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바 마사야의 <공부의 철학>(책세상) 서두다. 아침에 가방에 넣었지만 겨우 거기까지만 펼쳐보았다. 부제는 ‘깊은 공부, 진짜 공부를 위한 첫걸음‘. 한데 제목이나 부제 때문에 고른 책은 아니다(공부를 주제로 한 책은 차고 넘친다). 먼저 소개된 전작이 <너무 움직이지 마라>(바다출판사)여서다. ‘질 들뢰즈와 생성변화의 철학‘을 다룬 책. 곧 프랑스 현대철학 전문가의 공부론은 어떤 것인가 궁금해서 손에 든 책이 <공부의 철학>이다. 게다가 일본에서 지난해 화제작이었다고.

˝일본의 사상계를 주도하는 젊은 철학자 지바 마사야가 프랑스 현대 철학을 바탕으로 자신의 경험을 되살려 독자의 인생을 바꿀 만한 ‘공부의 철학’을 제시한다. 공부란 지식 쌓기가 아니라 기존의 환경에 동조하며 살아온 자신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하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저자는, 환경 속에서 평범하게 받아들여지는 의견에 의문을 제기하는 아이러니적 발상, 하나의 주제에서 폭넓게 가지를 뻗어 나가는 유머적 발상을 중심으로 진짜 공부, 깊은 공부를 누구나 시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별히 새로운 얘기가 나올 것 같지 않은 주제에 대해서 화제작을 썼다고 하니 저자의 재능이고 공력이다. 한국 독자들에게도 통할지는 두고봐야겠지만.

일본의 프랑스철학 전공자들의 책이 계속 번역되고 있는데 나름 강점이 있어서라고 봐야겠다. 혹은 우리에게 없는 걸 채워준다고도. 나카마사 마사키의 <자크 데리다를 읽는 시간>(아르테)을 읽는 시간도 조금 지연되고 있는데 얼른 공부의 시간을 되찾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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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발저(1878-1956)의 <벤야멘타 하인학교>(문학동네)를 강의에서 읽고 관련서를 추가로 주문했다. (독어로는 나와있지만) 영어판 평전은 아직 눈에 띄지 않지만 작품집과 연구서는 활발히 나오고 있다. 한국어판도 좀더 늘어나지 않을까 싶은데 단편과 ‘작은 산문들‘ 위주로 나와있지만 더 읽고 싶은 건 장편소설들이다. 작가연보에 ‘장편소설‘로 표기된 작품은 세 편이다. 괄호는 첫 출간연도.

<타너 일가의 남매들>(1907)
<조수>(1908)
<벤야멘타 하인학교>(1909)

그보다 앞서 출간한 첫 책은 <프리츠 코헤르의 작문>(1904)이다. 이 책은 <프리츠 콕의 작문시간>으로 번역돼 있다. <타너 일가의 남매들>은 <타너가의 남매들>로 나와 있고, <조수>는 아직 번역되지 않았다.

발저는 1929년에 스위스 베른의 정신병원에 자발적으로 입원하며 이후 헤리자우의 정신병원으로 1933년에 이송된 이후에는 1956년 눈길 산책중에 사망하기까지 완전한 침묵(절필)에 들어간다. <벤야멘타 하인학교> 이후에 쓴 미발표 소설로는 <테오도르>(1921)와 <강도>(1925)가 더 있다.

정리하면 아직 번역되지 않은 <조수><테오도르><강도>, 이 세 작품이 내가 읽어보고 싶은 소설들이다. 단편산문이 다루지 않거나 다룰 수 없는 세계를 (장편)소설은 다루기 때문이다. <벤야멘타 하인학교>를 예시로 보자면 발저의 소설은 소설이면서 반소설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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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3-16 12: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프카가 우울하다고하지만 발저에 비하면~
발저의 글로 만들어진 그림책도 있더군요.

로쟈 2018-03-16 14:38   좋아요 0 | URL
우울과는 다른정서를 느끼게하는데요. 눈길에서 세상을떠나 다행으로여겨집니다. 집안에서 죽었다면 발저답지 않았을듯.
 

오늘은'이명박 전 대통령'이 검찰 포토라인에 선 날로 의미가 있지만(그래서 잠시 '이명박 읽기' 리스트까지 검토해보았다) 구속영장이 발부되는 날까지 의미부여는 유예하기로 하고, 대신 스티븐 호킹의 타계 소식에 그를 애도하는 리스트를 만들어놓는다. 아듀 호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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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극단작 카프카의 <성>이 무대에 오른다. 3월 23일부터 4월 15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는데 이미경 각색에 구태환 연출이다. <변신>이나 <소송>은 그간에 공연된 적이 있고 나도 관람한 기억이 있는데 <성>은 전례가 있었는지 궁금하다. 아무튼 이번 3-4월 카프카의 작품들을 강의에서 되읽고 있는 차에 연극으로도 볼 수 있게 돼 반갑다. 관심 있는 분이라면 두 종의 영화버전으로도 감상해보시길. 아래는 소개글이다.

˝불길 속에 사라질 뻔 했던 프란츠 카프카의 마지막 작품. 미완인 채로 남아 오랜 시간 사람들의 머릿속을 헤집어 놓은 소설 <성>이 눈앞의 현실이 된다. 출입이 허락되지 않는 미지의 성, 기묘한 마을 사람들의 알 수 없는 통제, 일부러 구부러져 버리는 길. 무엇 하나 확실하지 않은 그 곳에 이방인 K가 들어선다. 악몽 같은 미로 속, 과연 그는 성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인가. 2007년 <심판>으로 동아연극상을 수상한 배우 박윤희와 연출가 구태환, 무대디자이너 박동우가 다시 한 번 카프카의 견고한 성을 쌓아 올린다. 끝이 보이지 않는 무대 위 답이 없는 질문들이 객석을 집어삼키는 순간, 우리는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오늘이 바로 카프카적 현실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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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3-14 00: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강의에 딱 맞춰 공연~정보 감사합니다.선공연 후강의.

로쟈 2018-03-14 07:38   좋아요 0 | URL
그렇게되네요.~
 

카프카 강의를 진행하면서 이번에 나온 막스 브로트의 <나의 카프카>(솔)를 읽어나가다 ‘부부‘라는 단편이 인용된 걸 보고 전집에서 찾아봤다. 유고집에 수록된 단편들 가운데 하나로 전집판 단편전집 <변신>(솔)에 수록돼 있다. 한데 좀 이상한 구석이 있다.

˝일반적으로 사업 상태가 매우 나빠서, 나는 가끔 사무실에서 시간이 남으면 직접 견본 가방을 들고 개인적으로 고객을 방문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나는 한번 K에게 가보려는 생각을 벌써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다.˝(665쪽)

K라는 이니셜이 등장해서 주목할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기대하는 K가 아니라는 것. 거래처의 노인으로 나온다. 게다가 이상한 건 번역이다. ‘K에게‘에서는 표가 나지 않지만 다른 조사들이 붙었을 때는 뭔가 안 맞는다.

K은 집에 있었다.
늙은 K은 어깨가 벌어진 큰 사람이었는데...
아마 K이 매우 참을성이 없었고...
곧이어 무심코 K을 바라보고는...
K과 두 걸음 정도 떨어져...

K는 ‘케이‘(영어)나 ‘카‘(독어)로 읽어줄 텐데 어느 쪽이든 나열한 조사들과 어울리지 않는다. 갖고 있는 영어판에서 찾아보니 놀랍게도 ‘K‘가 아니고 ‘N‘이다. 그리고 번역본도 N을 넣으면 다 말이 된다.

N은 집에 있었다.
늙은 N은 어깨가 벌어진 큰 사람이었는데...
아마 N이 매우 참을성이 없었고...
곧이어 무심코 N을 바라보고는...
N과 두 걸음 정도 떨어져...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추정컨대 역자가 N이라고 제대로 옮긴 것이 어떤 사정에서인지 K로 모두 바꾸기가 실행된 것. 편집과정에서의 실수가 아닌가 싶다. 물론 허용될 수 있는 실수는 아니다. 소위 ‘결정판‘ 전집에서 이런 무성의한 실수가 나오는 건 유감이다. 바로잡아주길 기대한다. ‘부부‘의 마지막 대목이다.

˝아아, 어찌 이런 성과 없는 사업이 있담. 앞으로 계속 부담이 되겠지.˝(67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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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wo0sun 2018-03-13 2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프카에게 N이라니? K겠지~~라고 생각했을까요?
전집판에 대한 실망은 민음사의 쿤데라도~

로쟈 2018-03-13 23:17   좋아요 0 | URL
조사는 맞춰주어야 성의가 있는 건데요.^^;

지니 2018-03-16 0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솔>판 이 전집은 대대적으로 손봐야 할 듯합니다. N이 K가 된 사태는 가장 극단적인 경우일 텐데, 조사며 맞춤법이며 정말이지 오타가 수두룩빽빽이랍니다.

로쟈 2018-03-16 08:50   좋아요 0 | URL
표지만큼 신경을썼더라면 좋았을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