 늙었던 시인이기에 장년의 시나 노년의 시가 따로 있을 리 없다. 고로 ‘최승자는 최승자다‘만 반복할 수 있을 뿐.

얼마나 오랫동안
세상과 떨어져 살아왔나
“보고 싶다”라는 말이 있다는 것을
오늘 처음 깨달았다
(아으 비려라/ 이 날것들의 生) (‘얼마나 오랫동안‘ 전문)

너의 존재를 들키지 마라
그림자가 달아난다
(내 詩는 당분간 허공을 맴돌 것이다) (‘내 詩는 당분간‘ 전문)

최승자 투는 이런 시들에서 고스란히 확인된다. 삶에 대한 신랄한 냉소와 풍자, 자조, 독설 등은 최승자 시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런 만큼 너무 익숙한 세계다. 그런 대로 재밌다고 느낀 건 ‘우리는‘ 정도.

우리는 쩍 벌리고 있는 아구통이 아니다
우리는 人도 아니고 間도 아니다
우리는 별다른 유감과 私感을
갖고 사는 천사들일 뿐이다
우리가 천사처럼 보이지 않는 것은
세상 환영에 속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게 전문이고 전부다. 그 이상을 보여줄 거라는 기대감이 없어서 시집은 장바구니에 묵혀두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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