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왕가위>(씨네21북스)이고 부제가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이다. 왕가위 영화의 팬이라면 ‘왕가위 영화에 매혹되는 순간‘을 곧바로 떠올릴 만하다. 그가 돌아왔다, 영화가 아닌 책으로!

˝8,90년대 홍콩 영화 뉴웨이브를 이끌었으며 특유의 영상 미학과 독창적인 영화 세계를 구축해온 살아 있는 거장 왕가위의 인터뷰집이다. 왕가위가 영화평론가 존 파워스와 자신의 영화와 인생에 대해 나눈 깊이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2018년 데뷔 30주년을 맞은 왕가위의 필모그라피 전체를 세세하게 다루는 이 책은 각 영화의 탄생 배경과 제작 코멘터리, 미공개 스틸 컷을 대거 수록한 ‘왕가위 종합 안내서’이기도 하다.˝

책은 생각보다 크고 비싸고 고급지다. 열혈관객, 혹은 열혈독자들을 위한 책. 그에 대한 남다른 기억을 갖고 있는 영화팬들을 위한 책이고 나도 거기에 속한다. <아비정전>을 처음 비디오로 본 순간, 친구와 극장에서 <중경삼림>을 보고 마주보며 웃음짓던 순간, <동사서독>을 같은 날 두 군데 극장에서 연이어 본 순간, 모스크바에서 ‘봉까르바이 회고전‘과 만나던 순간, 왕가위는 최고의 감독이었다. 그게 20년 전이고 30년 전이었구나.

그 시간들과 다시 마주한다니, 잃어버린 시간들과 다시 만나는 느낌이다. 타르코프스키의 말대로 영화는 ‘봉인된 시간‘이다. 어떤 영화들 속에 시간은 그대로 보존된다. 그 시간들이 우리 곁에 남는다. 그렇게 왕가위와 함께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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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22-04-02 1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왕가위는 딱 화양연화까지만 인정!ㅎ
 

<침묵의 봄>의 저자 레이첼 카슨의 전집이 지난해부터 나오고 있다. 전6권 규모로 최근에 다시 나온 <잃어버린 숲>(에코리브르)이 6권이다. 남은 두 권은 <침묵의 봄>과 <센스 오브 원더>인데, 아마 전집판으로 표지갈이를 하고 다시 나오게 될 듯하다. 아직 완결되지는 않았지만 <침묵의 봄>과 기간된 전집을 리스트로 묶어 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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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숲
레이첼 카슨 지음, 린다 리어 엮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18년 4월
17,000원 → 15,300원(10%할인) / 마일리지 8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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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가장자리
레이첼 카슨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18년 3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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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를 둘러싼 바다
레이첼 카슨 지음, 김홍옥 옮김 / 에코리브르 / 2018년 1월
18,000원 → 16,200원(10%할인) / 마일리지 90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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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바람을 맞으며
레이첼 카슨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17년 10월
15,000원 → 13,500원(10%할인) / 마일리지 750원(5% 적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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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를 강의하면서 그의 역사철학의 특징과 의의를 강조하는데(오래전 대학강의에서는 ‘국민문학‘으로서의 의의를 강조했었다), 내가 자주 들먹이는 것이 ‘초유기체‘론이다. <전쟁과 평화>에 ‘초유기체‘라는 말이 나오진 않지만, 톨스토이가 생물학자 베르트 휠도블러와 에드워드 윌슨의 공저 <초유기체>(사이언스북스)를 읽었다면 열광했을 거라고 나는 상상한다.

인간은 통상 개별적인 유기체로 존재하지만 전시에 군대는 마치 초유기체인 것처럼 움직인다. 횔도블러와 윌슨은 주로 개미사회를 대상으로 초유기체를 설명하는데, 톨스토이는 개미와 마찬가지로 대표적인 사회성 곤충인 벌에 주목했었다. <전쟁과 평화>에 벌에 대한 비유가 여러 차례 등장하는 건 우연이 아니다. 역사는 유기체 차원에서 사유될 수도 있지만(우리가 ‘개인사‘라고 부른다) 본래 초유기체적 범주에 속한다. 영웅사관을 들먹이는 자들과 달리 적어도 그 점을 파악하고 있었다는 게 톨스토이 역사철학의 강점이다.

기본 구도과 의의에 대해서는 강의에서 자세히 설명하곤 했지만 <초유기체>를 완독하지 못한 상태였다. 세계적인 개미 전문가 2인의 걸작을 맘먹고 책상 위에 놓고 보니 ‘빈손‘으로 읽는 건 예의가 아닌 듯해서 ‘독서의 이유‘를 적었다. 그래서 읽고자 한다는 것. 더불어 톨스토이가 강력한 영감을 얻었을 법한 책을 참고하여 <전쟁과 평화>에 접근하는 것이 톨스토이에 대해서도 예의를 갖추는 일이라 생각된다. <전쟁과 평화>에 대한 깊이 읽기를 원하는 독자라면 참고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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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주문하고 오늘 밤에 받은 책 중에도 시집도 몇 권 들어 있다(주중에는 시 연구서와 비평집도 여러 권 구입했다. 시집도 많지만 시 연구서도 대체로 많다. 우리에겐). 그 가운데 하나가 김언의 <너의 알다가도 모를 마음>(문학동네)이다.

<소설을 쓰자>(민음사)로 기억하는 시인인데, 시집을 손에 든 기억은 있지만 알라딘 구매내역에는 뜨지 않아서 구입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서점에서 구입했을 수도). 확실하지 않으니 아는 시인이라고 할 수도 없다. 알다가도 모르는 시인이 아니라 아는지도 모르는 시인. 마음은커녕 얼굴도 모르고(검색해볼 수는 있겠으나) 심지어 성별도 모른다. 1998년에 등단했으니 20년차 중견이건만.

해설을 쓴 조재룡 교수에 따르면 김언 시의 키워드는 ‘실험‘이다. 실험적인 시를 쓰거나 시를 실험하는 시인? ‘시인의 말‘에서 ˝대부분은 시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썼다˝고 적었다. 시가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시집으로 묶어냈으니 의도에 반하여 시가 되었다는 뜻일 수도 있고, 원래 시가 아닌 걸(비시) 시로 쓴다는 뜻일 수도 있겠다. ‘실험‘이 트레이드마크라면 이번 시집에만 해당하는 발언도 아니겠다.

김언의 실험성에 대한 해명은 김언 시의 이력을 꿰뚫고 있는 해설자에게 맡기고, 몇 편 읽어본 느낌만 적자면 이번 시집은 ‘트레이닝‘ 같다. 그리고 짐작에 이 시인은 여전히 트레이닝중인 것 같다. 무엇이 시일까, 어디까지 시일까, 이래도 시일까를 끊임없이 테스트하면서 시쓰기를 트레이닝하기(트레이닝은 김춘수의 용어이고 트레이닝 시인들은 자동으로 ‘김춘수과‘로 분류된다. 나의 분류법으로는). 무엇이 트레이닝인가.

˝둘은 일관된 앙숙이었다. 둘이 화해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제삼자가 나섰다. 제삼의 인물은 어느 편도 들 생각이 없었지만, 이쪽을 만나면 이쪽에서 저쪽을 만나면 저쪽에서 다른 말이 나오는 것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도 없었다. 이쪽은 이쪽대로 옳은 말이고 저쪽은 저쪽대로 사정이 있었으니 둘 다의 말을 종합하면 어느 쪽도 만족할 만한 말을 들려줄 수 없었다. 그래서 돌아오는 말이 너는 누구 편이냐? 둘 중 하나만 택하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어왔지만 그는 일관되게 제삼자였다. 소주 한 병에 오징어 두 마리면 충분한 사람이었다.˝

마지막 문장만 지운다면 ‘갑론을박‘이란 제목이 붙을 수도 있었겠다. 아니 그 경우엔 시도 안 되었을 것이다. 김언은 요즘 시인으로는 드물게도 마침표(.)를 꼭 찍기에 이 시에서 특별히 시다운 표지를 읽어내기 어렵다. 이 시를 시로 만들어주는 건 마지막 문장과 호응하는 제목 ‘갑오징어 을오징어‘다(말장난은 트레이닝의 주요 종목이다). ˝소주 한 병에 오징어 두 마리˝라고 할 때 그 두 마리가 갑오징어와 을오징어인 것. 동시에 술자리에서의 갑론을박하는 풍경에 대한 은유도 된다.

‘갑오징어 을오징어‘란 제목으로 뭔가를 쓰기는 어럽다. 이건 ‘마이크 테스트‘ 같은 테스트이고 트레이닝이다. 전작들을 참고하지 않고 넘겨짚자면 김언은 20년간 트레이닝을 해온 것이 아닌지. 그의 본게임은 언제부터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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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에 차가 너무 많이 밀려들면 교통체증이 발생하듯이 너무 많은 책이 쏟아지면 독서체증이 일어난다. 봄꽃 구경을 가는 것도 아니면서 주말마다 내가 겪는 체증이다. 새로 나온 책들뿐만 아니라 읽어야 할 책들과 찾아야 할 책들, 새로 주문해야 할 책들이 뒤엉켜서 머릿속이 난장이다. 이러다가는 ‘독서지옥‘도 헛말이 아니겠다.

어지럽게 쌓여 있는 책들을 놓고도 구입할 책이 갈수록 늘어나는 것이 아이러니하지만 현실이다. 방금 장바구니에 넣은 ‘이주의 발견‘은 미국의 거물 보수주의 이론가 러셀 커크(1918-1994)의 <보수의 정신>(지식노마드)이다. 1953년에 초판이 나오고 이후에 7판까지 나온 보수주의 교과서 같은 책이다. 2차대전 이후 미국 보수주의 운동의 틀을 제공해주었다고 평가받는다.

그렇다고 한국 자유당 보수나 현 미국의 트럼프 보수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면 ‘전혀‘라고 해야겠다. 일단 책의 부제가 ‘버크에서 엘리엇까지‘인데, 그건 최소한 에드먼드 버크나 토마스 엘리엇 정도는 읽어줘야 보수라는 얘기다(한국에서 ‘책읽는 보수‘란 얼마나 희귀한가).

˝버크에서 엘리엇까지라는 부제가 말하듯이 저자인 러셀 커크는 프랑스혁명에서부터 1950년대까지 보수주의의 사상사를 다루었다. 사회 발전을 위한 개혁이 사회 그 자체를 태워버리는 대화재가 될 수 있음을 간파한 버크, 다양성이라는 미덕 아래 획일화된 평범함이라는 악을 품은 민주주의의 모순을 읽어낸 토크빌, 추상적 자유는 방종이기에 법 앞에서의 규범적 자유를 옹호한 존 애덤스 등, 이 책은 자유주의가 초래할 위험과 폐해를 통찰한 보수주의자들의 위대한 상상력으로 가득 차 있다.˝

러셀 커크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엘리엇과 그의 시대>란 책도 썼기 때문인데 <보수의 정신>과 함께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 주문대기 상태. 안 그래도 다음주에 엘리엇의 <황무지>에 대한 강의도 있어서 엘리엇에 관한 자료들을 읽으려던 참이었다. <T.S. 엘리엇: 인간과 문학>(동국대출판부)은 또 어디에서 찾는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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